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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상의 BGM, Live2D연출, 표정 변화와 함께 즐기시길 바랍니다.
*먼저 읽으면 좋은 스토리 : MAIN_1부 19장. 재앙이 준 기묘한 상처, MAIN_1.5부 중편(11-17). 너에게 꽃을, 하늘에 마법을
*알아두면 좋은 것 : グラディアス・プロセーラ(글라디어스 프로세라) - 검의 돌풍이여
TL/checking-hz
제9장. 출발 | ▼PAGE END | ||||||||
1화 | 2화 | 3화 | 4화 | 5화 | 6화 | 7화 | 8화 | 9화 | 10화 |
제9장 출발 | TL edit date : 2211082230 | ||
1화 돌이 된 후로도 | 2화 처음부터 이렇게 | 3화 주문을 파헤쳐서 | 4화 걸맞은 마법사가 |
5화 아무데도 가지 말아줘 | 6화 엇갈리는 의견, 찾아내는 말 | 7화 마음을 배신할 수 없다 | 8화 현자와 사크리피키움 |
9화 컬러풀한 만남 | 10화 들려온 것은 | 전체 등장 캐릭터 : 중앙의 마법사, 서쪽의 마법사, 오웬 |
제1화 돌이 된 후로도
[중정]
-은색 구름이 태양을 덮어, 가려버린다. 눈앞에서 냉소하는 오웬의 얼굴에 그림자가 진다.
그의 등 뒤로는, 털을 세운 짐승처럼 화단의 식물과 나무의 줄기와 잎이 술렁이며 흔들린다.
소용돌이치며 꽃잎이 흩어진다. 설탕과자 같은 목소리로 오웬이 속삭인다.
오웬 : 자, 기사님. 골라봐.
나를 위해 침묵할지, 동료를 위해 내 약점을 말하고 다닐지.
망설일 필요 없잖아. 사실은 정답 따위 정해져 있을 거야.
착한 사람인 척 구는 건 그만하고... 미운 녀석까지는 구할 수 없다고 단정 지어버려.
그 누구도 기사님을 탓하지 않아. 누구든 너처럼 할 거야. 어때, 기사님...
-몸을 내밀며, 오웬이 속삭인다. 뱉은 숨이 귓가를 간지럽힌다.
거울에서 보이는 자신의 눈동자와 같은 색을 한 오웬의 눈동자가, 유쾌하게 일그러진다.
망설일 필요 없어. 오웬의 말 그대로라고 생각한다.
나는 동료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카인 : ...나는 선택하지 않을 거야.
오웬 : ...뭐?
카인 : 네 허가 없이는 말하고 싶지 않아.
오웬 : 어째서.
카인 : 네가 기뻐할 것 같으니까.
-오웬은 코에 주름을 잡으며 노골적으로 불쾌하다는 듯 무시무시한 시선을 보냈다.
오해하게 만든건가 싶어, 나는 사족을 붙였다.
카인 : 착각 하지 말아줘. 네가 기뻐할 만한 일을 평생 하고 싶지 않다는 게 아니야.
내가 너를 잘라내면, 네가 크게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그런 의미에서 기쁘게 하고 싶지 않아.
오웬 : 알고 있어. 알고 있으니까 최악인 거야. 내가 너한테 허가라도 해줄 것 같아?
너 같은 무르고 약한 녀석이, 내 의지를 네 마음대로 바꾸고 네가 하란대로 굴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카인 : 성심성의껏, 얘기하면...
오웬 : 하찮기는. 성의따위 내 개 앞에서는, 먹이도 안 돼.
-오웬은 둥실 떠올라, 나를 내려다봤다. 뾰족한 구두 끝이, 내 코 앞에 있다.
오웬 : 즉, 기사님은 성실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소중한 동료의 목숨을 버리는구나?
나를 설득하고 있는 동안 <위대한 재앙>의 상처인 내가 리케를 죽일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말하니, 씁쓸해진다. 마음 속 소란스러움에 고민이 커져 자신을 책망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오웬을 배신하고 그의 상처를 말하고 다녀도 분명 같은 마음이겠지.
