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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상의 BGM & Live2D과 함께 즐기시길 바랍니다. (특히 9화)
*읽기 전에 참고하면 좋은 스토리 EVENT_39. 모정이 불타는 바다 거리의 랩소디 (안 읽어도 스토리 이해와는 무관)
TL/checking-hz
제3장. 옛날에 | ▼PAGE EN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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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그들의 양보
[중앙의 나라/ 마법관 도서실]
-동쪽의 마법사는, 사람을 싫어하고 낯을 가리고 폐쇄적이다.
그렇기에, 높은 사람의 시찰 같은 이벤트는 극히 싫어한다.
애초에, 주목받는 걸 안 좋아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걸 누군가가 엿보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동쪽의 마법사들은 탐탁지 않은 얼굴을 하고 받아들여줬지만, 속마음을 말한다면 이렇게 말했겠지.
『보고 있는 걸 알고 있는데, 평소처럼 행동 하라니 불가능이야. 제안한 사람이 제정신인지 의심스러워.』
『평소의 동쪽의 마법사를 보고 싶은 거라면, 뛰어난 마법으로 들키지 않도록 몸을 숨길 필요가 있어.』
『빈센트는 그걸 할 수 없어. 그걸 할 수 없는 이상, 이 시찰은 싸구려 연극에 불과해. 평소의 모습 같은 건, 볼 수 없을 테니까.』
그러고 있던 걸...
『뭐, 현자 씨가 하고 싶다면 해도 상관은 없지만...』
이라는 느낌으로 어울려주게 됐다.
그렇기에, 문을 연 순간, 동쪽의 마법사들이 여기 없어도, 불만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쪽의 마법사들이 있었다. 책상에 앉아, 각자의 책을 읽고 있다.
실내는 정숙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드라몬드 : 현자님... 동쪽의 나라는 무슨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인지...?
파우스트 : 자습이다.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파우스트가 대답했다. 다른 세 사람도 묵묵히 독서를 하고 있다.
『독서하는 모습 정도라면, 견학해도 좋아』라는 거겠지.
신경질적이고 까다로운 동쪽의 나라 기질을 알고 있는 나는, 그들의 양보에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보내고 싶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사교적인 중앙의 나라, 남쪽의 나라와, 그럭저럭 우호적인 교류를 하고 온 빈센트 씨는 불만스러웠던 것 같다.
그곳에 있는 건 양보가 아닌, 뻔뻔스러운 반항으로 보였겠지.
(박수치는 소리)
-손바닥을 두 번 치고, 이렇게 말했다.
빈센트 : 시작하도록. 서둘러.
시노 : ...
파우스트 : ...
네로 : ...
히스클리프 : ...
-동쪽의 마법사들은 화가 났다.
무시하기로 결정한 것 같았지만, 결국 히스클리프가 빈센트 씨들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
그는 동쪽의 나라의 대귀족의 아들로, 왕가나 집안의 이름을 짊어지고 있다.
빈센트 씨의 노여움을 살 수는 없었다.
히스클리프의 축 처진 모습에 파우스트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낸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짧게 한숨을 쉬고는 탁하고 책을 덮었다.
파우스트 : 손님에게 보여줄 정도로, 내줄만한 건 아냐.
그래도, 상관 없다면.
빈센트 : 상관없다. 너희들의 평소 훈련을 보여봐라.
네로, 시노, 히스클리프 : ...
-『보고 있는데 평소처럼이라니,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라고 얼굴에 써져있었지만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파우스트 : 그럼, 어제 수업을 이어서 하지.
시노 : 실기를 하면 안 돼? 실기로 하자고. 내 실력을 보여주지.
히스클리프 : 네 실력은 내가 알면 됐어. 아니면, 중앙의 나라에서 출세하고 싶은 거야?
-정치적인 사정에 어두운 시노에게, 히스클리프는 목소리를 낮춰 질책한다.
확실히, 만에 하나 빈센트 씨가 시노를 마음에 들어하면 복잡한 문제가 된다.
시노는 잘 모르는 것 같지만, 히스클리프의 발언이 마음에 든 것 같았다. 득의양양하게, 거만한 태도로 돌아온다.
시노 : 호오. 꽤 그럴 듯한 말을 하게 됐네. 그런 거라면, 삼가지.
파우스트. 시작해. 서둘러.
파우스트 : 다음에 또 말하면, 저주한다. 그럼, 네로. 어제의 복습이다. 문트Munt의 법칙을 설명해봐.
제2화 문트의 법칙
[도서실]
네로 : 그런 이름, 어제 나왔나...? 남자? 여자?
파우스트 : 문트는 여자야. 하지만, 법칙 내용에 성별은 상관없어. 너는 알 텐데.
네로 : 나, 그거 사용하고 있어?
파우스트 : 항상 사용하고 있어. 사용한다기보다, 법칙이라서 원리야.
네로 : 어...
파우스트 : 알겠어. 네로, 고마워. 시노, 답해볼 수 있겠어?
시노 : 문트의 법칙? 나도 사용하는 법칙이야?
파우스트 : 사용하고 있어. 마력의 기초야. 동쪽의 마법사 기질에도 크게 관련되어 있지.
시노 : 사용하고 있는 거면, 그거에 붙여진 이름에 무슨 의미가 있어?
파우스트 : 알겠어. 고마워, 아기 고양이.
시노 : 아기 고양이?
파우스트 : 오늘부터 네 이름이야. 붙여진 이름에 의미는 없잖아. 다음, 히스클리프...
시노 : 잠깐! 아기 고양이라고!? 좀더 내 실력에 어울릴법한...
파우스트 : 쉿. 조용히 하도록, 아기 고양이.
