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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상의 BGM, Live2D연출, 표정 변화와 함께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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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여행길을 앞두고 ▼PAGE END
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7화 8화 9화 10화

제1화 뻗어진 손

[현자의 방]

-스노우와 화이트에게 받은 사크 어쩌고 쨩(정식 이름은 까먹었다)은, 기묘한 움직임을 보였다.
바닥을 기어다니기도 하고, 둥실둥실 떠서 작은 새처럼 내 어깨에 머물기도 했다.
야옹, 하고 울지는 않았다. 가끔, 니니니...라고 하는 울음? 소리? 가 났다. 스노우와 화이트의 목소리랑 닮아있었다.
그 아이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거나, 창문 너머를 내려다 보거나, 잠든 것처럼 눈을 가늘게 뜨곤 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유리 구슬 같은 둥근 눈동자... 솔직히 엄청나게 귀여웠다.
하지만, 나는 사크 어쩌고 쨩을 안아 올리지도 쓰다듬어 주지도 않았다.
먹이도 필요없다는 것 같아서, 그 아이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아키라 : (사역마라니... 나를 대신해 몸을 던지는 존재가 된다고 했지.)
(이 아이는 고양이도 아니고, 반려동물도 아냐. 자칫 잘못하면 금방 사라져 버리는, 마법으로 태어난 환상 같은 거야.)
(고양이를 키우는 게 꿈이었어.)
(하지만, 이 아이는 고양이가 아니야.)


-나는 깔끔하게 결론짓고, 방을 나서려고 했다.
그러자, 사크 어쩌고 쨩은 나풀나풀ふよふよ 날아올라 내 뒤를 쫓았다.
복슬복슬한 털이 살랑살랑 흔들려서, 꼬리가 흔들흔들 가로로 움직인다.


아키라 : (귀여어어... ...아냐아냐, 안 돼...)


-손을 뻗으려다가 자제한다. 여기에 스마트폰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틀림없이, 사진을 잔뜩 찍고 있었을 테니까.
사크 어쩌고 쨩에게서, 눈을 돌릴 때마다 마음이 소란스럽다.
지금의 내 마음은, 투둑투둑 비가 계속 내리는 곳에서 우뚝 문을 닫고 있는 문과 닮았다.


[ 마법관 정원 ]

-나는 사크 어쩌고 쨩과 함께, 마법관의 탑으로 향했다.
며칠 전 회의에서 정했던 일이다.
중앙의 나라 마법사.
그리고, 서쪽의 나라 마법사가, 서쪽의 나라 수도로 향한다.
동쪽의 나라 마법사들은, 동쪽의 나라 비의 거리로 향한다.
북쪽의 나라 마법사들은 대기.
남쪽의 나라 마법사들은, 중앙의 나라에서 복지활동을 이어한다.
나는 오늘, 중앙의 나라 마법사랑 서쪽의 나라 마법사들과 함께 서쪽의 나라에 동행할 예정이었다.
동쪽의 나라로 향하는 동쪽의 나라 마법사들과는 오늘 아침, 마법관의 탑 앞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랬는데...


아키라 : 어라...? 왜 모두들 돌아와 계세요?


-마법관의 탑에서, 하나 둘 마법사들이 걸어 나왔다. 까먹고 놓고 간 거라도, 가지러 돌아온 것처럼.


시노 : 현자, 뭐야 그건. 사역마야?

아키라 : 맞아요. 쌍둥에게 받아서...

히스클리프 : 굉장하다. 현자님은 고양이를 좋아하시니까, 고양이를 닮았으니 잘 됐네요.
이 사역마는 현자님께서 사역하시는 건가요?


-미소 짓는 히스클리프에게, 나는 조금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아키라 : 저는 아마, 사역은 못할 거예요. 위험한 상황에서 제 몸을 대신해준다고...

히스클리프 : 몸을 대신해...


-히스클리프는 그 한 마디로, 모든 것을 알아챈 것처럼 입술을 깨물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침묵한다.
좋아하는 것이 나를 대신해 감싼다는, 그 상황이 주는 스트레스는 그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시노는 히스클리프의 어깨에, 가볍게 툭 손을 올렸다.


시노 : 나랑 같은 일 하네.

히스클리프 : ...


-또렷하게 날카로운 시선으로, 히스클리프는 시노를 노려봤다. 시노는 어째서인지 만족스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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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어째서 이름을

[마법관 정원]

-일촉즉발의 공기를, 나른한 네로의 목소리가 없애준다.


네로 : 현자 씨. 샤일록이 내일로 하자는데. 어? 뭐야, 사역마?

아키라 : 네?

네로 : 아, 미안. 출발. 내일로 하자는데.


-네로는 어쩐지 말하는 게 내키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의 곁에서 불쑥 얼굴을 내미는 무르가 즐거운 듯이 웃는다.


무르 : 샤일록, 오즈한테 후우 해서 재밌었어!

