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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팟에 관한 이야기 (1)
현자 : 양을 무리로 이동시키면서 키우는 것엔 어떤 의미가 있나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레녹스 : 같은 장소에 머무르다 보면 아무래도 식량으로 삼을 풀이 부족해집니다. 양들은 영양가 있는 짧은 풀만 먹으니까요.
제가 해발 고도가 높은 곳을 선택한 건 전염병에 잘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른 루트를 이용하는 양치기도 있습니다.
양들은 무리지어 있는 걸 좋아하고, 잘 떨어지지 않아서 돌보기 쉽습니다. 수십 마리라면 드는 수고가 그렇게까지 달라지진 않아요.
현자 : 그렇군요... 확실히, 전부 다 레녹스의 양은 아니었죠.
레녹스 : 네. 몇몇 집에서 모아서 맡고, 봄부터 가을에 걸쳐 대신 방목하는 거예요.
재산이나 생명줄을 맡는 것 같은 일이라, 만일 없어지면 발견할 때까지 필사적으로 찾습니다.
저는 마법사니까 빗자루를 타고 쫓거나 밤에 불을 켤 수 있지만, 인간이 하기에는 힘든 일이에요.
현자 : 그렇군요... 하지만 마법을 쓸 수 있어도 간단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레녹스 : 감사합니다, 현자님.
양을 맡기는 사람들이 제게 맡겨두면 안심이라고 하는 건 역시 기쁘고 보람있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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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팟에 관한 이야기 (2)
레녹스 : 맞다, 현자님. 짐에서 뭔가 없어진 물건은 없나요?
현자 : 없어진 거요..? 확인해 볼게요.
갑작스런 질문에 놀라며 나는 주머니와 가방 속을 확인했다.
현자 : ...괜찮은 것 같아요. 제가 떨어뜨린 게 있었어요?
레녹스 : 아뇨, 그럼 다행입니다.
이 주변엔 장난을 좋아하는 요정이 살고 있어서 소지품을 숨겨 버리는 일이 있어요.
현자 : 요정... 진짜 요정이 있는 거예요? 레녹스는 본 적이 있어요?
레녹스 : 다른 곳에서는 있습니다. 이 곳의 요정들은 숨는 것을 잘 해서 직접 본 적은 없지만요.
현자 : 장난을 좋아한다니 좀 서쪽 나라 같네요.
레녹스 : 그렇죠. 사람이 거의 오지 않는 곳이라 사람이 그리운 건지도 모릅니다.
없어졌다는 걸 알 때까지 훔치기 때문에 '이게 없어졌어, 저게 없어졌어' 하면서 걸으면 도둑맞지 않아요.
현자 : 아하하, 주문 같아요. 도둑맞기 전에 도둑맞은 척을 하는 거군요. 그럼, 저...
손수건이 없어진 것 같네- ...이런 느낌일까요?
레녹스 : 잘 하시네요. 저는, 갈아신을 양말이 안 보여요. 곤란하네.
현자 : 아하하. 그럼, 예비 칫솔이....
레녹스 : 양의 발톱깎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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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스팟의 추억 (1)
현자 : 레녹스가 키웠던 목양견은 어떤 아이였나요?
레녹스 : 아아... 그렇네요...
제 생일과 같은 날에 태어난 개였어요.
처음엔 양도받기 망설였지만, 어쩐지 운명적이라는 걸 느껴서요.
현자 : 그랬군요! 그건 정말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레녹스 : 네.
영리하고 성품도 온화하고, 무엇보다 마음이 맞았어요.
눈을 보면 서로가 뭘 하고 싶은지, 뭘 해 주길 바라는지 알 수 있었죠.
결혼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하면 그 녀석뿐이려나요.
현자 : ......연애하고 있었나요?
레녹스 : 하하, 사랑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만큼 소중한 상대였어요.
저 근처에 있는 경사면을 좋아해서 자주 뛰어다녔어요. 여길 지나가니 역시 생각이 나네요.
↑
4. 스팟의 추억 (2)
레녹스 : 옛날에 레이타 산맥의 경치를 마음에 들어 해서 산기슭에 레스토랑을 연 사람이 있었어요.
'히우카오' 라는 가게인데, 커피가 아주 맛있었습니다.
봄에 나갈 때와 가을에 돌아오며 지나갈 때마다 꼭 들렀어요.
현자 : 좋네요! 절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각별하게 맛있을 것 같아요.
레녹스 : 맞아요. 노을이 질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느긋하게 커피 마시는 걸 매년 기대하고 있었는데요.
1대째에 접고 말았어요. 아직 운영되고 있었다면 현자님을 모시고 싶었네요.
현자 : 아아... 그렇군요. 아쉬워요.
레녹스 : 가게 주인하고도 가깝게 지냈기 때문에 계속할 수 없겠냐고 말해 봤지만, 그렇게 말할 거면 뒤를 이어 달라고 웃더군요.