어쩐지 이건 어렵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나는 실패하고, 후회하고, 자기자신을 싫어하게 된다.
그게 짓궂은 오웬의 노림인걸까. 이대로면 안 돼. 나는 무의식적으로 오웬의 발목을 잡았다.
카인 : 있지, 오웬.
오웬 : 하? 뭐하는 거야?
카인 : 뭐하냐니, 뭐가?
오웬 : 발을 잡고 있잖아. 죽고 싶어?
카인 : 언제나 갑자기 사라지잖아. 얘기는 아직 안 끝났어.
오웬 : 발목을 잡아도 사라질 거야.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어. 너 따위 벌레나 마찬가지야.
카인 : 알겠어, 알겠어. 손 놓을 테니까 사라지지 말아 줘!
-하나하나 시끄럽네,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양손을 들고 오웬에게 물어봤다.
카인 : 아까 알고 있다고 말했잖아? 내가 너를 배신하면, 너는 기뻐한다고. 그걸 하고 싶지 않다고 했을 때.
오웬 : 그래서?
카인 : 왜 배신하면 기뻐하는 거야?
-오웬은 입꼬리를 올렸다. 기분 좋다는 듯이 손끝을 흔들며 나를 내려다본다.
오웬 : 추악한 자신의 정체를 안 기사님이, 이 세상에 실망할 테니까.
얼굴을 찌푸리고, 머리를 끌어안고, 초조해하면서, 너를 정의의 사도로 만들지 못한 세계를 반대로 원망할테지.
그런 기사님의 모습이 보고 싶어. 화가에게 그리게 해서 성당에 걸어도 좋아. 영웅그림보다 관람객이 많겠지.
카인 : (취미 한번 나쁜 남자다...)
오웬 : 어때? 최고지 않아?
네가 돌이 된 후로도, 카인 나이트레이의 이름은 비겁한 사람의 대명사로 계속 이어질 거야.
-낄낄 웃는 오웬은 섬뜩하고, 질 나쁘고, 음침한데다 흉악해서, 정말 즐거워 보였다.
엄청나게 위험한 발상이다... 만약 오웬이 내 부하라면, 나는 이렇게 말했음에 틀림없다.
제2화 처음부터 이렇게
[중정]
-저기, 무슨 일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원하게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자고. 어두운 생각은 관두고.
북쪽의 마법사 상대로 같은 짓은 할 수 없다. 같은 식으로 해서 몇 번이고 실패해왔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고 관점을 바꿔보기로 했다.
카인 : 당신あんた은 북쪽의 마법사야. 북쪽의 마법사에게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잖아.
오웬 : 물론이지.
카인 : 그럼 왜 나한테 약점을 말하고 다녀도 된다고 한 거야?
나를 비겁한 사람으로 만드는 게 당신한테 있어서 지는 것보다도 중요한 거야?
그건 북쪽의 마법사답지 않은 거 아냐?
오웬 : ...
-오웬은 말을 잃었다.
깊게 턱을 당기고 나를 노려다 본다. 그 눈동자는 적국에게 마을이 불타버린 소년 같은 피해자적 증오로 가득했다.
오웬 : ...짜증나는嫌な 녀석이야.
카인 : 뭐로 짜증나는 녀석이지는 모르겠어. 내가 생각하는 짜증나는 녀석이랑은 달라. 하지만, 뭐, 이해해보자. 서로.
오웬 : 내 기분에 따라, 너는...
카인 : 언제든 죽을 수 있잖아. 몇 번이고 들었어. 어이, 가끔은 다른 얘기를 해보자.
오웬 : 그...
카인 : 너도 슬슬 질렸잖아? 나도 마찬가지야.
죽고 싶어? 죽고 싶지 않아. 몇 번이고 말했어. 서로 알고 있을 거야. 이런 대화는 그만하자.
적어도 하루에 한 번으로 하자. 그리고 절약한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해서 대화를 진전시키지 않을래?
자, 내려와.
-손짓발짓으로 설득하며, 마지막에 오웬의 발 끝을 살며시 아래로 눌렀다.
모 아니면 도의 도박이었지만,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던 오웬은 이윽고 잠자코 아래로 내려왔다.
