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16장 월식의 저택


1화 루틸과 북쪽의 마법사

미스라 : 저거 한 개. 아… 이것도 주세요.

중앙 상인 : 현자의 마법사님… 저, 돈은…

미스라 : 저한테 요구하시는 건가요?

중앙 상인 : …

미스라 : 여기가 북쪽이라면 죽였을 건데,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중앙 상인 : 드, 드리지요! 가져가고 싶으신 만큼 가져가세요!

미스라 : 하아, 감사.

루틸 : 미스라 씨!

미스라 : …당신은?

루틸 : 저는 남쪽의 마법사 루틸. 이 애는 동생인 미틸이에요.

미틸 : 안녕하세요…

미스라 : 하아…

루틸 : 물건을 사고 계셨나요?

미스라 : 지겨워서. 허튼짓했다간 오즈가 가만히 안 있을 테니까요. 정말이지, 답답합니다. 저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습니까.

루틸 : 저기, 미스라 아저씨… 맞으시죠?

미스라 : 미스라 아저씨.

루틸 : 어릴 때, 뵌 적이 있어요. 기억 안 나세요? 어머니의 친구라고 말씀하시고 미스라 아저씨라고 소개하셨어요. 원숭이의 팔 같은 걸 주셨고…

미스라 : 원숭이 팔? 바나라 암은 강력한 부적이긴 한데, 제가 당신들에게 그런걸?

루틸 : 네. 미틸은 아직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지만요.

미스라 : 헤에…

루틸 : 앗, 중요한 걸 말씀 안 드렸네요. 저희 어머니는 마녀로 이름은…

미스라 :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기억 안 나니까.

루틸 : 아…

미스라 : 비켜주세요.

루틸 : 죄, 죄송합니다. 시간을 뺏었네요…

미틸 : 뭐야, 저 녀석. 기분 나빠…

루틸 : 미안해, 미틸. 내가 착각했나 봐.

미틸 : 북쪽 마법사 중에 아는 사람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어요. 어머님은 위대한 마녀셨으니까.

루틸 : 또 그런 말을 하구. 북쪽 마법사에게도 좋은 점이 많이 있어.

중앙 상인 : 저기, 형씨. 아까 그 사람이랑 아는 사람이야?

루틸 : 네? 네, 그런데요…

중앙 상인 : 다행이다! 그 사람이 공짜로 가져간 만큼 계산해줘!

루틸 : …

미틸 : 최악이야!

루틸 : 그… 그런 말을 하면 안 돼. 물건을 사는 방법을 몰랐던 것일 수도 있잖아. 얼마인가요. 계산할게요.

미틸 : 형님은 너무 상냥해요! 북쪽 마법사들이 제멋대로 구는 탓에 마법사들의 평판이 떨어지는 건데.

피가로 : 야아, 루틸, 미틸.

루틸 : 피가로 선생님… 레녹스 씨도. 뭘 하고 계세요?

레녹스 : 수도의 수복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어. 괴이한 사건이 많아서 복구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나 봐. 그리고 그의 감시를…

미틸 : 그?

브래들리 : 칫… 봉사활동을 하면 감형해준다고 쌍둥이가 말하니까. 한시라도 빨리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와주마.

루틸 : 브래들리 씨.

미틸 : 또 북쪽 마법사…

아키라 : …


끝없이 넓은 암흑 속에서 빛나는 별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우주 같은 장소에서 나는 힘차게 떨어지고 있었다. 아니, 떠오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키라 : 여러분! 다들, 어디 있어요…!?


혼자서 떠돌고 있다는 공포에 무작정 손을 뻗었다. 그 손을 누군가가 잡았다.


무르 : …



2화 또 한 명의 무르

아키라 : 무르…!


안심한 것도 한순간, 무르가 띄고 있는 웃음의 종류를 보니 내가 알고 있는 그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지적인 시선은 나이프처럼 날카롭고, 신사적인 웃음은 훌륭한 마술처럼 그의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


무르 : 실례, 현자님. 너무 놀라게 만들었나 보네.


무르는 춤을 권하듯이 내 손을 잡았다. 나는 망설이면서도 그의 손을 세게 맞잡았다. 혼자서 떠도는 것은 무서우니까 이 손을 놓지 않길 바랐다. 그가 누군지 모른다고 하더라도. 처음 이 세계에 온 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났던 무르가 생각났다.

「세계도, 저도, 꽤나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지만, 이 세계의 진실을 당신이 찾아주길 바라요.」


아키라 : 당신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났던 무르…?


입 끝을 올리며 무르가 웃었다.


무르 : 아니, 처음 뵙겠습니다야. 나는 계속 월식의 저택에 있었어. 이 저택이 마음에 들었거든. 먼 옛날, 문명이 시작되던 순간부터 인간과 마법사가 남긴 보물이 잠들어 있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의 조각도.

아키라 : 가장 사랑하는 것의 조각…?

무르 : 달의 파편… 달의 돌이야. <거대한 재앙>으로부터 날아온 작은 운석이지.

아키라 : <거대한 재앙>…? <거대한 재앙>이 가장 사랑하는 것이에요?

무르 : 맞아. 사랑하고 있어.


