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8장 마법사와 소개팅
1화 서로를 알기 위해서
이렇게 해서 소개팅이라는 이름의 미드나잇 티파티가 시작됐다. 현자의 서에 마법사는 출신지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고 적혀 있었기에 출신지 순서로 진행하기로 했다. 같은 출신지의 사람들 중에는 서로 아는 사이가 많은 듯했다.
아서 : 중앙의 마법사 아서다. 카인과는 전에 만난 적이 있었지.
카인 : 저는 중앙의 기사였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리케 : 중앙의 마법사 리케입니다. 신의 사도로서 교단의 가르침을 전합니다. 저기, 책임자는 어느 분이신가요?
카인 : 책임자… 현자님은 여기 온 지 별로 안 되셨는데.
샤일록 : 최연장자이신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이 아닐까요?
스노우 : 늙은이한테 책임을 떠맡기다니 넘해~
화이트 :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 빈둥빈둥 살아왔으니까 오래 살고 있는 건데~
무르 : 오즈 아니야? 지금은 없지만 가장 강하잖아.
오즈의 이름이 나오자 아서는 명백하게 들떠 보였다. 그의 옆에서 리케가 소녀같이 사랑스러운 얼굴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리케 : 오즈라는 분이 책임자이신 거군요. 알겠습니다. 그분은 언제 이곳에 오시는 겁니까?
아서 : 그거 좋은 질문이야. 누구 아는 사람 없어?
테이블을 둘러봐도 침묵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아서는 낙담했고, 리케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서 : 아무도 모르는 건가…
리케 : 아무도 모르시나요?
카인 : 내가 대신 소개할게. 오즈는 중앙의 마법사야. 이전엔 중앙 마법사들을 지도해주는 역할… 뭐였더라. 선생님, 트레이너를 했었어. 최강의 마법사야.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이곳에 그다지 얼굴을 비추지 않아. 이상이다. 다음은 서쪽이 자기소개를 해줘.
샤일록 : 서쪽의 마법사 샤일록. 서쪽 마법사들 사이에서 선생님 역할을 했습니다. 이름뿐이지만.
무르 : 서쪽의 마법사 무르! 좋아하는 것은 반짝거리는 것!
라스티카 : 무르? 그 고명한 철학자?
귀공자 같아 보이는 용모의 청년이 놀란 듯이 무르의 얼굴을 쳐다봤다.
라스티카 : 정말 놀랐습니다. 만나서 영광이에요, 철학자 무르.
클로에 : 아는 사람이야?
라스티카 : 무척 박식한 세기의 지혜자야. 우주의 진리나 <거대한 재앙>에 대해 연구하시는 분이지.
클로에 : 와, 대단해!
무르 : 응~ 왕왕!!
클로에 : …!? 뭐야!? 천재랑 기인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그거야?!
2화 떠들썩한 개성
라스티카 : 위대한 울음소리야. 감명받았습니다.
샤일록 : 오랜만에 무르를 칭찬해주는 사람과 만났네요. 두 분의 이름을 여쭤봐도 될까요?
라스티카 :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라스티카. 그는 클로에에요.
클로에 : 클로에입니다. 잘 부탁해. 라스티카와 같이 여행을 하면서 마법을 배웠어. 그러니까 라스티카의 제자 비슷한 걸까. 꿈은 나라 제일의 재봉사가 되는 것!
샤일록 : 목적이 있는 여행을 하고 계셨던 건가요? 아니면 목적이 없는 여행?
라스티카 : 사라져버린 제 신부를 찾기 위해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샤일록 : 사랑을 위한 여행이셨군요. 신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라스티카 : 훌륭한 사람입니다.
샤일록 : 다른 건?
라스티카 : 훌륭한 사람입니다.
클로에 : 저기, 죄송합니다… 뭐랄까, 조금 이것저것 설명하기 어렵지만…
샤일록 : 괜찮아요. 이상한 사람에겐 익숙하답니다.
무르 : 이상하다는 건 최고야! 비정상적인 거 너무 좋아!
라스티카는 나에게 시선을 돌리고 우아하게 웃었다.
라스티카 : 모르는 세계에서 오신 현자님. 현자님도 여행을 하셨던 건가요?
아키라 : 여행을 하던 건 아니었지만… 어느샌가 이 세계로 오게 됐어요.
