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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장 현자의 서에 적는 이야기


1화 하늘에 걸린 마법

되살아난 망자 : …

레녹스 : 《フォーセタオ•メユーヴァ》

레녹스 : 가, 작은 양들. 풀처럼 먹고 싶은 만큼 먹어.

레녹스의 양 : 메에!

레녹스 : 무사하십니까, 파우스트 님.

파우스트 : 물론이지. 그렇지만 동쪽에서 돌아오는 도중에 이런 소동과 마주할 줄이야…

레녹스 : 마법관으로 돌아가기 전에 아서 왕자와 만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파우스트 : 아서.

레녹스 : 내키지 않으시나요. 역시, 알렉 님과 닮… 읍읍.

파우스트 : 입 다물어.

레녹스의 양 : 메에메에!

레녹스 : 돌아왔구나.

파우스트 : 귀엽네, 그거…

레녹스 : 무슨 말 하셨습니까?

파우스트 : 아냐. …레녹스. 위를 봐.

레녹스 : 위…? …! 저건…!?

무르 : 달이…

라스티카 : 뭐지? 달이 가려졌어…

클로에 : 저거, 구름 아니지…

샤일록 : 설마 저 거대한 새가 토비카게리…

콕로빈 : 저… 저게… 성을 다 덮어버리고 있는데요…

아서 : …! 저게 중앙 탑을 부순 그림자 새…

아키라 : 저렇게 크다니…

그림 속의 스노우 : 왔구나.

그림 속의 화이트 : 아서여. 그럼 가보마.

아서 : 스노우 님, 화이트 님…

그림 속의 스노우 : 걱정하지 말거라. 이 성은 우리가 결계로 지켜줄 터이니.

그림 속의 화이트 : 뒷일은 부탁하마, 오즈.

오즈 : …


쌍둥이는 동시에 그림 속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빗자루를 쓰지 않고 하늘로 떠올랐다. 커다란 성을 지키는 한 쌍의 날개처럼 밤하늘에 떠올라 눈을 감았다. 어디선가 나타난 인형을 안으며 동시에 말했다.


스노우, 화이트 : 하나 둘…

스노우, 화이트 : 《ノスコムニア》


두 사람이 희미하게 빛을 냈다. 그 빛은 범위를 넓히다 떨어지며 스노우 돔처럼 성을 감쌌다. 공포나 불안을 잊을 만큼, 그 광경은 환상적이고 아름다웠다. 성으로 피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감탄이 새어 나왔다.


중앙 아이 : 예쁘다…

중앙 사람 : 괜찮아… 마법사가 모두를 지켜줄 거야.

중앙 사람 : <거대한 재앙>으로부터 지켜줬던 것처럼, 분명…




2화 마법사의 약속

쌍둥이를 올려다본 아서가 결심한 듯이 표정을 굳혔다. 나를 돌아보고는 올곧게 전했다.


아서 : 현자님. 저도 밖으로 가겠습니다.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의 결계가 깨지지 않도록 저 새를 양동하겠습니다.

아키라 : 아서…

아서 :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오즈 님의 제자니까.


아서가 웃으며 오즈를 올려다봤다.


아서 : 그렇죠, 오즈 님.

오즈 : …


오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아서를 보기만 했다. 오즈의 침묵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말을 해주면 좋을 텐데. 그렇지만 한동안 같이 지내면서 조금씩 알게 됐다. 오즈는 말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 것이다. 약속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법사니까. 마법사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 약속을 어기면 마력을 잃는다. 그 말은 즉… 그들이 무척 성실하고 정직하다는 것이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나는 얼마나 했었을까. 그때의 분위기에 휩쓸려, 편하게 그들의 기분을 맞춰주고 싶어서. 약속을 어길 때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도 상처받았다. 이 세계에 있는 마법사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아. 말을 값싸게 뿌리지 않아.


오즈 : 조심해라.

아서 : 네. 현자님을 부탁드립니다.


아서는 발코니에 서서 빗자루를 꺼냈다. 그의 모습을 올려다보던 사람들이 일제히 갈채를 보냈다. 때로는 순진하고, 때로는 제멋대로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서는 계속 웃고 있었다.


아서 : 다녀오겠습니다.


아서가 하늘로 날아갔다. 저 무서운 새의 곁으로.


