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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토리 1.5부 후편 ▼END
18화 19화 20화 21화 22화 23화 24화 25화 26화


18화

히스클리프:  ……하……. 하아……. 시노…….

리케: ……히스클리프! 저기 반짝이는 건 시노의 대낫 아닌가요!?

히스클리프:  정말이야……. 나무 줄기에 박힌 채로……. ……시노……! 시노는 어디 있지……!?

미틸: 소 머리 괴물……!! ……아……!

리케: 저 괴물이 손에 매달고 있는 새빨간 건……. 설마……!

히스클리프:  시노……!! 이 자식! 잘도……. 《レプセヴァイヴルプ·スノス》!

미틸: 굉장해! 정원의 울타리가 뻗어나가서 소 괴물한테 달라붙어가고 있어!

리케: 저희도 협력해요! 《サンレティア……》

비리디언: 방해하지 마.

리케: ……!?

미틸: ……너는……. 그, 그때의……. 히스클리프 씨! 리케! 이 아이는 맡겨줘! 시노 씨 곁으로 가주세요!

히스클리프:  미안, 미틸!

리케: 조심해요! 미틸!

비리디언: 앗…….

미틸: 못 가요! 당신은 마녀인가요? 왜 이런 심한 짓을! 당신 같은 나쁜 마법사가 있으니까 마법사가 오해받는 거예요!

비리디언: 나는, 나쁜 짓 안 해. 어머니를 만나고 싶을 뿐이야.

미틸: ……어머니…….

비리디언: 방해하겠다면 돌로 만들 거야. 《ヴォロ·ハベㅡレ》



시노: (……온몸이 아파……. 뭐지, 이 냄새……. 피의 철과, 녹색 냄새가 나……. 블랑셰 성을 지키는 셔우드 숲의……. ……내가 사는 곳의 냄새…….)

시노: (……아니야. 뭐지, 이 나뭇가지랑 잎은? 소 머리 괴물의 몸에서 나와서…….)

시노: ……!

시노: 콜록콜록……. 젠장! 집어던지다니…….

히스클리프:  시노……!

시노: ……. ……히스!? 왜 돌아왔어!? ……오지 마……!

히스클리프:  ……뭐!?

시노: 빨리 어디라도 가……. ……윽, …….

히스클리프:  너, 피가 너무 많이 났어! 어깨 빌려줄 테니까…….

리케: 히스클리프! 정원의 가지로 괴물을 구속했는데, 이제 풀릴 것 같아서…….

시노: ……이거 놔. 내 사냥감은?

리케: 사냥감? 낫이라면 저 나무에…….

시노: 《マッツァ·スディㅡパス》! 이 손으로 돌아와!

히스클리프:  이제 마법은 쓰지 마! 너 죽을 뻔했다고!

시노: 안 죽었잖아. ……좋아. 결판을 짓고 올게. 너희들은 도망쳐.

히스클리프:  ……. 진짜로 화낼 거야.

시노: 화 내도 돼. 히스를 만나서 행복했어.

히스클리프:  뭐…….

시노: 도망쳐서 피해줘. 부탁이야.

히스클리프:  억지 부리지 마! 나도 너를 지키겠다고 약속했어! 약속을 어기면…….

시노: 마법을 못 쓰게 되지. 너는 평범한 인간이 될 수 있어.

히스클리프:  …….

시노: ……나랑 다르게, 히스는 계속 평범해지고 싶었잖아.

히스클리프:  …….

시노: ……윽…….

리케: 괜찮으세요, 시노! 역시 혼자서 서 있을 수 없는 건…….

시노: ……콜록……. 괜찮아. 리케, 아마 저 놈이야. 오즈가 애먹었다던 마물…….

리케: ……미노타우로스?

시노: 그래. ……콜록. 몇 번을 베어도 쓰러지지 않아…….

히스클리프:  ……같이 하면 쓰러뜨릴 수 있어!

시노: 끈질기네! 도망치라고 했잖아! 리케, 히스를 데리고 가!

리케: ……. 그래도…….

시노: 부탁이니까!

히스클리프:  ……! 가지의 구속을 풀었어……!

미틸: ……우와아아……!

리케: ……! 미틸! 미틸의 목소리가……!

시노: 가라고! 히스……!

히스클리프:  …….



오웬: ……. ……쳇! 또 기억이 날아갔어……. 기사님은? 어디에…….

오웬: 뭐야, 너희들. 대체 뭘 먹고……. …….

카인: ……, …….

오웬: ……카인……! 비켜……! 입 열어, 바보개자식들! 《クアㅡレ·モリト》!

오웬: ……하……. 하아……. ……카인……. ……죽었어……?

카인: ……오웬…….

오웬: …….

오웬: 아하하……. 있잖아, 기분이 어때? 내가 그랬어. 내가 케르베로스를 꺼냈어. 네 불행은 전부, 내 짓…….

카인: ……네 탓이 아니야…….

오웬: …….

카인: 내가……. 화나게 했어……. 무신경한 말을 해서……. ……어린 너를…….

오웬: ……어린 나?

카인: ……, ……추워……. ……큰일이네……. 너까지, 안 보이게 돼서…….

오웬: ……나는 보이잖아. 만지지 않아도.

카인: ……, 부탁할게……. 아서 님을…….

오웬: ……카인?

카인: …….

오웬: 만지면, 보여? ……자, 손 잡았어 기사님. 잡았다니까. ……. 대답 안 해주는 거야? ……흥, 바보 같아.

오웬: …….

오웬: ……눈 뜨라고! 보일 거 아냐!? 카인! 카인……!

라스티카: 오웬!

오웬: …….

클로에: ……! 카인, 어째서……!

오웬: 어째서? 하하……. 내 케르베로스가 물었어. 내가 그랬어.

클로에: 왜……, 왜 그런 짓을…….

오웬: 몰라. 뭐든 상관없잖아. 빨리 치유하는 게 어때. 빨리 안 하면 죽을지도. 나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클로에: 죽……. ……. 라스티카! 카인을…….

오웬: 하하. 그럼 이만.

라스티카: 안타깝지만, 나로서는 살릴 수가 없어. 지혈 정도라면 할 수 있지만.

오웬: …….

라스티카: 복부의 손상이 심해. 이건 피가로 님이 아니면, 어렵지 않을까.

오웬: 고칠 수 없어?

라스티카: 너는?

오웬: 내 몸 정도밖에 못 고쳐. 나는 몇 번이라도 죽을 수 있고.

라스티카: 카인은 한 번이지 않을까.

오웬: 알고 있어, 그런 건! 슈가는? 먹여봐?

라스티카: 그 전에 지혈을 하자. 배에서 나와버리겠어.

오웬: 빨리 해.

클로에: 피가로, 성 안에 있을까? 오웬, 피가로의 기운 느껴져?

오웬: 몰라. ……잘 모르겠어. 없는지도. 없으면?

라스티카: 카인의 운명을 믿는 수밖에 없어.

오웬: ……. ……뭐야 그게. 바보 같아.

스칼렛: 호호호! 어머, 사람 수가 늘어난 것 같네요! 몇 명이라도 똑같답니다!

라스티카: 어라, 아까 전의 부인이…….

스칼렛: 《ヴォロ·ハベㅡレ》!

라스티카: 《アモレスト·ヴィエッセ》

스칼렛: 어머……. 꽤 만만치 않아 보이는 분. 마음에 들었어요.

라스티카: 조금 상대를 할 필요가 있겠어. 클로에, 카인을 부탁할 수 있을까?

클로에: 부, 부탁한다니? 내가 할 수 있을까……?

라스티카: 클로에라면 할 수 있어. 전에도 월식의 저택에서 클로에는 훌륭하게 현자님을 지켰잖아. 같은 일을 해보렴. 지금의 카인은 몸이 너무 손상돼서 영혼까지 약해져 있으니까. 카인의 곁에서, 가능하면 그의 몸에 닿으면서, 기도를…….

스칼렛: 호호호! 가겠어요!

라스티카: 실례. 잠시 기다려주시겠어요.

스칼렛: 어머. 저도 참 성급했네요. 자, 느긋하게 하시길.

라스티카: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해요. 마음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스칼렛: 별 말씀을요.

라스티카: 클로에. 카인을 위해서 기도해주면 좋겠어. 클로에의 마음은 반드시 형태가 될 거야. 멋진 마법이 생겨날 거야.

클로에: ……알았어. 해볼게.

라스티카: 응. 오웬, 클로에를 잘 부탁해.

오웬: ……바보 같네. 기도 같은 건 힘이 못 되잖아. 그런 건 닿지 않아. 이 녀석도 곧 죽어. 케르베로스한테 이렇게까지 배를 물리고 살아 남은 녀석은 없어.

클로에: 그럼, 카인은 분명 처음으로 살아남은 사람이 될 거야.

오웬: ……뭐야 그게.

클로에: 기도야. 기도라는 건 그런 거잖아. 나는 항상 기도했어.

오웬: 하하. 안 통했잖아.

클로에: 통했어.

오웬: …….

클로에: 라스티카, 조심해. 주……, 죽거나 하지 마.

라스티카: 약속할게, 클로에.

클로에: ……응……!

라스티카: 그러면, 아가씨. 상대를 해드리도록 할게요.

스칼렛: 네, 잘 부탁해요.

라스티카: 《アモレスト·ヴィエッセ》

클로에: 죽지 마, 라스티카…….

클로에: ……카인……. 카인, 힘 내……. 《スイスピシㅡボ·ヴォイティンゴㅡク》

오웬: ……바보 아냐. 울면서 뭘 하는 거야? 그 신사가 걱정되면 나한테 이렇게 말하면 되잖아. 오웬, 그 아가씨를 죽이고 와줘. 나는 북쪽 마법사야. 그 신사보다 내가 강해. 뭘 망설이고 훌쩍거리는 거야.

클로에: …….

오웬: 아니면, 사실은 그 신사가 죽었으면 좋겠어?

클로에: ……오웬이 스스로 그러기로 한다면, 어쨌든, 내가 먼저 말하거나 하지 않을 거야.

오웬: 패기가 없네.

클로에: 라스티카는 걱정되지만, 오웬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오웬: 거기다 위선자.

클로에: 나는 가족들 속에서 그랬어. 나는 험한 꼴을 당해도 되고, 나는 울어도 비웃음당해도 괜찮았어. 분명 죽어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아. 아무도 나를 위해서 울어주지 않아. 그걸 알고 있어서 사랑받으려고 했어. 사랑받지 않으면 이런 말을 듣는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있잖아 너, 이거 해줘. 다칠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오웬: …….

클로에: ……험한 꼴을 당해도 되는 사람 같은 건 없어……. 그런 사람으로 선택받고 싶지 않잖아? 그런 식으로 사람을 가리면 안 된다고, 라스티카가 가르쳐줬어. 그러니까 나는 말 안 할 거야……. 라스티카도 카인도 걱정되지만, 그래도……. 라스티카의 제자니까……. 마법의 힘은 약해도 마음까지 약해지고 싶지 않으니까…….

오웬: ……. 쳇…….

클로에: 오웬, 어디 가!?

오웬: 네가 시끄러우니까, 내가 그 여자를 죽이고 올……. 뭐야. 내 힘 같은 거 필요 없잖아.

클로에: 응……?

오웬: 너한테는 안 보일지도 모르지만 라스티카가 이기고 있어. 충분히 강해, 네 스승.

클로에: ……라스티카…….

오웬: ……있잖아, 그거 하자. 저 녀석이 말한 바보 같은 거. 카인을 지킬 수 있다고 하는 거.

클로에: 기도……?

오웬: ……응. 나는 한 적 없지만.

클로에: 가르쳐줄게. 같이 하자!



아키라: ……살아있으면서, 성이 된 마녀 탈리아……. 그게 이 성인가요……?

무르: 재미있지. 좀처럼 생각해내기 힘든 발상이야. 성이 되고 싶다니.

아키라: 그럼……. 무르의 친구 탈리아 씨가, 모두를 습격해서……?

무르: 지금의 그녀는 변용해 있어. 충격적인 사건이 있어서 말이야. 스스로 저주받은 고성이 되고 말았어.

오비시우스: ……헛소리 하지 마…….

무르: 사실이야.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잖아. 탈리아를 죽였으니까.

아키라: 탈리아 씨를 죽였다고……?



▲TOP


19화

아키라: 탈리아 씨를 죽였다고……?

오비시우스: 아니야!

무르: 나는 물건에 깃들어 있는 기억을 읽을 수 있어. 이 고성이 말하고 있어. 기둥과 계단이 나에게 속삭이고 있어. 성과 동화되어 가는 탈리아를 저주와 비극이라고 몰아붙이면서 오비시우스는 성에 불을 질렀다고.

오비시우스: 아니야! 아니라고! 헛소리다!

무르: 겨우 진실을 폭로당한 걸로 이성을 잃다니. 따분한 남자네.

오비시우스: 탈리아가 잘못한 거다! 너에게 속아서 바보 같은 소리를 하니까……!

무르: 누구를 향해서 자기 변호를 하는 거지? 여기는 법정이 아니야. 아니면, 현자님에게 심판을 받을까?

아키라: 네, 저?

오비시우스: 시끄럽다……! 너만 나타나지 않았다면 나는 탈리아를 아내로 만들었…….

무르: 재판장님! 발언 허가를!

아키라: 네, 네. 무르 하트 씨. 하세요.

