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TL - hz
*앱 상의 BGM과 Live2D를 함께 즐기며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9화 | 10화 | 11화 | 12화 | 13화 | 14화 | 15화 | 16화 |
▼PAGE END |
9화
[마법관 정원/ 낮]
-아서와 시노가 소개해 준 건, 디트프리트라는 동쪽의 마법사였다.
아서 : 현자님. 시노를 찾아온 동쪽의 마법사 디트프리트입니다.
시노 : 옛날에, 잠깐 인연이 있었지. 인사해. 디트.
-시노는 그렇게 말하고 디트프리트를 돌아봤다.
디트프리트는 시노보다 조금 키가 컸다.
전신 새까맣고 무거워 보이는 로브를 두르고 있다. 커다란 후드로 코끝까지 숨기고 있었다.
거기에 건틀릿 끝으로 후드를 아래로 당기면서, 황송하다는 듯이 어깨를 움츠렸다.
긴장된 입가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입술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디트프리트 : 저기...
시노 : 응?
디트프리트 : 디트... 프리트...
시노 : 뭐야?
디트프리트 : 디트라고, 부르면... 나는 디트프리트...
시노 : 알고 있어. 애칭이야.
디트프리트 : ... 저기...
시노 : 뭐야?
디트프리트 :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그...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시노와 사이가 좋지는 않다고 할지...
-의외로 자기주장이 강해 보이는 말이었다. 시노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디트프리트에게 맞선다.
시노 : 이름이 너무 길어. 내 주군의 히스클리프도 히스라고 부르지만 불평하지 않아.
디트프리트 : 주군을... 애칭으로 불러?
시노 : 응. 히스는 관용적이니까.
-화를 내며 반발할 줄 알았던 디트프리트는, 말없이 뒷걸음질 치며 곤란해하고 있었다.
디트프리트 : ...
시노 : 디트라 해도 돼?
디트프리트 : 어... 싫을지도...
시노 : 내 대낫으로 디트랑 프리트를 절단내 줘도 좋아.
디트프리트 : 대낫?
시노 : 마도구를 대낫으로 했어. 멋있지, 볼래?
디트프리트 : 응. 아..., 나중에.
-시노에게 그렇게 말하고, 디트프리트는 후드의 앞을 아래로 당기면서, 몇 번이고 인사했다.
아서는 환영하는 듯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아서 : 나는 디트프리트라 부르게 해줘. 무척이나 근사한 이름이니까.
디트프리트 : ...아... 감사합니다...
아서 : 하지만, 언젠가 친해져서, 애칭으로 부르는 날이 온다면, 디트라고도 불러보고 싶네.
너와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과 궁리를 아끼지 않고, 마음과 시간을 들이게 해줘.
디트프리트 : ...
-아서의 정중한 말투에, 디트프리트는 조용해졌다. 후드를 내리고, 깊게 턱을 당긴다.
불편함을 나타내는 행동인가 싶었지만, 희미하게 볼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디트프리트 : ...디트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아서 : 그래? 기쁜걸!
시노 : 어이! 말 바꾸는 게 빠르잖아!
디트프리트 : 하지만... 상냥하시고...
-디트프리트는 말 그대로, 기뻐서 쭈뼛거리고 있었다.
나는 흐뭇해서 무의식적으로 볼의 긴장이 느슨해졌다.
아키라 : (어쩐지, 귀여운 사람이네. 동쪽의 마법사다운, 사람이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지만...)
-내 곁에 떠있는 사크 쨩도 긴장이 풀린 표정으로 디트프리트를 바라보고 있다.
위험한 사람이나,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시노 : 여하튼, 현자. 이 녀석이 디트다.
아키라 : 처음 뵙겠습니다, 디트프리트. 제가 현자인 마사키 아키라입니다. 시노에게는 언제나 신세 지고 있습니다.
디트프리트 : 현자님...
-현자라는 칭호에, 디트프리트는 긴장한 것처럼 한층 더 어깨를 작게 움츠렸다.
디트프리트 : 자... 잘 부탁드립니다. 갑자기, 실례해서, 죄소... 죄송합니다...
아키라 : 아뇨. 찾아와주셔서 기뻐요.
-사람에 익숙하지 않아 보이지만, 고집과 자아가 확실하게 있어 보여서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질문을 던진다.
아키라 : 시노를 찾아 마법관까지 찾아오신 거죠? 어떻게 알고 지내게 된 건가요?
-디트프리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노의 반응을 살피듯이, 그는 뒤돌아봤다.
시노는 눈을 피했다.
시노 : ...블랑셰에 가기 전에 만난 지인이야.
-나는 내 실수失敗를 알아챘다. 시노는 겉과 속이 같은 성격이지만, 그 무렵의 이야기는 그다지 하고 싶어 하지 않아 했다.
갑자기 말해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고아였던 그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깨닫곤 했다.
말하는 순간 순간, 시노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거만한 모습을 취할 때가 있는가 하면...
모두의 반응에 당황해, 못 견디겠다는 듯이 눈 깜빡임을 반복할 때도 있었다.
나는 그 이상 물어볼 수 없었다. 디트프리트도 그 이상 이야기하려고 하지 않았다.
냉담한 무관심이 아닌, 동쪽의 마법사다운 배려가 깃든 침묵이었다.
시노도 디트프리트도, 동쪽의 마법사는 어쩐지, 깊은 숲과 닮은 느낌이 들었다.
그곳에 있지만 아무 말도 없다. 왠지 모르게, 안쪽까지 들어가는 건 안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품고 상냥하게 지켜봐 주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옆에서, 디트프리트가 쭈뼛거리며 아서에게 물어봤다.
디트프리트 : ...괜찮나요?
-아서는 조금 피곤한 얼굴이었다. 어쩌면 어젯밤은 날을 지새운 걸지도 모른다.
아서는 안타까운 듯이 미소를 지었다.
아서 : 어젯밤 늦게까지 깨어 있었거든. 디트프리트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만, 조금 쉬어야겠어.
일어나면, 꼭. 나와도 이야기해 줘.
디트프리트 : 아... 네...
시노 : 그럼, 동쪽 녀석들에게 너를 소개해 주지. 내 주군과도 만나보고 싶잖아.
디트프리트 : 동쪽 녀석들이라면, 동쪽의 마법사...?
시노 : 응.
디트프리트 : 뭔가, 무서워...
시노 : 파우스트는 무서워. 나머지는 그렇지 않아. 히스는 상냥하고, 네로는 쉬워.
아키라 : (그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디트프리트 : 상냥한 사람이 좋아... 히스클리프 씨와는, 사이좋게 지내고 싶을지도...
시노 : 네로랑도 사이좋게 지내둬. 그 녀석은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어.
디트프리트 : 파우스트 씨는?
시노 : 무서워. 무서울 뿐이야.
아키라 : 무, 무섭지 않아요. 박식하시고, 상냥하신 분이세요.
-내가 허둥대며 말을 덧붙이자, 디트프리트의 입가가 조금이지만 풀어지는 게 느껴졌다.
아키라 : (아... 받아들여졌다.)
(후후. 조금 기쁘네.)
-처음 만난 상대여도, 얼굴이 보이지 않는 상대여도, 미소는 기쁘다.
시노와 디트프리트와 함께 나는 담화실로 향했다.
[마법관 담화실/ 낮]
-시노가 모이라고 하자, 동쪽의 마법사들은 순순히 모여줬다.
변함없이 성실한 사람들이다.
히스클리프 : 디트프리트. 저는 히스클리프 블랑셰. 블랑셰 가문의 아들입니다.
디트프리트 : 와... 당신이...
히스클리프 : 저를 알고 계신가요?
디트프리트 : 시노를 찾을 때, 블랑셰 인근에 가서, 소문을... 들었습니다.
시노 : 블랑셰까지 왔던 건가.
디트프리트 : 갔어... 그때, 시노는 샤우드의 숲지기로, 시노 샤우드라고 이름을 댄다고.
-히스클리프는 힐끔 시노를 봤다. 블랑셰에 오기 전에 만난 지인이라는 걸, 그도 눈치챈 거겠지.
시노는 눈을 피하고 있다.
히스클리프는 뭔가 말하고 싶어 했지만, 디트프리트에게 극상의 미소를 보내고 인사를 나눴다.
히스클리프 : 시노가 신세를 졌나 보네요. 그의 주군으로서, 감사드립니다. 고마워요, 디트프리트.
디트프리트 : 저... 저야말로...
-눈부신 미소를 받자, 커다란 후드 아래에서 디트프리트의 볼이 긴장을 푼다.
10화
[마법관 담화실/ 낮]
-동쪽의 나라 어른들도, 계속해서 디트 프리트에게 인사했다.
파우스트 : 나는 파우스트. 폭풍의 계곡에서 저주상을 하고 있지.
디트 프리트 : 와... 저주상... 잘 부탁드립니다.
네로 : 나는 네로야. 요리사를 하고 있어. 잘 부탁해.
디트 프리트 : 디트프리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긴장한 듯이 목을 움츠리고 계속 땅쪽을 바라보면서, 디트 프리트는 인사를 나눴다.
커다란 후드에서 맨얼굴을 숨긴 그는, 어딘가 수수께끼의 인상도 있었지만, 부끄럼쟁이인 걸지도 모른다.
곧바로 긴장이 풀리는 볼과,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입, 당황해 식은땀을 흘릴 것 같은 행동은, 소극적이었지만 풍부한 감정을 전해왔다.
디트프리트 : 어, 그... 갑자기... 실례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시노를 찾고 있던 건...
이 주마등을 시노에게 전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아키라 : 주마등...?
-디트프리트는 담화실 테이블 위로 손을 향한 뒤,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디트프리트 : 《エイムラプ·ニシュリーンズ》
-순간 손가에 희미한 빛이 나고, 램프와 같은 것이 모양을 드러낸다.
그건 안쪽에서 부드러운 빛을 내며 회전목마처럼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담화실의 벽에 길어진 빛과 그림자가, 빙글빙글 춤추기 시작했다.
지금은 낮이라 실내가 밝지만, 밤의 어둠 속이라면, 한층 빙글빙글 도는 이 그림자가 아름답게 보였겠지.
아키라 : 와... 근사한 램프네요.
히스클리프 : 디트프리트, 조금 만져봐도 될까? 이런 장치가 있는 도구를 좋아하거든.
-디트프리트는 놀란 듯이, 히스클리프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장치 도구를 좋아한다는 귀공자가 보기 드물어 신기한 걸지도 모른다. 무심코 말투가 고양되어 있었다.
디트프리트 : 아... 무, 물론이죠. 여기, 원하시는 만큼.
히스클리프 : 고마워.
디트프리트 : 히스클리프 님의, 그, 마음에 드신다면, 기쁘겠습니다만...
히스클리프 :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시노의 지인이라면, 내 친구야. 히스라고 불러도 돼.
디트프리트 : 아...
시노 : 거봐. 내 주군은 관대하지.
네로 : 디트프리트도, 디트라 불러도 될까?
시노 : 안 된다는 것 같아.
디트프리트 : 아...
네로 : 아... 그렇구나. 미안.
파우스트 : 이래서 '네리'라고 불리는 남자는.
디트프리트 : 어... 조금 더... 친해지고 나서...
파우스트 : 맞는 말이야.
히스클리프 : 이 주마등, 세공도 장치도, 무척이나 정교하게 만들어졌어. 그리고 엄청...
마법...? 정령의 기척이 짙은 듯한...
-히스클리프의 질문에, 디트프리트는 끄덕였다.
디트프리트 : 이건... 저주받은 주마등입니다. 저주라고 하기는 하지만, 정령들이 이상할 정도로 좋아합니다.
아키라 : 이상할 정도로 좋아해요...?
디트프리트 : 네. 아... 보통, 정령들은 사랑하는 토지에 정착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다양한 것의 영향을 받아, 바뀌거나 차이가 발생하거나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그...
아키라 : 동쪽의 정령은, 동쪽을 좋아한다...?
디트프리트 : 네, 그거예요, 그거.
하지만, 이 주마등은, 어떤 정령들이든 좋아해요. 좋아해서, 여기에 정착하는 것 같습니다.
네로 : 오즈처럼 번거롭네. 언젠가, 세상을 파멸로 몰아넣는 저주로 변하지는 않는 거야?
파우스트 : 아니, 아마도 괜찮겠지. 어떤 나라의 정령들이든 그들에게 사랑받는다는 건, 여기에 작은 혼돈이 있기 때문이야.
혼돈은 불안정한 것이지만, 이 주마등의 혼돈은 어째서인지, 굉장히 안정적이야.