시노 : 네로! 이 선생, 사람을 모욕하잖아!
네로 : 네가 먼저 모욕한 거지. 선생이 가르쳐준 것 정도는, 제대로 기억하라고.
시노 : 당신이 할 말이야?
네로 : 그렇게 말하면....
파우스트 : 너희들, 조용히 해. 히스클리프, 답할 수 있겠어?
-시노를 타이르려고 하던 히스클리프는, 파우스트에게 불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히스클리프 : 네. 문트의 법칙은, 마법심리작용의 법칙 중 하나입니다.
집중하면 할 수록, 마법 작용은 강해지는 대신에, 다른 감각을 잃어, 시야가 좁아집니다.
파우스트 : 그 말대로야.
-감각을 잃는다... 히스클리프의 대답에 나는 불안해졌다.
마법의 구조를 모르는 채로, 언제나 부담을 주고 있던 건 아닌가 하고.
아키라 : 저기, 파우스트... 저도 물어봐도 될까요?
파우스트 : 뭐지?
아키라 : 마법에 집중하면, 뭔가 신경이 상하게 된다는 건가요...?
파우스트 : 아니야. 지각할 수 없게 될 뿐이야.
아키라 : 지각할 수 없다...
파우스트 : 그래. 인간에게도 마찬가지인 일이 있어.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으면,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다든가 간과하게 된 적은?
아키라 : 아, 있어요. 이름을 불렀는데 눈치채지 못한다든가...
파우스트 : 그거랑 마찬가지야.
마법은 마음으로 사용하지. 마음이 집중할 때일수록, 강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지각 능력은 둔해져.
너희들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거야. 특히 시노는.
시노 : 강한 마물을 쓰러트릴 때, 주문을 외우면, 소리가 안 들리게 된 적이 있어. 바로 돌아오긴 했지만...
파우스트 : 그래... 그정도로 집중할 수 있는 건, 마법 기술이 숙달했다는 증거이기도 해.
기쁜 일이기도 하지만, 네게는 좀 더 서둘러서, 여러가지 가르쳐야겠네...
-파우스트는 웃지 않고, 심각하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시노는 고개를 젓는다.
시노 : 이 이상, 숙제를 내는 건 그만둬. 어째서, '특히 나는'이라고 하는 거야.
파우스트 : 비교적, 동쪽의 마법사답지 않으니까다.
시노 : 동쪽의 마법사답다는 건?
파우스트 : 나도 오랜 세월, 폭풍의 계곡*에 틀어박혀 있었어서,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동쪽의 마법사답다는 건, 즉 조심성이 많다는 거야. 우리들은 위험에도 안락에도 조심하지.
즉, 문트의 법칙에서 일컫는 일극집중 마법은, 동쪽의 마법사랑은 맞지 않아.
조심성 많고, 경계심이 강한 자들은, 주위의 기척에 과민해서, 집중을 잘 못해.
안심할 수 있는 환경 외에서, 몰입하는 걸 싫어하지.
시노 : 그럼, 동쪽의 마법사는 강해질 수 없다는 거야?
집중하는 편이 강한 마법을 쓸 수 있잖아?
파우스트 : 일률적으로 그렇다고도 할 수 없어. 일극집중에 서툰 대신에, 동쪽의 마법사는 평행 마법을 잘해.
아키라 : 평행마법...?
-턱을 괴면서, 네로가 웃었다.
네로 : 요리같은 거야. 여러 개의 마법을 한 번에 걸어서, 동시에 진행시키는 거지.
재료를 썰면서, 냄비를 끓이고, 그릴에서 굽고, 접시를 닦고...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을 말하는 거다.
그렇게 듣고 보니, 동쪽의 마법사는 멀티태스킹이 특기인 것 같았다.
파우스트 : 평행마법은, 복수複数 마법이라고도 불리고 있어. 복수 마법에는 집중과 부감俯瞰이 동시에 필요해.
제3화 의외인 특기
[도서실]
시노 : 부감이라니?
파우스트 : 한발 뒤로 물러서서,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거야.
히스클리프 : 시노에게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네...
시노 : 할 수 있어.
히스클리프 : 할 수 없어.
-쓴소리를 쏟아내는 히스클리프의 옆에서, 네로가 쓴웃음을 지었다.
네로 : 중앙의 녀석들보다는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시노는 신중하고 조심성이 많아. 중앙의 녀석들은 멧돼지니까.
-동의를 구하는 듯, 네로는 파우스트에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는 성실하게 끄덕일 뿐이었다. 사실, 그는 중앙의 마법사다.
파우스트 : 복수 마법 이야기를 이어서 하지. 복수 마법에 익숙해지면, 어떤 고도의 마법을 실천할 수 있게 돼.
시노 : 하고 싶어.
파우스트 : 익숙해지면,이라고 말했잖아.
히스클리프 : 선생님은 하실 수 있나요?
파우스트 : 일단은 말이지. 하지만, 네로가 특기인 것 같아.
네로 : 오, 뭔데. 무슨 마법?
-네로를 바라보고, 파우스트는 말했다.
파우스트 : 봉인 마법이야.
네로 : ...
-턱을 괸 채로, 네로는 웃었다.
네로 : 그런거 특기도 아냐.
파우스트 : 고도의 봉인 마법은 복수의 매개나 마법진을 사용하는, 기계 설계처럼 치밀하고 복잡한 거야.
수천 개의 톱니바퀴를 동시 맞춰서, 그걸 순식간에 엮어나가는 것 같은 집중력과 전체를 파악하는 능력을 요하지.
시노 : 히스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히스는 시계라든가, 기계 만지는 걸 좋아하고.
