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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일 : 2024년 11월 26일 18:00

TL - 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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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18화 19화 20화 21화 22화 23화 24화 25화 26화
                  ▼P/END

17화

[추억 / 동쪽의 나라 샤우드의 숲]

어린 히스클리프 : ...무섭지 않아?

어린 시노 : 무섭지 않아.

어린 히스클리프 : 하지만... 밤의 숲은 위험하다고...

어린 시노 : 괜찮아.

어린 히스클리프 : ...뭔가가 우는 소리가 들려...

어린 시노 : 짐승은 별로 무섭지 않아. 인간이 더 무서워.

어린 히스클리프 : ...그런 거야?

어린 시노 : 응.

어린 히스클리프 : 왜, 알고 있어?

어린 시노 : 나도 무서운 인간이었으니까.

어린 히스클리프 : ...

어린 시노 : 흥. 너같이 허약한 녀석, 바로 울릴 수 있다고.
하지 않겠지만. 네가 마음에 들어. 주인님과 안주인님께 부탁받았으니까.
히스.

어린 히스클리프 : ...
...멈춰.

어린 시노 : ... 뭐야. 화난 거야?

어린 히스클리프 : 밤의 숲은 위험해.

어린 시노 : 그래서? 나는 숲지기가 될 거야.
낮에는 몇 번이고 왔어. 버치バーチ의 아버지는 밤에도 숲에 가.

어린 히스클리프 : 버치는 어른이야. 시노는 아직 어린이잖아.

어린 시노 : 흥. 너랑 같은 취급 하지 마. 나는...

어린 히스클리프 : 내가 가르쳐줄게. 밤의 숲이, 왜 위험한지.

어린 시노 : ...

어린 히스클리프 : 화내지 마. 금방, 시노가 더 잘 알게 될 거야. 이 숲이나, 숲의 생물들에 대해.
그렇게 되면, 나한테 가르쳐줘. ...하지만, 지금은 알아줬으면 해.
무섭다는 것과, 위험하다는 것을.

어린 시노 : 시끄러워. 너보다 잘 알아.

어린 히스클리프 : ...

어린 시노 : 흥... 겁쟁이. 마법을 쓸 수 있으면서.
...모처럼, 보여주려고 했는데.

어린 히스클리프 : 뭐를...?

어린 시노 : 몰라.
같이 찾으려고 했단 말이야.



[마법관 샤일록의 바]

어른 모습의 스노우, 화이트 : 우물우물...
에헴!

샤일록, 무르, 피가로 : ...

샤일록 : 어떠신가요?

어른 모습의 스노우 : 꽤 괜찮구먼.

어른 모습의 화이트 : 꽤 괜찮았구먼.

피가로 :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거나 하지는 않으신가요?

어른 모습의 스노우 : 이상한 느낌...? 희미한 마법의 기척이 느껴지네만...

어른 모습의 화이트 : ...그렇게 말하니, 뭔가...

어른 모습의 스노우 : ... 어라...? 화이트 쨩...
이렇게 귀여웠었나...?

어른 모습의 화이트 : 스노우 쨩도, 이렇게 귀여웠었나...?

어른 모습의 스노우 : 아니, 귀여운 건, 물론 귀엽지만...

어른 모습의 화이트 : 이 정도로? 이 정도로 귀엽다고?

어른 모습의 스노우 : 우리네, 대단하지 않은가!?

어른 모습의 화이트 : 초심으로 돌아간 기분~!

샤일록 : ...

피가로 : 뭐야. 평소랑 같네.

무르 : 그럼, 나도 샌드위치 먹어야지~!

어른 모습의 스노우, 화이트 : 우리네, 귀여워~!



[마법관 중정/ 낮]

오웬? : 에! 오웬, 어딘가 가버렸어. 원래대로 안 돌아가잖아~!
라스티카나 샤일록에게 원래대로 돌려달라고 해야지...
하지만, 안에 있는 게 나라는 걸 들키면, 죽인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어떡하지!

(걸어오는 소리)

미스라 : 오웬.

오웬? : 어어, 미스라!

미스라 : 어어?

오웬? : 아... 어, 어, 그게...
영문 모르겠는 소리 하지마.

미스라 : 하아, 죄송해요.

오웬? : (잘 넘어갔다!)
그럼, 나... 나, 용건이 있어서. 다음에 봐.

미스라 : 잠깐 기다리세요. 그거, 하죠. 폭죽 개구리 잡았거든요.

오웬? : ...? 그거라니?

미스라 : 순서대로 폭죽 개구리 삼켜서, 어느 쪽 배가 먼저 터지는가 게임.

오웬? : 그만둬...!! 그런 게임 하는 건!! 위험하잖아!!

미스라 : ...
뭔가 상태가 이상하지 않나요?

오웬? : 그... 그래?

미스라 : 활기가 있는 것 같은...

오웬? : ...
그만둬... 그런 게임 하는 거... 위험하잖아...

미스라 : 응? 역시, 평소의 오웬인 건가요.

오웬? : 맞아. 그럼, 바쁘니까 다음에...

미스라 :《アルシム》

오웬? : 꺄!!! 갑자기, 뭐 하는 거야!?

미스라 : 짜증 나서요... 서로 죽이기나 할까 해서.

오웬? : 그만둬!? 아, 놀래라...

미스라 : 상관없잖아요, 어울려주세요.

오웬? : ...
미스라, 와라고 해봐.

미스라 : 네?

오웬? : 됐으니까!

미스라 : 와----!

오웬? : 《スイスピシーボ・ヴォイティンゴーク》

(쓰러지는 소리)

미스라 : 오웬?
왜 그러는 거죠, 갑자기 쓰러지고...

오웬? : ...

미스라 : ...주, 죽었어.
너무하네, 갑자기 죽어버리다니. 이래서는 한동안, 일어나지 않겠지.
브래들리는 어디 간 거지. 모처럼, 폭죽 개구리를 발견했는데...

(걸어가는 소리)

오웬? : ...
......
.........
...하!!
다행이다, 빈사의 마법을 쓸 수 있어서... 가벼운 장난하다가 미스라한테 죽을뻔 했어...
오웬의 모습으로 마법관을 돌아다녔다가는 위험하려나...
사람을 만날 예정이 있었는데... 우우, 어떡하지...



[마법관 정원]

클로에? : 후흥. 이 모습이라면 기사님한테 들키지 않고, 바클라바를 먹을 수 있겠어.
어떤 맛일까, 바클라바.

드라몬드 : 이봐, 클로에! 여기저기 찾아다녔다고.

클로에? : 하? 누구야 너.

드라몬드 : 누... 누구냐니? 마법 관리 대신인 드라몬드잖아.

클로에? : 몰라.

드라몬드 : 모를 리가 없어. 조금 화났다고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얼마 전에는 같은 반 친구처럼 사이좋게 대화하지 않았나.

클로에? : 몰라. 저쪽으로 가.

드라몬드 : ...으, 정말이지! 변덕스러운 마법사 놈! 그럴 수는 없단 말이다!
중요한 손님을 모시고 있다. 절대로, 다른 말 해서는 안 되지.

클로에?: 중요한 손님? 다른 말 해서는 안 된다니?
헤에... 클로에 녀석, 동료를 위하는 척해놓고, 비밀이 있다니.
그것도, 인간과 만든 비밀...

드라몬드 : 뭘 중얼거리는 거지.

클로에? : 좋아. 데려가지 그래?

드라몬드 : 실례를 범하지 않도록 하게! 빈센트 님, 이쪽에...

빈센트 : 음.

클로에 : (빈센트... 분명, 왕자님의 적 아닌가.)
(나한테도 안 좋은 태도를 보였던 녀석. 근데...)
(클로에는 동료한테 비밀로 이 녀석을 만나고 있던 건가...)
...
흥... 바보 같아.

드라몬드 : 실례되는 말을 하지 말게!

클로에? : 착한 척하고 있던 녀석이, 결국 가장 나쁜 아이였다는 거네.
아-아, 바보 같아. 아-아, 짜증 나.

빈센트 : 무슨 이야기지?

클로에? : 물어보려던 참이야. 나한테 무슨 일이야? 왕자님의 목을 원해?

빈센트 : 필요 없어졌다. 역시, 장식품이 좋겠지.

클로에? : 하?

빈센트 : 동상이 아닌, 장식품으로 했다. 네 디자인을 바탕으로 궁중 보석 장인에게 만들게 했다.

클로에? : ...
뭐야 그게.

빈센트 : 반지다. 네가 디자인하지 않았나.

클로에? : ...
...했어.

빈센트 : 그렇지.

클로에? : 22개 세트 반지? 현자님 것도 있는 거야?

빈센트 : 네가 만들고 싶다고 했다.
현자님도 동료니까,라면서. 지도자는 격식 때문에 위의 장식인 편이 좋지 않겠냐며 제안했다만.

클로에? : ... 흐음...
이걸로 괜찮지 않아? 나쁘지 않잖아.

드라몬드 : 물론이지. 근사한 완성작이다.

빈센트 : 영웅에게 걸맞은 디자인이다.

클로에? : 영웅?

빈센트 : 너, 그렇게 기뻐해 놓고, 전부 잊어버린 건가.

클로에? : 상관없잖아. 한 번 더 기쁘게 해줘 봐.

빈센트 : ...
<위대한 재앙>의 영향으로 일어난, 세계의 이변에 대한, 현자의 마법사들의 공적을...
중앙의 나라에서 치하하기로 했다. 영웅 현창식을 거행해, 훈장을 수여하지. 그때, 이 반지도.

클로에? : ...의상은? 나니까 분명, 의상도 만들었을 거잖아?

빈센트 : 물론. 현자의 마법사를 나타내는 깃발도 만들고 있었다.

클로에? : 깃발...

빈센트 : 그랑벨 성에, 현자의 깃발을 걸어, 광장에 모인 민중의 갈채를 받을 것이다.
너희들의 활약은 그 영광을 누릴 만하지. ...왜 그러지? 듣고 있는 건가?

클로에? : ...
어쩐지...
이상한 기분.

드라몬드 : 이상한 기분이라 함은?

빈센트 : 장인의 마무리가 불만스러운가?

클로에? : 그런 게 아니라...
...
달콤한 과자를 먹고 있거나, 피범벅인 미스라를 보고 있는 기분.

빈센트 : 정서가 불안정하군.

드라몬드 : 요즘 들어, 바빠 보였으니까요.

클로에? : 뭔가 싫어. 굉장히 싫어.
노래하거나, 춤추거나, 할 것 같아서...

빈센트 : 하하하. 서쪽의 마법사답군. 한 번 더 기쁘게 만들 수 있어 다행이네.

클로에? : ...
나, 기뻐하고 있어?

빈센트 : 한 번 더, 기쁘게 만들라고 하지 않았나.

드라몬드 : 굉장히 명예로운 일이지. 이런, 아직 현자님과 아서 님께는 비밀이네.

클로에? : 왜?

빈센트 : 반지와 깃발과 의상을 마무리 짓고, 모두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 너도 그게 좋다고 했지.

클로에? : ...흐응...
(뭐야, 알아버렸잖아.)
(반지랑, 깃발과, 의상. 같이 봤으면, 지금보다 기분이 좋았을까?)
(지금은 기분이 좋은가?)
(모르겠어. 어느 쪽이든, 손해 봤어. 아-아, 바보 같아.)
(거짓말)
(나쁘지 않아.)
(이 비밀은, 싫지 않아.)



[마법관 주방]

네로 : 아-, 이러면 안 되지. 레몬 사는 거 잊었네...

오즈 : ...

네로 : 시장은 갔다 왔는데. 없어도 상관없지만, 모처럼, 만드는 거니까...
빗자루로 갔다 올까. 근데, 귀찮은데...
말고도 부족한 게 있으면, 갈 마음이 생기겠지만. 계란도 있겠다...

오즈 : ...
계속... 혼자서 말하고 있군.

네로 : 아... 네...
있잖아? 그럴 때가... 생각하는 거 전부 말해버리거나 하고. 당신은 없어? 없을 것 같네...

오즈 : ...

네로 : (또 혼자서 말한다고 생각할라나...)

오즈 : (... 또 혼자서 말하는군...)
...시장이 어떻다는 거지?

네로 : 레몬, 사는 거 까먹었어. 없어도 상관없지만, 제대로 된 거 만들고 싶어?

오즈 : 입수할 수 없었나.

네로 : 시장에 가면 살 수 있어. 하지만, 다시 빗자루 타고 가는 것도 지루하잖아?

오즈 : ...
시장까지 단번에 보내줄까.

네로 : 오즈 님...!
부탁드려도 되나요.

오즈 : 쉬운 일이다.

(마법을 사용하는 소리)



[중앙의 나라 왕도 시장]

브래들리 : 오, 맛있어 보이는 양고기네. 네 녀석은 양, 안 먹냐?

레녹스 : 먹어.

브래들리 : 먹는 거냐고.

레녹스 : 내가 양을 기르고 있는 건, 일이어서 그렇지 애완을 위한 것이 아니야.

브래들리 : 그럼, 그 녀석들도 무슨 일이 있으면 식용이 되는 거냐.

레녹스 : 불의의 사고로 죽으면 먹어. 마법사도 그렇게 하잖아.

(마법을 사용하는 소리)

네로 : 미안해, 오즈. 덕분에 살았어.

오즈 : 북쪽의 끝까지 가더라도 쉬운 일이다.

네로 : 여기면 됐어. ...아...

브래들리 : ...

레녹스 : 오즈 님, 네로.

네로 : 뭐 하고 있어, 이런 곳에서.

브래들리 : 그쪽이야말로 뭐 하고 있는 거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오즈 부하냐?
한심하네. 긍지라는 것도 바닥났다는 거지.

네로 : 아?

레녹스 : (기분 나쁜 표정이야...)

네로 : 그쪽이야말로 뭔데. 만나자마자 싸움 걸지 말라고.
미안해, 양치기군. 이 녀석이 뭔가 강요하지는 않았어?

브래들리 : 보수는 지불했어. 부탁을 하고 있지.

레녹스 : 반은 협박이잖아.

네로 : ...부탁?
(왜, 나한테 부탁하지 않은 건데.)

브래들리 : (왜 옛날에는 오즈를 날려버리자고 했던 녀석이 생글생글 거리면서 오즈한테 감사해하는 건데.)

레녹스 : (왜 오즈 님과 네로가 시장에 있는 거지.)
(탈옥 이야기는 뭐라고 설명해야... 설명하기 어렵다는 건, 나도 숨기고 싶어하는 건가.)
(하늘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파우스트 님과 겹쳐 보이기 때문인가.)

오즈 : (...)
(응?)
(그다지 많은 것을 말하지 않고도, 의사를 전할 수 있어 보이는 말투였다.)

네로 : 그, 오즈.

오즈 : 아?

네로 : 앗... 죄송합니다.

오즈 : 아니, 무슨 일이지.

네로 : 오즈가 바클라바를 만들 거라, 레몬을 찾으러 왔다고, 이 녀석들한테 설명한 거야.

오즈 : 말 그대로다.

브래들리 : 뭐야, 바클라바는. 설마, 달달한 과자는 아니겠지. 마왕 이름이 울겠다.

오즈 : 내 이름을 걸고 하는 건 아니다. 너희들은?

브래들리 : 흥. 비밀일게 당연하잖아.

오즈 : 레녹스.

브래들리 : 말하겠냐. 입이 무거워서 이 녀석을 고용했다고.

레녹스 : 탈옥을 돕고 있습니다.

브래들리 : 왜 말하는데!?

레녹스 : 오즈 님께서 피가로 님과 스노우, 화이트 님께 교섭해 주시는 편이 좋아.

브래들리 : 네 녀석이 정하지 마! 우두머리는 나야.

레녹스 : 조언이야. 탈옥을 도우면, 너도 죄가 무거워질 거야.
원만하게 교섭하는 편이 좋아. 네로도 뭐라 해줘.

네로 : ...
(...탈옥을 돕는 거라...)
(그래서 나한테 말하지 않은 건가. 나는 시도조차 안 해봤으니까.)
(당신의 탈옥을 돕는 건...)

브래들리 : ..여하튼, 오늘은 마법관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주마등 속 정령이 노래하면, 어떤 느낌이었는지, 나중에 알려줘. 그럼 간다.

네로 : 기다려! 탈옥을 도와주면, 잡히잖아!

브래들리 : 시끄럽네. 이제 와서 내 형기가 늘어봤자 별거 아냐.

레녹스 : 대화를 해봐야 해. 피가로 님께 상담하는 게 싫다면, 아서 님께 부탁해 보는 건 어때.

브래들리 : 왕자 씨를 끌어들일 수는 없잖냐.

레녹스 : 하지만... 합법이기는 해. 어려울까요, 오즈 님.

오즈 : ...
무슨 이야기지.

브래들리 : 거짓말이지!? 안 듣고 있을 수 있는 거냐고!?

오즈 : 듣고 있었다. 감옥에 있는 자를 꺼내고 싶다는 것이 맞나?

브래들리 : 맞아.

레녹스 : 그렇습니다.

오즈 : 어째서, 피가로나 아서가 상관있지?

브래들리 : 그거야, 왜냐하면...

오즈 : 나에게 부탁하면 된다. 어딘가의 죄인을 해방하는 일 따위, 쉬운 일이다.

네로 : 에...?

브래들리 : 탈옥에 찬성한다는 거야?

레녹스 : 괜찮으신가요?

오즈 : 시비는 따지지 않는다. 그저, 해방하는 것은 가능하다.

레녹스 : ...그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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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왕도의 시장/ 낮]

브래들리 : 오즈... 말이 통하잖냐. 좋아. 내가 정했어. 부탁한다.

네로 : 이 자식...! 오즈한테 부탁 같은 거 하지 말라고! 그런 모습 보고 싶지... 으읍!

브래들리 : 조용히 해. 오즈, 애초에,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오즈 : 뭐를 말이지? 팔을 두르지 마라.

브래들리 : 어깨동무 정도는 하자고, 형제. 인간이 만든 법을 위해, 마법사가 감옥에 들어가는 일 말이야.
마법사는 자유로워. 인간의 법에 얽매이지 않지. 그렇게는 생각 안 해봤어?

오즈 : ...

브래들리 : 레녹스. 너는 어때. 죽기 전에 하늘을 보여주는 것 정도는 용서해 주고 싶다고 했잖냐.
애초에 그것도 위법이야. 하지만 너는 용서하려고 했어. 네가 법의 수호자냐?

레녹스 : ...

브래들리 : 괴롭다는 표정 하지 마. 그걸로 됐어. 법은 완벽하지 않아. 우리에게는 법을 부술 힘이 있어.
하지만, 그걸 행사...

시장의 여성 : 들었어? 오늘 아침, 감옥에서 란돌프라는 마법사가 돌이 되었대.

브래들리 : ...

시장의 남성 : 마법사도 수명이 다하는 날이 오는구나. 근데, 그 돌은 팔아먹을 수 있나?