현자 : 농담이 아니었을 수도 있어요. 레녹스는 카페 주인이 어울릴 것 같아요.
레녹스 : 하하. 전 붙임성이 없어서....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영원히 변함없이 제공받는 건 어려워요.
가게 주인은 마지막 해까지 즐거워 보였어요. 정말 소중한 건 스스로 만들어 내서 키우는 수밖에 없겠네요.
↑
5. 브레이크 타임 (1)
레녹스 : 감사합니다, 현자님. 날이 새기 전부터 도와주셔서.
현자 : 아뇨, 이른 아침의 산에 한번 와 보고 싶었어요. 원래라면 중장비 없이는 올 수 없는데, 빗자루로는 순식간이네요.
레녹스 : 네. 추우시면 말씀해 주세요.
현자 : 괜찮아요! 하지만 안개가 심하네요. 이런 곳에서 일을 했다니 굉장하군요...
주변에 자욱한 짙은 안개를 둘러보며 말하자, 레녹스는 뭔가 말하고 싶은 듯 나를 바라봤다.
현자 : ...왜 그러세요?
레녹스 : ...아뇨, 조금 놀래키고 싶어져서요. 이제 곧 일출입니다.
창백한 새벽녘의 어스레함과 짙은 안개 속, 어렴풋이 밝아지는 방향을 가리키며 레녹스가 걸음을 멈췄다.
바람이 불어 안개가 희미하게 엷어졌다. 그러자 안개와 아침노을이 비추는 하늘 사이로 주황색 햇빛이 살짝 빛났다.
그것을 신호삼듯 주변에 자욱했던 안개가 파도처럼 물결치며 아른아른 산골짜기로 흘러갔다.
눈앞의 경치를 씻어내며 뜨기 시작한 아침 해가 양털을 부드럽게 쓰다듬듯 구름 표면을 반짝반짝 빛냈다.
깨닫고 보니 저 아래 아득히 멀리까지 구름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현자 : (안개가 아니라 구름 속에 있었던 거구나...)
절경에 나는 한참 동안 말을 잊고 내내 서 있었다.
레녹스 : 해가 뜨고 산 정상의 기온이 올라가면 구름이 산기슭으로 내려갑니다.
함께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이 시간에만 볼 수 있는, 보상 같은 경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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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남쪽 나라에 대해
레녹스 : 여러 나라를 여행했지만, 남쪽 나라가 제일 편해요.
여행에 지쳤던 탓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평온하고 편안한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현자 : 원래의 기질하고도 상성이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해요. 레녹스가 남쪽 나라의 마법사라는 건 알면 알수록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레녹스 :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매일 꾸준히 생활을 거듭하며 주변 사람들과 가족들 모두가 함께 하는 삶은 탄광에 있던 시절과도 조금 비슷해요.
현자 : 그렇군요, 레녹스는 탄광이 있는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고 했죠.
레녹스 : 탄광이 더 폐쇄적이고 남자 위주의 사회였지만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동물이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자신 또한 필요한 만큼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 그렇게 모두가 매일 일함으로써 생활이 이루어지고, 이 나라의 역사가 쌓여 가는 거예요.
현자 : 자신이 일원으로 있는 의미를 실감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네요...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레녹스 : 어디에 있든, 살아 있는 한 누군가의 무언가가 될 겁니다.
이 나라에서 마법은 능력이나 개성과 같은 것으로, 마법사라는 것도 숨기지 않고 살 수 있어요.
그것도 오랫동안 계속 쌓여 온 것 중 하나입니다. 이 세상에 남쪽 나라 같은 곳이 있고 거기서 살 수 있어서 저는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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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거대한 재액>에 대해
현자 : 현자의 마법사가 되기 전에 <거대한 재액>이 오는 밤은 어떻게 지내고 있었나요?
레녹스 :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계절이나 날씨와 같은 일상 중 하나로, 저하고는 관계가 없는 것처럼 여겨졌어요.
뭔가 터무니없는 이야기고, 저는 세계의 구조에도 관심이 없어서요. 제가 관여되리라곤 생각도 못 했습니다.
남쪽 나라에 오고 나서 현자의 마법사를 처음 만났어요.
저와 다른 점이 없는 평범한 마법사여서, 뭐라고 해야 좋을까, 그제서야 비로소 그 때까지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 정도일까요.
현자 : 그렇군요... 저는 현자의 마법사가 더 친숙하지만, 실은 드문 존재니까요.
레녹스 : 현자님이 보시기엔 그렇게 되는군요. 하하, 왠지 재밌네요.
현자 : <거대한 재액>이 다가오면 몸 상태가 무너지는 사람도 있는 것 같던데, 레녹스는 영향이 없나요?
레녹스 : 저는 별로 없습니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뿐인지도 모르겠지만요.