라스티카 : 그거 좋네요. 여행을 준비하는 수고를 덜 수 있고.
아키라 : 아하하, 그렇네요.
클로에 : 돌아갈 때는 어떻게 돌아가? 나도 현자님의 세계로 놀러 갈 수 있어?
아키라 : 돌아갈 방법은 아직… 지금 찾고 있는 중이에요.
클로에 : 아… 그렇구나, 미안해.
클로에는 그 한 마디로 사정을 파악하고 미안한 듯이 눈썹을 늘어뜨렸다. 그렇지만 곧바로 나를 격려해주기 위해 웃는 얼굴을 보여줬다.
클로에 : 자, 그럼 돌아갈 방법을 찾으면 나도 같이 데려가 줘. 그때까지 현자님의 옷 많이 만들어줄 테니까.
아키라 : 고마워요.
라스티카 : 클로에는 손재주가 좋은 아이예요.
클로에 : 헤헤, 라스티카의 옷도 만들어준 거야. 모두의 옷도 만들어줄게!
샤일록 : 파우스트, 만들어달라고 하는 게 어때요? 아까의 전투로 많이 찢어졌잖아요.
홍차를 마시고 있던 파우스트는 화제가 자신에게 돌아오자 아무 말 없이 샤일록을 쳐다봤다. 샤일록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샤일록 : 다음은 동쪽의 마법사들이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현자의 서에 동쪽의 마법사들은 사람을 싫어한다고 적혀 있었다. 말 그대로 동쪽의 마법사들은 이 자리가 거북한 듯 보였다. 자리도 구석에 가장 먼저 앉았었다.
파우스트 : …
3화 많은 걸 이야기하지 않는
파우스트는 컵을 내려놓고 시선을 내리깐 채로 두 손을 깍지 꼈다.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키라 : 몸이 안 좋으면 무리하지 않으셔도…
파우스트 : 동쪽의 마법사 파우스트.
클로에 : …다른 건?
파우스트 : 없어.
히스클리프 : 아… 파우스트 선생님은 동쪽 마법사들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셨어요.
보다 못한 히스클리프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파우스트의 미간의 주름이 깊어졌다.
파우스트 : 선생님이라고 불릴만한 도리는 없어.
히스클리프 : 그렇지만…
파우스트 : 두 명, 돌이 됐어.
파우스트가 갈라진 목소리로 고했다. 무거운 침묵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어떻게 할지 망설이던 차에 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레녹스 : 아까의 싸움에서…
피가로 : 재앙의…
레녹스 : 아, 선생님, 말씀하세요.
피가로 : 아냐, 너부터 해.
리케 : 저요.
남쪽의 마법사들이 서로 양보하는 사이에 리케가 손을 들었다. 어째선지 무르가 선생님처럼 지명했다.
무르 : 네, 리케. 발언하세요.
리케 : 파우스트는 중앙의 건국과 관련이 있다고 전해지는 성스러운 마법사 파우스트인가요?
파우스트는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파우스트 : 다른 사람이야.
리케 : 그렇지만…
파우스트 : …
아키라 : 아… 그런 마법사도 있었나요?
리케 : 네. 사람을 위해 봉사한 고결한 마법사입니다. 그분을 본받으라고 사제님께서 말씀하셨죠.
파우스트 : 다음, 히스클리프.
히스클리프 : 아… 네. 동쪽의 마법사 히스클리프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카인 : 히스와는 나이가 비슷해서 곧잘 지냈습니다. 이따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서 전하, 리케도.
아서 : 알겠어. 잘 부탁해.
리케 : 잘 부탁드립니다…
히스클리프 : 아…네. 부디.
파우스트 : 다음, 순서대로.
네로 : 그럼 나부터… 네로입니다. 아… 이상입니다.
파우스트 : 바보야? 그런 식으로 소개하면 아무런 정보도 알 수 없잖아.
네로 : 당신도 똑같은 자기소개였잖아…
파우스트 : 뭐?
네로 : 아니… 그게, 동쪽에서 요리사를 했었습니다.
미틸 : 형님, 요리사셨대요.
루틸 : 대단하시다. 요리를 잘하시겠어.
네로 : 아, 감사… 그런 이유로 빨리 돌아가고 싶은데… <거대한 재앙>이 오는 건 일 년에 한 번이잖아? 그때는 반드시 얼굴을 비추도록 할게. 미안하지만 이런 느낌으로 괜찮을까.