다양한 토지 정령의 기척도 느껴지지만, 그것들 모든 것이 안정적인 혼돈 안에서 더욱 안정을 찾고 있다고 할지...
힐링하고 있어.チルっている/ Chill out
-나는 숨이 막힐 뻔했다.
시노, 히스클리프, 네로 : 힐링?
파우스트 : 응. 현자한테 들은 말이야.
여유롭게 편안해져서, 진정된 상태를, 힐링한다고 표현한다는 것 같아.
그랬었지, 현자.
아키라 : 아, 네.
파우스트 : 아닌가? 힐닝ツル이었나?
아키라 : 히, 힐링이요. 맞아요.
(전에 아무 생각 없이 했던 말을, 진지하게 기억해 주고 있다니...)
[기억 속의 레이타 산맥]
파우스트 : 현자.
레녹스 : 현자님, 양들과 함께 뭐 하고 계시나요?
아키라 : 힐링하고 있어요.
파우스트, 레녹스 : 힐링...
아키라 : 여유롭고 편안해서, 느긋하게 진정한다는 거예요. 아, 기분 좋아...
[마법관 담화실]
네로 : 확실히 정령들의 활동은, 미약한 느낌이 드네... 이게 힐링...
디트프리트 : 그럼, 저도 말을 빌려서... 정령들이 힐링하고 있어서, 마법사에게 사역 당하지 않아요.
그 대신에, 여기 모인 각국의 정령들은, 달밤에 노래를 부릅니다.
아키라 : 달밤에 노래를...? 정령들의 노래가 들리는 건가요? 저한테도요?
디트프리트 : 아. 아마도... 인간들도, 들린다고 했습니다.
아키라 : 우와! 들어보고 싶다!
-그 순간, 시노가 갑자기 목소리를 냈다.
시노 : 떠올랐어! 그때 말했던, 정령들이 노래하는 주마등인가!
디트프리트 : 응.
히스클리프 : 그때라니?
시노 : ...
디트프리트 : ...어, 옛날에, 시노가, 구해줬던 때가 있어요.
그 직전에, 마침, 이 주마등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시노는 정령의 노래를 들어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럼, 답례로 들려주러 간다고.
그렇게 말하고... 헤어져서... ...그 뒤로, 마법사의 규칙이라든지, 규정 같은 걸 알게 됐는데...
어라...? 설마, 시노한테 말한 그거, 약속처럼... 된 거려나...? 싶어서...
-마법사는 약속을 어기면, 마력을 잃는다.
그럴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나는 나이가 많은 마법사들에게 의문을 던졌다.
아키라 : ...어떤가요?
파우스트 : 자신의 마음을 배신했다고, 자기가 인식하는지 아닌지가 중요하다고 듣기는 했는데.
네로 : 나라면 괜찮겠지만, 당신, 성실해 보이니까. 반대로 말하면 위험했을지도.
디트프리트 : 그렇... 겠죠... 저도 조금, 그렇게 생각해서, 시노를 찾았습니다...
-디트프리트는 주마등에 손을 얹고 계속 시노 쪽으로 내밀었다.
디트프리트 : 그럼... 들어줘. 정령의 노래야.
시노 : 마음이 내키면.
디트프리트 : 저기... 미안하지만... 서두르고 있어서 부탁할게. ...마력 잃고 싶지는 않아서...
시노 : 서두르라고?
디트프리트 : 지금...
아, 하지만, 밤이 되어야, 제대로 들릴 지도 모르니까, 괜찮다면, ...오늘 밤...
시노 : 오늘 밤이라.
히스클리프 : 괜찮잖아, 시노. 디트프리트가 곤란해하고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안할 수 있게 해주는 건 어떨까?
애초에, 네가 부탁한 거잖아? 정령들의 노래를 들어보고 싶다고.
시노 : 그렇지만, 이 녀석이 사례를 한다고 말했어. 내가 구해줬으니까.
히스클리프 : 그렇구나. ...뭐로부터, 언제?
시노 : ...
-히스클리프는 자연스럽게 물어봤다. 시노는 시선을 올리고는, 또 곧바로 휙 눈을 피한다.
시노 : 잊어버렸어.
히스클리프 : 아 그래. 디트프리트는 기억...
시노 : 알겠어. 오늘 밤 들어주지. 너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 테니까.
디트프리트 : 호... 고마워, 시노.
네로 : 정령들의 노래라. 말고도 들어보고 싶어 할 녀석들이 많을 것 같네.
아키라 : 저도 들어도 될까요?
디트프리트 : 무, 물론입니다. 저는 전혀...
파우스트 : 모두 듣고 싶어 하지 않을까? 인간에게도 들리는 정령의 노래는 희귀할 테니까.
네로 : 그렇네, 모두 일어날 때야. 북쪽도, 서쪽도, 중앙도, 남쪽도...
히스클리프 : 모르는 마법사가 여기 있으면 질문 공세를 당할 수도 있겠네...
동쪽의 마법사들 : ...
파우스트 : 디트프리트.
디트프리트 : 아, 네.
파우스트 : 착각이라면 미안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어려워할 것 같은데.
디트프리트 : 네...
파우스트 : 안심해. 나도 서툴러. 하지만, 이 마법관에는 20명 이상의 마법사가 같이 살고 있어.
히스클리프 : 모르는 사람이 말 거는 게 어렵다면, 어딘가로 몸을 숨기고 있는 편이 좋을지도...
디트프리트 : 아, 아...
네로 : 오해하지 말아줘.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야. 괜찮으면 지금부터 아침식사 만들어 줄게.
시노 : 그냥, 이것만 기억해 둬. 북쪽의 마법사는 최악이야.
미스라 : 누가 최악이라고요? 것보다, 이거, 누군가요?
디트프리트 : ...!
-갑자기 나타난 미스라가 후드 너머로 디트프리트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디트프리트가 입을 열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다.
11화
[마법관 담화실/ 낮]
시노 : 손 놔. 네 상대는 나다.
미스라 : 하?
-시노가 감싸주려는 듯,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그 틈에 동쪽의 마법사들이 디트프리트를 잡아당긴다.
디트프리트 : ...으!? ...으!?
히스클리프 : 괜찮아!?
파우스트 : 놀랐지. 이제 안심해도 돼.
네로 : 미스라, 아침 뭐 먹을래?
미스라 : 뭘까요. 진한 게 좋을 것 같은데.
네로 : 아침부터 잘도, 진한 게 넘어 가네...
-디트프리트는 후드로 얼굴을 숨기면서, 뻐끔뻐끔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있다.
디트프리트 : 부... 부... 북쪽의 마법사!?
아키라 : 맞아요. 하지만, 무섭지 않을 때도 있어요.
디트프리트 : 무, 무서울 때도 있다는 거죠!?
히스클리프 : 디트프리트. 여기는 사람들이 모여들 테니까, 나랑 같이 저쪽으로...
무르 : 《エアニュー・ランブル》
(폭죽 터지는 소리)
디트프리트 : ...!
무르 : 현자님, 안녕! 상쾌한 아침이네!
히스클리프 : 상쾌한 아침에 불꽃이구나... 안녕, 무르.
무르 : 어라? 거기 있는 건?
디트프리트 : 아... 아아아...
무르 : 후드 넘겨도 돼?
디트프리트 : 시... 싫을지도...
히스클리프 : 무르. 그는 디트프리트. 많은 사람이랑 대화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무르 : 적은 사람이랑은 익숙해? 나랑 단둘은? 어때? 익숙해졌어?
디트프리트 : ...으, 서쪽의 마법사...으.
무르 : 정답!
(걸어오는 소리)
카인 : 모두, 안녕! 악수해 줄래?
디트프리트 : ...읏, 중앙의 마법사...으.
루틸, 미틸 : 우유~♪ 우유를 마시자~♪
미틸 : 아, 본 적 없는 사람이...
디트프리트 : ...으, 남쪽의 마법사...으.
시노 : 디트, 괜찮아?
디트프리트 : 괘, 괘, 괘, 괜찮아. 시... 신경 쓰게 하면, 미안하니까, 잠깐 숨겠습니다!
아키라 : 디트프리트!
디트프리트 : 미안!
-말하자마자 연기를 두르고 디트프리트는 사라졌다.
사람에 익숙하지 않은 그이기에, 갑자기 많은 사람을 만나서 당황한 걸지도 모른다.
아키라 : (좀 더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이러는 편이 그에게 부담이 적어서 다행일지도...)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던 그때.
디트프리트의 목덜미를 잡고 오즈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즈 : ...수상한 자가 있다.
아키라 : 오즈!
디트프리트 : 오... 오즈...?
-후드와 코끝의 틈새로, 디트프리트는 엿보듯이 오즈를 올려다봤다.
날카로운 안광과 시선이 맞는다.
오즈 : ...
-디트프리트는 창백해졌다. 나는 당황해 오즈에게 설명한다.
아키라 : 그는 시노의 친구예요. 전해줄 물건이 있어서 찾아왔다고 해요.
오즈 : 그런가.
시노 : 친구는 아니야.
디트프리트 : 시노 군!?!?!?!?
시노 : 애칭으로도 못 부르게 하는 주제에.
디트프리트 : 그, 그, 그, 그...
히스클리프 : 괜찮습니다, 오즈 님! 놓아주세요.
오즈 : ...
-오즈는 그의 목덜미에서 손을 뗐다. 디트프리트는 후드를 아래로 잡아당기며 순식간에 천장 구석까지 도망쳤다.
아키라 : (닌자같네...)
디트프리트 : ...읏, 미, 미안!
-한 번 더 연기를 두르고, 이번에야말로 그는 사라져 버렸다.
[마법관 외관 정원/ 저녁]
-그리고 날이 저물었을 무렵에는 디트프리트와 주마등이 마법관 내 화젯거리가 되어 있었다.
라스티카 : 정령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니. 무척이나 기대되는걸.
샤일록 : 그렇네요. 다양한 토지의 정령들이 하나에 깃들다니 보기 드문 일이죠.
무르 : 나는 그걸 들고 있던 여행자한테 흥미가 있는데!
있지, 봐봐! 저기 숨어 있어! 말 걸고 와도 돼?
클로에 : 하지 마, 무르...! 디트프리트는 부끄럼쟁이래!
라스티카 : 나는 부끄럽쟁이가 좋아.
클로에 : 나도! 나도 금방 부끄러워하니까, 마음도 이해되고.
샤일록 : 저도 좋아해요. 하지만, 역시 동쪽의 마법사. 잠복이나 은밀한 행동이 특기시네요.
클로에 : 숨어있을 정도니까, 괜찮게 대화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보자.
무르 : 그래?
샤일록 : 그렇게 하죠.
밤에 주마등에 깃든 정령들의 노래가 들을 무렵에는 그와 대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라스티카 : 기대되네. 아...
클로에 : 왜 그래?
라스티카 : 새의 지저귐이 들렸어. 내 또 다른 즐거움이지.
클로에 : 아, 그 새?
라스티카 : 응.
샤일록 : 새, 라면?
클로에 : 신기하게 우는 새가 마법관 옆 숲에 있대.
라스티카 : 무척이나 아름다운 목소리야. 아직,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만날 날이 기대되는걸.
무르 : 라스티카는 귀가 좋으니까! 신기하게 우는 소리, 들어보고 싶어! 정령의 노래도 들어보고 싶어!
꽃이 피는 소리, 땅이 물에 젖는 소리! 이 세상은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들어보고 싶은 것투성이!
[마법관 중정]
카인 : 디트프리트라는 것 같아.
리케 : 같은 지붕 아래 계셨다면, 인사하거나 과자를 나눠드리고 싶은데.
미틸 : 시노 씨의 지인이니까 쿨한 느낌이지 않을까요?
흥. 별것도 아닌 것들한테 어울려줄까 보냐.
같은 느낌?
리케 : 그건 오즈를 따라 한 거 아닌가요?
미틸 : 시노 씨를 따라 해 봤어요. 따라 했다기보다, 처음 만났을 때 그렇게 보였다고 할지...
리케 : 알아요! 저도 처음에 오즈가 그런 느낌으로 보였어요!
아서 : 오즈 님은 상냥하셔. 디트프리트도 어느 쪽이냐고 하면 소극적이었어.
루틸 : 그렇다면 디트프리트 씨와 천천히 친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영차. 그럼, 슬슬 다녀올게요.
미틸 : 조심하세요.
카인 : 어디 가?
루틸 : 복구작업에서 알게 된 분께서, 중앙의 나라 시인분들의 모임에 불러주셨어요.