달이 가까워지면 벌써 1년이 지났나 하면서, 그 해에도 찾지 못한 파우스트 님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현자의 마법사 역할로 재회할 수 있었던 건 어떤 의미로는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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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스팟의 사람들
미틸 : 레이타 산맥에 사는 사람들이 보기엔 저희가 살던 구름의 거리도 도시처럼 여겨지는군요.
도시의 마법사라는 말을 들어서 쑥스럽지만 조금 기뻤어요.
현자 : 구름의 거리에는 마법과학 엘리베이터가 있는 탑도 세워져 있으니까요.
미틸 : 구름의 거리에서도, 사는 사람들끼리 모두 가족이라는 느낌이 있었지만...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그 유대가 더 강한 것 같았어요.
현자 : 가족 단위로 일하고 있고, 각각의 가족들도 협력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미틸 : 그런 것 같아요.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과 같은 일을 한대요.
그래서 저와 비슷한 나이인 아이도 10년 넘게 같은 직장에서 일해서, 다들 장인처럼 된다고 해요.
피가로 선생님도 남쪽 나라 사람들은 부지런하다고 하셨는데, 레이타 산맥에 사는 사람들은 특별히 부지런한 사람들인 것 같아요.
현자 : 어릴 때부터 계속 일을 하는 건 대단하지만 역시 힘들 것 같네요...
미틸 :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스승님 같은 사람이 일을 봐 준다면 안심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형님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선생님이 되었으니까요. 이 주변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현자 : 미틸은 선생님 일에 관심없나요? 리케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기도 하죠.
미틸 : 장래에 대해선 아직 모르겠지만... 사실 조금은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이대로 공부를 열심히 하면 저도 아버지나 형님 같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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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스팟에 있던 마법사
현자 : 이 근처는 레녹스 외의 마법사 양치기가 있기도 할까요?
루틸 : 레노 씨가 처음 양치기가 되었을 때는 몇 명 있었다고 들은 적이 있어요. 지금은 글쎄요.
레노 씨에게 일을 넘겨준 양치기 씨도 피가로 선생님이 아시는 마법사라고 들은 것 같은데...
현자 : 그렇군요. 그럼 양치기는 마법사가 많이 하는 직업인 걸까요?
루틸 : 인간이 하기에는 힘든 일이니 그럴 수도 있어요.
마법사가 없으면 불편한 지역에서는 특히 의지가 될 것 같아요.
현자 : 확실히, 마법으로 하늘을 날거나 불을 피울 수 있는 점은 산에서 살기에 적합한 것 같아요.
루틸 :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아서 마법으로 도와줄 수 있는 곳에 가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해가 돼요.
저도 구름의 거리의 학교가 커지면 학교가 없는 곳에서 선생님을 하고 싶다고 어렴풋이 생각했거든요.
남쪽 나라에는 마법사도, 선생님도, 의사 선생님도,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도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누구든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곳이 있어요.
현자 : 그렇구나... 제가 있던 세계는 사람도 물건도 많이 있어서 그런 느낌이 조금 새로운 것 같아요.
루틸 : 그렇군요. 현자님의 세계와 오갈 수 있다면 분명 편리하겠네요...
현자님의 세계 사람들이 이쪽으로 살러 와 주시면 남쪽 나라도 더 좋아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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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과거의 마도구
현자 : 어, 바위 뒤에 뭔가 놓여 있어요. 이건...?
레녹스 : 망치군요. 누가 두고 갔는지도 모르겠네요. 농기구의 일종으로 바위를 부수는 데 사용하는 물건입니다.
그립네요. 제 첫 마도구도 이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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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1 : 고향에 있었던 시절에요?
레녹스 : 네. 고향 탄광에서 일할 때 썼습니다. 좀 더 큰 물건이었지만요.
매일 쓰다 보니 어느새 마도구가 된 것 같았거든요. 처음엔 몰랐습니다.
탄광에서는 저 외의 마법사를 만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마법 지식은 소문으로 아는 정도였어요.
현자 : 그럼 스승님 같은 사람이 없었나요?
레녹스 : 일에 있어서의 스승님은 아버지와 탄광 동료입니다. 몸을 단련하거나 싸우는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마법의 구조를 자세히 배운 건 파우스트 님이나 혁명군의 동료들에게 배운 게 처음이네요.
>선택 2 : 파우스트의 종자였던 시절에요?
레녹스 : 네. 그 무렵의 일은 주로 파우스트 님의 일상 생활 시중이었지만, 소대를 지휘한 적도 있었어요.
현자 : 지휘관이었어요? 마법사 부대를요?
레녹스 : 그 쪽은 항상 파우스트 님께서요. 제가 맡을 수 있는 건 알렉 님이 지휘하시는 인간 부대 중 하나였습니다.
마법사들은 마법을 쓸 수 있는 만큼 몸을 단련하는 자가 적어서, 전장에 있으면 눈에 띄었거든요. 교전 중에 표적이 되기 쉬웠습니다. 제가 인간들과 섞여 마법을 쓰고 있으면 인간 부대도 경계를 사게 되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상대를 놀라게 하는 작전을 알렉 님이 좋아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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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녹스 : 혁명군에 섞이고 나서는 장식한 메이스를 마도구로 삼았습니다. 전투용 메이스로 이런 느낌의...