무르: 조금 전에는 아내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아내로 만들었다라고.

아키라: 앗, 진짜다……. 결혼했던 게 아닌가요?

오비시우스: 그,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같은 거잖아! 말꼬리를 잡지 마라!

무르: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럼, 너는 지금부터 내 아내야.

오비시우스: ……죽인다!!

무르: 현자님, 내 아내를 소개할게. 사랑스러운 오비시우스. 자, 인사해.

오비시우스: 《ヴォロ·ハベㅡレ》!

오비시우스가 주문을 외우자, 바람에 꺼진 불처럼 무르는 사라져 버렸다.

아키라: ……!

아키라: (무르는……!? 설마, 죽은 건가!? 아……. 퍼플 사파이어 조각이 떨어져 있어. ……다행이다……!)

느슨한 한쪽 손의 가시를 풀고 나는 눈치채지 못하도록 몰래 보라색 조각을 주웠다. 오비시우스는 화가 난 나머지 아직도 등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아키라: (……영혼의 조각이 깨지면 무르는 원래의 무르로 돌아가지 못할지도 몰라.)

손목의 소매 안쪽에 무르의 영혼의 조각을 집어넣으며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아키라: (무르……. 잠시만 가만히 있어주세요.)

오비시우스: ……하하하……. 바보 같군……. ……실로 바보 같아! 결국 그 여자는 학자 선생과 함께 나를 비웃었던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은 통하지 않았어!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다고. 그래서 그녀를 소생시켜서 한 번 더 다시 시작하려고 했어……. 하늘의 마수, 바다의 마수, 땅의 마수에게 신성한 제물을 내어주면 유령선도 유령성도 되살아난다고 하지. 앞으로 조금 있으면, 이번에야말로, 내 생각대로…….

아키라: ……생각대로 하려고, 탈리아를 소생시키는 건가요?

내 질문을 듣고, 오비시우스가 나를 힐끗 노려본다. 겁을 먹으며 나는 말했다.

아키라: 탈리아는 당신의 인형이 아니에요. 성 사람들도 마법사들도, 당신이 좋을 대로 쓰는 인형이 아니야!

오비시우스: 꼭두각시 인형인 네가 잘도 말하는군! 현자라는 이름뿐인, 있을 곳 없는 이단자 주제에!

있을 곳 없는 이단자. 쓸쓸한 말에 가슴이 쓰라렸다. 그러나 시야의 끝에서 이상한 꽃잎의 창문에 비치는 마법사들을 보았다. 가슴을 떨게 하는 안타까움과 격렬함이 복받친다.

있을 곳이라면, 언제나 이단자라고 불리는 모두가 나에게 주었다. 결코 위대한 마법의 힘이 아니라……. 떨어진 물건을 주워주는 것처럼. 지나간 다음에 뒤돌아보고 웃어주는 것처럼. 아주 작은 배려와 이어짐으로 내가 있을 곳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니까 나도 모두가 숨을 쉬기 편한 장소를 만들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키라: 오비시우스! 지금 당장, 이런 짓은 그만두세요! 이 이상 모두를 상처 입히지 마!

입을 열어 있는 대로 소리를 지른다. 강대한 마력을 지닌 상대에게는 의미 없는 짓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때, 기적은 일어났다.



아키라: 《오비시우스! 지금 당장, 이런 짓은 그만두세요! 이 이상 모두를 상처 입히지 마!》

네로: ……현자씨?

샤일록: 현자님의 목소리가…….



아키라: 《이 이상 모두를 상처 입히지 마!》

아서: 현자님! 현자님의 목소리가 들렸나요?

오즈: 그래.



클로에: 현자님……! 현자님의 목소리가 들렸어!

오웬: …….



미스라: 어라? 현자님, 가까이 있었나요? 당신이 불렀어요?

피가로: 안 불렀어, 안 불렀어! 온다! 자……!



리케: ……현자님의 목소리……. 현자님, 구해주세요!



아키라: ……뭐……. 모두의 목소리가 들려……. 모두에게 목소리가 닿았나……?

오비시우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아키라: 다들, 들리세요!?

다시 한 번 소리를 지른다. 그러자, 단번에 대답이 돌아왔다.

아서: 《들립니다! 현자님, 무사하셨습니까!? 지금, 어디에…….》

네로: 《현자씨, 당신 무사해? 파우스트나 우리 애들은 거기 있어?》

클로에: 《현자님, 큰일났어! 카인이…….》

미스라: 《루틸은? 미틸은 무사한가요? 제대로 지켜봐 주세…… ……! 잠깐 피가로!!》

아키라: 앗, 저기, 죄송해요.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차례대로…….

리케: 《구해주세요, 현자님! 시노가 죽을 것 같아!》



리케: 미틸도 히스클리프도 부상을 입었어요! 소하고 여자아이가…….

비리디언: 《ヴォロ·ハベㅡレ》

리케: ……! 《サンレティア·エディフ》! 하아……. 하……. 이제 다들, 마력이 사라질 것 같아요. 아서 님! 오즈! 카인! 구해주세요…….!



리케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파고들듯 안뜰의 광경을 비추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시노와 히스클리프가 미노타우로스에게, 미틸과 리케가 작은 마녀에게 몰아붙여지고 있다.

모두의 목소리는 나에게밖에 들리지 않는 듯했다. 내가 판단을 잘못 하면 최악의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압박감에 위가 움츠러들어 이마에 땀이 난다. 패닉을 일으킬 수는 없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나는 꽃잎의 창문을 노려보았다.

아키라: 보고합니다! 안뜰에 시노와 히스클리프, 리케와 미틸이 있어요! 적은 미노타우로스와 어린 아이 마녀. 시노가 중상. 히스클리프와 미틸도 부상을 입었어요! 누군가 구조하러 갈 수 있을까요?



아서: 리케……!

파우스트: 시노가 중상……!? 안뜰 방향은?

아서: 이 창문 밖이야. ……윽, 가시에 덮여서 안 보여…….

레녹스: 여기서 먹구름에 공격을 가해도 미틸 일행이 맞아버릴지도 몰라. 내가 창문으로 빠져나가서 구출을…….

오즈: 무리다. 가시 덩굴에 덮쳐진다.



루틸: ……! 미틸이 부상을…….

미스라: 제가 갈게요.

피가로: 그렇게 해줘. 나도 엄호할…….

미스라: ……!

바이올렛: 죽어줘야겠어. 적발의 미남. 《ヴォロ·ハベㅡレ》!

미스라: ……큭!

피가로: 미스라!

루틸: 미스라 씨……!



미스라: …….

미스라: (물렸어! 젠장! 끈질기네……. 리바이어던째로 이동한다 해도 공간의 문을 여는 데 시간이 걸려.)

미스라: (……미틸……. 치렛타…….)



그림 속의 화이트: 현자여. 미스라가 바다 속으로 끌려들어갔어.

그림 속의 스노우: 여기는 우리가 어떻게든 하지. 하지만 구조는 무리야. 뒤를 부탁하네!

루틸: 부탁드립니다, 현자님!

그림 속의 화이트: 그럼, 루틸.

루틸: 쌍둥이 선생님, 정말 괜찮으세요? 이 그림을 든 채로 바다로 뛰어들어도…….

그림 속의 화이트: 그대의 빗자루 솜씨는 알고 있단다. 우리도 결계로 그림과 그대를 지킬 게야.

그림 속의 스노우: 가자, 피가로! 하나 둘……. 《ノスコムニア》

피가로: 현자님, 오즈! 미틸을 부탁해! 《ポッシデオ》



오즈: 마력을 방출하면 된다.

파우스트: 마력을 방출? 그런가. 우리의 존재를 표시해서 미노타우로스의 주의를 끄는 건가.

아서: 한순간이라도 주의를 딴 데로 돌린다면 도망갈 틈이 주어질지도 몰라. 가자!

오레올린: 한눈 팔지 마! 동생을 방해하게 하지 않겠다! 《ヴォロ·ハベㅡレ》!

아서: …… 내가 아가씨의 상대를 할게! 파우스트, 레녹스, 부탁해!

파우스트: 알았어. 시노, 히스……. 무사히 있어줘.

레녹스: 미틸…….

파우스트: 《サティルクナㅡト·ムルクリㅡド》

레녹스: 《フォㅡセタオ·メユㅡヴ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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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네로: ……얌전히 있어! 후라이드치킨으로 만들어버린다!

브래들리: 독사가 달린 후라이드치킨은 사양이야.

네로: 현자씨. 안뜰의 옥상으로 이동할 거야. 가시 덩굴로 아래가 잘 안 보이는데……. 빛나는 거나, 뭔가 표시가 있으면 브래드가 위에서 저격할 수 있어.

아키라: 《미노타우로스라도요?》

브래들리: 누구한테 묻는 거냐. 라고 하고 싶지만, 나도 그 놈이랑은 붙어본 적이 없어. 한 발로 쓰러뜨린다는 보장은 없어. 그래도, 쓰러뜨릴 때까지 쏴주지. 중앙의 꼬맹이의 마도구가 랜턴이었지.

아키라: 《리케죠. 리케의 마도구는 랜턴이에요.》

브래들리: 그걸 소자식의 머리 위에서 빛내.

아키라: 《알겠습니다! 전해둘게요.》



비리디언: 착하지! 어디 가는 거야!? 성 창문 같은 건 신경쓰지 말고……. 거기는 아무 것도 없어! 이봐! 돌아오라니까!

미틸: ……으윽…….

리케: 미노타우로스의 주의를 돌렸어……. 이 틈에 나무 그늘로! 미틸, 괜찮아요!?

미틸: ……괜찮아요……. 히스클리프 씨……. 이걸…….

히스클리프:  마법 병……?

미틸: 약초가 들어있어요. 시노 씨한테 사용해주세요. 시노 씨 쪽이 부상이 심하니까.

히스클리프:  ……고마워……! 시노, 지혈할게. 저 녀석이 어디 간 틈에…….

시노: 하…… 하아……. ……젠장……!

아키라: 《리케, 들리세요?》

리케: 현자님! 들려요!

아키라: 《리케의 마도구인 랜턴을 소자식의 머리 위에서 빛내주세요. 브래들리가 저격할 거예요.》

리케: 소자식?

아키라: 《죄송해요……. 미노타우로스예요. 브래들리한테 옮아서…….》

미틸: 브래들리 씨가 구해주시는 거군요! 현자님, 형님은…….

아키라: 《루틸은 미스라와 같이 있어요! 괜찮을……. 아……. 앗, 잠깐만요.》

미틸: 현자님……?



오비시우스: 뭘 중얼중얼하는거야……!?

아키라: ……혼잣말이에요!

샤일록: 《현자님, 누구와 같이 계신 건가요?》

아키라: 아, 그게……. 이 소동의 주범인 오비시우스…….

오비시우스: 닥쳐라!



피가로: 주범? 주범이랑 같이 있는 거야?



네로: 왜 미리 말 안 했어!?



아서: 현자님께 위험은 없으십니까!?



아키라: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

오비시우스: 멋대로 지껄이지 말라고 했다! 또 지껄이면 너부터 죽여주지!

클로에: 《현자님! 피가로는 어디 있어!? 카인이 크게 다쳤어……! 라스티카가 피가로가 아니면 고치기 힘들다고…….》

아키라: …….

클로에: 《새파랗게 질리고, 호흡도 약해졌어! 부탁이야, 카인을 살려줘……!》

아키라: ……피가로! 성으로 돌아가주세요. 카인이 죽어가고 있어요! 부탁이에요, 피가로! 성으로 돌아가요!

오비시우스: ……말을 했겠다. 그렇게 충고했는데.

아키라: …….



피가로: 카인이? 그거 큰일이야. 알았어. 바로 갈게. 아아, 그리고 한 마디만 더! 리바이어던을 봉인할 도구가 객실에 있어. 부족한 재료도 있는데, 내 제자한테 전해주면 뭐가 부족한지 알 거야. 내가 돌아갈 때까지 모아달라고 전해줘. 너도 조심하고.

아키라: (한 마디만 한다고 했는데 너무 길어……. 한 번 만에 말할 수 있을까. 근데, 죽는 걸까 나…….)

아키라: (……될 대로 돼라!)

아키라: ……파우스트! 리바이어던을 봉인할 도구가 성의 객실에 있어요! 부족한 재료도 모아서, 피가로한테…….

오비시우스: 《ヴォロ·ハベㅡレ》!

아키라: ……!



파우스트: ……현자? 현자, 괜찮나……!?



내 몸을 감싸려는 검은 불꽃. 그것을 튕겨내듯이 밤하늘 색의 망토가 날렸다.

무르: 《エアニュㅡ·ランブル》

아키라: 무르……!

다시 실체화된 영혼의 조각의 무르는, 거드름을 피우며 모자 챙을 들어보였다. 장난스럽게 눈을 가늘게 뜨고 웃는다.

무르: 너의 용기에 꽃다발을!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작은 부케가 내 손에 떨어졌다. 이 와중에도 손이 많이 가는 연출에 나도 모르게 볼이 느슨해진다. 꽃다발을 안으며 나는 심호흡을 하고, 오비시우스를 바라보았다.

오비시우스: ……죽여주지……! 이놈이고 저놈이고 나를 바보 취급하고!

피투성이가 된 시노를 보며, 리케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이 사람에게 덤벼들고 싶었지만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나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사용한다. 누군가가 말했다. 말도 마법과 같다고. 축복도 저주도 될 수 있다.