히스클리프 : 봉인이라... 종종 마물이 봉인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저보다, 강한 마력을 가진 상대도 봉인할 수 있나요?
파우스트 : 할 수 있어. 마력의 차差를 기술로 능가하는 것이 봉인이야.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는 집중해서 듣고 있다.
갑자기, 떠올라 질문한다.
아키라 : 봉인 마법은, 조심성 많은 동쪽의 마법사가 특기라고 하셨는데...
북쪽의 마법사는 어떤가요? 그들은 자주 오즈를 봉인한다든가, 누군가를 봉인한다고 말하는데...
-파우스트가 입을 벌리며 네로에게 시선을 돌린다.
무언가 말하고 싶어하는 네로의 모습에 웃으면서 손끝을 향했다.
파우스트 : 하시죠.
네로 : 아, 아냐. 그럴 생각이었던 건...
파우스트 : 네 방에서 마실 때 얘기했던 걸로 보면, 봉인은 네가 더 잘 아는 것 같아.
시노 : 그런가. 의외인 특기가 있었네.
히스클리프 : 요리는 평행 작업의 기본 같은 거니까.
네로 : 아ㅡ... 그렇네.
-네로는 자신의 턱을 만지면서, 나에게 몸을 돌렸다.
네로 : 이렇게 생각하면 돼. 일반적인 봉인이라는 건 봉납이나 마찬가지야.
아키라 : 봉납? 중요한 편지에 안료를 발라, 스탬프로 봉하는 그거요?
네로 : 그래. 여는 건 쉽지만, 열었다는 사실은 확실하게 알 수 있어.
열지 않은 척 하면서, 원래대로 되돌리는 건 할 수 없지.
-확실히 그렇다. 나는 끄덕이면서, 이야기를 재촉했다.
네로 : 북쪽의 마법사의 봉인은 이래. 튼튼한 바위에 깊은 구멍을 파서 중요한 걸 넣고, 무거운 뚜껑을 얹어.
물리적으로, 누구도 무거운 뚜껑을 치울 수 없어. 하지만, 치울 수 있는 녀석이 있다면...
히스클리프 : 한 번도 열지 않은 척을 하면서, 다시 닫을 수 있어?
네로 : 그래. 그러면 봉인의 의미를 벗어나지.
아키라 : 고도의 봉인이라면, 그걸 할 수 없나요?
-네로는 어째서인지 화가 난 듯 눈썹을 찌푸리며 끄덕였다.
네로 : 그래. 봉인을 풀려고 한 순간, 마법을 건 당사자가 바로 알아.
허튼짓을 하면, 당사자 외에게도 알려지게 되는 조작이 되어 있어.
숲 속 여기저기 늘어져 있는 실에, 한 번도 걸리지 않고 지나가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거지.
아주 조금이라도 걸리면, 숲 전체가 불에 탄 들판이 되고, 봉인한 마법사가 뛰어와.
-네로의 이야기는 몰입하기 좋았다. 직접 체험한 것 같은 긴박감과, 복잡함이 전해져 왔다.
하지만, 신기한 점도 있었다. 파우스트가 그걸 입에 옮긴다.
파우스트 : 마치, 봉인을 풀어본 쪽의 시점이네.
제4화 성스러운 마법사
[도서실]
-네로는 말 없이 파우스트를 돌아봤다. 손바닥을 치며, 웃는다.
네로 : 아하하!
파우스트 : ...? 뭔가 이상했나?
네로 : 아니, 역시, 나는 설명이 서툴구나 싶어서. 정말이지, 선생한테는 못 이기겠네.
파우스트 : 뭐야, 갑자기 빈말을 하고.
네로 : 아니아니, 진심이야.
시노 : 네로. 당신 지금, 웃으면서 얼버무린다는 기술을 쓰지 않았어?
네로 : 조용히 해, 아기 고양이.
시노 : 아기 고양이는 그만해!
히스클리프 : 하지만, 엄청 재밌었어. 나도 언젠가, 봉인 마법을 사용해보고도 싶고, 봉인 마법을 풀어보고도 싶네.
네로 : 응. 히스는 잘 맞을 것 같아.
-네로는 히스클리프에게 미소 지어 보였다. 유능한 제자를 지켜보는 듯한, 다정한 시선이었다.
두 사람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파우스트도 미소 짓고 있었다.
파우스트는 음침하고 신경질적인 분위기의 인물이지만, 웃으면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가끔 보여주는 부드러운 표정은, 고결하고 선량한 도사導師같았다.
갑자기, 빈센트 씨가 눈썹을 움직인다.
빈센트 : 너, 안경을 벗어봐라.
-파우스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째려보지도 않고, 빈센트 씨를 일축한다.
파우스트 : 거절하지.
-빈센트 씨는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초조함을 감추지 않고, 드라몬드 씨께 묻는다.
빈센트 :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이야. 저 마법사의 이름은?
드라몬드 : 파우스트입니다.
빈센트 : 파우스트?
-빈센트 씨는 놀라고는, 집중해서 오랫동안 파우스트를 바라본다.
중앙의 나라에 있어, 파우스트라는 이름은 특별한 것이었다.
초대 국왕 알렉의 친구이자 그랑벨 왕조의 건국에 협력한, 마법사의 이름이 파우스트이기 때문이다.
빈센트 씨의 시선에서 어렴풋이 당황과 경의가 보인다.
빈센트 : 파우스트... 성스러운 마법사라 불린 파우스트 님과 같은 이름이다.
전설과 같은 보랏빛 눈동자... 혹시, 그분의 관계자인 게?