레녹스가 주문을 외우자 손에 들고 있던 망치가 살짝 빛났다. 머리 부분에 무거운 장식이 있는 지팡이 같은 모양으로 바뀌었다.
현자 : 판타지 게임에 나오는 무기 같아...! 이걸 레녹스가 가지고 있었나요? 멋져요.
레녹스 : 하하... 멋지진 않아요.
약간 겸연쩍은 듯 레녹스는 마법을 풀고 말았다. 원래대로 돌아온 검소한 농기구에 시선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나는 그 옆모습을 보며, 역전의 전사로 불리며 메이스를 마도구 삼아 싸우는 마법사의 모습을 조금 상상했다.
레녹스 : 이 녀석이 주인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인연을 잇는 마법을 걸어 두죠.
<포세타오・메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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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레녹스에 대한 인상 (1)
현자 : 피가로는 레녹스하고도 오래 알고 지냈죠. 피가로가 보기에 레녹스는 어떤 사람인가요?
피가로 : 시대마다 여러 가지로 달라서 말야. 내가 얘기하면 화내지 않을까.
현자 : 레녹스는 화내고 그러지 않을 것 같은데요... 시대에 따라 다른가요?
피가로 : 아니, 레녹스 자체는 변함없어. 하지만 보기에 따라 묘미가 달라지는 것 같은 부분이 있지.
우선 기본적으로는 완고해. 결국엔 말을 들어 주지만. 거기다 딱 자르질 못해.
'뭐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라고 하는 법이 없어. 할 수 없는 건지도.
타입으로 말하자면 오즈랑 비슷해.
현자 : 딱 자르지 못한다, 는 건가요...?
피가로 : 맞아맞아. 딱 자를 줄 알면 400년이나 사람을 찾지도 않고 세계정복도 안 했지!
하지만 뭐, 좋은 녀석이야, 엄청. 처음엔 성실하기만 한 군인인 줄 알았지만.
저런 걸 성실하고 곧다고 하는 거겠지. 나하고는 너무 달라서....
현자 : 너무 달라서, 뭔가요?
피가로 : 음....
레녹스처럼 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레녹스 같은 인품이라면 진실한 사랑에도 손이 닿는 건가 싶었으려나.
↑
12. 스팟의 인상 (1)
루틸 : 레이타 산맥도 남쪽 나라에서는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에요. 어떠세요? 현자님.
현자 : 구름과 하늘이 가까워요. 이렇게 높은 산의 고원에는 와 본 적이 없었어요.
루틸 : 큰 산 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감동하게 돼요. 하지만 역시 좀 추울지도? 추우시면 말씀해 주세요.
현자 : 감사합니다. 레녹스에게 듣고 안에 따뜻한 걸 입고 와서 괜찮아요.
루틸 : 밤이나 겨울엔 더 추워진다고 듣기도 했고, 아름답긴 하지만 가파른 경사나 절벽도 많고... 이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굳세네요.
현자 : 그렇죠. 저도 이 세계에 온 뒤로 단련이 많이 됐지만, 특히 지형의 혹독함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학교나 일 때문에 거리에 나오는 사람들도 힘들 것 같아요.
루틸 : 정말, 산기슭 마을에도 학교가 있는지 알 수 없기도 하고,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아이가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자연에 대해서라면 분명 여기의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고 똑똑하지 않을까요.
날씨를 읽는 법이나, 지형과 지질의 파악, 식물과 동물과 새들의 생태... 삶에 필요한 지식이 많으니까요.
산맥에서 일하고 있는 아이들은, 배운 것을 형제나 더 어린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것도 일의 하나라서 가르치는 것도 잘 해요.
현자 : 그렇구나...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여기서는 선생님이 되는군요.
↑
13. 위험한 장소
현자 : 어... 저 바위가 있는 곳, 빨간 표시 같은 게 쓰여 있어. 뭐지...?
레녹스 : 현자님! 그쪽은...!
현자 : 우와앗...?!
레녹스 : ....윽!
바위에 다가간 순간 강렬한 돌풍에 흔들렸다. 나가 떨어질 듯한 충격에 비틀거리는데 몸이 공중에 살짝 떴다.
레녹스 : <포세타오・메유바>!
주문과 동시에 레녹스의 손이 빛나고, 커다란 갈고리가 달린 긴 지팡이가 나타났다.
지팡이를 재주좋게 다뤄 내 목덜미에 갈고리를 걸고 쭉 잡아당겼다.
레녹스 : .... 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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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1 : 살았어요...!
현자 : 고맙습니다, 레녹스! 살았어요...!
레녹스 :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위험한 곳에는 다같이 저렇게 표시를 해 두는 거예요.