아키라: 이런 짓은 그만두세요.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예요? 모두를 상처 입힌 당신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 하지만……. 당신의 소망을, 아무도 상처 입히지 않는 형태로 이루는 방법이 있다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오비시우스: ……내 소망?

무르: 놀랐어. 대단한 교섭자네.

아키라: (마법사 앞에서 나는 뭘 해도 무력해. 마음 속 같은 건 마법으로 다 읽힐지도 몰라. 그렇다면, 도마 위의 잉어답게 대놓고 행동할 수밖에 없어.)

아키라: 제 소망은……. 저 마수들을 철수시키고 성을 원래대로 돌려달라는 겁니다. 당신의 소망은? 탈리아 씨와 다시 한 번 만나는 거죠……?

오비시우스: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그런 여자, 어떻게 되든……!

아키라: ……. 보답받지 못하는 마음이 속상하다는 것, 저는 알아요. 누군가에게 질문을 할 때, 굉장히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상처 주기 싫고, 상처 받고 싶지 않고요. 당신과 탈리아 씨는 확실히, 아주 실패했고, 당신도 최악의 행동을 했지만……. 그래도, 다시 시작하고 싶으니까 이렇게까지 한 거잖아요?

오비시우스: …….

오비시우스: 탈리아는 죽었어.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없어. 이것밖에 방법이 없어. 마수들이여, 이제야말로 계약을 성사시키자! 《ヴォロ·ハベㅡレ》!

아키라: ……!? 성이 흔들려……!?

무르: 교섭 결렬이야. 제물이 마수에게 주어졌어.

아키라: 제물……?

무르: 그의 딸들이야.

오비시우스: 닥쳐라! 미친 학자놈!! 전부, 너 때문이야!! 《ヴォロ·ハベㅡレ》!

아키라: 무르……!

무르: …….

오비시우스의 꼭두각시 인형에서 검은 불길이 쏟아져 나온다. 무르는 다시 보라색 돌이 되어 내 발밑까지 굴러왔다. 서둘러 보라색 돌을 줍는다. 고개를 든 순간, 나는 창백해졌다. 오비시우스가 나를 향해 검은 불꽃을 내뿜어왔기 때문이다.

아키라: ……!

검은 불꽃은 내 뺨을 만지며 입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뜨거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매연을 들이마셨을 때와 같은 꺼슬꺼슬한 불쾌한 감각이 있다. 콜록콜록거리며, 나는 입을 열었다. 그러나 말이 나오지 않는다.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아키라: ……!

오비시우스: 하하하! 이걸로 혼잣말은 할 수 없게 됐겠지! 너는 거기서, 그저 보고 있으면 된다. 파멸의 광경을 말이야..!

한 손으로 목을 누르고 한 손으로는 보라색 돌을 움켜쥐며 나는 그를 노려보았다. 이상한 꽃잎의 창문에는 아가씨들이 궁지에 몰리는 모습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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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네로: ……!? 왜 그래!? 갑자기 방향 전환을 했어……!?

시안: 에…….

네로: 시안! 위험해! 너를 노리고 있어! 피해……!

시안: ……!

네로: 이 자식, 멈춰……!

네로: ……윽, 떨어진다……!

무르: 《エアニュㅡ·ランブル》!

샤일록: 《インヴィㅡベル》

네로: ……안 늦었어! 미안! 무르, 샤일록!

샤일록: 아니에요. 그녀는…….

샤일록: ……! 안 돼요!

시안: ……이리 와.

네로: ……시안!? 왜 안 피해!?

시안: 이 아이가 나를 덮칠 리가 없어.

네로: 시안!

시안: 괜찮아. 나한테는 행운의 우산이 있으니까…….

네로: 시안……!



히스클리프:  ……내가 미노타우로스를 끌어들일게! 리케는 랜턴을 준비해!

리케: 네!

시노: 웃기지 마……! 내가…….

시노: ……!

히스클리프:  《レプセヴァイヴルプ·スノス》!

시노: 《マッツァ·スディㅡパス》!

시노: 됐나……!?

히스클리프:  ……! 미틸 쪽으로 간다!

시노: 미틸! 조심해!

미틸: 네, 네! ……!?

비리디언: 한눈 팔지 마. 이제 끝이야. 《ヴォロ·ハベㅡ……》

미틸: ……!

미틸: 내가 아니라, 그녀를 공격하려고 하고 있어!? 너, 위험해……!

비리디언: ……!? 꺄아아악……!

미틸: ……!

리케: 미노타우로스가, 작은 마녀를 공격했어……!?

히스클리프:  마녀……,가 아니잖아!? 몸이 목제 인형처럼…….

비리디언: ……어째서, 아버지…….

미틸: 앗……!

미틸: ……와아아아……!



오레올린: ……!? 멈춰! 놔……!

아서: 오레올린!

오즈: 어디 가는 거냐, 아서!?

파우스트: 가시 덩굴이 그녀를 벽가로 끌고가서…….

레녹스: 벽 안으로 삼켜지고 있어……!?

오레올린: 어째서, 아버지……!

아서: 오레올린, 손을……!

오즈: 아서, 손을 놓아라! 너도 성에 삼켜진다.

아서: 놓지 않을 거예요……!

오즈: 인형일 뿐이다!

아서: 인형일 뿐이라 해도! 겁에 질려서 창백해졌지 않습니까! 그런 자의 손을 놓아버려도 좋을 리가 없어요!

파우스트: ……. 《サティルクナㅡト·ムルクリㅡド》

오레올린: ……윽……, 하…….

아서: 오레올린에게서 힘이 빠져나가……. 파우스트, 그녀에게 뭘…….

파우스트: …….

아서: 파우스트!?

레녹스: ……진통과 환혹의 마법입니다. 살아날 가망이 없는 병사들에게 편안한 시간을 내어주기 위한 것입니다.

아서: …….

오레올린: ……하……. ……나는 인형인가……? ……나는……. 어떻게 되지……?

파우스트: 걱정은 필요없다.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마라. 조용히 눈을 감아.

오레올린: 조용히……. 눈을…….

파우스트: 그래. 네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오레올린. 네가 편히 있을 수 있기를. 신께서도, 우리도, 지켜보고 있다.

오레올린: ……언니……. 언니가 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와 같은 머리와 눈 색을 한…….

파우스트: 언니를 만날 수 있어.

아서: ……그녀의 손가락이……. ……나뭇가지처럼…….

파우스트: 아서, 손을 놓아라.

아서: …….

레녹스: 아서 전하, 이쪽으로.

아서: ……미안해……. 구하지 못해서 미안해……!

오레올린: 손을 잡고 있어줘서……. ……고마워……. …….



바이올렛: ……, 윽……. 으으윽…….

미스라: 리바이어던이 그녀한테 달려들었어……?

루틸: 어떻게 된 거죠? 내부 분열……?

그림 속의 스노우: 오비시우스는 인형으로 마물을 매료시켜 조종하는 데 능한 마법사란다.

그림 속의 화이트: 아가씨들은 처음부터, 마수의 제물로 준비된 것이겠지.

피가로: 아아……. 그녀의 손발이 나무로 변해가네.

바이올렛: ……으……윽.

루틸: ……살릴 수 없나요?

그림 속의 스노우: 살려? 흙은 흙으로, 먼지는 먼지로 돌아가는 것뿐이란다.

그림 속의 화이트: 그 아가씨를 잡아먹은 리바이어던은 마력이 커지겠지. 그건 성가시구나.

피가로: 쌍둥이 선생님은 매정하네.

그림 속의 스노우: 하지만, 이 만남도 무슨 운명이겠지. 바이올렛이여.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어주겠네.

바이올렛: ……조금 생각났어……. 나는 북쪽의 마녀였어…….

그림 속의 스노우: 가련하게도. 오비시우스에게 죽임을 당하고 마나석을 이용당했구나. 그대의 원수는 갚아주겠네.

바이올렛: ……북쪽의 마녀는, 다른 사람한테 복수를 부탁하거나 하지 않는다구.

그림 속의 스노우: 실례했구나, 긍지 높은 마녀여. 홀로 가려무나.

바이올렛: ……후후……. ……, ……. 아아아…….

피가로: 아ㅡ아, 가엾게도……. 미스라, 공간의 문을 열어줘. 카인하고 미틸은 맡겨줘.

미스라: 제가 가는 게 빠르지 않나요.

피가로: 미틸이 중상일 때 너로는 미틸을 치유하지 못해.

미스라: …….

피가로: 말하게 하지 마, 미스라. 바다의 악마 리바이어던은 오즈나 너 정도나 쓰러뜨릴 수 있잖아. 의지하고 있다고.

미스라: 알겠습니다.

피가로: 리바이어던을 봉인할 도구를 저쪽에서 준비해주고 있을 거야. 준비하는 데 조금 더 걸리겠지. 문을 열면 도구를 미스라한테 맡기고, 나랑 루틸은 성으로 이동할게.

미스라: 루틸을 데리고 가나요?

피가로: 중상이 몇 명 있을지 몰라. 조수가 있어야지.

미스라: …….

루틸: 괜찮아요, 미스라 씨! 저도 미틸도 무사할게요. 미스라 씨를 혼자 두지 않을게요.

미스라: 하? 별로 그런 걱정은 안 해요. 저는 제 마력을 걱정하는 것뿐이에요.

루틸: 아, 알고 있지만요…….

미스라: …….

미스라: 루틸. 무사히 있어주세요.

루틸: 네!

그림 속의 스노우: 피가로 쨩도 무사하렴…….

그림 속의 화이트: 무사하렴.

피가로: 겸사겸사 따라하지 말아주세요. 정말이지…….



스칼렛: 라라라~. 라라~…….

스칼렛: 아……, 아, 아, …….

라스티카: 아름다운 노랫소리예요. 그대로, 계속해주세요.

스칼렛: ……, …….

라스티카: 잘 자요, 멋진 사람. 좋은 꿈 꾸시기를……. …….



클로에: ……라스티카! 괜찮았어!? 아까 그 사람은?

라스티카: 성에 삼켜져버렸어.

클로에: 성에……!?

라스티카: 아픔을 느끼지 않도록, 마지막으로 다정한 꿈을 꿀 수 있는 마법을 걸었어. 아름다운 노래를 흥얼거려주었어.

클로에: ……그랬구나……. 성에 삼켜지다니…….

라스티카: 카인은 괜찮아?

클로에: ……괜찮다고는 할 수 없어. 빨리 피가로한테 진찰받아야 해……. 그래도, 오웬이 보살펴주고 있어.

라스티카: 그렇구나.

클로에: 있잖아, 라스티카. 오웬은 케르베로스가 카인을 물었다고 했잖아. 그래도, 그거 거짓말이라고 생각해. ……거짓말이라고 해야 할까, 일부러 그런 게 아닌 걸지도 몰라…….

라스티카: 어째서?

클로에: ……잘 말은 못 하겠지만……. 카인을 위해서 진심으로 기도해준 것 같은……. 느낌이 늘어.

오웬: 있잖아.

클로에: 와, 깜짝 놀랐어.

오웬: 라스티카가 돌아왔으면 빨리 말해. 그 여자는 해치운 거야?

라스티카: 작별을 했어.

라스티카: 아까 클로에와 함께 성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았어. 신기한 산성비로 가시나무 덩굴이 녹아 있었어. 피가로 님은 성 안에 있을지도 모르겠어. 카인을 운반해서 피가로 님에게 진찰을 받자. 오웬, 도와줄 수 있을까?

오웬: 어쩔 수 없네. 좋아.



네로: 시안……!

무르: 바질리스크에 먹혔다!

샤일록: 그녀의 손발이……. 꼭두각시 인형처럼 나무로 변해가…….

브래들리: 말했잖아. 살아있는 몸이 아니라고. 그 녀석은 잘 만들어진 인형이었던 거다.

브래들리: 흩날리는 이 마나석……. 동쪽나라 마녀의 마나석인가. 그거랑 오즈의 피의 냄새다. 전부 저 새 뱃속에 들어가버렸지만. 대단한 마력이야…….

샤일록: ……그녀를 먹고, 바질리스크가 강화됐어……?

무르: 더 커진 것 같아!

네로: ……. ……웃기지 말라고…….

네로: 브래드!

브래들리: 어!

네로: 저 새는 내가 숨통을 끊을 거다! 나를 쏴!

브래들리: 좋지, 죽이고 와! 《アドノポテンスム》!

샤일록: ……브래들리의 장총이 단총으로 변해서…….

무르: 브래들리의 특기인 강화마법이야! 최고위 강화를 보는 건 처음이네!

샤일록: 정면에서 가슴을 쏘다니, 어지간히 신뢰관계가 없으면 못 할 일이겠죠.

브래들리: 간다, 네로!

네로: 오라고!

브래들리: 《アドノポテンスム》!



아키라: (네로……!)

차례차례 꼭두각시 인형으로 돌아가 부서져가는 아가씨들. 그런 슬픈 광경 속, 분노를 쏟아내는 네로를 보았다. 브래들리의 총탄을 맞은 후의 네로는 짐승보다도 새보다도 빨랐다. 밤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한층 더 커진 바질리스크를 뒤쫓아간다.

네로: 《アドノディス·オムニス》!