중앙 사람 : 아서 님이다!

중앙 사람 : 아서 님이 구해주실 거야!

중앙 사람 : 조심해요, 아서 님!

중앙 사람 : 힘내…!

오즈 : …


오즈는 멀어져가는 등을 눈부신 듯이 보고 있었다.


카인 : 성에 결계가…!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이야!

시노 : 이제 히스만 원래대로 돌아오면…!

되살아난 망자 : …

카인 : 망자의 수가 늘고 있어… 결계에 튕겨져서 이쪽으로 오고 있나 봐.

시노 : 오늘 밤은 인기가 많네. 히스! 나야, 시노야! 돌아와 줘…!

시노 : …읏




3화 짐승과 마법사

카인 : 괜찮아, 시노!?

시노 : …조금 할퀸 것뿐이야.

카인 : 상처가 심해. 이제 됐어, 너는 먼저 도망…

되살아난 망자 : …

카인 : …읏, 끈질기네!

오웬 : 《クーレ•メミニ》

카인 : …!

되살아난 망자 : …

시노 : 망자들이 순식간에 재로…

카인 : 오웬…

오웬 : 야아. 그 짐승은, 히스클리프?

시노 : …짐승 아니야.

오웬 : 짐승이지. 나는 짐승들과 친하거든. 자유롭게 내 종으로 만들 수 있어.

카인 : 네놈! 히스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다간 그냥은 안 끝…

오웬 : 뭘 할 수 있는데?

카인 : …

오웬 : 무력한 너희가 뭘 할 수 있다는 건데. 방해되니까 물러나 있어.

시노 : …다가오지 마!

시노 : 《マッツァー•スディーパス》

오웬 : 《クアーレ•モリト》

시노 : …! 다리가… 다리가 안 움직여!

카인 : 나도… 그만해, 오웬! 부탁이니까 그만둬…!

시노 : 히스! 히스, 도망쳐…!

오웬 : 하하… 이리 와, 히스클리프.

시노 : 히스가 얌전해졌어…

카인 : 대화하고 있는 건가…?

오웬 : 그렇지… 좋아, 착한 아이. 볼을 비비다니 귀엽네. 졸리지. 그래… 놀이는 끝났어.

히스클리프 : …음…

카인 : 원래대로 돌아왔어…!

시노 : 히스! …어, 다리가 움직여…

오웬 : 빚은 갚았어. 전에 있었던 일,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마.

파우스트 : 새의 곁으로 누군가가… 아서인가…

레녹스 : 파우스트 님! 저쪽에서 날개 같은 게 돋아난 남자가!

니콜라스 : …

레녹스 : 분명, 마법 과학 병단의 니콜라스입니다. 새와 동화하려는 걸까요…

파우스트 : 흥.

파우스트 : 《サティルクナート•ムルクリード》

니콜라스 : …!

레녹스 : 이쪽을 향해 옵니다.

파우스트 : 그런가. 큰일이네. 알렉의 후손을 도와줄 생각 따윈 결코 없었는데.

레녹스 : 여전히 거짓말을 못 해.

파우스트 : 별로. 온다, 준비해.

레녹스 : 네.

니콜라스 : …

레녹스 : 《フォーセタオ•メユーヴァ》

니콜라스 : …!

레녹스 : …! 돌파당했어!

파우스트 : 레노!

니콜라스 : …!

레녹스 : …읏, 먹어라…!

니콜라스 : …!

레녹스 : …

파우스트 : …너, 마법사잖아. 왜 육탄전으로 가는 거야. 마법을 써.

레녹스 : 죄송합니다. 손이 나가는 게 빨라서…

니콜라스 : …!

파우스트 : 이제 됐어. 끝내주지. 깊이 잠들어라.

파우스트 : 《サティルクナート•ムルクリード》

니콜라스 : …!

파우스트 : 먼지가 됐어… 이 녀석은 돌이 되진 않는구나.

피가로 : 훌륭했어. 파우스트, 레녹스.




4화 밤하늘의 전투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

파우스트 : 보고만 있지 말고 도와.

피가로 : 필요 없었잖아. 그건 그렇고 루틸네가 어디 있는지 알아?

미스라 : …읏.

루틸 : 미스라 씨…!