다 함께 시를 읊는다고 해요!
리케 : 근사하네요! 루틸의 아버지도 분명, 시를 읊는 분이셨죠?
루틸 : 맞아요. 그림책을 그리는 데 참고가 될 것 같아서, 벌써 기대돼요!
아서 : 완성된 시는 꼭 들려줘.
루틸 : 네! 밤까지는 돌아올게요. 같이 정령의 노래를 들어요.
미틸, 리케 : 네!
아서, 카인 : 잘 다녀와.
[마법관/ 식당]
(뭔가를 적는 소리)
레녹스 : ...
...80... 조금 더, 긴 편이 좋은가.
브래들리 : 여어. 양치기.
레녹스 : 뭐야, 이건.
브래들리 : 에메랄드다. 보다시피 질 좋은 돌이라고.
레녹스 : ...나한테?
브래들리 : 이게 불만이라면, 마나석을 줘도 상관없어. 너를 고용하고 싶어.
레녹스 : 거절할게.
브래들리 : 잠깐잠깐. 잘 생각해 봐. 왜 내용도 듣지 않고 거절하는 거야.
레녹스 : 제대로 된 일이 아닐 것 같으니까...
브래들리 :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보수는 챙겨줄게.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봐.
레녹스 : 왜, 나를? 나 말고 부탁한 사람은 없는 거야?
브래들리 : 네가 가장 입이 무거워 보여서.
레녹스 : 현자님과 같은 고향 사람들에게 비밀을 만들고 싶지 않아.
브래들리 : 어이, 꼬맹이.
레녹스 : 꼬맹이..?
브래들리 : 낮은 자세로 부탁할 때, 잠자코 들으라고. 겁줘서 시키는 것도 가능해.
네 녀석의 양... 몇 마리 없어지지 않았냐?
레녹스 : 너... 설마 먹은 건 아니겠지?
브래들리 : 위장에는 안 넣었어. 아직.
레녹스 : ... 의뢰내용은?
브래들리 : 중앙의 나라 감옥에 들어가서, 어떤 남자를 탈옥시켜 줬으면 해.
레녹스 : 감옥 안에서 사람을 탈옥시키는 건...
브래들리 : 안 내키냐?
레녹스 : 전에 실패했어.
브래들리 : 이번에는 성공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귀여운 양돌이, 양순이를 구워서 먹어주마.
부탁한다고, 형제.
레녹스 : ...
브래들리 : 근데, 뭐 적고 있던 거야? 그건 도면인가?
레녹스 :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야. 설계도야. 치수를 틀리지 않게.
브래들리 : 뭔 치순데?
레녹스 : 화단이야.
브래들리 : 화단? 아하하! 마법관?
레녹스 : 웃길 건 없어. 우리들이 부서져 마나석이 되었을 때도, 화단은 이 땅에 남아.
브래들리 : ...
레녹스 : 미틸이 이번에, 큰 화분을 받게 됐어. 그게 잘 어울리는 장소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
보수로 에메랄드보다는 빨간 벽돌이 좋아. 200개 정도 부탁할 수 있을까.
브래들리 : 흥...
나를 부리기에는 1000년 빨라. 네가 에메랄드 가져가서 바꿔.
레녹스 : ...
12화
[마법관 옆 숲/ 밤]
-우리들은 밤을 기다리면서 마법관 가까이에 있는 울창한 숲으로 향했다.
숲의 밤은, 부드러운 정적과 두근거리는 신비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밤길을 걷기 위해 마법사들은 불빛의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손에 든 캔들 램프의 부드러운 빛이 발가의 축축한 흙과 이끼를 비춘다. 그 아름다움. 은은함.
나무들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이, 희미하게 가지에 달린 잎사귀를 흔드는 소리를 내며, 달빛에 녹아든다.
드문드문 비치는 달빛은, 숲 전체를 어렴풋한 푸른 빛으로 감싸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경치에 색을 더한다.
나는 살짝 숨을 뱉었다. 부드러운 호흡이 밤의 숲과 어우러진다.
어깨에 올라탄 사크 쨩의 온기가 평소보다 더 가까이 느껴진다.
마법사들도 조용했다. 작은 웃음소리나 말소리가, 새와 벌레의 울음소리와 겹쳐 웅성인다.
그건 하나의 음악 같았다.
아키라 : (조용하고, 기분 좋아...)
(좀 더 빨리 왔으면 좋았을 텐데. 어둠 속을 바라보면, 뭔가가 숨어 있는 것 같아서 무섭지만.)
(모두의 기척이 가까우니까, 괜찮아... 밤의 숲의 공기가 부드러워...)
-이 세계가 나를, 받아들여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램프를 비추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잎의 뒷면에 숨은 작은 벌레의 그림자가 움직인다. 나무줄기의 모양은 빛과 그림자를 깊어지게 한다.
멀리서 순간, 밤에 우는 새 소리가 울려 퍼진다. 빛에 비친 모두의 실루엣이, 여유롭게, 조용하게, 행진해 간다.
마음이 진정된다.
디트프리트 : ...
-어느샌가, 마법사들 사이에 디트프리트도 섞여 있었다. 시노의 옆을 나란히 걷고 있었다.
북쪽의 마법사들도, 그를 신경 쓰는 것 같았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 정숙을 마음에 들어 하고 있는 거겠지.
숲의 안쪽까지 걸어 들어가자, 드넓게 펼쳐진 광장과, 커다란 그루터기가 있었다.
시노가 그곳을 가리키자, 디트프리트가 그루터기 위에, 주마등을 두었다.
디트프리트 : 이... 이대로, 주마등을 돌리면, 오개국의 정령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럼, 들어주세요.
《エイムラプ·ニシュリーンズ》
-디트프리트가 주문을 외우자, 주마등이 희미한 빛에 둘러싸였다.
주마등이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한다. 부드럽게 방출되는 빛이, 밤의 숲의 풍경을 돌며, 흔들린다.
빛이 숲을 이동할 때마다, 마법사들은 호기심 어린 눈동자를 반짝였다. 또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있다.
누구나가 정령의 노래를 들으려고, 귀를 기울이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하지만...
정령의 노래는 들리지 않았다.
디트프리트 : ...
어, 어라...?
아키라 : (왜, 왜그러지...)
브래들리 : 어이.
디트프리트 : 아... 네...
브래들리 : 아직이냐.
오웬 : 있지. 듣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는데.
미스라 : 이쪽은 듣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림 속의 스노우 : 문제인가.
그림 속의 화이트 : 빨리 듣고 싶네.
-북쪽의 마법사들은 망설임 없이 야유를 보냈다.
디트프리트 : 죄... 죄송합니다...
아서 : 고장인가? 무슨 원인이 있는 게 아닐까?
카인 : 두드려보면 어때?
리케 : 흔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오즈 : 정령의 주마등이라는 것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면, 소리 나게 해줄까.
-중앙의 마법사들은, 최선을 다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클로에 : 왜, 왜 그러는 걸까? 정령의 노래, 들리지 않는데...
무르 : 재밌어! 정령의 노래를 듣기 위해 모였는데, 정령의 노래를 듣지 못한다니!
샤일록 : 그럼, 들릴 때까지, 다른 것을 하며 기대하고 있죠.
라스티카 : 내게 맡겨줘.
《アモレスト・ヴィエッセ》
-서쪽의 마법사들은 최선을 다해 이 상황을 즐겼다.
라스티카는 주문을 외워 드럼을 꺼냈다. 솜씨 좋게 화려한 드럼 롤을 연주한다.
정령의 노래가 들리는 건, 지금인가?
아직인가?
지금? 이라는 기대감이 자리 잡았다.
디트프리트 : 아... 아...
시노 : 동요하지 마. 괜찮아.
네로 : 재촉하지 마! 이런 일도 있는 거지!
히스클리프 : 기계 상태가 안 좋다든가.
파우스트 : 컨디션이 안 좋다든가다.
-동향의 친분 때문인 건지, 동쪽의 마법사들은 최선을 다해 커버해 줬다.
남쪽의 마법사들은 여유로웠다.
피가로 : 천천히 해도 돼. 기다릴게.
레녹스 : 이쪽은 신경 쓰지 말고, 차분하게 준비해 줘.
미틸 : 이렇게, 기다리는 시간도, 어떤 노래가 들릴지 상상할 수 있어서, 엄청 재밌어요!
그렇죠, 형님!
루틸 : ...
미틸 : 형님?
루틸 : 아... 그렇네. 무리하지 말고, 자기 페이스로 천천히 작업해 주세요!
디트프리트 : 아... 네...
시노 : 왜 그래?
디트프리트 : 모, 모르겠어...
북쪽의 마법사들 : 정령의 노래! 정령의 노래!
네로 : 재촉하지 말라고 했잖아!
북쪽의 마법사들 : 들-려주라! 들-려주라!
클로에 : 있지! 좋은 생각이 났어! 드럼에 맞춰서 손뼉을 치면, 기다리는 시간도 즐겁지 않을까?
무르 : 좋은 생각이네! 가자! 둘 셋...!
서쪽의 마법사 : 자! 자! 자! 자!
시노 : 빨라! 비트가 너무 빠르다고!
카인 : 역시, 두드려볼까?
리케 : 흔들어 보는 건요?
아서 : 불러볼까? 정령들~.
오즈 : 나를 따르게 해줄까?
피가로 : 그런 짓을 하면, 지금 절묘하게 유지되는 균형이 깨질 수도 있잖아.
레녹스 : 느긋하게, 기다리죠.
미틸 : 레노 씨, 현자님께서 가르쳐주신 OX게임하죠.
레녹스 : 그럼, 내가 O고, 나부터 정중앙까지 O면 될까?
미틸 : 어... 이건 진심으로 해야겠는데요...
북쪽의 마법사들 : 들-려주라! 들-려주라!
서쪽의 마법사 : 자! 자! 자! 자!
카인 : 음... 두드릴까?
미틸 : X!
디트프리트 : 아... 아... 알 것 같기도...
시노 : 정령의 노래가 들리지 않는 원인을 알겠어?
디트프리트 : 응... 아마도... ...저기... 그...
시노 : 너네, 조용히 해! 정령의 노래가 들리지 않는 원인을 이 녀석이 설명한다!
-밤의 숲에 울려 퍼진 시노의 목소리에, 모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디트프리트는 시선이 향해지자 긴장한 듯이 꽉 주마등을 끌어안는다.
디트프리트 : 저... 저기...
오웬 : 근데, 누구야. 너.
디트프리트 : 도... 동쪽의 마법사 디트프리트... 입니다.
오웬 : 흐음. 나는 오웬이야. 잘 부탁해.
디트프리트 : 아... 안녕하세요... 사, 상냥하게 대해주셔서, 고마워요...
오웬 : 상냥하지는 않아. 그래서?
디트프리트 : 이거... 그... 가끔 멀리까지 이동하면, 진정되지 않는다고 할지...
토지에 익숙해지지 않는 건지, 노래하지 않은 적이, 전에도 있어서...
시노 : 그런 건가.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지?
디트프리트 : 고친다고 할지... 잠시, 이 토지에서 평소처럼 일상을 보내면 들릴 거라고 생각해.
아서 : 평소처럼 일상을.
네로 : 여기서는 하루하루가 비일상 같은 거지만.
그림 속의 스노우 : 호호호. 그것이 마법관의 일상인 게지.
그림 속의 화이트 : 그럼 디트프리트. 이 토지에 익숙해지면, 정령의 노래가 들리게 되는 건가.
디트프리트 : 네, 네... 아마도...
그림 속의 스노우 : 그렇다면, 이 주마등이 토지에 익숙해지길 기다리지. 그리고 파티를 하는 걸세!
아키라 : 파티?
그림 속의 화이트 : 그렇네! 정령의 노래가 들리면, 밤의 숲에서 파티일세!
리케 : 즐거울 것 같아요!
클로에 : 하고 싶어! 오늘도 어쩐지 좋은 분위기라 여기에 오는 거만으로도 재밌었어!
시노 : 밤의 숲에서 파티라. 나쁘지 않을지도.
아서 : 그럼, 디트프리트. 그때까지 마법관에 머물러주지 않을래?
서둘러 갈 곳이 있다면 억지로 하라고는 못 하지만...
디트프리트 : 아, 아뇨, 그... 저도 시노가 들어줄 때까지, 분명, 진정할 수 없을 테니까...
있겠습니다, 여기에...
네로 : 그럼, 당신 방을 어딘가에 준비해 줘야겠네.
히스클리프 : 나중에 시노랑 같이 마법관을 안내해 줄게.