나는 무르를 봤다. 잘 관찰해보니 처음에 만났던 엘리베이터의 무르와도 어딘가 분위기가 달랐다. 아주 조금 도전적이고, 아주 조금 건방졌다.


아키라 : 당신은 누구인가요?


무르 : 서쪽의 마법사 무르. 철학자나, 천문학자나, 기재의 발명가라고 부르던 사람도 있었어. 샤일록은 이렇게 불렀지. 달을 사랑해서 인생을 망친, 민폐남 무르. 나는 이게 가장 마음에 들어. 희극의 제목… 또는 묘비명 같아서 좋아.


눈앞의 무르가 말하고 있는 것도, 그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조차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빛나는 별 같은 눈동자를 들여다보니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아키라 : 당신은 누구…?

무르 : 똑같은 질문을 두 번 하는 것은 재미없어. 어프로치를 바꿔보는 게 어때? 분명 답을 발견할 수 있을 거야.

아키라 : …당신은 저와 같이 있던 무르와 다른 사람? 아니면 당신이 진짜 무르?

무르 : 어느 쪽도 정답이면서 오답이야.

아키라 : 모르겠어…

무르 : 생각해. 나는 생각하는 사람의 얼굴이 좋아.


무르는 나의 얼굴을 만지며 즐거운 듯이 웃었다.


무르 : 가사 상태처럼 움직임을 멈추고, 머리와 마음속을 어지러울 정도로 탐색해 가. 그 모습은 정밀하고, 생생하며, 아름답지. 차갑게 깜빡이던 별의 빛이 사실은 가까이 갈 수도 없을 정도로 뜨겁듯이, 지성이란 것은 격렬하게 타오르는 거야. 그러니 현자님. 진실 탐구에 열중하고 번민하는 그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내 정체에 다가오도록 해.


즐거운듯한 무르와 반대로 나는 입을 비쭉거릴 수밖에 없었다.


아키라 : …지금까지 같이 있던 무르도 별난 사람이었지만, 당신도 만만치 않게 별난 사람이네요.

무르 : 칭찬의 말이네. 다른 누군가와 다를 게 없다면 살아있는 의미가 없어.


어깨를 으쓱이는 무르를 보면서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샤일록이 뭐라고 말했었지? 그에게서 무르에 대한 이야기를 몇 번인가 들었었다. 무르는 지적인 신사. 마법 과학 기술을 발명한 사람. 그렇지만 <거대한 재앙>의 비밀에 너무 가까워진 나머지… 영혼이 부서졌다.


아키라 : 혹시, 부서진 무르의 영혼…?



3화 신사가 아는 비밀

무르가 기분 좋게 내 손을 잡으며 한 바퀴 춤췄다.


무르 : 명답! 나는 온 세계로 흩어진 부서진 무르의 영혼의 파편 중에 하나야. 형체도 없는 채로 이곳에 떨어졌지만 <거대한 재앙>이 가까워진 날, 어째서인지 실체를 가지는 게 가능해졌어. 저 아름다운 <거대한 재앙>은 가까이 있는 것에게 영향을 주지. 이번에는 엄청 가까이 와준 모양이야. 그러니 <거대한 재앙>과 싸웠던 무르의 몸이 영향을 받아 영혼의 조각이 실체화한 걸지도 모르겠어.

아키라 : 부서진 영혼이 실체화… 그게 무르의 기묘한 상처인 거군요…

무르 : 기묘한 상처라. 재밌는 말이네. 무척 마음에 들어.

아키라 : 저기… 온 세상에 당신과 같은 무르가 많이 있는 거고, 전부 모으면 무르는 원래대로 돌아가는 건가요?

무르 :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렇지만 나는 그다지 찬성하지 않아. 무르는 너무 영리해서 흥미가 여기저기로 분산되잖아. 나는 나만의 연구에 잠기고 싶어. 안 될까?

아키라 : 저한테 말씀하셔도, 뭐라 말해드려야 할지…

무르 : 그런가. 이런 안건은 어디에 문의해야 하는 걸까. 영혼의 조각에게도 인권은 있는 걸까?

아키라 : 코… 콕로빈 씨는 왜 납치한 건가요? 연구를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무르 : 납치하지 않았어. 안쪽 방으로 들어가려 하길래 막은 거야. 강력한 비술의 잔재가 남아있거든.

아키라 : 강력한 비술?

무르 : 그래. 불성립한 인바카레가 조화를 잃고 변화하고 있어. 달의 돌을 매개로 하긴 했지만 오래된 인골을 제물로 하기에는 조금 부족했지. 게다가 제주(祭主)가 마력을 유지하고 있지 않아.

아키라 : 무… 무슨 말인가요? 조금만 알기 쉽게…


무르는 고양이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신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르 : <거대한 재앙>을 불러들이려 한 사람이 있어. 아마도 전 세계에서. 이곳은 커다란 마법진의 일부에 지나지 않아.

아키라 : <거대한 재앙>을 불러들이려 했다고…?


