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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나쁜 마법사
1화 마법사와 인간의 적
드라몬드 : 콕로빈, 무사했구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아키라 : 월식의 저택에 갇혀있었어요. 그렇지만 마법사들 덕분에 무사히 구출할 수 있었습니다!
드라몬드 : 그랬습니까… 정말이지, 무리나 하고… 그게, 크흠… 현자님, 이번 일은 못난 부하가 신세를 졌습니다…
아키라 : 아니에요. 콕로빈 씨 덕분에 큰 사건을 밝혀낼 수 있었어요.
드라몬드 : 큰 사건이란 것은…
콕로빈 : <거대한 재앙>을 소환하려고 한 놈들이 있습니다!
드라몬드 : 뭐, 뭐라고!?
콕로빈 : 뼈가 가득 있었고, 이상한 마법진이 있었고, 게다가 그곳에 우리나라의 마법 과학 병단에서 사용하는 구동장치가 있었습니다!
드라몬드 : 마법 과학 병단!?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샤일록 : 저희도 진상이 알고 싶어요. 월식의 저택에서 치러진 의식에 마법 과학 병단의 누군가가 어떤 식으로 연관되어 있는지를. 그 사람 때문에 저희는 10명의 동료를 잃었고, 세계 각지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 것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이 바로 인간과 마법사의 공통된 적입니다.
드라몬드 : 확실히 네 말대로다… 우리 마법 관리성과 현자의 마법사들이 협력해야 할 때인지도 몰라…
샤일록 : 이해해 주신 것 같네요. 그래서 그 잘나신 남자는 어디에 있나요? 마법 과학 병단장인…
드라몬드 : 니콜라스라면…
여성 : 꺄아아아…
그때, 비명이 울려 퍼졌다. 창문 쪽으로 달려간 클로에가 성의 발코니를 가리키며 외쳤다.
클로에 : 봐, 저쪽!
라스티카 : 저건 마법 과학 병단장인…!?
드라몬드 : 니콜라스 님(どの)…!
아키라 : …!
창문 밖을 보자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마법 과학 병단장인 니콜라스 씨가 발코니에서 몸을 내밀고 있었다. 이상한 날개나 다른 도구도 장비하지 않은 채 발코니 위로 흔들거리며 올라가고 있었다.
드라몬드 : 니콜라스 님! 뭐 하는 겁니까!? 위험합니다, 니콜라스 님!
니콜라스 씨는 천천히 중심을 앞쪽으로 옮기며 쓰러지려 했다.
클로에 : 위험해…!
클로에가 소리치며 빗자루에 올라타 창문 밖으로 날아갔다.
니콜라스 : …
그렇지만 말리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니콜라스 씨는 발코니에서 몸을 던졌다.
여성 : 꺄아아악…! 니콜라스 님…!
클로에 : 아아…!
클로에의 손은 닿지 못한 채, 니콜라스 씨는 지면으로 떨어져 갔다. 니콜라스 씨의 몸이 지면에 내던져졌을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지상에서 맑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2화 나쁜 소문
아서 : 《パルノクタン•ニクスジオ》
지면에 격돌하기 직전, 니콜라스 씨의 몸이 멈췄고 이내 천천히 지면에 눕혀졌다. 마법으로 그를 멈춘 아서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그에게로 달려갔다.
아서 : 니콜라스! 니콜라스, 괜찮아!?
클로에 : 아아, 다행이다… 아서 왕자님, 고마워!
아서 : 나야말로! 도대체 니콜라스는 어떻게 된 거야?
아서의 말을 듣고 나는 발코니를 올려다봤다. 니콜라스 씨가 서 있던 발코니에 가만히 있는 인영이 보였다. 나는 그 사람을 알고 있었다.
오웬 : …
오웬이다. 지상에서 사람들이 술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성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여성 : 니콜라스 님이 스스로 떨어지셨어…
남성 : 니콜라스 님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어! …! 저길 봐! 북쪽의 마법사 오웬이야! 저 녀석이 니콜라스 님을 조종해서 자살하게 만든 거야!
오웬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지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표정에는 어떠한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자신을 손가락질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자, 그제야 그는 옅게 냉소했다.
오웬 : 하하… 맞아. 너희가 바라던 대로. 너희의 불행은 전부 내가 한 짓이야.
지상에서 화내고 매도하는 목소리들을 들으며 오웬은 천천히 몸을 띄웠다. 발코니에서 실내로 사라졌다.
몇 시간 후, 성은 발코니에 대한 얘기로 시끄러웠다.
