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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年11月19日(金)13:00~11月30日(火)12:59

*스토리 열람 전, 오로라를 바라는 머셔의 발라드(클릭 시 이동)와 너에게 꽃을, 하늘에 마법을(클릭 시 이동)를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앱 상의 BGM과 Live2D를 함께 즐기며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TL - hz

>>전편(1-8)에 이어,

9화 10화 11화 12화 13화 14화 15화 16화

-9화
[ 부엌 ]

리케 : 견과류ナッツ는 여기요?

네로 : 응. 거기 토핑 해줘.

리케 : 알겠습니다. 해보겠습니다.

(걸어오는 소리)

브래들리 : 후아아... 아침 일찍부터 뭐 하는 거냐.

리케 : 아, 브래들리! 아직 먹으면 안 돼요!

브래들리 : 안 먹어. 아직 오븐에 넣기 전이잖냐. 이거 파이냐?

네로 : 그래. 아침은? 빵이랑 계란?

브래들리 : 어.

리케 : 이쪽은 먹을 수 있어요. 저는 맛봤어요. 드셔 보실래요?

브래들리 : 그건?

리케 : 캬라멜리제キャラメリゼ/carameliser라는 걸 한 견과류예요. 이걸 파이에 올려서 구울 거예요.

브래들리 : 아침부터 그런 더럽게 단 걸 먹을 수 있겠냐.

리케 : 저는 먹었어요.

브래들리 : 볼더 섬에 들고 갈 거야?

리케 : 네.

네로 : 성에서 파티가 있다니까, 그쪽에서 훨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리케가 만들고 싶다 하니까.

리케 : 네로의 과자가 분명 더 맛있을 거예요.
하지만, 맛있는 과자를 만난다면, 같은 걸 네로도 만들어 주세요.

네로 : 아하하. 마음에 드실 지 모르겠습니다.お眼鏡にかないますかね
자, 브래드. 가져가서 먹어.

브래들리 : 어.

리케 : 브래들리는 항상, 달걀을 두 개, 탈 정도로 구운 걸 드시네요.

브래들리 : 잘 보고 있네. 먹을래?

리케 : 괜찮아요. 얼마 전, 같은 걸 네로에게 만들어 달라했어요. 당신이 매일 먹고 있으니까.

브래들리 : 흰자가 파삭파삭カリカリ해서 맛있다고.

리케 : 오믈렛이 더 맛있어요.

브래들리 : 그러냐.

리케 : 파이가 바삭바삭해서 맛있을 것 같아요. 브래들리는 파이 좋아하나요?

네로 : 너あんた, 별로 과자는 안 먹잖아.

브래들리 : 그렇지. 그건 맛있었어. 고기 조각이 들어있던 파이.

네로 : 미트 파이?

브래들리 : 아니, 아냐. 뭐더라. 최고로 맛있었는데.

네로 : 그런 건, 줄 때 말하라고...

브래들리 : 네가 과자 만드는 걸 좋아할 줄이야. 여기 와서 종종 만들고 있네.

네로 : 그런 건 아니지만...

브래들리 : 숨기지 않아도 돼. 쪼꼬맹이 마법사들은 기뻐하잖냐.

네로 : 그럼 좋겠지만.

브래들리 : 우리는 혈기 왕성한 새끼들 뿐이었으니까...

네로 : 어이, 너이새끼. 리케 있다고.

브래들리 : 평소에는 네가 먼저 말하는 주제에. 이 녀석 앞이라면 괜찮아. 못 알아들어.
그렇지? 중앙의 쪼꼬맹이.

리케 : 작지 않아요. 리케예요.

네로 : 너, 옛날부터, 어린애들 얕보는 버릇 있었지.

브래들리 : 그래?

네로 : 배려심 넘치는 주제에, 내가 어렸을 때, 나한테 술 따라주면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비밀 얘기했잖아. 괜히 들리니까, 조마조마했었다고.

브래들리 : 그야 믿으니까잖냐. 너를.

네로 : 또...

리케 : 네로는 어렸을 때, 브래들리랑 만난 적이 있나요?

브래들리, 네로 : ...

네로 : 아니... 없어.

브래들리 : 만약의 이야기지.

리케 : 그런가요.

네로 : 리케, 몇 개 됐어?

리케 : 아 음... 1, 2, 3... 12개 됐어요. 조금 남았어요.

네로 : 그럼, 오븐 데우고 올게. 고마워, 도와줘서.

리케 : 아뇨!

브래들리 : 나쁜 남자네.

네로 : 너 때문이잖아, 바보 자식아.

리케 : 네로. 바보 자식은 나쁜 말이에요. 조심해서 말하는 게 좋아요.

네로 : 아... 네. 미안.

브래들리 : 아하하! 네로를 사과하게 만들다니, 깡이 세네. 나중에, 내 부하로 해주지.

리케 : 브래들리는 도적이잖아요. 도적의 부하는 되지 않아요.

브래들리 : 아깝네. 키우는 보람이 있을 텐데.

리케 : 부하와 제자는 어떻게 다른 건가요? 같은 건가요?

브래들리 : 같지 않지... 적어도, 나님한테 있어서는 달라.

네로 : 왜, 그런 걸 물어봐?

리케 : 잘, 모르겠어서. 아서 님은 오즈의 제자라고 말했어요. 카인은 아서 님의 가신家臣이라고.
가신과 제자도 다른 건가요?

네로 : 다른 거 아닐까, 아마.

리케 :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건, 알겠지만, 그게 어떻게 다른 지 모르겠어요.
시노는 히스클리프의 종자라고, 몇 번이고 알려줬어요. 무척이나 멋진 일처럼.
종자는 제자와 다른가요?

브래들리 : 뭐, 다르지 않냐?

리케 : 교단에 있던 신도들은, 제 제자 같은 거였을까요?

브래들리 : 그렇겠지. 너는 그 녀석들을 어떻게 생각하는데?

리케 : 올바른 길로, 이끌어, 세상의 타락에서 구원하고 싶다 생각했어요.

브래들리 : 네가 죽은 뒤, 그 녀석들이 살아있으면 됐다 생각했냐?

리케 : ... 잘, 모르겠어요...
제가 죽는 건,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브래들리 : 너는 아직 어리니까.

리케 : 어리지 않아요.

브래들리 : 나한테 있어서는, 부하랑 제자는 전혀 달라. 부하는 날 따르는 놈들을 통제하고, 살리고, 지키는 거야.
강한 무리가 되기 위해, 훌륭한 손발이 되는 걸 가르치지.
하지만, 제자한테는 두목이 되는 걸 가르쳐. 자신의 생애를 넘겨도 될 녀석만, 제자로 인정할 테고.

리케 : 자신의 생애를 넘겨...?

브래들리 : 그래.

네로 : ...

브래들리 : 나는 대가족에서 태어났어. 마법사였던 아버지가, 마법사였던 자식을 원해서...
내가 태어날 때까지, 손에 닿는 대로, 여자 배를 불려서, 계속 낳게 했지.

리케 : ...? 그건 무슨 의미인가요?

네로 : 브래드.

브래들리 : 천한 짓을 품위 있게 전해봤자 쓸모없잖냐.

네로 : 리케는 과자를 많이 먹는 것도, 부패랑 타락이라고 생각한다고. 좀 봐줘라.

브래들리 : 내 부모한테 있어서 애는 부하였어. 강한 애를 원해서, 마법사가 태어날 때까지, 애를 만들었지.
이건 어때. 이해되냐?

리케 : ...아마도요. 브래들리는 강한 부하였군요.

브래들리 : 그래. 형제들은 인간이었으니까, 북쪽의 나라에서는, 쉽사리 죽어갔지.
형제들이 죽은 뒤, 주인이 없어지는 걸 보고, 어렴풋한 쓸쓸함은 느꼈지만...
금방 잊어버렸어. 북쪽의 나라에서는, 살아가기 바빴으니까.
마법사였던 나도, 아버지가 더럽게 부려먹어 댔지. 별로 원망하진 않아. 그런 거야.
마법사는 오랜 시간을 살아. 어린애를 낳아도, 애 쪽이 먼저 죽어. 그렇게 되면, 인간에 대한 집착은 없어지게 되는 거지.
집착할 수 없게 되면, 세계와의 연결고리도 옅어져 버리고.
그래서, 이 세계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서, 이 세계 어디에도 연결고리가 없이 모순과 허탈함을 느끼는 거야.

네로 : ...

리케 : ...외톨이라는 의미인가요?

브래들리 : 조금 다르지. 혼자래도 목숨을 불살아 살아갈 수 있어. 그렇게 불사른 목숨을...
내줄 상대가 없는, 불모不毛야.

리케 : 불모...

브래들리 : 가치가 없단 거야. 아마, 가치 같은 건 없어져도 돼. 살아있는 거에.

네로 : ...

브래들리 : 하지만, 때때로, 아쉬워지지. 모처럼 나님이 몸에 익힌 기술도, 지혜도, 경험도, 없어져버리는 게 아닐까 하고.
차가운 돌이 되고 나면, 그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 그래도 돼. 그래도 되지만...
만약, 자신의 생애를 내줘서, 살아가는 방식을 이어갈 상대가 있다면, 뭔가가 채워질 것 같은 기분도 들어.
그런, 이상한 꿈이야.

리케 : 자신의 생애를 넘겨준다... 그러면, 세상과 이어지는 건가요?

브래들리 : 그렇단 보증은 없어. 그냥 몽상이지. 그래도, 몽상이라는 건, 즐거운 거잖냐.

네로 : ...즐거워?

브래들리 : 즐거웠어. 나는 이렇게 실패했지만, 이 녀석한테는, 이렇게 가르쳐줘야지 라든가.
이 녀석이 자라면, 같이 이런 싸움방식을 해볼 수 있다든가, 이것저것 궁리해보고 말이야.

네로 : ...

브래들리 : 그런 표정 하지 말라고. 알고 있어.
그냥 꿈이야. 이제 깼고.

네로 : 브래드...

리케 : 브래들리는 제자가 있었나요?

브래들리 : 아니, 없었어. 그래서, 지금 이야기도 그냥 생각해본 거야.

리케 : 뭐야... 하지만, 도움이 됐어요.
저도 인생의 끝에는, 살아가는 방식을 이어 줄 제자를 찾고 싶어요.
죽는 걸 생각하면, 좀... 아뇨, 꽤, 무서우니까.
이 세계에서 사라질 때, 조용한 어둠의 저 아래로 떨어질 때, 손을 뻗어...
제 조각을, 받아줄 사람이 있다면.

네로 : ...
...그런 거, 죽어가는 놈만 좋은 거잖아.

리케 : 네로? 무슨 말하셨나요?

네로 : 아냐... 계란 가져올게. 먹고 있어.

리케 : 네로!

브래들리 : 쫓지 마. 냅 둬.

리케 : ...하지만...

브래들리 : 저런 건, 쫓아가 봤자 잡을 수도 없어.
유성을 잡을 수 없듯이 말이야.

 


▲TOP

-10화
[피가로의 방]

피가로 : 미안한걸. 짐 싸는 걸 도와달라 해서.

레녹스 : 아뇨...

피가로 : 모처럼 볼더 섬에 가는 거라면, 바자르에서 물건 좀 사고 싶어서.
물물교환이 아니면, 응해주지 않는 것도 있으니까... 아, 그건 두고 가자. 레노...

레녹스 : ...

피가로 : 멍 때리고 있네.

레녹스 : 아, 죄송합니다.