무르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 <거대한 재앙>이 오면 세계가 멸망한다고. 그런데…


아키라 : <거대한 재앙>을 불러들이려 한 사람이 있고, 그 때문에 큰 피해가 났단 말인가요? 세계가 멸망하는데, 어째서…

무르 : 안타깝지만 나는 그 답을 몰라. 다른 무르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알고 있는 건 이 뒤로 일어날 비극뿐이야.

아키라 : 비극…

무르 : 여기서 행해진 인바카레… 즉, 달의 소환술은 성립하지 못했어. 다른 의미를 가진 비기로 변질하고 있는 거야. 토비카게리가 나타났지? 북쪽의 쌍둥이 노마법사들이라면 잘 알고 있지 않으려나. 그들도 이제 늙었으니까 기억력이 감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샤일록 : ―그 손을 놓으세요.


어느새 무르의 목에 파이프가 닿아있었다. 무르가 힐끗 등 뒤를 봤다. 그곳에는 샤일록이 있었다. 라스티카와 클로에도 조금 뒤에서 오고 있었다.


라스티카 : 현자님, 무사하십니까?

클로에 : 그 남자는… 아까 봤던, 또 한 명의 무르!?


무르는 당황하는 기색 없이 샤일록을 곁눈질로 보며 웃고 있었다.


무르 : 야아, 샤일록. 네 파이프 냄새 오랜만인걸. 밤새도록 논의하던 날들이 떠오르네.

샤일록 : 요설만 늘어놓는 무르도 오랜만이네요. 당신은 무르의 영혼의 조각이죠.

무르 : 맞아.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지?

샤일록 : 회수해서 무르로 되돌릴 겁니다.

무르 : 정말로? 나의 친구, 샤일록. 정말 너는 그런 일을 하고 싶어?

샤일록 : …무슨 뜻인가요.

무르 : 마음에 들어 하던 거 아니었어? 들고양이같이 뒹구는, 천진하고, 안이한 나를.

샤일록 : …



4화 무르와 그의 친구

무르 : 너를 설복시키지 않는, 너를 모욕하지 않는, 네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어리석고 귀여운 너만의 무르. 나를 좋아하면서도 싫어했던 네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리가 없지.


웃는 얼굴의 무르를 보고 샤일록은 뺨을 씰룩거렸다.


샤일록 : …얄미운 무르. 그렇지만 친구라고 부를 거라면 좀 더 저를 이해해주세요.

무르 :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해. 너는 마법 과학 기술의 발명을 막고 싶었지. 그렇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어. 그 결과, 네가 살던 거리는 오염되고, 동물들은 죽어가고, 파도 소리가 멈췄지. 절대로 나를 원망하고 있을 게 뻔하잖아. 그렇지만 너는 의외로 집착이 강하니까 나에 대한 애착을 버릴 수 없어. 네가 사랑하는 갈등을 하며 나를 계속 생각하고 있지. 미워하고, 사랑하고, 책망하고, 용서하고, 측은해하고, 그리워하면서. 틀려?


샤일록은 웃었다. 뺨에 핏대를 세워가며, 파이프의 연취를 천천히 입술로 가져갔다.


샤일록 : 당신을 완벽한 모습으로 되돌린 뒤에 때려눕힐 거라고 말하고 있는 거예요.

무르 : 바보네. 내가 원래대로 돌아가면 넌 이길 수 없어. 나는 너보다 강하고 영리하니까. 그래서 내가 싫었던 거잖아?

샤일록 : 《インヴィーベル》


사랑을 속삭이듯이 주문을 외우자, 무르의 몸이 연기로 둘러싸였다. 그러자 독에 당하기라도 한 듯 무르의 몸이 보라색으로 변색해갔다. 흉하게 변해가는 무르를 샤일록은 얼어버릴 듯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샤일록 : 늘 생각했어요. 당신에게는 정조교육이 필요해.

무르 : 아, 아, 아…

샤일록 : 걱정하지 마시길. 신생 무르는 제대로 가르쳐놓을 테니까.


괴롭게 몸부림치는 무르에게 샤일록은 가차 없이 연기를 내뿜었다.


라스티카 : 샤… 샤일록, 너무 지나친 게 아닐까…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광경인걸…

샤일록 : 그럼 눈을 피하고 계시는 게 어떨지?

무르 : 아, 아…

샤일록 : 《インヴィーベル》

클로에 : 가, 가차 없네… 화내는 거야, 샤일록…?

샤일록 : 이 남자가 말한 대로예요.


짧게 연기를 내뱉은 후, 샤일록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샤일록 : 저는 계속 무르에게 화나 있었고, 계속 복수하고 싶었어요. 누구보다도 가깝게 생각하면서.


변색한 무르는 괴로워하고 있었고 군데군데 녹아 형체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윽고 퍼플 사파이어 색의 작은 파편이 됐다. 퍼플 사파이어 색의 파편이 쿵 하고 떨어지는 순간, 우리가 있던 공간도 저택으로 돌아왔다.


아키라 : …

클로에 : 하아… 다행이다… 그 이상한 공간은 무르의 영혼 조각이 만들어낸 곳이었구나…

샤일록 : 그런가 보네요.


샤일록은 바닥에 떨어진 파편을 소중하게 주웠다. 그때, 우리를 부르는 목소리와 함께 빗자루에 탄 무르의 모습이 나타났다.


