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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가치 있는 일 | ▼PAGE END | ||||||||
1화 | 2화 | 3화 | 4화 | 5화 | 6화 | 7화 | 8화 | 9화 | 10화 |
제1화 뛰어난 지휘자
[현자의 방]
-이 세계에 오고 나서 다양한 기질,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마법사들을 만났다.
자유롭고 제멋대로인 그들을, 눈 깜짝할 사이에 좋아하게 됐다.
그렇기에, 고민스러웠다. <위대한 재앙>에 이기기 위해, 모두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라고는 해도...
『협력』을 강요하는 건, 그들의 『개성』을 죽이는 게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자유로운 그들의 영혼을 바꿔버리려고 하는 게 아닐까?
그건 싫다. 모두의 자유를 지켜주고 싶어. 자유로운 그들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아.
하지만, 『협력』하지 않으면 <위대한 재앙>에게 이기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세상은 멸망하고 사랑하는 그들의 『개성』을 지키는 것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개성』은 제쳐두고, 『협력』이란 녀석을 입에 쑤셔넣어 억지로 먹이는 게 좋을지도...
왜냐하면, 그 편이 그들을 위한 거니까.
아키라 : (정말로?)
(목숨보다 마음을 소중히 하는 사람들인데?)
-무엇이 올바른지.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정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내게, 라스티카의 말은 구원의 빛줄기처럼 반짝여 보였다.
[하늘]
-교향곡에서는, 다수의 악기가 개성을 죽이지 않고 각자의 소리를 연주한다.
뛰어난 지휘자가 있으면, 서로 다른 소리들도 반짝임을 잃지 않고 조화를 이뤄가며 아름다운 선율이 된다.
[담화실]
-나는 다섯 권의 현자의 서를 준비해, 라스티카가 추천한 지휘자에 걸맞은 사람들을 불렀다.
중앙의 나라에서는 카인. 북쪽의 나라에서는 브래들리. 동쪽의 나라에서는 파우스트.
남쪽의 나라에서는 피가로. 그리고, 서쪽의 나라에서 라스티카.
나는 그들에게 모든 사정을 설명했다.
아키라 : 지금까지 여러분께는, <위대한 재앙>의 영향으로 세상에 일어난 기묘한 이변에 대응해주셨어요.
거기에 더해, 마법사 노바의 단서를 쫓기 위해, 나라별로 행동해주셨으면 해요.
노바의 목적은 뭔지 알 수 없지만, <위대한 재앙>을 소환하려고 한 니콜라스와 관계가 있었다는 건 확실해요.
니콜라스가 한 의식과 동일한 것들이, 각국 각지에 남아있다고 조사보고서에도 적혀 있었어요.
마법사 노바는 이 세상에 아군을 만들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카인 : 누가 노바의 동료일지 모르는 이상, 노바의 수수께끼를 쫓는 건...
의외인 곳에서, 예상도 하지 못한 상대의 방해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거네.
아키라 : 맞아요. 니콜라는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소리에, 노바에게 협력했다고 들었어요.
마찬가지로 마법사가 되고 싶은 사람... 혹은, 다른 거짓말에 속은 사람이, 노바의 아군이 되어 있을지도 몰라요.
라스티카 : 거짓말이라고 할 수도 없죠. <위대한 재앙>은 이 세상에 소환된 적이 없으니까요.
<위대한 재앙>과 이 세상이 맞닿았을 때, 모든 생명체가 마법사가 되는 걸지도 모르죠.
제2화 지휘자의 역할
[담화실]
브래들리 : 시험 삼아해 보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많아. <위대한 재앙>이랑 부딪히면, 이 세상은 부서져 버릴지도 모르지.
피가로 : 금단의 문을 열어보라고 부추기는 말은 이 세상에 얼마든지 있어. 죽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신세계가 펼쳐진다...
니콜라스처럼 그럴 생각은 아니었을지라도 세계멸망에 협력해버린 사람들은 많이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지.
현자님의 말대로, 누가 노바의 아군인지 알 수 없어. 어떤 지역에 가더라도 조심하도록 해.
아키라 :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주의해주셨으면 하는 건, 노바가 강한 마법사라는 거예요.
미스라한테 들은 얘기로는 미스라 정도 되는 마법사라도 노바에게는 이길 수...
-이길 수 없었다,라고 말하려다, 그의 명예를 위해 말을 바꿨다. 그도 이길 수 없었다, 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아키라 : 어, 그러니까, 굉장히 힘들었다,라고 했어요. 오즈랑 비등비등할 정도로 강했던 거냐 물어보니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말해주셨어요.