마도구인 가방을 꺼내 거기에 걸터앉는다.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꼰 다리 위에 턱을 괸다.
오웬 : ...말해두지만, 너를 따르고 있는 건 아니니까.
카인 : 알고 있어, 알고 있어.
오웬 : 대화를 진전시키자니?
-오웬은 힐끗 이쪽을 훑는다. 지루하다는 분위기 속, 티끌만큼이지만 흥미의 기색이 느껴진다.
어린아이 인격이 아니어도 이 녀석은 나한테 흥미가 있는 걸까.
의외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카인 : 오웬,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고민하고 있어.
리케나 미틸이 작은 너와 싸워서 케로베로스에게 잡아먹히면 곤란해.
하지만 네 약점이 알려져서, 만일이라도 미스라나 브래들리에게 심한 꼴을 당하게 된다면...
그때는 곤란해. 곤란하다고 할지, 개운하지 않아. 뭔가 좋은 방법 없을까 함께 찾고 싶어.
오웬 : 어째서.
카인 : 응?
오웬 : 어째서 싫은 거야. 너는 나를 죽이고 네 눈알을 되찾을 거잖아.
다른 사람에게 내가 당하고 약해지면, 오히려 좋잖아.
카인 : 그건 아니야. 나는 내 힘으로 되찾고 싶어. 그런 건 강탈追い剥ぎ이나 다름없잖아.
오웬 : 흐음...?
카인 : 모르려나... 뭐라고 하면 좋을까.
너는 위험하고 무섭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손해를 봐도 좋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야.
그런 건, 마법사는 기사가 될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잖아.
-오웬은 지긋이 나를 보고,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놀란다. 아까 나는 오웬에게 일방적이고 무례했다.
리케의 신변을 걱정한 나머지, 사정을 들어보지도 않고 <위대한 재앙>의 상처를 모두에게 말하라고 얘기하고 말았다.
그랬다간 오웬만이 손해였다. 그가 불쾌해 하는 것도 당연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시선을 맞추고 얘기해보면...
오웬도 순순히 이야기를 들어줬을 지도 모른다.
조용한 바람이 오웬의 앞머리를 흔든다. 한동안 조용히 침묵한 뒤 오웬이 말했다.
오웬 : 있지. 기억이 없을 때의 나는, 왜 너를 죽이려 했어?
카인 : 어?
오웬 : 전에 시노가 말했잖아. 나한테 안약을 넣어줬다고.
그런 거 허락할 리 없어. 그러니까, 기억이 없는 동안의 나는, 꽤 얌전할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너를 죽이려고 했어. 왜?
카인 : ...그건...
제3화 주문을 파헤쳐서紐解いて
紐解く, 히모토쿠 -
1 《서류 상자를 열다 혹은 서류를 묶어둔 끈을 푼다는 의미에서》 서류를 펼치다. 책을 읽다. 「중국서적을・다」
2 《1에 이어》서적 등을 조사해 진실을 밝히다. 「역사를・다」
3 옷의 끈, 특히, 속옷을 풀다.
4 꽃봉오리가 벌어지다.
스토리 내용에 기반하여 2번을 활용하였습니다.
[중정]
오웬 : 말해.
카인 : 내가 어린 너를 화나게 만들었어. 두고 가려고 했더니, 죽어버리라고.
오웬 : ...
기사님은 기억이 없을 동안의 나를, 어린 오웬이라고 부르지.
카인 : 어린아이 같아서.
오웬 : 어린아이를, 너는 두고 가려고 한 거야? 심지어 기사단장이었던 남자인데?
카인 : 그건...
-오웬은 얼굴을 찌푸리고 마음껏 내게 모멸을 향했다.
나는 묘하게 당황해 변명을 했다. 평소에는 히죽히죽 조소하고 경멸하면서...
진심으로 낙담하면는, 실망을 대놓고 드러내다니.
카인 : 변명하게 해 줘. 나한테 있어서 너는, 북쪽의 마법사 오웬이었어.
오웬 : 누구한테나 그래.