샤일록 : 상관없어요. 지금까지도 현자님 이외에는 전부 밖에서 생활했고 요격할 때만 모였으니…
카인 : 아니, 잠깐만. 이건 나중에 다시 제대로 얘기하려고 했지만, 다들 알다시피 이번 <거대한 재앙>의 힘은 강했어.
카인 : 그 때문에 10명의 동료가 돌이 됐지. 똑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도록 계획적으로 수련하고 작전을 생각해서 조직력을 높이자.
네로 : …즉?
카인 : 여기서 다 같이 생활하면서 <거대한 재앙>의 습격에 대비하는 거야.
4화 잃은 것들
카인 : 여기서 다 같이 생활하면서 <거대한 재앙>의 습격에 대비하는 거야.
스노우 : 나는 나쁘지 않은 생각인 것 같구나.
화이트 :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먼. 10명의 신인 마법사들이 갑자기 실전이라니, 힘들걸세.
스노우 : 기묘한 영향도 있고 하니, 다들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모두의 얼굴을 바라봤다. 동쪽의 마법사가 일제히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파우스트 : 공동생활…?
히스클리프 : 여기서 일 년이나…?
네로 : 그건 좀 참아줬으면 하는데…
그렇지만 동쪽의 마법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찬성하는 사람이 있었다.
시노 : 나는 상관없어. 비바람만 피할 수 있으면 어디서든 잘 수 있고.
카인 : 너는?
시노 : 동쪽의 마법사 시노. 셔우드의 숲을 지키는 사람. 블랑셰 가의 몸종이다.
파우스트 : …블랑셰 가라니, 히스클리프의 본가?
히스클리프는 시노를 곁눈질로 힐끔 보고는 괴로운 얼굴로 끄덕였다.
히스클리프 : …시노와는 소꿉친구예요.
파우스트는 히스클리프와 시노를 번갈아 보고는 눈썹을 올렸다.
파우스트 : …너희는 자기소개도 못 하나.
네로 : 아니, 그야 본보기가 그러니까…
파우스트 : 시노.
시노 : 왜.
히스클리프 : 존댓말을 써. 파우스트 선생님은 우리 선생님이라고.
시노 : 아직 아무것도 가르쳐준 게 없어. 이름 말고는.
파우스트 : 수업료도 안 받았어. 너, 히스클리프의 친구인가.
시노는 가볍게 히스클리프를 쏘아봤다.
시노 : 친구 아니야.
히스클리프의 이마에 핏대가 보였다.
히스클리프 : 아아 그래.
뭔가 험악한 분위기였다. 서로를 의식하면서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시노 : 내 주인은 어르신이랑 마님뿐이야. 히스는 우연히 그분들의 아들이었던 거고.
히스클리프 : 그렇네. 너도 우연히 우리 집 사용인이었던 거고.
시노 : 맞아.
히스클리프 : 아 그래.
시노 : 흥
네로 : 뭐야…? 싸우는 거야…?
히스클리프, 시노 : 딱히.
파우스트 : 아무래도 좋아. 시노.
시노 : 왜.
파우스트 : 히스클리프는 첫 출전이었어. 첫 출전에서 처참한 광경을 봤고 동료를 둘 잃었다.
시노 : …
히스클리프 : …
파우스트 : 오늘 밤만은 다정하게 대해주도록 하렴.
시노 : …알겠어.
파우스트 : 좋아. 동쪽의 자기소개는 여기까지다. 다음.
나는 놀라서 파우스트를 바라봤다. 그는 따가운 분위기를 두르고 있는 사람이었으나, 분명 상냥한 사람일 것이다.
아키라 : (큰 상처를 입은 것도 동료를 감싸다가 그런 거라고 했었지…)
피가로 : 자, 그럼 우리 소개를 할게. 그렇지만 그 전에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
아키라 : 아… 네.
피가로 : 전에 선택받은 남쪽의 마법사들은 전부 돌이 되어버린 거야?
5화 다정하기 때문에
피가로의 물음에 <거대한 재앙>과의 싸움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전부 입을 다물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쌍둥이가 끄덕였다.