그 점에서, 브래들리에게 여쭤보고 싶은데요. 브래들리도 노바랑 만났었죠?
브래들리 : 어.
아키라 : 마법관에 있는 분들이, 노바랑 싸우게 되었을 때에 대해서... 브래들리의 의견을 여쭤보고 싶어요.
-브래들리는 잠시 생각에 잠기고는, 검지로 자신과 피가로를 가리켰다.
브래들리 : 여기 있는 녀석들이라면, 나랑 피가로가 아슬아슬하겠지. 아슬아슬하게, 도망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루틸이 잡혔는데도 돌이 되지 않았던 건, 갖고 놀고 있었기 때문이었겠지. 네로는 혼자였으면 죽었을 거야.
파우스트 : 그 정도로...
피가로 : 그 정도로 강한 마법사가 있다면, 알고 있을 것 같은데. 나이는? 어려?
브래들리 : 몰라.
카인 : 오즈여도 쓰러트리지 못할 것 같아?
브래들리 : ...
피가로 : 어이어이, 그 정도는 아니잖아?
브래들리 : 확언할 수는 없어. 나는 오즈가 전력을 다했을 때 어느 정도인지 모르니까. 이런 말 하게 만들지 말라고.
피가로 : 아아...
-브래들리는 잔뜩 화가 난 표정을, 피가로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파우스트 : ...네로여도, 도망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대라.
그렇다면, 노바라는 마법사가 나타날 것 같은 곳에서는 단독행동을 피해야겠어.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파우스트가 먼저 말해줬다.
아키라 : 꼭 그렇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여러분께 위험한 상황이 적도록, 될 수 있는 한, 혼자가 되지 않고...
보고하고, 상담하면서, 다함께 협력해서, 힘을 합쳐 행동해주셨으면 해요.
조금이라도, 위험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내가 그렇게 고하자, 카인은 깊게 끄덕이고 라스티카는 한 번 인사를 건넸다.
카인 : 알겠어.
라스티카 : 염두에 두겠습니다.
아키라 : 감사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적으면, 그만큼, 안전한 시간이 많아지겠죠.
하지만... 집단행동을 어려워하는 마법사들도 있어요. 그 사람들을 위해서...
이곳에 있는 여러분께서, 지휘자가 되셔서, 각자의 나라 마법사들을 이끌어주셨으면 해요.
라스티카에게 배웠어요. 악단의 지휘자의 역할에 대해.
다양한 악기가, 그 악기다운 음색을 내면서, 하나의 곡이 되도록 조화를 이뤄 간다.
이곳에 계신 여러분이라면, 분명 그게 가능할 것이라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 누구도 잃지 않고 끝날 수 있도록, 여러분이 자기자신답게 있을 수 있도록, 사람 사이의 조화를... 지휘를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언젠가, 제가 그 역할을 짊어지게 되는 때가 왔을 때, 틀리지 않도록...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식으로 지휘했고 모두를 통솔해왔는지, 제게 보고해주셨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서 현자의 서를 준비했어요.
부디, 잘 부탁드릴게요.
제3화 각자의 대답
[담화실]
-나는 깊게 고개를 숙였다. 내 부탁은, 꽤 어렵고도 꽤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이었다.
알기 쉽게 말하자면, 리더를 해줬으면 한다고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주의에 자유분방한 마법사들은, 누군가에게 지도받는 걸 싫어한다. 그렇다면 리더는 가장 어려운 역할이겠지.
선생님 역할은, 알고 싶다는 학생에게 올바른 지식을 주어주는 것이다. 학생과 선생 모두 심리적인 부담은 적다.
하지만 리더는, 어디에도 가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을 어딘가로 이끌고 가야만 한다.
반발하거나, 원망하거나, 미움을 받을 수도 있다.
마법사와 인간들 사이에 서서 가교역할을 하는 아서마저, 솔선하여 리더를 자처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대체, 누가 하고싶어 할까? 모두가 만족할 규칙 같은 건, 아직 발견하지도 못한 세계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불만을 듣고, 요청을 받는 역할을, 선두에 서서 맡아주다니.
부서져가는 세계의 지휘관같은 건, 한순간 자칫해선 세계를 부서뜨리는 리더 같은 건, 누구나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도 누군가가 위임해두고 내 일을 하면서 세상이 구해지는 걸 기다리고만 싶다.
하지만, 누군가가 하지 않으면, 이 앞에 일어날 불행한 미래에 소중한 사람이 삼켜져 버릴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키라 : (하지만, 내 힘만으로는 어려우니까 여기 모인 다섯 명에게 부탁해버렸어. ...미안해서 어쩌지...)