피가로 : 됐어. 딴생각하다니 별일이네. 잊지 못할 만한 거라도 봤어?

레녹스 : ... 브래들리의 알몸을 보고...

피가로 : ...응? 브래들리의 알몸?

레녹스 : 알몸이라 해도, 전부 벗은 건 아니지만, 그는 몸이, 상처투성이었습니다.
상처 자국은 마법으로 없앨 수 있잖아요. 피가로 선생님 정도의 명의가 아니더라도, 북쪽의 마법사라면.

피가로 : 뭐, 잘하는 사람과 잘 못하는 사람은 있겠지만, 대체로, 그렇겠지.
브래들리는 동료들 치료도 해줬을 것 같으니까, 할 수 있지 않을까.

레녹스 : 그렇죠... 그래서, 신기해서 물어봤어요. 왜 없애지 않는 거냐고.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피가로 : 아하하. 무서운 걸. 상처를 만든 상대에게, 가차 없이 복수를 해버리려고 그러나.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이, 무서워하실 이유가 없잖아요. 복수당할 만한 짓을 하셨나요?

피가로 : 안 했다고는 할 수 없는 걸. 뭐, 됐어. 계속 얘기해봐.

레녹스 : ... ...여태껏, 생각한 적 없었는데...
파우스트 님은, 화형에 당하셨을 때의 상처 자국을, 없애시지 않으신 건 아닌지.

피가로 : ...

레녹스 : 피가로 님은 재회하고 나서, 파우스트 님의 다리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피가로 : 있어.

레녹스 : 그...
... 어땠나요...?

피가로 : 거짓말이야. 본 적 없어.

레녹스 : ...

피가로 : 잠깐! 여행가방 부시지 마! 이거 마음에 든 거란 말이야!

레녹스 : ...부시지 않아요.

피가로 : 지금, 다 보고 있었는데.見知っていたよ

레녹스 : 진지하게 들어주실래요?

피가로 : 알겠어. 미안. 사실은 나도 긴장하고 있었어.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놀리고 싶어져서.

레녹스 : 왜, 긴장하면 장난치시는 건가요?

피가로 : 장수의 지혜 아니면, 나쁜 버릇이야. 계속해.

레녹스 : ...저는 파우스트 님과, 재회하는 것만을 바라 왔습니다.
지킬 수 없었어, 그분이 행복하게 계신지, 이 한눈에, 담을 수만 있었다면 충분했습니다.
어떤 생활을 하고 계셔도, 뒤에서 지켜볼 수만 있다면, 그걸로 만족했습니다.
영웅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도, 옛날의 뜻을 되찾았으면 좋겠다는 것도,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하지만...

피가로 : 하지만?

레녹스 : ...처음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로 싫다 생각했습니다. 저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의 발에, 그날의 상처가, 만약, 그대로 남아있다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리 지르고 싶어 집니다.
절대로 싫습니다. 참을 수가 없습니다.

피가로 : 마음은 알겠지만, 넌 겉모습으로 좋고 나쁨을 가르거나, 차별할 사람이 아니잖아.

레녹스 : ...그렇죠. 다른 이유로 생긴 상처라면, 어떤 거든, 상관 없습니다만.
화형의 상처만큼은 아무리 생각해도...

피가로 : ...

레녹스 : 저도 저를 모르겠습니다. ..왜, 이렇게, 머리에 피가 쏠리는 걸까요.

피가로 : 나는 알았어.

레녹스 : ...제 마음을 읽으신 건가요?

피가로 : 실례되는 소리 하네. 읽거나 하지 않아. 네 분노의 이유를 알 수 있는 것도, 장수의 지혜나, 나쁜 버릇이야.

레녹스 : 알려주세요.

피가로 : 싫어. 너는 화낼 거고, 상처 받을 거야. 그래도, 안타까우니까, 위로해줄게.

레녹스 : ...

피가로 : 착하지 착해... 착한 아이야. 너무 생각해서, 병날 것 같으면, 기억을 없애줄게.

레녹스 : ...아뇨. 괜찮습니다.

피가로 : 그래... 뭐, 이해해.
잊어버리면 되는 일에 한해서는, 잊어버리는 것도 무서운 법이니까.

레녹스 : ...

피가로 : ...나도, 그 유성군의 밤이 잊히질 않아.
별이 내리는 밤마다 떠올라.


[라스티카의 방]

클로에 : 라스티카... 라스티카, 일어나.

라스티카 : 으응...
...후아아... 안녕, 클로에.

클로에 : 안녕. 오늘은 볼더 섬에 가는 날이야.
짐은 다 쌌지만, 어제, 시노와 히스랑 얘기한 거, 기억해?

라스티카 : 뭐였더라... 음...
현자님을 깜짝 놀라게 할 선물!

클로에 : 맞아!
선물을 연습하러 가야지. 분명, 시노랑 히스는, 벌써 와있을 거야.

라스티카 : 그럼, 눈을 떠야겠네. 안녕, 클로에. 안녕.

클로에 : 아까도 말했어. 안녕, 라스티카.

라스티카 : 내게 잔뜩, 안녕이라 해줄래? 아직도 밤인 눈꺼풀이, 아침이 되도록.

클로에 : 아하하, 좋아! 안녕, 라스티카. 안녕.
안녕...

라스티카 : 클로에?

클로에 : ...오늘 밤, 같이, 유성군 볼 수 있어?

라스티카 : 클로에가 바란다면.

클로에 : 그럼, 같이 보자. 그리고, 그리고 말이지...
나, 그때, 라스티카에게 어떤 질문을 할테니까, 대답해줄래...?

라스티카 : 좋아. 어떤 질문이라니 뭘까?

클로에 : ...
그때, 말할게.

라스티카 : 알겠어. 기대되는 걸. 유성의 밤도, 클로에의 질문도.

클로에 : 라스티카...

라스티카 : 왜?

클로에 : 그 숨겨진 방에서, 날 데리고 나와줘서 고마워.
나를 찾아줘서 고마워.

라스티카 : ...

클로에 : 에헤헤... 어쩐지, 말하고 싶어 져서. 전에도 말한 것 같지만...

라스티카 : 클로에...

클로에 : 에헤헤...
...자! 빨리 준비해야지. 세수하고, 머리 정리하고, 단추 잠그고...
할 일이 가득이야! 서둘러, 서둘러!


[현자의 방]

아키라 : 볼더 섬, 기대되네. 성주인 디아누 씨, 어떤 분일까?
서쪽의 사람이니까, 활기찬 분이려나? 회의도 잘, 정리되면 좋겠는데.
내, 현자의 힘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면, 좀 더, 모두에게 도움이 될 거야.
아.. 낮에는 출발한다 했으니까, 서둘러 준비해야지.

(똑똑)

아키라 : 네!

아서 : 현자님. 잠시 괜찮으실까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

아키라 : 아서. 좋아요. 지금 문 열게요!


[복도]

-문을 열자, 거기에 있는 건, 볼에 거즈를 대고 있는 아서였다.


아키라 : 어떻게 된 거예요!? 그 얼굴...

아서 : 그 건으로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걸어오는 소리)

카인 : 어라? 아서 목소리? 아키라를 보러 왔는데.


-시선을 헤매며, 카인도 왔다.
카인은 <위대한 재앙>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닿기 전까지,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그걸 알고 있는 아서는, 언제나, 바로 다가가, 직접, 카인에게 닿았다.
하지만, 오늘은, 곤란하다는 듯, 눈썹을 찡그린 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바로, 그 이유를 알아챈다.


아키라 : (카인에게 상처를 보이고 싶지 않은 건가. 카인이 걱정할 테니까...)
(하지만, 아서는, 간단한 치유 마법이라면 할 수 있을 텐데. 왜 치료하지 않는 거지..?)

아서 : 카인, 안녕. 현자님은 내가 데리고 갈 테니까, 괜찮아.

카인 : 그래? 그럼, 인사만이라도 하게 해 줘.


-카인은 망설임 없이, 오른손을 내밀었다. 아서가 웃으며, 그 손을 잡고, 안녕이라고 말할 거란 걸 의심하지 않는 행동이었다.


아서 : ...


-아서는 눈썹을 내리며, 카인의 손을 잡을지, 어떡할지, 한동안 고민하고 있었다.


▲TOP




-11화
[복도]

카인 : 아서? 아키라...?


-카인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진다. 이름을 불렀으니, 대답해야 하지만, 나도 망설이고 만다.


아키라 : (내가 대답하면, 아서에 대해 설명하지 않으면 이상하니까... 하지만...)


-망설이는 나보다, 카인의 판단이 빨랐다.


카인 : ...피 냄새...


-카인은 왼손을 뻗어, 아서의 어깨를 잡았다. 그대로 아서를 뒤로 물리고, 오른손을 검자루에 얹는다.


아서 : ...읏.

카인 : 아키라! 무사해!?


-카인의 너무도 빠른 움직임에 놀라, 재빨리, 말이 나왔다. 그러자, 그가 전광석화로 검을 뽑는다.


아키라 : ...!


-눈앞에 검을 한 번 휘두르자, 나도 모르게, 쓰러질 뻔했다.


아키라 : 여..., 여기 있어요! 움직이지 마세요. 등에 닿을 테니까.

아서 : 미안, 카인! 내 대답이 늦어서, 걱정하게 만들었네... 현자님도 죄송합니다.


-내가 등에 닿자, 아서를 옆으로 안으며, 카인은 나를 내려다본다.
색이 다른 눈동자가, 부드럽게 곡선을 그린다.


카인 : 아, 아키라. 다행이다... 무서운 아침 인사가 돼 버려서 미안. 아서가 다친 게 아닐까 해서...


-카인은 검을 넣으면서, 아서의 얼굴을 살짝 본다.
그러자 곧장, 깜짝 놀라며 들여다본다. 위태롭게 눈썹을 찡그리며,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카인 : ... 그 얼굴은 어떻게 된 거야? 설마, 왕궁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아서 : 아니, 마법관에서... 현자님께 지금부터 상담하려던 참이었어.


-기억을 더듬듯, 볼을 만지며, 아서는 말하기 시작했다.


아서 : 실은, 어젯밤...


[현자의 방]

아키라 : 미스라가 오즈에게 선전포고...!?

아서 : 그렇습니다.

카인 : 미스라들이 오즈에게 싸움을 거는 건, 지금까지 종종 있었지만... 아서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하진 않았어.


-카인은 아서의 볼을 보며, 괴롭다는 듯, 입가를 가렸다.


카인 : 오즈는 화낼 거야, 이거... 지금까지는 미스라들을 적당히 상대했지만... 진심으로 상대하는 거 아냐?
나라도, 화가 나. 북쪽의 마법의 긍지에 뭐라 할 생각은 없지만, 아서를 끌어들일 필요는 없었을 거야.

아서 : 미스라는 오즈 님을 화내게 만들려고, 한 행동이라 생각되지만... 나를 얕보지 말라 했어.

카인 : 왜... 상대를 바보 취급하는 말, 당신あんた은 하지 않잖아?

아서 : 그 반대야. 미스라에게 동경하고 있다고 말했어. 도중까지는 기분 좋게 대화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뭐가 계기였던 걸까.


[루틸의 방]

루틸 : 미틸. 이건 가져갈 거야?

미틸 : 가져갈게요! 그리고, 이것도... 아...!

미스라 : 저기요, 사람 발에 걸려 넘어지지 말아 주세요.

미틸 : 방의 정 가운데에서 누워있으면, 민폐인데요! 미스라 씨, 준비는 하셨나요?