스노우 : 그렇구먼…
화이트 : 친절한 남쪽 마법사들은 다들 솔선해서 동료들을 감쌌지…
미틸 : 역시…
루틸 : 그랬나요… 다들 다정하신 분이셨으니까…
레녹스 : …
남쪽 마법사들의 표정이 흐려졌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남쪽 마법사들과 만나지 못했던 이유가 그들이 전멸했기 때문이라니…
피가로 : 그래… 이제 됐어. 각오하고 있었어. 무척 안타깝지만. 그래도… 그런 거라면 나는 공동생활에 찬성이야. 이 아이들을 돌로 만들고 싶지 않아. 받아야 할 수련을 받고, <거대한 재앙>에 대한 준비를 시켜주고 싶어.
미틸 : 준비를 시켜주고 싶다니… 피가로 선생님도 똑같으시잖아요? 피가로 선생님도 그다지 강한 마법은 쓸 수 없고 운동 부족으로 허리가 아프다고 하셨어요.
피가로 : 아하하하. 그렇네.
스노우 : 피가로.
화이트 : 피가로야.
피가로 : 거기 있는 귀여운 쌍둥이들. 지금은 조용히 해주지 않을래?
스노우 : 우리보고 귀엽대.
화이트 : 그럼 조용히 해줄까나.
루틸 : 저쪽의 쌍둥이분들하고 아는 사이신가요?
피가로 : 조금. 아아 미안. 얘기가 샜네. 남쪽의 마법사 피가로야. 남쪽에서 작은 진료소를 하고 있어.
라스티카 : 훌륭해. 의사 선생님이시군요.
피가로 : 내가 마법사라 다행이야. 혹시 수술에 실패하더라도 좀비로 만들어서 얼버무릴 수 있으니까.
라스티카 : …
피가로 : 농담이야.
루틸 : 저는 루틸. 남쪽에선 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어요. 이 아이는 동생인 미틸.
미틸 : 미틸입니다. 학교에 다니면서 피가로 선생님께 마법을 배우고 있어요. 아직 공부 중이지만 열심히 해서 훌륭한 마법사가 될 거예요! 그러니까 남쪽 마법사니까 어차피 약하겠지 라며 바보취급 하지 말아주세요.
열심히 얘기하는 미틸의 모습을 보니 어쩐지 흐뭇해졌다. 나도 학교 다닐 때는 좋은 성적을 받아 선생님께 칭찬받고 싶었다.
아키라 : 네, 열심히 해주세요.
미틸 : 감사합니다!
시노 : 약하잖아, 남쪽 마법사는.
미틸 : …
시노 : 게다가 정에 휩쓸리기 쉽지. 어디서 만나도 남쪽 녀석들은 발목을 잡아.
히스클리프 : 시노!
시노 : 말해두는 게 좋아. 이 녀석들이 전멸하지 않도록.
6화 이어지는 인연
미틸 : …동쪽 마법사들도 성격이 나쁘고 입이 험해요.
루틸 : 그럼 안돼, 미틸!
시노 : 하?
히스클리프 : 하?
네로 : 하?
파우스트 : 하?
미틸 : 동쪽 마법사나 북쪽 마법사들 같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마법사들 전부가 미움받는 거예요! 오늘만 해도 중앙 임금님의 병사들과 싸웠잖아요!
파우스트 : 그럼 남쪽 마법사는 저항도 하지 않고 타죽을 거란 뜻이로군. 그런 식으로 교육하고 있었구나, 피가로.
피가로 : 그건 오해야, 파우스트.
미틸 : 선생님! 마법사와 인간은 서로 도와야 한다고 피가로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피가로 : 말했지. 분명히 말했어.
파우스트 : 무책임한 남자… 너는 옛날부터 변하지 않는구나.
피가로 : 기다려줘, 파우스트…
루틸 : 아는 분이세요?
피가로 : 아는 사이라고 해야 할까. 어떠려나?
레녹스 : …저는 아마 아는 사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침묵하던 레녹스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얘기했다. 그는 파우스트를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자 다리가 테이블 크로스를 밟아 접시가 바닥에 떨어지려 해도 레녹스의 주의를 끌진 못했다.
레녹스 : 건국의 영웅 파우스트 님. 당신 밑에서 싸웠던 마법사 레녹스입니다. 당신을 찾고 있었습니다.
미틸 : 그러셨어요!?
루틸 : 그러셨어요!?
형제가 동시에 놀라며 바닥에 떨어질 뻔한 접시를 발끝으로 받았다. 정신이 든 듯 레녹스가 돌아봤다.