-내 마음은 죄악감으로 가득했다. 싫은 역할이라는 걸 알면서, 우수한 동료에게 밀어붙이고 있는 거였으니까.
부탁드립니다,라고 한 내 말로 인해 분명 무겁고 불편한 침묵이 길게 이어지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곧바로 카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인 : 아키라, 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듯이 말하지는 말아줘. 당신의 부탁이라면, 어떤 일이든 힘이 되어 줄게. 부탁받아서, 나 자신이 자랑스러워.
아키라 : 카인...
-거짓없는 미소를 보이는 카인에, 나는 가슴이 따뜻해졌다.
받아들여줄지, 어떨지, 계속 긴장하고 있었던 만큼 빠른 대답에 한숨 돌린다.
아키라 : 감사합니다, 카인.
카인 : 나야말로, 우리들을 진지하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카인은 앞으로 나와 내가 준비한 새로운 현자의 서를 받았다.
그러고는, 내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라스티카와 피가로도 뒤를 이었다.
라스티카 : 소중한 역할을 맡겨주셔서, 영광입니다, 현자님.
현자님 대리로서, 현자의 서를 맡아두겠습니다.
아키라 : 감사합니다, 라스티카.
피가로 : 기쁘게 협력할게. 하지만, 너는 이 세계의 문자를 읽을 수 없지 않아?
아키라 : 맞아요... 그래서, 시간이 있을 때 구두로 보고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은데.
피가로 : 좋아. 대화할 시간이 늘어난다는 건 좋은 일이지.
아키라 : 감사합니다, 피가로.
-세 사람 모두 웃으면서 현자의 서를 받아줬다.
그 속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고뇌하는 듯 얼굴을 찌푸린 사람이 있었다.
제4화 변하지 않는 바람祈り과 변하는 희망
[담화실]
-파우스트였다.
파우스트 : ..나는...
-씁쓸한 듯 눈썹을 축 늘어트리며 그는 한껏 죽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파우스트 : ...나는 그 역할을 맡아줄 수 없어.
-순간, 화나게 만든 건가 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보고 아차 싶었다.
파우스트는 당황해하며 곤란해 하고 있었다. 미안함마저 보이는 것 같았다.
파우스트 : 현자의 부탁이야.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기도 해. 될 수 있다면, 힘이 되어 주고 싶지만...
나는 사람의 마음을 모르겠어. 내게 사람 사이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면, 지금 이곳에 있는 나는 내가 아니었겠지.
-무거운 목소리에는 이유가 있었다. 파우스트에게는 친구였던 인물과 엇갈려決裂, 처형당한 과거가 있다.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라고 파우스트는 말없이 전하고 있었다.
그에게 그런 말을 본인 입으로 말하게 만들다니, 나는 너무 미안해졌다. 동시에,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파우스트는 음침하고 히키코모리로, 무뚝뚝한 인물이지만, 어린 마법사나 나에게는 친절했다.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친구에게 배신당한 일은 파우스트에게 인간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완전히 빼앗아버린 것이었다.
아키라 : ...저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파우스트에게 격려받은 적이 몇 번이고 있었어요.
파우스트 : 나보다도 네로 쪽이 눈치가 좋아. 그가 더 잘 어울리는 거 아냐?
라스티카 : 네로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샤일록과 같은 이유에서.
-미간에 주름을 깊게 만든 파우스트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라스티카가 말했다.
라스티카 : 그는 사람을 바꾸고 싶어 하지 않아.
파우스트 : 나도 누군가를 바꾸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
누구도 바꾸고 싶지 않고 누구에게도 바뀌고 싶지 않아. 그렇기에, 사람과 얽히지 않고 살아온 거야.
라스티카 : 오해하지 말아 줘. 사람이 바뀌는 건 불행한 게 아니야.
변한다는 걸 믿지 않으면, 새싹도 큰 나무가 될 수 없어. 작은 새가 하늘을 날아가는 것도 할 수 없지.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한다면 사람은 변할 수 없어.
하지만, 너는 사람을 포기하지 않고 사람의 가능성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야.
자신감을 잃고 희망을 잃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된 사람들도, 네게 훌륭하다고 인정받기만 한다면...
나自分도 무언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할 수 있게 돼.
이름 없는 사람들이, 영웅이 될 수 있어. 이상 속의 자신을 포기한 사람들이 내일 바뀌기 위한 용기를 품게 돼.
변하지 않는 바람祈り도, 변하는 희망도 어느 쪽도, 근사한 것들이야.