>선택 2 : 날아가는 줄 알았어요...!
현자 : 고맙습니다, 레녹스! 날아가는 줄 알았어요...!
레녹스 : 날아갑니다. 바위 너머가 절벽으로 되어 있어서 절벽에서 강한 바람이 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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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녹스 : 표시에 대해 알려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게다가 순간적으로 지팡이로 잡아당기다니, 실례인 짓을 해 버려서...
현자 : 네? 죽을 뻔했는데 그런 건 신경 안 써요! 마법용 지팡이인 걸까 생각했지만...
레녹스 : 이건 양치기가 쓰는 목양 지팡이입니다. 평소에도 같은 자리에서 어린 양이 날아가는 걸 이걸로 붙잡아서...
현자 : (양 전용... 그래서 미안해했던 건가....)
레녹스 :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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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스팟에서 한 발견
현자 : 앗, 보세요 파우스트. 저기 풀 그늘에 고양이가 있어요!
파우스트 : 고양이? 이런 곳에 고양이가 있을 리...
현자 : 하지만 보세요, 저 움직임. 좀 살찌긴 했지만 고양이예요! 앗, 이쪽 봤다! 귀여워!
파우스트 : ....아니, 저건 살쾡이의 동류다. 살찐 게 아니라 골격이 큰 거야. 아직 어리지만 이빨이 있을 거야.
현자 : 네?! 야생동물이란 건가요?
파우스트 : 그래. 부모가 어딘가에 있어서 신경쓰고 있을지도 몰라.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아.
현자 : 하, 하지만 보이는 범위 어디에도 부모 같은 동물은 없는 것 같아요. 혹시 놓친 걸지도...
파우스트 : ......
<사티르크나트・무르크리드>
별 것 아니지만, 행운을 주는 마법을 걸었다. 비록 혼자라도 당분간은 더 살 수 있을 거야.
현자 : 당분간이라니, 그 다음에는요...?
파우스트 : 다음엔, 저 아이의 운에 달렸어. 원래 자연의 생물에게는 마법을 쓰지 않는 법이야.
현자 : 하지만..! ....아니, 그렇네요....
아직 어리다고는 하지만 오늘부터 쭉 혼자서 살아갈 운명이었는지도 모르니...
파우스트 : .......... 네가 그렇게 걱정한다면 조금만 더....
현자 : ........! 고맙습니다, 파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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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레녹스에 대한 인상 (2)
현자 : 루틸은 어릴 때부터 레녹스와 안면이 있었죠. 레녹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루틸 : 레노 씨는 다정한 형! 이라는 느낌이에요.
과묵하고 몸집이 커서 조금 무섭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어떤 이야기든 전부 잘 들어주고, 어떤 일이든 함께 해 줘요. 싫다고 거절하는 걸 본 적이 없을 정도로요.
안 될 때는 안 될 때대로 이유를 말해 주니까, 레노 씨에게 거절당했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현자 : 확실히, 뭐든 받아주는 느낌이 있어요. 포용력이 있다고 할까...
루틸 : 그렇죠! 마법관에 와서 역전의 용사였다는 말을 처음 들었는데, 그런 점도 멋져요!
안 그래도 멋진데 싸움에도 강하다니 어떡해! 라는 느낌이에요.
현자 : 아하하. 뭔가 레녹스의 팬 같아요.
루틸 : 저뿐만이 아닐 거예요. 다정하고 믿음직스러워서, 부모님과 고향 사람들도 레노 씨를 정말 좋아했으니까요.
어머니는 피가로 선생님과 자주 이야기하셨지만, 아버지는 레노 씨와 사이가 좋았던 것 같아요. 가구를 수선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어요.
옆에 있어 주면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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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스팟에 관한 이야기 (3)
현자 : 피가로는 이 근처에 와 본 적이 있나요?
피가로 : 있어. 한가할 때, 레노가 지금 뭐 하려나 하면서 얼굴 보러 오곤 했었지.
레녹스 : 에?
피가로 : 에?
레녹스 : 아니... 항상 무언가에 대해서 라는 식으로, 볼일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피가로 : 아하하. 그랬나.
현자 : 어느 쪽이 진실인가요?
피가로 : 얼굴을 보러 간 거였어. 하지만, 마주보고 말하는 건 뭔가 좀 부끄럽잖아?
레녹스 : 그런 건가요.
현자 : 지금 얘기하면서 들통난 건 괜찮은가요?
피가로 : 지금은, 말해 보면 어떤 표정을 할지가 더 궁금했거든.
더 놀랄 줄 알았는데. 보람없는 녀석이네.
레녹스 : 놀랐어요.
현자 : 티가 안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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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즐거운 장소
현자 : 아, 여기 꽃이 피어 있어요. 꽃잎이 반쯤 투명해... 잎도 꽃 같아.
예쁘네요. 처음 보는 형태예요. 이름이 뭔지 아세요? 루틸에게 보여주면 기뻐할까.