파우스트 : 곤란한 일이 있으면, 사양 말고 뭐든 말해줘.
디트프리트 : 아... 감사합니다...
-이렇게 신기한 주마등과 동쪽의 마법사 디트프리트가, 마법관에 머물게 되었다.
13화
[마법관 창가 복도/밤]
디트프리트 : 그럼... 그... 잠시, 신세를 지겠습니다.
아키라 : 네. 느긋하게 쉬어주세요.
히스클리프 : 시노랑 같은 방으로 괜찮아?
시노 : 상관없겠지. 어슬렁거려도 곤란하니까.
디트프리트 : 안 그래...
히스클리프 : 왜, 곤란한 거야. 자유롭게 지내도 되잖아. 모두 그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데.
시노 : ...
히스클리프 : ...
디트프리트 : 어... 저기...
네로 : 진정해 진정해. 시노도 시노 나름 걱정하고 있는 거겠지. 디트프리트 군을.
파우스트 : 오늘은 시노 방에서 쉬도록 하지. 내일은 다시 대화하는 쪽으로.
히스클리프 : ...네.
시노 : 잘 자.
가자, 디트.
디트프리트 : 디트프리트.
시노 : 시끄럽네.
디트프리트 : 아... 저기... 여러분, 안녕히 주무세요.
-꾸벅 고개를 숙이고, 디트프리트는 시노와 함께 떠났다.
히스클리프는 뭔가 말하고 싶은 듯 가지 못하고 서 있었다.
파우스트 : 너도 쉬도록.
히스클리프 : ...네.
네로 : 분명 조만간 시노가 얘기해 줄 거야. 디트랑 만났을 때의 이야기.
히스클리프 : 딱히 듣고 싶은 게 아니야. 파고들지도 않을 거야.
네로 : 그래. 잘 잘 수 있게 따뜻한 우유라도 만들어 줄까? 저녁, 그다지 먹지 않았잖아.
히스클리프 : 괜찮아. 안녕히 주무세요. 현자님도.
아키라 : 네, 안녕히 주무세요.
카인 : 아키라, 방까지 데려다줄게.
아키라 : 감사합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
[마법관 시노의 방/ 밤]
시노 : 바닥이면 돼?
디트프리트 : 숲이어도 되는데. 나무뿌리를 베개 삼아 잘 수 있어.
시노 : 현자가 신경 써. 저 녀석은 흙에서 잔 적이 없어.
디트프리트 : 현자니까...
시노 : 말하지 마.
디트프리트 : ...뭐?
시노 : ...너랑 만났을 때의 이야기.
디트프리트 : ...
말 안 해.
시노 : ...
디트프리트 : 그래도... 잘됐네.
시노 : ...뭐가?
디트프리트 : 조... 좋은 사람 만나서. 히스클리프 님, 상냥하신 분이셨어.
시노 : ...
좋은 사람과 같이 있으면 가끔 사라지고 싶어져.
그림자처럼 구두 밑창에 밟혀서 이어져 있고 싶어.
그 정도가 나한테는 적당해.
디트프리트 : ...
이해하지만...
좋은 사람은, 사람을 구두 밑창으로, 밟고 걷지 않아.
시노 : 알고 있어.
그게 히스한테 품고 있는 유일한 불만이야.
[마법관 방쪽 복도]
카인 : 잘 자, 아키라.
아키라 : 안녕히 주무세요. 정령의 노래, 기대되네요.
카인 : 응. ...맞다. 루틸말인데, 시인들 모임에서 무슨 일 있었는지 못 들었어?
아키라 : 아뇨...
카인 : 그렇구나. 조금 기운이 없어 보이는 것 같아서.
많은 문화인과 만나서, 조금 피곤한 걸지도 모르지. 내일 물어볼게.
아키라 : 저도 물어볼게요. 안녕히 주무세요, 카인.
카인 : 응, 잘 자.
[현자의 방]
아키라 : (하아... 오늘도 많은 일이 있었네.)
(디트프리트... 마법관 어떻게 생각하려나? 친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가 가져온 신기한 주마등, 어떤 노래를 들려줄까.)
(기대되네. 밤의 숲도 아름다웠어.)
-현자의 서에 글자를 한 자씩 엮을 때처럼 머릿속에서 마음의 소리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현자의 서를 적고 나서부터는 그런 버릇이 생겼다.
창밖에는 조용히 차갑게 빛나고 있는 달이 떠 있다.
책상 위에 둔 현자의 서도, 살며시 달빛을 쬐고 있었다.
저 현자의 서에는, 이 세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내가 만난, 신기한 일이 적혀 있다.
<위대한 재앙>이라 불리는 달과의 전투도 다가오고 있다.
갑자기, 나는 떠올렸다.
아키라 : (현자의 서에는 임무에 관한 거나, 마법 세계랑 마법사의 중요한 일을 적어뒀는데...)
(아무것도 아닌 일들만, 현자의 서에 적어볼까.)
(지금까지도 아무것도 아닌 일을 가끔 적어뒀지만 그것만 적지는 않았으니까.)
(적지 않아도 잊어 버리지 않겠지 생각했지만, 의외로 잊어버리게 돼.)
(이 생활이, 앞으로 얼마나 이어질지 몰라. 그러니까...)
(이 마법관에 이런 일상이 있었다는 것을 살짝 적어둘까.)
-얼굴을 들여다보는 사크 쨩에게 미소를 건네고 다시 한번 펜을 쥔다. 그 순간...
창 너머에서 사람 기척이 느껴졌다.
아키라 : ...!
-반사적으로 몸을 숨긴다. 이전에 마법관에 외부인이 침입한 사건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상한 녀석들이 숨어 들어와, 나를 잡아가 버리면 모두에게 폐를 끼치게 된다.
하지만, 그 걱정은 필요 없어 보였다. 달빛이 비치는 푸른 어둠 속 보인 것은, 라스티카와 미스라였다.
나는 창을 열고 불렀다.
아키라 : 라스티카, 미스라.
[밤하늘]
미스라 : 현자님.
라스티카 : 이런, 현자님. 주무시던 중 깨워버렸나요?
아키라 : 아뇨, 아직 자지 않았어요. 침대에 누우려던 참에 두 분 모습이 보였어요.
어디 나가시나요?
미스라 : 네. 정체불명의 새를 찾으러.
아키라 : 정체불명?
-미스라는 턱을 움직여, 옆에 있는 라스티카를 가리켰다.
미스라 : 합주한다는 것 같아요.
아키라 : 합주?
-라스티카는 잔잔하게 미소를 보였다.
라스티카 : 조금 전, 제가 첼로를 연주하고 있었더니, 합주하는 듯한 지저귐 소리가 들렸어요.
지저귐이라는 표현은 틀렸을지도 몰라요. 작은 새도, 맹금류도 아닌...
높은 곳에서 작은 수정이 떨어지는 듯한, 딱딱하고, 높은, 울림소리였어요.
미스라 : 재밌어 보이죠.
아키라 : 재밌어 보이네요.
-즉, 미스라와 라스티카는 밤의 버드 워칭을 가는 것이었다.
라스티카가 정중하게 인사하고, 창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라스티카 : 현자님도 함께 가시겠나요?
아키라 : 저요? 그렇네요...
-나는 두 사람의 얼굴과, 멀리 있는 깊은 숲, 그리고 책상 위 현자의 서를 비교해 봤다.
현자의 서에 살며시 닿으며, 장난스럽게 두 사람에게 미소 지었다.
아키라 : 오늘 밤은 사양할게요. 오늘 밤은 좀,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 그걸 실행하고 싶어서요...
라스티카 : 근사하네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면 꽤 좋은 기분이시겠네요.
미스라 : 좋은 생각이라는 건요?
-미스라의 질문에 나는 쑥스러워졌다.
현자의 서 표지를 만지며, 수줍게 웃었다.
아키라 : 오늘 밤의 일을 현자의 서에 적어두고 싶어서요.
디트프리트나, 정령의 노래가 들리는 주마등. 두 사람이 찾으러 가는 새의 이야기...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내며, 익숙해지면, 정령들이 노래할지도 모른다고 말했었죠?
특별한 일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평소의 일상도 제대로 남겨두고 싶어서요.
미스라 : 뭘 위해서요?
-미스라는 신기하다는 듯이 물어봤다. 나는 당황해서 눈을 깜빡인다.
대체, 뭘 위해서지?
내 마음과 몸을 지나가는, 이름 없는 나날들.
그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뭘 위해서지?
잔잔하게 미소 지으며 라스티카가 미스라를 바라본다.
라스티카 : 무엇이든지 가능하지. 하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위하지 않는 일을 해도 돼.
오늘이란 날을 되돌아보는 것에는 많은 발견이 있겠지.
즐거운 일을 떠올리면, 두 번 즐거워지고, 슬픈 일을 떠올리면...
살며시 자신을 위로할 수 있어. 작은 동물을 손바닥으로 감싸, 온기를 전하듯이.
-라스티카는 살며시, 손바닥을 겹쳤다. 미스라도 포즈를 따라 하고 있다.
곧바로 어깨를 으쓱하며 손을 떨어트렸다.
미스라 : 저는 큰 편이 좋아요. 거대한 괴물 새면 좋겠네. 뭐라고 했죠...
라스티카 : 딱딱하고, 높은, 울림소리.
미스라 : 딱딱하고, 높은, 울림소리. 뭔가, 이름 같네.
-미스라는 이상하다는 듯이 웃었다. 라스티카는 놀란 듯이 눈을 깜빡이며, 경의를 표해 인사했다.
라스티카 : 아름다워. 무척이나 시적인 정취詩情가 풍부한 이름이야. 딱딱하고, 높은, 울림소리.
-미스라는 잘 모르겠는 채로 득의양양하게 가슴을 돌렸다.
미스라 : 흥. 저도 그렇게 생각하던 차였어요.
라스티카 : 그럼, 현자님, 다녀오겠습니다.
딱딱하고, 높은, 울림소리를 찾으러 가는 저희를 부디, 현자의 서에 기록해 주세요.
아키라 : 네, 조심하세요.
-나는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들은 어두운 숲을 향해 날아갔다.
[현자의 방]
-나는 얼른 펜을 쥐고, 현자의 서에 적기 시작했다.
아키라 : (자기 전에, 라스티카와 미스라를 발견했다. 가까운 숲에 수수께끼의 새를 찾으러 간다는 것 같았다. 울음소리와 이름은, 딱딱하고, 높은, 울림소리)
...후후...
-아무것도 아닌 이 일이 커다란 사건의 시작이거나...
아무것도 아닌 채로 평온하게 끝나기도 한다.
조용한 밤에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흔들린다.
누군가의 기척이 움직여, 천장이 삐걱 한번 소리를 낸다.
어딘가에서, 웃음소리인지, 호통 소리가 들리는.
이게 마법관의 일상.
[마법관 주방/밤]
히스클리프 : ...
(...한밤중에, 배고파졌어...)
(조금이어도 되니까, 뭔가 먹지 않으면 잠들지 못할 것 같아서 주방에 왔지만...)
(한밤중에 주방을 뒤지다니, 한심한 행동일지도 몰라...)
(어쩌지... 멋대로 먹을 걸 가져가도 될까.)
(네로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기에도, 자는 걸, 굳이 깨우는 것도 미안하고...)
(예의에 어긋나는 걸지도 몰라. 역시, 침대로 돌아가 자자. 참을 수 있을 것 같아졌고...)
(꼬르륵 소리)
히스클리프 : ...!
(와...! 배에서 소리 났어. 부끄러워.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다...)
(역시, 뭔가 먹자. 이럴 때, 블랑셰라면, 하인에게 부탁할 수 있는데...)
(아냐, 이런 생각이 좋지 않아. 모두, 자립했으니까, 내 배 정도는, 내가 채우자.)
(냄비를 드는 소리)
히스클리프 : (아... 이 냄비, 뭔가 들어있어. 좋은 냄새... 사과 조림인가... 좋아! 맛있겠다!)
(하지만...)
[기억 속의 주방/낮]
네로 : 칫...! 만들어 뒀던 스튜 속 고기가, 줄었잖아!!
브래들리 녀석이지!? 전부 없어졌어! 그 자식, 죽인다...!
나참, 장난치고 있어...! 다음에 만나면, 이 칼로, 재워둔 닭 다리 살처럼 만들어준다!
[마법관 주방/ 밤]
히스클리프 : ...
(네로, 무서웠지...)
(어쩌지...)
/
히스클리프 : (좋아, 몰래 먹는 건 그만두자. 냄비 안에 든 거 엄청 맛있겠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내가 만들어서...)