-파우스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 없이 시선을 돌려보내자, 빈센트 씨는 위축된 듯 어깨를 움츠리고 시선을 피한다.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관계자는 커녕 파우스트는 전설의 파우스트 본인이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다. 친구인 알렉과는 치명적인 결별을 맞이했다.
자신을 죽이려고 한 친구 알렉... 그 자손인 빈센트 씨의 얼굴을, 파우스트는 조용히 바라보았다.
긴 정숙 뒤, 시선을 돌린다.
파우스트 : 이 뒤는 복잡한 내용이야. 수업에 방해야. 나가줘.
드라몬드 : 파우스트... 빈센트 전하께 무례하다.
빈센트 : 아니, 됐다. 그럼, 실례하지.
-놀랄 정도로 순순히 대답한 뒤, 빈센트 씨는 솔선해서 방을 나갔다.
당황해하며 동쪽의 마법사들에게 인사하고, 우리들은 방안을 나간다.
[복도]
-복도를 걸으면서, 빈센트 씨는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열렬하게, 흥분한 기색을 보이며, 침착하게 턱을 만지고 있다.
빈센트 : ...어째서 지금까지 알아채지 못했지. 거울을 댄 것처럼 똑같았어...
드라몬드 : 비, 빈센트 전하?
빈센트 : 파우스트 님이다. 알렉 폐하께서 그리셨다고 하는, 파우스트 님의 초상화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드라몬드 : 그 파우스트가?
제5화 파우스트의 진실
[복도]
빈센트 : 가볍게 부르지 마라. 우리나라 국부의 맹우라 불리시는 분일지도 모른다.
드라몬드 : 에이 설마, 빈센트 님. 이름이 같다고 해도 그건 과장이십니다.
현자님을 통해, 여러 마법사와 알고 지내, 선량한 면도 많이 있다는 걸 봐왔습니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제대로 퉁명스럽고 음흉하고 심술궂은 쪽의 마법사입니다. 안심하십시오.
아키라 : 안심하라니... 그렇지 않아요. 파우스트는 상냥한 사람이에요.
드라몬드 : 또 그러신다...
콕로빈 : 정말이에요. 카나리아와 함께 세상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드라몬드 : 저주상과 세상 이야기라니... 저주라도 받으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야? 머리카락 하나라도 떨어트리고 왔으면 죽을 거야!
콕로빈 : 봐요, 그런 태도시잖아요!
드라몬드 : 저주상인데!? 저주상이라고!?
빈센트 : 그건 가면을 쓴 모습일지도 모른다. 여러 전승으로 들은 적이 있다.
고결한 성인이나 현자가 가난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둔갑해 위정자의 진가를 가늠하려는 것이다.
-가난한 노인이라고 생각해서 매정하게 굴었더니, 사실은 아름다운 여신님이었다.
나도 들은 적 있는 이야기다. 빈센트 씨는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빈센트 : 성인 파우스트 님은, 우리나라를 알렉 님께 맡기고 모습을 숨기셨다고 들었다.
우리나라의 위기... 세계가 위기를 맞이해, 다시 한번 속세에 모습을 보이신 걸지도 모른다.
드라몬드 : 파우스트는 오래전부터 현자의 마법사였습니다.
빈센트 : 가볍게 부르는 건 그만두도록.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다. 그분 앞에서는 경의를 잊지 마라.
-드라몬드 씨는 웃어 보였지만, 빈센트 씨가 너무도 진지한 태도라 그에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다.
드라몬드 : 예, 분부 받들겠습니다.
콕로빈 : 후후, 그 파우스트 씨가, 전설의 파우스트 님과 동일인물이라니...
드라몬드 : 뭘 웃고 있어, 바보 같은 놈! 너도 예를 갖춰!
콕로빈 : ㅇ, 예!
-황송해하는 두 사람을 곁눈질로 바라보며, 빈센트 씨가 진지하게 끄덕인다.
나는 궁금해져서 물어보았다.
아키라 : 전설의 파우스트...님은, 신용할 수 있나요? 같은 마법사인데?
빈센트 : 당연하다. 중앙의 나라 건국을 위해, 힘쓰신 분이다.
아키라 : 지금 현자의 마법사도 마찬가지예요.
세상을 구하기 위해, 힘을 빌려주고 있어요.
빈센트 : ...
아키라 : 선조분이신 알렉 씨는, 마법사들을 친구로서 대해주셨어요.
그러니까, 전설의 파우스트 님도 협력적이었던 게 아닐까요?
-친구로서 대하는 것을 그만뒀기에 파국을 맞이한 걸지도 모르지만.
빈센트 씨는 입을 다물었다.
못마땅한 침묵이 아니라, 자신이나 세상을 다시 보는 듯한, 사려의 깊이가 느껴진다.
내가 마법사들을 지키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도 인간을 지키려고 하는 거다.
자신들을 도와준 마법사라면, 순순히 존경이나 경의를 보인다.
아키라 : (성스러운 마법사, 건국의 영웅 파우스트 님이라...)
(과거의 파우스트를 섬기는, 중앙의 나라 사람은 많이 있어.)
(파우스트의 정체를 알리면, 인간들은 마법사를 신용하기 쉬워져서, 우호적인 관계를 맺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파우스트는, 절대로 싫어하겠지...)
-파우스트는 알렉에게 배신당했다. 인간과 마법사가 결렬되었을 때, 화형을 당했다.
그후로 계속, 파우스트는 인간도 중앙의 나라도 원망하고 있다.
파우스트 : 어이.
-그때, 파우스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6화 빈센트의 진의
[복도]
-빈센트 씨들이, 쭉 허리를 펴고 돌아본다.
빈센트 : 무슨 일 있나.