네로가 주문을 외우자, 마도구인 커틀러리가 그의 종자와 같이 주위를 맴돌았다. 한 번 손가락을 튕기자 무수한 포크의 비가 바질리스크로 쏟아진다. 체구를 늘린 바질리스크는 억센 날개를 펼치고 크게 날개쳤다.

네로: …….

거센 바람이 몰아쳐 포크의 비는 날아가고, 네로도 공중에서 균형을 잃는다. 그러나 자세를 가다듬고 수직으로 하강하며 도망가는 바질리스크를 쫓아갔다. 그런 그의 양 옆에 빗자루에 탄 마법사가 두 명, 모습을 드러낸다.

무르와 샤일록이다. 이런 밤인데도, 하늘에 떠오르며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은 그들이 서쪽의 마법사이기 때문이다. 공포조차, 비애조차, 상실조차 즐길 수 있다. 내일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샤일록: 저 날갯짓은 성가시네요. 접근할 수 없게 될 거예요. 제가 평형감각을 잡겠습니다.

무르: 내가 눈속임해줄게!

네로: 내가 접근해서 죽일게. 맡겨. 새라면 다 익숙해.

샤일록은 미소지으며 네로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그것은 물색의 우산이었다.

샤일록: 그 소녀가 나무로 돌아가기 직전 그녀의 손에서 떨어진 거예요. 본 기억이 있어서.

네로: …….

샤일록: 한을 풀어야죠, 네로.

네로는 가만히 샤일록에게서 물색 우산을 받았다. 샤일록과 네로의 팔을 이은 물색 우산 하나는, 마치 밤하늘에 놓인 다리와 같았다. 물색의 아치를 기세좋게 빠져나가며 유성처럼 무르는 하늘을 날아간다.

무르: 가자~! 《エアニュㅡ·ランブル》!

흐릿한 밤하늘에 경쾌한 소리를 울리며 색색의 불꽃이 피어간다. 펑 펑 소리를 높인다. 그것은 가시에 갇힌 성의 고동 같았다. 아직 살아있어. 아직 포기하지 않았어, 라고 말하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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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파우스트: ……현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됐어. 레녹스! 피가로의 짐을 봤나?

레녹스: 피가로 님의 짐이라면 이쪽에……. ……조심하세요. 가시 덩굴의 수가 늘어났습니다.

오즈: 인형을 제물로 해서 힘을 키운 건가.

레녹스: 아마도. 피가로 님의 짐이 있었습니다.

파우스트: 고마워. 리바이어던을 봉인할 의식에 필요한 것들이라고 한다. 부족한 재료도 있다고 들었다만…….

아서: 부족한 재료……. 우선은 피가로 님의 짐을 늘어놓아봅시다. 이상한 냄새가 나는 향유에, 청색 진주에, 거무스름한 뼈…….

오즈: 아서. 부주의하게 만지지 마라.

아서: 아……. 죄송합니다.

파우스트: 내가 맡을게. 커맨딩오일과, 성해주, 월광박쥐의 송곳니……. 거기에, 수의에 닿은 바늘, 수탉의 피로 물들인 명주실……. 이 근처는 만지지 않는 게 좋아.

아서: 알았어. 부족한 재료는 있어?

파우스트: 중요한 매개다. 별의 파편이나 영웅의 유물…….

아서: 보검 칼라드볼그라면 성의 보물고에 잠들어 있어. 건국의 영웅 알렉 초대국왕의 유품이야.

파우스트: ……보검 칼라드볼그라면 충분할 거다.

아서: 당장 찾으러 가야겠어.

오즈: 그 전에 현자를. 파우스트, 현자를 찾았지.

레녹스: 현자를 찾았다?

파우스트: 눈치챘나. 명확히 장소를 알아낸 건 아니지만……. 현자의 목소리가 끊어지는 한순간 공간이 연결된 것 같았어.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아서: 정말이야? 그럼, 파우스트, 부탁해도 될까? 현자님의 가까이에 주범이 있다고 말씀하셨어. 한시라도 빨리 구출해드리고 싶어.

파우스트: 해볼게. 보검 칼라드볼그 입수는 너에게 맡겨도 되겠나?

아서: 맡겨……. 《パルノクタン·ニクスジオ》!

파우스트: 공격이 활발해졌어……. 정말 괜찮겠나, 아서.

아서: 그래.

오즈: ……나도 같이 가지. 레녹스, 탐색의 마법은 집중을 요한다. 파우스트를 수호해줘.

레녹스: 목숨과 바꿔서라도.

아서: 그럼!

파우스트: ……기다려, 아서! 오즈는 마법을 쓸 수 없다. 무리하지 마라!

아서: 알았어!

파우스트: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아서: 나는 마법사야. 약속은 하지 않아. 하지만 반드시 돌아올 거야! 걱정하지 마! 갑시다, 오즈 님.

오즈: 그래.



파우스트: ……. ……닮은 얼굴을 착각할 것만 같군.

레녹스: 그렇네요.

파우스트: 레녹스. 현자를 찾아내기 위해서 탐색을 할 거다. 뒤를 맡길게.

레녹스: 알겠습니다.

파우스트: …….

레녹스: 왜 그러십니까?

파우스트: 자기 반성 중이다. 너와의 관계는 과거의 일이라고 말하면서…….

파우스트: (……무의식적으로 옛날처럼 의지해버리고 있다. 이대로는 언제까지나 미래가 없는 내 인생에서 레녹스를 해방시켜줄 수가 없어…….)

레녹스: 파우스트 님.

파우스트: 뭐야.

레녹스: 저는 기쁩니다.

파우스트: …….

레녹스: 부디 집중해주세요. 당신은 반드시 제가 지키겠습니다.



네로: 죽어……!

네로는 커틀러리를 조종하며 바질리스크에게 접근했다. 그를 날려버리려 하며 바질리스크가 날개를 부풀린다. 그 순간, 샤일록이 파이프의 연기를 바질리스크에게 뿜었다.

샤일록: 《インヴィㅡベル》

연기에 휘감겨 바질리스크의 비행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밤바람을 감으며 샤일록은 바질리스크에게 다가갔다. 마도구인 파이프를 가볍게 뒷머리에 꽂아넣으며 바람을 어루만지듯 부드럽게 손끝을 뻗는다. 이윽고, 손끝은 빛을 걸친다. 작은 빛의 구슬만큼 커졌을 즈음, 나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크게 벌린 바질리스크의 부리와 샤일록이 정면충돌하려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키라: (위험해……!)

순간, 샤일록은 수직으로 공중을 회전했다. 서커스의 그네타기처럼 대담하고, 예술적이고 매혹적인, 아름다운 대회전. 푸른 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달도, 날개를 펼친 바질리스크도, 그가 그리는 아름다운 고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꾸로 된 샤일록은 매료하듯 달콤한 미소를 띄웠다. 부리를 벌리고 있는 바질리스크를 달래듯 입술을 열고 혀끝을 튕긴다.

샤일록: 치치치.

바질리스크는 멍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부리의 안에, 손끝에 머물던 요염한 빛의 구슬을 던져넣고 우아하게 날아간다. 샤일록을 시선으로 쫓고 있던 바질리스크는 푹 실추하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비틀거리며, 술에 취한듯 흔들리고 있다. 빗자루 위에서 뒤를 돌아본 샤일록은 뒷머리에서 파이프를 뽑아내어 입에 물었다. 장난스럽게 웃으며 눈을 가늘게 뜬다.

샤일록: 귀여우신 분.

취기를 깨려는 듯 바질리스크는 몸을 비틀고 날개를 크게 폈다. 바질리스크를 기다리고 있던 네로가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네로: 《アドノディス·オムニス》!

오른손에 쥐고 있는 것은 어느덧 작살과 같이 흉악한 크기로 변화한 나이프다. 네로는 망설이지 않고 바질리스크의 날개 밑부분을 거대한 나이프로 꿰뚫었다. 선혈이 네로에게 쏟아진다. 바질리스크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몸부림치고 날뛰며 꼬리의 뱀이 고개를 쳐든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고 네로에게 독을 뿜으려 했을 때.

네로: ……네놈이나 먹으라고!

네로는 가차없이 뱀의 꼬리를 돌려찼다. 발길질을 당해 독을 뿜지 못한 뱀을 입을 다문다. 그 머리부터 턱까지 네로는 포크로 내리뚫었다. 튀었던 피가 앉은 세 개의 커틀러리가 예의바르게 네로의 곁으로 돌아온다.

빗자루 위에 올라서서 냉담한 눈길로 바질리스크를 내려다보며 내로는 양손을 내려뜨렸다. 이제 승부가 났음을 알고 있는 듯이.

네로: 《アドノディス·オムニス》

바질리스크가 절명의 외침을 높였다. 무수한 깃털을 흩날리면서.

샤일록: 훌륭합니다. 이후는 브래들리의 저격이 성공하기만을 바라기만 하면 되겠네요.

네로: ……그래. 브래드, 준비는!?

브래들리: 언제든지 갈 수 있지.

네로: ……리케, 시노, 기다리고 있어. 지금 구해주러 갈 테니까.



미틸: ……윽…… …….

눈앞에서 작은 소녀가 나무로 변하는 것을 본 미틸은 주저앉아서 울고 있었다. 그러나 울고 있지만은 않다. 강한 시선으로 미노타우로스를 노려보며, 리케의 랜턴에 무언가를 주입하고 있다. 그의 옆에서 리케는 손가락을 깍지끼고 조용히 기도하고 있었다.

리케: ……그녀의 작은 영혼이 평안한 신의 낙원에 인도되기를. 그리고, 저와 미틸, 겸사겸사 브래들리가 하늘의 신을 대신해……. 저 무서운 괴물에게 천벌을 내릴 수 있기를.

미틸: ……됐어요. 혜성의 물방울을 리케의 랜턴에 넣었어요.

리케: 고마워요, 미틸.

랜턴의 불빛은 아름답고 조용히, 방사선 모양으로 퍼져 있었다. 그것은 어두운 미궁의 숲에 상냥하게 개화한 꽃잎 같았다. 상냥한 온기의 꽃잎의 중심에서 리케와 미틸은 마주 본다. 두 사람은 진지하게 마주 바라보며 의식처럼 손을 맞잡았다. 그들의 배후에는 무서운 거구로 날뛰는 마물과 두 소년의 그림자가 교차하고 있다.

리케: 부탁이 있습니다. 이대로 손을 잡고 있어주세요.

미틸: ……랜턴을, 미노타우로스의 머리 위에 올려놓는 동안이요?

리케: 그래요. 성공할 수 있을지 걱정돼서, 무서워요. 카인이 죽어가고 있다고 현자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시노와 히스클리프도 크게 다치고……. 제가 실패하면……. 누군가를 잃어버릴지도 몰라요. ……그게 너무 무서워서…….

리케의 얼굴이 가냘프게 일그러진다. 손을 잡은 채로 리케는 눈가를 문질렀다. 눈물을 알아차린 것인지 미틸이 놀란 얼굴을 한다.

리케: ……네로나 오즈가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지만, 이런 때에 없습니다. 부디, 손을 잡고 있어주세요. ……미틸, 저의 나약함을 비웃을 건가요?

미틸은 진지하게 고개를 저었다. 힘차게 손을 맞잡는다.

미틸: 비웃지 않아요. 형님이 그랬어요. 마법은 마음으로 쓰는 거라고. 제가 리케의 마음의 버팀목이 될게요. 당신의 마음을 강하게 할게요. 괜찮아요……. 꼭 성공할 거예요! 리케는 훈련을 아주 많이 해왔으니까. 지금은 여기에 있지 않아도……. 오즈 님이나 네로 씨에게 배운 것, 많이 기억하고 있잖아요?

리케: ……네…….

눈물을 떨구며 리케가 끄덕인다. 자기 자신에게 타이르듯 울면서 미틸은 이야기를 계속한다.

미틸: 저도 기억하고 있어요. 형님이나, 피가로 선생님이나, 레노 씨가 가르쳐준 것……. 그러니까, 힘 내요! 분명 성공할 거예요!

리케: 네……!

손을 맞잡으며 두 사람은 강한 눈동자로 일어섰다. 일어선 순간, 리케의 랜턴이 돈다. 조금 전까지의 어두운 미궁이 축복의 회전목마가 되어 어린 두 사람의 마음을 고무시키고 있다. 두 사람은 뛰기 시작했고, 미노타우로스의 앞에 섰다.

미노타우로스와 싸우고 있던 시노와 히스클리프는 휘청거렸다. 진흙과 어둠과 피의 경계가 서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노는 미틸을 돌아보며 웃었다.

시노: ……미틸의 약초 효과 있었어.

미틸도 희미하게 웃었다. 히스클리프는 뺨의 피를 닦으며 지휘관처럼 두 사람에게 지시한다.

히스클리프:  나랑 시노가 최대한 미노타우로스의 움직임을 멈출게. 그 사이에 브래들리가 저격하기 쉽게 랜턴을 강하게 빛내줘.

미틸: 알겠습니다.

히스클리프:  브래들리가 명인이라고는 해도, 오발을 조심해.

리케: 네.

히스클리프:  ……좋아, 시작하자. 시노, 괜찮아?

시노: 당연하지. ……맡기라고.

히스클리프:  …….

히스클리프는 걱정스럽게 시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심호흡한다.

히스클리프:  작전개시다.

시노: 《マッツァ·スディㅡパス》!