오웬 : 냠.
히스클리프 : ...
오웬 : 아-, 냄비 안에 있는 거, 맛있네.
질척질척하고 엉망진창인 사과가, 달콤하고 신 게, 시나몬 같은 냄새도 나고, 볼살이 터져서 떨어질 것 같아.
히스클리프 : ...오, 오웬...
오웬 : 뭐야?
히스클리프 : ...
오웬 : 먹고 싶어?
히스클리프 : ...으, 나는, 괜찮아. 너무 먹으면 안 돼. 내일 먹을 게 없어...
오웬 : 흥. 몰라.
영차.
히스클리프 : 잠깐... 냄비째로 들어서, 대체 어디로 가져갈 생각...
오웬 : 꿀꺽꿀꺽...
히스클리프 : (마... 마시는 속도로 먹고 있어...)
오웬 : 하...
최고.
히스클리프 : (버, 벌써, 저렇게나, 없어졌어...)
오웬 : 어라? 왜 그래. 귀공자님.
설마, 실은 원하는 거야?
히스클리프 : 아, 아니야. 한밤중에 군것질은 하지 않아. 모두의 아침 메뉴이기도 하고.
오웬도, 너무 먹으면 안 돼. 네로에게 혼날 거야.
오웬 : 네로 따위 무섭지 않아. 너, 네로가 무서워서, 먹는 걸 참는 거야?
히스클리프 : ...
오웬 : 아, 그래.
블랑셰의 귀공자님은, 한밤중에 훔쳐먹는 수상쩍은 짓은 하지 않지.
그럼, 내가 전부 먹어야겠다. 잘 먹겠습-...
히스클리프 : 아...
오웬 : ...
히스클리프 : ...
오웬 : 후후...
있지, 히스클리프. 솔직하게 말하면, 나눠줄지도 몰라.
히스클리프 : 피, 필요 없어.
오웬 : 아! ...라고 했잖아.
히스클리프 : ... 안 했어...
오웬 : 후후... 알아. 한밤중에 배가 고픈 거지. 그래서 부엌을 뒤지러 온 거야.
도둑 쥐처럼, 몰래, 나쁜 짓을 하려고 했는데, 내가 우연히 발견한 거지.
히스클리프 : (...왜, 오웬은, 이렇게 죄악감을 부채질하는 어휘가 풍부한 거지...)
오웬 : 그래도, 뭐, 상관없어. 오늘 밤만은 못 본 척해줄게. 먹어, 히스클리프.
히스클리프 : 어...?
14화
[마법관 주방/ 밤]
오웬 : 배가 고프잖아. 괜한 고집 부리지 말고, 먹으면 돼.
견과류 슬라이스에, 건포도도 들어있고, 달콤하고 엄청 맛있어.
히스클리프 : ...
그... 그럼... 조금만...
오웬 : 후후. 자, 냄비 들어.
히스클리프 : 저기... 냄비째로 말고, 접시에 옮겨서 앉아서 포크랑 스푼으로 먹어도 돼?
오웬 : 칫, 주문이 많네... 자, 이걸로 됐지?
히스클리프 : 응, 고마워...
(아, 맛있어... 네로, 아침까지 못 기다려서 미안해. 잘 먹겠습니다.)
오웬 : (후후... 이걸 먹으면, 내 공범자 취급해서, 몰아세운 뒤 혼란스럽게 해주지.)
(히스클리프는 놀리는 보람이 있으니까. 잔뜩 괴롭혀 줄게.)
히스클리프 : 꿀꺽...
오웬 : 어때?
히스클리프 : ...맛있어...
오웬 : 후후. 그렇지.
히스클리프 : 고마워, 오웬... 나, 사실은, 배가 고팠거든.
오웬 : 누구든 그런 밤은 있어. 도둑 쥐라니 거짓말이야. 신경 쓰지 마.
히스클리프 : 오웬...
오웬 : (후후, 감격까지 하잖아... 이 뒤에, 나 때문에 마음이 너덜너덜해질 줄도 모르고...)
(아아, 즐거워. 몰아세워서, 아침까지 놀려줘야지. 이래서, 히스클리프는 정말 좋아.)
히스클리프 : 하...
잘 먹었습니다.
오웬 : 후후...
크크크...
히스클리프 : 딸꾹질?
오웬 : 아니. 사악한 웃음이야.
히스클리프 : 사악?
오웬 : 히스클리프 블랑셰. 너는 지금, 중대한 착각을 범했어. 너는 나와 공범...
카인 : 이봐, 오웬. 한밤중에 시끄러워. 모두 벌써 잠든 시간이잖아.
히스클리프 : ...!
오웬 : 기사님...
카인 : 후아아... 뭐야, 놀란 표정으로... 일어난 김에, 물을 마시러 왔을 뿐이야.
히스클리프 : (카인, 내가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어. 한번, 방에서 잠든 걸지도 몰라.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구나...)
(나도 있다고 말해야지. 부딪혀서, 다치지 않게...)
카...
카인 : 오웬, 한밤중에 뭐 하는 거야? 아, 냄비 뚜껑이 열려있네.
안이 비었잖아! 또 몰래 먹었지! 그럼 안 돼!
히스클리프 : ...!
오웬 : .. 계속해.
카인 : 뭐?
오웬 : 좀 더 혼나고 싶어.
카인 :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아, 정말이지, 네로가 화낼 거야. 왜 아침까지 못 기다린 거야.
몰래 먹지 마. 네로도, 모처럼 시간을 들여 만들어 주는 거니까.
잘 먹겠다고 말하고, 눈앞에서 먹어주는 편이 기쁠 게 당연하잖아.
히스클리프 : ...
오웬 : 좀 더 말해봐.
카인 : 왜? 나한테 혼나는 게 좋아?
오웬 : 좋아.
카인 : 이상한 녀석이야... 그렇게 말하면 혼낼 마음도 없어지잖아.
오웬 : 그럼, 뭐라고 해?
카인 : 그건...
히스클리프 : 카인.
카인 : 우와!! 놀랐네! 히스클리프, 있었어!?
닿아도 돼? 것보다, 괜찮아? 오웬이 무슨 짓 하지 않았어!?
히스클리프 :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 나쁜 건 나야. 냄비 안에 든 걸 먹은 건 나야.
카인 : 그럴 리가 없잖아. 오웬, 히스한테 거짓말하게 하지 마.
오웬 : 하지 않았어.
히스클리프 : 하지 않고 있어. 진짜야. 카인의 말대로, 최저야...
카인 : 히스, 우선, 나한테 닿아주지 않을래? 네 얼굴을 보고 말하고 싶어.
히스클리프 : 카인을 볼 면목이 없어. 나는 한심하고 비열한, 도둑 쥐인 쓰레기 같은 녀석이야.
카인 : 그렇게 풍부한 어휘로, 자신을 깎아내리지 마... 오웬, 너, 뭐 했어?
오웬 :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카인 : 그럴 리가 없잖아. 네가 부추기지 않았으면, 히스가 몰래 먹었을 리가 없어.
히스클리프 : ...읏, 먹어... 카인이 생각하는 만큼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야. 나쁜 짓도 해!
카인 : 하지 않아. 오웬, 마법을 썼지? 히스에게 이런 말을 하게 하고...
오웬 : 기사님은 잔혹하네. 내가 히스에게 하려던 짓, 나보다 잘하고 있어.
카인 : 무슨 소리야?
오웬 : 안 가르쳐줘. 기사님도 죄악감에 빠져봐. 내 말 잘 들어.
그런 식으로 의심하면 마법관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어. 기사님 때문에 나갈 거야.
카인 : 하? 갑자기, 무슨 소리야?
히스클리프 : 기다려! 오웬!
오웬 : 알겠어? 너 때문에 나가는 거야. 죄악감으로 엉망진창이 되라고.
카인 : 기다려! 너는 현자의 마법사야. 아키라에게 있어, 소중한...
오웬 : 그래. 그런 소중한 현자의 마법사가, 너 때문에 나가는 거야.
심장이 찢어질 정도로 반성하고, 심장이 찢어질 정도로 당황하고, 심장이 찢어질 정도로 울어봐.
나한테 아첨하고, 비위 맞추고, 창백해져서, 무릎 꿇고 다시 데려와 봐.
카인 : 안 해. 사과하는 건 네 쪽이야.
오웬 : 흥.
(사라지는 소리)
히스클리프 : ...오웬...!
카인 : 정말이지, 알 수 없는 소리만 해대고. 히스, 괜찮아?
히스클리프 : ...읏, 정말 내가 나빴던 건데...
카인 : 어...?
히스클리프 : 어떡하지... 오웬을 찾아야해...
오웬 : 네 탓이 아니야.
히스클리프 : 우와...!
카인 : 깜짝 놀랐네!
오웬 : 나쁜 건 기사님이니까. 너는 필사적으로 나를 찾아봐.
카인 : 찾지 않아도, 돌아왔잖아. 방금.
오웬 : 시끄러워. 이게 마지막. 이제 돌아오지 않을 거야.
(사라지는 소리)
[마법관 중정/ 낮]
클로에 : 루틸!
루틸 : 클로에...
클로에 : 같이 작업하자!
루틸 : 응! 그러자!
클로에 : 나는 신작 디자인을 그릴 거야.
루틸 : 어디서 입을 신작?
클로에 : 후후. 아직 비밀! 루틸은 뭐 할 거야?
루틸 : 어... 그림책 스토리를 생각해 볼까!
클로에 : 좋네! 그럼, 같이 시작하자!
(무언가를 적는 소리)
클로에 : ...
루틸 : ...
클로에 : 들어봐. 얼마 전에 말이지, 엄청, 근사한 구두를 가진 사람, 발견했거든.
루틸 : 헤에! 중앙의 나라?
클로에 : 맞아 맞아. 왕도의 시장 말이야, 이렇게, 파란 지붕과 황금 지붕 모서리에...
루틸 : 아! 그 근처! 세련된 여행객, 많지.
클로에 : 그래서 말이지. 조금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라든가, 꼭 좀 갖고 싶은데요 라든가, 물어보고 싶었는데.
말 걸 용기가 없어서, 쭈뼛거리고 있는 사이에 없어져 버렸어...
루틸 : 안타깝네. 하지만, 분명 언젠가 만날 거야.
클로에 : 왜?
루틸 : 세련된 사람이었잖아. 세련된 사람이라면, 분명 클로에의 이름을 알 거야.
클로에 : 루틸... 좋은 사람이야...
루틸 : 괜찮아, 괜찮아!
클로에 : 에헤헤, 고마워! 루틸은 최근에 어때? 뭔가 재밌는 일 있었어?
루틸 : 있지... 중앙의 나라, 시인분들이 모이는 주점을 갔어.
클로에 : 헤에! 재밌겠다!
루틸 : 재밌었어!
그림책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더니, 복구작업에서 알게 된 사람이 초대해 주셨어.
클로에 : 대단한데! 시인이라는 건, 어떤 느낌의 사람들이야? 화려해? 중후해? 가볍나?
루틸 : 여러 사람이 있었어. 하지만... 조금 실패해 버렸어. 떠올리면 지금도 부끄러워.
클로에 : 에? 어떤 실패?
루틸 : 지금, 왕도에서 연시連詩가 유행하고 있다고 해. 처음 두 줄과, 이어지는 두 줄을, 각각 다른 사람이 읊는 거지.
그래서, 나는 앰브로즈アンブローズ/Ambrose 씨라는 가장 인기 있는 시인분과 함께하게 됐어.
클로에 : 헤에! 대단하잖아!
루틸 : 상냥하신, 좋은 분이셨어. 그분이 먼저 시를 읊어주셨어.
그래서... 내가 시의 뒷부분을 읊었는데, 갑자기 미소가 사라지셔서...
클로에 : 그... 그렇구나...
루틸 : 분명, 엄청 이상했던 것 같아. 내가 동요하고 있는 걸 알아차리시고는, 허겁지겁 칭찬해 주셨지만...
...엄청 부끄러웠어. 다들 착하셨으니까, 배울 수도 있었을 텐데.
또 실패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무서워져서 구석에 서 있었어. 모처럼 초대해 주신 건데...
클로에 : ...
루틸 : 떠올리면, 지금도 침울해져... 곤란하다는 듯이 웃고 있는 주위 분들의 상냥한 시선이라든가.
클로에 : 루틸정도여도 그런 일이 있구나. 언제나 금방 떨쳐내니까, 뭔가 의외야.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좀 더 루틸이 좋아졌어! 내 의견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루틸 : 클로에...