미스라 : 준비 같은 거 필요 없는데요. 필요한 게 있으면, 현지에서 조달하면 되는 거고.

미틸 : 돈, 가지고 가세요! 멋대로 뺏으면 안 돼요!

미스라 : 그건 요즘 룰이잖아요?

미틸 : 요즘 아니에요! 제가 태어났을 때부터 이랬어요!

미스라 : 저한테 있어서는 요즘이에요. 루틸, 당신, 다른 사람들이랑 사이좋죠?

루틸 : 마법관의 다른 사람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사이좋게 지내주셔요.

미스라 : 아서한테 뭔가 못 들었나요? 오즈랑 무슨 약속을 했다든가.

루틸 : 글쎄요... 오즈 님과 아서 님도 약속을 하셨나요? 저희들처럼?

미스라 : 그렇지 않으면, 그 오즈가 감쌀 리가 없죠.
저도 치렛타와 약속하지 않았으면, 당신네들이랑 상관하지 않을 테니까요.

루틸, 미틸 : ...

루틸 : 헤에, 그런가요.

미틸 : 미스라 씨 간식, 같이 가져갈라 했는데, 역시 관둘래요.

미스라 : 같이 가져가 주면 좋잖아요. 안 가져갈 거면, 지금 먹을게요. 내놔요.

미틸 : 안 돼요!

미스라 : 당신들은, 오즈가 물어본 적 없나요? 미스라의 약점이냐라든가.

루틸 : 저희는 미스라 씨의 약점인가요?

미스라 : 그렇죠. 저를 죽이고 싶으면, 당신네 형제를 죽이면 되잖아요. 제가 마법을 쓸 수 없게 되니까요.

미틸 : 그럼... 미스라 씨가 어머니께 저희들을 지키겠다고, 약속한 게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미스라 씨를 쓰러트리려고 하는, 강한 마법사들이, 저희들을 죽이러 온다는 건가요?

미스라 : 네.

미틸 : ... 그럴 수가... 절대로 들키지 않게 해야지...

미스라 : 아, 동생 쪽은 드디어, 심각성을 알아챈 것 같네요. 그래요. 진지하게 조심해주세요.

루틸 : 하지만, 그건, 북쪽의 나라에 있는 강한 마법사들 아닌가요? 오즈 님은 관계없는 거 아닌가요?

미스라 : 형 쪽은 여전히 태평하네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오즈는 저를 죽이고 싶은 게 틀림없으니까요.
밤동안은 제가 강해서, 오즈를 언제든, 해치울 수 있으니까요. 싫고, 싫어서, 참을 수 없을 거라고요.
제가 오즈라면, 약속 내용을 안 순간, 아, 루틸이랑 미틸, 해치워버려야지 생각할 거예요.

미틸 : 형님... 무서워요...

루틸 : 괜찮아, 미틸. 정말이지, 미스라 씨. 미틸을 겁주지 마세요.

미스라 : 플로렌스 형제에서 태평하신 분, 좀 더 진지하게 임해주지 않을래요?

루틸 : 하지만, 오즈 님은 저희들에게도, 리케에게도 다정하시고, 미스라 씨도, 오즈 님을 습격하거나 하지 않으시잖아요.

미스라 : ...

루틸 : 왜, 그렇게, 짓궂은 이야기만 하시는 거세요?

미스라 : 짓궂다든가 그런 게 아니에요. 당연한 얘기라고요. 이해를 못 하네, 정말...
밤 동안에 오즈를 습격하지 않는 건, 마법을 쓰지 못하는 오즈를 쓰러트려봤자 의미가 없으니까라고요.

루틸 : 의미가 없다는 건요? 모처럼, 오즈 님을 쓰러트렸는데, 가슴 펴고 당당히 있을 수 없다는 의미인가요?

미스라 : 뭐, 그런...

루틸 : 그럼, 오즈 님도 마찬가지일지 몰라요. 저희들을 쓰러트리고, 미스라 씨를 쓰러트려도, 자랑스럽지 못할 테니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실지도.

미스라 : ...

루틸 : 미스라 씨와 같은 걸, 누군가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 마음을 믿을 수 있다면...
약속하지 않아도, 누군가를 속박하지 않더라도, 안심하고,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미스라 : ...제가 불안하다는 건가요?

루틸 : 약점인지 아닌지 신경 쓰이시죠? 아... 아하하, 봐, 미틸. 양말에 구멍이 났어.

미틸 : 양말에 구멍은, 어찌 돼도 상관없어요! 미스라 씨, 무슨 일 있으면, 저희들을 지켜주실 거죠...?
강하고, 무서운 마법사가, 저희들을 공격해오면, 미스라 씨가 해치워주실 거죠?

미스라 : ...
당연하죠. 맡겨주세요.

미틸 : ..., 다행이다...

미스라 : 후후.

루틸 : 잘 됐네, 미틸.

미스라 : ...잘 됐네가 아니라고요. 당신도 이런 표정 지으면 좋은데. 언제나, 말대답이나 하고.

루틸 : 이런 표정이요?

미스라 : ... 뭐지...
뭐지. 잘 말로 표현 못하겠는데요.
당신, 조금 차갑네요.

루틸 : ...


[현자의 방]

-볼의 상처를 쓰다듬으며, 아서는 결심했다는 듯한 눈동자를 했다.


아서 : ...미스라는 상처를 없애지 말라고 했어. 자기에게 당했다고 오즈님께 전해달라며.

카인 : 응... 역시, 오즈를 화나게 할 생각이네.

아서 : 내게 고의로 상처를 입힌 자에게, 오즈 님은 화를 내실까?

카인 : 그야 물론이지. 당신을, 아끼고 있잖아. 소중히 여길 거야.


-아서는 부끄럽다는 듯이 웃으며, 자신을 탓하듯, 입술을 다물고 있다.


아서 : ...나는, 오즈 님의 약점으로, 취급되고 있는 걸까.


-나는 카인과 눈을 맞췄다. 미스라가 오즈와 아서의 강한 인연에, 얼마나 눈치채고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서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해서 확인받는 건 싫겠지.
오즈에게 민폐를 끼치는 게 된다.


카인 : 미스라는 오즈를 쓰러트리기 위해, 진심으로 아서를 인질로 할 만한 녀석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오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애당초, 오즈는 미스라를 경계하고 있었어.
최악의 경우, 볼더 섬이 미스라의 무덤이 될지도 모르겠는걸.

아서 : 오즈 님은 온화하신 분이야. 방어하기 위해 싸우는 일은 있겠지만, 미스라를 직접 먼저 공격하시지는 않으시겠지.


-딱 잘라 아서는 말했다. 군주를 생각하는 기사인 카인은, 그렇네, 하고 웃으면서 끄덕일 줄 알았다.
하지만, 카인은 신중한 눈짓으로, 정찰하듯 아서를 바라봤다.
망설이면서, 천천히 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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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현자의 방]

카인 : 당신에게 말해야 할지 망설이긴 했는데...

아서 : 뭔데?

카인 : ...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오즈는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온건한 남자가 아니야. 상황에 따라서는, 미스라를 돌로 만들 거야.


-카인의 말에, 나는 등에 쓱 펴졌다. 무의식적으로, 두근두근 심장이 빨라진다.
과거에 마주한 무시무시한 체험을, 머리보다 몸이 빠르게, 떠올리고 있았다.
숨을 쉬는 것마저, 무서울 정도의 긴장 속, 격분한 오즈가, 동료 마법사를 죽이려고 한 것을.


아서 : ...


-그에게 주워져, 자란 아서는, 오즈의 선량함을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카인의 말에도 뭔가 대답하고 싶어 보였지만, 참는 듯 입술을 다물고, 똑바로, 카인을 쳐다봤다.


아서 :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네 의견을 들어보자.

카인 : 오즈가 현자의 마법사를, 돌로 만들려고 한 걸 봤으니까야. 말리지 않았으면, 분명 죽었을 거야.

아서 : ...오즈 님이 그런 짓을... 뭔가 원인이 있었던 게 아닐까? 아무 이유 없는데, 직접, 공격을 하려고 하셨던 건가?

카인 : .... 원인이 있냐 하면, 있었지만...


-말끝을 흐리는 카인에, 아서는 안심했다는 듯 표정을 풀었다.


아서 : 봐. 누구나 자신을 공격하려 하면, 반격하잖아. 그런 거야.

카인 : 잠깐만. 아직 얘기를 끝내지 말아 줘.


-어린아이에게 기다리라고 하는 듯, 카인은 양손을 가볍게 들었다. 아서는 시원스러운 표정으로 끄덕인다.


아서 : 기다리고 있어.

카인 : 당신을 키워준 부모를 나쁘게 말하고 싶지 않고, 나도, 오즈는 보기만 무서워서 그렇지,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했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하지만... 조심해. 부탁이니까.

아서 : 알겠어. 하지만, 조심이라고 하면, 나도 카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카인 : 뭔데?

아서 : 오웬 말이야.


-이번에는 아서의 표정이 굳어지고, 카인이 가볍게 눈썹을 올렸다.


카인 : 그 녀석이 뭐라 했어?

아서 : 오웬은 카인의 눈을 빼앗은 상대야. 하지만, 현자의 마법사 중 한 명이기도 하고, 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공적도 세웠어.
빼앗긴 눈도 그렇고, 자신의 힘으로 오웬에게서 되찾고 싶다는, 카인의 의지도 존중하고 싶어.
너라면 분명 해낼 거야. 그러니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어.

카인 : 하하, 고마워.


-싱긋 웃는 카인에게 못을 박듯, 아서는 진지하게 바라봤다.


아서 : 하지만, 오비시우스의 사건 같은 일이 있다면, 카인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어.
오웬이 기르는 케로베로스에게 습격당해, 자칫 조금만 더 심했으면, 카인은 죽을 뻔했어.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면, 대책을 세워둬야만...


-아서의 심각한 표정과는 반대되게, 카인은 눈썹을 내리고, 미소 지었다.


카인 : 괜찮아. 그 녀석은 뭐랄까... 조금씩,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졌어.

아서 : 어떤 식으로?

카인 : 말로 설명하는 건 어렵네. 하지만, 괜찮아. 당신을 걱정하게 하지 않아.

아서, 카인 : ...

아서 : ... 알겠어, 믿을게.

카인 : 이쪽이 할 말이지. ...조심해줘. 부탁이니까.

아서 : 응.

카인 : 믿고 있으니까.


-서로에게 못을 박아가며, 아서와 카인은 팟 시선을 떨어트렸다.
그들은 친구처럼 사이가 좋다. 하지만, 서로의 자립심을 존중하며, 의외로 깊게 개입하지는 않았다.
개입했다 해도, 상대의 의지나 신념에 맡기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러고 있는 사이, 볼더 섬에 출발할 시간이 찾아왔다.
이것저것 얘기해보았지만, 이거다 할 좋은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아서 : ...상처는 없애두는 편이 나으려나요?

카인 : 아니, 화난 미스라가, 오즈의 눈앞에서 다시 만들 가능성도 있어. 그러면, 대참사야.
아서도, 두 번 다시 아픈 경험을 하고 싶지는 않잖아.

아서 : 그렇네... 어설픈 짓은 하지 말자.

카인 : 나로서는, 빨리 치료했으면 좋겠지만. 눈에 보일 때마다, 쓴 커피를 마시는 것 같은 기분이야.

아서 : 왜?