미스라 : 말도 안 돼… 내가 오즈 이외의 마법사에게 제압당하다니… 당신은 누굽니까? 당신 정도 되는 마력의 소유자라면 들어본 적이 있을 텐데. 노바라는 마법사는 아무도 몰라.

노바 : 너에게 볼일은 없어. 남쪽의 루틸, 아이를 받아가지.

루틸 : 시, 싫어요…!

야윈 아이 : …우우…

미스라 : 무슨 일이 있어도 싫어요? 그냥 넘겨주는 게…?

루틸 : 미, 미스라 씨는 도망쳐주세요! 저만이라도 이 아이를 지킬 거예요!

노바 : 그렇다면 힘으로 뺏을 뿐이지.

미스라 : …그렇게 두진 않을 겁니다. 그가 돌이 되면 곤란하거든요.

브래들리 : 미스라!

네로 : 루틸, 괜찮아!?

미스라 : …! 브래들리, 네로. 좋을 때에…

브래들리 : 《アドノポテンスム》

미스라 : …

루틸 : 미, 미스라 씨…!

브래들리 : 헷…! 명중이다! 미스라는 상대하기 어렵지만 세 명이나 있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네로 : 아아. 누군진 모르겠지만, 잘 싸워줬어. 당신.

노바 : …

루틸 : 아, 아니에요! 미스라 씨는 절 도와주셨어요! 저 마법사가 수도를 엉망으로 만든 거예요!

브래들리 : 뭐라고!?

네로 : 이 자식이!?

미스라 : …브래들리, 네로… 잘도 공격했네요…

브래들리, 네로 : 미안미안!

노바 : 촌극은 이쯤에서 끝내지. 이걸로 마지막이다.

루틸 : …

미스라 : 《アルシム》

미스라 : 루틸. 이 공간의 문으로 도망쳐주세요.

루틸 : 그렇지만…

미스라 : 괜찮으니까, 서둘러주세요. 부디 죽지 말고.

루틸 : …읏, 알겠습니다…!

미틸 : 브래들리 씨랑 네로 씨, 괜찮을까요. 따라오지 말라고 하셨지만…

리케 : 무서운 일이 생기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레녹스 : 미틸, 리케.

미틸 : 레녹스 씨…!

피가로 : 무사했구나, 둘 다.

파우스트 : 이런 곳에 애들만…

리케 : 피가로, 파우스트… 브래들리와 네로가 루틸을 구하러 저쪽으로!

피가로 : 루틸을 구하러? 누구한테서?

미틸 : 미스라 씨요!

루틸 : …!

미틸 : 형님…! 무사하신가요!?

루틸 : 미틸, 리케…

피가로 : 다쳤잖아.

루틸 : 피가로 선생님, 이 아이를 구해주세요!




5화 너의 이름

루틸 : 노바라는 마법사가… 배 속에 뭔가 집어넣었어요!

파우스트 : 노바…?

야위 아이 : …

피가로 : 이건… 안에 들어있는 건 달의 돌이야…

리케 : 달의 돌…?

파우스트 : 젊은 마법사는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아. 엄청난 혼돈이 소용돌이치고 있어. 감화될 거다.

레녹스 : 이쪽으로 와, 미틸, 리케. 루틸, 기분은 괜찮아?

루틸 : 네, 네… 이 아이, 구할 수 있을까요?

피가로 : 괜찮아, 피가로 선생님은 명의니까. 그렇지만 잔혹한 짓을 다 하는구나. 인체에 매개를 숨기다니. 파우스트, 주변을 정화해줘. 달의 돌을 꺼냈을 때 혼돈이 뿜어져 나올 거야. 이곳의 질서가 흐트러져 오염되지 않도록.

파우스트 : 그렇게 하지.

파우스트 : 《サティルクナート•ムルクリード》

리케 : 아… 뭔가 숨쉬기 편해졌어…

루틸 : 힘내… 금방 편해질 거야.

피가로 : 시작할까. 무섭지 않아.

야윈 아이 : …싫어… 이건… 내 거야…

피가로 : 쉿. 조용히.

야윈 아이 : …뺏어가지 마…!

미틸 : 왜, 왜 그러는 건가요…?

야윈 아이 : 후후… 내 보석… 내 거… 내 거야…

피가로 : 네 것이 아니야.