아키라 : 후우라뇨? 뭐를요?

무르 : 연기를 후우! 오즈는 얼굴을 구깃!


-무르는 들떠서 공중돌기를 했다. 샤일록이 오즈에게, 연기를 내뿜었다는 걸까?
커버 치듯 네로가 뒤이었다.


네로 : 괜찮아.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지만, 왕자 씨랑 기사 씨랑, 서쪽 녀석들이랑, 우리 선생이랑, 어찌어찌 무마해서...

아키라 :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건가요?

네로 : 무슨 일이 있었냐고 하면, 아무 일도 없긴 했지만.

히스클리프 : 샤일록이 말했어요. 출발을 늦추고 싶다고.
기분 안 좋았던 일이 있어서 상처받았으니까, 이런 시기의 자신을 무리시키고 싶지 않다면서. 뭐라고 말했었지?

시노 : 자신의 기분을 풀어주고 싶댔나.

히스클리프 : 그거였어. 그러지 않으면, 노바도 세계 구제도,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 되어 버리니까.

시노 : 하지만, 오즈는 서두르고 싶다고 했어.

무르 : 그랬더니, 싱긋 웃으면서, 오즈한테 후우!

네로 : 나도, 선생님도, 신랑 씨 마저, 순간 창백해졌다고.


-나는 며칠 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위대한 재앙>의 상처 때문에, 샤일록의 심장이 불탔을 때의 일이다.
샤일록은 말했다. 쾌락도 고통도 자신의 것이니까, 빼앗지 말아 달라고.
하지만, 오즈는 냅다, 샤일록의 의식을 빼앗았다.
그때의 일을 말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럴 수 있지, 납득하며 상상했다. 우아하게 웃으면서, 눈썹을 치켜들고, 연기를 내뿜는 샤일록.
그리고, 몇 초 늦게, 격노하는 오즈.


아키라 : (샤일록... 항상 상식적인 사람이지만...)
(자신의 미의식이나 규칙을 앞에 두면, 오즈마저도 두려워하지 않는 건, 무르와 마찬가지네...)
그래서 그... 괜찮...,았던 건가요?

시노 : 일단은.
샤일록은 클로에랑 라스티카가, 오즈는 중앙 녀석들이 데려갔어.
하지만, 출발은 내일로 밀렸어.

아키라 : 알겠습니다... 그럼, 모두 편하게 계세요.

시노 : 그래.


-모두가 떠나가는 도중, 무르가 나한테 다가왔다.
둥실 하늘을 날아 공중에 떠, 사크 어쩌고 쨩과 놀고 있다.


무르 : 쌍둥이한테 사크리피키움을 받았네! 야옹!


-사크 어쩌고 쨩은, 무르를 따라 하는 것처럼 입을 벌렸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데 필사적으로 크게 입을 벌리는 건, 우는 법을 배우는 아기 고양이 같았다.


무르 : 현자님, 고양이 좋아하지?

아키라 : 그런, 편이죠...

무르 : 이름은 안 지어줘?


-물구나무서서 공중에 떠있는 무르가, 사크 어쩌고 쨩의 턱을 만지면서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산들바람이 나무를 흔들어 오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온다.
이름이 없는 생물과, 영혼이 부서진 마법사와, 어딘가 다른 세계에서 온 내 위로.


아키라 : ...저를 대신한다는 소리를 들어서요.
무슨 일이 있으면, 금방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금방 헤어지게 될지도 모르는데, 애착을 갖는 게 무서워요.
그러니까... 이름을 짓는 건, 하지 않으려고요.


-나는 작게 쓴웃음을 지었다.
무르는 물구나무 선 채로 나를 바라봤다.
빛을 흡수한 초록빛 잎사귀보다도, 선명한 초록 눈동자가 조용히 가늘어진다.
그 시선은, 친한 친구처럼 애정으로 가득 차 부드러웠다.


무르 : 우리도 마찬가지야, 아키라.


-아쉬워하는 듯한 목소리에,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긴 인생을 살아가는 마법사들.
그들에게는 내가, 어떤 식으로 보일까.
마음을 내어줘도 금방 이별이 찾아온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어째서, 이름을 불러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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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비호庇護와 관리

[숲]

아키라 : ...

미스라 : 뭐 하세요, 현자님.


-그날 오후, 커다란 나무 밑동에 앉아 멍하니 숲을 바라보고 있자, 어느샌가 미스라가 옆에 있었다.
답답하다는 듯 나무 밑동에 걸터앉으면서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사크 어쩌고 쨩을 발견한 순간, 미스라는 불쾌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


미스라 : 아, 사크리피키움이다.


-그는 벌레를 쫓아내듯 사크 어쩌고 쨩을 내쫓으려고 했다. 나는 당황해하며 그걸 막았다.


아키라 : 하, 하지 마세요. 왜 그런 짓을 하시는 건가요?