어디서 그런 힘이 남아있었는지 시노는 땅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대낫을 휘두르며 높이 도약한다. 날카로운 낫의 은빛 빛깔은 밤하늘의 달조차 베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히스클리프:  《レプセヴァイヴルプ·スノス》

도약하는 시노의 그림자 아래, 히스클리프는 두 손으로 마도구인 회중시계를 움켜쥐고 있었다. 상냥하고 섬세하고 겁 많은 히스클리프의 두 눈에 공포는 없었다. 규칙적으로 시간을 새기는 시계바늘처럼 눈앞의 일에 집중하여 수행하고 있다. 그의 친구를 구할 수 있는 것은 그밖에 없기에.

시노의 대낫에 베여 비틀거리는 미노타우로스에게 정원의 나뭇가지가 휘감겨간다. 시노는 이어서 미노타우로스의 다리를 베었다. 관절이 깊이 찢겨져나가 미노타우로스는 우렁찬 소리를 지르며 그 자리에 무릎을 꿇는다. 뒤돌아보며 시노가 소리쳤다.

시노: 지금이다……! 리케, 미틸!

리케: 네! 《サンレティア·エディフ》!

미틸: 《オルトニク·セアルシピルチェ》!

미틸과 손을 잡으며 리케가 랜턴을 공중으로 날려보낸다. 랜턴이 상승하면서 미노타우로스의 주위가 낮처럼 밝아졌다. 미노타우로스의 머리 꼭대기까지 천천히 올라가자, 랜턴은 한층 더 눈부신 빛을 발한다. 어떤 어둠도 관통하는 강한 금색의 빛이 흘러넘쳐간다.

리케: 이게 혜성의 물방울의 효과……?

미틸: 굉장해…….



무르: 보인다!

네로: 리케의 랜턴이다! 브래드!

브래들리: 어! 맡겨둬!

브래들리: 바람도 없어……. 기다리게 했구만, 동서남북중앙의 꼬맹이들. 이몸이 소자식의 숨통을 끊어주지.

무르: 북쪽의 꼬맹이는 없지 않아?

샤일록: 서쪽의 꼬맹이도 없는 것 같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브래들리.

네로: 부탁한다, 브래드. 애들의 생사는 너한테 달렸어.

브래들리: 안심해. 맡겨두라고. 그럼, 간다!

브래들리: 《アドノポテ……》

브래들리: ……, 에……, 에……,

네로, 무르, 샤일록: ……!

브래들리: 으엣취!!

네로, 무르, 샤일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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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무르: 사라졌다!

네로: 진짜냐!?

무르: 재채기로 날아갔어!

샤일록: 하, 하필 이런 때에…….

무르: 브래들리의 <거대한 재앙>의 상처! 재채기를 하면 어디론가 날아가버려!

네로: 지금이 아니어도 되잖아!? 어이, 어떡해!?

샤일록: 어떡하죠…….

무르: 대혼란! 대혼란!

네로: 어디 간 거야, 브래드!?



리케: …….

리케: (랜턴을 밝혔어요! 자, 언제라도 좋아요! 브래들리!)

미틸: …….

미틸: (적이 금방이라도 날뛰게 될 것 같아……! 빨리 쏴주세요, 브래들리……!)

미틸, 리케: …….

리케: 안 와…….

미틸: 브래들리 씨!?

히스클리프:  ……윽, 억누를 수가 없어…….

시노: ……도망쳐! 두 사람 다!

미틸: 시노 씨!

시노: 내가 끌어들이고 있는 동안 달려……! 너도다! 히스!

히스클리프:  싫어……!

시노: 억지 부리지 마! 겁쟁이 주제에……!

히스클리프:  그래, 겁쟁이야! 네가 죽는 게 겁이 난다고!

히스클리프:  ……구속이 풀렸어……!

시노: 온다! 달려……!

미틸, 리케: 네……!



아서와 오즈는 보검 칼라드볼그를 손에 넣기 위해 보물고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덤벼드는 덩굴에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서: 《パルノクタン·ニクスジオ》!

아서: ……윽, 하…….

오즈: 마력이 다해가고 있다. 점차 마음이 마비되고 오감이 둔해지겠어.

아서: ……괜찮습니다……. 보물고에 가야 해요.

오즈: ……. 한심하다. 마법을 쓸 수 없는 자신이 이렇게도 무력하다니…….

아서: 그렇지 않습니다! 검 다루시는 것도 많이 느셨어요. 아까도 도움을 받았습니다.

오즈: 처음으로 물리공격을 했다.

아서: 보물고까지 가는 길은 반드시 제가 돌파하겠습니다. 가죠.

오즈: 기다려라. 이전보다 성에 들어찬 적의가 격렬해지고 있다.

아서: 보검 칼라드볼그를 손에 넣고 돌아오겠다고 파우스트한테 말했어요. 피가로 님도 어딘가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카인도……. 리케도……. 시노 일행도…….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 두려울 것은 아무 것도 없어요.

오즈: …….

결연한 표정의 아서를 오즈는 씁쓸하게 바라본다. 그때, 다시 가시 덩굴이 두 사람을 에워쌌다.

아서: 《パルノクタン·ニクスジオ》! 아……!?

피로 때문에 마력을 잃기 시작한 것인지 마법으로 튕겨내려 했던 아서의 팔을 가시 덩굴이 휘감는다. 그를 구하려던 오즈도 검을 든 손목째로 덩굴에 얽혀버렸다.

오즈: ……이런……!

아서: ……!? 오즈 님, 보세요!

오즈: ……?

아서: 오즈 님의 피에 닿았던 덩굴입니다! 배 이상으로 부풀어오르고 다른 덩굴보다도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해요!

흉악한 움직임을 보이는 덩굴을 올려다보며 오즈는 숨을 삼켰다. 분한 듯 고개를 숙인다.

오즈: ……조금 더 일찍 알아차렸다면……. 파우스트와 레녹스에게도 줄 수 있었을 것을…….

아서: 오즈 님……?

오즈: 미안하다, 아서. 지금까지 이런 것을 시도하려 한 적이 없어서……. 전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손을 뻗을 수 있겠나?

아서: ……예……! 닿나요?

오즈: 충분하다.

오즈는 아서의 손목을 잡았다. 백합 문장이 새겨진 손등을 뒤집어 손바닥에 손가락을 긴다. 손목에 감긴 덩굴에서 떨어진 피로 마법진을 그려간다.

아서: ……그건…….

오즈: 내 피를 매개로 내 마력을 주겠다.

아서: 오즈 님의 마력을…….

아주 약간의 공포와 호기심이 뒤섞인 소년의 얼굴로, 아서는 피의 마법진을 응시했다. 천천히, 마법진의 신기한 문양이 희미하고 붉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오즈: 알겠나, 아서. 주문을 외우면 나는 잠에 빠지겠지. 보물고에 갈 필요는 없다. 보검 칼라드볼그를 네 손 안에 소환해라.

아서: 보검을 소환…….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미소를 지으며 오즈는 끄덕였다.

오즈: 너라면 반드시 할 수 있다. 자신을 믿어라, 아서. 영웅의 피를 이어받은 아이여. 너는 운명에 맞서 북쪽의 눈보라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너의 길을 막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아서의 푸른 눈동자에 강한 의지가 솟구쳐오른다.

아서: 알겠습니다.

오즈: 《ヴォクスノク》

아서: ……!

오즈가 주문을 외운다. 엄습하는 졸음을 이기려 가시를 움켜쥐었지만, 이내 머리를 떨구고 말았다. 대신에, 아서의 손바닥이 스산하면서도 강하고 아름다운 붉은 빛에 감싸였다.

바람이 생겨나고 아서의 앞머리를 휘날린다. 그것은 곧 폭풍의 무시무시함이 되었다. 손바닥에 폭풍을 품으며 아서는 주변을 조용히 둘러보았다. 그의 은빛 머리칼을, 손끝을 두려워하듯 가시 덩굴이 슬며시 후퇴해간다. 아서는 심호흡을 하고 소리를 높여 외쳤다.

아서: 보검 칼라드볼그여! 와라!

아서: 《パルノクタン·ニクスジオ》!

바람이 소용돌이치고 눈부신 빛이 아서의 몸을 감쌌다. 어딘가에서 나타난 순백의 빛이 인영처럼 아서의 눈앞에 멈춰선다. 이윽고, 순백의 빛은 한 자루의 검이 되었다. 눈 앞에 떠오르는 빛의 검에 오즈의 마법진이 붉게 빛나는 손바닥을 내민다. 건국의 영웅, 초대 국왕 알렉 그랑벨이 대도하고 있던 전설의 보검. 칼라드볼그다.

아서: 성공이다! 가자, 보검 칼라드볼그!

전우와 같이 이름을 부르며 아서는 칼집에서 검을 뽑았다. 잠이 든 오즈에게 휘감긴 가시 덩굴을 절단하기 위해 보검을 내리친다.

아서: 《パルノクタン·ニクスジオ》!

그 일섬은 질풍처럼 성의 긴 복도를 일직선으로 달려나갔다. 거룩하고 가열찬 천둥처럼.



공기를 가르고 가시 덩굴이 채찍처럼 덮친다. 삐걱거리며 벽에 균열이 달리고 바닥의 돌멩이가 흩어졌다. 레녹스는 땅을 박찼다. 뺨을 타고 땀과 피를 흘리며 채찍 같은 가시 덩굴을 차낸다.

레녹스: …….

바로 달려나가 다른 곳에서 꿈틀거리는 덩굴을 검으로 후려쳤다. 그리고 또 곧바로 물러선다. 평소에는 온화한 목자인 그가, 장신에 어울리지 않는 민첩한 움직임과 공방에 적격인 체술을 쏟아낸다. 지금의 레녹스는 냉정한 투지를 품은 전사의 눈을 하고 있었다. 담담하게 내습하는 덩굴을 물리친다. 피부가 찢겨도 비명 한 마디 지르지 않는다. 그의 등 뒤에 마법에 집중하고 있는 파우스트가 있기 때문이다.

성벽을 향해, 레녹스를 등지는 형태로 파우스트는 눈꺼풀을 감고 집중하고 있었다. 새하얀 파우스트의 정장은 피 한 방울도 얼룩져 있지 않았다. 선혈과 땀으로 얼룩진 레녹스의 거친 숨결이 닿는 거리에서도 파우스트는 등을 바로 세우고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그것이 두 사람의 신뢰의 형태일 것이다. 서로의 역할을 알고 있다.

레녹스: …….

레녹스는 상체를 뒤로 젖히고 덩굴을 회피했다. 그의 손바닥에는 오래된 마도구가 있다. 가령 그의 등 뒤에 있는 것이 책형의 언덕이고, 내습하는 가시 덩굴이 죄인을 불태우는 불길이라고 해도. 레녹스는 지켜낼 것이다. 수천 년이 걸리더라도.

레녹스: 하아……. 하…….

눈동자의 빛은 사라지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날수록 레녹스의 피로가 짙어져간다. 드디어 파우스트가 소리를 높였다.

파우스트: ……찾았다!

뒤를 돌아본 파우스트는 만신창이가 된 레녹스의 모습에 숨을 삼켰다. 달려가서 몸을 받치려 한다. 레녹스는 고개를 저으며 뒷걸음질쳤지만 비틀거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안경이 바닥에 떨어진다. 동시에 가시 덩굴이 덮쳐왔다. 파우스트는 주문을 외운다.

파우스트: 《サティルクナㅡト·ムルクリㅡド》

튕기듯이 덩굴이 후퇴한다. 파우스트는 마법으로 안경을 집어들어 레녹스의 얼굴에 씌웠다.

레녹스: ……, 하……. 하……. 죄송합니…….

파우스트: 됐다. 가만히 있어.

레녹스: 현자님은…….

파우스트: 무사하다. 구하러 간다. 그 전에 너에게 치유마법을 걸 거야.

레녹스: ……하아……. 보존해두시는 것이. 부상자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파우스트: 너도 부상자다.

레녹스: ……!? 이 소리는!?

파우스트: 적은 아니야. 오즈……? 아서?

아서: 파우스트, 레녹스! 손에 넣었어!

파우스트: 아서, 오즈.

아서: 보검 칼라드볼그다!

미스라: 《アルシム》

레녹스: 공간의 문……!

오즈: 미스라……!

미스라: 시간이 없으니 빨리! 도구를 갖춰주세요!

파우스트: ……알았어!

피가로: 부상자는?

레녹스: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루틸: 레노 씨! 괜찮으세요!?

파우스트: 아서! 보검 칼라드볼그를!

아서: 피가로 님을 이쪽으로 모시면 그쪽의 전력이 줄어들어. 나도 바다에 갈게!

오즈: 아서!?

아서: 오즈 님이 주신 힘이 있으니 괜찮습니다! 피가로 님, 카인을 부탁드립니다!

피가로: 아서, 잠깐만! 아아, 얼굴 보여줘. 이쪽으로. 너도 부디 무사해줘.

아서: ……네! 피가로 님도, 부디 무사하시기를!

미스라: 서로 껴안고 있을 시간 없거든요!?

피가로: 오즈가 시원하게 못 하는 걸 잽싸게 해준 거라고! 좋아, 루틸 가자!

루틸: 네!

미스라: 그럼, 갈게요!

아서: 그래. 다녀오겠습니다!

미스라: 《アルシム》



오즈: …….

레녹스: 공간의 문이 닫혔어……. 오즈 님. 아서 님이라면 분명 괜찮을 겁니다.