야윈 아이 : 내 거…

피가로 : 너는 역할에 먹혔어. 달의 돌을 맡는 역할은, 너 자체가 아니야. 너에겐 이름이 있을 테지.

야윈 아이 : …

피가로 : 이름을 알려줘. 보석을 갖고 있지 않아도 너는 너야. 달보다도 아름답게 빛나고 있어. 아름다운 보석을 가졌던 자신을 잊는 건 힘들겠지만, 웃으면서 지냈던 너를 기억해 내. 보석이 없었어도 너는 행복하게 웃었잖아? 그 기억을 꺼내는 거야. 있는 그대로의 너를 기억해 내. 너의 이름은?

야윈 아이 : …쥬드…

피가로 : 쥬드. 노력하는 사람다운 멋진 이름이야. 너는 영웅이야, 쥬드. 네 덕분에 왕도가 구원받았어. 고마워.

야윈 아이 : …

피가로 : 《ポッシデオ》

루틸 : 돌이 떠오르고 있어… 쥬드, 힘내…!

야윈 아이 : …응…

피가로 : …좋아, 꺼냈어.

루틸 : 다행이다…!

파우스트 : 달의 돌은 심각한 상태네…

피가로 : 겉보기엔 이상이 없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들이 갖고 있다간 차례차례 불행이 일어나 사람이 죽어가겠지. 뭐, 무르행이려나. 달의 돌이니.




6화 마법을 겹쳐서

거리를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새가 날개를 펼치며 성 위의 하늘을 춤추듯이 날았다. 날갯짓을 할 때마다 피 같은 비린내가 섞인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거대한 새의 부리가 성의 탑을 공격했다. 그렇지만 스노우 돔 같은 결계가 부리로부터 성을 지켰다.


아키라 : 대단해…!

오즈 : 아니… 이대로 계속되다간 한계가 올 거야.


오즈의 말대로 부리가 부딪쳐올 때마다 섬광 같은 균열이 일어났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그때…


아서 : 《パルノクタン•ニクスジオ》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난 아서가 마도서를 펼쳐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마도서에 빛이 모이면서 작은 구슬이 됐다. 몇 개인가의 빛 구슬이 유성과도 같은 속도로 거대한 새를 향해 날아갔다. 그 빛 구슬과 경주하듯이 아서도 밤하늘을 질주했다. 빛 구슬이 명중하자 거대한 새는 성난 듯한 울음소리를 냈다. 눈앞을 날아가는 아서를 날개 치며 쫓아갔다.


아서 : 그래! 이쪽으로 와!


조마조마하며 아서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았다. 옆에 있는 오즈의 상태를 살폈다. 오즈는 잠들어 있었다.


아키라 : 오… 오즈…

오즈 : …미안하다.


오즈는 눈을 뜨자 쓴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봤다. 마법을 쓸 수 있나 시험해보는 사이에 잠들어버린 것이겠지.


오즈 : 현자.

아키라 : 네…

오즈 : 죽어가던 파우스트를 살렸을 때, 너는 내게 마력을 주었었다. 같은 일을 지금 할 수 있겠는가.

아키라 : 오즈에게 마력을 줘…?

오즈 : 현자란 마법사를 이끄는 자. 이론상으로는 내게 힘을 주는 것도, 내 힘을 끌어내는 것도 할 수 있을 테지.

아키라 : …해보겠습니다.


그날과 똑같이 오즈의 손에 내 손을 겹쳤다.


아키라 : 어떤가요…?


오랫동안 침묵한 후에 오즈가 고개를 저었다.


오즈 :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아…

아키라 : 죄송해요…

오즈 : 아니…


그때 하늘에서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빗자루를 탄 마법사가 모여오고 있었다.


아서 : …! 너희는…!

샤일록 : 가세할게요.

무르 : 토비카게리다! 크네!

라스티카 : 내 새장에도 다 못 넣을 것 같네.

클로에 : 이, 이런 걸 쓰러뜨릴 수 있을까?

아서 : 다 같이 힘을 합치자! 고마워!


온 것은 서쪽의 마법사들이었다. 왕도의 하늘을 날아다니며 거대한 새를 둘러싸고, 거대한 마법진 같이 자리를 잡아갔다. 중심에 있는 아서가 소리를 높였다.


아서 : 간다!

7화 운명을 같이

아서 : 간다!