시장의 여성 : 아하하. 어차피, 집행인이 몰래 주머니에 넣었겠지.

시장의 남성 : 언젠가 마나석을 손에 넣고 싶단 말이지. 나도 교도관이나 될걸.

네로 : ...

레녹스 : 브래들리.

브래들리 : ...일단,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지. 우선은 해산이야. 에메랄드는 너한테 줄게.

레녹스 : 양들은?

브래들리 : 나중에 돌려줄게. 그럼 간다.

(걸어가는 소리)

네로 : ...브래드...

오즈 : 네로.

네로 : ...

오즈 : 레몬을.

네로 : ...아. ...그랬지...



[마법관 숲]

-나는 사크 쨩과 함께, 마법관의 옆에 있는 숲을 찾아왔다.
눈앞은 햇살이 들어와 밝지만, 안쪽을 들여다보면 새카만 어둠처럼 보였다.


아키라 : (미틸과 리케가 걱정돼서 상황을 보러 왔는데, 혼자서 걷는 건 앞쪽만 가는 걸로 하자.)
(헤매서 돌아가지 못하게 되면, 모두에게 폐를 끼치게 되기도 하니까...)


-웅성거리며 나무들이 흔들린다. 나는 조금 불안해져, 사크 쨩에게 말을 걸었다.


아키라 : 내가 같이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사크 쨩은 갑자기 격려받자 신기하다는 모습이었다.
어젯밤에는 파란 어둠에 둘러싸여, 이 숲의 깊이와 풍성함에 치유와 안도를 느꼈었다.
하지만, 눈 부신 태양 아래에서 살며시 두려움이 느껴진다.
겹쳐있는 나무들 너머에서 움직이는 그림자. 소란스러운 잎사귀 소리에 섞인, 기분 나쁜 소리. 앞이 보이지 않는 넓고 어두운 공간.
나는 사크 쨩을 꽈악 안고 걸었다.


아키라 : 어... 노래할까. 노래해 줄게, 사크 쨩.


-나는 원래 세계에 있을 때 좋아했던 노래를 불렀다. 노래 부르고 있자 기분이 밝아졌다.
하지만, 가사가 떠오르지 않아 갑자기 노랫소리가 끊기고 만다.
정숙함에... 아니다. 너무나 많은 작은 소리의 군단에 나는 겁먹었다.
바스락. 툭. 타다닥. 쿵. 쏴아. 투둑. 웅성웅성.
쿵. 투툭. 쏴아...
들어본 적 없는 소리다. 딱딱한 돌이 높은 장소에서 떨어지는 듯한, 그러면서도 생생한, 신기한...


아키라 : (혹시...)


-나는 순간 떠올렸다. 라스티카와 함께 연주한, 미스라가 가명을 지어준 새에 대해.


아키라 : (딱딱하고, 높은, 울림소리?)

루틸 : 현자님.

아키라 : 와아아아아...!?

루틸 : 꺄아아아아!!


-갑자기 루틸이 나타나, 나는 펄쩍 뛰었다.
루틸도 펄쩍 뛰어올라, 주위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루틸 : 무, 무, 무, 무슨 일이세요!? 제가 현자님을 지키겠습니다!

아키라 : 괘, 괘, 괜찮아요! 루틸이 말 걸어서, 놀랐는데...

루틸 : 저요!? 아앗...! 죄송해요, 현자님! 제가 놀라게 했던 거네요!
죄송해요, 정말로! 좀 더 멀리서, 말을 걸었으면 좋았을 텐데. 괜찮으세요...?

아키라 : 네. 저도 멍때리고 있었으니까. ...그건?

루틸 : 앗...


-루틸은 손에 들고 있던 것을, 재빨리, 툭 덮었다. 연필과 수첩처럼 보였다.
내가 눈길을 보내기 전에, 루틸은 싱긋 웃으며, 직접 보여줬다.


루틸 : 시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잘 안된 것 같은데... 뭐가 잘못된 걸까 하면서.

아키라 : ...잘 안됐나요?

루틸 : 아마도요... 흠칫하게 만들었으니까요.
중앙의 나라를 대표하는 시인분들의 모임에 불렸는데요, 공부도 하지 않고 가서...
기본적인 시 짓기의 형식이라든가, 중앙의 시 작법이라든가, 몰랐던 걸지도 몰라요...


-루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차분하고 어른스러웠다.
어젯밤 카인이 말했다. 루틸이 기운 없다고.
그 시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키라 : ...저는 그다지, 시에 대해 잘 모르지만, 괜찮다면 들려주실래요?
루틸이 싫지 않다면, 이지만...


-루틸은 눈썹을 아래로 향하며 웃었다. 자기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의 미소다. 그렇게 생각했다.
루틸은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성공도 실패도 받아들이는 사람이라, 그런 표정을 짓고 있으니 슬퍼졌다.


루틸 : 네... 그다지... 좋은 건 아니지만.

아키라 : 그렇지 않아요. ...아직 듣지 않았지만...

루틸 : 감사합니다, 현자님. 상냥하게 대해주셔서 기뻤어요.


-진솔한 말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숲속에 있는 두려움은, 어느샌가 잊어버렸다.


루틸 : 그럼, 그... 흠칫하게 만든 걸, 들려드릴게요.
실은 더 좋은 걸로 고치고 나서, 클로에나 모두에게도 들려주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도 제 머리에서는, 이게 가장 인상적이라. ...하지만, 잠깐. 고칠까.

아키라 : 루틸에게 인상적인 게 좋아요. 루틸의 시가 듣고 싶어요.


-루틸은 눈을 깜빡였다. 살며시, 볼을 긴장을 풀며, 상냥하게 미소 짓는다.


루틸 : 기뻐요, 아키라 님.


-나도 기뻤다. 평소 그의 부드러운 미소가 천천히 돌아온다.


루틸 : 연시라는 걸 지었어요.

아키라 : 연시...

루틸 : 처음 두 행은 다른 분이 읊고, 그걸 받아, 남은 두 행은 제가 읊어요.

아키라 : 합작 같은 거네요.

루틸 : 맞아요. 최초의 두 행은 앰블로스 씨가 읊어주셨어요.
앰블로스 씨는 좋은 분이신데, 실적이 적은 어린 시인분들의 시집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시거나...
작자 불명의 시를 재평가하고 정리해 세상에 출품해 주시는 분이세요.
본인도 유명하신 시인분이라 왕도 복구를 도와주셨을 때 알게 된 분이세요.
그래서, 시인 분들 모임에 불러주시고, 함께 연작시를 읊어서... 완성된 게 이거예요.


-루틸은 시를 읊어줬다.
"차가운 석벽에 등을 맡기고 / 메마른 손을 더듬는 여행의 끝자락
붉은 절벽 위 하늘에는 큰 매가 날고 / 끝없이 펼쳐진 대지를 내려다본다"

아키라 : (후... 평범하게 괜찮은 시인 것 같은데...)
(여행 끝날 때쯤 절벽을 등지고 손가락을 만지며 쉬고 있었더니, 하늘에 커다란 매가 날고 있었어 같은...)
(그런 시잖아...? 뭐가 문제였던 거지...)

루틸 : 어떨까요...?

아키라 : 조... 좋은 시인 것 같은데요...
여행 끝나고, 안심하며 숨을 내쉬는 마음과, 매가 하늘을 날고 있는 상쾌함이 느껴져서.

루틸 : ...
그런가요...?

아키라 : 맞아요! 자연이 느껴지고, 너그럽고, 상냥해서, 루틸다운 좋은 시인 것 같아요!

루틸 : 감사합니다, 현자님. 조금 자신감이 회복됐어요!
하지만, 어디서 흠칫하게 된 걸까요... 매는 중앙의 나라에서는 불길한가?

아키라 : 들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루틸 : 음. 시인 분들의 모임에 나가기에는 제가 너무 평범할까요?

아키라 : 꾸밈없는 진솔한 감정이, 루틸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루틸 : 기뻐라. 기운이 나기 시작했어요!

아키라 : 기운이 나나요?

루틸 : 네! 방금까지는 읊은 걸 후회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읊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아키라 : 다행이다!


-나는 루틸과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언제나 나를 격려해 준 그를 미소 짓게 만들 수 있어 기뻤다.


루틸 : 아...


-갑자기 루틸이 목소리를 냈다. 그의 시선 너머를 쫓자, 그곳에는 디트프리트가 있었다.


디트프리트 : ...읏!


-우리는 눈이 마주쳤지만, 그는 어째서인지 몇 번이고 뒤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몇 번이고 후드를 아래로 당긴다.
한 손에는, 무언가의 열매를 담고 있었다.


루틸 : 안녕하세요. 디트프리트 씨.

디트프리트 : 아... 안녕하세요...

루틸 : 저는 남쪽의 마법사 루틸이에요.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디트프리트 : 아... 네...

루틸 : 감사합니다. 뭐 하고 계셨나요? 그쪽으로 가도 될까요?

디트프리트 : 아... 어...


-디트프리트는 쑥스러운 듯이 작은 목소리로 뭔가 이야기해 주었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서 말이 명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에게 다가가도 될지, 우리는 망설였다.


아키라, 루틸 : 아... 저기...

디트프리트 : 아... 아...


-디트프리트는 먼저 알아채고는 종종걸음으로 와줬다.
후드를 누른 그의 건틀릿의 손가락 사이에서, 얇고 긴 녹색 열매가, 툭툭, 떨어진다.
웅크리고, 루틸이 주워 올렸다.


디트프리트 : 아... 아... 죄송하...

루틸 : 아뇨. 이건? 무슨 열매인가요? 남쪽의 나라에서는 본 적 없어서요.

디트프리트 : 어... 바츠バツ의 열매라고... 제가 태어난 마을에서 불렀어요.

아키라 : 이대로, 먹는 건가요?

디트프리트 : 먹을 수 있지만, 향신료... 같은 걸로 사용해요. 냄새가 독특해서...


-디트프리트는 내 손바닥 위에 얇고 긴 초록 열매를 건네줬다.
손바닥째로 코에 가져가, 살짝 향을 맡아봤다.


아키라 : (아... 뭐지... 어디서 맡아본 적 있는 듯한데...)
(흙냄새 같은데, 상쾌한데... 풋내도 나는데, 감귤류 같기도 하고. 조금 맵나...?)
씹어봐도 되나요? 씹어도 되는...?

디트프리트 : 네... 어... 이런 느낌.


-디트프리트는 바츠의 열매를 앞니로 작게 물었다. 나와 루틸도 뒤따른다.


루틸 : 아, 매워...

아키라 : 정말이다, 깜짝 놀랐어요! 이거, 그거다... 산초?

디트프리트 : 산초?

아키라 : 제 세계의 먹거리로... ...근데, 조금 다른데. 산초라고 하기보다, 뭐랄까...


-잘 떠오르지 않았다. 혀끝을 자극하는 느낌에, 그리움만이 몸을 떠돈다.


루틸 : 고기 재료에 어울릴 것 같아요.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디트프리트 씨!


-디트프리트는 감사 인사를 듣자, 부끄러워하면서도 당황해하며 후드를 누르고 있었다.



디트프리트 : 말고도, 여러 스파이스...가 될 수 있는 것도, 찾아... 저기...


-디트프리트는 숲 안쪽을 가리켰다.


디트프리트 : 미틸과 리케랑, 같이, 모으고 있는 곳...

아키라 : 미틸과 리케를 만났나요?

디트프리트 : 만났습니다... 그... 파우스트 선생님도.

루틸 : 그러셨나요. 미틸은 제 동생이에요.

디트프리트 : 아... 형제...

루틸 : 네!

디트프리트 : 닮았을... 지도...

루틸 : 자주 들어요. 특히 눈 색은, 똑같다고.


-루틸은 자신의 눈동자를 가리켰다. 얼굴이 가까워 부끄러워하면서 디트프리트가 몇 번이고 끄덕인다.


아키라 : 다른 분들과 함께 여러 열매를 모으고 계셨나요?

디트프리트 : 어... 아까, 갑자기, 몇 종류의 나무 열매가 한 번에 떨어져서...
그래서, 어딘가로, 날아가서...

아키라 : 그런 일이...?

루틸 : 먹보 마법사인 누군가 씨가 한 번에 수확한 걸까요...

아키라 : 브래들리는 야채를 그다지 먹지 않으니까...

루틸 : 미스라 씨려나요...?

디트프리트 : 그래서... 미틸과 리케를 만나고...
다른 열매도 없어졌는지 찾아보자고, 파우스트 선생님이... 그래서, 찾는 사이...
이 숲에 있는 재료로, 전설의 스파이프 버터 수프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돼서...

루틸 : 근사한 이야기의 흐름이네요.

아키라 : 없어진 것보다, 있는 걸로 만들 수 있는 것에 대한 화제가, 기분도 들뜨니까요.

루틸 : 디트프리트 씨가, 그 재료를 미틸과 리케에게 가르쳐주셨나요...?


-디트프리트는 쑥스럽다는 듯이 끄덕했다.
그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루틸과 눈을 마주치며 웃는다.


아키라 : 감사합니다, 디트프리트.
당신이 가르쳐주신 전설의 스파이스 버터 수프, 엄청 기대돼요.

디트프리트 : 아... 저기... 맛이 없다면, 죄송합니다...

아키라 : 그럴 리가요! 분명, 맛있을 거예요. 재료 찾기, 나도 도와볼까.

디트프리트 : 저... 정말인가요?

루틸 : 저도 도울게요. 미틸과 리케에게 합류하러 가죠.

아키라 : 네!



-그때, 마법관 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히스클리프 : 현자님!


-뒤돌아보자, 히스클리프와 카인이 있다.
히스클리프는, 디트프리트의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랐다.


히스클리프 : ...디트프리트...

디트프리트 : 아...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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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마법관 탑]

시노 : ...

아서 : 진정됐어?

시노 : ...응...
미안하게 됐네, 더럽혀버렸어. 고급스러워 보이는 손수건인데.

아서 : 신경 쓰지 마. 분명, 시노의 눈물을 닦기 위해, 오늘까지 깨끗했던 걸 거야.

시노 : ...
그런 건, 그거야? 중앙 녀석들은 태어날 때부터, 몸에 배어있는 거야?

아서 : 내 말이, 네 마음에 딱 맞았다면 나라의 업적으로 삼지 말아줘.
내 업적이야.

시노 : 멋있어...

아서 : 다행이다.

시노 : ...
이유는 묻지 않는 건가.

아서 : 알고 싶지, 물론. 하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지금이 아니어도 돼.

시노 : ...
...지금이어도 돼. 하지만, 충고해 두고 싶은 게 있어.

아서 : 뭔데?

시노 : 상냥하게 대하지 마. 상냥하게 대하면 울고 싶어져.

아서 : 괜찮은데.

시노 : 싫어. 울고 있는 나는 좋아하지 않아. 그런 내게, 가치는 없어.

아서 : ...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해볼게.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곤란한 마음은 알아.

시노 : ...으, ...으.
그만하라고 했잖아...? 너, 바보야? 사람 말을 들으라고...

아서 : ...미안해. 공감을 표현하는 것도 안 좋았으려나. 조용히 있을게.

시노 : ...

아서 : ...

시노 : ...히스에게, 악담을 퍼부었어.

아서 : 어떤?

시노 : 죽으라고.

아서 : 그건 너무하네.

시노 : ...너무해...

아서 : 어째서?

시노 : 순간적으로...
히스의 말을 멈추고 싶었어. ...사실을 말하자면, 히스의 생각을 멈추고 싶었어.

아서 : 히스클리프의 생각이란?

시노 : 나랑... 디트가 어떻게 만났는지 알고 싶다고.

아서 : 평범한 거라고 생각해. 나라도 듣고 싶어.

시노 : ...
캐묻지 마.

아서 : 미안해. 하지만, 될 수 있다면, 들려줬으면 해. 시노가 좋으니까.
네가 누구와 만나고, 어떤 식으로 지내왔는지, 네 이야기가 알고 싶어.
너와 함께 자란 히스클리프라면, 더욱 그렇겠지.

시노 : ...
...알면, 어차피, 실망할 거야.
싫어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말하고 싶지 않아.

아서 : 싫어하지 않는다면?

시노 : 내가 실망할 거야.
옛날의 나는 최저였어. 너희들의 상상 이상으로. 최근 들어, 알게 됐어.

아서 : 최근?

시노 : 응. 점점... 멀쩡하고 상냥한, 여러 녀석을 만날 때마다...

아서 : ...

시노 : ...원래, 옛날의 나를 별로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어. 하지만, 예상 이상으로 최악이었어.
보통 녀석들은 하지 않을 짓을, 많이, 해왔어.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심한 짓을 하고도, 죄악감조차 느끼지 않았어.

아서 : ...

시노 : 정말 최악이었어. 그거야... 저주처럼.

아서 : 저주?

시노 : 저주받은 건, 저주를 뿌리고, 주위에 붙이고 다니잖아? 나 자신이 그랬어.
약한 녀석에게 심한 짓을 하고, 불행하게 만들어도, 그저, 재밌을 뿐이었어. 우는 얼굴을 보고, 웃었어.
그런 나를 싫어하지 않는 히스는, 히스클리프 블랑셰가 아니야.

아서 : ...

시노 : ...알고 있어. 그래서, 알리고 싶지 않아.
...읏, 알고 있지만, ...슬퍼...
그저, 슬픈 거야...

아서 : ...시노...

시노 : ...으, ...디트는, 마을 사람에게 의뢰받아, 나를 잡으러 왔어...
...내가, 어린아이나... 노인들의 물건을 훔쳐가며... 살았으니까...

아서 : ...

시노 : ...으, 나는 전혀, 용감하지 않아. 성인 남성은 노리지 않았어. 나보다, 약한 녀석을 노렸어.
어른은 싫었어... ...마법도 아직, 잘 사용할 수 없었고...
모처럼, 빼앗아도, 좋은 어른도, 나쁜 어른도, 나한테서, 빼앗아 갔어...
그래서, 커다란 저택이 아니라, 다 부서져 가는 문이 달린, 작은 집에, 숨어들어서...
...삐쩍 마른 아이나, 눈이 보이지 않는 노인에게서, ...먹을 것을 빼앗아 갔어...
최악이지... ...실은, 비겁해... ...읏, ...영웅 같은 건...
영웅 같은 건, 될 수 없어...

아서 : 시노...

시노 : ...으, ...크으... ...우으...
...으 ...하하... ...이게 내 정체다... 누구에게도 말해본 적 없어...
말하면, 이제 두 번 다시, 히스랑 있을 수 없게 돼...
주인님도, 안주인님도, 용서할 리가 없어... 나가라고 하실 거야...
...으, 왜, 그런 짓을 했을까...!?
...아까도 그렇고...

아서 : ...

시노 : ...왜...
...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마법관 숲/ 낮]

히스클리프 : 디트프리트...

디트프리트 : 아, 안녀... ...안녕하세요...

히스클리프 : ...