오즈: 너는 만신창이군…….

파우스트: 피가로, 잠깐!

피가로: 왜? 너도 허그가 필요해?

파우스트: 죽인다. 현자가 있는 곳을 알아냈어. 지금부터 들어갈 거다.

피가로: 역시 파우스트야. 어울려주고 싶지만 응급 환자가 기다리고 있어. 싸움 거는 방법은 알아?

파우스트: 너한테 많이 배워서 말이지. 시노와 히스를 당신한테 부탁하고 싶어. 안뜰에 있을 거야.

피가로: 알았어. 카인 다음으로 꼭 봐주러 갈게. 너도 너무 애쓰지 말고 힘 내. 레노, 입 벌려.

레녹스: 아.

피가로: 피가로 선생님의 슈가야. 오즈와 파우스트를 부탁해.

레녹스: 알겠습니다. 조심하세요.



리케와 미틸은 무시무시한 미노타우로스의 포효에 쫓기고 있었다.

미틸, 리케: 와아아아악……!

시노: 네 상대는 나야! ……윽……

히스클리프:  시노……!

리케와 미틸을 감싸며 시노와 히스클리프가 미노타우로스의 앞을 가로막아섰다. 그 모습에 리케는 망설이며 발을 힘껏 딛고 선다.

리케: ……도망만 갈 수는 없어요! 저도 싸워야……!

미틸: ……저, 저도……!

리케: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처럼 하나 둘, 하고 호흡을 맞춰서 공격해요!

미틸: 알겠어요!

미틸, 리케: 하나, 둘…….

리케: 《サンレティア·エディフ》!

미틸: 《オルトニク·セアルシピルチェ》!

두 사람이 동시에 주문을 외운다. 작은 회오리바람과 탁탁 터지는 정전기가 미노타우로스의 어깨 뒤에 부딪쳤다. 감정이 없는 무서운 눈동자로 미노타우로스는 천천히 두 사람을 돌아본다. 그리고 엄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도끼를 휘두르며 소년들의 곁으로 맹렬히 달려간다.

미틸: ……! 이리로 왔다……!

리케: ……도망쳐요! 아……!

미틸: 리케, 괜찮아요!?

리케: 괜찮아요! 넘어진 것뿐……. 아야……!

미틸: 발목이 부었어…….

미틸, 리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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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미틸, 리케: ……!

리케: 미틸! 미틸만이라도 도망쳐요……!

미틸: 리케를 두고 갈 수 없어요!

미틸: ……와, 왔어…….

도끼를 휘두른 미노타우로스의 거대한 그림자가 겁먹은 미틸과 리케의 몸을 덮는다. 미틸은 순간적으로 리케의 위로 감쌌다. 부릅뜬 리케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쥐어짜듯 미틸이 소리쳤다.

미틸: 어머님, 구해주세요……!!

미틸의 목소리에 응답한 것은 천국에 계신 그의 상냥한 어머니가 아니었다. 북쪽의 마법사 브래들리다.

브래들리: 《アドノポテンスム》!

미틸: ……!

미궁의 정원 깊숙한 곳에서 장총을 겨누며 브래들리는 미노타우로스를 저격했다. 머리를 뚫린 미노타우로스는 묵직한 소리를 내며 지면에 나동그라졌다.

미틸: 브래들리 씨!

리케: 브래들리!

안도와 환희에 찬 소년들에게 브래들리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브래들리: 미안 미안! 늦어졌어! 재채기로 날아가버려서 말이지, 연발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우연히 돌아와서 다행이야…….

경쾌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려던 브래들리는 발견한 듯했다. 소년들의 젖은 눈동자나 부은 발목, 빨갛게 까진 팔꿈치를. 온화하게 눈을 가늘게 뜬다.

브래들리: 네놈들, 사나이같은 얼굴이구만. 힘 내줬어.

브래들리의 칭찬에 리케와 미틸은 동시에 울상이 되었다.

미틸, 리케: ……힘 냈어요!!

브래들리: 울상이 되긴 아직 일러.

그 말을 듣고 미틸은 등 뒤를 돌아보았다. 저격당한 미노타우로스가 천천히 큰 몸집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다. 불사신을 연상케하는 강인함에 미틸은 창백해졌다.

미틸: ……아……! 총알이 머리에 맞았는데도…….

브래들리: ……일어나는구만. 끈질긴 놈이야. 뒤는 나한테 맡겨.

그때, 수풀 너머로 휘청거리며 다가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시노와 히스클리프다. 두 사람 모두 서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피에 흠뻑 젖어 있었다.

시노: ……브래들리.

브래들리: 동쪽의 꼬맹이. 네놈이 제일 지독한 상태다. 물러나 있어.

시노: 하……. 하아…….

시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피로와 억울함이 떠 있다. 미노타우로스를 상대로 사투를 벌이고 있던 것은 시노다. 자신의 손으로 마지막 일격을 가하고 싶었을 것이다. 평소의 시노라면 이의를 제기했을 것이다. 그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시노는 지쳐 있다. 그런 시노에게 히스클리프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히스클리프:  ……. 브래들리, 잠깐만.

브래들리: 뭐를, 도련님.

히스클리프:  잠깐이라도, 그 녀석의 마무리를.

브래들리: 어려운 주문이구만.

히스클리프:  1분……. 30초면 돼.

브래들리에게 그렇게 말하고 히스클리프는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시노의 눈 앞에 섰다. 어깨로 숨을 쉬며 시노는 히스클리프를 잠자코 올려다본다.

히스클리프:  시노. 파우스트 선생님께 들은 말, 계속 생각했어.

시노: ……파우스트?

히스클리프:  내가 어중간하니까, 충분히 진심을 내지 못하는 거 아닌가 하고…….

시노: …….

브래들리: 5초 전! 이리로 온다!

히스클리프:  시노. 히스클리프 블랑셰의 이름으로 명한다. 미노타우로스의 목을 따고 와.

시노: …….

순간 시노의 눈동자가 빛났다. 강한 바람이 불고, 잿빛 구름이 걷히고, 푸른 밤하늘이 드러난다. 달빛 아래 시노가 웃었다.

시노: ……분부대로!

히스클리프도 어색하게 웃었다. 시노는 아픔을 잊은 듯 달려나간다.

시노: 브래들리! 거기 비켜! 그 놈은 내가 죽인다!

브래들리: 눈에 생기가 돌았구만. 저 놈은 북쪽 마법사라도 애먹는 마수라고. 네가 죽일 수 있겠어?

시노: 죽인다. ……죽여줄 거야!

브래들리: 아하하! 좋지! 공을 세우고 와라. 엄호해주지.

시노: 빗맞히지 말라고.

브래들리: 네놈이야말로 실수하지 마. 안 그럼 이몸이 해치울 거다. 《アドノポテンスム》!

미틸: 미노타우로스의 발에 맞았어……!

리케: 무릎을 꿇었어……!

브래들리: 낫이 닿기 쉬워졌겠지, 동쪽의 꼬맹이.

시노: 애 취급 하지 마……!

대낫을 들고 시노가 달린다. 그 등을 밀어주듯 히스클리프가 외쳤다.

히스클리프:  가! 달려, 시노!

미틸: 시노 씨, 힘 내세요……!

리케: 힘 내세요!

시노: ……이걸로 마지막이다! 소자식……!

시노: 《マッツァ·スディㅡパス》!

미노타우로스의 머리 위에서 시노의 대낫이 크게 빛난다. 굵은 소의 목이 몸통에서 떨어져, 높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히스클리프:  ……해치웠다……!

미틸, 리케: 됐어……!!

브래들리: 하하하! 기세 좋게 목을 날렸어!

히스클리프:  해냈어! 시노……! 대단해!

시노: ……, 하아……. 좀 더 칭찬해!

히스클리프:  대단해 대단해!

시노: 흐흥.



루틸: 《オルトニク·セトマオㅡジェ》!

루틸: 가시 덩굴이 끝없이 덮쳐오네요. 쓰러져 있는 사람들은 무사할까요……?

피가로: 잠이 든 것 같네. 그랑벨 성을 가시의 유령성의 저주에서 풀어내면 깨어날 거야.

루틸: 저주가 풀리지 않으면요……?

피가로: 저주받은 유령성의 제물이 돼서, 두 번 다시 깨어나지 않은 채 차원을 방황하게 될 거야. 그래도 걱정 없어. 마수들을 쓰러뜨리고, 의식을 거행했던 자를 찾아내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눈을 뜰 거야.

피가로: ……!

루틸: 왜 그러세요,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루틸, 물러서. 이 벽 너머에서 강한 마력과 적의가 느껴져.

루틸: 새로운 마수일까요!?

피가로: 아니……. 뭔가 기억이 있는 것…… 같은……. 잠깐, 잠깐! 오웬!

오웬: 《クㅡレ·メミニ》

피가로: 《ポッシデオ》!

오웬: ……피가로…….

피가로: 위험하게. 하마터면 동료끼리 싸울 뻔했네.

루틸: 클로에! 라스티카 씨!

클로에: 루틸! 무사해서 다행이야!

루틸: 카인 씨는……!?

라스티카: 여기 있어.

카인: ……, …….

피가로: 의식은?

클로에: 끊겼다가, 돌아왔다가. 라스티카한테서 듣고 계속 말을 걸었는데…….

피가로: 고마워, 그건 중요한 일이야. 카인. 카인, 들려?

카인: ……, ……아…….

오웬: 이봐! 죽어가고 있는데 무리하게 말 시키지 마.

오웬: 하하……. 정체를 알겠어. 단말마를 보면서 즐거워하고 있는 거지. 죽어가는 벌레를 찌르듯이 말이야. 네가 의사라니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너야말로 무서운 북쪽의…….

피가로: 오웬, 조용히 해. 한쪽 눈만 남기고 멀리 던져버릴 거야. 아아, 이거 심각하네. 큰 짐승한테 물린 상처야. 어떤 마물한테 당했어?

카인: ……, ……케……. 케르베로스…….

피가로: …….

오웬: 이쪽 보지 말라고.

카인: ……오웬은 나쁘지 않아. 내가…….

오웬: 하……?

카인: ……, …….

오웬: 당연히 내가 나쁘잖아!

카인: ……, ……하아…….

피가로: 카인. 카인, 의식을 잃지 마. 다들 카인의 이름을 불러줘.

클로에: 카인!

루틸: 카인 씨, 정신 차리세요!

라스티카: 카인, 괜찮아.

오웬: …….

피가로: 괜찮아. 너는 반드시 내가 살릴 거야.

피가로: 《ポッシデオ》



해풍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앞머리를 매만지며 아서는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아서: ……! 저게 리바이어던……! 크다……!

미스라: 루틸이랑 똑같은 반응 하지 말아주세요.

그림 속의 스노우: 아서여, 우리가 지도해주마. 보검으로 봉인의 마법진을 바다 위에 그리는 거다.

그림 속의 화이트: 미스라는 마법진이 그려질 때까지 미끼가 돼서 바다 속으로 향하면 된단다.

그림 속의 스노우: 아서가 마법진으로 리바이어던을 바다에 묶어놓으면, 미스라가 숨통을 끊는 게야.

그림 속의 화이트: 두 사람 다, 알겠는가?

아서: 알겠습니다!

미스라: 해주죠.

그림 속의 스노우, 화이트: 호호호! 작전 개시라네!

아서: 미스라, 잘 부탁할게!

미스라: 뭡니까, 그 손. ……아까부터 오즈의 냄새가 나는데요.

아서: 오즈 님의 마력을 받았어. 이건 하이터치야.

미스라: 하아.

손바닥을 마주치며 아서와 미스라는 빗자루를 타고 수평선과 평행하게 난다.

미스라: 《アルシム》

미스라의 공격에 도발당하자 빌딩보다도 거대한 리바이어던의 몸이 그의 뒤를 쫓는다. 고속으로 달리는 거대선과 같은 묵직한 박력이 리바이어던에게는 있었다. 그러나 미스라는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유유하게 해상을 날아간다. 입을 크게 벌린 리바이어던이 덤벼들려는 순간, 미스라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리바이어던에게 쫓기며 재빠르게 바다 속을 헤엄쳐간다. 거리를 좁히는 리바이어던을 능숙하게 피하며 미스라는 마도구를 꺼내들었다. 해골로 공격을 계속하며 리바이어던을 위로 떠오르게 하지 않도록 유도한다. 해저에서 수면을 올려다본 미스라는 빗자루에 탄 아서가 보검으로 그리는 마법진의 거품을 보고 있었다.

그림 속의 스노우: 붉은 명주실을 수면에서 태웠느냐?

아서: 네!

그림 속의 화이트: 커맨딩오일을 보검 칼라드볼그 위에 한 방울 떨어뜨렸느냐?

아서: 네!

그림 속의 스노우: 좋아. 그러면, 봉인 의식을 시작하자꾸나!

그림 속의 화이트: 그대가 그린 마법진으로 미스라가 리바이어던을 유도하겠지!

아서: 알겠습니다.

아서: 《パルノクタン·ニクスジオ》!

한 손에 마도서를, 한 손에 보검 칼라드볼그를 들며 아서는 주문을 외웠다. 수면을 베듯 보검 칼라드볼그로 무엇인가를 그려간다. 그것은 마법진이었다. 파도 위를 춤추듯 돌아다니며 아서는 물의 마법진을 그려나간다.