카인 : 어린아이 같은 언동을 하고 있다 해도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건 알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
지금은 달라. 인식을 바꿨어. 너를 두고는 어디에도 가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어.
-오웬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순간 숨을 내쉬듯, 쓴웃음을 보인다.
그 표정은 무척이나 좋았다. 나도 모르게 눈을 빼앗겨目を奪われて, 숨 쉬는 걸 잊어버릴 정도로.
마치, 친구 같은 표정이었다.
오웬 : 과연 그렇네. 그래서 두고 가지 않는다고 한 건가.
그럼 리케나 미틸이나 클로에에게는 그렇게 말하면 되는 거 아냐?
내가 어린아이처럼 굴 때는 나를 두고 가지 말라고. 미스라나 브래들리한테는 모르겠지만.
듣고 있어? 기사님.
카인 : 어? 아, 뭐더라?
오웬 : 너는 참...
카인 : 미안 미안, 듣고 있었어.
-오웬은 어깨를 움츠리고는 트렁크 위에서 솜씨 좋게 가부좌를 틀었다.
오웬 : 기사님이 빨리 강해지면 되는데. 어린아이인 나정도한테서는 지켜주라고. 작은 녀석들을.
카인 : 충분히 알고 있어. 나날이 단련을 쌓아갈 생각이지만...
-자신의 앞머리를 잡으며 오웬은 재미없다는 듯이 다리를 흔들었다.
오웬 : 주문이 별로야.
카인 : 주문? 내 마법 주문 말이야?
오웬 : 그래. 안 좋다는 건 아니지만, 말이 너무 커.
-말이 너무 크다?
오웬 : 그러니까, 너는 아직 다루지 못하는 거야. 뭐, 기사님다워서 좋지만.
카인 : 자..., 잠깐만, 오웬. 좀 더 자세히 가르쳐 주면 안 될까.
-나는 당황해서 부탁했다. 무언가, 나의 성장의 계기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오웬은 불쾌하다는 듯이 입을 삐죽거렸다. 말 꺼낸 것을 후회한다는 듯이 휙 고개를 돌린다.
오웬 : 싫어. 오즈한테 물어봐.
카인 : 물론 그럴 거야. 하지만 오즈가 말하고 싶은 게 가끔 뭔지 모를 때가 있어.
오즈도 내가 이해 못 한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해.
아서랑은 알고 지낸 지 오래된 탓인지 통하는 게 있는 것 같지만... 나랑 리케는 가끔 뒤처지곤 해.
오웬 : 너희들은 우리를 알 수 없어. 왕자님 쪽이 오히려 우리 얘기를 이해해. 기질이 가까운 거겠지.
카인 : 기질?
-오웬은 빙글 내쪽을 보고 말한다.
오웬 : 기사님이 오즈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처럼, 나도 가끔 기사님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그래서 오즈가 그런 표정을 짓는 것도 이해 가.
말은 잘 사용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고 영향도 줄 수 없어. 정령도 마찬가지야.
카인 : 정령?
오웬 : 뭐에 대고 주문을 외우는 건지 생각하는 거야. 네 말로 움직이는 건 정령이야.
-희미하게 부는 바람에, 술렁술렁 나뭇잎이 흔들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커다란 잎을 타고 흐르는 투명한 이슬. 물을 품어 부드러워 보이는 흙의 향. 거목巨木의 줄기를 비추는 잎 사이로 비치는 빛...
정령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아 무의식적으로 깊게 숨을 들이쉰다.
오웬 : 네 주문은 네 마력과 나이에 비해 말이 강해. 뭐, 기사님 다워서 좋지만.
카인 : 말이 강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
오웬 : 인간이랑 마찬가지야. 웃기지
카인 : 웃기다고? 나는 정령한테 비웃음 사고 있던 거야?
오웬 : 나쁜 의미가 아냐. 보기에 흐뭇하고 생각되는 느낌?
카인 : 기다려봐, 잠깐만... 나는 열심히, 멋있어 보이려고 한 건데.
오웬 : 꼴사납다고는 안 했잖아.
카인 : 하지만, 웃고 있다며?
오웬 : 갓난아기가 쪽쪽이를 물고, 세상은 내 것이다,라고 말해봤자 진심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잖아?