무르 : 오오!

샤일록 : 언제라도 좋아요.


아서가 마도서를 높게 치켜들었다. 푸른 번개가 밤하늘을 달렸다.


아서 : 《パルノクタン•ニクスジオ》

무르 : 《エアニュー•ランブル》

샤일록 : 《インヴィーベル》

라스티카 : 《アモレスト•ヴィエッセ》

클로에 : 《スイスピシーボ•ヴォイティンゴーク》


모두가 일제히 만들어낸 빛이 무서운 기세로 거대한 새를 향해 날아갔다. 그 빛은 하나로 모여 거대한 새의 몸을 꿰뚫었다.


클로에 : 해냈어…!


귀가 울릴 정도로 크게 비명을 지른 거대한 새가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미친 듯이 날갯짓을 했다. 새빨간 부리를 벌리고 아서에게 달려들었다.


아서 : …!

라스티카 : 위험해…!

아서 : …

무르 : 아서!

아서 : …괜찮아!


거대한 날개에 맞은 아서의 어깨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서쪽의 마법사들이 아무리 공격해도 거대한 새는 돌아보지 않았다. 오로지 아서만을 쫓아 공격했다.


아서 : …

오즈 : 아서…


오즈가 발코니의 난간을 잡고 상체를 내밀었다.


아키라 : 왜 아서만…

오즈 : 중앙의 왕자이기 때문이겠지. 중앙의 토지에서 태어난 토비카게리에게 집착 당하는 거야…


오즈는 안타까운 마음에 주먹을 쥐었다. 머지않아 그의 노려보는 듯한 시선은 하늘에서 빛나는 달을 향해있었다. 크고 검은 날개 틈새로 계속 빛나고 있는 달을 노려보며 오즈가 중얼거렸다.


오즈 : …네 생각대로 되게 내버려 두지는 않겠다.

오즈 : 현자.

아키라 : 네…

오즈 : 미안하지만 운명을 같이 해줘야겠어.

아키라 : 네…? 앗…!


오즈는 내 어깨를 끌어안으며 발코니에서 몸을 내밀었다.


아키라 : 잠깐… 기다…!

오즈 : 간다.

아키라 : …


오즈는 나를 안은 채로 성의 발코니에서 뛰어내렸다. 검은 날개와 황금색의 달이 보였다. 우리는 세차게 떨어지고 있었다.


아키라 : …

오즈 : 힘을 하사해라, 현자. 너는 우리를 이끄는 자. 나를 믿어. 나도 너를 믿고 있다. 아키라.




8화 바람

나는 오즈의 손을 세게 잡았다. 전에 나도 같은 걸 바랐던 적이 있다. 아주 작은 신뢰를 쌓고 싶어. 이 세계와. 이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리고… 나 자신과. 오즈가 천천히 손가락을 뗐다. 그 손에는 훌륭한 지팡이가 쥐어져 있었다. 어느샌가 낙하하는 속도도 느려져 있었다. 나는 오즈를 봤다. 그의 입이 움직였다.


오즈 : 《ヴォクスノク》


그 순간… 우리는 자연의 섭리를 거슬렀다. 밤하늘로 급상승하고 있었다. 달까지 날아갈 것 같은 스피드로.


노바 : 달의 돌을 돌려줘야겠어.

미스라 : 루틸은 돌아오지 않을겁니다. 이걸로 싸우기 쉬워졌네요.

노바 :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미스라 : 네. 혼자가 아니라서.

브래들리 :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거 물러설 수는 없잖아.

네로 : 정말이지, 편하게 숨어 살고 있었는데…

오웬 : 힘을 빌려주길 바라?

브래들리 : 오웬…

오웬 : 부탁하면 협력해줄게.

미스라 : 중앙 시장에서 차라도 마시죠. 케이크 사드릴게요.

오웬 : 좋아. 이 남자는?

미스라 : 노바.

오웬 : 노바. 이 녀석이…

노바 : …

브래들리 : 자, 그럼 해볼까.

브래들리 : 《アドノポテンスム》

노바 : …

네로 : 《アドノディス•オムニス》

노바 : 흥. 너희가 몇 명 있더라도…

오웬 : 《クーレ•メミニ》

노바 : …!

오웬 : 못 움직이겠지. 그리고…

오웬 : 《クアーレ•モリト》

노바 : …!