성의 사람 : 니콜라스 님이 현자님의 마법사에게 죽을 뻔했대…!
성의 사람 : 뭐라고!? 현자님의 마법사가 왜…
성의 사람 : 북쪽의 마법사야! 그 녀석들은 나쁜 마법사라고! 인간을 노예로밖에 생각하지 않아!
성의 사람 : <거대한 재앙>으로 인한 피해가 컸던 것도, 북쪽 마법사들이 제대로 하지 않아서라고 아는 사람한테 들었어!
성의 사람 : 나도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한테 들었어! 현자님의 마법사들이 아서 님을 속이고 있다나 봐!
성의 사람 : 그렇지만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싸워준 사람들도…
성의 사람 : 마법사를 신용하면 안 돼! 너는 어리고 예쁘니까 마음을 조종해서 멋대로 다룰 거야!
성의 사람 : 무서워…
성의 사람 : 무서워…! 빨리 성에서 나가줬으면 좋겠어…
빈센트 : 북쪽의 마법사가 니콜라스를 조종해서 투신하게 만들었다고?
드라몬드 : 아… 아직 확증은 없지만… 빈센트 님, 그건 그렇다 치고 큰일입니다. <거대한 재앙>을 소환하려고 한 자가 있고, 그 자가 우리 마법 과학 병단과 관계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급히 마법 관리성과 현자의 마법사 합동으로 조사를…
빈센트 : 니콜라스를 죽이려 한 놈들과 합동 조사?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아라! 현자의 마법사들은 즉시 마법관으로 돌려보내라.
드라몬드 : 그렇지만 서임식이 아직…
빈센트 : 모반자에게 서임식은 필요 없다. 아서에게도 따끔하게 말해둬야겠어.
드라몬드 : 기다려주십시오! 빈센트 님! <거대한 재앙>을 소환한 자나, 왕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게는 마법사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빈센트 : 마법 과학 병단이 있으면 문제없다.
드라몬드 : 그런…
3화 부서져 가는 신뢰
피가로 : 오웬이 마법 과학 병단장을 죽였다고?
아키라 : 주… 죽인 건 아니에요. 니콜라스 씨는 살아있어요. 아직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피가로 : 살아있는 건가. 오웬이 죽이다마는 일도 있나?
스노우 : 죽일 생각은 없었을지도 모르겠구먼. 오웬은 직접 손을 쓰지 않고 마음을 괴롭게 만드는 걸 좋아하니…
화이트 : 오웬이 대화를 즐기고 있는 사이에 궁지에 몰린 니콜라스가 몸을 던지고 싶어진 걸지도 모르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차마 단언할 수 없었다. 오웬과 대화할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와 대화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강해진다.
카인 : 그 자식 도대체 무슨 짓을… 이렇게 되면 다시 마법사에 대한 경계가 심해질 뿐이잖아. 서쪽 마법사들에게 들었어. 월식의 저택에 남아있던 의식에 대해서 1초라도 빨리 조사를 해야 하는데.
스노우 : 월식의 저택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
아키라 : 네, 실은…
카인 : …잠깐만. 바깥이 소란스러워.
화이트 : 미틸의 목소리…? 누군가와 싸우고 있는듯하네만.
피가로 : …보고 올게.
병사 : 너희 동료가 니콜라스 님을 죽이려 했어!
병사 : 마법 과학 병단에게 영웅의 자리를 뺏길 것 같으니 그런 잔혹한 짓을…!
미틸 : 저희는 아무것도 몰라요! 오웬은 북쪽 마법사잖아요!? 저희 남쪽 마법사는…
병사 : 마법사는 전부 똑같아! 빨리 성에서 나가! 아서 님을 현혹하지 마!
미틸 : 저희는 불러서 온 거라구요!?
루틸 : 그만두렴, 미틸. 병사님들은 무서워하고 있는 것뿐이야.
미틸 : 그치만 우리는 나쁘지 않은데…!
루틸 : 그렇다고 하더라도… …읏.
병사 : 뭘 중얼대는 거야!? 빨리 성에서 나가!
미틸 : 그만해! 형님께 난폭한 짓 하지 마…!
레녹스 : 그 손을 놔.
병사 : 누구냐!?
루틸 : 레노 씨…
레녹스 : 남쪽의 마법사다. 그렇지만 마법을 쓰지 않더라도 3초면 너희를 전투 불능상태로 만들 수 있어. 5초 있으면 목숨도 빼앗을 수 있지. 어떻게 할래.