레녹스 : 이건....
용담화의 일종인데 빨간 꽃이 피는 건 드물어요. 저도 처음 봤습니다.
현자 : 그래요? 레녹스가 오래 다녔던 길인데... 그럼 희귀한 꽃이군요.
레녹스 : 네. 꽃잎이 반투명한 건 빛을 쉽게 모으기 위해서예요.
고산에 피는 꽃은 낮에 열을 모아서 밤의 추위에 대비합니다. 평소에는 파란 꽃이 피지만...
꽃이 피는 것 자체도 드문 종류라서, 정말 귀중해요. 아니면 지금껏 다른 꽃인 줄 알고 지나쳤거나....
현자 : ...레녹스는 식물도 잘 알고 있군요. 좋아하나요? 꽃 같은 거.
레녹스 : ...... 아뇨,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말을 너무 많이 했나요?
현자 : 아뇨! 그런 뜻이 아니에요! 확실히, 많이 이야기하는 건 꽃과 마찬가지로 레어하다고 생각했지만....
레녹스 : 실례했습니다... 희귀한 걸 보면 무심코 흥분해 버린다고 할까요.
현자 : 이해해요! 저도 현지에서 유명인을 보면 텐션이 높아지는 것 같아서...
(개성적인 마법사가 많은 와중에 레녹스의 조금 평범한 부분은 친근감이 들어서 안심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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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레녹스에 대한 인상 (3)
미틸 : 레노 씨를 보고 있으면 이제부터 겨울이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현자 : 레녹스에게서 계절을 느끼는 건가요?
미틸 : 네. 에헤헤... 조금 이상할지도 모르겠지만...
레노 씨는 매년 봄이 되면 양을 데리고 고원으로 나가서 가을이 되면 돌아오셨어요. 그래서...
현자 : 양치기의 일은 몇 달 동안 고원을 여행하는 거라고 했었죠.
미틸 : 네. 예전에 약학 공부를 시작했을 때, 고원에서만 피는 꽃으로 만드는 약이 있어서 레노 씨에게 부탁드린 적이 있어요.
혹시 보시면, 이라고 했는데 그 해 가을에 정말로 채집해다 주셨어요.
그런데 나중에 피가로 선생님께 여쭤봤더니 좀처럼 보이지 않는 꽃이라고 배워서....
아마 엄청 찾아 주셨을 것 같은데, 레노 씨는 아무 말도 안 하셨어요.
아무 말도 안 하시지만 굉장히 다정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자 : 레녹스다운 에피소드네요... 그럼 두 사람이 같이 여름을 보내는 건 마법관에 와서가 처음인가요?
미틸 : 맞아요! 레노 씨는 항상 변함없는 것 같지만, 여름의 레노 씨와 놀 수 있는 건 기대돼요.
마법은 피가로 선생님께 배웠지만, 물건 만들기나 지붕 고치는 방법이나 말과 소를 다루는 법은 레노 씨께 배웠어요.
이번에는 여름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신대요! 큰 걸 낚으면 현자님께도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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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스팟의 인상 (2)
현자 : 파우스트도 이 근처에 오는 건 처음인가요?
파우스트 : 그래. 아름답고 평온하고... 전의 그 사건 뒤에 너의 도움으로 치료받은 곳과 비슷해.
레녹스 : ....... 네.
파우스트 : 뭐야.
레녹스 :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아직 모르는 상태예요.
당신을 계속 찾고 싶었습니다. 그게 제 성의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후회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여기에 머물러 버렸습니다.
현자 : ......
파우스트 : 나 역시 그 사건 이후로 인간을 계속 저주하는 게 내 증오인 줄 알았어.
그런데도, 떠올리지 않고 지나가는 날도 있었어.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레녹스 : ....제겐 기쁜 일입니다. 진심으로.
파우스트 : 나도 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네가 평온하게 지내고 있었다면, 그게 기뻐. 진심으로.
알겠지?
레녹스 : 네....
파우스트 : .....
이 곳이 마음에 들었군. 나와 같이 있던 시절의 너를 생각하면 의외인 것 같기도 하고, 납득되기도 하는 그런 경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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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브레이크 타임 (2)
레녹스 : 저....
현자, 파우스트 : ?
레녹스 : 아, 아뇨... 역시 됐습니다.
현자 : 드문 일이네요. 레녹스가 말을 머뭇거리다니. 무슨 일이에요?
레녹스 : 실은 두 분께 보여드리고 싶었던 경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도 하고, 자기만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이 들어서요.
현자, 파우스트 : .......
파우스트 : 그런 제안은 거절하거나 하지 않아... 이상하게 어려워하지 않아도 돼.
현자 : 맞아요! 꼭 보고 싶어요!
레녹스 : ....감사합니다.
현자 : (이 두 사람, 역시 아직 조금 어색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아. 과거에 여러 일을 겪으면 큰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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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1 : 화제를 돋운다.