무르 : 우주였어! 봤어!?

클로에 : 봤어! 그보다 무르가 큰일이었으니까.

무르 : 큰일?

샤일록 : 다 끝났어요. 입을 벌려요.


샤일록은 무르에게 퍼플 사파이어 파편을 내밀었다. 무르는 순순히 입을 벌렸다.


무르 : 아.

샤일록 : 무르.

무르 : 왜?

샤일록 : 절 어떻게 생각하죠?


무르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무르 : 좋아해!


샤일록은 겨우 웃으며 무르의 입속에 영혼의 파편을 넣었다. 영혼을 꿀꺽 삼킨 무르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샤일록 : 저도요.

무르 : 와아~!

라스티카 : 하하. 미소가 지어지는 광경인걸.

클로에 : 그런가…? 직전에 그런 잔혹한 영상을 보고 나서인지 위가 쿡쿡 찔리는 거 같은데…

라스티카 : 그들은 오래 살았으니까. 우애가 조금 과격한 것뿐이야.

클로에 : 라스티카도 오래 살았잖아…? 우리는 과격하지 않은 방향으로 우애를 쌓자…?

라스티카 : 노력하지. 무르, 영혼의 조각을 먹었는데 뭔가 생각나는 거 없니?


무르는 눈을 깜빡거리며 반지를 낀 오른손을 들었다.


무르 : 《エアニュー•ランブル》

콕로빈 : 와…!!

아키라 : 콕로빈 씨!


무르가 마법을 쓰자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콕로빈 씨의 모습이 나타났다.



5화 인연의 재회

무르의 얼굴을 본 콕로빈 씨가 비명을 질렀다.


콕로빈 : 안 돼! 죽이지 말아줘!

샤일록 : 괜찮아요. 당신을 가둔 건 무르지만 무르가 아닌 것이었으니까.

콕로빈 : 어떻게 된 거지?

아키라 : 안쪽 공간으로 못 가게 하려고 가둬놓은 거라고 그랬어요. 당신을 구하기 위해서요.

콕로빈 : 그… 그런 거였나요. 평생 갇혀있게 되는 건 줄 알았어요. 현자님, 감사합니다.

아키라 : 인사라면 그들에게. 구한 건 제가 아니라 그들이니까.

콕로빈 : 가… 감사합니다. 현자님의 마법사님들.

클로에 : 아니야! 그런 것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고 있어?

콕로빈 : 그게, 그러니까… 월식의 저택 관리인에게 부탁받아서 혼자서 저택을 탐험하고 있었어요.

라스티카 : 대단해. 당신은 정말 용감하네요.


라스티카가 칭찬하자 콕로빈 씨는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콕로빈 : 아, 아니요, 그렇지도 않아요! 평소에는 겁쟁이예요. 그렇지만 빗자루에 얻어 타 하늘을 날아보니… 전혀 다른 저 자신이 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 자신을 바꿔보고 싶었다고 할까… 아아, 죄송해요!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네요. 아무튼 저택을 탐험해보니 안쪽에 이상한 분위기의 문을 발견했어요. 각오하고 문을 열려 한 순간… 무르가 나타났고 우주 같은 곳으로 날려 보내져서 쭉 헤매고 있었어요.

클로에 : 큰일이었구나.

샤일록 : 이상한 분위기의 방… 그곳으로 저희를 안내해 주시겠어요?

콕로빈 : 네, 물론이죠.

카인 : …이런이런, 겨우 성으로 돌아왔군. <거대한 재앙>의 영향은 엄청나네. 왕도 여기저기에서 이상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어.

중앙 기사 : 어서 오십시오, 카인 님.

카인 : 앗… 수, 수고.

중앙 기사 : …? 괜찮으십니까? 피곤하신 게…?

카인 : 미안해, 요즘 눈이 안 좋아서.

중앙 기사 : 큰일이 아닙니까… 어서 의사를…!

카인 : 아냐아냐, 별거 아니야. 그냥 내 손 좀 잡아주지 않겠어?

중앙 기사 : 손을… 잡아…?

카인 : 그래. 잠깐이면 돼.

중앙 기사 : 중앙 최강의 기사라고 칭송받는 전 기사단장이자 영웅이신 카인 님의 손을… 분명 여신의 은총인 거겠지요!

카인 : 그렇게 과장하지 않아도…

중앙 기사 : 그렇지만 손톱이 더럽습니다. 지금 씻고…!

카인 : 괜찮아, 괜찮으니까. 여긴가?

중앙 기사 : 앗…

카인 : 아아, 이제 보인다.

중앙 기사 : 카인 님의 손, 커…

카인 : 뭐 그렇지. 기사단에 <거대한 재앙>의 습격으로 인한 피해는 없어? 올해는 현자의 마법사들도 고전해서 큰 피해가 나왔어. 너희들은 괜찮아?

중앙 기사 : 네. 카인 님의 지도 덕분에…

니콜라스 : 뭘 하고 있지. 자리로 돌아가.

중앙 기사 : 핫…!

카인 : 나와 이야기하고 있었어.

니콜라스 : 존댓말을 사용해.