병사 : 칫… 마법사가 고용한 용병인가.
레녹스 : 양치기야.
병사 : 그럴 리가 없잖아! 가자… 너희도 짐을 정리하고 나가.
레녹스 : 진짠데… 괜찮아, 루틸?
루틸 : 네… 감사합니다. 레노 씨. 요즘 멋있게 등장하시네요.
레녹스 : 그런가…
미틸 : 형님의 머리를 잡아당겼어요! 중앙의 병사들은 남쪽에서 무전취식 하는 사람들보다도 야만스러워요!
루틸 : 우리가 동료를 죽이려 했다고 오해하고 있는 거야.
미틸 : 그렇다고 해도 폭력은 좋지 않은 거잖아요!? 좋지 않은 거라고 형님이 알려주셨어요!
루틸 : 그렇네… 미틸은 착한아이야. 형을 위해 화내줘서 고마워. 그렇지만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어떤 짓이라도 하니까… 네가 상처 입지 않길 바랐고, 그들이 심한 짓을 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어.
미틸 : 형님은 너무 상냥해요! 저 녀석들이 우리에게 온 건 남쪽 마법사들이 약하다고 생각해서야! 오즈나 북쪽 마법사들 앞에서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떨고만 있을 거면서, 우리 앞에서는 잘났다는 듯이!
루틸 : 미틸…
4화 찢어진 스카프
미틸 : …왜 전부 우리가 손해 봐야 하는 거야! 오웬이란 사람이 나쁜 거잖아! 그 녀석도 북쪽 마법사죠!? 북쪽 마법사가 있으니까 마법사들이 미움받는 거예요…! 북쪽 놈들 정말 싫어…!
피가로 : 루틸, 미틸! 레노도 괜찮아?
미틸 : 피가로 선생님…! 으앙… 북쪽 마법사 때문에 형님이, 형님이…
피가로 : 루틸이?
루틸 : 괜찮아요. 조금 붙잡힌 것뿐이고…
미틸 : …피가로 선생님! 나쁜 짓은 북쪽 마법사가 했는데 왜 우리가 이런 험한 꼴을 당해야하나요!? 북쪽 마법사 같은 거 정말 싫어요. 그 녀석들에겐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서 우리에겐 심한 짓을 하는 인간은 더 싫어!
피가로 : 미틸…
미틸 : 피가로 선생님, 죄송해요… 선생님은 저번에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저는… 저는 독재자라도 좋아요… 나만의 나라가 있다면 나쁜 놈들은 전부 추방할 거야. 그럼 형님과 다른 모두를 지킬 수 있을 텐데…
레녹스 : …미틸에게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이 무척 소란스럽습니다. 이곳에 있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요.
루틸 : 그렇지만 서임식이…
피가로 : 지금은 발코니에 서서 인사해도 박수갈채가 아니라 매도가 날아올 거야. 이렇게 되면 인간은 벌과 똑같아. 소중한 벌집에서 적이 멀어질 때까지 붕붕 날아다니면서 손에 잡히는 대로 쏘지. 뭐에 화가 났는지, 누구를 공격하고 있는지, 그 결과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채로 멈출 수 없게 돼.
루틸 : …
피가로 : 루틸, 정말 다치지 않았어?
루틸 : 몸은… 마음 쪽이 아프네요. …다툰다는 것은 슬퍼요.
라스티카 : 클로에, 여기에 있었구나.
클로에 : …
라스티카 : 서쪽 사람들도 변덕스럽지만 중앙 사람들도 기분파인가 봐. 아침에는 인사해줬던 사람이 저녁이 되자 노려보며 도망갔어. 조금 놀랐지 뭐야. 클로에?
클로에 : 아… 라스티카. 미안 미안! 뭐라고?
라스티카 : 뭔가 뒤로 숨기지 않았어?
클로에 : 안 숨겼어, 안 숨겼어!
라스티카 : 아하하. 클로에도 나를 놀래킬 생각이구나? 뭘 숨겼어? 새? 나비?
클로에 : 아…!
라스티카 : 보여주렴.
클로에 : …
라스티카 : …찢어진 스카프? 이건 클로에가 자수를 놓은 거 아니야? 여기, 이 파랑새. 네가 수놓던 걸 기억하고 있어. 무척 근사하다고 생각했거든. 어째서 찢어진 거니?
클로에 : 아… 줬어… 파티에서 친구가 된 애한테.