미스라 : 쌍둥이의 사역마잖아요.

아키라 : 스노우와 화이트는 위험할 때 지켜줄 거라고...

미스라 : 뭐, 그렇겠지만. 비호받는다는 건 관리당하는 거랑 같은 거예요.
쌍둥이의 영역에 넣어졌는데, 당신은 싫지도 않나요?


-미스라는 혐오감을 보이고 있었지만, 왕가나 법률에 지켜지며 살아온 내게는 그다지 불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키라 : (원래 세계였으면, 나라나 사회의 영역에 넣어졌던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불만이나 갑갑함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부여받은 것을 받아들이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내 안전이나 자유는 어느 정도 지켜진다.
인간관계와 비슷하듯, 혼자 제멋대로 살아가고 싶지만 사회에서 동떨어져 살아갈 수는 없다.
모든 비호나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신의 힘만을 의지해서 살아갈 수는 없다.


아키라 : 저는 싫지 않아요. 쌍둥이는 무서울 때도 있지만, 제게는 언제나 상냥하고...
위험한 순간이 많은 세계니까, 누군가가 지켜봐 주고 있다면 안심된다고 할지...


-그리고, 아무도 없는 방이 아닌 고양이 같은 생물이 있는 방이 되었다.
그 말을 목 뒤로 삼키고 나는 침묵했다. 미스라는 불쾌하다는 듯, 사크 어쩌고 쨩을 노려봤다.


미스라 : 인간은 어리석고 자존심プライド도 없네요. 딱히 이런 게 없어도 제가 있잖아요.


-사크 어쩌고 쨩은 내 주위를 어슬렁거리면서 미스라를 경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음이, 털이 부풀어 있는 것 같았다. 내 기분 탓일까?


미스라 : 얘기 듣고 있나요?

아키라 : 아, 네. 듣고 있어요. 미스라도 이런 거, 만들 수 있나요?

미스라 : 당연한 거 아닌가요.

아키라 : 어떻게 만드는 건가요?

미스라 : 성질이 맞는 정령을 붙잡아, 사역마로서 사명을 부여하고, 사역시키는 거예요.

아키라 : 저기.... 이건 살아있는 건가요...?

미스라 : 정령들을 살아있는 거라 본다면, 이것도 살아있는 거 아닌가요?

아키라 : (역시, 생물로 봐도 되는 건가...)
제 몸을 대신한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되었을 때 이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미스라 : 어떻게 된다고 할 것도 없어요. 이 녀석이 갖고 있는 수호의 힘 이상의 마력을 사용하면 소멸해요.

아키라 : (역시, 없어지는구나...)

미스라 : 그게 왜요?

아키라 : 아, 아뇨. 미스라는 이런 걸, 루틸과 미틸에게 만들어 주지 않나요?

미스라 : 필요 없어요. 그 형제에게 위기가 닥치면 제가 달려가면 되는 거니까.


-듣고 보니 그랬다. 미스라는 공간 이동이 특기니까.
미스라는 깊게 생각에 잠기려는 건지, 눈을 감으면서 자신의 턱을 문질렀다.


미스라 : ...하지만, 그렇네요. 슬슬, 진심으로 대비해야 할지도 모르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미스라는 일어났다.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서, 거만하게 사크 어쩌고 쨩을 내려다본다.


미스라 : 그 녀석, 침대에는 들이지 마세요.
쌍둥이의 기척이 짙은 장소에서나 잘 수 있을 거고.


-나는 얼굴이 붉어지며, 반박했다.


아키라 : 그렇게까지 반려동물 취급하지는 않아요. 제대로 선을 지킬 거예요.

미스라 : 그럼, 됐지만요.


-말을 마치고는, 미스라는 곧장 사라졌다.
경계하고 있던 사크 어쩌고 쨩도 순간 긴장을 푼 듯 등을 둥글게 만든다.
미스라가 있던 장소에 앉아서, 졸리다는 듯 눈을 감는다.
긴장이 풀린 입가에서 살짝 혀가 보인다.


아키라 : (우... 귀여워...)


-사랑스러움에 몸부림치고 있자,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온다. 멀리 중정 쪽에 사람 모습이 보인다.
카인과 오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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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카인의 책

[카인의 방]

카인 : ...좋아, 짐 정리는 됐어.
아... 현자의 서를 어떡할까.
서쪽의 나라에서,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고... 일단, 가져갈까.
일지 담당이라... 이런 거, 항상 쓰는 걸 까먹는단 말이지.
잊기 전에 지금 써놓자.
중앙의 나라, 마법관에서. 날씨 맑음. 남동풍...


-나는 중앙의 마법사 카인.
전 기사단장이자, 지금은 현자의 마법사.
지난 <위대한 재앙>과의 전투에 참가한 뒤로, 닿기 전까지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카인 : ...좋아. 이걸로 됐겠지. 다녀오겠습니다.