현자 : 레녹스가 파우스트의 종자였던 시절의 이야기 같은 거, 괜찮으면 여러 가지 듣고 싶어요!
파우스트 : 그렇군... 지금과 비교하면 더 꼿꼿했었지. 이렇게 평온한 느낌이 아니었어.
레녹스 : ....전란의 시대였으니까요. 신발을 벗고 편히 있다가도 다음 순간에는 도망칠 필요가 있었죠.
게다가 그렇게 말하면 파우스트 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패기가 있었어요. 바쁘셔서 그랬던 건가요.
파우스트 : 제법 말하는군.
>선택 2 : 둘이서 가라고 권한다.
현자 : 쌓인 얘기도 있을 텐데 둘이서 잠깐 쉬었다 오는 게 어때요? 저는 동료들과 먼저 가 있을 테니까요.
레녹스, 파우스트 : .....
파우스트 : 너는 어떻게 하고 싶지?
레녹스 : 아뇨... 좀 더 가벼운 마음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정색하시면 긴장된다고 할까, 쑥스럽다고 할까...
현자 : (애매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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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레녹스에 대한 인상 (4)
현자 : 파우스트는 레녹스와 오래 알고 지냈죠. 레녹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파우스트 : 네가 알고 있는 대로의 마법사야. 성실하고, 좋은 청년이고, 반면 의지가 강하고 고집이 세며 양보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변함이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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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1 : 처음 만났을 때라면...
현자 : 처음 만났을 때라면...
파우스트 : 400년 정도 전의 이야기다. 내가 있던 군에 사람이 늘기 시작할 무렵 광부인 동료와 함께 왔어.
난폭한 자들의 모임이 아닌가 해서 조금 경계했지만 모두 성실하더군. 마법사는 그뿐이라서 나를 따라다니는 종자가 되었어.
나보다 연상에 체격도 컸으니, 처음엔 내가 더 어려워할 정도였어. 하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고 충의를 다해서...
원래 옛날에는 사람을 의심하는 성질이 아니기도 했지만, 싸움 중에도 그의 곁에 있으면 안심할 수 있었어. 레녹스는 처음부터 신용할 수 있는 남자였어.
>선택 2 : 두 사람은 상하관계가 엄격한 것 같아요.
현자 : 두 사람은 상하관계가 엄격한 것 같아요.
파우스트 : ....말해 두지만, 내가 강요하는 건 아니니까.
나는 경어를 쓰지 말라고 한 적도 있고, 친구로서 그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생각했어.
마음놓을 수 있는 형이 생긴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을 정도인데...
그의 딱딱한 태도가 계속 변하지 않아서 어느새 부하로 대하는 게 당연해졌어. 내가 양보한 거야.
>선택 3 : 고집이라니 의외네요.
현자 : 고집이라니 의외네요.
파우스트 : 그는 고집이 세고 강행하는 성격이야. 무례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내가 접어주는 경우도 어느 정도 있었어.
현자 : 상상이 잘 안 돼요. 어떤 때인가요?
파우스트 : 레녹스가 내게 쉬라고 할 때는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듣지 않아.
하지만 본인이 무리하고 있을 땐 내가 아무리 쉬라고 해도 듣지 않아. 명령이라고 했는데도 거절당한 적이 있어.
현자 : 아하하. 과연, 납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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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 ....그가 행복해지길 바라고 있어. 그는 행복해질 수 있는 마법사일 테니까.
현자 : 레녹스도 같은 말을 할 거예요. 파우스트가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파우스트 : 난 이제 행복해질 생각 따위 없어. 그러니 그도 나와 엮이지 않아야 행복해질 수 있을 거야.
400년이나 그의 인생을 써 버리게 한 것은 어떻게든 책임을 질 생각이지만...
이 경치처럼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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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스팟의 인상 (3)
현자 : 샤일록. 오늘 같이 와 줘서 감사했어요.
샤일록 : 이런. 저는 당신의 귀여운 부탁이라면 언제든 들어 드릴 겁니다.
조르지 않는 건 현자님 쪽이 아닌가요?
현자 : 아하하, 그게.... 샤일록의 귀여움 판정을 파악할 자신이 아직 없어서...
샤일록 : 후후, 매정한 분.
오늘 오후에 휴가를 냈어요. 레녹스에게 밤하늘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들었거든요. 밤까지 기다려 한 잔 마시고 돌아갈까 해서요.
현자 : 그거 좋네요! 남쪽 나라의 풍경은 여유롭게 있기에 좋은 것 같아요.
샤일록 : 동감입니다.
이 경치가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길 바라지만...
남쪽도 개척이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람이 살기에는 불편한 곳일 테니까요.
현자 : 그렇군요... 마법을 쓸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역시 험한 땅이라고 생각해요.