-라스티카의 말은, 스쳐 지나가는 봄바람처럼, 내 마음을 쓰다듬어주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선명한 꿈에서 본, 이상 속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
분명 살아가는 한, 어느 쪽도 필요한 것이겠지.
변하고 싶지 않을 때에는 변하지 않고, 변하고 싶을 때에는 자신의 가능성을 믿을 수 있게 해 준다.
자신만의 타이밍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바꿔나간다.
이 마법관에는 그걸 이뤄줄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점이 무척이나 기뻤다.
제5화 갈등 끝에
[담화실]
파우스트 : ...사람을 영웅으로 만든다고 해도, 책임을 질 수 없다면 의미는 없어...
-파우스트는 이마를 짚으며, 한탄했다. 라스티카는 잔잔한 미소를 건넸다.
라스티카 :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어. 아무리 작은 음색도, 악곡에 영향을 미치니까.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바람을 흔들어 이윽고 커다란 태풍을 일으키는 것처럼.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이윽고, 커다란 태풍을 일으킨다...
라스티카의 말에, 나는 마법사들에게서 들은 그들의 인생을 떠올렸다.
아득히 먼 옛날, 누군가가 일으킨 행동이 파문처럼 번져...
누군가의 인생에 닿는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간다.
모든 것은 이어져 있다. 누군가가 변하지 않은 것도, 누군가가 변한 것도.
영웅이 되지 못한, 보답받지 못한 지휘자가, 지금 이곳에 있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고 믿고 싶다.
아키라 : 부탁드려요, 파우스트. 당신의 힘을 빌려주세요.
파우스트 : ...
-내가 건넨 현자의 서를 바라보고, 파우스트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지금, 그와 내 사이에는 짧은 거리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400년의 세월을 뛰어넘을 정도의 갈등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많은 부하를 잃은 그는, 마찬가지로 동쪽의 마법사들을 잃는 것이 아닌가 두려워하고 있다.
파우스트의 표정에 복잡함이 드러난다. 주저해하며 그는 눈을 감고 한발 앞으로 내딛는다.
파우스트 : ...아이들의 목숨이 걸려있어. 내게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전력을 다하고 싶어.
아키라 : 그럼...
파우스트 : 하지만, 과대평가하지 말아 줘. 나는 실패한 남자야.
성심성의, 최선을 다해 처리하겠지만, 나를 의심하고 있어 줘.
-나는 신중하게 끄덕였다.
그에게 부탁하는 데 불안은 없다. 하지만, 그의 걱정을 가볍게 받아들이는 건 실례일 것이다.
나는 파우스트에게, 현자의 서를 건넸다.
아키라 :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파우스트.
-가볍게 목례하고, 파우스트는 물러났다. 내 손에 남은 현자의 서는, 이제 한 권이었다.
브래들리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브래들리 : ...
-그의 강한 시선과 부딪혀, 나는 무의식적으로 당황했다.
야단맞을 것만 같아서 시선을 헤맨다.
고개를 숙이는 사이, 브래들리의 기척이 가까워졌다.
쭈뼛쭈뼛 그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의 말없는 박력에 져버려, 무심코 기죽은 채로 물어봤다.
아키라 : ...현자의 서를, 받아주시면 안 될까요?
브래들리 : 왜?
아키라 : ...화가 난 듯한 표정이셔서...
-브레들리는 익살스러운 듯 입이 뒤틀리며, 어깨를 으쓱한다.
하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경계했다.
선혈과 같이 짙고 붉은 눈동자에 마음을 꿰뚫린 듯, 냉정한 시선에 가슴이 소란스러워진다.
브래들리 : 화가 난 건 아닌데, 재밌지는 않네. 네 그 태도가.
제6화 가치를 부여해
[담화실]
아키라 : 제...
브래들리 : 그래. 혼자서 바위를 짊어진 듯한, 괴로워 죽겠다는 표정이나 짓고.
네가 생각하고 네가 우리들한테 시키고 싶은 일이 있단 얘기잖아. 얼굴 찌푸리지 말라고.
카인 : 브래들리. 아키라는 우리들을 진지하게 생각해준 거야.
그렇기에, 그 책임의 무게를 걱정해서...
브래들리 : 그게 틀렸다는 거야. 우리들이 둥지에서 먹이나 받아먹은 새끼처럼 보이냐?
제대로 여기 보라고.
아키라 : ...읏.
-한 손으로 턱을 붙잡힌다.
브래들리는 호통치는 것도 화내는 것도 아닌, 부드러운 목소리로 한 마디 한 마디 내게 전했다.
과거에 그를 따랐던 부하를 지켜보는 시선으로.