오웬 : 내 트렁크에 뭐가 들어있는지 보여줄게. 붙잡아 둔 나한테 화가 나 있으니까 엄청 흉포해. 이 가방 속은 지옥. 튀어나오는 것은 지옥의 번견, 케르베로스다.

노바 : …!

오웬 : 헤에, 케르베로스를 피하다니. 그렇지만 그쪽 방향으로 도망쳐도 괜찮겠어?

노바 : 뭐라고?

미스라 : 《アルシム》

노바 : …! 떨어진다…!

미스라 : 잘 왔어요. 끓어오르는 활화산의 마그마가 있는 곳으로 공간을 이어뒀습니다. 이대로 뼈까지 녹아주세요.

노바 : 흥…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 왜냐하면 나는…

미스라 : 《アルシム》

브래들리 : …

네로 : …

오웬 : …

미스라 : 하아… 피곤해…

브래들리 : 야…! 아무리 그래도 지금 건 끝까지 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

미스라 : 왜요?

브래들리 : 정체라든가 이것저것 말할 것 같은 느낌이었잖아!

미스라 : 그렇지만 다시 나오기라도 하면 싫잖아요…

브래들리 : 그렇다고…! 너 역시 바보네…




9화 밤하늘의 번개

미스라 : 하아… 괜찮아요. 꽤 상처를 입었으니까 금방 다시 나타나진 않겠죠.

오웬 : 아, 가방 닫아야지.

네로 : …! 저걸 봐! 성 위에 떠 있는 구름에서, 지상으로가 아니라 하늘을 향해 거꾸로 번개가 치고 있어…!

미스라 : 아아…

오웬 : 아아…

브래들리 : 아아…

네로 : 뭐야, 그 이상한 반응은…

미스라 : 저거에 몇 번이나 고통받은 기억이 있는지라.

네로 : 하?

미스라 : 오즈예요. 저 번개는.

오즈 : 《ヴォクスノク》

아키라 : …!


나를 한쪽 팔로 안으며 오즈가 밤하늘에 강림했다. 그가 하늘을 향해 지팡이를 들어 올릴 때마다 엄청난 우렛소리가 울려 퍼졌다. 푸른 빛이 정맥의 그림자처럼 밤하늘에 퍼져갔다.


아서 : 오즈 님…!

샤일록 : 마법을 쓸 수 있게 됐네요.

라스티카 : 듣던 것보다 더한 위력이야…

클로에 : 이게 세계 최강의 오즈…

무르 : 아…! 토비카게리가 이쪽으로 도망쳐 온다!


오즈의 번개에 완전히 진 새는 비틀거리며 아서네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새빨간 입을 벌리고 엉망진창으로 날면서 빠르게 비상했다.


아키라 : 오즈!


오즈는 조준하듯이 지팡이를 고쳐 쥐었다. 날카로운 눈을 가늘게 뜨고 밤하늘을 미친 듯이 날고 있는 새를 응시했다. 어렴풋이, 호전적인 미소를 지었다.


오즈 : 내게서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그 몸을 꿰뚫어 주지.

오즈 : 《ヴォクスノク》


오즈가 지팡이를 높게 쳐들었다. 그 순간 엄청난 땅 울림이 일어났다. 거대한 새의 바로 밑, 무너졌던 중앙 탑이 순식간에 쌓아 올려지고 있었다. 그 속도는 눈으로 쫓아갈 수 없을 정도라 거대한 새는 도망칠 수도 없었다.


중앙 사람 : 탑이… 우리의 탑이 순식간에 되살아나고 있어!

중앙 사람 :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거 아니야…!?

중앙 사람 : 아…! 새가…!


거대한 새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날개 쳤다. 재건된 중앙탑이 새까만 머리를 밑에서부터 뚫어버렸다.


중앙 사람 : 살았다…!

중앙 사람 : 새 괴물을 처리했어…!

중앙 사람 : 마법사가 해치웠어…!


거대한 새는 두세 번 날갯짓한 뒤 움직이지 않게 됐다. 몸이 무너져 내리듯이 거대한 새는 무수한 검은 깃털로 변해갔다. 그것은 아침놀 속에서 비처럼 온 거리에 내렸다.