카인 : 저와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니콜라스 기사단장. 아니, 이젠 마법 과학 병단장인가.

니콜라스 : 내 뒤를 이어 네가 기사단장이 된 것도 옛날 일이다. 마법사라는 걸 들켜 기사단장직에서 해임됐나 보더군. 어쩐지 인간답지 않은 검술이더라니.

카인 : 당신과 싸웠을 때, 마법을 쓴 기억은 없어.

니콜라스 : 존댓말.

카인 : 없습니다. 당신이야말로 이상해. 마법을 싫어했으면서 왜 마법 과학 병단에 지원한 거야?

니콜라스 : …네가 알 리가 없지.

카인 : 하?

니콜라스 : 아까 전과 같이, 중앙 기사단을 상대로 관계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그만두어 주지 않겠나. 너는 부외자인 마법사다.

 

 

6화 부서진 마을에서


니콜라스 : 마법사는 마음을 조종하지. 어떠한 문이라도 숨어드는 것이 가능해. 손쉽게 국가기밀을 손에 넣는 것도.

카인 : 무슨 의미야. 내가 나라를 팔아넘기기라도 한단 말이야?

니콜라스 : 마법사는 조직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기사에는 맞지 않아. 이 성에 네가 있을 장소는 더 이상 없어. 아서 전하의 호의에 기대지 말고 동료들을 데리고 이 성을 떠나라.

카인 : 너…! 엎드려!

니콜라스 : …!?

오웬 : 어라, 왜 감싸준 거야?

카인 : 오웬…!

오웬 : 죽여주려고 했는데.

니콜라스 : 네놈…!

카인 : 도망쳐. 당신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니콜라스 : 시끄러워! 북쪽의 마법사 오웬. 이곳으로 내려와. 무릎을 꿇고 그 가방의 안을 보여라.

오웬 : 가방?

니콜라스 : 그렇다. 수상한 물건을 성안에 반입하려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오웬 : 상관없는데, 이 가방 열면 넌 죽어.

니콜라스 : …

카인 : 가. 아아, 가십시오. 이곳은 제가…

니콜라스 : 괴물 놈들…!

카인 : …

오웬 : 아하하. 너는 감싸줬는데. 나랑 같이 욕먹었네. 인간들이 보기엔 우리 둘 다 똑같은 괴물이야. 상냥한 기사님.

카인 : 똑같을 리가.

오웬 : 똑같아. 아하하…!

카인 : 사라졌어… 젠장…

중앙 사람 : 실례합니다. 잔해 치우는 걸 도와주시겠어요?

레녹스 : 알겠습니다.

브래들리 : 젠장… 뭐가 감형이냐. 왜 브래들리 님이 이런 일이나 해야 하는 거냐고.

피가로 : 잔소리하지 말고. 감옥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잖아? 자유의 몸으로 있는 것에 감사해야지.

미틸 : 피가로 선생님. 잠깐만 와주세요.

피가로 : 지금 가~

브래들리 : …네놈은 왜 남쪽 마법사들이랑 붙어먹고 있는 거냐. 북쪽의 마법사 피가로. 네놈이 마음만 먹으면 이곳에 있는 놈들 전부 노예로 만들 수 있어. 왜 무력한 인간을 돕는 거야.

피가로 : 인간이 좋으니까. 그리고 내 출신은 저 아이들에겐 비밀이거든. 입 밖에 내면 벌을 줄 거야, 브래들리.

브래들리 : 칫…

피가로 : 자 그럼 갔다 올 테니까. 뒷일은 레녹스에게 물어봐. 레노, 그를 부탁해.

레녹스 : 알겠습니다. 브래들리, 잔해들을 저쪽 넓은 곳으로 옮겨줘. 사람들에게 피해 주지 않도록 조심해서.

브래들리 : 젠장, 귀찮게… 자! 이걸로 됐냐?

레녹스 : 그래. 고마워.

브래들리 : 흥… 너는 피가로만큼 강하지 않아. 내가 널 죽이고 도망치면 어떻게 할래?

레녹스 : 곤란하겠네.

브래들리 : 그것뿐이야!?

레녹스 : 아니… 정말 곤란해.

브래들리 : 흥.

레녹스 : 계속 작업해줘. 이 길을 쓸 수 있게 되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거야.

브래들리 : 착한 척이나 해대고. 좋은 걸 알려주마. 네놈같이 맹한 놈들이 여차하면 여자, 애들을 덮치는 거야. 흥분해서 사리구별도 못 하고.

레녹스 : …



7화 미틸의 생각

브래들리 : 흐흥, 화났냐? 잘 알고 있지. 나한테는 부하가 많이 있었으니까. 야, 무슨 말이라도 해봐.

레녹스 : 수다를 좋아하는구나.

브래들리 : 아아!?

레녹스 : 미안하지만 나는 서툴러. 말이 즉각적으로 나오지 않아서 말이야… 루틸에게도 곧잘 얘기를 듣긴 하지만.

브래들리 : …진짜 맹한 놈이네. 질렸다.

레녹스 : 그런가.

브래들리 : 아아.

레녹스 : 작업을 계속해줘.