카인 : 왜냐니? 정말이지, 심한 말인걸.
나는 그 상처가 생긴 걸, 당신에게 혼나고 싶을 정돈데.


-팔짱을 끼며, 카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서의 볼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카인 : 당신의 몸에 생긴 상처는, 내가 제대로 일하지 않았다는 증거야. 그러니까 볼 때마다, 충격을 받아.

아서 : 카인의 잘못이 아냐.

카인 : 나는 내 잘못으로 하고 싶어. 당신이 마력이 강하다 해도, 내가 기사단장의 훈장을 박탈당했더라도.


-아서는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활짝 밝게 웃었다. 나를 보며, 자랑스럽다는 듯 말한다.


아서 : 현자님, 들으셨나요? 카인은 정말, 기사 중의 기사입니다. 반하겠는걸. 멋있어!


-나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망설이다, 카인을 돌아봤다. 나와 눈이 맞자, 카인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한쪽 팔로 가슴쪽을 누르며, 그 자리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과장될 정도로, 크게 인사한다.
창문에서 들어오는 아침 햇빛이, 기사로서의 예의를 갖추는 카인을, 그림처럼 비춘다.


카인 : 제 분수에 넘치는 찬사에, 이 몸을 바쳐 답하겠습니다. 나의 주군.


-아서는 미소 지으며 오른손을 건넸다. 카인이 그 손을 쥐고, 자신의 턱에 댄다.
소꿉놀이처럼 시작된 그건, 어느샌가, 신성한 의식처럼 보였다.
충의가 두터운 기사를 내려다보는 소년은, 어딘가 초연하면서도, 왕자의 풍격이 있었다.


아서 : 너라면 세상을 바꿀 수 있어.
함께 하자.

카인 :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달의 저편까지라도.


[중정]

클로에 : ...좋아! 그럼, 최종 리허설, 해볼까!

히스클리프 : 알겠어.

시노 : 해도 좋아.

라스티카 : 나도 괜찮아.

클로에 : 시작하겠습니다! 둘셋...
그럼, 거리에 나가 있는 블랑셰 씨를 연결해보겠습니다! 블랑셰 씨~!

히스클리프 : 네! 거리에 나와있는 블랑셰입니다. 그럼 바로 마을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보죠.
잠시 괜찮으실까요?

시노 : 네.

히스클리프 : 요즘 어떠신가요?

시노 : 좋습니다.

히스클리프 : 그쪽에 계신 분은 어떠신가요?

라스티카 : 좋습니다.

히스클리프 : 이상입니다! 스튜디오의 콜린스 씨께 돌리겠습니다!

클로에 : 네! 블랑셰 씨, 감사합니다!

히스클리프 : 별말씀을요.

클로에 : 거리의 사람들도 감사합니다!

시노, 라스티카 : 별말씀을요.

클로에 : 고양이는 꽃가루에 조심하시고요! 하루 종일, 긴팔을 추천드립니다~! 그럼 내일, 열사병~!

시노, 히스클리프, 라스티카 : 내일 봐요~!

클로에 : 아싸ㅡ! 다됐다!

히스클리프 : 전부 다 됐네!

시노 : 현자도 분명 기뻐하겠지. 그 녀석이 보고 싶어 했던 정보 버라이어티를 연기해주는 거니까.

라스티카 : 볼더 섬에서의 파티 여흥으로, 현자님께서도 즐겨주시면 좋겠네요.

클로에 : 응! 그때까지는, 모두에게 비밀...

오즈 : ...

클로에 : ...! 오즈 님...!

시노 : 방금 거 봤어?

오즈 : ... 방금 봤다는 건...

히스클리프 : 그, 상황극이라고 할지...

오즈 : ... 열사병...

히스클리프 : 마, 맞아요. 그거예요.

클로에 : 현자님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오즈 : ...알겠다. 입 밖으로는 하지 않겠다.

클로에, 히스클리프 : 감사합니다!

오즈 : 연극을 하고 있는 건가.

클로에 : 아뇨, 버라이어티예요.

오즈 : 버라이어티...

클로에 : 그래. 오즈 님도 버라이어티에, 출연하시는 건 어떨까?

히스클리프 : 에!? 지금부터!?

클로에 : 오즈 님, 버라이어티에 나올 수 있을까.

시노 : 일단은, 해보자. 오즈. 나랑 라스티카를 따라 해 줘. 클로에, 처음부터.

클로에 : 알겠어!

오즈 : ...뭐...?

클로에 : 그럼, 거리에 나가 있는 블랑셰 씨를 연결해보겠습니다! 블랑셰 씨~!

히스클리프 : 네! 거리에 나와있는 블랑셰입니다. 그럼 바로 마을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보죠.
잠시 괜찮으실까요?

시노 : 네.

히스클리프 : 요즘 어떠신가요?

시노 : 좋습니다.

히스클리프 : 그쪽에 계신 분은 어떠신가요?

라스티카 : 좋습니다.

히스클리프 : 그쪽에 계신 분은 어떠신가요?

오즈 : ...
좋습니다.

히스클리프 : 이상입니다! 스튜디오의 콜린스 씨께 돌리겠습니다!

클로에 : 네! 블랑셰 씨, 감사합니다!

히스클리프 : 별말씀을요.

클로에 : 거리의 사람들도 감사합니다!

시노, 라스티카 : 별말씀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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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중정]

미스라 : 오즈!

오즈 : ...

시노 : 미스라다.

클로에 : 어떡하지, 미스라도 봐버렸어.

라스티카 : 미스라에게도 참가해달라고 하는 건 어떨까?

히스클리프 :  미스라에게 그런 말 못 해! 화나게 만들면 큰일이고...

오즈 : ...걱정하지 마라.

히스클리프 : 오즈 님...

오즈 : 북쪽의 마법사 미스라여.

미스라 : 흥... 빙빙 돌려 말하는 건 하지 말자고요.
오즈. 제가 보낸 선전포고, 받았나요. 오늘이야말로 결착...

오즈 : 버라이어티에 나와라.

미스라 : 버?

오즈 : 버라이어티.

미스라 : 버라이어티?

오즈 : 그래.

미스라 : 버라이어티라니 뭔가요?

오즈 : 현자가 기뻐할 만한 것이다. 너는 평소에, 현자에게 많이 신세를 지고 있지 않나.

미스라 : 제가 신세를 받아주고 있는 건데요. 현자님이 기뻐하는 건 뭔가요?

클로에 : 저, 저기, 현자님이 원래 세계에 있었을 때 본, 재밌는 거래.

히스클리프 : 정확하게는, 정보 버라이어티라고... 맛집 투어 같은 것도 있대.

미스라 : 맛집 투어?

시노 : 맛있는 거 먹고, 맛있다고 하는 거야.

미스라 : ...당연한 거 아닌가요?

시노 : 이쪽의 세계에서는 당연한 것들이, 그쪽에서는 보기 드문 일인가 보지.
맛있는 걸 먹고, 맛있다고 말한 기록을, 굳이 굳이 감상했다는 것 같아.

미스라 : 헤에...

오즈 : 해봐라.

미스라 : 뭘요?

오즈 : 버라이어티다.

미스라 : 쉬운 일이죠. 뭔가를 먹고, 맛있다고 말하면 되나요?

오즈 : 좋습니다,라고 말하면 된다.

미스라 : ...?
그건, 먹을 거에 대해서인가요? 현자님에 대해선가요?

오즈 : ...?

미스라 : ...?

오즈 : ... 좋아...

미스라 : 누가요?

오즈 : ...나?

미스라 : 저요?

시노 : 칫, 뭐 하는 거야. 저 녀석들, 초짜야?

클로에 : 아아아, 대충 설명했더니, 잘 전해지지 않았을지도...

라스티카 : 오즈 님! 스튜디오를 향해, 좋습니다 라고 말하는 거예요.

오즈 : 그렇군.
스튜디오를 향해 말하는 것 같다.

미스라 : 스튜디오를 향한다뇨? 스튜디오는 산인가 뭐 그런 건가요?

오즈 : ...아마도.

미스라 : 맛있는 걸 먹으면서, 스튜디오 산을 향해서, 좋습니다 말하면, 현자님이 기뻐한다...

오즈 : ...

미스라 : 그 사람, 독특하네요.

오즈 :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니까.
...허나...

미스라 : 뭐죠, 힐끗힐끗 보고.

오즈 : 너 같은 짐승 같은 자가 순순히 따르다니.

미스라 : ...

오즈 : 현자의 힘을 믿는 사이, 현자에게 마음을 열게 된 건가.
현자의 공이군.

미스라 : ...웃었나요, 지금.

오즈 : 비웃지는 않는다. 어리석은 것도, 잘못된 일도, 아니겠지.

미스라 : 그럼, 뭔가요?

오즈 : ...

히스클리프 : 아, 현자님이다!

시노 : 아서랑 카인도 같이 있는 건가.

오즈 : ...

미스라 : ...

/

아키라 : 오즈... 미스라...


-집합 장소에 도착한 나는, 오즈와 미스라가 나란히 있는 모습을 보고 긴장했다.
하지만, 다른 마법사와 함께 있어서 인지, 두 사람은 어딘가 화목한 분위기였다.
나와 마찬가지로, 아서도 곤란해하고 있다.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카인이, 우리들의 표정을 보고, 미심쩍게 여긴다.


카인 : ...왜그래? 오즈랑 미스라가 저기 있어?


-내가 대답하기 전에, 히스클리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히스클리프 : 아, 현자님이다!

시노 : 아서랑 카인도 같이 있는 건가.


-히스클리프네의 목소리에, 오즈가 천천히, 이쪽을 돌아본다.


아서 : ...


-재빨리, 아서는 상처를 손으로 감춘다.
오즈와 미스라가 화해했다면, 다툼의 시발점이 될 만한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거겠지.
하지만, 오즈는 순간적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전에, 누군가에게 들은 적이 있다. 강한 마법사는, 마법이 사용된 흔적을, 느낄 수 있다고.


오즈 : ...


-오즈가 미스라를 본다.
그 시선에는, 얼음으로 만든 칼처럼, 날카롭고, 무섭다.
네 짓이냐.
묻지도 않고, 오즈는 마도구인 지팡이를 꺼내, 바로 옆에 있는 미스라를 향한다.
미스라가 입을 연다. 그 입술이, 소리를 내기 전에...
아침 풍경에, 천둥소리가 내리쳤다.

(천둥소리)


미스라 : ....읏!


-천둥소리의 기세는 어마어마해, 미스라를 한 순간에, 마법관까지 날려버렸다.
기세가 넘치는 번개의 빛이, 뱀처럼 중정을 가로질러, 나무줄기를 가르고, 돌을 깬다.
클로에들의 곁에도, 땅을 기어 다니는 뱀처럼 번개가 향했다.


아서 : 위험해...!

시노 : 히스! 내 뒤로!


-히스클리프를, 뒤로 한 시노가 대낫을 한 번 휘둘렀다.
그건 거대한 방패와 같은, 희미한 빛을 띤, 마법진의 원을 만들어, 뱀 같은 번개의 기세를 막아냈다.


시노 : ...읏.


-하지만,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하고, 뱀 같은 번개는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대낫을 휘감아 간다.


히스클리프 : 시노...!

라스티카 : 《アモレスト・ヴィエッセ



-라스티카의 주문이 울려 퍼진다.
그러자, 시노가 만들어놓은 마법진에, 새의 날 개 같은, 빛이 날아 앉았다.
방어하는 힘이 보강됐는지, 뱀과 같은 천둥은, 눈부신 빛을 뿜으며, 흩여져 간다.