10화 새하얀 거리

시노 : 하늘에서 깃털이…

카인 : 끝났나 보네…

히스클리프 : 으응… 어라…? 왜 카인의 겉옷이…

카인 : 아아, 뭐라고 해야 할까…

히스클리프 : 어라!? 왜 아무것도 안 입고 있는 거야!?

시노 : 이따가 얘기해.

히스클리프 : 시노, 다쳤잖아.

시노 : 신경 쓰지 마. …그래도, 이 말은 먼저 해둘게.

히스클리프 : …

시노 : 무사해서 다행이야, 히스.

브래들리 : 와, 기분 나빠. 뭐냐, 이 깃털은…

오웬 : 거리가 새까맣네. 즐거워.

네로 : 위험한 거 아닌가, 이거…

미스라 : 글쎄요…

네로 : 하늘은 아침 해가 비추고 있는데 지면은 깜깜한 밤이라니… 제멋대로에 뒤죽박죽인 마법사 같네.

브래들리 : 무슨 일이야, 갑자기 포엠 같은걸…

네로 : 시끄러, 브래드. 조용히 해.

루틸 : 검은 깃털이 이렇게 많이…

피가로 : 그다지 좋은 건 아니네. 정화하는 게 좋겠어.

미틸 : 그렇지만… 이렇게 많은 양, 무리 아닐까요?

파우스트 : 괜찮겠지. 마법사는 21명이나 있으니까. 전원이서 하면.

미틸 : …

파우스트 : 뭔가 이상한 말이라도 했어?

미틸 : 혼자인게 좋은 동쪽의 마법사면서, 전원이라니…

파우스트 : …*해야 할 일은 해. 남쪽의 마법사는 다 같이가 특기니까 모범을 보여줘.

미틸 : 네!

리케 : 열심히 해요! 다 같이 하면 분명 금방 끝날 거에요.

레녹스 : 그렇네.

쥬드 : …으음… 어라…?

레녹스 : 정신이 들었어?

쥬드 : 거리가 새까맣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건가?

피가로 : 괜찮아. 금방 새하얘질 거야.

라스티카 : 《アモレスト•ヴィエッセ》

중앙 사람 : 와아… 검은 날개가 희게 빛나면서 사라졌어…

중앙 사람 : 마법사님 고맙습니다!

중앙 사람 : 고마워!

클로에 : 아하하! 손 열심히 흔들어주네! 퍼레이드 때 같아! 탑도 고쳐졌고, 다들 기뻐 보여!

샤일록 : 그러게요. 인간은 정말 타산적인 생물이네요. 그렇지만 그런 점이 애처롭고 귀여운 것이겠죠. …어라.

클로에 : 왜? 뭐 주웠어? 퍼플 사파이어 조각… 이거, 무르의 영혼의 조각? 중앙탑에도 있었구나. 무르에게 주면 분명 좋아하겠네. 샤일…

샤일록 : 꿀꺽

클로에 : 샤일록!?

샤일록 : 쉿… 비밀로.

클로에 : 비, 비밀이라니…

무르 : 샤일록, 저쪽 깨끗하게 만들었어!

샤일록 : 착한 아이네요. 좀 더 힘낼 수 있겠어요?

무르 : 응!

샤일록 : 그럼, 갈까요.

클로에 : 보면 안 되는 걸 봐버렸어…




11화 왕자의 스승

콕로빈 : 아서 전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드라몬드 : 찍! 찍찍!

아서 : 너희야말로, 백성들을 잘 지켜줬어. 아… 원래대로 돌려줄게.

아서 : 《パルノクタン•ニクスジオ》

드라몬드 : …찍찍… 아서 전하…!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하시면…!

아서 : 걱정 끼쳐 미안해. 그렇지만 믿음직스러운 동료가 나를 지탱해주었으니까. 그래… 다시 소개할게. 오즈 님, 오즈 님!

오즈 : 아서…

아서 : 이쪽으로 와주세요.

오즈 : …

아서 : 모두에게 소개하지. 나를 키워주신 부모이자 내게 마법을 가르쳐 주신 스승, 오즈 님이야.

오즈 : …오즈다. 아서가 신세를 지고 있군.

드라몬드 : ㄴ, 네…

오즈 : 아서는… 개구쟁이에 호기심이 많아 무모한 짓을 하니까, 돌보기 힘들지.