라스티카 : …
클로에 : 예쁘다고 말해줘서 친구가 된 기념으로 주겠다고 했어. 그랬더니 엄청 기뻐해 줬어! 가족이랑 친구한테 자랑하겠다면서! 그런데 아침에… 마법사의 스카프 같은 거, 무서운 저주가 걸려있을 테니까 필요 없대… 속이고 저주해 죽일 생각인 거라면서 찢어서 버렸어…
5화 라스티카의 부탁
라스티카 : 클로에…
클로에 : 괜찮아, 괜찮아! 마음 상한 거 아니야! 이런 일, 익숙한걸! …그렇지만 나는 바보니까 내 멋대로 상상하고 있었어. 이 스카프를 주면 다음 날에 스카프를 하고 인사하러 와주지 않을까 하고. 나는 조금 간지러운 기분이 되고, 그렇지만 엄청 기뻤을 거야. 잘 어울린다고 말해줘야지… 그 애의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바빠지지 않을까 하고… 혼자 들떠서 자기 전에 하는 쓸데없는 상상 같은 걸 많이 했었어… 저주가 무섭다니… 그야 당연하겠지… 나도 참 바보네…
라스티카 : 바보 아니야.
클로에 : 바보야…
라스티카 : 네 꿈은 무척 멋져. 그 아이가 필요 없다고 했으면, 이 스카프를 나에게 주지 않겠어?
클로에 :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야. 라스티카는 멋있으니까 좀 더 고급스러운 걸 쓰도록 해.
라스티카 : 이것보다 고급스러운 스카프는 없어.
클로에 : …그렇지 않아. 고급 천이랑 실을 쓴 것도 아니고.
라스티카 : 그렇지만 이건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거잖아. 너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거야.
클로에 : …
라스티카 : 흔하게 널린 고급품보다도 너만이 만들 수 있는 게 더 특별해. 달의 돌보다도, 그 어떤 보석보다도. 자, 이거 봐. 내가 정말 좋아하는 클로에가 만든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스카프야. 내가 좋아하는 파랑새가 수놓아져 있지. 조금 찢어졌지만 걱정하지 마. 내게는 재봉이 특기인 친구가 있거든.
라스티카 : 그 아이는 분명 솜씨 좋게 고쳐줄 거야. 이 파랑새는 몇 번이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갈 거야. 그렇지, 클로에.
클로에 : 응… 고쳐줄게, 몇 번이라도. 고마워, 라스티카…
라스티카 : 나야말로 고마워. 울지 말고… 웃어줘, 클로에.
클로에 : 응…
라스티카 : 부디 상처받지 말아줘. 우리는 하늘에서 빛나는 달처럼, 가까이 다가가면 밀쳐내지지만… 어떤 곳에서라도 웃을 수 있고, 어떤 곳에서라도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좋아하는 사람과 춤출 수 있어.
빈센트 : 북쪽의 마법사 오웬 놈… 역시 북쪽의 마법사 따위 신용하는 게 아니었다. 다행히도 니콜라스의 목숨은 무사하지만, 현자의 마법사들은 당장 성에서 나가줘야겠어. 서임식은 당연히 중지다.
아서 : 기다려주세요. 숙부님…
빈센트 : 정사는 나에게 맡기고 너도 당분간 이궁에서 지내는 게 어떻겠나.
아서 : 네…?
빈센트 : 나쁜 소문이 돌고 있어. 오즈가 너를 주운 건, 오즈가 중앙을 점령하기 위해서라고. 아서 왕자는 이미 조종당하고 있어서 언젠가 나라를 오즈에게 넘길 것이라고.
아서 : 그런 말도 안 되는… 오즈 님은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
빈센트 : 그 증거가 어디에 있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 것은 너희 짓이 아니더냐! 열기가 식을 때까지 너는 이궁에 유폐…
오즈 : …
빈센트 : 오즈… 어디서부터…
6화 그런 이유
아서 : 오즈 님…
오즈 :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런 어린애를 조종하지 않더라도 중앙을 지배하는 것쯤은 가능하다. 내 힘을 보이길 바라는가.
빈센트 : …괘씸하구나! 오즈를 붙잡아라…!
아서 : 숙부님!
중앙 병사 : 오, 오즈를…!? 오즈를 붙잡는 건 누구도…
빈센트 : 곧 해가 저문다. 오즈는 마법을 쓸 수 없게 돼!
오즈 : 지금은 이 도시를 순식간에 재로 만들 수 있지. 우선 너부터 재로 만들어주마.
아서 : 오즈 님, 그만둬 주세요! 노하시는 것은 지당하시지만…
오즈 : 비켜라.