마지막 원을 잇자, 바다에 그린 마법진에서 해저화산이 폭발한 듯한 격렬함으로 물이 솟구쳤다. 아서를 중심으로 한 원기둥의 형태로 높은 물보라가 밤하늘로 솟구친다. 아직 소년다움이 남아있는 아서의 투명한 푸른 눈동자가 왕자의 위엄을 담고 빛나고 있다.

아서: 미스라, 부탁할게!

달빛과 물보라를 맞으며 쌍둥이는 같은 얼굴로 물끄러미 바다 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히죽 하고 스노우와 화이트가 동시에 웃는다. 마법진을 향해 헤엄치는 미스라를 아무 것도 모른 채 맹렬히 뒤쫓는 리바이어던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 속의 스노우, 화이트: 걸렸구나!

미스라가 해상으로 날아오른다. 그 뒤를 이어 리바이어던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서: 《パルノクタン·ニクスジオ》!

마법진이 강하게 빛난다. 수면으로 고개를 내민 리바이어던의 거구는 빛의 마법진에 묶여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밤하늘에 날아오른 미스라가 빗자루 위에 서서, 날뛰는 리바이어던을 내려다본다. 젖은 머리를 쓸어올리며 미스라는 나른하게 해골을 내던졌다.

미스라: 《アルシム》

거대화된 해골이 위협하듯 입을 크게 벌린다. 그 입에서 얼어붙을 듯한 바람이 몰아쳤다. 크게 신음하는 얼어붙은 폭풍은 해면도 밤공기도 물보라도 가차없이 하얗게 얼려간다. 불사의 악마 같았던 리바이어던도 금세 하얗게 얼어갔다. 마법진에 붙잡히지만 않았다면 다른 물가로 옮겨 도망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서: 굉장해…….

입김을 하얗게 흐리며 미스라의 압도적인 마력에 아서는 순수한 감탄을 띄웠다. 새벽이 올 때까지, 세상에서 가장 강한 마법사는 그다. 한밤중의 지배자라기에는 졸린 듯한 눈동자로 미스라는  눈을 깜박였다.

미스라: 끝입니다.

미스라가 손가락을 튕긴다. 순식간에 리바이어던은 산산히 부서져 있었다. 흩어지며 눈처럼 수면에 쏟아진다. 우박이 닿지 않도록 아서는 그림으로 가리며 피했다.

아서: 해냈구나, 미스라!

그림 속의 스노우: 아야, 아야야!

그림 속의 화이트: 이 녀석, 아서! 우리를 우산으로 삼지 말거라!

아서: 죄, 죄송합니다!

아서는 황급히 그림을 내려놓는다. 그런 광경을 바라보며 미스라도 웃었다. 걱정 하나 없는 소년 같은 얼굴로.

미스라: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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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파우스트: 여기다, 레녹스. 현자가 있는 곳으로 갈 거다.

레녹스: 현자님은 이 성의 어디에 계셨습니까?

파우스트: 인형사의 결계 안이다. 지금부터 억지로 공간을 연결해 침입한다. 약간의 반발은 있겠지만 밀고 나갈 거다.

레녹스: 알겠습니다.

파우스트: 현자가 있으면 오즈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오즈와 현자의 접촉을 우선하겠어.

오즈: 알았다.

파우스트: 《サティルクナㅡト·ムルクリㅡド》



오비시우스: ……마수들이……. 이게 무슨 일이야……. 내 오랜 비원이 엉망이 되다니!

실크햇을 내던지며 오비시우스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절망과 분노를 머금고 일그러진 미소를 굳히고 있다. 방을 돌아다니며 오비시우스는 혼잣말처럼 빠르게 말했다.

오비시우스: 그래서 말했던 거야! 오즈와 북쪽의 쌍둥이를 적으로 돌려야 한다고! 나는 탈리아가 보고 싶었을 뿐이야! 마수를 모아 가시의 성을 소환할 수만 있다면 어디라도 좋았는데! 그 분이 오개국평화회의 기간 중의 그랑벨 성으로 하라고 하니까……!

아키라: (그 분……?)

그때, 신기한 공간에 본 적 있는 거울이 떠올랐다. 파우스트의 마도구이다.

오비시우스: ……! 《ヴォロ·ハベㅡレ》

꼭두각시 인형을 안고 오비시우스가 주문을 외운다. 그러자, 맥없이 일그러져 거울은 작아졌다. 그러나 곧 원래의 크기로 돌아온다.

지구력 싸움을 하듯 확대축소를 거듭하는 사이에 거울은 점점 크고 점점 눈부시게 빛났다.

한층 더 강하게 거울이 빛났다. 그때. 내 눈앞에 오즈, 파우스트, 레녹스의 모습이 있었다.

파우스트: ……하……. 현자……!

아키라: ……!

파우스트의 이름을 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오비시우스의 마법으로 봉해졌기 때문이다.

파우스트: 마법으로 목소리를 빼앗긴 건가. ……네놈…….

내 상태를 눈치채고 파우스트가 오비시우스를 노려본다. 평소의 나른해 보이는 그에게서는 상상할 수 없는 듯한 지도자의 예민함과 박력이 있었다.

그때, 오비시우스가 나의 목덜미를 잡고 끌어당겼다. 그대로 목 뒤가 팔에 끼어 죄인다.

레녹스: 현자님!

오비시우스: 물러나! 너희들의 현자를 죽일 거다!

오즈: 해 보도록 해라.

눈을 좁히며 오즈가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오즈를 알고 있는지 오비시우스의 온 몸에 긴장이 흐른다. 허세를 부리려는 것인지 그는 웃기 시작했다.

오비시우스: 오즈따위 무서울 것 같나! 새벽까지 마법을 쓸 수 없을 테지!

파우스트: ……어디서 들은 거지. 마법사의 약점이 되는 정보는 극비사항일 텐데.

오비시우스: 내 계획의 지원자다. 하지만 모두 물거품이야. 세 체의 마수를 모아 차원을 방황하는 환상의 성을 소환해도, 이 성의 저주는 풀리지 않은 채……. 탈리아는 만나지 못한 채로…….

쿡쿡 목구멍으로 웃으며 오비시우스는 오른손에 검은 불꽃을 켰다. 나의 얼굴 앞에서 섬뜩한 불꽃이 하늘거린다.

오비시우스: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어……. 이 세상은 언제나 그래. 미움받는 자에게는 냉정한 거다. 이대로 저주받은 성과 함께 차원의 저편으로 끌려가, 영원히 떠돌아다니도록 하지…….

아키라: ……, ……!

오비시우스: 현자도, 마왕도, 잠 자는 인간들도 전부 길동무다……! 철학자 무르의 파편따위도, 왕자도, 국왕도, 아무래도 좋아!

오비시우스: 탈리아도, 그녀와 함께 보낸 날들도……. 전부 아무래도 좋다고! 특별하지도 않고 멋지지도 않아! 시시하고 헛된 시간이다! 그런 것에 나는 인생을 소비해버렸던 거야!

노호 같은, 비명 같은 오비시우스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순간, 슬픔과 비슷한 기운이 전해져왔다. 오비시우스로부터도, 오즈나 파우스트로부터도 아니다. 이 공간……. 스산하고 무서운 가시의 고성에서.

아키라: (……탈리아?)

구두 소리가 울려 퍼뜩 고개를 든다. 오즈가 한발을 내딛었다. 마도구인 지팡이를 치켜들고 입을 다문 채, 한 걸음 한 걸음 나에게 다가온다. 털을 건드려진 짐승처럼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오비시우스는 위협했다.

오비시우스: 오즈! 마도구를 자랑해도 소용없어! 마법을 쓸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오즈: 네 말대로다. 밤이 샐 때까지, 나는 마법을 쓸 수 없다. 하지만…….

오즈: 물리공격을 배웠다.

오비시우스: 뭐라고?

오비시우스: 으윽……!!

오즈는 지팡이로 오비시우스를 후려갈겼다.

파우스트, 레녹스: 에에!?

마왕이라 불리던 대마법사가 설마 때리려들 줄은 몰랐을 것이다. 피하지도 못하고 오비시우스는 비틀거렸다. 그 틈에 팔을 뿌리치고 오즈의 곁으로 뛰어나갔다.

이 세계에서 현자라고 불리는 자에게 어떤 역할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단 한 가지 알고 있는 것은……. <거대한 재앙>의 상처로 밤에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오즈가 나에게 닿으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 세계 최강의 힘을 해방하는 것이 가능하다.

오즈: 《ヴォクスノク》

오즈가 주문을 외우자, 내 목에서 목소리가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아키라: 오즈……!

오즈: 기다리게 했구나, 현자여.

오비시우스: ……네놈……! 《ヴォロ·ハベㅡレ》!

내 등 뒤에서 오비시우스의 주문이 울린다. 꼭두각시 인형에서 뿜어져나온 검은 불꽃이 나에게 덮쳐온다. 그 순간 불길 앞에 파우스트가 레녹스가 튀어나왔다.

파우스트: 손대게 할 것 같나.

레녹스: 《フォㅡセタオ·メユㅡヴァ》

파우스트: 《サティルクナㅡト·ムルクリㅡド》

파우스트와 레녹스의 마법이 오비시우스의 검은 불꽃을 막았다. 두 사람의 눈앞에서 초열이 무산된다.

오즈는 나를 한 팔로 끌어당기며 다른 팔로 지팡이를 든다. 오비시우스를 노려보다,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듯 나를 내려다보았다.

오즈: 마법사의 죽음을 본 적이 있나?

그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바로 알 수는 없었다. 즉각 정직하게 대답한다.

아키라: 없습니다.

오즈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지그시 내 머리를 누르고 고개를 아래로 향하게 했다.

오즈: 《ヴォクスノク》

오즈가 주문을 외우자, 바람이 춤추며 긴 머리를 휘날렸다. 직후, 푸른 섬광이 번쩍이고 귀를 찢을 듯 엄청난 천둥 소리가 울려퍼진다.

아키라: ……!

아래를 향한 채, 그 다음으로 나는 유리가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 균열이 생겨 갈라지는 깨끗한 소리. 그때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 알고 있었다. 마법사는 죽으면 돌이 된다. 마나석이라고 불리는, 값비싸고 아름다운 결정으로.

오즈의 손이 떨어지고, 나는 고개를 들었다. 오비시우스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대신, 무수한 마나석이 흩어져 있었다. 훅 정신이 아찔해져 나는 눈을 감았다.

레녹스: 현자님……!

긴장의 끈이 풀린 탓인지, 레녹스의 부축을 받으며 나는 의식을 놓았다.

그리고, 짧은 꿈을 꾸었다. 꿈은 아닌, 누군가의 기억이었을지도 모른다. 멀고 먼 옛날의…….



무르: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탈리아.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 아주 흥미가 있어.

탈리아: ……당신은 무례하네……. 나는 당신의 실험체가 아니야!

무르: 실례. 멋진 것을 앞에 두었을 때는 호기심을 멈추지 못해서 말이야.

탈리아: 멋져? 내가? 거짓말!

무르: 거짓말이 아니야.

탈리아: ……뭘 꾸미고 있는 거야?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거야? 나중에 친구한테 얘기하면서 비웃을 거야?

무르: 너는 특별히 유니크하지 않으니까, 우스갯소리는 되지 않을 거야. 친구도 낄낄거리고 웃는 타입이 아니야.

탈리아: 그럼 뭐야!? 유명한 천재 학자 무르 님이 내 어디를 보고 멋지다고 하는 거야!?

무르: 다가오는 사람을 가시로 받아치는 저주받은 마녀에, 예의가 없고 폭력적인, 미움받는 자라는 점을 보고.

탈리아: ……, 으윽……. 흑……! 우와아아앙……. 우와아아아앙…….

무르: …….

탈리아: 역시 놀리고 있는 거야……! 너무해……! 와아앙…….

무르: ……감상적이고 비틀려있다는 점은 솔직히, 성가시고 곤란하지. 여기 손수건.

탈리아: 나도 지긋지긋해! 오비시우스가 그랬어. 이 세상은 시시하다고! 인기 많은 학자 선생님은 인기 많은 사람 아무나하고 같이 어디론가 가면 된다구!

무르: 네가 알고 싶은데도?

탈리아: 자꾸 거짓말 하지 마. 오랜 친구인 오비시우스도 나한테는 관심 없어. 나한테 질문 하나 하지 않아. 내가 시시한 마녀라서 그런 거야.

무르: 네가 무서워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너에게 흥미가 향하는 것이 무서운 게 아닐까 하고.

탈리아: ……확실히, 조금 무서워. 뭘 물어볼지 불안하고, 이상한 대답으로 낙심시키고 싶지 않아…….

무르: 그거 봐. 아까 히스테릭했던 것도 공포의 반증이야.

탈리아: ……내가 무서워한다는 걸 알면서도 무르는 어째서 질문하는 거야?

무르: 나는 내 흥미가 중요하니까.

탈리아: …….

무르: 너의 친구는 상냥해. 그렇지만 두 가지가 틀렸어. 이 세상은 아름답고 멋져. 그리고, 너는 사랑받고 있어.

탈리아: ……. ……누구한테?

무르: 이 세상한테.

탈리아: ……. ……신사적으로 대해줄 거야? 그럼, 질문에 대답해줄게.

무르: 물론이지. 내가 잘하는 거거든.

탈리아: 그럼……. 내 이야기를 할게. 힘 내볼게…….