브래들리 : 알겠냐, 현자. 우리들은 마법사다. 너보다도 오래 살고 너보다도 강한 힘을 가졌어.
네가 결정한 일이라고 해도 그걸 따를지 정하는 건 우리들 자신이야.
실수한다 해도, 너를 탓하거나 하지 않아.
-그 말을 들은 순간. 긴장하고 있던 마음이 풀려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그가 말한 대로, 불안하고 또 불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최선을 다해 생각한 아이디어를 모두가 마음에 들어 할 거라고 단정 지을 수 없었으니까.
싫은 소리를 듣거나 화내는 소리를 들을 각오를 해야만 한다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약한 모습을 꿰뚫린 것 같아서 마음이 약해져만 갔다.
그런 나를, 브래들리는 비웃지 않고 정면에서 바라봐주었다.
말로 잘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나와 마주봐주고 있다는 건 알겠다.
혹독한 북쪽의 나라 땅에서, 도적단을 통솔하고 있던 브래들리.
그가 많은 수의 부하들에게, 사랑받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브래들리 : 알겠냐, 아키라. 우리는 우리 책임으로 삶의 방식을 정해.
내 마음으로, 너를 믿는다고 정해. '너라면 틀리지 않아.' 그럴 거라고 아무도 생각 안 해.
너랑 함께라면, 실수해도 좋아. 그렇게 생각하니까, 여기 있는 거야.
알겠냐?
아키라 : ...읏, 네...
브래들리 : 좋아. 그럼, 쭈뼛거리면서, 우리들의 안색을 살피는 짓은 관둬라.
자기는 아무것도 못 정하는 주제에, 뒤에서 불만을 말하는 소인배 새끼들 다루듯 우리를 대하지 말라고.
우리들은 긍지가 있어. 비겁한 새끼 취급을 받으면, 어이가 없고, 짜증이 나.
우리들에게 긍지를 줘라. 네가 우리들을 대단한 사람처럼 대하면, 우리들도 크게 움직여 줄게.
대단한 사람처럼 대하라는 건 보상을 달란 말이 아냐.
가치를 달라는 거야. 신뢰라는 가치를 말이다. 너만이 만들 수 있는 거야.
괴롭다는 얼굴로, 미안하다는 듯, 일을 주지 마.
일을 줄거면, 최고의 보석처럼 주라고. 네 부하들이 자랑스러워하게 해 줘.
누구든,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으니까.
우두머리의 일은 너를 따르는 녀석들에게 가치를 주는 거야.
알겠냐?
아키라 : ...읏, 네...
브래들리 : 좋아, 착한 아이네. 울지 마, 고개 들어, 자.
제7화 지휘권의 소재
[담화실]
-브래들리는 내 얼굴을 들게 했다. 난폭하게, 젖은 눈꺼풀을 쓱쓱 닦는다.
그의 손가락 너머로, 기분 좋은 듯한 그의 미소가 보였다.
브래들리 : 나라별로 지휘자를 세워서 그 녀석들한테 보고 받고 거기서 배우겠다고?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잖냐. 문제를 알아채고 책략을 세운 거야. 거기까지 해냈으니까 자신감을 가지라고.
아키라 : ...네...
브래들리 : 실수해도 별일 없어. 또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지. 누가 뭐래도 이 몸이 있으니까.
말고도 다른 녀석들도 일단은 뭐.
피가로 : 말고도 다른 녀석들이라니?
라스티카 : 말고도 다른 녀석들이라니 뭘까?
브래들리 : 시끄러운 녀석들 말이다. 들었냐, 아키라. 이놈이고 저놈이고 끼어드는 거 좋아하긴.
-브래들리는 농담조로 내게 눈짓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그는 안심했다는 듯 다정하게 내 볼을 톡톡 두드렸다.
브래들리 : 이게 괜찮나 보네. 혼나는 걸 무서워했다가는, 아무것도 못한다.
현자든, <위대한 재앙>이든, 그딴 거에 휘둘리는 건 사양이지만, 슬슬 결정해야 할 시기지.
죽고 싶지 않고, 죽게 만들고 싶지 않은 녀석들도 있어.
또 반씩이나 바뀌면, 얼굴 외우는 것도 큰일이잖냐.
-웃어넘기듯 말하면서, 턱을 당기며 브래들리는 진지하게 말했다.
브래들리 : 방법을 생각해보자고.
아키라 : ...읏,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카인 : 한 가지, 확인해도 될까?
지금까지 임무에서는, 선생님 역할이었던 오즈가, 중앙의 마법사를 통솔해왔어.
하지만, 내가 지휘관이 된 이상, 지휘권은 나한테 있는 거라고 생각해도 되는 건가?