아서 : …농담이시죠?
오즈 : …
오즈 : 《ヴォクスノク》
아서 : …
아서 : 《パルノクタン•ニクスジオ》
빈센트 : …
중앙 병사 : 다, 다행이다…! 아서 님이 지켜주셨어!
중앙 병사 : 역시 아서 님은 우리 편이셔! 오즈에게 조종당하고 있지 않아!
오즈 : …
아서 : 오즈 님…
오즈 : 목숨을 건졌구나.
아서 : 오즈 님, 기다려주세요…! 오즈… 사라지셨어…
빈센트 : 다시는 오즈를 성에 들이지 마라!! 나를 죽이려 한 반역자다…!
아서 : 아닙니다! 오즈 님은 그런 분이 아니십니다! 오즈 님은… 이 성에서 제가 있을 장소를 만들어주시기 위해, 일부러 그런 행동을…
빈센트 : 흥… 믿을 수 없다. 저게 오즈의 본성이야. 제군들! 오웬뿐만이 아니다! 오즈도 찾아내!
아서 : 오즈 님… 제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저를 피하셨습니까… 저는 아직 아무것도 보답해드리지 못했는데…
오즈 : …오랜만에 가까이서 얼굴을 봤군. 키가 자랐어…
아서 : …실례했습니다.
아키라 : 아서… 괜찮나요. 빈센트 씨에게 불려가서…
아서 : 현자님의 마법사들은 성에서 퇴거하고 마법관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서임식도 중지… 묘지 사건의 조사도 마법 과학 병단만으로 조사… 니콜라스가 눈을 뜨고 하는 말에 따라서는 오웬을 투옥… 오즈 님도 마찬가지…
언제나 발랄하던 아서가 딱딱하게 고개를 들었다. 맑았던 그의 눈동자가 무척 면목 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슬퍼하고 있는 것보다도, 그가 분노하고 있는 것보다도, 사죄의 눈빛을 하고 있다는 게 내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아서 : 제가 모자란 탓에, 제 힘이 부족해서, 죄송합니다… 현자님과 오즈 님들께 보답도 하지 못하고 이렇게 되어버려서…
아키라 : 그런 얼굴 하지 말아요… 아서의 잘못이 아니에요…
아서 : 그렇지만…
아키라 : 오웬을 찾으면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해요… 이건 분명 현자인 제 일이니까 당신 혼자서 책임감을 느끼지 말아요. 저를, 마법사들을, 그리고 이 성에 있는 사람들을 아서가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 제대로 전해졌으니까…
꾸미지 않은 솔직한 진심을. 아서는 조금이나마 울다가 웃는 듯한 얼굴을 했다.
아서 : 감사합니다, 현자님… 현자님의 상냥함에 구원받았습니다. 한탄하고 있을 수만은 없겠지요. 모두에게 사과하고 조사를 부탁해 성을 떠날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키라 : 네. 무리하면 안 돼요.
아서 : 괜찮습니다. 현자님과 얘기하니 기운이 나요. 다녀오겠습니다!
아키라 : 잘 부탁해요.
7화 오웬의 상처
아서의 뒷모습을 배웅하고 긴 한숨을 쉬었다. 걸어가려고 뒤를 돈 순간, 예고도 없이 눈앞에 오웬이 나타났다.
아키라 : …! 오웬…!
오웬 : …
쿵쿵 뛰는 왼쪽 가슴을 진정시키며 신중하게 오웬을 관찰했다. 오웬은 웃고 있지 않았다. 내 앞에 나타났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표정은 망설이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뭔가 불만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웃고 있지 않은 그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차가운 유리 같으면서도, 생생한 붉은 눈동자… 도자기 인형 같은 흰 피부…
아키라 : (이 사람도 얼굴이 잘생겼어… 마법사들은 전부 미형인 걸까…)
오웬 : 있잖아.
아키라 : 앗, 네. 아…! 니콜라스 씨에 대한 일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오웬 :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 기다렸는데 아무 말도 안 했잖아. 내 얘기가 먼저야.
아키라 : 잠깐만요! 그건 그러니까, 다른 생각을 하느라…
오웬 : 나를 눈앞에 두고? 다른 생각? 헤에, 말해봐.
가시 돋친 미소를 짓고 있는 오웬에게 솔직하게 전했다. 마법사에게 거짓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키라 : 늘 히죽대고 있으니까 잘 몰랐는데… 오웬은 아름다운 사람이구나 하고.