브래들리 : 시끄럽네! 아까 들었어! 진짜…

중앙 아이 : 마법사님!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이 빵, 엄마가…

레녹스 : 고마… 앗…

브래들리 : 내가 일하고 있으니까 내가 먹을래.

레녹스 : 배가 고팠던 건가.

브래들리 : 그래.

레녹스 : 그런가. 배가 고프면 짜증이 나지.

브래들리 : 배고파서 꾸물거렸던 게 아니야! 진짜 남쪽 마법사 놈들은 태평하네… 흥… 그 녀석의 빵이 더 맛있지만, 이것도 맛없지는 않네.

중앙 아이 : …

브래들리 : 뭘 보고 있는 거야. 네놈도 먹어버린다.

중앙 아이 : 으앙…


레녹스 : 작은 애를 위협하지 마… 고마워. 어머니께 잘 먹었다고 전해드려.

중앙 아이 : 응…

미틸 : 잠깐만요! 왜 괴롭히고 있는 거예요!

레녹스 : 미틸.

브래들리 : 뭐냐. 네놈도 울려줄까.

미틸 : 마… 마법사의 평판이 떨어질 만한 일을 하면 곤란해요.

브래들리 : 나는 곤란하지 않아. 곤란한 건 네놈들 같이 착한 척하는 약한 놈들뿐이지. 약하다고 해도 인간보다는 강할 텐데. 왜 인간들의 비위를 맞춰주는 거야?

미틸 : 비위를 맞추는 게 아니에요!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브래들리 : 그러니까 왜 사이좋게 지내려고 하는 거야? 우리는 혼자서도 살 수 있잖아. 마을이 잔해에 묻혀버렸으면 잔해에 묻히지 않은 마을을 찾으면 돼. 이딴 더럽게 귀찮은 일 같은 거 하지 말고 마음에 드는 새 마을을 찾아서 네놈의 영역으로 삼으면 되잖아.

미틸 : 이곳은 모두가 살던 마을이에요. 다들 이곳에 애착이 있다구요.

브래들리 : 다른 사람들이지. 내가 아니야.

미틸 : 곤란할 때는 서로 도와야죠! 모두와 다 같이 살기 위해서는…

브래들리 : 그러니까 왜 같이냐고. 왜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거야.

미틸 : 보통은 같이 있고 싶어 하고, 좋아해 줬으면 좋겠고, 미움받고 싶어 하지 않아요! 북쪽 마법사들은 다를지도 모르지만!

브래들리 : 그래, 모르겠네. 왜 좋아해 주길 바라는데? 미움받는 게 왜 무서운데?

미틸 : 그건…

브래들리 : 모르는 거냐? 대답 못 하는 건 네놈도 똑같네.

미틸 : …

브래들리 : 흥, 시시하긴. 알지도 못하면서 모두, 다 같이 같은 소리나 했던 거냐.

미틸 : …읏, 내가…

브래들리 : 야, 우는 거야? 이래서 꼬맹이는…

레녹스 : 브래들리, 그쯤 해둬.

미틸 : 내가 강한 마법사가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쓰러트릴 거야…

브래들리 : …

미틸 : 절대로, 절대로, 본때를 보여줄 거야!!

브래들리 : 큭… 아하하! 그거 좋네!

미틸 : 뭐가 웃긴데요!?

브래들리 : 짜증 나는 놈을 쓰러트린다는 건 나도 이해하기 쉬운 이치지. 다 같이 사이좋게 보다는 훨씬 좋아. 이봐, 남쪽 꼬맹이. 너 의외로 북쪽에서 사는 게 성미에 맞을지도 모르겠어.

미틸 : …누가 북쪽 같은 데에! 너희같이 나쁜 놈하고 똑같이 취급하지 마!

피가로 : 미틸, 무슨 일이야.



8화 예언의 아이

미틸 : 피가로 선생님… 북쪽 마법사가 상식이라고는 없는 나쁜 말만 해대요…

피가로 : 착하지, 착하지. 북쪽 마법사는 나쁜 녀석들이네. 피가로 선생님이 지켜줄 테니까.

브래들리 : 피가로 자식… 이 거짓말쟁이가…

레녹스 : 자, 소화도 됐을 테니 일하자. 간다.

브래들리 : 잡아당기지 마! 알겠냐!? 나를 지휘할 생각하지 마! 다음에 뭘 할지 결정하는 건 나…

레녹스 : 알겠어. 그럼 네가 지휘해도 돼. 우선 잘 먹었습니다, 인사하고.

브래들리 : 잘 먹었다… 야, 너! 얕보는 거냐!

피가로 : 이런이런, 소란스럽네. 미틸, 이제 괜찮아.

미틸 :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 왜 그러니?

미틸 : 저, 강해지고 싶어요… 강한 마법사가 되고 싶어. 제게도 강한 마법을 알려주세요.

피가로 : …

미틸 : 제가 강했으면 브래들리 씨도 말을 들었을 거예요! 제가 한 말은 올바르니까! 형님과 피가로 선생님이 알려주신 모두를 위한 올바름이니까! 그러니 강해지고 싶어요, 피가로 선생님. 어째서 강한 마법을 가르쳐주지 않으시는 건가요? 제겐 마법의 재능이 없나요…?