-히스클리프는 어딘가,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나는 카인과 손이 닿은 뒤 그의 표정을 살폈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색이 다른 그의 눈동자는 어색하게 나와 히스클리프를 왕복했다.
그리고, 루틸과 손을 닿게 하고는, 기운 가득해 보이는 모습에, 안도의 숨을 뱉는다.


카인 : 다행이다. 평소의 루틸이네.

루틸 : 아... 감사합니다. 카인 씨까지 걱정하게 했네요.

카인 : 별거 아니지. 평소 루틸의 미소가 볼 수 없는 건, 아쉽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디트프리트. 나는 중앙의 마법사 카인이다. 다시 한번, 잘 부탁해.


-카인이 손을 뻗자, 디트프리트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디트프리트 : ...악수?

카인 : 그래. 인사로 악수하는 게 신조라서 말이지. 한번 부탁할게.

디트프리트 : 하와...


-디트프리트는, 익숙하지 않은 듯, 긴장하면서 카인의 손을 느슨하게 잡았다.
카인의 눈이 눈앞의 디트프리트를 똑바로 응시한다.


카인 : 잘 부탁해, 디트프리트. 후드, 안 벗는 거야?

디트프리트 : 기... 긴장해서...

카인 : 그래. 언젠가, 얼굴도 보여주면 좋겠네.

디트프리트 : 그... 그다지... 멋있지도, 않고...

카인 : 그럴 리 없잖아. 분명, 근사할 거야.
하지만, 무리하라고는 하지 않아. 디트가 원하는 페이스로, 나와 친해져 줘.
아, 미안! 디트는 안 된댔나? 디트프리트.


-디트프리트는, 커다란 후드 아래에서 볼이 빨개지고 있었다.


디트프리트 : 고마워요... 디트여도 돼요...

카인 : 그래?


-디트프리트는 순수하게 끄덕였다.


아키라 : (좋겠다... 나도 디트여도 괜찮다고 듣는 쪽이 되고 싶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히스클리프가 디트프리트에게 다가온다.


히스클리프 : 디트프리트.

디트프리트 : 아, 네...

히스클리프 : 너와 대화하고 싶어. 어딘가에서, 나랑 단둘이...

미틸 : 형님!


-그 순간, 미틸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자, 리케와 파우스트까지 함께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루틸 : 미틸.

리케 : 현자님! 디트프리트!

파우스트 : 카인과 히스도 같이 있잖아. 너희들도 그 견과류 소동으로 숲에 온 건가?

카인 : 견과류 소동? 재밌을 것 같은 소동이네.

히스클리프 : 아니에요. 저희가 숲에 온 건... 그래, 오웬이다.
미안. 시노 생각에 머리가 가득 차서.
디트프리트. 둘이 이야기하고 싶다고는 했는데, 나중에 해도 될까?

디트프리트 : 나... 나중에, 히스클리프 님과 함께, 이야기하는 건가요? 제가?

히스클리프 : 미안해, 억지로... 나도 낯을 가리니까, 억지로 당하면 힘든 일이라는 걸 이해해.
아니면, 손 편지로 대화할까...? 용건을 내가 먼저 적어서...

디트프리트 : 아, 아... 그럼, 감사할 것 같습니다... 엄청...

파우스트 : 눈앞에 있는 거니까, 직접, 입으로 말하는 게 어때?

리케 : 동감이에요.

카인 : 나도 동감이야.

파우스트 : (실수했어. 중앙의 마법사들과 의견이 같아졌어.)
하지만, 손 편지의 위대함에는 이길 수 없지.

히스클리프 : 왜 그러세요, 선생님...

파우스트 : 필담을 하도록.

디트프리트 : 아... 네...

리케 : 디트프리트. 열매를 가득 모았어요.

디트프리트 : 정말이다... 가... 감삼다あざます...


-리케는 주머니에서 한 손 가득, 다양한 형태의 열매를 꺼냈다.
모으고 있던 건, 열매만이 아닌 것 같았다. 노란색 화분의 꽃. 노란색 같은 뿌리.
버섯. 파슬리 같은 향초. 미나리나 고수 같은 향초와 마늘 같은 뿌리채소.
스파이시하고 우디한 향이 나는, 짙은 초록 잎. 어딘가 사과 같은 향도 난다.


아키라 : 이 잎은요?

디트프리트 : 어... 쿠쿠로지입니다. 허브차로 만들거나... 그리고, 고기 요리에 넣기도 하고...

아키라 : 헤에... 조금 달콤하고 가벼운 듯한 향...
(스파이스는 이렇게나 많구나. 엄청나네...)
(숲에 서식하는 식물만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향이 나는 것을 모을 수 있다니.)
(것보다, 이걸 전부, 한 번에 넣고 끓였을 때의 향은...)
(설마, 카레...?)
어, 디트프리트, 뭐라고 하셨었죠...? 이 재료로 만드는 수프가...

디트프리트 : 어... 전설의 스파이스 버터 수프요.

아키라 : (카레같아...!!)


-나는 갑자기, 기대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서, 카레 재료를 모을 수 있다니.
숲을 올려다보고 심호흡한다. 커다란 가지를 뻗고 있는 나무들이, 우리들을 지켜봐 주고 있는 것 같다.
일상과 비일상이 이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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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하늘/ 낮]

라스티카 : ...
...아, 들려.
네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들려와.
이런 우정도 근사하네.
우리는 만나지 않고, 닿지 않고, 살며시, 관여하고 있어.
네 행복과, 내일도 네 지저귐을 들을 수 있길, 바라고 있어.
딱딱하고, 높은, 울림소리.



[브래들리의 방]

브래들리 : ...

(문 두드리는 소리)

브래들리 : 들어와.

레녹스 : ...

브래들리 : 무슨 용건이야. 양들이라면 돌려줬잖아.

레녹스 : 글라스잔 꺼내. 술을 가져왔어.

브래들리 : ...

레녹스 : 애도야. 너한테는 친구의 명복을 빌어줬던 은혜가 있어.

브래들리 : ...하하...

레녹스 : 어울려주지.

(술을 따르는 소리)

브래들리 : 흥... 그렇게 왔겠다.

(잔을 부딪치는 소리)

브래들리, 레녹스 : 건배.



[마법관 주방]

네로 : 그래, 그걸 부숴서...

오즈 : 마법으로?

네로 : 음, 나는 좋아하지 않아.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지만.

오즈 : ...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뭐지.

네로 : 별거 아냐. 하지만, 뭐랄까...
수고를 들이고 싶어. 닿아서, 직접 느끼고, 만들고, 그런 다음에 누군가에게 건네주고 싶어.

오즈 : ...

네로 : 하지만, 그런 소리를 할 때가 아니잖아?
아까 히스 상태도 신경 쓰이고, 만약 빨리 마무리 짓고 싶다면...

오즈 : 나는...
수고를 들이는 게 어렵다.

네로 : ...
그런 경우도 있지. ...뭔가...
이런 식으로, 당신이랑 얘기하다니.

오즈 : ...

네로 : 당신에 대해서는, 실감 나지 않았었어. 당신 이름은 귀가 썩을 정도로, 들었지만.

오즈 : ...무슨 의미지.

네로 :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뭐라고 할지, 살아있지 않은 인물이었어.
이름만 있고, 온도는 없는, 가공의 생물 같은 거...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한 이야기지.

오즈 : ...
내게는 바클라바가 그렇다.

네로 : 지금 만들고 있는, 이거?

오즈 : 이름만이지, 실태는 모른다.

네로 : 하하... 그렇겠네. 나는 요리하는 게 익숙하니까, 어느 정도 상상은 가지만.

오즈 : 그런가.

네로 : 어느 정도만.

오즈 : ...뭘 만들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손끝에 닿아 형태가 만들어지면...
아쉬운 마음이 생긴다.
부서지거나, 상하게는, 하고 싶지 않다고.

네로 : ...
아... 그럴지도 모르지.
수고라는 건, 마음을 쏟는 행위겠지.
먹거리에는 쏟아도, 두 번 다시, 사람한테는 쏟고 싶지 않네.

오즈 : ...
하하...

네로 : (하?)
(웃은 거야?)
(오즈가?)
(내 앞에서?)
(왜 그러지...? 뭔가 요즘 유행하는 괜찮은 농담, 던진 건가?)

오즈 : ...

네로 : (돌아왔어...)
...
저기...

오즈 : 뭐지.

네로 : ...방금은 어디가 웃겼던 건가요.

오즈 : 너에게는 무리다.

네로 : 에...?

오즈 : 리케는 이미...
네가 수고를 들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네로 : ...

오즈 : 아서나, 카인도.

네로 : ...이 바클라바는, 왕자 씨한테?

오즈 : 아니.
하지만, 아서가 졸랐다.
수고를 들여달라고, 조르는 건...
불쾌하지 않았다.

네로 : ...
...이해해.



[마법관 탑]

시노 : ...으, ...으으
크...읏 ...으... ...나는 용서받을 수 없어...

아서 : ...
...그래도, 히스클리프는 사랑할 거라 생각해.
너의 과거를 포함해, 너와 함께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그저, 어쩔 수 없이どうしようもなく, 사랑할 거라 생각해.

시노 : ...아서...



[마법관 숲/ 낮]

히스클리프 : ...

파우스트 : 괜찮은 건가?

히스클리프 : 선생님...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이제 가볼게요. 오웬을 찾으러...

파우스트 : 카인과 루틸이 이어받는다고 했어. 대신해서, 너를 부탁한다고도.

히스클리프 : 아...

파우스트 : 시노와 싸우기라도 한 건가?

히스클리프 : ... 네...

파우스트 : 디트프리트 일로?

히스클리프 : 그것도 맞긴 해요. ...선생님, 저는 계속 신경 쓰고 있었어요.

파우스트 : ...시노의 과거가?

히스클리프 : 그 녀석이, 옛날의 자기 자신을 나쁘게 말하는걸요.

파우스트 : ...

히스클리프 : 저와 비교해서,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도.
왠지 모르게... 블랑셰에 오기 전의 생활 때문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물어보고 싶었어요. 옛날의 이야기를 듣고, 서둘러 전하고 싶었어요.
시노가 좋다고. 시노에게는 가치가 있다고.
최선을 다해 전해도, 시노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과거의 나를 모르는 주제에.
그럼, 과거의 일을 알고 나서 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니까, 조급해져서... 제가 잘못한 거예요.

파우스트 : ...
싸웠을 때, 어느 한 쪽만 잘못한 경우는, 거의 없어.
너도 상처받은 표정을 하고 있어. 자신을 탓하는 건 그만해.

히스클리프 : 선생님...

파우스트 : ...
저 큰 나무가 보여?

히스클리프 : 네... 줄기 부근에 버섯이 자라있는 튼튼해 보이는 초록잎 나무네요.

파우스트 : 그래. 버섯 같은 균류는, 살아있는 나무나 죽은 나무에 기생하며 살아가지.
빛을 받아도 살아갈 수 없으니까, 빛을 받아 살아가는 것에, 운명을 붙여두는 거야.

히스클리프 : ...

파우스트 : 시노의 영혼에는 일그러진 부분이 있어. 영혼이 상처받아, 상처투성이가 된 영혼을 가진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있어.
대신해서, 너와 영혼을 유착시켜, 너를 사랑하려고 하고 있어. 저, 버섯들처럼.

히스클리프 : ...그럴 리 없어요. 시노는 저보다도 뛰어난 마법사예요. 충분히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어요.

파우스트 : 능력을 얘기하는 게 아니야. 영혼의 이야기지.
세계를 관리, 변혁할 수 있을 정도의, 만능의 힘을 가지면서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어.
신이나 거인 같으면서도, 애처로울 정도로, 운명을 누군가와 함께, 붙여나가려고 하지.
고독보다도, 자유롭지 못한 유대를 좋아해서.

히스클리프 : ...

파우스트 : ...나도 처음부터, 알고 있던 건 아니야. 알아챈 건, 얼마 전의 일이야.
왜냐하면, 나도 그랬어.

히스클리프 : 선생님이...?

파우스트 : 응. 나 혼자였으면...
(세상을 바꾸려고는 생각하지 않았겠지)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마법사로서 살아가고, 그렇게 생애를 마감하려고 했어.)
(알렉의 의지에, 기생해서, 살아갔던 거지.)

히스클리프 : ...선생님?

파우스트 : ...미안. 이야기가 딴 길로 샜네.
시노는 너 없이 살아갈 수 없어. 건전한 관계라고는 할 수 없고, 네게도 부담이 크겠지.
너도 튼튼한 큰 나무가 아닌, 아직, 위험한 어린나무야.
그게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냐. 자신들의 형태를 인식해 두면, 편하지 않을까 싶었을 뿐이야.
시노는 과거의 자신을, 병원균처럼 생각하고 있어.
네게 들키면, 도려내서, 버려질 거라고.

히스클리프 : 그럴 수가... 버리지 않아요.

파우스트 : 그렇겠지. 하지만, 본인은 그걸 모르는 거야.
나도 옛날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었어. 마법사를 위해 싸우다가 다친 인간이 곁에 있었으니까.
목적을 알 수 없었어. 마법사를 감싸도, 손해입을 것밖에 없는데. 하지만, 아마도...
젊었을 적 내 친우는, 나를 좋아해 주고 있었던 거겠지.

히스클리프 : ...알렉 님에 관한 건가요?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던...

파우스트 : 존칭은 칭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그 녀석의 일이야. 나는 깨닫는 데 400년이나 걸렸어.
시노는 800년일지도 몰라.

히스클리프 : ... 저는 좀 더 빨리, 알아채 줬으면 해요.

파우스트 : 히스라면 잘할 수 있어. ...아, 그렇지. 중요한 걸 깜빡했어.
버섯은 큰 나무에 기생하지만, 영양을 빼앗아 가기만 하는 게 아니야.
큰 나무의 영양 흡수를 돕고, 병균이나 스트레스처럼 유해한 것들로부터 큰 나무를 지키지.
이어지면서 공생하고 있어.

히스클리프 : ...
...병원균이 아니야.

파우스트 : 그래.

히스클리프 : 시노는 머리가 좋으니까, 분명...
80일정도면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파우스트 : 그렇게 조급해할 필요도 없어,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정도에서, 이해해 주는 편이 좋겠지.
<위대한 재앙>이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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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마법관 숲/ 낮]

(걸어가는 소리)

루틸 : 오웬 씨, 어디 계세요.
북쪽의 나라로 돌아가 버리시면, 찾는 게 조금, 힘들어질지도 모르겠는데...

카인 : 그렇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고 있는 것 같아.)
(왜, 그 녀석은, 상대를 시험하는 행동을 하는 거지.)
(의심한 건 잘못한 거지만, 히스가 말하는 것만큼, 히스의 잘못이 아니야.)
(내 생각대로, 그 녀석이 나쁜 점도, 잔뜩 있잖아.)
(...)
(나도 이상한가. 다른 녀석을 의심하면, 평소에는, 미안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왜 오웬한테는, 반발... 이라기보다는, 본의 아니게, 귀찮은 기분이 드는 거지.)



[기억 속 담화실/ 낮]

오웬 : 아하하! 기사님. 그것 봐, 네가 잘못한 거지. 정의의 기사 소리가 웃고 가겠어.
자, 사과해. 나한테 사과하는 거야. 자, 해봐.


[마법관 옆 숲/ 낮]

카인 : (...이런 일련의 그것들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까, 짜증 나는 거려나...)

루틸 : 아, 클로에다! 어-이!

클로에? : ...

카인 : 클로에? 정말이네...
응?

클로에? : 안녕, 루틸, 카인.
무슨 일이야? 이런 곳에서, 뭐 하고 있어?

루틸 : 오웬 씨가, 없어졌다고 해서. 클로에, 본 적 없어?

클로에? : 글쎄...

루틸 : 그렇구나... 역시, 북쪽의 나라까지 가버리신 걸까...

클로에? : 있지. 왜 없어져 버린 거야?

루틸 : 왜냐하면, 그건 말이지...

클로에? : 카인.

카인 : ...

클로에? : 왜 없어진 거야? 원인이 뭔지, 카인은 몰라?

카인 : ...
글쎄.

클로에? : ...
 
카인 : 조만간, 돌아오지 않을까.

루틸 : 카인 씨...? 방금 전까지, 그런 말은...

클로에? : 있지.

카인 : 뭔데.

클로에? : 그런 태도는, 기사답지 않지 않아?

카인 : ...

클로에? : 좀 더, 말이지, 정정당당한 편이 좋아. 그게 카인의 좋은 점이잖아.

카인 : ...좋은 점?

루틸 : 맞아요. 제대로 대화하면, 오웬 씨도 이해해...

카인 : 어떨까? 그 녀석은 고집불통分らず屋이니까.

클로에? : 하?

카인 : 본인은 악행을 즐기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품행 방정하게 있으라고 하지.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이것 봐, 저것 봐, 틀렸다면서, 손뼉을 치면서 기뻐하고.

클로에? : 그...

카인 : 그 녀석이 상처받았다든가, 화났다고 말하면, 망설임 없이 사과할 거야.
하지만, 기뻐하고 있어. 사람의 실수를 기뻐하는 녀석에게, 머리는 숙이는 건, 뭐랄까... 싫어.

클로에? : ...
카인은, 사람의 마음을 잘 모른단 말이지.

카인 : 뭐!?

루틸 : 크, 클로에?

클로에? : 오웬은 언제나, 카인이나 오즈, 쌍둥이에게, 혼나고 있어.
그런 오웬이 다른 사람의 실수를 발견하면 어떻게 생각하겠어? 기쁠게 당연하잖아?
초췌해지고, 병약해질 때까지, 쿡쿡 정신적 부담을 줄 게 당연하잖아?

루틸 : 클로에,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클로에? : 오웬의 기분이 되어보는 거야. 카인이 고집불통 같아서.

카인 : 그렇지 않아. 나는 다가가려고 하는 거야.

클로에? : 하? 전혀 아닌데?

루틸 : 클로에, 조금, 오웬 씨의 기분에 너무 몰입한 것 같아!

클로에? : 안 돼?

루틸 : 라스티카 씨가 걱정할 거야. 서쪽의 나라 사람들을 불러올까...?

클로에? : ...
클로에, 조금, 오웬의 기분에 너무 몰입하지 않아 볼게.

루틸 : 그렇지...

카인 : 기다려줘. 잠깐은, 오웬의 기분에 몰입해도 괜찮아.

클로에? : 아, 그래?

카인 : 그래서, 오... 클로에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클로에? : 정해져 있잖아. 일단은 사과해. 오웬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정 그렇다면, 울어도 돼.

카인 : 그다음은?

클로에? : 사과를 해야겠지. 달콤한 과자를 잔뜩 준비하는 거야. 예를 들어, 바클라바 같은 거.

루틸 : 바클라바?

클로에? : 지금, 네로가 만들고 있어. 하루 종일, 입안이 달콤해진대.

카인 : 그다음은?

클로에? : 그다음은... 아, 그걸 하면 좋겠네. 한 쪽 눈을 되찾겠다는 거.
어차피, 기사님이 꼴사납게 지겠지만.
그리고, 혹독한 연습이라도 시켜달라고 하면 되는 거 아냐?