-적극적으로 타인에게 말 건 것을 이미 후회하고 있는 듯한 얼굴로, 파우스트는 천천히 안경을 올렸다.
파우스트 : 마법관을 멀리하고 있는 네가, 어째서 집요하게 시찰을 오는 거지?
한 번이라면 변덕 일지 몰라도 이걸로 세 번째야.
뭔가 필요가 있어서 하는 건가.
빈센트 : ...
-빈센트 씨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의 시선에는 망설임이 보였다.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 건지, 나는 알 수 없다.
아키라 : (마법관을 시찰할 필요...?)
-빈센트 씨의 침묵에, 파우스트는 비아냥거리듯 냉소 지었다.
인간의 어리석음이나 비정함을 모멸할 때, 그가 보이는 표정이었다.
파우스트 : 빈센트.
너는 아서의 가족으로, 카인의 이전 주군이야. 오늘은 조용히, 집으로 보내주겠어.
하지만, 우리를 누군가에게 팔아버리는 짓 해봐. 그 대가 끊어질 때까지 저주해주겠어.
-파우스트의 인품을 아는 나마저도 오싹해질 것 같은, 저주상의 미소였다.
빈센트 씨가 희미하게 숨을 참는다. 그의 눈동자에는, 공포가 흔들리고 있었다.
마법사를 무서워하고 있는 게 아니다. 존경하는 선조에게, 버려지는 듯한 불안한 공포...
의외였다.
이 사람도 누군가가 지켜봐줬으면 하는 거다.
빈센트 : ...거듭해 알고 있겠다.
파우스트 : 흥...
-파우스트는 어두운 모습으로 도서관을 향해 모습을 감췄다.
[서쪽의 나라/ 천공이궁 연회장]
브로치를 단 귀족 : 후후... 어머, 근사한 옷이네요. 서쪽의 나라는 유행의 시작점最先端이었죠.
모자를 쓴 귀족 : 그 말대로입니다. 앞으로의 시대는, 중앙의 나라가 아닌 서쪽의 나라.
마법 과학의 은혜로, 대륙 제일의 발전을 이룩한 지금, 서쪽의 나라는 최고로 풍요롭고 강한 대국입니다.
브로치를 단 귀족 : 하지만... 무서운 소문을 들었어요.
모자를 쓴 귀족 : 무서운 소문?
브로치를 단 귀족 : 오즈나 미스라... 날씨를 조종하고 땅을 흔드는 악명 높은 대마법사들.
그들이 중앙의 나라와 손을 잡았다고...
모자를 쓴 귀족 : 뭐라!?
그 오즈와 미스라가 어째서 중앙의 나라에...!?
설마, 우리들의 재보나 기술을 빼앗을 셈인 건...
??? : 무슨 일들이시죠.
모자를 쓴 귀족 : 당신은... 버넷 장군...!
브로치를 단 귀족 : 질 버넷Jill Barnette 님...! 서쪽의 나라에서 가장 평판 높으신 분과,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다니!
질 : 저야말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신사숙녀 여러분. 대체, 무슨 일이신 거죠?
모자를 쓴 귀족 : 버넷 장군. 그 오즈나 미스라가 중앙의 나라에 있다는 건 사실입니까...?
질 : ...
네, 사실이에요.
브로치를 단 귀족 : 어머! 어떻게 그런...!
모자를 쓴 귀족 : 중앙의 나라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질 : 여러분, 진정하시죠.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들이 중앙의 나라에 있는 건, 그들이 현자의 마법사이기 때문이죠.
모자를 쓴 귀족 : 현자의 마법사...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어.
브로치를 단 귀족 : 분명, 이계에서 왔다는 현자와 함께, <위대한 재앙>을 격퇴하는, 마법사들을 말하는 게...?
질 : 네, 맞습니다. 다음 <위대한 재앙>과의 전투에 대비하기 위해...
오즈나 미스라는, 중앙의 나라에 있는 마법관에 머물고 있습니다. 마법관에는 현자가 있으니까요.
듣자 하니, 마법사는 현자의 말만, 따른다던데.
브로치를 단 귀족 : 그럼, 현자님이 있는 한, 오즈나 미스라도 얌전히 있겠네요.
다행이다... 하지만, 현자님을 자기 나라에만 머물게 하다니, 중앙의 나라는 치사해요.
질 : 아뇨, 뭘 또 그런 말씀을. 중앙의 왕가가 멋대로 마법관을 설치해, 그들을 환대하고 있을 뿐입니다.
마법관은 중앙의 나라에만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모자를 쓴 귀족 : 오! 그렇다는 건...!
질 : 국왕폐하는 현자도, 현자의 마법사도, 우리나라의 관리 하에 두는 걸 바라고 계십니다.
가까운 시일 내, 오즈도 미스라도, 이 천공이궁에 데려오시겠죠.
제7화 장군의 책략
[천공이궁 연회장]
모자를 쓴 귀족 : 오오! 역시, 버넷 장군!
브로치를 단 귀족 : 실물 오즈는 무서워요...
모자를 쓴 귀족 : 현자가 하는 말이라면 듣는 것 같지. 나는 꼭 두 눈으로 보고 싶어! 장군, 기대하고 있겠어!
질 : 그럼, 실례하죠.
브로치를 단 귀족 : 잠시만요, 장군.
질 : ...
브로치를 단 귀족 : 버넷 장군은 통속소설을, 즐겨보신다고 들었어요.
질 : 그런데, 무슨 일이죠?
브로치를 단 귀족 : 맥 루모스Meg Le Moss의 신작. 「애상과 만조의 미트파이」는 읽어보셨는지요?
저, 무척 감동...