피가로 : 그렇지 않아. 미틸은 아직 어리니까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

미틸 : 그렇지만…

피가로 : 그리고 지금의 미틸은 정말로 모두를 위해서 강해지고 싶은 걸까?

미틸 : 네…?

피가로 : 브래들리에게 진 너를 위해서 아니야? 모두의 안에, 브래들리는 포함되어 있어?

미틸 : …

피가로 : 진정하고 제대로 생각해보렴. 자신의 욕망을 모두를 위한 정의라고 믿으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처형하는 독재자와 같단다. 브래들리에게 져서 분했구나. 그럼 다음엔 그에게 닿을 수 있는 말을 찾아보자. 큰 힘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아.

미틸 : 네…

피가로 : 아 저기. 루틸이 저쪽에 있네. 뭔가 곤란한 일이 있나 봐. 가서 도와주고 오렴.

미틸 : …알겠습니다. 다녀올게요.

피가로 : 응, 다녀와.

피가로 : 곤란하네… 미틸도 눈치채고 있었구나. 내가 일부러 강한 마법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걸. 미틸, 미안하지만 너에게는 평생 알려줄 수 없어.

스노우 : 브래들리의 감시를 남쪽 마법사에게 맡겨버렸는데 괜찮은 걸까?

화이트 : 피가로가 있으니 문제없을걸세. 예언의 아이에게도 아직 이상한 부분은 없는 듯하고.

스노우 : 치렛타가 죽기 전에 우리가 예언한 것 말이구먼.

스노우, 화이트 : 우리의 예언은 빗나가지 않아.

스노우 : 치렛타가 다음으로 낳을 아이는 남쪽의 마법사를 전멸시킬 거라고 예언했지.

화이트 : 실제로 그 아이를 낳고 위대한 대 마녀 치렛타도 죽었다.

스노우 : 자 그럼 어떻게 될까. 예언이 성취되는 게 10년 후일지, 100년 후일지는 모르지만…

미틸 : 형님… 어라? 같이 있는 그 아이는…

루틸 : 마을의 수리를 도와줬어. 그런데 질문이 조금 많아서…

야윈 아이 : 있지, 어떻게 하면 마법사가 될 수 있어? 어떻게 해야 나도 마법을 쓸 수 있어?

미틸 : …마법사가 되고 싶어요?

야윈 아이 : 응! 마법을 쓸 수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많고, 일하는 것도 곤란하지 않잖아!

루틸 : 인간은 마법사가 될 수 없어. 태어날 때 결정되는 거란다.

야윈 아이 : 그렇지만 인간도 마법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들었어!

루틸 : 서쪽에서 생긴 마법 과학에 대한 걸까? 그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 …어라? 배가 볼록하네. 무슨 일이니? 옷 안으로 뭔가 넣은 거야?

야윈 아이 : 일을 좀 하느라! 중요한 물건을 맡았거든!

미틸 : 무거워 보이네요. 괜찮나요?

야윈 아이 : 괜찮아! 현자의 마법사 미스라 님께 부탁받은 중요한 일인걸!

루틸 : 미스라 씨에게…?



9화 책략의 마법사

야윈 아이 : 앗, 볼일이 생각났어! 나 가야할 거 같아! 그럼 또 봐…!

루틸 : 아… 미스라 씨… 저런 아이에게 뭘 부탁하신 걸까.

야윈 아이 : 아! 있다 있다, 미스라 씨!

미스라 : …

야윈 아이 : 현자의 마법사들과 만났어! 미스라 씨가 말한 대로, 만났지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어! 그치만 제대로 커졌어! 이거 봐…

미스라 : 옷을 벌리지 말고. 사람들 앞에서는 보이지 말라고 말했잖아요.

야윈 아이 : 자, 잘못했어요… 저기, 말하는 대로 하면 이거 정말 나한테 줄 거야? 엄청난 보물인 거지?

미스라 : 물론.

야윈 아이 : 와아! 이걸 팔면 분명 엄청난 부자가 될 거야! 이렇게 예쁜… 달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

아키라 : 이쪽이 안쪽 방… 이곳을 들어가려 해서 콕로빈 씨가 갇힌 거죠.

콕로빈 : 네, 네…

라스티카 : 이건 심각하네… 아무것도 모른 채 들어갔으면 마음이 파괴되었을지도 몰라요.

클로에 : 그런 거야…? 나는 잘 모르겠지만…

샤일록 : 온갖 것들이 광란하고 있어요. 성가시고 강력한 술법이 파탄되는 바람에 공간의 질서가 오염됐어요.

아키라 : 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인가요?

샤일록 : 어떤가요, 무르.

무르 : 해볼게.


무르는 그렇게 대답하고 반지가 빛나고 있는 오른손을 높게 들었다.


무르 : 《エアニュー•ランブル》

아키라 : …!


순간 공기가 엄청난 소리를 냈다. 방안에 감돌던 기분 나쁜 기운이 어쩐지 옅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르 : 일시적으로 질서를 바로잡았어. 그렇지만 금방 혼란해질 거야. 안에 들어갈 거면 서둘러!

아키라 : 알겠습니다.

샤일록 : 얼마나 버틸 것 같나요?