무르: 기대되네.

탈리아: ……, 그래도, 지루할지도 몰라. 나는 별로……. 특별하지 않아. 멋진 부분도 별로 없고.

무르: 탈리아.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탈리아: ……. 있잖아, 무르. 나는 말이야……. 달 위에 세워진 고성이 되고 싶어. 가시가 어울리는 조용한 성. 오비시우스는 마법사도 인간도 싫어하고, 인형극밖에 흥미가 없지만……. 보름달과, 이 성과, 장미 향은 좋아하니까. 영원히 그가 만나러 와줄, 가시의 성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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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내가 의식을 잃은 동안, 사건은 꽤 정리되어 있었던 것 같다.

오즈: 《ヴォクスノク》

오즈의 마법으로 그랑벨 성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드라몬드: 으으응, 으음……. 핫……! 개최식전은!?

카나리아: ……흐아암……. 어라, 나 이런 데서 어떻게 된 거지……?

잠자던 성의 사람들도 무사히 눈을 떴다.



미궁 같았던 안뜰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큰 부상을 입었던 아이들도 모두 무사했다.

루틸: 미틸……!

미틸: 형님! 형님……!

네로: 리케! 괜찮아!?

리케: 네! 저보다도, 시노하고 히스클리프가…….

네로: 괜찮아!? 너희들!?

파우스트: 시노, 히스클리프……. 중요할 때에 곁에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무사히 잘 있어줬어.

시노: 뭐, 너무 그렇게 우울해하지 마. 파우스트.

파우스트: 왜 그런 무리한 짓을…….

시노: 후후. 주군이 내 활약을 보고 싶다고 무리하게 해서 말이지.

히스클리프:  그게……. 네. 했어요.

시노: 미노타우로스를 쓰러뜨렸어. 어때? 대단하나? 네로, 파우스트.

파우스트: 그래. 잘 했다.

네로: 최고의 전사야.

시노: 헤헤. 그렇대.

히스클리프:  ……. 칭찬하고 싶지만, 칭찬하면 또 무리를 하니까…….

피가로: 그래 그래. 기뻐 보여서 무엇보다 다행이지만 시노는 당분간 안정을 취해. 그럼, 다음 친구?

파우스트: 다른 사람 치료만 하고 너는 부상은 없는 거야?

피가로: 괜찮아. 오늘은 미스라가 아주 활약해줬으니까.

파우스트: 그런가. 아이들의 부상을 치료해줘서 고맙다.

피가로: 별 말씀을.



미스라: 하아……. 루틸과 미틸이 무사해서 다행이네요…….

루틸: 미스라 씨……. 미스라 씨. 저희들을 생각해주셔서 감사해요.

미스라: 이제 제정신이 아니라서, 오늘 밤 하루 종일 왠지 위가 아파서…….

루틸: 그렇게 걱정해주신 건가요!

미스라: ……. 아직 좀 아픈 것 같은…….

미틸: 저도 계속 배가 아팠어요……. 미스라 씨도 그렇게 되시나 보네요. 배를 문질러드릴게요.

미스라: 하아…….

루틸: 미스라 씨, 미틸. 위에 좋은 허브 티를 마시고 푹 쉬자고요. 정말 수고했어요.



스노우: 현자여. 깨어난 모양이구나.

화이트: 무사해서 다행이구나. 현자여.

아키라: 좋은 아침입니다……. 다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부상이나 찢어진 옷도 원래대로 돌아왔어……. 피가로와 클로에가 고쳐줬나요? 그런 사건이 있었는데, 성 안은 차분하네요.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스노우: 말하지 않는 걸로 하기로 했다네.

아키라: 말하지 않는 걸로……?

화이트: 그렇지, 아서, 오즈여.

아서: 예. 하룻밤이 지나니, 지난 밤 이 성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아무도 기억하지 못해서…….

오즈: …….

아키라: 그런가요…….

아서: 드라몬드나 콕로빈에게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모양이에요. 성 사람들에게 진실을 이야기해야겠지만, 일부러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줘서……. 마법사에 대한 공포심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라……. 

스노우: 왠지 묘한 밤, 이라는 걸로 정리하기로 한 거라네.

아키라: 왠지 묘한 밤, 인가요. 다들 그걸로 괜찮으세요? 다들 죽을 힘을 다해서 성 사람들을 지켜줬는데, 아무도 알지 못한다니…….

아서: 그건 괜찮습니다. 그렇죠, 오즈 님.

오즈: 그래.

아키라: 왜요?

오즈: 현자가 알고 있으면 된다. 용전했던 자들도, 모두 납득하고 있다. 나중에 모두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면 된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이상한 기분이 되었다. 기쁜 듯하면서도 안타까운 듯한. 따뜻한 것 같으면서도 쓸쓸한 것 같은 이상한 기분……. 내가 현자라면, 현자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그들은 나의 마법사다.

왠지 묘한 밤을 싸워낸 나의 마법사들. 아무도 모르는 밤의 영웅들에게 한없는 박수와 꽃다발을 보내는 사람은 나뿐이다. 영광스럽지만 조금 아쉽다. 누군가 그들에게 말해주지 않으려나.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묘한 밤의 이야기를 들려줘. 신사적으로, 예의를 차리고, 상냥한 밤에, 정중한 말로, 부디 그들을 상처입히지 않도록. 부디 그들에게 상처받지 않도록. 조금씩 마음으로 다가서도록 서로를 알게 된다면…….



아키라: 샤일록, 이거…….

샤일록: ……무르의 영혼의 조각. 그랑벨 성에?

아키라: 정확히는, 가시의 성 탈리아에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를 지켜줬어요.

샤일록: 그런가요……. 현자님의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아키라: 이 조각, 무르한테 먹이나요?

샤일록: 그럴 예정입니다만, 무슨 일이라도?

아키라: 그 전에, 실체화된 조각의 무르를 만나면 어떨까 싶어서요. 뭐랄까……. 비교적, 친구를 많이 생각하는 것 같은 무르였어서.

샤일록: 저런. 다양한 무르가 있군요. 어떤 무르든 조금씩 다르고……. 하지만, 확실히 무르예요. 무르가 보여준 표정의 일부. 영혼의 조각이란 재미있는 거네요.

아키라: 만약에, 샤일록을 정말 좋아하는 조각이랑 정말 싫어하는 조각이 있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샤일록: ……글쎄요, 어떨까요. 기분이 좋았다가 불쾌하다가 하겠지만, 복잡함이 없는 건 지루하잖아요. 좋아하고, 싫어하고, 그래도 좋아하고……. 독이었다가, 꿀이었다가. 시선을 맡기는 곳은 설레는 것이 좋아요. 자극적인 것이 좋아요.



카인: 하아~, 드디어 외출허가가 나왔어! 바깥 공기는 기분이 좋네! 미뤄졌던 오개국평화회의 개최식은 드디어 내일인가. 각국의 사자들은 산사태나 다리 붕괴로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것 같네. ……그런 우연이 다 있나? 뭐 어쨌든 무사히 식전을 맞이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둘까.

카인: ……응? 오웬.

오웬: 기사님.

카인: ……. 으음…….

오웬: 나야. 네 눈을 도려낸 쪽.

카인: 지독한 자기소개네.

오웬: 따로 부를 게 없잖아. 너는 멋대로 이상하게 불렀지만.

카인: 이상하게 불러?

오웬: 안 알려줘.

카인: ……. 이 이후에 밥 먹으러 갈 거야. 너도 같이 안 갈래?

오웬: 하?

카인: 식사야. 시노랑 히스의 쾌유 축하. 클로에랑 라스티카도 같이 갈 거야.

오웬: 내가 갈 리가 없잖아.

카인: 왜?

오웬: 왜?

카인: ……. 다음에 또, 부를게.

오웬: 필요 없어.

카인: 오웬. 너만 두고 가지 않을 거야.

오웬: …….

카인: 그러기로 했어.

클로에: 카인! 다들 벌써 모였어!

라스티카: 누구랑 같이 있는 거야? 그럼, 같이 가자고 초대해 보면 어때?

카인: 이미 초대했어! 오늘은 됐대!

클로에: 그래? 알았어!

카인: ……읏차. 그럼, 또 보자.

오웬: 기사님.

카인: 응?

오웬: 네가 싫어. 친한 것처럼 말 걸지 마. 또 케르베로스한테 먹게 할 거야.

카인: 그럼, 다음에는 나를 위해서 기도하는 오웬을 못 보고 놓치진 않을지도.

오웬: 하?

카인: 클로에하고 같이 기도해줬지? 고마워. 그럼, 또 보자.



오웬: 이래서 기사님은 싫어.

오웬: …….



네로: 엑……. 팔렸어?

점주: 그 행운의 반지 맞지? 형씨가 얼른 안 사니까 그렇지. 뭐, 팔렸다고 해야 할까, 상인 총책임자의 손님한테 부탁받아서 거저나 다름없이 양도했지만.

네로: ……그런가…….

점주: 그거 말고도 다른 좋은 물건 있으니까, 보고 가!

네로: ……. 아니, 괜찮아……. ……그럼 이만…….



네로: 하아……. 그때 샀으면 됐을 텐데. 이제 와서 말해도 소용없지만……. ……. 우유부단하구만, 나……. …….

브래들리: 여어, 네로!

네로: 브래드……!

브래들리: 요전에는 신세졌어. 재채기로 날아가버려서 잠시 어떻게 되나 했다고!

네로: 하하. 진짜로.

브래들리: 뭐야, 기운 없네.

네로: 있어, 기운…….

브래들리: 아니, 없구만……. 아, 맞다. 이거 기억나냐? 행운의 반지! 중요한 승부가 있을 때는 항상 했던, 이몸의 맘에 든 반지다!

네로: …….

브래들리: 저번에 꿈의 숲에서 구해줬던 상인이 사례하겠대서 말이야. 노점을 들여다 봤더니 놓여있는 거야. 어때, 완전 운명이지!? 그치, 네로. 기억 안 나냐?

네로: ……. 글쎄, 잊어버렸어.



리케: 미틸과 모험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의외로 빨리 됐네요.

미틸: 그, 그렇네요. 저는 당분간은, 됐지만요. ……생각했던 대로의 모험이었나요?

리케: 어떨까요……. 저는 좀 더, 여러 가지를 척척 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울거나, 무서워하거나, 생각대로 잘 안 되는 그런 건 상상도 못 했어요. 그래도……. 미틸하고 모험을 해서 기뻐요.

미틸: 헤헤……. 그러게요. 맞아, 리케. 그렇게 많이 울었던 건 형님한테는 비밀로 해주세요. 조금만 울었다고 형님한테 거짓말해버려서…….

리케: 비밀……. 친구끼리의 비밀이죠! 멋지다고 생각해요.

미틸: 그, 그런가요?

리케: 네. 그럼……. 둘만의 비밀로.

미틸: 둘만의 비밀로 부탁해요.



그리고, 연기되었던 오개국평화회의의 개최식이 열렸다.

아이: 봐! 마법사님이야! 현자님의 마법사가 성 위를 동그랗게 날고 있어!

어머니: 어머, 흰 옷이 멋지구나……! 평화를 상징하는 것 같은 멋진 풍경이네!

아이: 발코니에서 만세하고 있는 건?

어머니: 이계에서 오신 현자님이란다.

아이: 현자님, 작네. 보통 사람이랑 똑같은 크기야.

어머니: 어머. 그림책에 나오는 구름 위의 주인처럼 거인일 거라고 생각했니? 보통 크기의 분이야. 마법사도, 현자님도, 임금님도, 우리들도 똑같지. 우리하고 똑같은 사람들이 이 세상을 지켜주고 있는 거란다.



콕로빈: 아아……. 여러분, 아름답습니다…….

카나리아: 뭐야, 울고 있다구. 다시 한 번 개최식이 열려서 다행이야. 점심식사회 준비도 해야지!

드라몬드: 아서 님, 훌륭하게 되셔서…….

아키라: 다들 환영받고 있어. 다행이다…….

무르: 현자님!

아키라: 와, 무르! 무슨 일이세요? 성 위를 둥글게 날아서 모두에게 피로해야 할 텐데…….

무르: 현자님도 와!

아키라: 저는 괜찮아요!

미스라: 뭐 어때요, 사양하지 마세요.

아키라: 미스라까지…….

루틸: 가요! 오늘 하늘은 날씨가 좋고 포근하고 아주 멋져요!

아키라: 평범한 투어링처럼……. 일단, 퍼레이드 같은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시노: 내 빗자루에 태워주지. 올려다보는 녀석들한테 손을 흔들어 봐. 완전 기분 좋다고.

아키라: 완전 만끽하고 있네요.

아서: 현자님!

아키라: 아서! 왕자님까지 빠지면 큰일이지 않나요!?

아서: 중앙의 왕자이긴 하지만, 저도 마법사니까요!

아키라: 네?

아서: 하면 안 되는いけない 짓 정도는 한답니다.

새침한 얼굴을 한 아서에게 나는 웃으며 손을 뻗었다. 사람들이 술렁이는 가운데, 발코니의 울타리에서 몸을 내밀고, 하늘로 올라간다.

성의 꼭대기를 발밑으로 보면서, 높게 높게 하늘을 날았다. 상쾌한 바람이 뺨을 스친다. 선명한 푸른 하늘에 21명의 마법사. 부서져가던 기묘하고 아름다운 세계와 현자의 마법사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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