카인 : ... 그다음은?

클로에 : 그다음은... ...

카인 : 그다음은, 어떻게 하고 싶어?

클로에? : ...
그런 거, 카인이 생각해. 카인은 친구가 많잖아.
오웬은 친구 같은 거 있어 본 적 없으니까, 모른다고.

카인 : ...

미스라 : 《アルシム》

(나타나는 소리)

루틸 : 미스라 씨.

미스라 : 어라? 기척이 느껴졌는데.

클로에? : 뭐야 그 폭발 개구리. 차례대로 먹고 누구 뱃속에서 폭발하는지 할 거야?

미스라 : 맞아요. 할 건가요?

클로에? : 할래.

루틸 : 하지 마...!? 위험해, 절대로...!

클로에? : 아, 그런가...

미스라 : 그럼, 카인. 해요. 당신, 위장 강하니까.

카인 : 어?

미스라 : 루틸은 안 돼요. 당신은 약하니까, 죽을 거예요.

루틸 : 장난삼아 먹으면 불쌍해요. 귀여운, 개구리 씨네요. 만져봐도 되나요?

미스라 : 잠깐, 바보...! 위험하다고 했잖아요!

카인 : 만지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거야? 그런 거 들고 다니지 마.

클로에? : 그렇게 말할 것까진 없잖아. 엄청 분위기 좋아진다고, 폭발 개구리 먹기는.

루틸 : 그래? 클로에도 해본 적 있어?

클로에? : 라... 라스티카가 말해줬어.

루틸 : 라스티카 씨가...

미스라 : 헤에. 꼬셔볼까.

클로에? : 그건 제쳐두고, 즉, 카인은 차갑지 않아?

카인 : 차가워?

클로에? : 응. 미스라 할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미스라 : 미스라 할아버지요? 저요?

클로에? : 아니었지. 뭐더라, 그... 네가 부르는 그거.

루틸 : 미스라 아저씨?

클로에? : 미스라 아저씨도, 그렇게 생각하지?

미스라 : 차가운 건 카인이 아니라, 루틸 쪽이죠.

루틸 : 정말이지, 아직도 말하고 있어. 최근에는 사이좋잖아요?

미스라 : 아직도 부족해요. 좀 더, 저를 칭찬해 줬으면 하고, 응석 부리게 해줬으면 하네요.

클로에? : 응석 부리게 해줘? 북쪽의 미스라가 부끄럽지도 않아?

미스라 : 부끄럽지 않은데요. 지켜준 답례로, 사슴고기 스테이크를 준비하거나...
건방진 말을 한 사죄로 울면서 사과해 주세요. 아, 그거, 기분 좋겠다.

루틸 : 정말이지... 오웬 씨의 기분이 된 클로에 같은 말을...

미스라 : 뭔가요, 그거. 아, 그렇지. 그건? 어디 가는 건가요?

루틸 : 시인 분들의 모임? 네. 갔다 왔어요.

미스라 : 어땠나요? 쓰러트리고 왔나요?

루틸 : 아하하, 쓰러트리지 않아요. 주눅이 들기도 했지만, 다녀오길 잘했어요.

미스라 : 즐거웠어요?

루틸 : 네.

미스라 : 그럼, 잘 된 거 아닌가요.

클로에? : 그만해, 너...

미스라 : ...? 뭔가요?

카인 : 알겠어.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대충 이해했어.

클로에? : 그래?

카인 : 그래서, 오웬은 뭘 해야 한다고 생각해?

클로에? : 뭐? 오웬이 뭔가 할 필요가 있어?

카인 : 다가오기지. 그 녀석도 갓난아기는 아니잖아.
이것저것 내가 다 양보해 주고 응석 받아주고, 그 녀석은 제멋대로 굴기만 하면, 대등한 관계가 아니야.

클로에? : 대등해질 필요는 없잖아. 오웬이 강한데.

미스라 : 맞아요. 약한 자는 강한 자의 비위를 맞춰야죠.

루틸 : 그런 생각은 좋지 않아요. 전에도 말씀드렸잖아요. 마음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

클로에? : 무... 오웬에게 마음의 자유는 없지 않아? 뭐든 마음대로 되지 않아.

카인 : 하고 있잖아. 언제나 변덕스럽고 제멋대로...

클로에? : 넌 정말 차가워. 중앙의 기사가 듣고 울겠어. 두고 가지 않는다고 말했으면서.

카인 : 그건 진심이야! 하지만, 웃음거리로 삼는다면 상처받아.

루틸 : 논의가 뜨거워졌네요.

미스라 : 이 두 사람, 사이 안 좋았구나.

루틸 : 사이 안 좋은 거 아니지? 오웬 씨의 마음이 돼서... 그래. 이러는 건 어떨까?

클로에? : 뭔데?

카인 : 뭔데?

루틸 : 카인 씨는 화해 대신에, 오웬 씨와 함께 밥을 먹는다든가.

카인, 클로에? : 밥...?

루틸 : 마침, 전설의 스파이스 버터 수프를 만들려고 하던 참이기도 하고.
디트프리트 씨가 가르쳐 주신다고 했어.

클로에? : ...
...흥, 뭐, 괜찮지 않아? 그래도...

카인 : 싫어.

클로에? : 칫... 고집 센 녀석이네.

카인 : 오웬이라면 스파이스가 강한 요리보다도, 달콤한 과자가 좋겠지.
바클라바를 함께 먹을게. ...클로에는 어떤 것 같아?

클로에? : ...
흐응...
좋은 것 같아.

루틸 : 다행이다! 그럼, 오웬 씨를 찾아야지.

미스라 : 오웬이라면, 아까, 마법관에 있었어요. 죽었지만요.

클로에? : 에!?

루틸 : 죽었어!?

카인 : 오웬이?

미스라 : 네.

클로에? : 네가 뭔가 했어!?

미스라 : 안 했어요. 멋대로 죽었어요.

클로에? : 공간의 문 열어!

미스라 : 하?

카인 : ...잠깐만. 그 오웬은, 혹시...

클로에? : 됐으니까, 빨리!



[마법관 앞/ 낮]

오웬? : 어떡하지... 빈센트 씨와 드라몬드 씨, 벌써 돌아갔으려나...
장인분들도, 어떻게 됐을까? 디자인대로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모두, 기뻐해 줄까. 현자님도...

라스티카 : 안녕.

오웬? : 라스티카!
아...
(어쩌지. 나, 지금, 오웬 모습이었지.)
(사실을 말하면, 심한 꼴을 당할 거라 했는데 라스티카한테 뭐라 말을 걸지.)
어...

라스티카 : 어떻게 된 거야, 클로에. 오웬의 모습을 하고.

오웬? : ...!
내가 누군지 아는 거야?

라스티카 : 물론이지. 나의 소중한 클로에잖아?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도, 너를 찾아내 보일게.

오웬? : 라스티카...! 정말 좋아...!

라스티카 : ...으, 하하. 고마워.
조금, 위화감이 있어서, 클로에로 돌아오면, 한 번 더 안아줘도 될까?

오웬? : 물론이지!

라스티카 : 《アモレ...》

미스라 : 《アルシム》

오웬? : 와...!

라스티카 : 공간의 문...

클로에? : ...!

미스라 : 오웬. 다시 살아났네요.

클로에? : 라스티카...

라스티카 : 안녕.

루틸 : 다행이다. 오웬 씨. 카인 씨가 찾고 있었어요. 화해하고 싶다고...

오웬? : 화해...

클로에? : ...

오웬? : 앗...! 어... 그게, 그게...

카인 : 클...

오웬? : 흥!
내가 쉽게 화해 같은 거, 할 리가 없잖아!

클로에? : ...

오웬? : 그럼 작별이다!

(뛰어가는 소리)

라스티카 : 아, 기다려.

미스라 : 뭔가요, 그럼 작별이다라니. 멋있네. 나도 써야지.

루틸 : 오웬 씨, 무사해서 다행이네요.

클로에? : ...뭐 그렇지.

카인 : 그럼, 나는 오웬을 쫓아갈게.

클로에? : 아, 그래...

카인 : 화해, 힘내볼게.

클로에? : 뭐... 힘내.

루틸 : 응원할게요!

미스라 : 그럼 작별이에요.



[라스티카의 방]

라스티카 : 《アモレスト・ヴィエッセ》

클로에 : 와아...!
고마워, 라스티카! 원래대로 돌아왔어!

라스티카 : 다행이야, 클로에. 오웬의 모습도 근사했지만.

클로에 : 에헤헤.
오웬도 내 모습이 되어서, 뭔가가 잘 해결됐으면 좋겠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

카인 : 클로에.

클로에 : 앗... 카인이다.

카인 : 일단 묻겠는데... 오웬을 봤을까?

클로에 : ...으, 으응! 몰라!

카인 : 그렇구나.
미안해. 뭔가, 말려들게 한 것 같아서.

클로에 : 으응! 아니야!

카인 : 고마워.

(걸어가는 소리)

클로에, 라스티카 : ...

클로에 : 분명, 잘 해결된 것 같지!

라스티카 :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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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마법관 탑]

아서 : ...슬슬, 마법관으로 돌아가자. 모두들 걱정하고 있어.
히스클리프랑 만나면, 심한 말 한 건 사과하는 게 좋아.

시노 : ...

아서 : 히스클리프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 무슨 일이 있을 때 반드시 후회할 거야.

시노 : 알고 있어. 하지만... 분명, 울게 될 거야. 그게 싫어.

아서 : 알아. 자기가 자기를 제어할 수 없는 건 무서워.

시노 : ...쿨하고 멋있게 있고 싶어.

아서 : 시노는 쿨하고 멋있어. 그렇지 않을 때의 시노도 좋아해.

시노 : ...
너도 어머니께 버려졌지.

아서 : 응.

시노 : ...나도 마찬가지야.

아서 : 그렇구나.

시노 : 비슷한 점 있어?

아서 : 많이 있지. 나도 어렸을 때는 자주 울었어.

시노 : 나는 이제 어린애가 아니고, 너는 아직 어린애야.

아서 : 그런가?

시노 : ...
너와는 마음이 맞을 것 같아. 너도 야생아野生兒이기도 하니까. 승부를 좋아하고, 무모하고, 막무가내야.
상식이 있을 것 같아 보이지만, 의외로 상식도 없고.

아서 : 아하하! 그럴지도 몰라.

시노 : ...하지만, 어째서, 나는 히스가 좋은 걸까...
그런, 성실하고, 우등생인 데다, 결벽해 보이는 녀석...
한 발, 잘못 나가면, 곧바로, 나를 싫어할 것 같은 녀석.

아서 : 뭔가, 자만처럼 들려.

시노 : 자만?

아서 : 응. 사이가 좋은 자만.

시노 :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싸워서, 울고 있었다고? 나는 죽으라고까지 말했어.

아서 : 그건 사과하는 게 좋아.

시노 : 알고 있어... 옛날 버릇이야.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아서 : 버릇?

시노 : 죽으라고. 어렸을 적에는, 악담도 잘 몰랐으니까.

아서 : ...어디서 배웠어?

시노 : 어디라니, 어디서든. 거리에서 어른들이 나한테 말했어. 빨리 죽으라고.

아서 : ...

시노 : 그래서, 의미도 모르고, 나도 반복했어. 강해진 것 같기도 했고.
어른의 흉내를 내고 있으면, 제 몫을 하게 된 것 같았어. 죽으라고, 계속 말했어.
디트가 교정해 줬어. 저주하는 말이니까 사용하지 말라고. 지금이라면, 알 수 있어.

아서 : ...시노가... 죽지 않아서 다행이야.

시노 : 흥. 죽지 않아. 나는 강하니까.

아서 : ...정말 다행이야...

시노 : ...히스한테는 비밀이야.

아서 : (...동쪽의 사람들은, 모두, 성실하고 규율을 잘 지켜)
(게으른 것도 아니고, 정신 차리고,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긴장감 있는 사회생활을 보내고 있어.)
(하지만, 그만큼, 사회의 집단에서 탈락한 자들에게는 험한 꼴을 향한다고 들었어...)
(시노와 같은 고아는, 구빈원이나 고아원에서 도망친 시점에서, 반사회적인 게으름뱅이로 간주 돼...)
(대귀족 블랑셰 가가, 앞으로의 동쪽의 나라 정책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좋겠는데...)



[브래들리의 방]

브래들리 : 란돌프는 북쪽의 마법사야. 나보다 어리고, 마력도 약해. 별거 아닌 녀석이었어.
하지만, 감옥에 들어온 건 란돌프 쪽이 나보다, 조금 빨랐어.

레녹스 : ...

브래들리 : 그렇게까지 말할 기회는 없었지만, 하는 말이 재밌어서 말이지.
란돌프는 이렇게 말했어. 그 녀석도 나도, 자유라고.
감옥에서 몸의 자유는 빼앗길지언정, 마음의 자유는 빼앗기지 않는다고.

레녹스 : ...감옥에 들어갔으면, 반성을 해.

브래들리 : 네가 탈옥에 실패한 녀석은? 감옥에서 반성했어?

레녹스 : ...
해방될 거라고 믿고 있었어.

브래들리 : 흥. 그것도 재밌네. 여하튼, 란돌프는 그런 남자였어.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들한테 구속당한다... 자유를 빼앗기다니, 나한테 있어서는 처음이었으니까.
...실은, 거의, 기가 죽어있었지. 그때, 그 녀석의 이야기는 꽤, 구원이 됐었어...
...빨랐지... 조금 더, 살 거라 생각했는데.

레녹스 : ...그렇네...

브래들리 : ...하늘을 보여주고 싶었어.

레녹스 : ...
...유언은?

브래들리 : 응?

레녹스 : 유언을 어딘가에 남긴다고, 들었잖아?

브래들리 : 뭐 그렇지. 하지만, 별로 듣고 싶지 않아. 이미 돌이 되어버렸기도 하고.

레녹스 : 언젠가 듣고 싶어지는 날이 올 거야. 너는 알아둬도 괜찮을 텐데.

브래들리 : ...

레녹스 : 어디로 가면, 마지막 말을 들을 수 있지? 누구에게 유언을 맡겼어?

브래들리 : 누구였더라... 분명 이름이 꽃 비슷한... 뭐 됐어, 관청 가보면 알 수 있겠지.

레녹스 : 나도 같이 갈게. 네가 혼자서 관청에 나타나면, 일하는 사람들이 놀라겠지.

브래들리 : 지금부터? 술 냄새 풍기고?

레녹스 : ...
물을 벌컥벌컥 마시자.

브래들리 : (이 녀석도 참 허술하네...)



[마법관 주방/ 낮]

네로 : 아... 시노, 왕자 씨...

오즈 : ...

아서 : 오즈 님, 네로.

시노 : ...
응? 뭐야, 이 대량의 견과류.

네로 : 오즈 선생이 저 숲에서, 전부 수확해 버렸어.

시노 : 생태계가 붕괴한다고. 먹이를 잃은 동물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마법관을 습격해 올 거야.

아서 : 나중에, 씨앗에 마법을 걸어, 숲으로 돌려두죠.
동물들은 현명하니까, 서둘러 자기네 굴로 옮길지도.
기쁩니다, 오즈 님. 바클라바를 만들고 계셨군요.

네로 : 역시, 왕자 씨의 요청이었던 건가.

시노 : 바클라바가 뭐야?

네로 : 달콤한 견과류 과자야. 기다려, 지금 오븐에서 꺼내.

(꺼내는 소리)

아서 : 오오! 맛있어 보이게 구워졌어!

시노 : 맛있어 보이는 냄새야!

네로 : 아직 완성은 아니지만, 맛 봐봐.

시노 : 완성이 아니야? 방금 막 구웠는데?

네로 : 응. 완성품은 여기에, 이 위에서 시럽을 부어.

시노, 아서 : 달겠다.

아서 : 우물... 아뜨! 음, 맛있어! 이대로도 충분히 달아!

시노 : 맛있네, 이거! 얼른 히스에게 먹여주고 싶...
...

아서 : 아하하.

네로 : 아, 그렇지. 또, 뭔가 싸웠지? 잠깐 얘기 들어줄 테니까 기다려봐.

시노 : 됐어, 딱히.

네로 : 뭐가 됐어. 자, 오즈. 당신도. 뜨거우니까, 후후 불어서...

오즈 : ...

네로 : 아니, 입으로 불어서 식히고... ... 딱히 상관 없나! 화상 입어도! 최강이니까. 자, 먹어.

오즈 : 식힌 게 좋다.

아서 : 방금 완성된 게, 따끈따끈해서, 맛있습니다!

오즈 : 너는 곧장 입에 넣는다. 혀에 화상 입지는 않았나.

아서 : 괜찮습니다.

오즈 : 보여줘라.

아서 : 레.

네로 : 잠깐 시노랑 얘기하고 올 테니까, 시럽 좀 부어줄래?

오즈 : 그래. ...어디에?

시노 : 딱히 됐는데.

네로 : 안 됐다고. 시럽은 작은 냄비 안에 있어.

아서 : 알겠어. 내가 해봐도 될까?

네로 : 응. 방금 구운 거니까, 시럽을 부으면 열기가 올라올 거야. 화상 입지 않게 조심해.

아서 : 조심할게. 리케가 있으면 좋을 텐데. 기뻐할 것 같죠, 오즈 님.

오즈 : 또 구워주지.

아서 : 오즈 님께서?

오즈 : 그래.

아서 : 든든해라! 다음에는 저도 돕겠습니다.

오즈 : 그렇군.

아서 : 그럼, 시럽을 붓겠습니다. 둘 셋...

(물을 붓는 소리)



[마법관 중정/ 낮]

네로 : 어이, 시노.

시노 : 응...

네로 : 아까, 히스도 만났어. 그 녀석도 상태가 이상했어.

시노 : ...

네로 :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별거 아닌 고집 피우는 건 적당히 해둬.
너도 히스도, 서로, 대신할 사람 없는 소중한 상대잖...

시노 : 너도 파우스트도 비슷한 말을 하는데.
너희들 곁에는 없잖아. 대신할 사람 없는 상대가.

네로 : ...

시노 : 설득력이 없어.

네로 : 잃어버렸으니까 말하는 거야. 바보 자식아...

시노 : ...

네로 : 나 같은 경험을 너나, 히스는 하지 않았으면 하니까.

시노 : ...잃어버린건가.

네로 : 그래... 처음에는 너네처럼 사소한 거였어.
하지만, 겹쳐서, 꼬이고, 지치고, 소모해 버렸지.
상상해 봐. 히스한테 중요한 일 하나도 부탁받지 못하는 자신을.

시노 : ... 섭섭해...

네로 : 그렇겠지. 그렇게 되고 나서는 후회해도 늦...

브래들리 : 뭘 후회한다고?

네로 : ...!

시노 : 브래들리, 레녹스. 어디 가는 거야?

브래들리 : 꼬맹이한테는 비밀이지.

레녹스 : 관청이야.