[정원]

-어젯밤, 현자인 아키라에게 현자의 서를 부탁받았다.
겉치레는 일지 담당으로, 모두의 상태를 기록하면서...
지휘관으로서 행동해주길 바란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아키라에게 부탁받은 건 기뻤다.
보고서 종류는 서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기사의 이름을 걸고. (칭호는 박탈당했지만.)


리케 : 안녕하세요, 카인.

미틸 : 안녕하세요, 카인 씨.

카인 : 안녕!


-리케와 미틸의 목소리가 들려와, 나는 손을 건넸다.
소년들의 부드러운 손가락 감촉이 느껴지며 짝 손바닥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불쑥 두 사람의 모습이 모이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신기한 광경이다.
선명한 아침의 녹읍 속에서, 미틸은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 내밀고, 리케는 볼 한쪽을 부풀리고 있었다.
부푼 볼은 떼구루루 소리를 내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인다. 아마, 사탕인 건가?


▲TOP

 


제5화 어떠한 사람이 되기 위해

[정원]

미틸 : 중앙의 나라 마법사는 마법사 노바를 찾으러 서쪽의 나라로 가는 거였죠.
중요한 역할을 맡다니 부러워요. 좋겠다...

리케 : 좋은가요?

미틸 : 형님을 괴롭힌 노바를 응징하는 모습은 저도 보고 싶었다고 할지...


-응징한다는 말은 독선적이고 엄격한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말하자면 벌을 내린다는 것이다.
미틸은 상냥하고 성실한 착한 아이다. 어른이 하는 말은 지키고 규칙도 잘 지킨다.
그런 점이 인간을 위한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규칙을 어기는 자,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자를 붙잡아 벌을 내리는 것...
응징하는 것은, 미틸에게 있어 상냥함이자 정의였다.
나도 소년이었을 적, 같은 것을 생각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한 규칙이야말로 상냥함이자 정의가 깃들어 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다.
영웅처럼 선망하던 자가 세계를 부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카인 : 아직은 조사하러 가는 것뿐이야. 응징 이전에, 찾을 수 있을지 어떨지도 모르는 일이지.

리케 : 저희들이 만났을 때는 미스라의 모습을 하고 있었죠.

미틸 : 아무리 강한 마법사라고 해도, 세계 제일의 마법사 오즈 님이 함께라면 해치울 수 있죠?

카인 : 그럴 수 있다면 좋겠네. 하지만 무적이라 불리는 오즈여도 밤 사이 동안은 마법을 사용할 수 없어.
밤 사이에 노바를 만난다면 어떤 식으로 격퇴해야 할까.
서쪽의 마법사들과 상담하고 사전에 정하는 편이 좋겠지.

리케 : 그렇네요.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일도 생각해두죠.


-단호하게 리케가 대답한다.
어른스러운 말도 하는 걸, 내가 그렇게 말하기 전에 미틸이 감탄의 목소리를 흘렸다.


미틸 : 멋있는, 대화네요... 리케, 제 몫을 다 하는 사람 같아요.

리케 : 후후, 그렇죠.

미틸 : 남쪽의 나라에서는 모두가 저를 아이처럼 대해요.
이번에 현자님께 부탁받은 사명도, 그다지 세상을 구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 같지 않고...

리케 : 남쪽의 나라 마법사는 중앙의 나라의 시장에 마법사의 집을 만드는 거였죠.

미틸 : 맞아요.


-마법사의 집이란, 남쪽의 마법사들이 빈센트 전하에게 활동거점으로서 허가를 받은 시설을 말하는 것이다.
수도의 부흥작업을 도와주었을 때 중앙의 나라 시민에게 양도받았다는 것 같았다.


카인 : 마법사의 집을 만드는 건 남쪽의 나라 마법사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야.
미틸을 통해 마을 사람들이 마법사를 좋아하게 된다면, 다양한 것들이 하기 쉬워지지.

미틸 : ...알고 있어요. 피가로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눈썹을 내리는 미틸을 보며 나는 볼을 누그러뜨렸다.
미틸의 마음은 이해가 된다. 빨리 자신의 힘을 시험해보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올곧게 겁먹지 않고 어떠한 사람이 되려고 하고 있다. 미틸의 그런 점이 좋았다.
나 자신도 그랬다. 검사를 선망해, 천진난만하게 검술 실력을 갈고닦았다.
명성이 갖고 싶었던 게 아니다.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노력을 거듭해 선망하던 사람의 뒷모습을 뒤쫓아, 꾸중도 칭찬도 받아들이고, 두려움이나 억울함도 극복해, 그러고는...
실수를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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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이 마음에 결착을

[정원]

카인 : 괜찮아. 지금은 아직 자기 자신을 갈고닦을 때야. 미틸이 활약할 순간은 반드시 찾아올 거야.


-미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나는 그를 격려하듯 웃었다.
내 말을 더 듣고 싶어 하는 것처럼 미틸은 똑바로 나를 바라본다.