샤일록 : 세계는 어지러울 만큼 변하기 시작하고 있어요. 200년, 300년이 지났을 때 어떤 경치가 펼쳐져 있을지 이제 아무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기억해 두기 위해 이 시대의 여러 풍경을 봐 두는 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현자 : (그렇구나... 마법사는 오래 사니까, 세계가 변해가는 걸 계속 보게 되는구나...)
샤일록 : 하늘이 넓고, 맑은 바람도 기분좋아... 밤하늘이 화려해지는 시간이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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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스팟의 명물
미틸 : 현자님! 이것 보세요!
현자 : 와아, 알록달록하고 예쁜 직물이네요. 견고한 천이니 윗옷으로 만들면 따뜻할 것 같아.
미틸 : 양털이래요! 이 일대는 직물이 전통 공예라고 해요.
무늬에 특징이 있죠. 이 무늬는 산맥에 피어 있는 꽃을 표현한대요.
이쪽은 양, 이쪽은 새 무늬예요. 동물 무늬는 최근에 새로 만들어 봤다고 산기슭 마을의 장인 분이 말씀하셨어요.
현자 : 귀엽네요. 쿠션이나 러그로 만들어도 될 것 같아요.
미틸 : 그렇죠! 클로에 씨에게 선물하면 기뻐할까요?
현자 : 좋네요, 분명 기뻐할 거예요! 서쪽 마법사는 개성적인 걸 좋아하니까 이 무늬도 마음에 들어할 것 같아요.
미틸 : 다행이다! 이 무늬, 아버지가 갖고 계셨던 모자 무늬와 많이 비슷해요.
어쩌면 옛날 이 근처 지역 사람들과 교류가 있었는지도 몰라요.
현자 : 그랬군요. 그럼 클로에에게 부탁해서 모자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어때요? 겨울에 쓰면 따뜻할 것 같아요.
미틸 : 정말이다..! 클로에 씨하고는 많이 얘기해 보지 않아서 긴장되지만, 형님의 친구니까 분명 다정하겠죠...
마법관에 돌아가서 선물할 때 물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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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레녹스에 대한 인상 (5)
존 : 내가 어렸을 때부터 레녹스에게는 종종 신세를 졌어. 레이타 산맥의 양치기는 다들 그럴 거야.
아들 피터가 태어났을 때도 레녹스에게 도움받았어.
현자 : 레녹스에게요?
존 : 산기가 있는 아내의 상태가 나빠져서 의사를 부르려고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날씨가 거칠어지기 시작해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됐어.
빗속에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레녹스가 빗자루로 날아서 왔어. '네가 부르는 것 같아서' 라면서.
현자, 피가로 : 멋져~.
피가로 : 그런 걸 알아차리는 힘이 있었어?
레녹스 : 아뇨, 그냥요. 마력이 아닌 것 같아요.
현자 : 굉장해! 그럼 육감이라는 건가요?
피가로 : 뭐야 그거. 내가 죽을 것 같아지면 그 때도 달려와 줄래?
레녹스 : ...피가로 님이라면 오히려 제가 죽을 것 같을 때 달려와 주셨으면 하는데요...
피가로 : 아하하, 그건 그런가. 하지만 그럴 때 네가 부를 상대는 내가 아니라고 생각해.
레녹스 : 때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잖아요.
현자 : 자자... 역시 남쪽의 마법사라고 할까, 남을 돕는 일이 많군요.
레녹스 : 저도 어려울 때는 도움을 받았어요. 산은 험난한 땅이니까 산맥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도우면서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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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레녹스의 평판
브래들리 : 아무것도 없는 곳이네. 대륙의 정반대에 있는 곳인데도, 눈으로 덮이면 북쪽의 경치와 비슷할 것 같아.
현자 : 레녹스는 여기서 양치기를 하고 있었대요.
브래들리는 레녹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브래들리 : 남쪽 마법사인 주제에 겁먹지 않는 게, 그냥 마력이 약해서 상대의 힘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피가로하고도 친분이 있다고 하던데 강한 상대 앞에서도 태도가 변하지 않는 녀석인 건지.
어느 쪽이든 북쪽에서는 금방 죽어 버릴 타입이야.
현자 : 그런가요?
브래들리 : 트집을 잡히면 약한 녀석은 사과할 수밖에 없는 게 북쪽 나라야. 저 녀석, 속은 완고해 보이잖아.
뭐, 간절하게 부탁하면 내가 손을 써서 도적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지만.
현자 : 도적, 레녹스한테 어울릴까요...?!
브래들리 : 몸이 잘 단련되어 있고, 체격이 좋고 냉정해. 약해도 아닌 척 할 수 있지.
강탈 따위는 본래의 천성이 아니겠지만, 뭘 하든 살아남고 싶다는 근성이 있으면 할 수 있을 거야.
현자 : 음.... 별로 이미지가 떠오르질 않아요...
브래들리 : 뭐, 저런 녀석은 자기를 위해 일하기보단 뭔가 지킬 것이 있을 때 더 강해질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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