즉, 주군이신 아서 님이나, 선생님 역할인 오즈를 뛰어넘어, 내가 모든 일을 결정해도 되는 건가?
-확실히, 카인의 입장에서 오즈나 아서에게 지시를 내리는 건 어려운 일일 것이다.
카인 : 특히 오즈가 걱정이네. 나나 아서 님은, 선생님... 교관과 지휘관의 차이는 알겠어.
교관은 육성을 관장하는 역할. 지휘관은 조직을 지휘하는 역할이야. 닮은 듯 하지만 서로 다르지.
예를 들어, 파우스트가 어떤 조직의 지휘자고, 그 교관이 피가로라고 치자.
평소에는 파우스트가 피가로에게 지도받는 입장이야.
하지만, 조직에 무슨 일이 있을 때는, 파우스트가 결정을 내리고 피가로는 그에 따를 필요가 있지.
피가로 : 아, 응...
파우스트 : 그, 그렇지.
카인 : 이해하기 어려웠나? 그럼, 예를 들어 브래들리가 두목이고, 그 부하에 네로가 있다고 치면...
브래들리 : 어이. 어이, 잠깐.
카인 : 응.
브래들리 : 왜 그래?
카인 : 왜 그러냐니?
브래들리 : 왜 갑자기 네로냐고. 하던 대로 예시를 들 거면, 여기 있는 신랑 씨 이름이 나와야 할 거 아냐.
카인 : 라스티카는 그다지 누군가의 부하가 될 것 같지 않아서.
라스티카 : 나는 그다지, 누군가의 부하는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
카인 : 자, 하던 얘기로 돌아와서, 나는 오즈보다 강한 지휘권을 갖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도 되는 거야?
권력을 쥐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확실하게 해두지 않으면 여차할 때 문제가 될 거야.
라스티카 : 카인의 경우, 아서 님은 군주니까 말이지.
아키라 : 그 경우, 어떻게 하나요? 기사단이나 왕궁에서는...
카인 : 귀인貴人 경호의 임무,라고 생각한다면 경비를 맡은 기사단이나 근위병에게 지휘권이 있어.
피가로 : 아서는 자기가 경호받는 대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카인 : 그점이 문제란 말이지...
제8화 혹시 모를 상황의 시뮬레이션
[담화실]
브래들리 : 그 왕자라면, 자기가 군대를 이끌고, 지휘하는 것도 가능하지.
카인 : 물론이야. 하지만, 솔선해서 위험한 상황에 몸을 던지는 짓을 해서는 곤란해.
아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내가 지휘권을 쥐는 것을 인정해줬으면 하는데...
오즈나 리케가 이해해줄까?
브래들리 : 중앙의 꼬맹이는 몰라도, 오즈는 사람 밑에 있어본 적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파우스트 : 그걸 따지자면, 미스라나 오웬도 마찬가지 아닌가? 너, 괜찮겠어?
브래들리 : 괜찮을 리가 없잖냐. 교향곡이다 뭐다 제쳐둬도, 지휘관의 의미는 조직의 우두머리야.
즉, 집단의 정점이라는 거지. 나는 북쪽의 나라 꼭대기에 서는 남자라는 말이다.
라스티카 : 그렇네.
브래들리 : 그렇네, 하고 넘길게 아니라고. 내가 북쪽의 나라 꼭대기, 지휘관이라고 말해봐라.
미스라랑 오웬이랑 스노우랑 화이트가 달려들어서 죽이겠지.
-라스티카는 눈썹을 치켜들었고, 피가로는 맞는 말이라는 듯 눈을 감았다.
라스티카 : 그런 거야?
피가로 : 그렇겠지.
중앙의 나라도 조심하는 편이 좋을 거야. 오즈가 너를 봐주고 있는 건, 너를 어린아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니까.
카인 : 내가 어린 아이!?
파우스트 : 뭐, 그렇지.
브래들리 : 아직 50살 아래고.
라스티카 : 클로에랑 조금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니까.
카인 : 결혼도 할 수 있고, 술도 마실 수 있다고?
브래들리 : 이야, 대단하네.
라스티카 : 술도 마실 수 있다고, 래.
파우스트 : 귀엽네.
피가로 : 너 정도 나이일 때가, 가장 어른 취급받고 싶을 때니까.
카인 : 뭐야, 이 분위기!? 나는 일반적인 얘기를 하는 건데!
브래들리 : 마법사는 일반적이지 않으니까. 슬슬 익숙해지라고, 기사 형씨.