질 : 조용. 내용을 밝히지 말아 주세요. 아직 손에 넣지 못했거든요. 원정에서 돌아온 참이라서.
브로치를 단 귀족 : 이런! 꼭 읽어보세요! 무척이나 재밌...
질 : 조용. 고마워요. 그럼.
[천공이궁 / 도박장]
질 : 나란 자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어... 맥 루모스의 신작이 나왔다니. 서둘러 손에 넣어야 해.
서쪽의 나라 장교 : 예.
질 : 미트파이가 제목에 있다는 건, 전작의 협력자였던 메이드 마가렛이, 주인공인 걸지도 몰라...
마가렛의 특기 요리는 미트파이였어. 짝사랑 중이던 여주인의 약혼자에게 파이를 잘라주는 부분은 명장면이었지.
서쪽의 나라 장교 : 각하.
질 : 뭐야.
서쪽의 나라 장교 : 외람되오나, 충고를 드려도 되겠습니까.
질 : 알고 있어. 마가렛의 사랑은 이번에도 보답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서쪽의 나라 장교 : 아닙니다! 아까 하신 각하의 말입니다. 마법관을 유치하다니... 혹여, 문제가 된다면...
질 : 흥. 호언장담을 하지말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서쪽의 나라 장교 : 각하의 명예에 상처를 내고 싶지 않습니다! 핏줄뿐인 대귀족들과 달리, 각하는 그 재능으로 이곳까지 오르신 분.
확실히, 몇 년 전까지는, 방탕 아들이라 불리셨지만, 지금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질 : 핏줄 뿐인 대귀족에, 방탕 아들이라. 문제 발언은 네 쪽이겠군.
서쪽의 나라 장교 : 송구합니다...
질 : 용서하지. 호언장담은 고의였네. 만취한 사람에게 강한 술을 따르는 것과 같은 것.
우리나라의 대귀족들도, 중앙의 나라 정부도 태평하지만, 새로운 나라가 생겨난 것 같아.
서둘러 손을 쓰지 않으면, <위대한 재앙>에게 멸망하기 전에, 또다시 마왕에게 지배당할 거야.
서쪽의 나라 장교 : 마왕? 새로운 나라? 무슨 말씁이십니까...?
질 : 마법관말이야. 현자와 현자의 마법사.
오즈나 미스라를 따르게 하다니... 소문이 진짜라면, 현자라는 자는 한 나라의 왕에게 필적하는 힘을 갖고 있어.
서둘러 손을 써야만 해.
서쪽의 나라 장교 : ...이세계에서 소환된 현자님은, 저희들을 위해 세상을 지켜주시는 게 아니셨나요?
질 :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서쪽의 나라 장교 : 악인인 것처럼 말씀하셔서...
질 : 현자가 벌레 한 마리 죽이지 않는 성인이라고 해도, 뒤에 오즈와 미스라를 업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넘쳐흐를 정도로十二分に 성악한 악당이야.
서쪽의 나라 장교 : 그런 가요...?
질 : 불투명하고 위험스러운 마법관은 통째로 이쪽으로 넘기고, 우리들이 관리하는 편이 좋아.
그러기 위해, 이미 물밑에서 교섭을 하고 있어.
서쪽의 나라 장교 : 누구와?
질 : 너한테 나불나불 얘기할 리가 없잖아. 한번 들으면 죽을 때까지 비밀엄수야.
아무래도 국가기밀이니까. 과연 네 정신이 버틸 수 있을까.
서쪽의 나라 장교 : ...송구합니다. 제가 경솔했습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질문은...
질 : 중앙의 나라 국왕폐하의 제군弟君인, 빈센트 전하야.
서쪽의 나라 장교 : 왜 말씀하시는 건가요...!?
질 : 후후. 네 인생에 긴장감을 주고 싶어서.
맛봤으면, 맥 루모스의 신작을 구해와. 될 수 있는 한, 빨리.
서쪽의 나라 장교 : 아, 알겠습니다!
(달려가는 소리)
질 : ...지금쯤, 빈센트 전하는 마법관으로 시찰을 떠나, 꽤나 고민하고 있겠지.
마법관이라는 강력하지만 위험한 카드를, 수중에 둘지 버릴지.
흠... 아마도, 버리겠지. 귀찮은 왕자님을 잘라낼 기회야.
마법관은 서쪽의 나라에게 넘기겠다. 당신은 세계 구제에 전념해달라고, 정무에서 손을 떼게 만들고...
혹시라도 왕자님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 자신이 왕관을 쓰면 되는 거니까.
왕족이라는 건, 안타까운 족속들이야. 그 점이 좋은 거지만.
제8화 서쪽 나라 방식의 접대
[마법관/ 창이 보이는 복도]
빈센트 : ...
-동쪽의 마법사들과 헤어진 뒤, 빈센트 씨는 계속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파우스트가 말한 것처럼, 이 시찰에는 무슨 목적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콕로빈 : 현자님. 서쪽의 마법사들은 마법관의 바에 있죠.
아키라 : 아, 네. 맞아요.
-콕로빈 씨의 말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눈앞의 시찰에 집중해야지.
나는 꿀꺽 침을 삼켰다.
중앙, 동쪽, 남쪽과는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왜냐하면, 서쪽의 마법사는 장난을 아주 좋아하니까.
아키라 : (...라고 말해도, 시찰도 이걸로 세 번째고 어젯밤에 얘기했을 때도 차분했었어.)
(그러니까, 틀림없이 괜찮을 거야...)
아... 이 방이에요. 잠시, 상황을 살펴볼게요.
[마법관 / 바]
-그곳에는 네 명의 빈센트 씨가 있었다.
빈센트 : 무슨 일이지.