브래들리 : 알려주지 말라고!

시노 : 그렇게 술 냄새나는데 관청을? 동쪽의 나라라면 물러나라 했을 거야.

레녹스 : 아직도 냄새나?

브래들리 : 남쪽의 술은 꽤 독하단 말이지. 어쩔 수 없네. 어이, 요리사.

네로 : ... ...뭔데.

브래들리 : 어울려라.

네로 : 왜, 내가...

브래들리 : 관청이 문 닫으면, 열쇠로 따서... 으으읍...!

네로 : 열쇠 따는 건 안 해! 안 한다고 했어!

시노 : 이제 와서, 체면 차리지 마. 그래도, 뭐, 잘 됐잖아.

네로 : 뭐가...

시노 : 지금은 일을 부탁하는 다른 상대가 있어서.

네로 : ...

브래들리 : 무슨 이야기냐.

시노 : 대신할 사람이 없는 상대를 잃어버렸다는 것 같아.

네로 : 시노!

브래들리 : 헤에, 그런 상대가 있었어? 할 일 다 하고 있네.

네로 : ...됐어, 이제. 바클라바도 다 됐고. 도와줄게.

레녹스 : 바클라바?

시노 : 맛있어. 돌아오면, 먹게 해줄게.

브래들리 : 흐흥. 나는 그거야... 양치기, 아까 술이면 돼.

네로 : 똑바로 못 걷잖아. 꽤, 마신 거야? 양치기 군.

레녹스 : 생각보다, 맛있어서...

네로 : 술 냄새...

브래들리 : 돌아오면, 한 병 더 가자.

레녹스 : 이제 없어. 남쪽으로 돌아가면 있어.

브래들리 : 좋아.

네로 : 좋아가 아니잖아. 그럼 가라, 시노. 히스랑 화해해!

시노 : 어찌어찌해볼게.おいおいな

네로 : 빨리해 둬. 바클라바, 들고 가서.

시노 : 응... 알겠어.
고마워.

네로 : 응.



[마법관 숲]

히스클리프 : 모두에게 걱정 끼쳤네... 스파이스 채집이라도, 힘내자.
아... 저기에도 열매가 열렸어.
...

디트프리트 : ...

히스클리프 : 아...

디트프리트: 앗...

히스클리프 : 여기.

디트프리트 : 앗... 아뇨... 히스클리프 님이야말로, 받으세요.

히스클리프 : 히스클리프 님이라니. 히스면 돼... 이거, 저기, 바... 받아.

디트프리트 : 앗, 앗... 감사합니다...

히스클리프 : 커다란 열매네.

디트프리트 : 그... 렇네요. 향도 좋고, 좋은 걸, 발견했다.

히스클리프 : 하하...

디트프리트 : 후후...

히스클리프 : ...

디트프리트 : ...
저... 기...

히스클리프 : 네...

디트프리트 : 샤... 우드의, 숲을 봤어요...

히스클리프 : 아... 그렇지... 시노를 찾아 블랑셰까지, 와줬다고 했었지.

디트프리트 : 네... ...성도 봤어요... 예쁘고, 컸어요...

히스클리프 : 다음에, 또 놀러 와줘.

디트프리트 : 그럴 수는... 저따위가, 가면 안 돼요.

히스클리프 : 그럴 리가...

디트프리트 : .... 저기... ...샤우드 숲은, 오래된, 큰 숲... 이었습니다.
오래된 숲은... 큰 나무가 많이... 있죠?

히스클리프 : 그렇, 지... 그 숲은, 특히 거목巨木이 많아.

디트프리트 : 거목이 많은 숲은, 그... 빛이 들어오지 않아요.

히스클리프 : ...?

디트프리트 : 어... 큰 나무의 가지가 우거지고, 이렇게, 가지가 우거진 부분을 수관樹冠이라고 말하는데요...
큰 나무의 수관이 커서, 태양 빛을 쬘 수 있는 장소를, 가려버리니까...
숲의... 아랫부분에는, 빛이, 닿지 않곤 해요.

히스클리프 : 그렇구나...

디트프리트 : 그래서... 그... 새싹들은 고생해요.
빛이 닿는 장소도 적고, 양분도, 큰 나무의 굵은 뿌리가... 쭉쭉, 가져가 버리고.

히스클리프 : ...확실히, 불리한 환경이네... 그러면, 오래된 숲에서 새로운 싹은 자라기 힘들겠네...

디트프리트 : 네...

히스클리프 : 그럼, 어떻게 하면 새로운 싹이 성장해 갈 수 있을까?
빛과 양분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커다란 나무로 자라기 전에, 말라비틀어질 수밖에 없을까.

디트프리트 : 어... 그렇지마는 않아요. 방법은, 다양하게 있는데...
빛이, 적어도 자라는... 내음성 같은 걸로 진화하거나...
덩굴을 뻗거나, ...기생하거나, 언젠가 올 때를 기다리며... 양분을 축적하거나...
그... 이건, 전부... 하트 씨라는 식물 박사의 책에서 읽은, 내용인데요.

히스클리프 : 응...

디트프리트 : 그... 저기... 이야기가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히스클리프 : 아, 아냐...! 나야말로, 이해력이 부족해서...

디트프리트 : 그... 그렇지, 않습니다. 전하고 싶은 건, 즉...
...노목이 쓰러지거나, 벼락이 떨어져, 화재가 일어났을 때, 숲의 천장에 구멍이 뚫려요.

히스클리프 : ...숲의 천장에, 구멍이...

디트프리트: ...수관이 모인 것을, 임관林冠이라 부르기도 해요. 여기가, 텅, 비는 거죠.
거대한 노목에게, 지배받던, 어두운 숲의 천장에, 그런 구멍이 생기면...
한 번에, 태양과, 비를, 마음껏, 맞아, 새싹이나 어린나무들이 급성장을 합니다.
그... 그건 정말, 기적 같은 광경이에요.

히스클리프 : ...

디트프리트 : 이 순간을 기다렸다... 그런 느낌이라, 어린 황록 잎이, 쭉쭉, 위로, 자라죠.
중력, 이라든가, 생태계라든가, 관계 없다는 듯이, 무시하고, 단번에, 와-... 와...
히스클리프 씨를 만난, 지금의 시노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히스클리프 : ...

디트프리트 : 예... 옛날이야기는, 하지 않아요. ...저도, 당하고 싶지 않으니까...
죄송해요... 하지만... 그게 전부예요.
...만나기를... 기다렸다고 생각해요.
음지에서 사는, 내성을, 기르면서, 빛이 내리쬐는 순간에, 단번에... 성장하는... 새싹처럼...

히스클리프 : ...
... ...감사합니다...

디트프리트 : 아... 아아...
...울지 마세요...

히스클리프 : ...으 ...고마워요... ...디트프리트...

디트프리트 : 디트라고 부르셔도 돼요... 저기...
...나도, 히스라고 불러도 될까?

히스클리프 : 물론이지...


-정신 차리자, 히스클리프와, 디트프리트가 서로 미소 짓고 있었다.
조용한 숲에 내려오는 부드러운,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맞으면서.
씨앗이 떨어진 장소에서, 도망치는 것도 못 하고, 그래도...
태양과 비를 기다리며, 숲의 식물들은 성장해 간다.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공생하며.
다정하고, 무서운, 깊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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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마법관 숲/ 저녁]

리케 : 많이, 땄어요!

파우스트 : 정말이네. 잘했어.

리케 : 이쪽 열매는 2, 3일, 건조시키고 사용하는 거래요.

파우스트 : 그럼, 소쿠리를 빌려주지. 3단으로 쌓아 올릴 수 있으니, 한 번에 풀과 씨앗을 말릴 수 있어.

리케 : 파우스트의 방까지 가지러 갈게요. 오즈의 벼락, 아팠나요?

파우스트 : 아팠지만, 맞은 보람이 있었어.

리케 : 저도 언젠가 맞고 싶어요.

파우스트 : 좋은 마음가짐이야. ...아니, 어떨지? 이럴 때, 네로는 뭐라고 하지?

리케 : 그는 천진난만해요. 꼬맹이 쪽에 넣어주니까, 환희했어요.

파우스트 : 어떻게 된 거지?

미틸 : 제 심볼 트리도 발견해서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디트프리트 씨!

디트프리트 : 아뇨... 별, 말씀을요...

미틸 : 키울 때 조심해야 할 점, 또 있을까요?

디트프리트 : 어...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썩을 수 있으니까...

미틸 : 흙 윗부분이 마른 다음에, 물을 주는 정도면 될까요?

디트프리트 : 돼요 돼요.

미틸 : 감사합니다! 저... 시노 씨의 지인이셨죠.

디트프리트 : 아... 네...

미틸 : 시노 씨는, 옛날부터 강했나요? 제 동경의 대상이거든요.

디트프리트 : ...
하하... 네. 엄청... 강한 아이였어요.

/

(걸어오는 소리)

시노 : ...

히스클리프 : ...시노...

시노 : 아....
저기, 이거...

히스클리프 : 시노, 미안해. 내가 말이 지나쳤어.
카인의 말대로, 진심으로 한 말이라고는 생각 안 해.
하지만, 사실을 듣고 싶었을 뿐이야.

시노 : ... 너는 정말 예의가 바르네.

히스클리프 : ...무슨 의미야?

시노 : 가정교육이 잘 되어 있다고 할지... 나는 이럴 때, 먼저 사과 못 해.
마음을 칼로 잘라내는 느낌이 들어. 네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도 안 해. 그런데도...
너는 먼저 사과하지. 용기도 있고, 상냥해.

히스클리프 : ... 그건?

시노 : 뭔가... 엄청나게 단 과자. 줄게.

히스클리프 : 고마워...

시노 : 오즈랑 네로가 만들었어.

히스클리프 : 오즈 님이? 헤에...

시노 : 먹어 봐.

히스클리프 : 아암...

시노 : ...

히스클리프 : 달아...
하지만, 맛있네.

시노 : 하하. 그렇지.

히스클리프 : 엄청 달아. 오웬이 기뻐할 것 같아.

시노 : 분명 기뻐할 거야.

히스클리프 : 오웬, 찾았을까... 카인이 찾아주고는 있지만.

시노 : 찾을 거야. 그리고, 히스는 나쁘지 않아.

히스클리프 : 나도 나빠. 몰래 먹었고.

시노 : 처음 해봤어?

히스클리프 : 블랑셰에서는, 부르면, 누군가가 만들어주니까.

시노 : 그것도 그렇지.

히스클리프 : 그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해. 너와 내 차이는.

시노 : ...

히스클리프 : 옛날이야기가 듣고 싶어. 그럼에도, 친구라고 말하기 위해서.
듣지 않고 그렇게 말하면, 시노는 코로 비웃을 뿐이지, 납득해 주지 않잖아.

시노 : 옛날의 나는, 히스의 친구가 될 수 있을 만한 녀석이 아니야.
지금도, 친구는 될 수 없어.

히스클리프 : 될 수 있어. 친구 같은 거리감으로 대화하고 있는데, 그렇게 말하는 건 치사해.
나도, 상처받아.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블랑셰를 떠난다고 말하면 슬퍼.
죽으라고, 하는 것도.

시노 : ...

히스클리프 : 화나지 않았어. 그저, 알아줬으면 하는 거야. 그리고... 알려주고 싶어.

시노 : 응...

히스클리프 : ...

시노 : 있지... ...말해야 한다고는 생각하는데...

히스클리프 : 응.

시노 : 그거 있잖아, 바클라바. 화해 겸...

히스클리프 : 아, 방금 그 과자? 미안... 그냥 먹어버렸어.

시노 : 아냐.... 내가, 말하지 않은 건데...
그... 있잖아... ...나...

히스클리프 : ...

시노 : 나... ...말하러 왔어... 옛날얘기가 아니라, 그...
...

히스클리프 : ...괜찮아.
시노의 마음은 깎이거나 하지 않아.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뿐이야.

시노 : ...응...
심한 말 해서...
...으, 미안해...

히스클리프 : 나도 미안해... 시노...

시노 : ...으, ...하...
...언젠가...
...으 ...언젠가...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면...
...
...말할게...

히스클리프 : ...
...응...



[기억 속 밤하늘]

디트프리트 : ...그러니까... 사과하는 게 좋아.
그러면, 마을 사람들도, 구빈원이나 고아원 사람들도 용서해 줄 거야.
이대로면, 어린아이인데, 어디에도, 갈 곳이 없어지잖아...

어린 시노 : 왜, 내가 사과해?
나도, 그 녀석들한테 똑같은 짓을 당했는데!

디트프리트 : 그렇지만...

어린 시노 : 사과 안 해! 나는 자유야! 누가 하는 말 안 들을 거야!
죽어! 죽어! 저리 가!

디트프리트 : ...

어린 시노 : 아하하! 얼빠진 놈! 죽어!
내 마법, 봤잖아! 쥐 괴물한테서 도망쳤어!

디트프리트 : 그렇지...

어린 시노 : 대단해?

디트프리트 : 응.

어린 시노 : 아하하! 얼빠진 놈!
답례는? 뭔가 답례한다고 했잖아! 내가 구해줬으니까!

디트프리트 : 같이 고개 숙여줄 테니까, 한 번 더, 고아원에...

어린 시노 : 싫어! 죽어!

디트프리트 : 기다려! 잠깐만! 가지 마...
좋은 말을 기억하자. 무서운 말은 사용하지 말고.

어린 시노 : 왜!

디트프리트 : 미움받을 테니까. 약한 마법사는 미움받으면, 살아갈 수 없어.

어린 시노 : 약하지 않아!

디트프리트 : 어... 그래. 말투를 고치면, 그... 정령의 주마등 노래를 들려줄게.

어린 시노 : ...주마등? 아까 말한 램프 말이야?

디트프리트 : 맞아... ...아이들은, 분명, 좋아할 거.

어린 시노 : 들어보고 싶어. 들려줘.

디트프리트 : 좋아. 그러니까, 우선, 음... 죽으라고 하는 건 그만할까.

어린 시노 : 싫어! 죽어!

디트프리트 : 아...

어린 시노 : 다른 녀석, 나한테 말한다고!

디트프리트 : 들으면 화나잖아. 화나게 하는 말은, 사용하지 않는 편이, 혀... 현명해.

어린 시노 : ... 현명해?

디트프리트 : 현명해. 사람은 고독해... 하지만, 말로 이어지고 말아.
적어도, 심한 말로는, 이어지지 않는 게 좋아.
그런 세계는 괴로울 테니까...



[마법관 정면/ 밤]

아키라 : 스파이스, 많이 모아서 잘됐네요. 미틸의 심볼 트리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디트프리트 : 아, 아뇨...


-마법관에 돌아와서, 나는 다시 한번 디트프리트에게 감사를 전했다.
디트프리트는, 뭔가를 말하고 싶은 듯, 나를 보고 있었다.


아키라 : 아... 뭔가...?

디트프리트 : 아, 아뇨... 그 사크리피키움, 귀여운 것 같아서...

아키라 : 아! 사크 쨩이요!? 귀엽죠!?
괜찮으시면, 안아보실래요?

디트프리트 : 그, 그래도 되나요...?

아키라 : 물론이죠, 여기요!

디트프리트 : ...와, 와아....

아키라 : (사크 쨩의 귀여움에, 디트프리트도, 홀딱 반해버린 것 같네!)


-사크 쨩을 안고 있는 디트프리트를 보고, 나는 득의양양해졌다.
그때, 디트프리트가 허리에 달아놓은 주마등에서, 은은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디트프리트 : 아...

아키라 : 혹시, 정령들의 준비가 된 건가요?

디트프리트 : 그,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방금 막 돌아왔지만, 한 번 더, 숲으로 모여주실 수 있을까요...?

아키라 : 네! 모두를 부를게요!



[전등이 놓인 숲/ 밤]

-커다란 그루터기에, 희미하게 빛나는 정령의 주마등을 두고, 디트프리트는 속삭였다.


디트프리트 : ...그럼, 들어주세요.
《エイムラプ·ニシュリーンズ》


-디트프리트가 주문을 외우자, 주마등이 더욱 강한 빛에 둘러싸였다.


아키라 : (드디어, 정령의 노래를 들을 수 있구나.)
(대체, 어떤 노래일까?)


-마법사들도 모여, 조용한 숲의 밤에 치유받으며, 살며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중앙의 마법사 : ...

북쪽의 마법사 : ...

서쪽의 마법사 : ...

동쪽의 마법사 : ...

남쪽의 마법사 : ...


-하지만...
정령의 주마등은 노래하지 않았다.


미스라 : 잠깐 마법관 뒤편으로 와주실래요?

디트프리트 : 아, 아아앗...!

오웬 : 있지... 이쪽은 이미, 완벽하게 들을 마음 되어 있는데.

브래들리 : 아무렇게나 장사하지 말라고.

디트프리트 : 죄, 죄송, 죄죄죄, 죄송, 죄죄죄송합니다...!

미스라 : 드럼 칠게요, 이 사람 드럼 삼아서.

오웬 : 아니면 폭죽 개구리 먹이자.

브래들리 : 오, 지금 있냐. 한판 할까? 너도 껴서.

디트프리트 : 히이익...!

그림 속의 스노우 : 이놈이놈! 너무 그리 무섭게 굴지 말게!

그림 속의 화이트 : 하나, 이렇게까지 기대해 버렸으니, 반드시 듣고 싶구만!
어떤가!? 다함께 이 숲에서 캠프라도 하면서, 정령의 노래를 기다리는 건?

미틸 : 캠프!?

리케 : 여기서!? 꼭, 하고 싶어요!

아서 : 재밌어 보이는 아이디어네요, 화이트 님! 그렇게 하죠!



[텐트가 설치된 숲속/ 낮]

-그렇게 우리들은, 텐트를 치고, 가구를 준비해, 정령들의 노래를 기다리기로 했다.



[숲속의 다리 앞/ 밤]

무르 : 《エアニュー・ランブル》!

샤일록 : 어머, 근사하네요. 평온함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빛으로, 숲의 다리를 장식하니...

무르 : 예쁘지! 마음에 들었어?

샤일록 : 네.

콕로빈 : 와... 예쁘다... 이건 대체...?

샤일록 : 정령의 노래를 듣기 위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어요.

무르 : 한동안, 숲에서 지내면서, 정령이 노래하길 기다리는 거야!

콕로빈 : 정령의 노래... 그건, 저도 들을 수 있는 건가요?

무르 : 그럴지도!

콕로빈 : 들어보고 싶네... ...아, 그렇지!
죄송한데,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샤일록 : 뭘까요?

콕로빈 : 아내를 불러와도 될까요? 이런 광경을 보여주고 싶어서.

샤일록, 무르 : 하세요!

클로에 : 감사합니다! 얼른, 불러올게요!

샤일록, 무르 : ...

샤일록 : 그러고 보니, 인간들의 데이트 장소로는 딱 맞네요.

무르 : 로맨틱!
서비스해 주자! 저쪽 길에도, 불을 밝힐게!
《エアニュー・ランブル》!