피가로 : 원래 얘기로 돌아오자면, 오즈는 네게 오즈 자신을 따르게 할 권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절대로 지휘관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거야.
카인 : 그럴까...
피가로 :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양보하지 않을 걸.
브래들리 : 양보하면 되겠냐? 애송이한테 지도받는 오즈는, 보고 싶지 않다고.
피가로 : 나도.
라스티카 : 서쪽의 나라는 걱정 없어. 나를 주인主人으로 가정한, 어떤 종류의 연극놀이가 유행할 것 같지만.
파우스트 : 동쪽도 마찬가지로,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지만...
피가로 : 남쪽의 나라도 평화로울 것 같아. 그럼, 북쪽과 중앙에서는 비밀로 하는 게 어때?
브래들리, 카인 : 비밀?
피가로 : 지휘관이라는 건 가슴속에 품어두고, 그, 뒤에서 조종한다는 느낌으로...
브래들리 : 나왔네. 피가로 특기인 거...
피가로 : 남이 들으면 오해하겠어.
브래들리 : 북쪽과 중앙만 비밀로 한다고 해서, 어디서 새어 나가겠지. 특히, 남쪽의 형제 쪽이라든가.
라스티카 : 미스라 씨! 남쪽의 지휘관은 피가로 선생님이래요. 북쪽의 지휘관은 누가 되셨나요?
파우스트 : 하? 지휘관이라니 뭔가요. 저는 못 들었는데요.
...처럼 될 것 같네.
라스티카 : 될 것 같네.
피가로 : 이해하기 쉬운 연극 고마워.
브래들리 : 오싹한다고. 북쪽의 나라에서 누가 정상이냐는 문제는 사냐 죽냐에 관한 문제니까.
명예와 관련된 얘기기도 하지. 누가 누구 위고, 누구 아래고, 북쪽은 서열에 예민해.
언젠가 녀석들이랑 결착을 내줘야 하지만, <위대한 재앙>과의 전쟁 전에 사사로운 힘겨루기는 하고 싶지 않아.
카인 : 나도 오즈가 반대하면, 힘으로는 이기지 못할 테고...
파우스트 : 일단은, 반발을 사지 않도록 암호명을 다는 건 어때?
제9화 다섯 명의 일지담당
[담화실]
아키라 : 암호명?
파우스트 : 아군끼리 대화할 때에도, 어디서 누가 듣고 있을지 몰라. 그럴 때를 위한 암호명이야.
예를 들어, 간첩이라 부르지 않고, 바구니 상인이라고 부르거나 하지.
소극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지휘관이라는 사실에는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갈 수 있어.
라스티카 : 그럼, 일지 담당은 어떨까? 모처럼 현자님께서 우리들 용으로 현자의 서도 주셨으니까.
브래들리 : 일지 담당이라.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뭐 상관없어.
평소대로 임무 할 때랑은 별도로, 노바에게 다가가기 위한 일을 할 때는, 내가 뒤에서 처리하면 된다는 거지?
아키라 : 맞아요. 처리한다고 할지, 잘...
브래들리 : 악단에서 지휘봉을 휘두르듯, 손이 많이 가는 녀석들을 조율하라는 거지. 좋아, 해주겠어.
카인 : 나도 전력을 다하겠지만, 오즈가 반항하면 어떡해?
-곤란해하는 카인의 어깨를 피가로가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살며시, 귓가에서 중얼거린다.
피가로 : 아서를 위해서니까 내 말을 따라,라고 말하면 돼. 아서한테는 오즈를 위해서라고.
카인 : 그렇구나...?
브래들리 : 오. 또 뭔가 뒤에서 계획 세우고 있구만? 편하게 죽지는 못할 거다.
파우스트 : 불길한 소리 하지 마. 현자, 나는 네로에게는 말할까 해.
말한다고 해서, 아무 일도 없겠지만... 그에게는 비밀을 만들어 두고 싶지 않아.
아키라 : 알겠습니다.
브래들리 : 흥... 동쪽 녀석들은 연대가 엄청나구만. 그래도 뭐, 잘하고 있는 것 같네.
파우스트 : 북쪽보다는.
피가로 : 얘기는, 이상이려나?
아키라 : 네. 제가 드릴 말씀은...
브래들리 : 잠깐, 하나 더.
-브래들리가 한 손을 들었다. 뒤돌아보는 자세로 라스티카를 바라본다.
브래들리 : 무르의 연구실에 대해서다.
라스티카 : 무르의 연구실?
브래들리 : 소문으로 들어본 적이 있어. 서쪽의 마법사 무르는 전 세계에 연구실을 비밀리에 갖고 있었다고.