드라몬드 : 저, 정말이지… 그 말씀대로라…! 어제도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오즈 : 그 기분 알아. 어릴 때도 토끼를 쫓아 얼음 마녀의 성까지 가버려서…

아서 : 오즈 님, 옛날얘기를 하시면 부끄러워요!

콕로빈 : 아하하! 신기하네… 뭔가 보호자 모임 같네요!

스노우 : 이런이런,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구나.

화이트 : 현자여, 큰일이었구나.

아키라 : 네. 그래도 모두가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마법사에 대한 오해도 조금씩 풀려가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도 하고 있어요.

스노우 : 그렇구먼. 다들 정말 수고가 많았어.

화이트 : 어라, 저건 국왕의 동생…

빈센트 : 현자님.

아키라 : 빈센트 씨…

빈센트 : 이번에는 현자님의 마법사에게 우리도 도움을 받았어. 면목 없지만 취소했던 서임식을 다시 거행했으면 하는데.

스노우 : 무슨 일인고, 갑자기.

화이트 : 알았다, 니콜라스가 관여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비밀로 해주길 바라는 게지?

스노우 : 엄청난 추태였으니 말일세.

화이트 : 타국에게 배상금을 요구받아도 어쩔 수가 없는 사태 아닌가.

빈센트 : …어떻습니까, 현자님.

아키라 : 물론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중앙 사람 : 와아아…

중앙 사람 : 새로운 현자님과 현자님의 마법사들이다!




12화 현자와 현자의 마법사

중앙 사람 : 서임식 축하드립니다!

중앙 사람 : 구해줘서 고마워…!

아서 : 고마워! 다들 고마워!

카인 : 엄청난 갈채네!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어.

리케 : 모두가 기뻐해 줘서, 무사해서 다행이야.

오즈 : 그렇네.

스노우 : 다들 즐거워 보이는구먼.

화이트 : 잘됐구나, 잘됐어.

미스라 : 정장 같은 거 처음 입어봐요.

오웬 : 나도. 맞춰 입는다는 건 이상하고 재밌네.

브래들리 : 흥. 뭐, 나쁜 기분은 아니야.

무르 : 《エアニュー•ランブル》

중앙 사람 : 와아아…

샤일록 : 무르는 불꽃을 좋아하네요.

무르 : 좋아~!

라스티카 : 클로에의 의상, 다 같이 입어서 다행이네.

클로에 : 응! 설마 북쪽 마법사들까지 입어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시노 : 나쁘지 않아. 이 성을 점령한 기분이야.

히스클리프 : 너, 그런 위험한 얘기 하지 마…

네로 : 이런이런. 이렇게 눈에 띄다니… 동쪽의 가게는 정리하고 와야겠네.

파우스트 : 마법관에 가게를 내면 돼. 가끔씩 식사하러 가지.

미틸 : 형님! 다들 웃으면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있네요!

루틸 : 응. 모두의 미소를 보고 있으니 기쁘네.

레녹스 : 아아. 정말이네.

피가로 : 잘했어. 우리도, 성과 수도의 사람들도. 현자님. 너도.


피가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발코니를 올려다보는 사람들도, 발코니에 서 있는 마법사들도 웃고 있어. 이런 시간을 더, 더 많이 늘려가면서 작은 신뢰를 쌓아가면 돼. 이 세계에 내가 오게 된 것, 마법사들과 만난 것에 조그마한 의미라도 있기를. 내가 현자의 서에 적는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도록.






루틸 : 그러고 보니 미스라 씨의 기묘한 상처는 뭔지 모르는 건가요?

무르 : 확실히 미스라만 뭔지 모르네. 나는 내가 엄청 많이 있대!

미스라 :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그런 것보다도 졸려서…

시노 : 자면 되잖아.

미스라 : 그게 잠들 수 없어요. 덕분에 며칠째 잠도 못 자고 있다고요.

아서 : 그거 큰일이네… 언제부터 못 자고 있는 거야?

미스라 : 언제부터냐니… 꽤 오래 못 잤네… <거대한 재앙>과 싸운 다음부터?

아서 : 그게 기묘한 상처인 거 아닌가…?

미스라 : 그럴지도…

무르 : 둔해…

시노 : 둔해…

루틸 : 다음에 수면 굿즈 선물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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