[전등으로 꾸며놓은 숲속 /밤]

그림 속의 스노우 : 오오...!

그림 속의 화이트 : 예쁘구먼!

그림 속의 스노우, 화이트 : 무척이나, 예쁘네!

레녹스 : 정말이네. 익숙한 나무가, 다른 나무처럼 보이네요.

그림 속의 스노우 : 저 나무 부근, 한층 더 아름답구먼.

그림 속의 화이트 : 레녹스, 저쪽으로 데려가 주게.

레녹스 : 알겠습니다.

그림 속의 스노우 : 이렇게 눈을 부릅뜨고 있으면, 정령들의 모습까지 모일 것 같구먼.

그림 속의 화이트 : 얼른 정령의 노래를 듣고 싶구먼!

루틸 : 레녹스 씨!

히스클리프 : 스노우 님, 화이트 님!

루틸 : 와아, 멋있다! 꿈같은 풍경이네요...

그림 속의 스노우 : 히스클리프, 루틸.

그림 속의 화이트 : 두 사람은 뭘 하고 있었나?

레녹스 : 짐이 많네. 나도 들을게.

루틸 : 감사합니다. 러그랑 쿠션을 가져와 봤어요.

히스클리프 :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누워보고 싶어서요.

그림 속의 스노우, 화이트 : 재밌겠다~!

그림 속의 스노우 : 우리네도 뒹굴어도 되나?

그림 속의 화이트 : 그 옆에 나도 뒹굴어도 되나?

레녹스 : 나도 될까?

루틸 : 물론이죠! 다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보죠!

스노우, 레녹스, 화이트 : 와~!

히스클리프 : 될 수 있는 한, 어두운 곳을 찾자. 스노우 님, 화이트 님, 레녹스, 이쪽으로.

/

카인 : 헤에. 이 나무껍질은 가르면 끈으로도 쓸 수 있는 건가.

시노 : 추울 때나, 신발이 젖었을 때는, 발에 끼워서 신발 대신으로도 쓸 수 있어.

클로에 : 재밌겠다! 이런 봉제 신발이 있어도 좋겠네!

아서 : 두 사람은 도시 출신이니까.

카인 : 나는 어느 쪽이냐고 하면, 강가 출신이지만. 아서도 나무에 대해 잘 알아?

아서 : 시노 정도는 아냐. 이 나무의 껍질은 건조해 두면, 착화제 대신으로 쓸 수 있어.

시노 : 기름이 많으니까.

클로에 : 헤에... 똑같은 나무로 보이지만, 다 다르구나!
뭔가 근사해! 모두, 멋있어!

아서 : 멋있구나.

시노 : 그거 좋네.



[의자가 놓인 숲속]

네로 : 그러고 보니 양치기 군, 브래들리가 여기저기, 데리고 다녀서 미안해.

파우스트 : 레노가?

네로 : 응. 부탁을 했다는 것 같아.

파우스트 : 본인이 승낙했다면 상관없지만. 부탁하고 싶어지는 이유는 이해돼. 레노는 믿음이 가니까.

네로 : ...
그래 어차피, 나는 믿음이 안 가지... ...뭐, 애초에, 믿어주는 것도 어색해서, 상관없지만...

파우스트 : 갑자기, 왜 그래. 혼잣말을 하고.

네로 : ...
선생까지, 그런 말을 하니까.

파우스트 : 믿고 있어. 근데, 왜 네가 사과하는 거지?

네로 : 어?

파우스트 : 데리고 다닌 건 브래들리고, 데리고 다녀진 건 레노잖아? 네가 있는 위치는?

네로 : 아... 음, 뭐랄까... 나도 데리고 다녀진 쪽이니까...

파우스트 : 아, 그렇군. 그런 공감의 방식도 있는 건가. 공부가 되겠어.

네로 : ...
마쉬멜로 구웠어. 먹을래?

파우스트 : 고마워.

(걸어오는 소리)

레녹스 : 무슨 이야기 중이신가요, 파우스트 님.

파우스트 : 레녹스. 마침, 잘 왔어.
너는 믿음이 간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레녹스 : 믿음? 네로에게?

네로 : 뭐, 그런 거지.

레녹스 : 그렇게 말하면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는걸. 실은 한밤중에 냄비에 든 걸 먹은 적이 있어서...

네로 : 괜찮아, 괜찮아. 그 정도 누구나 하니까.

파우스트 : 다음부터는 배가 고픈 밤에는 내 방으로 오도록.
과자를 준비해 두지.

레녹스 : 어린아이처럼 대하시네..



[텐트가 설치된 숲속/ 아침]

리케 : 좋은 아침이에요. 어제도 정령의 노래는 들리지 않은 것 같네요.

디트프리트 : 죄... 죄송해...

리케 : 상관없어요. 이렇게 기다리는 만큼, 즐거움이 배가 되니까요.

미틸 : 리케, 와주세요. 레노 씨가 제 화분에 어울리게, 화단을 만들어 주신대요!

리케 : 마법관에? 좋겠다! 꼭 보러 가보죠!
디트프리트, 당신도 가실래요?

디트프리트 : 저... 저는, 어...

미틸 : 같이 가요!

디트프리트 : ...그럼, 갈까!

리케 : 네!

미틸 : 가요! 어떤 꽃 심는 게 좋을까요?

리케 : 벽돌색에 맞추고 싶어요!

디트프리트 : 벽돌 화단, 좋네요.



[텐트가 설치된 숲속/ 저녁]

미스라 : 《アルシム》

오웬 : 《クーレ・メミニ》

브래들리 : 《アドノポテンスム》


아키라 : 어? 와... 와아...!
뭐하시는 거예요!? 주마등, 부서져요!

미스라 : 제대로 노래해 달라고 압박하고 있어요.

오웬 : 할 생각 없어 보이니까.

브래들리 : 이런 타입의 주마등은, 엉덩이 때리면서 쫓아가야지.

아키라 : 그, 그만하세요! 디트프리트한테 빌려온 건가요?

미스라 : 네.

오웬 : 마법으로 재워서.

브래들리 : 제대로 의자에 앉혀놨다고.

아키라 : 아, 안된다니까요...! 괜찮으려나...? 부서지지 않았나...?

미스라 : 똑바로 해주세요.

오웬 : 똑바로 해.

브래들리 : 오늘 밤, 알고 있겠지.

아키라 : 겁주지 마세요...!



[텐트가 설치된 숲속/ 밤]

피가로 : 오늘 밤도 안 될 것 같네.

라스티카 : 그렇네요. 또 내일로, 즐거움이 늘어났네요.

무르 : 안녕!

카나리아 : 안녕하세요.

라스티카 : 무르. 카나리아. 안녕.

피가로 : 보기 드문 조합이네. 뭘 옮겨준 거야?

카나리아 : 방금 구은 피피스타치오요.

무르 : 짭짤해서 맛있어!

피가로 : 좋네, 이런 거. 술이 들어가겠어.

라스티카 : 따뜻한 와인이 마시고 싶어지네요.

샤일록 : 그럴 것 같아서, 기다렸어요.

라스티카 : 샤일록.

무르 : 건배하자, 카나리아!

카나리아 : 괜찮나요?

피가로 : 물론이지. 글라스 꺼내. 따뜻한 거라면, 머그잔이어도 좋지.

카나리아 : 담요 두르고, 머그잔으로 따뜻한 와인을 즐길 수 있다니, 최고네요.

샤일록 : 최고죠.

무르 : 위스키도 좋지. 스모키향이 나는 걸로.

피가로 : 레노가 갖고 있었어. 그런 거.

카나리아 : 레녹스 씨, 지나가지 않으시려나.



[텐트가 설치된 숲속/ 아침]

오즈 : ...
리케.

리케 : 왜요?
아, 스파이스가 될 열매가 마르기 시작했어요. 어떤가요?

오즈 : 어떻다, 는 건...

리케 : 깨물어봐 주세요.

오즈 : ...
맵다...

리케 : 간이 괜찮나요.

오즈 : 맵다...

리케 : ... 저도 조금...

오즈 : 그만둬라.

리케 : 괜찮아요.
...
매워...!

오즈 : 말했을 터다.

리케 : 매워...! 좀 더, 진심으로 말려주세요!

오즈 : 진심으로 그만둬라.

리케 : 늦어요!



[텐트가 설치된 숲속/ 저녁]

디트프리트 : ...
슬슬... 정령들이 노래할지도...

아키라 : 정말요!?

디트프리트 : ...
그렇게 물어보시면, 자신이 없어져요...

아키라 : 아아아...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는데...

디트프리트 : 저따위가 하는 말은, 믿지 않으셔도 되세요...

스노우 : 아니 아니, 그건 아닐세!

화이트 : 정령들의 기척이, 적당한 느낌으로 힐링해 있네!

스노우 : 오늘 밤에는, 노래하겠지!

디트프리트 : 와...

아키라 : 아싸!

아키라, 디트프리트 : 다행이다-!

스노우 : 호호호. 귀여운 아이들이구먼.

화이트 : 흐흠. 마법관에 다가오는 게 느껴지는구먼. 이건...

스노우 : 중앙의 왕궁 사람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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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마법관 정면/ 저녁]

스노우, 화이트 : 《ノスコムニア》

드라몬드 : 아, 아앗...!

빈센트 : 너희들은...!

드라몬드 : 갑자기 나타나지 말게! 깜짝 놀라잖는가!

스노우 : 호호호! 그대들, 최근 들어, 종종 찾아오는구먼!

화이트 : 때때로, 기척이 느껴지고 있네!
오늘은 커다란 짐을 들고, 무슨 일이지?

드라몬드 : 이건, 어 그게... 에헴. 중요한 책으로...

스노우 : 보여줘~!

화이트 : 보여줘~!

드라몬드 : 잠깐, 잠깐, 잠깐! 클로에는!? 클로에는 없는가!?

스노우, 화이트 : 클로에?

빈센트 : 그자에게 사정을 설명해 두었다. 이건 오늘, 궁정 장인이 방금 막 완성한...

스노우, 화이트 : 《ノスコムニア》

드라몬드 : 우왓...!

스노우 : 이건, 깃발...?

화이트 : 의상?

스노우, 화이트 : 반지?

클로에 : 아앗, 들켰다!

스노우 : 오, 클로에!

화이트 : 이건 대체, 어떻게 된 건가?

클로에 : 놀라게 해 주려고 했어. 하지만, 오늘 밤, 특별한 일도 일어나니까, 마침 잘 됐을지도!

클로에 : 《スイスピシーボ・ヴォイティンゴーク》!

(마법을 사용하는 소리)

스노우 : 와아...!

화이트 : 새로운 의상일세!


-나와 디트프리트가 달려오자, 새로운 의상을 몸에 두른 쌍둥이가 있었다.


아키라 : (와... 엄청, 화려하고 멋있고 예뻐...!)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클로에가 기쁘게 웃고 있다.


클로에 : 근사해! 엄청 잘 어울려!

스노우, 화이트 : 꺄꺄!


-클로에는 나를 눈치채고는, 들뜬 볼을 붉게 물들이면서, 자세를 고쳤다.


클로에 : 현자님, 정령의 노래를 듣기 전에, 모두를 불러도 될까?

아키라 : 모두를...?

클로에 : 응!


-클로에는 그렇게 말한 뒤, 쭈뼛거리며, 빈센트 씨의 팔을 끌었다.
나에게 소개하는 것처럼, 그를 향해, 손으로 가리킨다.


클로에 : 이분들로부터, 근사한 선물을 받았거든!


-빈센트 씨는, 놀란 듯이 눈을 깜빡이면서, 살짝, 볼의 긴장을 풀었다.
기쁘다는 듯이. 그리고, 소년처럼 당당하게.


[텐트가 설치된 숲속/ 저녁]

클로에 : 《スイスピシーボ・ヴォイティンゴーク》

(마법을 사용하는 소리)

아서 : 와...

(마법을 사용하는 소리)

시노 : 영웅 같네...

(마법을 사용하는 소리)

미스라 : 꽤, 괜찮은 옷이네요.

(마법을 사용하는 소리)

루틸 : 클로에의 신작? 대단해! 무척이나 근사해!

(마법을 사용하는 소리)

무르 : 이 깃발도 최고! 어디서 휘둘러? 하늘에서 휘둘러?

드라몬드 : 에헴! 정숙하게.
그럼, 빈센트 님...

빈센트 : 그래.
위대한 현자의 마법사들.
<위대한 재앙>이 일으킨 혼란과 슬픔을 이겨내고...
제군들이 보여준 지혜와 신기한 힘 덕분에, 이 세계에 새로운 질서와 평화가 찾아왔다.
이 공적을, 중앙의 나라를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고 싶다.
추후, 영웅 헌창식을 진행해, 그 위업을 치하하고 제군들에게 훈장을 수여하지.
또한, 식전에 맞는 의상과 세트인 반지를 선물하겠네.
이건 이쪽에 있는 클로에 콜린스가 디자인 한 것이다.

클로에 : 에헤헤.

빈센트 : 왕가 일동, 그리고, 중앙의 나라 모든 국민이, 제군의 헌신과 용기에 감사해하고 있네.
앞으로도 제군들과 함께, 평화로운 미래를 향하겠노라 맹세하지.

아서 : 숙부님... 감사합니다.

빈센트 : 그래.
그리고, 현자 공.

아키라 : 네...

빈센트 : 현자 공에게도 같은 의상과, 반지를 준비해 두었네.

아키라 : 네...?

빈센트 : 클로에, 부탁하지.

클로에 : 네!
《スイスピシーボ・ヴォイティンゴーク》


-클로에가 주문을 외우자, 내 몸이 희미한 빛에 둘러싸였다.
손끝도 부드러운 빛에 둘러싸여, 마치 약속의 손가락 걸기를 하는 것 같은 온기가 느껴졌다.
내 의상은 모두와 세트인 근사한 식전 의상으로 변하고, 손가에는 반지가 빛나고 있었다.
디트프리트는 나를 바라보고, 후드 아래로 감탄을 내보이고 있었다.


디트프리트 : 와... 예쁘다...


-나는 내 모습을 다시 보고, 두근거림과 닮은 고양감을 느꼈다.
이런 근사한 선물을 받다니, 생각도 못 했다.


아키라 : (기뻐...)
(모두와 같은 의상... 함께 맞춘 반지...)

드라몬드 : 현자님의 의상과 반지도 준비하자고 제안한 것은, 이 클로에입니다.
어떠십니까, 현자님. 마음에 드십니까?

아키라 : 네...! 무척이나, 엄청, 기뻐요!


-드라몬드 씨도, 빈센트 씨도, 상냥한 미소로 웃어주고 계셨다.
클로에는 싱긋 웃으며, 모두의 의상을 확인하고, 망가지지 않도록 고쳐주고 있었다.


콕로빈 : 와, 여러분, 멋있네요!

카나리아 : 무척이나, 잘 어울려요! 현자님도 세트시네요!

아키라 : 네! 자, 잘 어울리나요...?

콕로빈, 카나리아 : 잘 어울리세요!


-나는 꿈꾸는 것처럼 감격하고 있었다. 발가가 둥실둥실 떠올라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았다.


무르 : 현자님! 그들도 부르는 게 어때? 정령의 노래를 듣는 시간에!


-무르의 제안에, 나는 눈을 깜빡였다.
왜 그렇게, 쉽고 근사한 생각을, 떠올리지 못한 거지.
나는 빈센트 씨의 손을 양손으로 잡았다.


아키라 : 괜찮으시면, 함께 하실래요? 오늘 밤... 아마, 오늘 밤. 정령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을 거예요.

빈센트 : 정령의 노래?

아키라 : 네! 드라몬드 씨도, 콕로빈 씨도, 카나리아 씨도, 꼭, 함께 들어요!

콕로빈 : 그래도 되나요?

카나리아 : 저희도 함께...

아키라 : 두 분은 인간 중에서, 가장 처음으로, 마법사들에게 협력해 주셨어요.
그때, 엄청, 기뻤던 게 기억나요.
드라몬드 씨나, 빈센트 씨와는, 처음에 싸우기도 했지만...
이렇게 근사한 선물을 준비해 주셨어요.

드라몬드, 빈센트 : ...

아키라 :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은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으실래요?

드라몬드 : ...어떠십니까, 빈센트 님.

빈센트 : 나는 상관없다...

드라몬드 : 저는 좀, 들어보고 싶습니다. 정령의 노래라는 것을...

무르 : 그렇지!

콕로빈 : 그렇죠!

드라몬드 : 가, 같이 말하지 말게!

무르 : 호기심은 근사한 거야!

콕로빈 : 듣고 가시죠, 드라몬드 님!
분명, 평생 이야기할 신기한 체험이 될 거예요!


-평생 이야기할, 신기한 체험.
이 세계에 오고 나서, 어느 정도, 체험했을까.
담쟁이덩굴에 덮인 성과 마수.
아름다운 유성군과 이별.
그림책 속의 신기한 세계.
드래곤과의 만남과 무지개색 비.
그래도, 신기한 것들과 만날 때마다, 아이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기묘한 수수께끼의 정체를 파헤치고, 근사한 선물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진다.


아키라 : 아... 죄송해요, 멋대로...
여러분, 괜찮으세요? 정령의 노래를 들을 때, 콕로빈 씨와 다른 분들을 초대해도.

브래들리 : 딱히 상관없어. 닳는 것도 아니고.

아서 : 중앙의 왕가 사람으로서, 제게 친한 분들을 초대해 주셔서, 현자님께 감사드립니다.

네로 : 뭐... 요리도 과자도 잔뜩 있으니까.

아키라 : 감사합니다. ...디트프리트도 괜찮으세요?

디트프리트 : 네... 스파이스 버터 수프도, 잔뜩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샤일록 : 만약 괜찮으시다면, 맛있는 닭고기를 얻었는데, 수프에 사용해 주세요.

디트프리트 : 가... 감사합니다.

샤일록 : 부끄럼쟁이인 사랑스러우신 분. 당신의 비밀로 전해지는 맛이라는 것을, 기대하고 있어요.
특별하고, 자극적인 것이면 좋겠는데요... 디트프리트.

디트프리트 : 하... 하와...


-이렇게, 우리들은 정령의 노래가 밤의 숲에 울려 퍼지는 걸 기다리기로 했다.
마법사도, 인간도, 함께.



[텐트가 설치된 숲속/ 밤]

히스클리프 : 밤이 되었네...

시노 : 슬슬이려나. 오늘 밤이야말로 들려줘, 디트.

디트프리트 : 디트프리트...

시노 : 저 녀석, 국왕의 동생이야. 이렇게 일이 커졌는데, 들리지 않으면 큰일이니까.

디트프리트 : 그, 그런 말... 해도...

히스클리프 : 괜찮아, 디트. 몰아세우지 마, 시노. 그의 탓이 아니니까.

시노 : 알고 있지만, 단번에 들렸으면 좋겠다고 생각 안 할 수는 없잖아.

네로 : 디트, 됐어. 스파이스 버터 수프. 맛봐줘.