아키라 : 다행이다...


-안심할 새도 없이, 나는 긴장에, 볼이 경직됐다.
미스라를 향한 공격 중, 강한 기세에, 흘러나온 것마저, 이 정도의 위력이 있다는 것이다.


아키라 : (미스라는...!?)


-오즈의 번개를, 가까운 거리에서 맞은 미스라는, 마법관의 벽을 부수고, 잔해에 파묻혀 있었다.
날아오른 분진에 사레가 들리면서, 장신을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그의 목덜이에서 볼까지에 걸쳐, 번개 자국 같은, 아파 보이는, 새빨간 선이 보였다.
그것도, 점점 사라져 간다.


미스라 : ... 커, 헉...
하하... 드디어, 당신다워졌네요.

오즈 : 《ヴォクスノク


-오즈는 무시하고, 다시 한번 , 천둥소리를 미스라에게 들이부었다.
귀가 떨어진 것 같은 굉음을 울리며, 배 아래쪽이 절절 거리듯 떨렸다.


아서 : 《パルノクタン・ニクスジオ》!


-아서는 날아온, 불타는 나뭇가지에게서, 마법으로 나를 지켜줬다.
내 어깨를 감싸며, 카인을 향해 말한다.


아서 : 카인. 현자님을 맡겨도 될까!?

카인 : 당신은!?

아서 : 오즈 님을 말리러 갈게.

카인 : 무리야! 가까이 가지 마! 말려들어서 공격당할 거야...!

아서 : 괜찮아! 현자님, 여기서 움직이지 말아 주세요. 카인의 눈 보좌를 부탁드립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아서는, 미스라 쪽으로 향해간다.
내 어깨를 강하게 끌어안으며, 카인이 검을 다시 쥔다.
그의 볼은 긴장에 경직되어 있었다.


카인 : 아키라, 미안! 날아오는 초목은 보이지만, 사람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아.
보조를 부탁해. 질문에 답해줄 수 있어?

아키라 : ㄴ, 네...

카인 : 나 말고, 당신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아키라 : 어... 없어요! 시노나, 라스티카네가 있긴 하지만, 거리가 꽤 있어서...

카인 : 알겠어. 미스라는 잔해 앞, 오즈는 천둥의 중심, 아서가 향하고 있는 곳.
맞지?

아키라 : 네...!

카인 : 알겠어! 미스라는 오즈의 공격을, 받아치고 있어...!?

아키라 : 네! 미스라는...

미스라 : ...읏...!


-미스라는 오즈의 천둥을 맞으며,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방금 전, 날아간 걸로, 짜증이 나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 오기의 대가로, 그의 양 팔은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무참히, 빨갛게, 물들어 있다.


아키라 : 미스라는 양팔에, 심한, 상처를 입었어요...!
오즈! 오즈, 이제 그만해주세요...!

아서 : 오즈 님...!

오즈 : 오지 마라.

미스라 : ...읏...
アルシム》!


-미스라의 마도구인 해골이, 이상한 푸르스름한 빛을 내뿜는다.
해골은 점점 부풀어 올라, 불길한 빛을, 눈으로 모으고 있다.
들은 적 없는, 무수한 사람들의 신음소리 같은, 저음이 웅웅 울린다.
무수한 빛의 입자가 모여, 안구처럼, 빙글 움직였다.
순식간에, 본능적인 공포에 몸이 떨린다. 발끝에서, 오싹 소름이 돋는다.
다음에, 미스라가 뭔가를 했을 때...
마법관 통째로, 소멸해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거대한 해골 속의, 빛의 입자로 그려진 것 같은 안구가, 힐끗, 여기저기를 본다.



아키라 : ....와아아아아!


-무슨 짓을 당한 것도 아닌데, 나는 소리를 질렀다.
내 머리를 감싸고, 카인은 아래를 향하게 한다.


카인 : 보지 마, 아키라!


[어둠 속]
-아래를 보자, 눈이 어찔했다. 햇빛이 들지 않는 지하실처럼, 시야가 어둡다.
어둠 속, 긴박한 목소리가 들린다.


라스티카 : 위험해! 숙여...!

클로에 : 라스티카...!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거야..!?

히스클리프 : ... 시, 시노!? 왜, 내 눈을 가리는 거야!?

시노 : 오즈, 빨리 막아! 못하면, 죽인다..!
여기에는 히스가 있다고!

오즈 : 움직이지 마라.



[중정]

-휙하고, 나는 고개를 들었다.


아서 : 오...,....!


-아서를 마법으로 물러나게 하고, 오즈가 지팡이를 높게 든다.
미스라가 뭘 하려든지 간에, 막아낼 자신이 있는 모습이었다.
해골이 내뿜는, 광기 어린 새하얀 빛을 맞으며, 미스라가 증오스럽다는 듯, 오즈를 노려본다.


미스라 : ...오늘이야말로, 돌로 만들어드리죠.
アルシ...》

스노우, 화이트 : 두 사람 모두 거기까지...!


-그때, 하늘에서 쌍둥이의 목소리가 내려왔다.
스노우와 화이트는 빗자루에서 뛰어내려, 오즈와 미스라의 사이에 들어갔다.
평소의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아니다. 죽음을 각오한 듯한, 긴박감이 느껴진다.
마른침을 삼켜가며, 스노우는 신중하게, 오즈에게 말을 건다.


스노우 : 오즈여...
진정하게나. 알겠나.

오즈 : 거기서 비켜라.
미스라를 봉인한다. <위대한 재앙>이 습격하기 전에, 봉인에서 풀면 된다.

화이트 : 어디서 들어본 작전이구먼.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스라여.

미스라 : 당신은 제 온정으로 살아있는 거라고요, 오즈.
지금까지 밤 사이, 살아있을 수 있었던 걸 감사히 생각해주세요.
그것도 오늘까지입니다.


-미스라가 해골을 높게 들어 올리고, 오즈가 지팡이를 쥐고 자세를 잡는다.
곧바로, 스노우가 제지한다.


스노우 : ...진정하게나! 진정하라 했을 텐데!
오웬, 오웬은 어디 있지!? 이 녀석들이 진심으로 싸우면, 우리네는 말릴 수 없네!

화이트 : 브래들리나 피가로의, 잔재주가 통할 것 같지도 않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아키라 : 미스라가...! ...미스라가, 아서에게, 상처를 입혔어요...
오즈를 향한 선전포고라고...


-쌍둥이는 하늘을 쳐다보며, 절망적인 표정을 짓는다.


스노우 : 그런가... 잘 알겠네.
오즈여. 내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미스라를 놔주지 않겠나.

오즈 : 거길 비켜라.

스노우 : 따르라 한 거네. 벌을 받고 싶은 겐가, 오즈여.


-스노우는 거만하게, 오즈를 노려보았다. 천진난만한 소년의 얼굴에서, 노회 한 박력이 느껴진다.
오즈는 용서 없이, 차가운 시선으로 스노우를 언뜻 봤다.


오즈 : 누구에게 말하는 거지?

화이트 : 스노우, 화내지 말게! 오즈에게는 이길 수 없네!

스노우 : 흠... 중앙의 마법사 따위에, 북쪽의 마법사가 질 리가 없지.


-오즈가 미간을 찌푸린다.
스노우는 냉소를 보이며, 마도구인 인형을 공중에 띄웠다.


스노우 : 경박하게, 태어난 땅을 버리고... 은혜도 모르는 애새끼. 중앙의 땅에 묻어주마.

오즈 : 해봐라.

아서 : 오즈 님, 그만하세요!

화이트 : 스노우! 누구와 누구의 싸움인가!

미스라 : 《アルシム


-스노우와 화이트의 등 뒤에서, 미스라가 주문을 외웠다.


▲TOP



-14화
[중정]

-기세 좋게 두 사람이 돌아보는 그 앞에, 커다랗게 입을 벌린, 해골이 거대화한다.
오오오오... 울음소리를 내며, 그 입에 꺼림칙한 빛을 모여, 넘쳐흐른다.
그 순간...


피가로 : 미스라, 그만해.


-피가로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지근하고 냉담한 시선을 향한 미스라는, 표정을 싹 바꾼다.
마도구인 오브를 꺼낸 피가로가, 미틸의 옷깃 뒤쪽을 난폭하게, 잡아 올리고 있다.
마치, 인질처럼.


미틸 : 피...,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 미스라. 그만해. 내가 뭘 하려는 건지는 알지.


-호전적인 맹수처럼, 미스라는 초록 눈동자를 번뜩였다.
하지만, 갑자기, 흥이 깨져, 숨을 내쉰다. 실소를 지으며, 피가로를 내려다봤다.


미스라 : 하찮기는... 협박해봤자 소용없어요.
남쪽의 땅에서 얼빠져있는 당신이, 미틸을 죽일 수 있을 리 없잖아요.


-고개를 기울이며, 피가로가 쓴웃음을 지었다.


피가로 :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미틸 : ...죽여? 선생님...?

브래들리 : 아하하! 이거 좋네, 재밌어졌네.


-마법관의 지붕에서,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 장총을 든 브래들리가, 중정을 내려다보고 있다.


브래들리 : 언제, 누구한테, 가세해줄까? 최고의 내기잖냐.


-브래들리의 말에, 그 자리의 긴장감이, 일제히 높아졌다. 쌍둥이와 피가로가 동시에 당황해한다.
브래들리는 강화 마법의 사용자다. 도적단의 부하들을 강화시키듯, 이 자리의 누군가를 강화시킬 수 있다.


피가로 : ...네가 나오면, 전황이 엉망진창이 되잖아.

화이트 : 브래들리, 착한 아이로 있게나! 모범수에게는 사면이 주어지네. 그대는 우리 편이잖나!

브래들리 : 글쎄, 어떨까? ㅡ어이, 남쪽의 쪼꼬맹이!

미틸 : ...읏.

브래들리 : 도와줄까?

미틸 : ...네...?


-미틸이 놀라자, 피가로가 작게 혀를 찬다.
거기에, 미스라 옆의 경치가, 연기처럼 일렁인다.
눈을 돌리자, 천천히, 아지랑이 같은 연기는, 사람의 형태가 되어간다.
오웬이다.


카인 : 오웬...!

오웬 : 그럼, 나는 피가로한테 가세할게.
이 아이를 돌로 만들고 싶은 거잖아? 어때,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 ...고마워, 오웬.

미틸 : 거짓말이죠, 선생님...? 거짓말이잖아요, 피가로 선생님!?

미스라 : 거짓말인가요?

오웬 : 어떨까.

피가로 : ... 생각할 새가 어딨어, 미스...

미틸 : ... 놔...! 너는 가짜 피가로 선생님이야! 저리 가...!
도와주세요, 브래들리 씨!

브래들리 : 《アドノポテンスム


-브래들리의 장총이 불을 뿜으며, 피가로를 향해, 총알을 발사한다.
피가로는 씁쓸한 표정으로, 미틸을 내던지고, 오브를 높게 치켜들었다. 주문을 외우려 자세를 잡는다.
그것보다 빠르게, 다른 마법사의 주문이 들린다.


파우스트 : 《サティルクナート・ムルクリード

시노 : 파우스트...!

히스클리프 : 파우스트 선생님!