빈센트 : 무슨 일인가.
빈센트 :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야.
빈센트 : 무슨 일일까.
-나는 반사적으로 복도로 돌아왔다.
[마법관 / 창이 보이는 복도]
아키라 : ...
빈센트 : 무슨 일이지. 들어갈 수 없는 건가?
-진짜 빈센트 씨가 의아한 듯 물어본다.
나는 뒤돌아, 붙임성 있게 웃어 보였다.
아키라 :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저기, 죄송하지만 조금만 뒤로 물러나 주세요.
빈센트 : 뒤로?
아키라 : 네, 맞아요. 자,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마법관/바]
-다시 한번 바를 들여다보자, 그곳에는 서쪽의 마법사들이 있었다.
무르 : 아, 현자님!
클로에 : 현자님이다!
샤일록 : 안녕하세요, 현자님.
라스티카 : 현자님, 어떠셨나요? 웃음이 나오셨나요?
아키라 : 아니, 저기...
라스티카 : 중앙의 나라도, 남쪽의 나라도, 동쪽의 나라도, 여러분 성실하게 훈련을 하셨다는 것 같죠.
저희들은 한번 쉬어가는 느낌으로, 한 때의 웃음과 놀라움을, 여러분께 제공할까 했어요.
아키라 : 가, 감사합니다. 하지만, 조금 아슬아슬한 소재였던 게 아닐까...
라스티카 : 어머. 너무 어른용 소재였나요?
샤일록 : 보다 과격한 후반의 소재는 아직 보여드리지 않았는데...
클로에 : 역시, 화난 거 아냐!? 그렇지, 현자님.
무르 : 드라몬드 대신으로 변신한 편이 더 잘 먹혔을 거라는 거야? 현자님, 웃음에 엄격한 편?
아키라 : 어, 어.... 그렇네요, 일단은...
여러분,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쪽의 마법사들 : 천만의 말씀!
아키라 : 하지만 지금 아직은 좀, 빈센트 전하는 놀라움과 웃음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아서...
무르 : 그럼 뭘 원해? 철학? 물리학? 천문학?
샤일록 : 속세의 고뇌를 잊어버릴 정도의 미주?
라스티카 : 멋진 음악은 어떠실까요?
클로에 : 새로운 의상은 어때!?
아키라 : 어... 그거 비슷한 것들을, 마법을 사용해서 빈센트 전하께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서쪽의 나라 마법사들 : 물론이지!
아키라 : 그럼, 제발 그런 방향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미소를 보이며 끄덕였다.
그 후,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빈센트 씨들을 향해 돌아봤다.
아키라 : 됐습니다, 들어와 주세요!
/
무르 : 《エアニュー・ランブル》!
콕로빈 : 와아... 밤하늘의 별자리가 방 안에서 빛나고 있어!
샤일록 : 《インヴィーベル》
드라몬드 : 어, 어쩜. 공중을 떠다니는 과실을 짜서, 리큐르와 함께 글라스 안에...
라스티카 : 《アモレスト・ヴィエッセ》
(피아노 연주 소리)
아키라 : 와아...! 무척이나 근사한 연주네요!
클로에 : 《スイスピシーボ・ヴォイティンゴーク》!
빈센트 : ...
클로에 : 아... 저기...
-서쪽의 마법사들의 마법에, 일동 신이 나 있었다.
빈센트 씨를 제외하고는.
제9화 마법사의 선물
[샤일록의 바]
빈센트 : ...뭐지, 이건.
-클로에의 마법으로, 하늘하늘 공중을 떠다니던 천을, 빈센트 씨가 잡아당긴다.
마법이 풀린 건지, 공중을 떠다니던 선명한 색의 천은 툭 빈센트 씨의 손안에 떨어졌다.
클로에 : ...으, 그, 그건. 저기, 넥타이クラバット/cravate예요...
빈센트 : 보면 안다.
-빈센트 씨가 지긋이 노려보자, 클로에는 순간 움츠러들었다.
클로에 : 죄, 죄송합니다...
라스티카 :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아, 클로에. 보렴. 빈센트 전하께서는 화가 나신 게 아니니까.
클로에 : 저, 정말...?
-라스티카의 말에, 클로에는 살며시 고개를 든다.
빈센트 씨가 호된 행동을 하지 않길 바랐다.
클로에는 무척이나 착한 아이였다. 바느질을 좋아해, 재봉으로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그가, 재봉 마법을 보여주었는데, 혼난다는 건 너무한 처사다.
나는 언제든지 이야기를 끊고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다.
품위 있게 잡아든 천을, 찬찬히 들여다보고는 빈센트 씨가 눈썹을 찡그린다.
빈센트 : 마법으로, 방금 만든 건가? 아니면, 만들어 둔 것을 마법으로 꺼낸 건가?
클로에 : 아, 저기, 음, 천은 사둔 거예요. 중앙의 시장에 멋진 가게가...
빈센트 : 마법은 언제 사용한 거지?
클로에 : 무... 묶을 때 사용했어요!
빈센트 : 본 적 없는 매듭 방식이군.
클로에 : 제가 생각한 매듭이에요.
빈센트 : 호오. 센스가 있군.
-빈센트 씨는 농담을 섞어 자신의 옷깃에 갖다 댔다.
그 미소는, 아서와 닮았다. 나는 기뻐져서 클로에를 바라봤다.
클로에는 울고 있었다. 깜짝 놀란 건지 큰 눈에서 방울방울 눈물을 흘리고 있다.
라스티카는 당황해하고 있었다.
라스티카 : 크, 클로에.
-자신의 말에 감격한 백성이 우는 것에 익숙한 건지, 빈센트 씨는 아무렇지 않았다.