무르 : 내가 하늘을 중간 정도 크기의 원으로 3회전 할 정도!

샤일록 : 100초 정도네요. 클로에, 당신은 콕로빈과 이곳에 있어요. 그리고 10초 전이 되면 초를 읽어주세요.

클로에 : 알겠어!

콕로빈 : 조심하세요!


우리는 안쪽 공간으로 발을 내디뎠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어둠이 옅어져 방의 윤곽이 어렴풋이 보였다. 라스티카가 작게 신음했다.


라스티카 : 무슨 짓을…


어둠 속에서 보인 것은 원형으로 놓여있는 대량의 인골이었다. 뼈와 뼈가 녹색 가시나무로 묶여 있었다. 그것은 두려울 정도로 거대한 예술작품처럼 우리를 압도시켰다. 인골로 만든 거대한 원의 중앙에는 제단 같은 것이 있었다.


샤일록 : …가시나무로 제물을 엮는다. 이건 살아있는 공물을 융합할 때 쓰는 방법인데…

라스티카 : 산 제물을 준비하지 못한 거야. 그러니 오래된 뼈로 대신해서…


대량의 인골을 바라보며 라스티카는 슬픈 듯이 시선을 내렸다.


라스티카 : 안타깝게도… 이곳에 있는 것들은 들에 방치되어 있던 것들이 아니야. 넋을 위로받고 잠들어 있던 사람들의 것이야.

아키라 : 잠들어 있던… 혹시 이 뼈는 묘지에서 모아온 뼈인 게… 그렇다고 하면 묘지를 파헤친 범인이 이곳에서…


무르는 가만히 제단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르 : 매개가 없어.

아키라 : 매개…?

라스티카 : 이 정도로 강력한 마법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개가 필요합니다. 별의 원석이나, 신목이나, 영웅의 유품…

샤일록 : 월식의 저택에 있었던 것 중에서 가장 적합한 매개는…

무르 : 달의 돌.

라스티카 : 달의 돌!? 달의 돌 같은 걸 사용했다간 어떤 일이 발생할지… 무엇보다도 달의 돌은 파탄된 마술의 음기를 계속 가지고 있어. 빨리 찾지 않으면 큰일이 일어날 거야.



10화 저택에 숨겨진 진실

라스티카 : 도대체 누가, 무엇을 위해서…


라스티카의 물음에 나는 조금 전 무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키라 : 무르의 영혼 조각이 말했어요. 누군가가 달을 불러들이려 했다고. 이건 커다란 마법진의 일부라고…

샤일록 : <거대한 재앙>을 불러들이려 했다…?

라스티카 : 그 탓에 이런 큰 피해가!? 아아, 도대체 무슨 짓을…

아키라 : 그리고 또… 달의 소환술이 성립하지 못했으며, 다른 의미를 가진 비기로 변질됐다고.

샤일록 : 다른 의미를 가진 비기…?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요…?

아키라 : 토비… 토비 뭐라고 했었어요. 쌍둥이라면 알고 있을 거라면서.

클로에 : 10!


클로에의 목소리가 울리자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봤다.


클로에 : 9! 8!

라스티카 : 지금은 우선 방을 나가죠. 현자님, 이쪽으로.

아키라 : 네!

샤일록 : 가요, 무르. …무르?

무르 : 저거 뭘까?


무르는 제단까지 날아가 그 밑을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끌어당겼다.


무르 : 어라? 딱 붙어있어…

클로에 : 5! 4! 3!

샤일록 : 무르! 서둘러요!

무르 : 아, 잠깐만 기다려…

클로에 : 2! 1!

무르 : 떨어졌다!

샤일록 : 《インヴィーベル》

라스티카 : 《アモレスト•ヴィエッセ》


무르가 날쌔게 날아옴과 동시에 샤일록과 라스티카의 주문이 겹쳐졌다. 무르를 삼키려던 어둠이 한순간이지만 움직임을 멈췄다. 무르는 무사히 우리가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무언가를 손에 들고.


클로에 : 놀랐어! 늦는 줄 알았단 말이야! 정말, 걱정시키지 마!

무르 : 자, 이거 봐!

클로에 : 이게 뭐야…?


무르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반쯤 용해된, 무언가의 과학 도구였다.


샤일록 : 마법 과학의 구동 장치 같네요. 마나석의 마력을 구현화 시키기 위한 것이에요. 별로 본 적 없는 형태지만…

콕로빈 : 이건… 중앙의 마법 과학 병단에서 사용하는 것이네요…

클로에 : !?

콕로빈 : 틀림없어요… 서쪽의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마법 관리성에서 발주한 거니까.

아키라 :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샤일록 : 마법 과학 병단의 누군가가 관련이 있거나, 아니면 피해를 입었거나… 중앙의 성으로 돌아가면 알게 되겠죠.

아키라 : 콕로빈 씨도 무사하시니 한번 성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여러분, 성으로 돌아가죠.

라스티카 : 네.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께 여쭤보고 싶은 것도 있고.

클로에 : 나도 만들어둔 스카프 친구에게 전해줘야 해!

무르 : 그럼 다 같이 돌아가자!

+ ALL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