-눈부신 하얀 빛이, 등장한 파우스트의 마도구인 거울에서 나온다.
그 빛을 맞고, 탄환은 기세를 잃어갔다.
이윽고, 탄환은 빛을 관통했지만, 그 사이에, 피가로는 무사히 대피한다.
나는 파우스트를 돌아봤다. 그곳에 있는 건 그뿐만이 아니라, 샤일록이나, 무르...
네로와 리케에, 루틸이나, 레녹스도 있었다.


리케 : 미틸...!


-구른 미틸을 일으켜 세워주려고, 리케가 달려간다.
그때, 떨어진 물건이, 지면에 흩뿌려졌다.
뭐가 떨어진 건지 확인할 틈도 없이, 이어서 신기한 일이 또 일어났다.
화사한, 장미 향이 물씬 풍겨왔다.
샤일록의 파이프 연기다.


샤일록 : ...


-샤일록은, 파우스트와 등을 맞대고 서서, 어깨너머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 점잖은 척하는 자세에, 북쪽의 마법사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등을 지고 서있어서인지, 이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샤일록의 손가를 신경 쓰고 있다.
그건, 정말 사소한 것이었다. 신경 쓰이지만, 마법을 써서, 강제로 뒤돌아보게 하는 게 아니다.
그런 짓을 하면, 다른 누군가에게, 공격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신경 쓰인다.


샤일록 : 이런이런...


-샤일록은 우아하게,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요염하게 미소 지었다.
일부러, 천천히, 움직인다. 섹시한 눈빛도, 미소를 짓는 입술도.
바람에 흔들리는 머리칼도, 파이프를 쥔 손도, 모두, 아름다운 함정 같은 행동.


샤일록 : 바람이 차가워서, 기분 좋네요. 어젯밤, 손톱을 다듬었어요.
정성 들여서 파일로 갈아서... 오일도 발랐죠.
오늘 밤은 여행이니, 가게는 닫도록 하죠. 향이 있는 걸로 골라서, 정성스럽게, 정성스럽게...
반짝반짝 윤이 나게, 했어요.
후후...


-샤일록은 파이프를 입에 문다. 천천히, 연기를 들이마셔, 후우 내뿜는다.
아침 이슬처럼, 파이프의 연기가 사라져 간다.
싱긋 웃으며, 그는 귀 뒤를 살며시 만졌다.


샤일록 : ... 그뿐인 이야기.


-갑자기, 이야기가 끝났다.
그 시점에서,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어째서인지, 전의를 상실해 갔다.
그렇게나 살의로 팽팽했던 장소가, 얼빠진 것처럼, 멍했다.


아키라 : (뭐...)
(뭐지 이게...?)


-나는 깜짝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당황해서, 오즈나 미스라의 상태를 살핀다.
그만큼 무서웠던 그들이, 아무 말 없이,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다.
서둘러 말을 하라는 듯, 샤일록은 클로에의 이름을 부른다.


샤일록 : 클로에.

클로에 : ㄴ, 네!

샤일록 : 파티용으로 준비한 걸, 모두에게 보여주는 건 어떨까요?

클로에 : ...앗...! 그러,... 그렇지...!
スイスピシーボ・ヴォイティンゴーク


-클로에가 주문을 외우자, 마법사들은, 한 순간에, 파티용 의상으로 갈아입혀졌다.
나라마다 디자인된, 그들 다운 느낌이 묻어나는, 뛰어난 의상이었다.
부서진 중정이, 팟, 하고 밝은 분위기가 된다.
클로에의 마법을, 북쪽의 마법사들이라면, 손쉽게, 거부할 수 있었겠지.
그 정도로, 샤일록의 갑작스러운 잡담에, 전의를 잃어, 당황해하고 있다.
나도 살벌한 공기를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아키라 : 엄청 좋네요! 여러분, 잘 어울리세요! 모두, 멋있어요...!!
클로에, 근사한 의상, 감사합니다!

클로에 : 별말씀을요!

오즈 : ...

미스라 : ...


-오즈와 미스라는 아무 말이 없다.
마도구를 집어넣지는 않았지만, 지금부터 다시 하는 것도 좀... 같은 분위기가 전해져 온다.
나와 마찬가지로, 밝은 목소리로, 피가로가 아서를 부른다.


피가로 : 아서 이리 와. 여전히, 천방지축이구나. 치료해줄게.

아서 : 피가로 님...

피가로 : 자, 보여줘. 오즈, 이럴 때는, 치료를 먼저 해줘.
루틸, 레노. 미틸을 부탁해도 될까? 날려버려서 미안해.

미틸 : ...


-아서가 피가로의 앞으로 이동한다. 피가로가 아서의 볼을 만지고, 치유 마법을 건다.
루틸과 레녹스도 마찬가지로, 미틸의 곁으로 달려간다.


루틸 : 미틸, 괜찮아?

미틸 : ...괜찮아요...

레녹스 : 중간부터 봤어. 잘했어. 피가로 선생님의 농담狂言에 맞춰서.

미틸 : 농담...?

레녹스 : 미스라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한 농담이야. 군대에서도 사용하는 일이 있어. 좋은 연기였어.

미틸 : ㄴ, 네! 피가로 선생님과 함께 힘냈어요!

루틸 : 대단한 걸. 리케... 리케, 왜 그래? 리케도 다쳤어?


-루틸은 미틸의 옆에 앉아있는, 리케에게 말을 건다.
리케는 무언가를 소중히 주우면서, 슬픔에 어깨를 떨어트리고 있다.


리케 : 파이를 떨어트렸어요... 모처럼, 아침부터 구웠는데...

네로 : ...괜찮아. 이 정도는 먹을 수 있어.


-그렇게 말한 건 네로였다.
파이 줍는 걸 도우면서, 리케에게 웃어준다.
창백한 표정으로 쪼그려 앉은 미틸과, 난리가 난 중정을 한 번 보고, 네로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평소에는 나른하면서도, 상냥한, 애매한, 푸른빛을 띤 호박색 눈동자가 위태롭게 가늘어져 있다.
분노가 담긴듯한 눈빛이, 선명한 빛과, 열기를 머금고, 북쪽의 마법사들을 노려봤다.
생각도 못한 박력에, 숨을 쉬는 것도 잊어버린다.


네로 : 이렇게 작은 애들한테 이딴 표정이나 짓게 만들고...

이따위로 밖에 지키지 못할 가오면 시궁창에나 갖다버려! 존나 한심한 새끼들아...


-오즈도 미스라도 오웬도, 눈을 휘둥그레 뜨며, 네로를 바라봤다.
브래들리가 턱을 쓰다듬으면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다.


브래들리 : ...무서워라...


-네로는 묵묵히 파이를 전부 줍는다. 리케의 머리를 쓰다듬고, 파이를 담은 바구니를 건넨다.
그러고는, 침통한 기분이 되어, 파우스트의 그림자 뒤로 살살 숨었다.


네로 : ...열받아서, 쓸데없는 소리를 해버렸네... ...나, 오늘 밤 죽을지도...

파우스트 : 숨을 일이 아니야. 너는 대단했어. 당당히 있어.

네로 : 무리무리... 저쪽을 못 보겠는데. 오즈랑 미스라, 이쪽 보고 있어?

파우스트 : 보고 있어.

네로 : 아아, 망했네. 이제 죽었다...

파우스트 : 대단했다고.


-파우스트는 진심으로, 감동한 것처럼 보였다. 시노와 히스클리프도 그랬다.
대활약한 팀메이트와, 하이터치를 한 것 같은 미소로, 네로를 보고 있다.


스노우 : 어쩔 수 없구먼, 그럼, 볼더 섬으로 가볼까.
오즈여. 이번에는 잠자코, 내 말에 따르게나.

오즈 : 네 말을 따른 적은 없다.

화이트 : 무턱대고 자극하지 말게나! 오즈여. 볼더 섬까지, 우리네를 데려가 주겠나?


-오즈는 휙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오즈 : 현자가 바란다면.

아키라 : 아... 그럼, 피곤하실 텐데, 죄송하지만, 그...

미스라 : 잠깐만요.
오즈의 마법으로 이동하다니, 말도 안 되죠. 제가 공간의 문을 열게요.
アルシム

아키라 : 아, 감사합니다.

미스라 : 현자님은 이쪽으로 이동하세요.

아키라 : 그렇네요, 그럼...

오즈 : 현자여.
이쪽으로.

아키라 : 네...!?

미스라 : 현자님, 당신은 이쪽이죠.

아키라 : 어...

오즈 : 현자여.

미스라 : 현자님.

아키라 : 으음...

피가로 : 여기 중요해. 대난투가 재발하지 않도록, 잘, 두 사람 기분에 맞춰줘.

브래들리 : 허튼짓 했다가는, 죽을 테니까.

오웬 : 나도 참전해볼까. 현자님, 내 빗자루에 타고 싶어?

무르 : 현자님, 인기인이네!

아키라 : (어떡하지... 뭘 어떻게 고른다 해도 무서워...)
(인기인이 이렇게, 심장에 부담 가는 거였나..)


-최종적으로는, 가위바위보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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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볼더 섬/해안가]

-우리들은 볼더 섬에 도착했다.
오즈와 미스라의 대립을 보고, 불안함은 있었지만...
온통 파란 하늘과 드넓은 바다를 보는 순간, 확 밝은 기분이 됐다.
커다랗게 심호흡을 할수록, 마음속까지 크게 뻗어나가, 몸이 떠오를 것 같았다.
바닷새의 울음소리도, 파도소리도, 눈부신 수면의 반짝임도, 우리들을 부드럽게 달래준다.
자연이나, 오감이 민감해져, 감수성이 풍부한 마법사들은 더욱 그랬다.


미틸 : 예쁘다...

리케 : 예쁘죠? 미틸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미틸 : 리케는 전에, 와본 적 있댔죠!

리케 : 네!

미틸 : 바다는 커다랗구나...! 저 바다를 보면서 남은 파이를 먹죠.

리케 : 맛있었나요?

미틸 : 엄청 맛있었어요!

아서 : 해변에서 노는 것도 기대되는 걸. 하지만, 그전에, 성주인 디아누 공께 인사하러 가자.
잠깐만, 어울려주지 않을래?

미틸, 리케 : 네!


[하늘]

-우리들은 볼더 섬에 있는, 작은 볼더 성으로 향했다.
이 여행의 기대되는 점 중 하나는, 디아누 씨를 만나는 거기도 했다.
그랬지만...


[볼더 섬 / 계단이 보이는 파티장]

아서 : ...디아누 공이 없어?

성을 지키는 자 : 아서 전하. 대단히 죄송합니다.
어젯밤, 갑자기 연락이 와, 디아누 님은 서쪽의 왕궁에 가시게 되셨습니다.
내일 낮에는 돌아온다, 말씀하셨지만...

아서 : 그래. 그럼 취임의 식전도?

성을 지키는 자 : 네. 연기되었습니다.
식전에 참석해주시는 분들께는, 성에 방을 준비해 드리고 있습니다.
아서 전하, 그리고 현자님, 기다리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만, 최대한 정성을 다해 응대하겠습니다.
부디, 편히 계셔주십시오.


-디아누 씨가 돌아올 때까지, 식전은 치러질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때까지, 성에서 뒹굴거리며 있길 바라는 것 같았다.


아서 : 현자님, 괜찮으신가요?

아키라 : 저는 전혀 상관없어요. 아서야말로, 괜찮나요? 내일 예정은...

아서 : 내일 안에만 돌아간다면, 저는 문제없습니다.
마법사는 편리하죠.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고.