애초에 <위대한 재앙>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던 건 그 녀석이야.
그 녀석의 연구실에는 <위대한 재앙>이나 상처에 대해,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게 있을지도 몰라.
카인 : 맞는 말인데, 지금 무르가 연구실의 위치를 알까?
브래들리 : 그 녀석이 모른대도, 서쪽의 파이프쟁이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라스티카 : 물어볼게.
브래들리 : 부탁한다.
-이렇게, 각 나라별로 지휘관이 모두를 통솔해 움직이는 걸로 정해졌다.
나는 다시 한번, 그들을 바라봤다.
어떤 상대에게도 주눅 들지 않고 적극적으로 풀어나가려고 하는, 성실하고 정의감 강한 카인.
마이페이스로 느긋해 보이지만, 어느 때라도 자신自分을 잃지 않고 주위에게 다정한 라스티카.
사람과 얽히고 싶어 하지 않지만, 성실하며 지휘자의 경험이 있고 어린 마법사들에게 친근한 파우스트.
박식하고 배려 깊고 경험이 풍부하며, 목적을 위해서라면 관대하고 온후한 판단도 교활하고 냉철한 책략도 세울 수 있는 피가로.
전 도적단의 두목으로 죄인이라고는 해도 대담무쌍한 결단력과 사람을 보는 눈이 있어, 남을 잘 돌보는 점도 가진 브래들리.
현자로서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그들에게 배울 것이 분명 많이 있을 것이다.
소중한 동료들을, 누구도 희생시키지 않도록.
마법사들이 잠시나마,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제10화 쌍둥이로부터 현자에게
[현자의 방]
-그날 밤...
(문 두드리는 소리)
아키라 : 네, 들어오세요.
(문 열리는 소리)
스노우 : 현자여.
화이트 : 현자여.
아키라 : 스노우, 화이트. 무슨 일이세요?
스노우 : 그대의 몸을 지키기 위해, 만들고 있던 것이 완성되었네.
아키라 : 제 몸을 지키기 위해서요...?
화이트 : 그렇네. 지금까지 임무를 하면서도 여러 위기가 있었지만.
스노우 : 노바라 하는, 마법사에게 다가가면 보다 그대에게 위험이 많아지겠지.
화이트 : 호호호, 귀여운 그대는, 우리네의 손으로 지켜주고 싶지만...
스노우 : 때에 따라서는, 그러지 못할 때도 있지.
그럴 때를 위해, 우리네 대신에 그대를 지켜줄 사역마네.
스노우, 화이트 : 오거라.
《ノスコムニア》
-두 사람이 주문을 외우자, 어렴풋한 빛이 비쳐서, 훅 튕겼다.
빛 안에서 나타난 건, 신기한 고양이 같은 생물이었다.
스노우 : 사크리피키움サクリフィキウム/sacrificium/라틴어-희생,제물이네.
화이트 : 사랑스럽지 않은가. 그대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만들어두었네.
스노우 : 마음에 들어했으면 좋겠다만...
아키라 : 이게... 사역마...?
스노우 : 그렇네.
화이트 : 마음에 들었는가?
스노우 : 그대에게 다가가, 여차할 때는, 그대의 몸을 지켜줄 걸세.
-사랑스러운 모습에, 시선을 빼앗긴다. 반려동물인 고양이 같아서, 볼이 누그러진다.
아키라 : 귀여워...! 감사합니다, 스노우, 화이트.
스노우 : 호호호. 기뻐해 주니 다행이네.
화이트 : 어떠한 때라도 곁에 두는 것이 좋을 걸세.
아키라 :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사크리피키움을 받아, 팔로 안았다.
고양이처럼 따뜻하지는 않았지만, 온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 아이만을 두고, 쌍둥이는 자리를 떴다.
이 아이는 울지도, 이리저리 돌아다니지도 않았다.
하지만, 방 안에서 사랑스러운 모양의 생명체 같은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키라 : (사크리피키움... 밥은 먹는 걸까? 같이 침대에서 자도 되나?)
(고양이 같아... 귀여워...)
-이름을 지어줄까. 잔뜩 신이 나 그런 생각을 하다, 나는 마음을 고쳤다.
방금 전, 이 아이는 내 대역이 되어줄 거라 했다.
나를 감싸다 연기처럼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무서워져서 나는 이 아이에게서 눈을 돌렸다.
쉽게 사라져 버릴 것에 애착을 품게 되는 것이 무서웠다.
그래도 정신 차리자, 나는 몇 번이고 고양이 같은 이 아이를 훔쳐보고 있었다.
>>이어서, 제8장 여행길에 오르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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