레녹스 : …주워줘서 고마워. 그렇게 놀라지 않아도.
미틸 : 그치만 어제까지 평범한 양치기라고 생각했는데 역전의 전사라는 말을 들으니까…
루틸 : 게다가 사람까지 찾고 계셨다니… 섭섭해요. 말씀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파우스트 쪽은 순식간에 불쾌해졌다.
파우스트 : …사람 잘못 봤어.
레녹스 : 파우스트 님…
물고 늘어지려던 레녹스 씨가 무언가 말하기 전에 쌍둥이가 한숨을 쉬었다.
스노우 : 이런이런, 인연이 많은 사이들이로구나.
화이트 : 올해의 <거대한 재앙>도 까다롭겠구먼.
파우스트 : …
레녹스 : …
히스클리프 : …
시노 : …
스노우 : 마지막으로 북쪽의 마법사들을 소개하마. 북쪽의 마법사 스노우.
화이트 : 북쪽의 마법사 화이트. 우리는 둘이서 하나라네.
스노우 : 남은 세 명을 소개하지.
화이트 : 브래들리. 부재.
스노우 : 오웬. 부재.
화이트 : 미스라. 부재. 이상일세.
7화 협력을 위해서
루틸 : 북쪽 마법사분들은 바쁘신가요…?
스노우 : 바쁜 것 같으면서도…
화이트 : 바쁘지 않은 것 같기도…
미틸 : 북쪽의 마법사가 다 같이 행동할 리가 없어… 그 녀석들이 나쁜 짓을 하니까 우리 마법사들이 미움받는 거예요. 현자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미틸이 나에게 의견을 구하자 당황스러웠다. 스노우와 화이트, 그리고 브래들리도 북쪽의 마법사다. 나는 이 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들이 나쁘다고 단정 지어 말하기에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아키라 : 누가 나쁘다… 가 아니라 다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건 어떨까요? 아까 나왔던 이야기지만 다 같이 여기서 생활하자는 제안… 개인적인 사정이라 죄송하지만, 저는 기뻐요. 저는 어디에도 갈 곳이 없으니까… 신용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과 같이 있을 수 있다면 안심할 수 있어요.
네로 : 신용…? 우리를?
아키라 : 네…
네로 : 어떻게 우리를 신용할 수 있는 거야?
아키라 : 아니… 다들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거짓은 없는 것 같은 느낌이라…
네로 : …
아키라 : 북쪽 마법사의 뭐랄까, 무서운 사람들과도 조만간 잘 지낼 수 있게 되면 좋겠고… 눈알을 뽑는다거나, 정신을 붕괴시킨다거나, 짐승에 살해당한다거나… 조금 무섭긴 하지만…
카인 : 북쪽의 마법사들을 따르게 하려면 역시 오즈의 협력이 필요해. 그는 어울리는 걸 싫어하지만 쓸데없이 호전적인 인물은 아니었어. 최강의 마법사인 오즈가 우리를 통솔해준다면 북쪽 녀석들도 따를 거고 국민들도 안심할 거야. 아서 전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아서 : 그렇네… 오즈 님께 부담을 드리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분이 계시면 다들 든든하겠지.
피가로 : 나도 동감이야. 신참의 의견이지만 지금까지의 <거대한 재앙>과 이번 <거대한 재앙>은 달라. 10명의 마법사가 돌이 될 정도로 <거대한 재앙>이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일 년 뒤의 <거대한 재앙>은 더 강할지도 모르지. 북쪽은 물론이고 중앙, 서쪽, 동쪽, 남쪽의 마법사들이 힘을 합쳐 상대하는 편이 좋아.
아서 : 피가로 님의 말씀대로입니다. 현자님…
아키라 : 네.
아서 : 이후에 현자님과 마법사들은 개선 퍼레이드와 파티, 그리고 서임식에 참가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때 우리 현자의 마법사가 21명 모이는 게 가능하다면 재앙을 겪은 국민들도 안심할 겁니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북쪽의 마법사들도 현자님을 따르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오늘 밤과 같이 마법사를 두려워해 쓸데없는 소동을 일으키는 일도 없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오즈 님을 설득하고 싶습니다만… 현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키라 : 그렇네요… 저도 한 번 만나봤을 뿐이지만 오즈는 믿을 수 있는 인상이었어요. 그가 우리 편이 되어준다면 무척 든든할 거 같아요. 그렇지만…
아서 : 그렇지만?