오웬 : 하하…
한순간 입을 다문 후에, 오웬은 웃으려고 했다. 그렇지만 실패하고 눈썹을 찌푸렸다.
오웬 : 그래서 뭐?
아키라 : 죄송합니다…
오웬 : 뭐, 아무래도 상관없어.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거대한 재앙>에 대한 일.
아키라 : <거대한 재앙>? 그 전에 니콜라스 씨의…
오웬 : 시끄러워. 내가 먼저야. <거대한 재앙>과 싸운 영향으로 기묘한 상처가 생긴다는 얘기를 했었지. 마법을 쓰려 한 오즈가 잠들고, 스노우와 화이트가 밤중에 그림에 갇히는 거.
아키라 : 네…
오웬 : 그거, 기억을 잃기도 하는 거야?
아키라 : 기억을 잃어? 설마 오웬… 기억을 잃었어요?
오웬 : …
불쾌해 보이는 그의 얼굴을 보자 갑자기 생각났다. 오늘 아침 발코니에서 봤을 때, 그는 어딘가 멍해 보였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니 그건 이상한 광경이었다. 오웬은 나를 궁지에 몰았을 때도, 누군가에게 미운 말을 할 때도 웃고 있었다.
아키라 : …니콜라스 씨와 같이 있을 때의 기억이 없는 거군요?
8화 그가 받은 처사
오웬은 불쾌한 눈빛을 하고 무서울 정도로 나를 노려봤다.
오웬 : 아니.
아키라 : 그… 그렇지만…
오웬 : 내가 그 녀석을 죽이려 한 거야. 그 녀석이 뛰어내리도록 마음을 조종해서.
아키라 : 어째서…
오웬 : 어째서? 토마토처럼 으깨지는 그 남자가 보고 싶어서지.
오웬은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유쾌해서 더 못 참겠다는 그 태도가 어딘가 연기처럼 보였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나는 신중하게 그를 설득하려 했다.
아키라 : 오웬… 만약 당신이 기억을 잃었다면, 그건 당신만의 책임이 아니에요. 이유를 말하면 알아줄 거예요. 솔직하게 알려줄 수 없나요.
오웬은 상냥하게 웃었다.
오웬 : 내가 했어. 무척 재밌었어.
아키라 : 오웬…
오웬 :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거대한 재앙>의 상처를 낫게 할 방법은? 너는 고칠 수 있어? 아니면 쓸모가 없어?
쓸모가 없다는 표현이 아픈 곳을 찔러 무심코 반론해버렸다.
아키라 : 당신을 고쳐주길 바라는 거군요?
오웬 : …
오웬이 살기를 내보였다.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눈을 마주치고 있는 것 조차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공포가 밀려왔다.
오웬 : 고칠 수 있냐고 묻고 있잖아.
아키라 : 나… 나을 필요가 없으면 물을 필요도 없잖아요.
오웬은 본성을 숨긴 부드러운 목소리를 냈다. 눈만은 웃지 않은 채로.
오웬 : 있지, 현자님… 너를 죽이면 세계가 멸망할지 몰라도. 이 세상에는 죽이는 것보다도 더한 처사가 얼마든지 있거든. 알려줄까?
아키라 : 알고 있어요. 그중 하나를 제가 당신에게 했으니까요…
오웬 : …뭐.
아키라 : 당신이라면 그랬을지도 모른다고 단정 짓고, 의심했습니다.
오웬 : …
아키라 : 죄송합니다.
오웬은 어떤 표정도 짓지 않았다. 발코니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던 때처럼. 이제 그 표정의 의미를 알았다. 어찌할 줄을 몰랐던 것이다. 손가락질당하고, 욕을 듣고 난 후에 안심하고 웃을 때까지.
오웬 : 하하… 맞아. 너희가 바라던 대로. 너희의 불행은 전부 내가 한 짓이야.
오웬 : …바보 같아.
아키라 : 오웬! 기다려요…!
붙잡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오웬은 연기처럼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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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N_1부 19장.재앙(厄災)이 준 기묘한 상처 (0) | 2020.06.22 |
MAIN_1부 18장.외톨이어도 걸어 나갈 수 있어 (0) | 2020.06.22 |
MAIN_1부 16장.월식의 저택 (0) | 2020.06.22 |
MAIN_1부 15장.드라몬드의 의뢰 (0) | 2020.06.22 |
MAIN_1부 14장.무너진 탑과 새의 그림자 (0) | 2020.06.22 |
MAIN_1부 13장.북쪽의 마법사 (0) | 2020.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