무르와 샤일록이 눈을 맞추고는 히죽 웃었다.
빈센트 : 알겠다. 이건 돌려주지.
클로에 : 아, 저기...! 괜찮으시다면, 받아주세요. 무척이나 잘 어울리시니까...
-빈센트 씨는 의심스럽다는 듯 클로에를 노려봤다. 시선이 계속되자, 클로에는 창백해진다.
그래도 눈물을 닦고, 똑바로 빈센트 씨를 바라본다.
클로에 : 마법사가 만든 거라 갖기 싫을지도 모르겠지만, 저주를 걸거나 하지 않았어요!
이상한 마법도, 수상한 장치도 당연히 없어요!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빈센트 : ...
-빈센트 씨는 시험하듯 클로에를 계속해 응시했다.
이윽고, 넥타이를 재빨리 예쁘게 접어, 가볍게 들어 보였다.
빈센트 : 받지. 너를 믿겠다.
-팟하고 클로에의 얼굴에 미소가 찾아왔다.
클로에 : 아..., 감사합니다!
라스티카 : 잘 됐네, 클로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너무도 이야기가 잘 풀려서, 나는 계속해 진의를 의심하게 된다.
클로에가 착한 아이니까. 멋스러운 매듭이었으니까. 중앙의 시장의 가게를 칭찬해줬으니까.
빈센트 씨가 클로에의 선의厚意를 받아들인 이유는 다양하겠지. 단순한 변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척이나 기뻤다.
나도 빈센트 씨께 감사인사를 전하려고 했다.
그러기도 전에, 그는 라스티카에게 말을 걸었다.
빈센트 : 라스티카 페르치?
라스티카 : 네.
-라스티카가 해맑게 대답한다. 빈센트 씨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그를 위에서 아래로 관찰한다.
빈센트 : <위대한 재앙>과의 싸움으로 희생된 자들 대신에 소환된 음악가라는 게...
라스티카 : 그렇습니다, 빈센트 각하. 앞으로, 잘 부탁드리죠.
제10화 라스티카의 과거
[샤일록의 바]
빈센트 : 이쪽이야 말로. 몇 가지, 질문을 해도 되나?
라스티카 : 물론이죠.
빈센트 : 페르치라면, 그 멸문한 페르치 가家?
옛날에 서쪽에서 부귀영화를 자랑하던, 서쪽의 나라 왕가 이상의 대부호였던 대귀족의...
-빈센트 씨의 질문에, 라스티카 옆에서 클로에가 숨을 참는다.
파고들 듯, 라스티카의 옆모습을 바라본다.
라스티카는,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라스티카 : 글쎄요. 안타깝게도 잊어버렸답니다.
빈센트 : ...그런가.
라스티카 : 당신의 존함은, 빈센트 그랑벨?
빈센트 : ...그렇다.
라스티카 : 근사한 이름이네요.
-빈센트 씨는 대답하지 않고, 뒷짐을 지었다.
빈센트 : 라스티카. 당신의 시중을 들고 있는 자는?
라스티카 : 클로에에게 항상 신세 지고 있어요. 마음이 잘 통하는 아이예요.
빈센트 : 손이 부족하지는 않은가. 부족하다면, 종자를 사용해라.
-샤일록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무르가 휘파람을 불었다. 놀랄 정도의 귀빈 대접이었다.
무르 : 왜, 라스티카만? 현자님도 종자가 없는데?
빈센트 : 콕로빈이 있지 않은가.
콕로빈 : 네!? 저는 그, 본업은 서기관인데...
샤일록 : 기묘한 일이네요. 서쪽의 마법사는 기묘한 일들을 아주 좋아하죠.
고압적이었던 당신의 태도가, 이곳에 오자 부드러워진 이유와 무언가 관계가 있나요?
-닥치거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빈센트 씨는 샤일록을 노려봤다.
샤일록은 파이프를 물고, 가볍게 눈썹을 올린다.
빈센트 씨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순간 말을 잃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마치, 샤일록의 미소에 반한 것처럼 보였다. 기분 나쁘다는 듯,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
확실하지 않은 태도였지만 어쩌면, 지혜로운 판단英断이었을지도 모른다.
샤일록에게 휩쓸리지 않고, 그와 정면으로 말다툼을 벌여, 승리할 수 있는 사람은 좀처럼 보기 힘들겠지.
샤일록 : 이런, 아쉬워라.
무르 : 샤일록 재미없겠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라스티카 :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 진심으로 감사드리죠.
어째서 제게,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 건가요? 설마...
빈센트 : ...
라스티카 : 당신이 제 신부...
빈센트 : 신부?
클로에 : 아냐 아냐 아냐! 진정해, 라스티카!
-마도구인 새장을 꺼낸 라스티카를, 클로에는 허둥대며 집어넣게 했다.
라스티카는 신부를 찾고 있다. 그 때문에, 신부일지도 모르는 사람을 새장에 가두는 버릇이 있었다.
아저씨부터 아줌마까지.
빈센트 : 잘은 모르겠다만 이제 됐다. 물러나지.
-빈센트 씨는 그렇게 말하고 라스티카를 향해 인사했다.
라스티카도 정중히 인사한다. 그가 정중히 인사하는 건 평소에도 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기묘한 위화감이 남는다.
클로에는 불안한 듯 라스티카를 바라본다.
불우한 환경에 있던 클로에는, 라스티카에게 구해져 그에게 마법을 배우고 있었다.
말하자면, 라스티카는 클로에의 스승이었다.
하지만, 클로에는 라스티카의 과거를 모른다.
그가 어째서 신부를 찾는지 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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