미틸 : 정말인가요?

카인 : 응. 미틸은 친절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지.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야.
그리고 강한 적을 쓰러트리는 것만이 활약이라고 할 수는 없어.
나는 다칠 때마다, 피가로나 루틸에게 도움받고 있어. 두 사람도 멋있잖아?

미틸 : 멋있어요...

카인 : 미틸의 약초에도 도움받고 있어. 항상 고마워.

미틸 : ...으, 네!


-미틸은 웃으면서 크게 끄덕였다. 불안한 눈동자에 힘찬 반짝임이 돌아온다.
미틸이 웃음을 되찾아 다행이다.
미틸과 도중에 헤어지고, 리케와 함께 마법관의 탑으로 향했다.
서쪽의 나라 마법사들과 함께 서쪽의 나라 수도로 향할 예정이었다.
니콜라스가 서쪽의 나라에 있었을 때의 동향을 조사하고 노바와의 접점을 찾는다.
마법사 노바를 쓰러트리는 것이 니콜라스에의 애도로도 이어질 테지.


리케 : 왜 그러세요?

카인 : 뭐가?


-리케는 자신의 미간 부근을 가리켰다


리케 : 주름이 생겨서 험악해 보여요. 마치 오즈 같아요.

카인 : 잘 보고 있네... 죽은 지인을 떠올리고 있었어.

리케 : 싫어했던 사람이었나요?

카인 : 아니, 좋아했어. 하지만 상대는 아마...


-나를 싫어했을지도 모르지.
라고 입 밖으로 내뱉으면 또다시 미간을 찌푸릴 것 같았다. 그만두기로 했다.
니콜라스를 향한 마음은 복잡하다. 그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하고 있으면 목구멍 너머가 쓰게만 느껴졌다.
니콜라스는 아마도, 노바에게 이용당하다 죽은 것이다.
나는 노바를 뒤쫓음으로써, 괴로운 니콜라스를 향한 마음에 결착을 짓고 싶었다.


카인 : (니콜라스. 당신의 원수는 갚아줄게.)


[마법관 탑]

-...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의 문제로 나가려는 순간 그 계획은 좌절 됐다.出端をくじかれてしまった。

아서 : 오즈 님, 참아주세요!

리케 : 화내는 건 좋지 않아요, 오즈.

파우스트 : 그 말대로야. 샤일록은 동료잖아.

오즈 : ...


-핏대를 세우고 마도구를 꺼내 든 오즈를 모두 일제히 달래려고 했다.
서쪽의 마법사들도 샤일록을 달래려고 했다.


클로에 : 샤, 샤일록!? 오즈 님께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라스티카 : 어,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괜한 충고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파이프 연기는 사람 얼굴을 향해 뱉지 않는 게 좋을지도?

무르 : 아하하하! 아하하하!

샤일록 : 후우...

무르 : 에취わっぷ! 아하하하!

네로 : 아ㅡ, 음, 그거지. 여기는 샤일록이 부탁하는 대로...

샤일록 : 부탁드리지 않았어요.

네로 : 어, 제안한 대로, 내일 출발하는 게 어때?
선생, 동쪽은 그렇게 하자고. 뭐랄까, 그, 있잖아, 날씨라든가...

오즈 : 바꿔주길 바라나?

네로 : 아니, 날씨는 완전 좋은 것 같긴 한데...

아서 : 오즈 님. 샤일록은 아무 의미 없이 이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
무언가 짐작 가는 것이 있다면...

오즈 :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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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잊을 수 없는 비밀

[마법관 탑]

샤일록 : 그러시겠죠.

무르 : 아하하하하! ....으, 에취!

히스클리프 : 저, 저도 내일이 좋을 것 같아요! 놓고 온 게 있어서...

시노 : 내가 가져다 주지. 서둘러 가자고. 강적을 쓰러트릴 기회야.


-이런 식으로 북적북적하게 다 함께 대화하고 있었다.
나는 의견을 정리하기 위해 목소리를 키웠다.


카인 : 내일로 하자! 마법은 마음으로 사용하는 거야. 내키지 않으면 실력도 나오지 않아.
샤일록의 말대로, 마음이 회복될 때까지 무리하게 행동할 필요는 없어.
그렇잖아, 오즈.


-오즈의 어깨에 툭 팔을 얹는다. 파우스트와 네로가 숨죽이며, 비명을 삼켰다.
이해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도 눈앞에서 빤히 나를 노려다 보는 오즈의 표정은 흉악했다.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오즈는 세계 제일의 마법사로, 내가 당해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아서를 키워준 부모나 마찬가지다.
대화를 해보면 이해해 줄 것...이라는 마음가짐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카인 : 부탁할게.

오즈 : ....


-붉은 눈동자가 빤히 나를 바라본다. 상당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오즈는 마도구인 지팡이를 넣었다. 후우 한숨을 쉬며 그의 등을 두드린다.