클로에 : 나는 들어보고 싶은데! 루틸이 어떤 말로 대답했는지, 그... 괜찮으면 말인데...
루틸 : 고마워, 클로에...
그럼...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새로운,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꼭 들어봐 줘.
클로에 : 응! 기대하고 있을게!
[도서관]
오즈? : 다섯 나라의 왕... 그리고, 다섯 나라의 국민들이여.
과거, 나는 공포와 함께 이 세상에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미래를 바라고 있다.
들어라, 어리석은 자들이여! <위대한 재앙>을 물리치기 위해, 나는 나의 힘을 너희들에게 부여하지.
파괴와 살육을 위한 것이 아닌, 수호와 창조를 위해, 너희들 인간에게 하사하...
(문 열리는 소리)
파우스트 : 실례하지.
오즈? : 이런...
파우스트 : ...
피가로?
오즈? : 어떻게, 알았지?
파우스트 : 밖에서 소리가 들렸어. 들어라, 어리석은 자들이여, 부분부터.
피가로 : 아, 그래... 어떻게 생각해? 방금 연설.
파우스트 : 민중은 안심하겠지. 하지만, 오즈한테 양해를 구하지 않고는 하지 마. 그의 허가는?
피가로 : 안 받았지.
파우스트 : 그럼, 그만둬. 어떻게든 하고 싶다면, 허가를.
피가로 : 그렇겠지...
파우스트 : 당연해.
피가로 : (파우스트의 옛날 모습을 빌려, 해보려고 생각했단 건 얘기하지 않는 편이 좋겠네...)
파우스트 : (이 사람, 설마, 과거의 내 모습으로 연설하거나 하지 않겠지...)
피가로 : 근데, 파우스트. 네 수행 말인데.
파우스트 : 네.
피가로 : 될 수 있다면, 네가 내 제자라고, 다른 마법사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특히 북쪽의 마법사들에게는 말이지.
파우스트 : 저 따위가 제자라고 말하면, 당신의 명예에 흠집이 가기 때문인가요?
피가로 : 아니야. 내가 원한을 샀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수행을 한다면, 마법관 밖이 좋겠어.
하지만,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오즈와 그림 속에 들어간 쌍둥이 선생님과 샤일록만을 남기고...
어딘가로 사라질 수도 없어. 노바의 급습도 있었으니까.
파우스트 : 그렇네요... 그럼, 수행을 함께 해주시는 것은 어려울까요.
피가로 : 아니. 기척을 없애기 위한 결계를 펼친 뒤에, 바로 옆에 있는 숲에서 할까 싶어.
단, 걱정되는 점이 있어서 말이지. 파우스트.
파우스트 : 네.
피가로 : 너는 왠지 최근 그런 느낌으로 내 앞에 있으면, 성실하고 예의 바르단 말이지.
파우스트 : 무언가를 가르쳐 주시는데, 거만하게 있을 수도 없지 않나요?
피가로 : 갑자기 악담해도 상관은 없지만, 여기는 중앙의 나라야. 너는 전, 중앙의 마법사.
중앙의 나라에서 중앙의 마법사다운 짓을 하고 있으면, 중앙의 토지 정령에게 사랑받아...
돌아가 버릴지도 몰라. 중앙의 마법사로.
파우스트 : ...
피가로 : 너는 동쪽의 마법사로서 소환되었으니까, 중앙으로 돌아가면 문장이 사라져서...
파우스트 : ... 현자의 마법사가 아니게 된다?
피가로 : 그럴 수도 있지. 기뻐?
파우스트 : 그럴 리가 없잖아. 아이들에게 임무를 맡기고, 나만 석방이라니...
피가로 : 그 사고방식은, 어디서 나온 거야?
파우스트 : 어디냐니?
피가로 : 중앙의 성실함? 동쪽의 성실함?
파우스트 : 모, 몰라... 당신이나 레노는? 오즈도...
피가로 : 우리들도 주의하고 있어. 나는 북쪽에 가서 마법을 사용할 때, 한층 더 세계평화를 생각하려고 하고 있어.
[기억 속 북쪽의 나라 눈보라 속]
피가로 : 모두와 사이좋게 지낼 수 있길. 진심 어린 친애를 담아.
《ポッシデオ》
[도서관]
피가로 : ...라는 거지. 중앙의 나라에서 수업할 거면, 그 점, 신경 쓰는 편이 좋아.
동쪽의 나라에 가면 좋겠지만, 샤일록에게 전부 맡기고 밤놀이를 즐기러 갈 수도 없으니까.
파우스트 : ...알겠습니다.
아니, 이해하지 않아. 네 충고 따위 받아들일까 보냐. 과거의 스승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피가로 : 상처받네.
파우스트 : 죄, 죄송합니다!
피가로 : 농담이야.
파우스트 : ...읏!?
(동쪽의 마법사다운 건 뭐지? 대체, 어떻게 하면...!?)
[네로의 방/ 아침]
네로 : ...쿨, 쿨...
...
...칫...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누구야, 네놈은!?
《アドノディス・オムニス》
오즈 : 《ヴォクスノク》
(마법이 부딪히는 소리)
네로 : ...!
오즈 : ...
아침부터 미안하다.
오즈다.
네로 : ..., 어...
...오즈 선생...
오즈 : 그렇다.
네로 : 안ㄴ..., 안녕히 주무셨나요...?
오즈 : 안녕.
네로 : 아, 놀랐네... 아침부터 심장에 안 좋은 걸 봐버렸어.
오즈 : 뭘 봤지?
네로 : 아... 그... 뭔가, 커다란 쥐 꿈을...
오즈 : 그런가.
네로 : 아이를 보는 눈으로 보지 말아줄래?
그래서... 무슨 일이야, 아침 일찍. 무슨 일 있었어?
오즈 : 바클라바バクラヴァ/Baklava 는 만들 줄 아나?
네로 : 바... 뭐...?
오즈 : 바클라바.
네로 : 몰라. 들어 본 적도 없어. 먹는 거야?
오즈 : ...
먹으면, 하루 종일, 입안이 달다고 들었다.
네로 : 과잔가. 오웬이 좋아할 것 같네.
오즈 : ...
만들 수 있나?
네로 : 아니, 모른다고 할지...
오즈 : ...
네로 : 만드는 방법을 알아나 볼까...
오즈 : 같이 가주지.
네로 : 같이 가준다고!? 네 녀석이 만들어 달라고 부타...
오즈 : ...
네로 : 아... 고마워, 같이 가줘서...
오즈 : 감사 인사까지 들을 일도 아니다.
네로 : 것도 정말 그렇단 말이지...
15화
[현자의 방/ 아침]
미틸 : ...어때요?
리케 : ...그렇네요... 그쪽은요?
-아침 햇살이 쏟아져, 부드러운 눈부심에 눈이 떠졌다.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사람의 말소리가 창밖에서 들려온다.
하품하며 나는 방에 놓여 있는 물병을 바라본다.
최근 시장에서 산 마법의 물병은, 손을 대면 깨끗하고 신선한 맑은 물이 샘솟는다.
세안하거나, 목이 마를 때, 조금 물을 사용하고 싶을 때, 편리했다.
나는 몸단장을 간단하게 마치고, 방을 나섰다.
[마법관 중정/ 아침]
-밖으로 나서자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오늘은 햇빛이 다정하고 바람이 차가워 기분이 좋다.
햇살을 받고 있자, 잠들어 있던 몸이 천천히 일어나는 것 같았다.
방금 전의 대화 소리가 나던 방향으로 가자, 미틸과 리케가 있었다.
미틸은 양손에 안길 정도의 커다란 화분을 가지고 있었다.
미틸 : 아, 안녕하세요, 현자님.
리케 : 안녕하세요, 현자님. 오늘도 안전한 하루를 보내시길.
아키라 : 안녕하세요. 미틸, 그 커다란 화분은 어디서 나셨어요?
-내가 묻자, 미틸은 기쁜 듯 웃었다.
미틸 : 중앙 시장의 도예가 분께서 구워주셨어요.
복구작업을 도와줬을 때 알게 된 분인데, 괜찮으면 화분을 구워줄까 하셨어서.
리케 : 미틸이 약초를 키우니까 제안해 주신 거예요. 이거 보세요, 현자님.
여기. 미틸이 잎사귀 모양과 이름을 새겼어요.
-리케가 가리키는 장소를 보자, 미틸의 이름과 잎사귀가 여러 장, 커다란 화분의 정면에 새겨져 있었다.
미틸다운 공손함과 서투름이 사랑스럽고 무척이나 개성이 느껴져, 나는 볼의 긴장이 풀렸다.
아키라 : 정말이네. 귀여워! 세상에 하나뿐인 근사한 화분이네요.
미틸 : 에헤헤... 감사합니다.
-미틸이 부끄러워하며 웃었다. 맑게 갠 파란 하늘 아래, 적갈색의 화분을 그가 안고, 자랑스러워 하는 것처럼 보였다.
미틸은 무거워 보이는 큰 화분을 내려두고, 화단과 숲을 응시한 뒤, 내게 말했다.
미틸 : 현자님. 저, 이 화분으로, 꽃바구니寄せ鉢를 만들까 해요.
아키라 : 꽃바구니?
미틸 : 어... 화분 안에 여러 개 좋아하는 꽃과 풀을 심는 거예요.
이 화분 자체가, 화단이나 정원처럼 되는 거죠.
아키라 : 한 종류의 꽃이 아니라, 다양한 초목을 심는 거군요.
미틸 : 맞아요. 구름의 거리에서는 형님이 하셨어요. 학교 입구에 장식해 두기도 하고.
지금, 어떤 꽃을 화분에 넣을지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어요. 리케는 무슨 색이 좋아요?
리케 : 노란색? 흰색이나 하늘색도 좋아해요. 초록색이나, 빨간색도.
미틸 : 모든 색이 되어버리잖아요.
리케 : 전부 좋아요.
-얼굴을 마주 보며, 두 사람은 웃는다. 사이가 좋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언제나 가슴이 따뜻해진다.
미틸 : 마법관의 화단에서 조금, 몇 그루 받을까 했는데, 숲에 가볼까.
아키라 : 저쪽 숲이요?
-난 정체불명의 울음소리를 내는 새에 대해 떠올렸다.
딱딱하고, 높은, 울림소리의 새.
미틸 : 저 숲에는, 가끔 희귀한 꽃을 발견할 수 있어서, 찾아볼까 싶어요.
리케 : 어젯밤, 디트프리트와 밤의 숲에 갔었죠. 거기서 신기한 발견을 했어요.
낮에는 평범한 꽃이지만 밤이 되면 빛나는 꽃도 있고...
미틸 : 낮에는 꽃잎이 아래를 향하지만, 한밤중에는 위를 바라보는 나무도 있었죠.
리케 : 봤어요! 그 나무, 근사했어요.
미틸 : 심볼 트리로 삼고 싶은걸. 남쪽의 나라에서는 그다지 볼 수 없는 나무라 키울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자, 어디선가, 둥실둥실, 나뭇가지가 날아왔다.
리케 : 마법?
미틸 : 누구지?
-주위를 살피는 사이, 공중을 나는 나뭇가지의 끝이 지면에 닿았다. 이 세계의 글자를 적어나간다.
(글자를 적는 소리)
미틸 : ...월대수月待樹. 달빛을 향해 하늘을 바라보는 잎사귀가 자란다. 튼튼하고 벌레가 꼬이지 않는다고 해요.
달빛으로 자라니까, 물을 주는 빈도는 적어도 괜찮습니다. 심볼 트리에는 알맞습니다.
디트프리트... ...디트프리트씨!?
-우리들은, 순간 지붕을 올려다봤다. 그러자 후드를 눌러쓰는 사람 그림자가 보인다.
미틸과 리케는 기뻐 보였다.
미틸 : 조언해 주셨어!
리케 : 친해질 수 있을지도!
아키라 : 잘됐네요! 하지만, 어젯밤처럼 숲 안쪽까지 둘이 가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요?
누군가와 함께 가는 편이 좋은 게...
미틸 : 괜찮아요. 저 숲도 결계로 지켜지고 있다고, 스노우 님과 다른 마법사분들이 말씀하셨으니까요.
리케 : 그리고, 어른들은 아침에 바쁘니까요. 아침을 먹는다든가.
저희는 벌써, 아침을 먹었어요.
아키라 : 얼른 놀러 가고 싶은 거군요.
미틸, 리케 : 맞아요!
리케 : 현자님은, 아직 아침 식사 하지 않으셨죠?
미틸 : 오늘 아침, 엄청 맛있었어요.
아키라 : 뭐였나요?