나는 입을 다물었다.
8화 새로운 생활의 전조
현자의 서에 쓰여있었던 그건 도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아서 왕자와는 마음이 맞는다. 그 애가 마법관의 마법사였다면 이곳 생활이 좀 더 쾌적했을 텐데. 오즈가 절대 허락하지 않겠지. 아서가 올 때마다 어딘가로 가버리고 절대 마주하지 않는다.』
아키라 : …아니에요. 오즈를 설득하죠.
아서 :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현자님.
스노우 : 결정됐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파하자꾸나.
화이트 : 각자 빈방에서 편하게 쉬려무나.
클로에 : 다들 좋은 사람 같아서 다행이야! 라스티카, 나 방 좀 찾고 올게.
라스티카 : 고마워, 클로에.
카인 : 얼굴만 익힐까 했더니 거의 반 미팅이 됐네. 히스, 친구 소개해줘.
히스클리프 : 친구 아니야.
시노 : 내가 할 말이야.
루틸 : 미틸. 실례되는 말을 하면 안 되지.
미틸 : 그치만… 그 녀석이 나쁜 말을 하니까… 저기, 형님이랑 같은 방에서 자도 될까요?
루틸 : 무서운 건 아무것도 없단다. 이제 다 컸으니까 혼자 자렴.
미틸 : 그치만…
루틸 : 괜찮아. 천국에 계신 어머님과 아버님이 미틸을 지켜보고 계시니까.
미틸 : …앗, 레녹스 씨! 같이…
레녹스 : 파우스트 님, 기다려주세요.
파우스트 : 끈질기네. 사람 잘못 봤어.
미틸 : …뭔가 큰일 같아 보여…
리케 : 미틸이라고 했었죠.
미틸 : 아… 네.
리케 : 옆방이 되어드릴까요.
미틸 : 정말요?
리케 : 네. 괜찮아요. 약하고 작은 자들을 구하라고 배웠으니까.
미틸 : 저는 약하지 않아요! 그래도 고마워…
리케 : 아니에요. 신의 사도로서의 책무입니다.
네로 : 하아… 돌아가고 싶어…
샤일록 : 네로.
네로 : 아… 네…
샤일록 : 요리사시죠.
네로 : 그런데요…
샤일록 : 다행이다. 내일 아침 당번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로 : 아… 뭐… 아침 식사 정도는…
샤일록 : 덕분에 살았어요. 부엌은 저쪽이에요. …어라. 무르, 액자를 들고 부엌에서 뭘 할 생각인가요?
무르 : 스노우와 화이트의 훈제.
그림 속의 스노우 : 무르, 그만두거라!
그림 속의 화이트 : 우리를 익히지 마!
시끌벅적한 대화를 들으며 나도 내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때 정원에 서 있는,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아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즈와 아서의 관계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저 모습을 보니 오즈가 설득에 응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빈센트 : …아서가 현자의 마법사로 선택됐다고?
병사 : 네. 마법관에 소환된 모양입니다! 아서 전하가 현자의 마법사라면 민중들도 분명 안심하겠죠!
빈센트 : …알았다. 물러가라.
병사 : 예…!
빈센트 : …더 이상 그 녀석을 영웅으로 만들어 인기를 올리게 두진 않겠다. 그 녀석만 없으면 왕위 계승자는 나야. 드라몬드 쪽도 현자 확보에 실패한 모양이고… 이렇게 되면 퍼레이드와 서임식에서 아서와 마법사들의 신용을 실추시키는 수밖에…
'MAIN > PART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MAIN_1부 12장.그랑벨 성에서 파티 (0) | 2020.06.22 |
---|---|
MAIN_1부 11장.빗자루를 타고 퍼레이드에 (0) | 2020.06.22 |
MAIN_1부 10장.축복의 말을 (0) | 2020.06.22 |
MAIN_1부 9장.북쪽 탑 (0) | 2020.06.22 |
MAIN_1부 7장.현자의 마법사 (0) | 2020.06.22 |
MAIN_1부 6장.마법사(舍)에 불을 질러라! (0) | 2020.06.22 |
MAIN_1부 5장.달에게 선택받은 문장 (0) | 2020.06.22 |
MAIN_1부 4장.마법사가 있는 세계 (0) | 2020.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