클로에 : 현자님! 방 준비가 될 때까지, 성 중정에서 기다려달래!
엄청, 예뻤어! 식전 회장으로 사용될 장소인 것 같고, 경치도 좋아!

아키라 : 바다가 보이나요?

클로에 : 보여! 바다의 저, 저어, 저ㅡ어, 멀리까지 보여!
빨리 와봐, 현자 님!


[볼더 섬/ 파티 회장]

아키라 : 와아! 예쁘네요...

집사 : 원래라면, 금일, 이곳에서, 파티가 행해질 예정이었지만...

아서 : 왕궁에서 갑자기 부른 거라면, 어쩔 수 없지. 신경 쓰지 말아 줘.

집사 : 양해의 말씀, 감사합니다...
가벼운 식사는 준비되어 있으니, 이쪽에서 느긋히 계셔주십시오.
이 성에서 가장 화려한 장소... 볼더 섬의 경치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장소입니다.


-집사 분의 말에는, 거짓 하나 없었다. 어떤 호화스러운 가구도, 고급진 벽지도, 이 경치에는 이길 수 없겠지.
하늘이나, 바다의 푸르름은, 하얀 파도나, 하얀 구름, 새 깃털의 반짝임은, 이렇게나, 아름다운 거였구나.
성의 중정에 머무는, 마법사들의 모습도, 평소보다, 들떠있는 것 같았다.
나는 웃으며, 모두에게 제안했다.


아키라 : 회의... 할까요.

카인 : 얼마 전, 도중에 끝난 회의?

아키라 : 네. 조금 더, 쉬고 계셔도 좋지만, 그렇다기보다...
쉬면서, 대화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방금 막 마법관에서 싸우고 온 참이다. 어쩌면, 대화는 이리저리 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쩐지, 지금이라면, 서로의 얼굴을 보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파도 소리는 기분 좋고, 바닷새의 울음소리는, 시원하고 상쾌했다.
멋진 장소에, 멋진 동료들과 함께 있다.


스노우 : 흠... 나쁘지 않은 제안이구먼.

화이트 : 의제는 『현자의 힘에 대해』, 였나.

아키라 : 네.


-나는 끄덕이면서, 조금 고양감을 느꼈다.
회의 전에, 두근거린 적은 없었다. 긴장되고, 귀찮고, 피곤하니까.
하지만, 이 회의는 조금 달랐다.
모두의 의견을 듣고 싶다. 미완성이지만, 자신의 의견을 전하고 싶어. 우리들에게 있어 중요한 일이니까.
우리들이 어떤 식으로 나아갈지, 마법사들의 도움이 될지, 내 의지로 알고 싶다.
곤란에 처한 친구를 도와주고 싶다.


아키라 : 현자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언제 쓸 수 있고, 쓸 수 없는지...
특히, <위대한 재앙>의 상처로, 곤란한 분들께, 도움이 되면 기쁠 것 같아요.


-나는 샤일록을 보고, 확인했다.


아키라 : 샤일록의 <위대한 재앙>의 상처 얘기해도 될까요?

샤일록 : 네. 상관없어요. 물어봐주셔, 감사합니다.


-나는 끄덕이고, 모두를 본다.


아키라 : 샤일록의 <위대한 재앙>의 상처는, 본 적 있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심장이 불탄다는 것 같아요.
엄청 괴로워 보여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파요.
현자의 힘으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면, 샤일록이 아픔으로 괴로워하고 있을 때에, 딱 낫게 해주고 싶어요.


-내 말을 듣고 있던 플로렌스 형제는, 두 사람 함께 가슴을 짓누르면서, 눈썹을 아래로 숙였다.
샤일록의 아픔을 공감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레녹스가 입가를 올린다.


아키라 : 그러기 위해서는, 어떨 때,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고 싶은데...

라스티카 : 현자님. 신비의 수수께끼에 대한 해결이라면, 우리가 사랑하는 천재, 무르의 차례 아닐까요?

아키라 : 그렇네요... 무르, 알겠나요? 뭔가 힌트가 될 만한 거라도...


-라스티카의 제안에, 무르를 시선으로 찾는다.
무르는 마도구인 반지를 들고, 성의 중정 끝에서 끝까지, 커다랗게 공중제비를 돌았다.
그의 궤도를 따라, 중정 가득, 일곱 빛깔의 무지개가 펼쳐진다.


무르 : 몰ㅡ라!


-공중제비를 도는 무르와,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무지개다리. 그 너머로 펼쳐지는 푸르른 하늘.
돌고래처럼, 높게 날아오르며, 무르는 내게 조언을 해줬다.


무르 : 하지만, 현자님. 수수께끼 해결에 중요한 건...
알고 있는 사실을 잘ㅡ 분석하는 거야!

아키라 : 잘ㅡ 분석...

무르 : 응! 무지개의 끝은 익숙한 나의 집! 흔한 경치에 힌트가 있어!


-가볍게 샌드위치를 먹고 있던 브래들리가, 입술을 닦으며 물었다.


브래들리 : 일리 있네. 어이, 현자. 지금까지 현자의 힘이 발휘된 건 누구랑 있을 때냐?

아키라 : <위대한 재앙>의 상처를, 일시적으로 낫게 했다는 의미에서는, 오즈랑 미스라요.

시노 : 오즈랑 미스라... 마력의 강도랑 관련 있는 건가?


-시노는 눈썹을 찡그렸다. 의외일 정도로 진지하게, 그는 내게 묻는다.


시노 : 오즈나 미스라만큼, 마력이 강하지 않더라도, 재앙의 상처를 무효화할 수 있어?

아키라 :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의 상처가 나을지, 제대로 시험해본 적이 없어요.
오즈랑 미스라 때도, 성공할 때도, 실패할 때도 있고...

아서 : 그렇군요... 다른 뭔가, 짐작 가시는 건 있나요?

아키라 : 그렇네요...


-나는 기억을 더듬어봤다. 한번 지나친 경치를, 잘 떠올려서, 관찰해 본다.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고, 나는 모두에게 말했다.


아키라 : 손을 잡고 있으면,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미스라 : 확실히. 언제나 손을 잡고 있을 때, 잠이 왔었죠.
오즈. 당신도 말했었죠. 현자랑 닿아있었다고.


-아까 전의 소동이 거짓말처럼, 미스라는 자연스럽게, 뒤돌아서 오즈를 봤다.
오즈는 눈썹을 올렸지만, 적의를 보이지 않고, 조용히 끄덕인다.


오즈 : 맞닿아있었다. 하지만, 닿았다고 해도, 마법을 쓸 수 없을 때도 있었다.

미스라 : 현자님은 변덕스럽네요.

아키라 : 미스라한테 듣고 싶지는 않는데요...

루틸 : 손... 힘을 건네주는 듯한 느낌이려나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며, 루틸이 말했다.
눈이 부신 듯 눈동자를 가늘게 하면서, 조금씩, 떠오를 듯 눈부시게.


루틸 : 미틸이 태어날 때, 어머니께서 말씀하셔서, 어머니의 배에 닿은 적이 있어요.
제 마력을 부어, 미틸을 도와달라고요. 어머니가 아닌, 아가를 생각해서.

미틸 : 형님이 저를 도와주셨던 때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루틸 : 응.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해.


-조심스럽게 눈을 내리까는 미틸의 어깨를, 루틸은 살며시 끌어안았다.
간지럽다는 듯, 미틸이 웃는다.


브래들리 : 일단 해보자고. 서쪽의 학자도 말했잖아. 가설과 검증이라는 거다.

피가로 : 그 편이 빠르게 진행되겠네. 실험하기 쉬운 상처를 가진 사람을 말하자면, 카인이려나?

카인 : 그럴지도 모르겠는 걸. 하지만, 너희들은, 지금 잘 보여.

히스클리프 : 하루 시작할 때 닿으면, 대체로 하루 종일은, 계속 보이는 거였지?

카인 : 응. 다른 곳에 이동하면, 그 후로 안 보일 때도 있지만, 대체로는, 잘 때까지 보여.

시노 : 성에서 일하는 녀석들의 모습은, 아직 전원 보이지 않잖아.

카인 : 그렇네. 기척은 느껴지는데...

클로에 : 카인, 대단하네. 고양이나 강아지처럼, 소리에 민감하구나.

카인 :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까. 기척은 이전보다, 잘 느낄 수 있게 됐어.
재앙에게 입은 상처도, 나에게 있어서는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닌 거지.
아침은 역시 쓸쓸하지만.

아키라 : 쓸쓸하군요...


-밝게 웃고 있는 카인의 눈으로 본 세상을, 상상해 본다.
여기저기서 소리는 들리는데, 그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세계.
그 속에서, 유일하게 보이는 건...


카인 : 오웬은 닿기 전에도 보여. 그 녀석의 눈이, 여기에 들어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네.


-과자를 먹고 있던 오웬은, 힐끗, 카인을 봤다.
옅은 웃음을 보이며, 다리를 꼰다.


오웬 : 나밖에 보이지 않는 세계는, 어떤 기분이야?

카인 : ...네가 잘 보여. 네 시선이나, 표정으로, 판단할 때도 있어.

오웬 : 하? 멋대로?

카인 : 어쩔 수 없잖아, 너밖에 보이지 않으니까.
멍하니 있을 때는 안심되지만, 헤실헤실 웃고 있을 때는 위험하다든가...

오웬 : 멍하니 있지 않았어. 나는 북쪽의 마법사라고.

카인 : 그럼, 뭐라 하면 좋지. 가만히 있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그런 느낌이야.


-카인이 보는 세계의 모습에, 나는 새삼, 그의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밝고, 인기 많은 카인이, 외톨이인 세계에 있는 건 괴롭다.
그런 점에서, 오웬이 보이는 건, (두 사람 모두 노린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하나의 구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키라 : 그럼, 손을 잡아볼까요.

카인 : 응.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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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볼더 섬 / 파티 회장]

-내가 건넨 손을, 카인이 다정하게, 하지만, 강하게 잡았다.
카인의 손바닥은 크고, 따뜻하고, 든든했다.
고개를 들자, 카인은 집중하듯 눈을 감고 있었다. 무방비한 표정에, 마음이 놀란다.
번뜩 카인이 눈을 뜨고, 빨강과 노랑의 색채가, 선명하게 펼쳐진다.
늠름한 눈빛으로, 천천히, 좌우를 확인하고, 그는 입을 삐죽거렸다.


카인 : 보이지 않네...

아키라 : 그.., 그런가요...

리케 : 제대로 보셨나요? 지금 여기에 성의 사람은, 다섯 명 정도 계세요.

카인 : 사람 수나 위치는 기척으로 어떻게든 알겠어. 저쪽이랑, 저쪽이랑... 아마, 저쪽.

리케 : 정답이에요.

카인 : 하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아. 손에 닿으면, 보이게 되긴 하지만...


-카인에게 손끝을 맡긴 채로, 나는 당황했다.
오즈나, 미스라의 손을 쥐고, 잘 됐을 때와는 뭐가 다른 거지?


미스라 : 기합이 부족한 거 아닌가요?

아키라 : 기합... 하지만, 잘 때, 기합을 넣거나 하진 않잖아요.

미스라 : 당연하죠. 잘 거니까.

오즈 : 마음을 가다듬어야 하는 건.

아키라 : 마음을 가다듬는다...

오즈 :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면, 어쩌면...

미스라 : 기합이에요.

오즈 : ... 진정하는 게.

미스라 : 기합.

오즈 : 진정...

아키라 : 아, 알겠어요. 둘 다 해볼게요.