미틸 : 버섯 스콘이랑, 버섯 수프. 구운 사과도요.
아키라 : 맛있겠다.
리케 : 카나리아가 그거라고 말했어요. 그 뭐더라? 기쁜 맛じみ... 넘어진다あばれる...?
아키라 : 기쁜 맛이 넘어진다고요...?
미틸 : 깊은 맛滋味이 넘친다, 아니었나요?
리케 : 그거예요. 깊은 맛이 넘친다, 예요.
아키라 : 헤에... 어떤 의미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맛있겠다!
미틸 : 먹고 오시는 게 좋겠어요.
리케 : 브래들리가 오면, 스콘은 다 먹어버릴 거예요.
아키라 : 아하하. 그럼, 서둘러야겠네.
미틸 : 레노 씨도 다 드실 것 같았어요. 맛있어, 맛있어라고 말하셨어요. 네로 씨도 기뻐 보였어요.
아키라 : 진짜 맛있는 거겠네요. 서둘러야지.
리케 : 다녀오세요. 그럼, 현자님. 저희는 숲에 다녀올게요.
아키라 : 알겠습니다. 저도 식당으로 가볼게요.
미틸 : 네. 꽃바구니, 완성하면 보여드릴게요!
-두 사람은 커다란 화분의 양 끝을, 서로 잡아 들고, 웃으면서 숲으로 향했다.
파란 하늘 아래, 소란스럽게 깊은 숲의 나무들이 흔들린다.
숲은 신기하다. 눈에 편안한 색 배합에 치유되는가 하면, 아주 조금이지만 무섭다.
무언가가 숨어들었을지도 모른다.
문득 그런 일을 상상해 버리기 때문이겠지.
[마법관 거실]
카인 : ...
히스클리프 : ...
시노 : ...
카인 : ...미안해.
히스클리프 : 카인이 사과 할 일은 아니야.
카인 : 아니, 잘못한 건 나야. 설마 히스가 몰래 먹었을 거라고는 생각도...
시노 : 말 조심해. 히스도 밤중에는 배가 고플 수 있어.
히스클리프 : 감싸주지 않아도 돼. 어찌 되었든 잘못한 건 나야. 오웬을 찾아야 해.
카인 : 나도 도울게. 돕는다고 할지, 내가 할 일이야.
시노 : 나도 도울게.
히스클리프 : 시노는 됐어.
시노 : 어째서.
히스클리프 : 디트프리트를 살펴주는 편이 좋을 거야.
시노 : 살펴줄 필요 없어. 저래 보여도 나보다, 연상이야.
히스클리프 : 그렇구나. 네가 말해주지 않으니까, 아무것도 몰랐어.
시노 : ... 말할 필요 없어.
히스클리프 : 시노가 정할 일이야?
시노 : ...
히스클리프 : 네 주군은 누구지?
카인 : 저기, 오웬은 이제 된 거야?
히스클리프 : 카인은 조용히 해.
시노 : ...말할 생각은 없어. 히스한테만큼은, 절대로 얘기하지 않을 거야.
히스클리프 : ...
시노 : 디트프리트에 대해서는 묻지 마.
히스클리프 : 네가 나한테 명령 하는 거야?
시노 : 어쩔 수 없잖아! 이제 더 이상 묻지 마! 물어볼 거면, 나는 종자를 그만두겠어!
블랑셰와는 상관없어. 너랑도 이제 남남이야. 그렇게 되고 싶어!?
카인 : 시노! 아무리 그래도, 말이 지나쳐!
히스클리프 : 알겠어.
시노 : ...
히스클리프 : 억지로 캐묻거나 하지 않아. ...하지만, 아쉽네.
시노 : ... ...뭐가...
히스클리프 : ...
...지금까지 들려준, 신뢰나, 충성을 느낄 수 있던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어졌으니까.
시노 : ...
히스클리프 : ...그만두다니... 시노의 입에서 들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시노 : ...
...읏, 으아아....!
히스클리프 : 아파...!
카인 : 그만해! 시노...!
손 놔! 사실은 히스한테 달려들고 싶지 않잖아!?
시노 : ...으, ...읏!
카인 : 말로 잘 표현하지 못했을 뿐이잖아! 어!? 응!? 그렇잖아!? 히스는 이해해 주니까!
시노 : ...읏!
...죽어...!
카인 : 시노...!
히스클리프 : ...
카인 : 히스, 진지하게 듣지 마. 방금 그건 시노의 본심이 아니야. 알잖아?
히스클리프 : ... ...어떨지...
카인 : ...다치지는 않았어?
히스클리프 : 응...
...으,...
카인 : 긁힌 건가, 손등...
히스클리프 : ...괜찮아, 이 정도.
(문 열리는 소리)
네로 : 여어, 히스. 최근, 설탕 과자 장인 살카라랑 만났어?
오즈 : ...
카인 : 오즈, 네로...
네로 :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히스클리프 :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지.
어젯밤, 오웬이 마법관을 나갔어.
카인 : 내 잘못이야. 일방적으로, 의심해 버려서.
네로 : 오웬? 지금부터 오웬이 좋아할 것 같은 달콤한 과자를 만들 건데.
카인 : 과자? 어떤?
네로 : 바클라바.
[마법관 앞/ 낮]
오웬 : (바클라바...?)
(뭐야 그게.)
네로 : 뭐냐면, 한입 먹으면, 하루 종일 입안이 달콤해지는 과자래.
카인 : 우와... 엄청나게, 달겠다...
오웬 : (맛있겠다...)
클로에 : 후우... 살며시 소리 내지 않고... 모두에게 들키지 않게 해야지.
...
...후... 다행이야... 아직, 안 온 것 같아.
오웬 : 클로에.
클로에 : ...으, 까, 깜짝 놀라라!
오웬! 이런 곳에서 뭐 하는 거야?
오웬 : 시끄럽네. 조용히 해봐.
클로에 : ...뭐... 뭐하는 거야?
오웬 : ...
《クアーレ・モリト》
(마법을 사용하는 소리)
오웬? : ...에!?
에!? 에!? 뭐야 이게!?
클로에? : 후후...
오웬? : ...! 내가 눈앞에 있어!!
클로에? : 너, 한동안, 마법관에 가까이 오지 마.
오웬? : 왜!?
클로에? : 너무 쉽게 돌아와 버리면, 기사님도 귀공자님도 얕볼 테니까.
내가 너인 척을 하고, 마법관에 있어 줄게.
너는 어딘가에 가 있어.
오웬? : 무리야...!!
클로에? : 무리 아니야. 종종 장 보러 가잖아? 내 얼굴로 큰 소란 피우지 마.
오웬? : 하지만, 하지만, 곤란해! 내 얼굴로 짓궂은 말 할 거잖아!?
클로에? : 글쎄? 어떨까?
근데, 라스티카는 참 도움이 안 되지?
오웬? : 하지마...!!!
카인 : 응? 오웬의 목소린가?
클로에? : 칫... 어쨌든, 여기서 떠나자.
오웬? : 잠ㄲ... 기다...!
클로에? : 《クーレ・メミニ》
(사라지는 소리)
16화
[왕도의 시장/ 낮]
(걸어오는 소리)
레녹스 : 그래서?
브래들리 : 그래서라니?
레녹스 : 어디로 가는 거야.
브래들리 : 중앙의 나라 감옥이지. 일단, 잠입해서 상황을 살필 필요가 있어.
레녹스 : 감옥에 들어가 있는 건, 법을 어긴 마법사들이잖아?
브래들리 : 인간들의 법을 말이지.
레녹스 : 마법을 사용하면 탈옥하기 쉬워. 탈옥하게 두지 않기 위해, 너는 약속을 강요당한 거였지.
브래들리 : 미리 말해두지만, 예의 갖춰서 말해라, 꼬맹아.
내 기분을 상하게 하지 마.
레녹스 : 부탁을 하는 거면서, 이번에는 협박이라.
브래들리 : 달래줬으면 좋겠냐, 꼬맹아.
레녹스 :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거다. 네 지인도 약속을 하고 있다면, 멋대로 감옥 밖으로는 나올 수 없어.
약속한 상대와 얘기할 필요가 있지 않겠어?
브래들리 : 네가 뭘 말하고 싶어 하는지는 알겠다. 하지만, 쉽게 돌로 만들 수 있는 상대도, 설득할 수 있는 상대도 아니야.
레녹스 : 누구지.
브래들리 : 쌍둥이와 피가로다.
레녹스 : ...
(걸어가는 소리)
브래들리 : 어이, 어디 가는 거지.
레녹스 : 세 분과 이야기해 보자.
브래들리 : 넌 바보냐. 내 이야기를 안 들은 거냐.
레녹스 : 세 분을 설득하는 게 가장 빨라.
브래들리 : 너는 오해하고 있어. 피가로와 쌍둥이를, 민중을 지키는 사람 좋은 수호신인지 뭔지로 생각하고 있어.
레녹스 : ...
브래들리 : 그 녀석들은, 자기들한테 좋은 법을 만들고, 자기들 이외는 그 법에 따르게 만드는 지배자다.
이제 좀, 부하로 부리고 있다는 것 좀 눈치채라.
레녹스 : ... 네 부하로 부려지고 있는 건 괜찮다는 건가?
브래들리 : 나는 보수를 제시했어. 너와 대등하게 거래했잖아.
레녹스 : ... 어째서, 그 녀석을 탈옥시키고 싶어 하지?
브래들리 : 란돌프ランドルフ/Randolph다. 감옥에서 몇 번인가 대화를 나눴어.
란돌프는 이제 곧 죽어. 얼마 전에, 훈련 중에 날아갔던 곳이 중앙의 어딘가에 있는 관청이었어서.
란돌프가 죽어간다고, 유언인지 뭔지를 남긴댔나 남기지 않는댔나 말했었어.
어차피, 죽고 있어. 약속을 어기고 마력을 잃어도 상관없잖아.
레녹스 : ... 죽어가는 마법사를, 어째서 탈옥시키고 싶어 하지.
브래들리 : 란돌프가 말했어. 교양 있는 독서를 좋아하는 남자였지만, 빗자루로 하늘을 나는 게 무엇보다 좋았다고.
돌이 되기 전에, 하늘을 보여주고 싶어.
레녹스 : ...
(걸어가는 소리)
브래들리 : 어이, 어디 가는 거야.
레녹스 : 더더욱이야. 피가로 님과 쌍둥이 선생님께, 교섭하는 편이 좋아.
브래들리 : 그 녀석들이 끄덕일 리가 없어.
레녹스 : 그분들은, 정이 없는 분들은 아니야.
브래들리 : ...
레녹스 : 아마도...
브래들리 : 어이...
레녹스 : 교섭해 볼 가치는 있어.
브래들리 : 반대야. 그런 짓 해봐라. 역으로, 경비를 강화할 거야.
레녹스 : 어째서지. 너는 하늘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잖아.
나도 생각했어. 아무리 악인이어도, 마지막에는 마음이 충족된 채로 돌이 되어줬으면 한다고.
그분들도 같은 것을, 생각하실지도 모르잖아.
브래들리 : 생각 안 해. 그 녀석들은 사람을 개인으로 안 봐. 관리할 무리로 보고 있지.
개인으로서 보고 있는 건, 마음에 드는 몇 사람뿐이야.
너도 마음에 들어 하지. 그러니까, 판단이 물러지는 거야.
조심해. 모르는 사이에, 좋을 대로 써 먹힌다.
레녹스 : ...
[마법관 옆 숲 / 아침]
파우스트 : 동쪽의 마법사다움이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니, 어려운 문제야.
애초에, '다움'이라는 건 뭐지? 정령들은 뭘 마음에 들어 해서, 동쪽으로 하거나 서쪽으로 하는 거지?
리케 : 아...
파우스트 : 리케.
리케 : 파우스트. 안녕하세요.
파우스트 : 안녕. 뭘 하고 있지?
리케 : 나무 열매를 모으고 있어요.
실은 미틸의 화분에 심을 심볼 트리를 찾고 있는데...
피피스타치오의 열매가 많아져서요.
파우스트 : 정말이네.
리케 : 워월넛의 열매도 많이 맺혔어요.
파우스트 : 그렇네. 저쪽 나무와 이쪽 나무도야.
그래서, 미틸과 나눠서 찾고 있는 건가?
리케 : 네. 미틸의 기척이 가깝게 느껴지나요?
파우스트 : 응. 상냥한 남쪽의...
그래, 리케. 네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리케 : 어떤 건가요?
파우스트 : 영혼이나, 기질에 대해.