디트프리트 : 아, 네...

카인 : 카레 향 나지 않아?

라스티카 : 카레 향이네.

리케 : 대단해! 이 숲에서 모은 걸로 카레를 만들었네요!



[전등으로 꾸민 숲속/ 밤]

드라몬드 : 오오! 바클라바지 않습니까.

아서 : 그래. 네 고향의 과자라고 들어서, 오즈 님께 부탁드렸어.

드라몬드 : 이걸 오즈가? 아... 아니, 오즈 공께서...

오즈 : ...

리케 : 처음에는 네로와 함께 만들고 있던 것 같은데, 오늘은 거의 혼자서 만들고 있었어요.
시럽은 제가 부었어요!

오즈 : 그렇다.

아서 : 오즈 님은 과자를 만드실 수 있다고 말했는데, 드라몬드가 의심해서 말이지.
어때. 이걸로 믿을 수 있겠지?

드라몬드 : 하아... 정말이지, 훌륭한 완성체라...

리케 : 또 함께 만들어요!

오즈 : 그래.

아서 : 근데, 카인은 어디 간 거지?



[숲속에 있는 다리 앞/ 밤]

카인 : 이거야, 바클라바.

오웬 : ...

카인 : 먹지 않는 거야?

오웬 : 그거 말고 할 말 있잖아?

카인 : 나한테만 사과하라는 거야?

오웬 : 하지만, 의심했잖아. 나쁜 짓 한 건 너야.

카인 : 그럼, 눈은?

오웬 : ...

카인 : 내 눈을 빼앗은 건? 그걸 사과하지도 않고, 나한테만, 사과하라는 거야?

오웬 : ...나는 나쁜 마법사야. 너는 정의의 기사잖아?

카인 : 친구라면, 대등해지고 싶어.

오웬 : 너는 약하고, 나는 강한 마법사야.

카인 : 친구라면 상관없잖아.

오웬 : 친구 아냐.

카인 : 아 그래. 그럼, 나만 사과할게. 미안해. 오웬.

오웬 : ...

카인 : 우선, 먹어. 나는 달아서 많이 못 먹겠어.

오웬 : 그럼, 내 거야.

카인 : 그렇네.

오웬 : ...
사과하지 않아도 돼.
나도 사과 안 하니까, 사과하지 않아도 돼. 그러니까...

카인 : ...

오웬 : 조금 더, 여기 있지 그래?

카인 : ...
...뭐, 그 정도라면.

/

루틸 : ...

브래들리 : 여어.

루틸 : 브래들리 씨. 버터 치킨 카레, 드셨나요?
카레가 아니었지. 닭고기가 들어간 스파이스 버터 수프.

브래들리 : 치킨 먹는 건 나중이다.

루틸 : 네!? 브래들리 씨가!?

브래들리 : 와라. 안아보자고.

루틸 : 좋지만...

브래들리 : ...읏.

루틸 : 와...

브래들리 : ...고맙다.
네 덕에, 그 녀석의 영혼은 자유로워졌어.

루틸 : ...브래들리 씨...?

브래들리 : ...
치킨 카레 먹고 올게. 여하튼, 감사하고 있어. 간다.

루틸 : 아, 네...
무슨 일이지? 그 녀석이라니 대체...

레녹스 : 일방적인 남자야. 저걸로, 알아채라는 건 무리지.

루틸 : 레노 씨...

레녹스 : 내가 설명할게. 오늘, 앰브로즈한테서, 손 편지가 왔어.

루틸 : 앰브로즈 씨? 시인 앰브로즈 씨요? 지인이셨군요.

레녹스 : 브래들리가 감옥에서 만난 친구가, 앰브로즈한테 유언을 남겼다고 관청 직원한테 들어서, 전달받았어.
브래들리의 친구는 란돌프라고, 독서가인데, 시도 지었다는 것 같아.

루틸 : 감옥 안에서, 시를...

레녹스 : 응. 그 시가, 중앙의 시인 모임에서 소문이 나서, 몇 번인가 시인이 찾아왔다는 것 같아.
그래서, 앰브로즈씨랑 알게 됐는데....
시집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점점 몸이 약해져서... 얼마 전, 돌이 되었다는 것 같아.

루틸 : 저런... 그러셨군요...
하지만... 브래들리 씨가 고맙다고 하신 건 무슨 의미였나요?
앰브로즈 씨는 알지만, 란돌프 씨는 전혀 몰라요.
감사 인사를 들을 일은...

레녹스 : 얼마 전, 앰브로즈랑 연시를 만들었지?
실은 전반 두 행은, 앰브로즈가 아니라, 란돌프가 생각한 거였어.

루틸 : 어?

레녹스 : 앰브로즈는 사과했어. 멋대로 그런 짓을 해서 미안하다고.
란돌프는 앰브로즈랑만 연시를 만들어 봤으니까.
그래서, 적어도 마지막에는, 다른 시인과 연시를 만드는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는 것 같아.

루틸 : 그러셨군요...
그런데, 저, 실패해 버려서...

레녹스 : 실패하지 않았어. 실패가 아니라, 루틸은 그를 구해줬어.

루틸 : 구해줘요...?

레녹스 : "차가운 석벽에 등을 기대고, 메마른 손가락을 더듬는 여행의 끝자락"
이건, 감옥 속에서 죽어가는 자기 인생을 시로 읊은 거야.
그런데, 루틸은 돌벽을 절벽이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이어갔지.
"붉은 흙 절벽 위 하늘에 큰 매가 날고, 끝없이 펼쳐진 대지를 내려다본다."
감옥에서 끝나는 인생을 읊은 시가, 남쪽의 나라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큰 매의 시가 된 거야.
남쪽의 나라에서, 붉은 흙의 절벽이 익숙한 루틸이니까, 지을 수 있던 시야.
루틸은 그의 얼굴도 모른 채로, 시와 말로, 그를 구원한 거야.
그래서, 브래들리는 고맙다고.

루틸 : 제 시가...
...저, 실패해서, 이상한 말을 써서, 흠칫하게 만든 건줄...

레녹스 : 충격이었겠지. 한시라도 빨리 보여주려고, 서둘러서 감옥으로 향했다고 적혀있었어.
란돌프는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고 해.
죽기 전에, 한 번 더, 하늘을 날 수 있었다고.

루틸 : ...란돌프 씨...
그러셨군요... ...기뻐요.
뭐가 기쁜 건지 모르겠지만, 말로 누군가와 이어질 수 있어서, 행복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런 기적이 기뻐요.
"차가운 석벽에 등을 맡기고, 메마른 손을 더듬는 여행의 끝자락, 붉은 절벽 위 하늘에는 큰 매가 날고,
끝없이 펼쳐진 대지를 내려다본다."
...이 시, 소중히 여길게요. 란돌프 씨...
고마워요. 안녕히 가세요... 당신의 영혼에 축복을...
《オルトニク・セトマオージェ》


[주마등이 놓인 숲/ 밤]

디트프리트 : ...

아키라 : (아... 디트프리트. 걱정스럽게 주마등을 보고 있어.)
(내가 괜히 일을 크게 만들어서, 정령들이 제대로 노래할지 어떨지, 걱정하고 있는 거겠지...)
디트프리트.

디트프리트 : ...현자님...

아키라 : 괜찮아요. 만약, 노래가 들리지 않아도, 당신 탓이 아니에요.
세트로 입은 옷에 들떠서, 멋대로, 모두를 모은 건, 저니까요...

디트프리트 : 좋죠. 세트로 입은 옷... 동료... 같아서.

아키라 : ...디트프리트는, 집이 어디에 있나요? 같이 사는 사람이라든가...

디트프리트: 없... 어요... 저는 혼자가 좋... ...좋지도 않긴 하지만...
사람과 있는 게, 어색하다고 할지...

아키라 : 죄송해요... 괜히 말려들게 해서, 사람도 많은데...

디트프리트 : 아... 아, 아니에요...! 지금은 그, 싫다든가, 그렇지 않고...
여기는 떠날 곳이니까...

아키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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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주마등이 놓인 숲/ 밤]

디트프리트 : 또, 방문하게 될 수도 있지만, 일단은, 떠날 수 있잖아요.
그런 점은, 싫지 않아요.

아키라 : ...어째서, 혼자가 좋은 건가요?
디트프리트은 무척이나, 친절하고, 상냥하고... 누군가와 생활하는 걸, 잘하실 것 같은데.

디트프리트 : 잘한다고 하면... 잘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저... 적당히를 몰라서요.

아키라 : 적당히?

디트프리트 : ...너무 이어지고 싶어 해서... 기대에 응하기만 하고, 그렇다고 할지, 기대에, 배신할 수가 없어서...

아키라 : ...

디트프리트 : 어... ...태어나서부터 계속, 같은 사람과 살아왔어요.
그 사람의 기대에, 계속해 부응하고, 안심시켜 주는 게, 제 임무라...

아키라 : ...누군지, 물어봐도 되나요?

디트프리트 : 어머니...
제 어머니는, 제가 마법사라는 걸, 들키는 게, 계속... 두려우셨어요.
들키지 않는다고, 안심시켜 드리는 것이, 제 인생의, 전부인 느낌... 이었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그... 그건 후회하지 않아요. 있는 힘껏, 기대에 부응해... 안심시켜 드렸고.
...하지만, 제 슬픔은, 그녀의 슬픔이고, 그녀의 기쁨이, 제 기쁨이었으니까...
저는... 저만의 기쁨을, 알고 싶어졌어요.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거나... 누군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가 아닌 저 자신을 기쁘게 만들어 주기 위해...
그렇게 생각하고... 고향을 떠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시노를 만났어요.
저는 어머니와 너무 이어져 있었죠. ...하지만, 시노는 누구와도, 너무 이어져 있지 않아서...
그것도, 하는 수 없지 싶어서... 부모를 대신할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망설이고 있었더니, 도망가 버렸지만요...

아키라 : 그러셨군요...

디트프리트 : ... ...가끔, 누군가와, 마음을 잇고 싶어져요.
누군가가 제게, 바라는 게 있기도 하면, 제가 누군가에게 바라고 싶어지기도 해서...
하지만, 저는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정말 좋아하는 사람도, 자유로웠으면 해서, 마음은 잇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고독하고... 고독은, 자유.
누구에게도, 민폐를 끼치지 않고 혼자서,  책임을 지죠.

아키라 : ...

디트프리트 : ...외로울 때도 있어요.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한 채로, 혼자 돌이 되다니...
그런 미래에, 오열할 정도로 울기도 했지만...
예쁜 꽃을 발견하거나, 오랜만에 비가 그친 순간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순간도.
호된 괴로움이 이어져, 끝이 보이지 않을 때, 누군가가 곁에 있고, 힘내라고...
잘하고 있다고... 구해주러 왔다고, 이제 괜찮다고.
그런 소리를 듣고 싶을 때도 있지만, 하지만, 분명, 그런 순간...
제 마음은, 엉망진창으로 녹아버리고...
누군가와 섞여서, 떼어낼 수 없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건, 분명, 엄청, 기분 좋고... ...저는 또, 저를 잃고...
갑갑하지만, 안심하고,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아키라 : ...

디트프리트 :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달콤하고, 무서운... 느낌.
누군가와, 마음을 이어도, 똑바로 걸을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하지만... 저는 할 수 없어요. 전부 주고 싶어지고, 전부... 원하게 돼요.
저는 마법사라 다행이에요. 오래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녀가, 죽을 때까지, 그녀를 위해, 살았어요... 지금은, 저를 위해 자유롭게 살고 있어요.
...현자님, 인간은 생이 짧으니, 어렵네요.
인간을 위해서만 살면, 자신이 있을 곳을, 잃어버리게 되고...
저를 위해서만 살면, 누군가와, 마음을, 이을 수도 없고.
어느 쪽이 정답인지, 어느 쪽이 오답인지가 아니라...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질문이었다.
어떻게, 살고 있을까.


디트프리트 : ...너무 갑갑하거나, 외롭지는 않나요...?
저희들, 마법사와 다르게 인간은 솜씨가 좋으니까...
잘, 어찌저찌, 살아가고 있는... 느낌일까요.

아키라 : 저... ...저는...
어떨까요... 기대에 부응하고 싶을 때도 있다면... 저를 우선시하고 싶을 때도 있어서...
누군가가 정하지 않았으면 하는 때도 있다면, 제게 정하라고 안 했으면 하는 때도 있고...
빼앗기는 것도 싫지만, 빼앗는 쪽에 있는 것도 싫어서...
그럼, 원하는걸, 어떻게 손에 넣죠?
소중한 것을, 어떻게 지키는 거냐고. 한 소리 들어도, 잘 모르겠어서...
각오를 다진 사람들이, 손을 더럽히길, 가만히 보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은데...

디트프리트 : ...

아키라 : ...저는 분명, 자유도 이어지는 것도 원해요.
고독해질 각오는 없는데 자유를 원하고...
자유롭지 못 한건 싫어하면서, 누군가와 이어지고 싶어.
왕처럼 제멋대로. ...하지만, 모두가 그럴지도 몰라요.

디트프리트 : 그렇네요, 그렇죠.
그래서... 힐링되는... 정도가 딱 적당할지도 몰라요.

아키라 : 힐링, 기억하셨네요?

디트프리트 : 좋은 말이니까...
...같은 장소에 있고, 어쩐지, 편안하게,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서...
원할 때, 떠날 수 있고, 남는 쪽도, 말리지 않아요.
그저, 마음 편한 시간이라는 기억만이, 달빛처럼 남아서...


-그 순간, 둥실, 디트프리트의 주마등이 빛났다.


디트프리트 : 아... 슬슬...

시노 :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디트프리트의 상태를 눈치채고, 시노가 다가온다.


디트프리트 : 응.


-아서도 마찬가지로, 이쪽을 향해 걸어온다.


아서 : 현자님, 시노, 정령의 노래가 시작될 것 같나요?


-아서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끄덕였다.
그는 미소를 보이며, 숲에서 쉬고 있는 모두를 부른다.


아서 : 모두! 슬슬, 정령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아서의 목소리에, 각자의 장소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사람들도 모이기 시작한다.
그 장소에서 움직이지 않고, 멀리서, 주마등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령의 주마등이, 은은하게 빛을 발한다.
밤하늘과 조화를 이루듯이 조용한 숲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무수한 보석을 흩뿌려 놓은 듯이 별들은 밤하늘에 반짝이고 있었다.
나무들 사이를 오가는 바람이, 그 빛을 지상으로 초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별빛을 받은, 숲의 초록 잎은, 조용히 반짝이고, 나무 기둥에는 자잘한 그림자가 비친다.
공기는 맑게 개어, 꽃의 향과 습기를 머금은 밤이슬이 심호흡할 때마다 가슴 안쪽을 가득 채웠다.
탁 트인 장소에, 주마등을 두고, 디트프리트가, 모두를 바라본다.
그리고, 속삭이듯 말한다.


디트프리트 : 그럼... 들어주세요.
《エイムラプ·ニシュリーンズ》


-디트프리트가 주문을 외우자, 주마등이 희미한 빛에 둘러싸였다.
주마등이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한다. 부드럽게 발하는 빛이, 밤의 숲의 풍경을 돌며, 흔들리고 있었다.
주마등에 들어온 황금빛 불꽃은, 별들에 호응하듯이, 눈부시게 빛을 발했다.
그림자 같은 나뭇잎을 밝히고, 하나씩, 하나씩, 잎맥을 마치, 별자리처럼 만든다.
이윽고, 주마등이 커졌다. 빛은 보다 크게, 따스함을 더하며, 신기한 세계로 숲을 감싼다.
그리고, 정령의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서 : ... 이 선율은...

리케 : 이 노래... 어쩐지, 무척이나, 익숙한 것 같아요.

아서 : 혹시... 중앙의 정령이 노래하고 있는 걸까.

카인 :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리운, 옛날의 소꿉친구를 만나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어.

아서 : 오즈 님...

오즈 : 그래. 중앙의 정령들의 기척이다.

리케 : ...아름다워... 마치, 아침 기도 시간을 음악으로 한 것 같아요.

아서 : 응...
나도 성에서 빗자루를 타고 날아올라, 왕도의 풍경을 내려다보는 듯한 기분이야.

카인 : 나도 어쩐지, 기사단에 있었을 때의 추억이 떠오르네.
청렴하고, 자세를 고쳐잡게 되는 느낌이야.

아서 : 오즈 님은요? 무언가, 떠오르는 풍경이 있으신가요?

오즈 : ...
보검을 손에 쥔, 네 모습인가.


-정령이 연주하는 선율은, 머나먼 별에서 내리쬐는 빛처럼, 늠름하게 울려 퍼졌다.
마음 깊숙한 곳에, 신념을 밝히는 듯한 음색이, 아름답게 전해진다.
사람들의 미래를 지켜보는, 영웅의 각오까지 깃든 노랫소리였다.
노랫소리에 호응하듯이, 갑자기 램프의 빛이 세기를 더했다.


콕로빈 : 아...! 램프의 빛이 부서져서, 밤하늘로 올라간다...!

카나리아 : ...,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까... 작은 빛 조각이, 별똥별 같아...

콕로빈 : 어두운 숲에도, 작은 빛이 떠 있어. 숲과 밤하늘이 구별되지 않을 것 같네...


-콕로빈 씨와 카나리아 씨의, 작은 중얼거림은, 기적을 마주한 감격에 전율하고 있었다.
램프가 만들어낸 별들이 하늘에서 땅으로, 땅에서 하늘로, 반복해 교차하고 있었다.
하늘과 숲이, 마치 하나의 커다란 악보로 묶여있는 것 같았다.


콕로빈 : 엄청나... 엄청나, 카나리아...

카나리아 : 네... 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요...


-몇명의 마법사들이,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마법사의 몸이, 둥실 하늘로 떠오른다. 작은 웃음소리가 별들 사이에 녹아든다.


드라몬드 : 빈센트 님... 마법사들이 춤추며, 밤하늘로 날아올라 가고 있습니다...
아아... 아서 님... 어쩜 이리 아름다우신지...

빈센트 : ...보고 있다.

드라몬드 : 이건, 뭐라고 말씀드릴지...
자연스럽게 몸이 춤추기 시작하게 되는 선율입니다...

빈센트 : ...
그래. 그렇군...


-바람이 옮겨온 달콤한 향 속에서, 밤에 핀 꽃들 사이로 빛의 알갱이가 반짝인다.
우주에 떠 있는 듯한 아름다움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 순간, 중앙의 마법사들이, 주마등이 놓인 장소로 모여들었다.
경의와 감사를 나타내듯, 친구를 응원하듯, 주문을 외운다.