/

아키라 : 하앗...!!!

/

아키라 : ...후우...

/

-어느 쪽도 다 안 됐다.


카인 : 음... 내가 잘못했나...?

아키라 : 아뇨! 그럴 리 없다 생각하는데요...

카인 : 오즈, 닿는 방법이라든가 있어? 어떻게 했을 때 마법을 썼어?


-오즈는 생각해내는 듯 침묵했다.


오즈 : 안고 있었다.

카인 : 안아...?

오즈 : 겨드랑이 사이에 끼워 탑에서 떨어졌다.

스노우 : 짐짝이 아닐세.

화이트 : 좀 더 소중히 대해주게.

미스라 : 저는 안거나 하지 않았어요. 잠든 뒤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카인 : 안는 거라... 아키라가 싫지 않다면, 안아도 될까?


-성실한 눈빛으로 질문받자, 나는 왈칵 땀을 흘렸다.


아키라 : 그... 하, 하지만, 그렇죠...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죠.

카인 : 싫다면, 억지로는...

아키라 : 싫은 건 아닌데! 그, 원래 세계에 그런 문화가 별로 없어서...

네로 : 동쪽에도 없어.

히스클리프 : 동쪽에도 없어요.

샤일록 : 제가 익숙해질 때까지 해드릴까요.

무르 : 나도 꽈악 안아줄게ㅡ!

아키라 : 가, 감사합니다.
으음, 동요하긴 했지만, 괜찮습니다. 한 방에 해주세요.


-카인은 조금, 부끄럽다는 듯,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카인 : 미안. 살짝 할 테니까.

아키라 : 예.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카인에게 안겼다. 살며시, 부드럽게, 팔을 감는다.
카인의 상냥한 인품이 전해져 와, 다정하게 해주고 있는데도, 묘하게 긴장된다.
파티 의상 때문인지, 상쾌하고, 조금 달콤한 향이 났다.
귓가에 목소리가 들린다.


카인 : 어때?

아키라 : 카... 카인은 어떠세요...?

카인 : 아, 그래, 나말이야. 음...


-목을 움직이는 느낌이 난다. 빨간 머리칼이 어깨에서 살랑살랑 움직인다.


카인 : ...안 돼. 보이지 않아.


-카인은 안타깝다는 듯 팔을 풀었다. 걱정되는 듯, 나를 바라본다.


카인 : 협력해줬는데, 미안해.

아키라 : 아뇨, 그런...

카인 : 브래들리, 너あんた한테 부탁해도 될까?

브래들리 : 나?

카인 : 내가 말하는 것도 분하지만... 마력의 강도가 영향을 준다면, 당신이 상대하는 편이 낫지.

브래들리 : 실험이란 거 말이냐? 실패해서, 날아가면 어쩔 건데.

네로 : 당신あんた, 날아갈 때, 누군가랑 닿아있으면, 그 녀석은 어떻게 돼?
같이 날아가?

브래들리 : 해본 적 없네. 하지만, 옷이나, 갖고 있는 건, 두고 가지 않으니까.


-네로 쪽을 보고, 말하면서, 브래들리는 내 어깨를 안았다.
꽈악 적당히 끌어당긴다. 브래들리에게서는, 고귀하면서도 위험한 겨울의 숲 냄새가 났다.


아키라 : (파티라서!? 모두, 멋 부렸는데...!?)

브래들리 : 이걸로, 내가 재채기하면, 현자도 끌어들이는 거라고? 그래도 실험할 거냐?

미틸 : 확실히... 파티에 돌아오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리케 : 오즈도 데려가는 건 어떨까요? 오즈가 있으면, 금방 이동할 수 있어서 많이 편리해요.

브래들리 : 현자랑 오즈를 양 쪽으로 안으라고? 지옥으로 가는 여행 시작이냐? 농담하나!冗談じゃない


-브래들리가 어깨를 흔들며 웃는다. 떨어져 있어도 느껴지는 박력을, 몸 가까이에서 느껴서, 압도당한다.


브래들리 : 날아가 버리는 게 훨 낫지. 만에 하나, 셋이 어깨동무한 채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어떡할 거야?
그 편이 더 기분 나쁘다고! 안 그러냐, 현자?


-경쾌하게 몸짓 손짓으로 말하면서, 브래들리는 장난스럽게,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아키라 : 네, 보스...

브래들리 : 오, 부끄러워하잖냐. 귀여운 새끼네.

네로 : 그만해, 브래드. 그래서, 어떡할래? 현자 씨.


-네로의 제지에, 안심한 것도 잠시, 그의 손에는, 후추가 들려있었다.


아키라 : ...! 후추, 뿌리는 건가요!?


-후추를 앞에 두고 긴장하는 브래들리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네로 : 아니, 어떻게 할 건가 싶어서. 당신이 싫다면 안 할 거지만.

아키라 : 파티까지 돌아올 수 있다면, 꼭, 실험해보고 싶지만...

브래들리 : 나님 보고 오즈의 손을 잡으라는 거냐?

아키라 : 미스라여도 상관없어요.

미스라 : 저라도 상관없다는 건 뭔가요. 제가 해주길 바라는 거잖아요.

아키라 : 미스라가 해줬으면 좋겠어요.

브래들리 : 쩔 수 없네...


-브래들리는 손끝을 떨면서, 미스라를 끌어들였다.
미스라는 브래들리의 팔을 잡고, 자신의 목에 둘렀다.
오웬이 능글맞게 웃고 있다.


오웬 : 이대로 얼려서 보관해두고 싶네.

레녹스 : 사이좋아 보이네.


-빵이나 구운 과자를 손에 쥐면서, 레녹스가 다가온다.


레녹스 : 현자님. 만일을 위해, 식량을 봉투에 넣어서 옷에 걸어드릴게요.

아키라 : 가, 감사합니다! 레녹스.

레녹스 : 브래들리랑 미스라도.

브래들리 : 고기 넣어, 고기.

미스라 : 마나석이 좋은데요.

무르 : 화병의 꽃도 가져가라 하자~!

라스티카 : 티포트는 신발 위에 올려둘게요.

브래들리 : 관둬 관둬 관둬!

네로 : 그럼, 간다. 브래드, 미스라. 현자 씨 부탁한다.

브래들리 : 알고 있다고.

미스라 : 괜찮아요. 근데, 뭐 하는 건가요?

브래들리 : 나중에 설명할게. 나한테서 떨어지지 마라. 아키라, 너도.

아키라 : 네...!

네로 : 둘셋...


-얼굴을 뒤로하면서, 네로가 후추를 뿌린다.
당연하겠지만, 나도 미스라도 맞았다.


네로 : 아, 미안.

브래들리 : 하.... 하....

아키라 : 하... 하...

미스라 : 하... 하...

아키라, 브래들리, 미스라 : 에취!


[눈보라 속]

브래들리 : 아아, 젠장! 날아갔잖아!

아키라 : 추추추추추추추워...!!

미스라 : 어라? 여긴 어딘가요?

아키라 : ...읏, 미스라...! 아르시무 부탁드려요...!

미스라 : 브래들리, 장거리 이동 마법 쓸 수 있게 된 건가요?

브래들리 : <위대한 재앙>의 상처다. 빨리! 공간의 문을 열어! 현자가 죽는다...!

미스라 : 당신, 쉽게 죽네요.
アルシム


[볼더 섬/파티 회장]

무르 : 아, 돌아왔다!

아서 : 눈이 쌓였어! 괜찮으신가요, 현자님...!

아키라 : 괘, 괘, 괜찮아요...

라스티카 : 몸이 식으셨네요. 이럴 때는, 아까, 미스라의 발 위에 둔 포트를...
...! 미지근해져 있어...

브래들리 : 하아, 지쳤다. 하지만, 같이 있는 녀석도, 한꺼번에 날아가버리네...
헤헤...

네로 : 뭔데, 묘한 웃음 짓고.

브래들리 : 다음에 네가 후추 뿌리면, 반드시, 네 팔을 잡아준다.

네로 : ...
긴 후추 통 만들어둘까...

루틸 : 현자님, 따뜻한 차예요. 가엾게도, 속눈썹이 얼어서...

아키라 : 감사합니다... 하아, 살 것 같다...
...하지만, 결국, 현자의 힘은 발동하지 않았네요. 손을 잡아도, 옆구리에 끌어안아도...

루틸 : 하지만, 브래들리 씨의, 상처에 대해 알아냈잖아요. 대단한 발전이에요!

아키라 : 루틸 선생님...


-양팔로 크게 원을 만들어서 칭찬해주는 루틸에, 나는 진심으로 감격했다.
그 뒤, 여러 가지 검증을 해봤지만, 유의미한 발견은 없었다.
이윽고, 모두, 회의에 질리기 시작해, 이제 회의는 그만하기로 했다.


아키라 : 슬슬, 지치기 시작했으니, 회의는 이 정도로 끝내고, 관광이나 물놀이하러 가지 않으실래요?

클로에 : 아싸ㅡ! 나, 바자르 보러 가고 싶어!

시노 : 밤은 이 회장에서, 바비큐도 할 수 있다는 것 같지. 바자르에서 식재료를 잔뜩 사 오겠어.

네로 : 그래. 주방을 빌릴 수 있다면, 볼더 섬의 식재로 뭔가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샤일록 : 그럼, 밤까지, 마음껏, 어슬렁거리도록 할까요.

무르 : 그러자!
밤은 바비큐랑 유성군! 기대할 거리가 잔뜩!


-떠들썩한 웃음소리에 이끌려, 나도 얼굴이 풀렸다.


아키라 : (뭔가, 처음으로 다 함께, 느긋히, 마음껏, 보내는 것 같은데...)
(...아니, 오전 중에는, 무시무시한 싸움을 봤으니까. 감각이 마비됐잖아, 나...)
(하지만, 뭐... 화해한 것 같고, 오늘은 다 함께 휴식을 즐기자.)

/

오즈 : ...

아서 : 오즈 님.

오즈 : ...뭐지.

아서 : 미스라만 보고 계시네요. 오늘 아침의 일을 이어서 하실 생각이신가요?

오즈 : ...

아서 : 저라면 괜찮습니다. 좀 더 훈련을 쌓아 강해지겠습니다. 그러니, 오늘 아침과 같은 일은...

오즈 : ...걱정하지마라.

아서 : 오늘 아침과 같은 일은, 하지 않으신다... 믿어도 될까요?

오즈 : ...

아서 : 오즈 님...

오즈 : 너와는 상관없다.

아서 : ...

/

미스라 : ...

루틸 : ...미스라 씨. 미스라 씨!

미스라 : 뭔가요?

루틸 : 오즈 님을 노려보기만 하시고... 화해하고, 파티를 즐기는 건 어떠세요?

미스라 : 즐길 건데요. 오늘 밤에는. 유성군 아래에서, 제게 패배한 오즈를 깔보면서 할 건데요.
보나 마나 기분 좋겠죠.

루틸 : 마법을 쓸 수 없는 오즈 님을, 공격하실 건가요?

미스라 : ...그런 짓은 안 하죠. 필요 없으니까요.
밤이 오기 전에, 돌로 만들어 버릴 거예요.

루틸 : 안 돼요! 그런...

미스라 : 시끄럽네. 남쪽의 마법사가, 끼어들지 말아 주실래요.
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루틸 : ...

미스라 : 치렛타라면, 저보고 가라고 했을 거예요.
당신은 그런 치렛타를 모를지도 모르겠지만...
저와 유성은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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