카인 : 고마워.


-나와 마찬가지로 아서도 안도의 표정을 보였다.
푸른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똑바로 나를 향해 미소를 건넨다.


아서 : 고마워, 카인.


-여기에는 유일무이한 신뢰가 있다. 그 미소를 볼 때마다, 나는 기쁨과 충족감을 느낀다.
아서는 목숨을 바치기에 걸맞은 주군이다. 반드시 장래에 명군이 될 테지.
유일한 왕자인데도, 무모한 점이 옥에 티玉に瑕다.
한번 물어본 적이 있다.
어째서, 이렇게 무모한 짓을 하는 거냐고.


[과거/ 마법관 아서의 방]

카인 : 당신의 용맹한 점은 존경하지만 우리들의 일을 빼앗지 말아 줘.

아서 : 너의 일을? 내가 빼앗은 적이 있어?

카인 : 왕족을 지키는 게 내 일이야. 유사시에는 가장 안전한 장소에 있어줬으면 해.

아서 : 나는 마법사야. 모두를 지키는 힘을 갖고 있어.

카인 : 나 또한 마법사야. 당신의 마력에는 미치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아서. 당신은 유일해. 당신을 대신할 사람은 없어.
유사시에 한정된 일이 아니야. 평소 공무도 지나치게 열심히 해. 평범한 인간이라면 쓰러질 거야.
느긋이 해도 좋잖아. 마법사의 시간은 기니까. 조급해할 필요는 없어.
어른이 되면... 아니, 노인이 되어서라도 좋아. 시간을 들여, 하나씩 쌓아 올리자.

아서 : ...그렇지...

카인 : 아서...?

아서 : ...카인. 오즈 님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말아 줄래?

카인 : ...응. 약속할까?

아서 : 아하하, 괜찮아.
이건 예언도 아니고 확증도 없어. 다만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드는 건데...
나는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카인 : ...
무슨 소리를... 그럴 리가 없잖아?
어딘가 몸이 안 좋은 곳이라도 있어?

아서 : 아니...

카인 : 그럼 아무 걱정할 필요 없어. 아니면, 당신을 지키는 우리들이, 그렇게 믿음직스럽지 못해?
우리들은 당신의 방패야. 어떤 적에게서도, 재앙에게서도, 지켜 보일게.

아서 : 그랬지 카인... 이상한 소리 해서 미안해.
잊어줘. 될 수 있는 한 위험한 일은 하지 않도록, 조심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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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천진함과 위험함

[마법관 탑]

-특수한 성장배경 때문인지, 고귀한 출신이면서 아서는 왕궁에 갑갑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강한 마력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 위험한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날아가려고 한다.
그런 주군의 용맹함이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걱정이기도 했다.
언젠가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까봐 무섭다.
그리고 아서의 자기 자신을 걱정하지 않는 태도의 원인은, 오즈에게 있는 것만 같았다.


카인 : (나쁜 녀석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정말 무섭기는 하니까, 저 녀석)


-아서는 오즈를 다정하다고 한다. 내 의견과는 조금 엇갈린다.
오즈는 다정한 점도 있지만 무서운 구석도 있다.
강력한 마력이 다른 사람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아서가 한결같이 민중과 마법사들을 위해 살아가려고 하는 건...
마치, 오즈의 흉악함을 자신의 선행으로 하얗게 덧칠하려는 것처럼도 보였다.


아서 : 출발이 내일로 미뤄진다면, 일단 왕궁으로 돌아가 남아있는 공무를 정리하고 올게.

카인 : 나도 같이 갈까?

아서 : 괜찮아. 오즈 님과 리케를 부탁해.


-세계 최강을 부탁한다니. 마치, 농담 같은 말이다.
오즈를 올려다보며 익살스럽게 어깨를 으쓱했다.


카인 : 들었어? 당신을 부탁받았어.

오즈 : ...


-오즈는 이 재미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 같았다.
거기에다가, 리케에게는 다짐도 받았다.


리케 : 저도 부탁하셨어요. 잊지 말고 제대로 해주세요. 카인.


-이런 식으로 출발은 내일이 되었다. 뭐, 이런 날도 있는 거겠지.
이따가 내일 어떡할지 대화 좀 하자, 서쪽의 마법사들에게 말하고 그 자리는 해산하게 되었다.


[중정]
-사건이 발생한 건, 그날 오후였다.


리케 : ...맞아요. 그렇게, 잘하시네요. 백점 만점はなまる이에요.


-중정을 걷고 있자, 리케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틸과 놀고 있는 걸까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뒤돌아 보았다.
직후, 눈에 들어온 광경에 얼어붙었다.
리케의 앞에 오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웬 : 와아! 고마워.