리케 : 중요한 이야기네요. 신중하게 들어드리죠.
파우스트 : 중앙의 마법사인 네가 볼 때, 내게 중앙의 마법사다운 점이 있나?
리케 : ...
파우스트는 저주상이죠?
파우스트 : 응.
리케 : 없어요. 쪼끔도, 답지 않아요.
파우스트 : 그런가.
리케 : 자신감을 가지세요. 중앙스러운 점은 전혀 없어요.
파우스트 : 다행이다.
덧붙여서... 레녹스는 어떻지?
리케 : 레녹스는... 다워요.
파우스트 : 다운가.
리케 : 조금 더 의욕을 내줬으면 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중앙이어도 괜찮을지도.
파우스트 : 나도 그렇게 생각해. 레노가 중앙답다는 소리를 들으니, 어쩐지, 기쁘네.
미틸 : 안 돼요! 레노 씨는 남쪽의 마법사니까요. 훔치지 말아 주세...
아... 파우스트 씨.
파우스트 : 하하. 훔쳐 가지 않아.
미틸 : 죄송해요... 뭐라도 되는 것처럼 말해버려서.
파우스트 : 많이 땄네.
미틸 : 아직 많이 있어요. 그래도, 저희가 먹을 만큼으로 해두려고요.
파우스트 : 욕심 없는 아이네.
미틸 : 피가로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어요. 산이나 하천, 바다의 열매는, 온 세상의 생물들의 것이라고.
독점하거나, 너무 많이 따는 건 좋지 않다고요.
파우스트 : 보석 같은 말이야. 남쪽의 나라 사람들은, 함께 살아가는 것에 능숙하지.
미틸 : 에헤헤. 감사합니다...
(수풀이 움직이는 소리)
미틸, 리케 : 와...!
파우스트 : 이, 이건...
피피스타치오랑, 워월넛의 열매가, 단번에 땅으로 떨어졌어!?
(마법을 사용하는 소리)
리케 : 심지어, 모두, 어딘가로 날아가려고 해요!
미틸 : 헤헤이즐넛도! 피피칸넛도! 어디고 가는 거야!? 잠깐만...!
파우스트 : ...! 이 마력은, 혹시나 싶지만 그의...
어째서...
[마법관 부엌]
네로 : ...
오즈 : ...
네로 : 그거야, 말은 했다지만... 살카라에게 물어봐서, 바클라바를 만드는 방법을 배웠으니까...
재료인 견과류는 될 수 있는 한, 많은 편이 좋다고, 말했지만...
오즈 : ...
네로 : 숲속 나무 열매, 전부 따오는 건 아니지...
이러면... 겨울을 나려는 동물들이, 전부, 아사하잖아...
오즈 : ... ...네가...
네로 : ...뭔가요?
오즈 : 네가 똑바로 전하지 않았다.
네로 : (뭐야, 이자식... 삐친 거야...?)
오즈 : 네가 똑바로 전하지 않았다.
네로 : 반복... 안 하셔도 되세요...
오즈 : ...
전하지 않았다. 똑바로. 네가.
네로 : 끊어서 말하네...
음... 어떡하지, 이거... 어떻게 못 하나? 요?
오즈 : ...
여기 있는 종자, 모두, 숲의 땅에 묻으면...
순식간에, 씨앗에서 커다란 나무로 키우는 건 가능할 거다.
네로 : 생태계 엉망진창이겠네...
오즈 : 쉬운 일이다.
네로 : 알겠습니다... ...그럼...
만들어보죠. 진심을 담아. 바클라바를.
다람쥐나 토끼나, 씨앗 먹을 것 같은 녀석들은, 겨울을 못 넘길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뭐, 겨울을 못 넘길지도 모르는 세상인데...
오즈 : ...
아키라가 있다.
네로 : ...
오즈 : 나도.
네로 : 으응...
오즈 : 지나치게 수확한 씨앗은...
뭔가 생각하는 게 좋겠다.
네로 : 아, 네...
(강요하네...)
그럼, 뭐... 만들어 볼까.
[샤일록의 바]
피가로 : ...
샤일록 : 어서 오세요.
피가로 : 실례할게.
무르 : 야옹, 야옹.
피가로 : 어라, 무슨 일이야. 소파에서 공놀이 하면서, 귀여운 척하네.
무르 : 야옹, 귀여워?
피가로 : 귀여워.
무르 : 좋아?
피가로 : 좋고 싫고는 다른 문제려나.
무르 : 뒹굴 야옹!
피가로 : 포즈를 바꿔도 말이지.
무르 : 배를 보여주는 건 신뢰야! 우애의 증표지!
피가로 : 야옹이라고 말하는 편이 귀염성 있겠어.
무르 : 야옹!
피가로 : 그래서, 뭐 하고 있는 거야?
무르 : 샤일록이 나쁜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까, 무해함을 어필하고 있어!
피가로 : 나쁜 계획?
샤일록 : 후후... 무르의 농담이에요.
그것보다, 피가로 님. 어떠신가요?
피가로 : 샌드위치? 맛있어 보이지만, 별일이네. 네가 메인 요리를 하다니.
샤일록 : 희소한 허브가 들어왔거든요. 드셔보시죠.
피가로 : 음.
샤일록 : 왜 그러시나요?
피가로 : 방금, 저기서, 네가 나쁜 계획을 꾸미고 있다고 들어서 말이지. 망설이고 있던 참이야.
샤일록 : 어머, 피가로 님이나 되시는 분께서, 변덕스러운 장난 고양이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아 주세요.
피가로 : 이 허브, 마법의 기척이 느껴지네. 정화랑 비슷한 효능이려나?
샤일록 : 환월초還月草예요.
피가로 : 아... 네네. 그것보다는, 효능이 세 보이지 않아? 변종인가 뭔가이려나?
샤일록 : 환월초는 계속 먹으면,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간다고들 하죠.
살아오면서, 몸에 붙은 기질, 감정, 기호, 행동이 씻겨나가, 영혼이 복원된다고.
피가로 : 미신이야. 그렇게 편리한 건 없어.
영혼에 생긴 상처와, 붙은 이물질은, 떼어낼 수 없어.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수렁에 빠지기 전에, 화이트 님께서 스노우 님의 입에 처넣었겠지.
영혼이 완전하게 복원된다면, 그분들은 완벽한 짝이 될 거야.
샤일록 : 피가로 님은 그렇게 믿고 계시는 군요.
피가로 : 건방진 말투네.
샤일록 :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만월초의 효능에 대해 그렇게 믿고들 있어요.
피가로 : 뭐, 다소는 효능이 있는 거 아냐? 건강 비법 같은 거지.
그 정도라면, 모처럼이니까 먹어볼까. 잘 먹겠습니다.
샤일록 : 만월초에 마법을 걸어, 효능을 강하게 해봤어요.
피가로 : ...으, 위험해... 내가 북쪽의 마법사로 돌아가면 어떡할 거야.
샤일록 : 돌아갈 것 같나요?
피가로 : 그렇게 쉽게는 돌아가지 않겠지만, 만에 하나 돌아간다면 곤란해.
나는 지켜봐야해... 지금, 문장이 사라지면, 외부인이야.
샤일록 : ...죄송합니다.
피가로 :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
하아, 알겠어. 과연 그렇네.. 나쁜 계획이야.
샤일록 : 무르는...
약 종류를 섞어서 먹이면, 꼭, 뱉어버리고 말아서.
피가로 : 세기의 지혜자답네. 어쩌면, 고양이나 개거나.
무르 : 멍멍! 야옹!
샤일록 : 그가 좋아하는 스모크 치킨과 야채도 같이 해봤는데, 거들떠보지도 않네요.
무르 : 뭔가, 이상한 게 들어있어~!
피가로 : 어쨌든, 나를 실험체로 삼는 건 그만둬. 한다면...
샤일록 : 한다면?
피가로 : ... ...파우스트라든가...?
샤일록 : 원래로 돌아갔으면 하나요?
피가로 : ...
어느 쪽이냐고 하면 레노려나? 남쪽의 마법사가 되고 나서, 그 녀석은 건방져졌어.
샤일록 : 오즈 님은?
피가로 : 오즈는... 어떨까. 지금이 행복해 보여. 아니, 불행해진 건가.
그렇게, 자유를 추구했는데, 지금 가장 부자유스럽지. 행복해 보이지만.
무르 : 이유를 알려줄까!
피가로 : 나왔네... 고견은 이제 됐어. 야옹 하고 울고 있어줄래.
무르 : 누구나가 자유를 갈망해! 자유란, 근사한 것이야! 그렇게 믿고 있어.
우애나, 결속, 공존을 근사한 것이라고 칭찬하는 한편에서 말이지!
이건 남쪽의 마법사들이, 특기로 삼는 거야.
피가로 : ... 그래서?
무르 : 자유란 고독이야. 원하는 대로 영혼을 해방하고 싶다면, 영혼 간의 유대는 족쇄나 다름없어.
사랑이든 증오든, 그게 자신의 영혼을 무언가와 잇는 것이라 하면, 자유롭게 있을 수는 없어.
샤일록 : ...
무르 : 그러니까, 동쪽의 마법사들은, 인간과 이어지고 싶어 하지 않아.
자유로운 영혼으로 있기 위해, 책임은 전부 자기가 짊어지고, 고독을 원해.
피가로 : ...
허황된 말이야. 그들에게 유대가 없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
무르 : 그것 또한 진리야! 영혼을 잇는 것이 두려우니까, 임무로 이어지려고 해.
임무가 이어지면 책임은 분산돼. 영혼은 자유로운 채로, 공동체의 안심을 얻을 수 있어.
피가로 : 안 좋은 거야?
무르 : 선악의 이야기가 아니야. 좋고 싫고의 이야기조차도 아냐.
그저, 자유는 고독하며, 고독은 어려운 것이라는 얘기지.
피가로 : 무르, 너는 고독하지 않다는 거야?
무르 : 물론이지. 방금도 샤일록이 약을 먹이려 하고, 당신은 위협해 왔어.
내 영혼은 너희들과 이어져서, 영향을 받고 있어. 당신도야, 피가로.
피가로 : ...
무르 : 배 보여줄까?
피가로 : 됐어. 신뢰의 증표는 다른 곳에나 보여줘.
샤일록 : 무르. 바싹하게 구운 흰살생선도 샌드위치로 만들었어요.
무르 : 안 먹-어!
샤일록 : ... 제 영향을 받고 싶지 않으니까?
무르 : 먹을 때까지, 재밌는 너를 볼 수 있으니까!
샤일록 : 하아... 영혼의 자유가 그립네요.
피가로 : 이곳의 유대는, 특별히 더 복잡하지 않아?
(걸어오는 소리)
어른 모습의 스노우 : 배고프다~!
어른 모습의 화이트 : 배가 고파졌네~!
피가로 : 스노우 님, 화이트 님.
어른 모습의 스노우 : 맛있어 보이는 샌드위치일세!
어른 모습의 화이트 : 먹어도 되나?
샤일록 : 아...
드시죠.
피가로 : 드시죠!?
샤일록 : 호기심에 못 이겨서...
어른 모습의 스노우 : 반씩 먹자~!
어른 모습의 화이트 : 반씩 먹는 건 좋아하네! 둘셋...
어른 모습의 스노우, 화이트 : 아암!
피가로 : ...
무르 : 왜, 안 멈췄어?
피가로 : 나도 흥미가 있어서...
샤일록 : 어떡하죠. 두근거리기 시작했어요.
[마법관의 탑]
시노 : ...으, ...으...
...크...읏 ...으. ....으으으...!
(걸어오는 소리)
시노 : ...읏! 누구야...!
아서 : ...미안해.
울고 있는 건가? 시노...
시노 : 아서...
[하늘]
디트프리트 : ...
죽으라니... 아직도 그 말 하는구나...
'EVENT >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EVENT_111. 달에게 사랑 받은 세계에서 당신과(後) (0) | 2024.11.28 |
---|---|
EVENT_111. 달에게 사랑 받은 세계에서 당신과(前) (0) | 2024.11.19 |
EVENT_87. 분명, 너와 기적을 (前) (0) | 2023.11.18 |
EVENT_75. 반짝이는 검에 태양의 꿈을 (0) | 2023.03.24 |
EVENT_68. 옛날에 닿는 공장의 판타지아 (0) | 2022.11.07 |
EVENT_55. 월화요이담 (0) | 2022.04.04 |
EVENT_54. 망념이 잠든 저택의 판타지아 (0) | 2022.03.23 |
EVENT_53. 유리탑과 축복의 레가로 (0) | 2022.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