아서 : 《パルノクタン・ニクスジオ》

카인 : 《グラディアス・プロセーラ》

리케 : 《サンレティア・エディフ》

오즈 : 《ヴォクスノク》


-그들의 주문이 울려 퍼지자, 빛의 알갱이가 숲의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해, 커다란 별을 그렸다.
주문을 외운 오즈는, 순간 잠에 들 뻔했지만, 카인과 아서가 지지해 줘 몸을 일으켰다.
숲에 깃든 별과 같은 빛은, 보는 자에게 희망을 맡기는 것만 같은, 눈부신 반짝임을 발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조용히, 하나의 유대로 이어지는 듯한, 미래로의 기도가 가득했다.
이윽고, 노랫소리는 조용히 사라졌다.
정적 속, 자연스럽게, 작은 박수와 갈채가 터져 나왔다.
마법사들도, 인간들도, 말로 많은 것을 말하지 않고, 근사한 시간을 맛보고 있다.
디트프리트는, 몸을 숙여, 귀를 주마등에 가까이한다.
그리고, 등을 펴고 이렇게 말했다.


디트프리트 : 이어서... 들어주세요.
《エイムラプ·ニシュリーンズ》


-디트프리트가 주문을 외우자, 주마등이 다시 희미한 빛에 둘러싸였다.
방금전과 마찬가지로, 주마등이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한다.
부드럽게 퍼지는 빛이, 밤의 숲 풍경을 돌며, 흔들리고 있다.
신록처럼 풋풋한 빛깔의 불꽃이, 숲의 풀과 꽃에 호응하듯이, 다정한 불빛을 발했다.
그림자 같은 나뭇잎을 밝히고, 사람들의 삶을 닮은 따스한 웅성거림이, 주위에 가득했다.
이윽고, 주마등이 커졌다. 빛은 보다 크게, 따스함을 더하며, 신기한 세계로 숲을 감싼다.
그리고, 정령의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루틸 : 어... 이 노래는...

미틸 : 이거...! 분명, 남쪽의 정령분들 노래예요! 맞죠...!?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 정말이네... 남쪽의 토지의 기척이 느껴져.
신기한 감각이네. 중앙의 나라 숲에서, 이렇게나 남쪽의 공기에 잠기다니...

미틸 : 저... 어쩐지, 두근거려서, 기운 나기 시작했어요!

루틸 : 나도!
침대에 누워 시작된 수다가 무르익어서, 잘 수 없게 된 때 같은 기분.

미틸: 키우던 화단에, 새로운 싹이 잔뜩 나온 걸 발견한 기분!

레녹스 : 그렇네... 하루의 끝과 같으면서, 시작인 것 같기도 해.
루틸, 미틸.
우리도 춤추자.

루틸, 미틸 : 네!

미틸 : 선생님도! 오세요!

피가로 : 응.
같이 있을게.


-웃음소리와 함께 달려 나간 형제가,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낮의 열기를 방금 막 식힌 것 같은 건조한 바람이, 두 사람의 망토를 펄럭인다.
정령이 연주하는 선율은, 멀리서 들리는 허밍처럼 부드럽다.
순간, 멈춰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어지는, 따뜻한 선율이 마음에 녹아든다.
결코 화려하지는 않은, 하지만, 분명히 살아있는 자 모두를 감싸는 노랫소리다.
노랫소리에 호응하듯, 램프의 빛이 세기를 더했다.


콕로빈 : ...으,... 바람이...!

카나리아 : 아... 바람을 타고 빛이... ...저건, 꽃잎...!?

드라몬드 : 램프의 빛이 꽃처럼 흩어져, 숲에 내리고 있어...

빈센트 : ...!
드라몬드, 네 발밑에서 꽃이 피기 시작했다.

드라몬드 : 예!? 하... 빈센트 님의 발밑에도...!

카나리아 : 귀여운, 작은 꽃... 이것도 주마등의 마법이려나...?


-마법사들한테서도, 꽃이 피어나듯 감탄한 목소리가 피어났다.
이윽고, 빛은 숲을 빛나는 화원으로 만들어, 공기 중에는 희미한 달콤함이 떠다녔다.
램프가 만들어낸 꽃바람이 하늘에서 땅으로, 땅에서 하늘로, 반복해 교차한다.
그 순간, 남쪽의 마법사들이, 주마등이 놓인 장소로 모이기 시작했다.
친애를 보이듯, 유대와 생명을 확인하듯, 주문을 외운다.


루틸 : 《オルトニク・セトマオージェ》

미틸 : 《オルトニク・セアルシスピルチェ》

레녹스 : 《フォーセタオ・メユーヴァ》

피가로 : 《ポッシデオ》


-그들의 주문이 울려 퍼지자, 빛의 알갱이가, 숲의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커다란 꽃 모양을 그려나간다.
그건 단순한 빛이 아닌, 보는 자를 온기로 감싸는 듯한, 상냥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조용히, 하나의 대지로 되돌아가는 듯한, 우애를 향한 기도가 가득했다.
이윽고, 노랫소리는 조용히 사라졌다.
정적 속, 자연스럽게, 작은 박수와 갈채가 터져 나왔다.
마법사들도, 인간들도, 누군가와 함께 보내는 행복의 여운을 맛보고 있다.
디트프리트는, 몸을 숙여, 귀를 주마등에 가까이한다.
그리고, 등을 펴고 이렇게 말했다.


디트프리트 : 계속해서... 들어주세요.
《エイムラプ·ニシュリーン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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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주마등이 놓인 숲속/밤]

-디트프리트가 주문을 외우자, 주마등이 희미한 빛에 둘러싸였다.
다시 한번, 주마등이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한다.
부드럽게 퍼지는 빛이, 밤의 숲의 풍경을 돌며, 흔들리고 있었다.
환상 같은 희푸른 빛의 불꽃이, 숲의 나무들과 호흡하는 것처럼, 시원한 빛을 발했다.
동시에, 주위에 옅은 안개가 끼기 시작한다. 차갑고 습한 공기가 숲을 가득 채운다.
어디서인가 들려오는 희미한 물소리가, 숲 전체에 숨어있는 생명의 기척을 알린다.
이윽고, 주마등이 커져, 희미한 빛이 안개 속에 펼쳐졌다.
습한 공기 속, 빛이 물방울에 반사돼, 잎과 이끼가 희미하게 반짝인다.
그리고, 정령들의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시노 : ...이 기척...

히스클리프 : 선생님, 이 노래는...

파우스트 : 응. 동쪽의 정령이 노래하기 시작한 것 같아.

네로 : 알지. 익숙한 기척이야.

시노 : ...안개에 스며드는 듯한...

히스클리프 : ...오래된 큰 나무와 같이, 키가 하늘까지 자라는 듯한...

파우스트 : ...어두운 그림자에 섞이는 듯한...

네로 : ...물 아래로 가라앉는 듯한...

시노 : ...

히스클리프 : ...

파우스트 : ...

네로 : ...


-동쪽의 마법사들도, 둥실, 어두운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어렴풋이 빛나는 달빛 아래, 조심스레, 엄숙한 춤을 추고 있다.


디트프리트 : ... ...


-젖어서 반짝이는 커다란 나무의 그림자에서, 디트프리트도,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정령이 연주하는 선율은, 숲을 감싸는 빛이 속삭이는 것처럼 울려 퍼졌다.
마음 깊은 곳에 고독을 밝히는 음색이, 피부와 마음에 직접 닿는 것 같았다.
환상적인 이슬 안에서, 까만 어둠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불온한 음색을 품고 있는 노랫소리.
주위 정적을 한층 더 짙게 만들며, 갑자기 램프의 빛이 세기를 더했다.


콕로빈 : 아... 안개 방울이, 금과 은처럼 빛나서, 하늘로...

카나리아 : ...빛나는 얇은 실이, 숲에 내려오는 것 같아.

콕로빈 : 안개도 희미하게 빛나고 있어. ...뭔가, 조금 무서운 것 같기도...

카나리아 : 하지만, 아름다워...

드라몬드 : 오... 램프 불꽃의 움직임에, 안개의 빛이 호응하고 있는 건가...
마치, 숲 전체가, 조용히 숨 쉬는 것 같습니다...

빈센트 : ...동쪽의 숲은, 이렇게나 생물의 기척이 짙은 건가...
사람이 불러들이면서도, 어딘가, 거부하는 듯한, 불온함이 섞여 있어...

콕로빈 : ...무서운 듯한...

드라몬드 : 조용히 슬픔이 느껴져 진정되는 듯한...


-다른 마법사들도, 침묵한 채로, 조용히 몸을 흔들고 있었다.
빛과 안개가 아름답고도, 다가가면 사라질 듯한 허무함이었다.
램프가 만들어낸 빛나는 안개가, 섬세한 모양을 그리면서, 떠돈다.
그 순간, 동쪽의 마법사들이, 주마등이 있는 장소로 모이기 시작했다.
예의를 갖추듯, 고독 속 평온을 지키듯, 주문을 외운다.


시노 : 《マッツァー・スディーパス》

히스클리프 : 《レプセヴァイヴルプ・スノス》

네로 : 《アドノディス・オムニス》

파우스트 : 《サティルクナート・ムルクリード》


-그들의 주문이 울려 퍼지자, 안개가 단번에 빛을 모아, 숲 전체가 희미한 푸르름과 은빛의 반짝임에 둘러싸였다.
그 빛은, 숨을 죽일 정도로 아름답고 슬플 정도로 고고한 반짝임이었다.
숲 안쪽에서 뭔가가 각성하는 듯한 여운과 젖어있는 정적으로 가득했다.
이윽고, 노랫소리는 조용히 사라졌다.
정적 속, 자연스럽게, 작은 박수와 갈채가 터져 나왔다.
마법사들도, 인간들도, 말로 많은 것을 말하지 않고, 근사한 시간을 맛보고 있다.
디트프리트는, 몸을 숙여, 귀를 주마등에 가까이한다.
그리고, 등을 펴고 이렇게 말했다.


디트프리트 : 계속해서... 들어주세요.
《エイムラプ·ニシュリーンズ》


-디트프리트가 주문을 외우자, 주마등이 희미한 빛에 둘러싸였다.
다시 한번, 주마등이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한다
부드럽게 발하는 빛이, 밤의 숲의 풍경을 돌며, 흔들리고 있었다.
유혹하듯, 소극적으로 흔들리던 불꽃이, 점점 대담함을 더해간다.
어둠의 숲을 화려하게 금과 홍의 세계로 물들었다.
빛은 그저 밝기만 한 게 아니었다. 도발하듯이, 눈을 빼앗듯이, 정열적인 격렬함을 갖추고 있었다.
숲 전체가 불꽃에 둘러싸여 춤추는 것처럼, 환영을 연주한다.
부드러운 과일같은 향이 주위에 펼쳐져, 감미로운 흥분을 제공해 사람들의 정신을 빼앗아간다.
그리고, 정령의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르 : 죄고야! 몸이 불타는 것 같아!

샤일록 : 어쩜 이렇게 관능적인 흔들림일까요.

클로에 : 두근거려서, 열이 오를 것 같아.

라스티카 : 근사한 밤이야!

무르 : 자, 함께!

샤일록 : 네.

클로에 : 춤추자!

라스티카 : 응. 나를 마음대로 해줘.


-서쪽의 나라 마법사들이, 밝은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빛과 소리가 최고조에 달해, 위험하고, 감미로운, 매력적인 댄스가 시작됐다.
그들이 춤출 때마다, 붉은색과 금빛, 은빛이 날아가, 이윽고 꽃잎이 되어 간다.
보면 안 될 것을 보는 듯한, 호기심을 멈출 수 없는 듯한, 욕망과 애집의 반짝임.
불꽃의 꽃잎은, 서쪽의 마법사들과 함께 춤춰, 그들의 몸을 안달 나게 했다.
갑자기 램프의 빛이 세기를 더했다.


콕로빈 : 이렇게 격할 수가...

카나리아 : 하면 안 될 것을 하는 것처럼, 두근거리네.

드라몬드 : 이게 서쪽의 마법사...

빈센트 : 조금... 자극이 강한 건 아닌가?


-다른 마법사들도, 이끌리듯 몸을 흔들고 있었다.
불꽃의 꽃잎은 보석처럼 반짝여, 밤의 숲을 보석상자처럼 만들었다.
램프가 만들어 낸 불꽃이, 대담한 모양을 그리며, 떠돌았다.
그 순간, 서쪽의 마법사들이, 주마등이 놓여진 장소로 모여들었다.
유혹하듯, 그들의 정열로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처럼, 주문을 외웠다.


무르 : 《エアニュー・ランブル》

클로에 : 《スイスピシーボ・ヴォイティンゴーク》

라스티카 : 《アモレスト・ヴィエッセ》

샤일록 : 《インヴィーベル》


-그들이 주문을 외우자, 불꽃의 꽃잎이 단번에 빛을 모아, 숲 전체가 빨강과 노랑의 빛으로 둘러싸였다.
그 빛은 숨을 죽일 정도로 아름답고, 멍때릴 정도로 매혹적인 반짝임이었다.
숲 안쪽에서, 몸 안쪽이 저리는 듯한 여운과 고요함이 차오른다.
이윽고, 노랫소리는 조용히 사라졌다.
정적 속, 자연스럽게, 작은 박수와 갈채가 터져 나왔다.
마법사들도, 인간들도, 말로 많은 것을 말하지 않고, 근사한 시간을 맛보고 있다.
디트프리트는, 몸을 숙여, 귀를 주마등에 가까이한다.
그리고, 등을 펴고 이렇게 말했다.

디트프리트 : 계속해서, 들어주세요...
《エイムラプ·ニシュリーンズ》


-디트프리트가 주문을 외우자, 주마등이 희미한 빛에 둘러싸였다.
다시 한번, 주마등이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한다.
저녁어둠과 같은 보라색의 불꽃이, 밤의 숲의 풍경을 돌며, 흔들리고 있었다.
그다음 순간, 어둠을 가르는 칼날 같은, 얼어붙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키라 : ...!?

디트프리트 : ...으, 와아...!


-눈과 얼음 알갱이가 소용돌이쳐, 눈을 뜨고 있는 게 어려울 정도였다. 바람 속에, 날카로운 살의 같은 의지가 느껴진다.
이 감각을, 잊을 리가 없다.
이윽고, 주위 풍경을 얼게 만든 바람이 멈추고, 정령의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미스라 : ...아.
좋네요.

오웬 : 기다리다 지쳤어.

브래들리 : 나쁘지 않네.

그림 속의 스노우 : 아름답고도, 예리한 선율일세.

그림 속의 화이트 : 차갑고 뜨거운, 북쪽의 피가 끓는구먼.

미스라 : 날뛰고 싶네요.

오웬 : 나도.

브래들리 : 할까, 형제.

그림 속의 스노우 : 그대들... 가만히 음악감상을 해줄 수는 없나.

그림 속의 화이트 : 다른 나라의 마법사들을 보고 배워야겠구먼.

그림 속의 스노우 : ...라고 평소처럼 잔소리하고 싶네먼...

그림 속의 화이트 : 오늘 밤만큼은, 우리네도 함께하겠네!


-쌍둥이가 긴 그림자를 데리고, 그림에서 나온다.
북쪽의 나라 마법사들이, 얼어붙은 밤하늘로 날아오른다.
흰 숨을 뱉으며,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마법을 사용하며, 힘차게 날아 춤춘다.
정령이 연주하는 음색은 얼음이 부서질 듯한 날카로움과, 어딘가 장엄하고, 흔들림 없는 울림이 깃들어 있었다.
소리의 파도가 번질 때마다, 얼음 결정이 반짝이고, 별빛이 지상에 떨어지는 광경이었다.
자연이 가진 힘을 증폭시키며, 갑자기 램프는 빛의 세기를 더했다.


콕로빈 : ...으, 또, 바람이...! 카나리아, 물러나...!

카나리아 : 하지만... 당신 봐봐! 눈이 반짝이면서, 밤하늘로 올라가고 있어.
...으... 얼어버릴 것 같지만, 어쩜 이렇게 아름답지...

빈센트 : 얼음의 입자가 흩날리고 있어...
마치, 반짝이는 별의 무리가, 밤하늘에 모양을 그리고 있는 것 같군.

드라몬드 : 그렇습니다! 빈센트 님의 말씀대로입니다...!

콕로빈 : 별빛이, 바로 옆에서 보이는 것만 같네요...

카나리아 : 반짝거리는 게, 무척이나 예뻐...!!


-다른 마법사들도, 이끌리듯이 몸을 흔들고 있다.
세빙 같은 빛이 하늘을 난다. 그건 차갑고도 험난한 것이면서도, 고결하고 숭고한 위엄을 지니고 있었다.
그 순간, 북쪽의 마법사들이, 주마등이 놓여진 장소로 모여들었다.
긍지를 가슴에 내걸듯 위협하며, 약한 적을 물리치고 강한 적을 원하는, 조용히 표호하듯 주문을 외웠다.


미스라 : 《アルシム》

오웬 : 《クーレ・メミニ》

브래들리 : 《アドノポテンスム》

스노우, 화이트 : 《ノスコムニア》


-그들이 주문을 외우자, 강한 바람이 다시 한번 숲을 지나가, 눈 알갱이를 커다란 파도처럼 흔들었다.
별이 반짝임을 더해, 녹아가는 눈의 결정을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다.
이윽고, 노랫소리는 조용히 사라졌다.


아키라 : (엄청 나...)
(어떤 곡도, 전부, 엄청났어...)
(이게 정령의 노래...)



[밤하늘]
-이렇게, 우리들은 오개국 정령의 노래를 전부 들었다.
인간도, 마법사도, 주인도, 손님도, 평온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자, 무르가 달을 가리켰다.


무르 : 봐봐!


-올려다보니, 달과 같은, 희푸른 빛을 발하는 것이, 하늘에 떠있는 달로 달려가고 있었다.
툭. 투툭. 솨아. 신기한 소리를 내면서.


미스라 : 단단하고, 높은, 울림소리.

라스티카 : 달과 같은 색이었구나. 그래서, 금방 발견할 수 없었던 거네.
지금도, 같이 노래하고 있었을까.


-이윽고, 그 새는 보이지 않았다. 숲에서 떠나버린 건지. 아직, 남아있는 건지.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아서 : 근사한 노래 고마워, 정령들.

시노 : 잊을 수 없는 밤이 될 것 같아.

무르 : 답례로 우리들도 달 아래에서 춤추자! 현자님도 와!

아키라 : 와...!

루틸 : 함께 춤추죠, 현자님!

미스라 : 깃발이라면, 제가 흔들어 드릴게요.


-나는 마법사들과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달빛을 받으며, 무르와 춤추는 나를 중심으로, 모두가 바람과 함께 춤추기 시작한다.
자유롭게. 어쩌면, 이어지면서.
이런 밤은 오늘 밤만일지도 모르고, 내일도 이어질지도 모른다.
디트프리트는 아침을 기다렸다가 마법관을 떠나겠지.
그것보다 빠르게, 빈센트와 다른 분들은, 왕궁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세상을 구하고 나서는, 마법사들도,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 버릴지도.
나도 여기를 나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그런 날이 오더라도, 벽돌 화단과 커다란 화분에 심은 심볼 트리는 남고...
현자의 서도 남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특별히 기분 좋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기억도.
누군가의 마음에 남겠지.
달빛에 바친 꽃다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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