-그 오웬은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짓고, 꽃이 핀 화단 옆에 철퍼덕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었다.
아이 같은 분위기에, 나는 직감했다. 오웬의 <위대한 재앙>의 상처다.
<위대한 재앙>에 가까이 간 영향으로, 오웬은 때때로 아이처럼 변한다.
나는 온몸이 긴장되기 시작했다. 아이의 오웬은, 겉보기 천진난만해 보이지만 평소의 오웬보다도 위험한 존재다.
실제로 나는 어린 오웬을 화나게 만들어 죽을 뻔한 적이 있다.
리케의 신변을 생각해, 나는 무심코 목소리를 키웠다.


카인 : 리케!

오웬 : ....읏.


-깜짝 놀라, 리케와 오웬이 뒤돌아본다.
오웬의 천진난만한 시선은,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다.


리케 : 뭐예요, 카인. 갑자기 큰 소리를 내고.


-꾸짖는 것 같은 리케의 목소리에, 나는 상황이 안 좋아졌다. 발 빠르게 그들에게 다가간다.


카인 : 어, 있지, 그... 마법관 안에서 노는 건 어때?

리케 : 왜요?

카인 : 오웬에게 용건이 있거든. ...오웬이랑 뭐 하고 있었어?


-시야의 끝에서, 오웬이 입을 벌린 채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오웬 : ...기사님...

리케 : 오웬이 땅을 파고 있었어요. 벌레를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닌가 해서, 주의를 줘야겠다 했더니...
떨어진 꽃잎을 모아서 묻고 있던 거라, 재밌어 보여서 도와줄까 싶었는데...

카인 : 그랬구나.

오웬 : 응...


-오웬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언성을 높인 탓인지, 어딘가 나를 향해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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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거울과의 대화

[중정]

-천천히, 팔에 닿았다. 웃으면서 달래듯이 쓰다듬는다.


카인 : 이번에는 나랑 대화하자. 괜찮지?

오웬 : ...응...

리케 : 오웬이랑 사이가 좋아진 건가요?

카인 : 으음. 뭐, 그렇지...

리케 : 오웬은 풀을 가지고 놀고 있을 때 기분이 좋나 보네요. 오늘의 그는 좋았어요.

오웬 : 나도 리케가 좋아...


-수줍어하면서, 오웬이 웃는다. 지나치게 달콤한 그의 표정에 여전히 위화감이 느껴진다.


카인 : 자, 리케. 미안하지만, 저쪽으로 가줄래.

리케 : 저쪽으로 가라니, 실례되는 말이네요.

오웬 : 리케는...?

카인 : 리케는 바빠.

리케 : 바쁘지 않아요.

카인 : ...오늘은 리케가 아니라 나랑 놀자. 자, 기사님이야.

오웬 : 기사님...


-볼을 붉히며, 오웬은 나를 바라본다. 드디어 경계를 푼 것처럼 보였다.
미심쩍어하는 리케의 시선을 받으며 나는 떠나는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카인 : (다행이다... 이 녀석이 케로베로스를 꺼냈다간, 리케가 잡아먹힐 뻔했어.)
(먹힌다고 해도, 이 녀석만 잘못했다는 것도 아니지만...)


-힐끗 오웬의 상태를 살핀다.
격노하며 나를 죽이려고 했었다. 그때의 기억은 지금의 오웬에게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기억하고 있어?」라고 물었다가 떠올리며 화를 내면, 그것도 그거대로 큰 일이다.
다음에야말로 죽을지도 모른다.


카인 : 여어. 리케가 놀아줘서 잘됐네.

오웬 : ...응...


-무고하고 천진난만한 붉은색과 금색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내 눈동자와 같은 색이다. 그곳만 바라보고 있으면, 거울을 보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바람이 불고, 꽃잎이 흩날린다. 히죽히죽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지 않는 오웬의 모습에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지금, 여기 있는 오웬은, 어렸을 적의 오웬인 걸까.


오웬 : ...뭐 할 거야?

카인 : 그렇네... 뭐 하는 걸 좋아해?

오웬 : ...모르겠어...


-소극적인 성격에 손톱을 뜯으면서, 오웬은 고개를 숙였다.
평소의 긴장감은 전무皆無했다. 속눈썹의 그림자마저 관찰할 수 있었다.


카인 : 대화는?

오웬 : 조금, 좋아.

카인 : 그래. 오웬에 대해서 물어봐도 될까?

오웬 : ...응...


-오웬은 자신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마치 미아 같았다.
위를 올려다보는 눈빛은, 내 기분을 살피는 것 같았다. 이 오웬은 내 마음에 들고 싶어 한다.
겁먹지 않도록, 나는 온화한 목소리로 신중하게 말을 걸었다.


카인 : 가족은?

오웬 : ...모르겠어...

카인 : 그래... 어디에 살았었어?

오웬 : ...모르겠어... 어두운 곳...

카인  : 그래... 그랬구나... 불쌍하게도.


-오웬이 고개를 든다.
나는 오웬이 이전에 얘기했던 걸 떠올렸다.
어두운 곳에서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착한 아이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카인 : ...읏.


-갑자기, 오웬이 내 팔을 붙잡았다.
경계하고 숨을 죽인다. 진흙에 더럽혀진 손가락이 내 소매를 적신다.
수줍어하면서 오웬은 행복하다는 듯이 웃었다.


오웬 : 하지만 기사님이 와줬어.


-나는 놀랐다. 따뜻하게 웃는 오웬은,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괜찮은 청년처럼 보였다.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친구 같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은빛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오웬은 움직임을 멈췄다.


카인 : ...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나는 안다. 나는 내 손목을 잡고 있는 오웬의 손가락을 천천히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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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기사님이 골라

[중정]

-깜빡, 깜빡, 눈을 깜빡이며 오웬이 나를 바라본다.
순간 깜짝 놀라면서 불쾌하다는 듯이 두 눈을 일그러트렸다.


오웬 : ...
칫...

카인 : 오웬인가. 돌아왔네.

오웬 : 또, 이따위... 아, 진짜 짜증 나.

카인 : 기다려. 중요한 얘기가 있어.

오웬 : 중요한 얘기?

카인 : 네 재앙의 상처 말이야. 슬슬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하자.


-무시무시한 살기를 보이며 오웬은 나를 응시했다.


오웬 :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카인 : 지금, 어린 네가 리케랑 대화하고 있었어. 케로베로스에게 물렸다간 리케의 목숨이 위험해.

오웬 : 몰라.

카인 : 너를 위한 것이기도해! 너는 내가 크게 다쳤을 때도 후회했잖아.

오웬 : 뭐?

카인 : 리케나 미틸이나, 클로에가, 모르는 사이 다친다면, 너도...


-내 말을 가로막듯 오웬은 일어섰다.
험악하게 찡그린 두 눈에 격한 분노가 비쳤다.


오웬 : 아무래도 좋아. 누가 돌이 되든, 내 알 바 아냐.

카인 : 오웬!

오웬 : 모른다고! 왜, 나한테 말하는 건데.
네가 말하고 싶으면, 멋대로 말하면 되잖아. 왜, 굳이 물어보는 건데?

카인 : 네가 말했잖아. 히스를 도와줬을 때.

오웬 : 뭐? 언제?

카인 : 검은 표범이 된 히스를 잠들게 해 줬잖아. 그때 말했어.
그때의 자신에 대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오웬은 눈썹을 올리며, 있는 힘껏 입을 구부렸다. 그 표정은 엄청나게 걸작이었다秀逸だった.
『인간에게 질려서 바보 취급할 때의 표정』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벽에 걸어주고 싶을 정도였다.


오웬 : 뭐? 그래서?
그래서, 내가 허가해줬으면 해?


-나는 겁먹으면서, 있는 힘껏 솔직한 마음을 설명했다.


카인 : 이쪽은 도움을 받은 입장이야. 배신한다면, 불성실하잖아.


-오웬은 입가를 비틀었다. 히죽히죽 눈을 가늘게 뜨며, 천박하고 기분 나쁜 미소를 짓는다.
나도 싫증이 나辟易して, 눈을 가늘게 떴다. 왜, 이런 표정을 짓는 걸까.
방금 전까지, 그림 속에 그려진 성인聖人같은 무고한 웃음을 지었으면서.


오웬 : 헤에... 기사님은 성실하고 싶구나.
나 같은 사람을 상대할 때도 공평하게. 역시 정의를 사랑하는 중앙의 마법사네.

카인 : ... 이해해 준 거라면...


-나를 내려다보면서 오웬은 기쁘다는 듯 웃었다.


오웬 : 하하... 허가 따위 할 리가 없잖아. 기사님이 골라.

카인 : 골라...?

오웬 : 나한테 불성실하게, 내 <위대한 재앙>의 상처를 퍼트리고 다닐지.
내가 언젠가, 케로베로스의 먹이로 만들, 마법관의 누군가의 목숨을 지킬까.
기사님의 정의는 어느 쪽?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말문이 막힌 나를 보고 조소하며 오웬은 기분 좋다는 듯이 웃음소리를 흘렸다.


오웬 : 크크...
어디 해보지 그래. 네 정의와 성실함이라는 걸, 관철할 수 있다면.


-오웬과의 의리를 지킬 것인가.
그에게 공격당할傷つけられる 가능성이 있는 동료를 지킬 것인가.
보편적으로 생각해보면, 동료의 목숨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나는 오웬을 배신하고, 모두에게 그의 재앙의 상처를 알리러 발걸음을 떼야겠지.


카인 : (알고 있어. 하지만...)


-나에게 배신당하는 걸, 오웬도 바라고 있는 것만 같아서.


오웬 : 자, 언제까지, 정의의 사도로 있을 수 있을까?


-오웬이 내 턱을 움켜쥔다.


오웬 : 어서, 정해봐. 어떡할래?
상냥한 기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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