제4화 걸맞은 마법사가
[중정]
카인 : 확실히...
오웬 : 그거랑 마찬가지야. 뭐랄까, 재밌어. 좋지만, 진심으로 느끼지 않는 거야.
카인 : 으음...
오웬 : 피가로가 지배한다고 하면 정령들은 숨을 참고 자세를 잡아.
그리고 열중해서 사명을 완수해. 주문은 그런 게 좋은 거야.
카인 : ...그런건가...
-나는 가볍게 충격을 받았다. 마법 주문에 대해서 가르쳐준 건 중앙의 나라 자매 마법사다.
좋아하는 말이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말을 선택하라고 해서 골랐다.
나 자신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멋있기도 하고.
내가 주눅 들어 있자 오웬은 곤란하다는 듯 눈썹을 기울였다.
오웬 : 뭐야. 가르쳐 달래서 가르쳐줬어.
카인 : 그 말이 맞지... 고마워, 오웬.
오웬 : 뭐야, 숨이 끊기기 직전인 말馬의 숨결 같은 목소리... 짜증 나네.
카인 : 하지만 멋있다고 생각했고 멋져 보이고 싶어. 있지. 새로운 주문을 만드는 게 좋을까.
오웬 : 그 편이 실력 키우기에는 좋아. 하지만 이대로 가도 괜찮아. 네가 주문에 걸맞게 변하면 돼.
카인 : 주문에 걸맞게?
오웬 : 갓난아기가 아니라, 기사 왕 같은 마법사 말이야.
-기사 왕 같은 마법사. 그 말은 침울해져 있던 내 마음에 불을 지폈다.
오웬 : 뭐, 어차피, 기사님한테는 안 되겠지만.
카인 : 그렇지 않아. 단련을 거듭해 주문에 걸맞은 마법사가 되어 보이겠어.
오웬 : 아 그래. 해보지 그래. 그때까지 힘 내기는 어렵겠지만.
-오웬은 비웃음을 섞어 볼을 누그러뜨렸다.
바보 취급당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격려받은 것 같기도 했다. 묘하게 개운한 기분이었다.
카인 : 충고 고마워. 덕분에 마법사 노바와 만나도, 현자님께 도움이 될 것 같아.
오웬 : ...노바?
카인 : 응. 발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노바의 단서를 찾으러 갈 거야.
오웬 : 기사님은 무리지. 노바에 의해 돌이 될 거야.
-배려 없는 말에 나는 표정이 사라졌다.
노바를 만난 오웬에게 들으니 얼마나 위험한 상대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카인 : 정신 바짝 차리고 임할게. 현자님과 아서 님을 지킬 거야.
오웬 : 바보야?
카인 : 괜찮아. 오즈랑 샤일록도 함께야.
오웬 : ...
-오웬은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초조해진 듯 혀를 찼다.
그러고는 등을 돌리고 오웬은 사라져 버렸다.
[카인의 방]
-다음날 아침, 서쪽의 나라로 출발하는 날.
나는 사람 기척에 눈을 떴다.
아서 : 아... 깨워버렸네.
-눈앞에 있는 건, 아서였다. 내 왼 손목에 닿아, 날 바라보고 있다.
은빛의 머리칼이 흔들리며, 아서는 장난스럽게 웃는다. 그 표정에 나는 떠올린다.
이건 우리들이 몇 번인가 하고 있는 시험삼아 해보고 있는 것들 중 하나였다.
자고 있는 동안에 누군가와 닿았을 경우, 눈을 뜬 순간 상대의 모습이 보일까?
무의식적으로 닿아 있어도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그렇다면 재앙의 상처 구조는 꽤 정확하다.
하지만, 무의식 중 닿았을 때, 상대의 모습이 계속 보이지 않는다면...
보이고 보이지 않고는 내 자의식 자체의 문제다.
실제로는 닿아있는데, 내가 닿아있다는 걸 의식하지 않고 있기에 보이지 않는 거라면...
뭔가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고로 몇 번인가 자고 있을 때 내게 닿아주고는 있지만, 접촉되는 순간 눈이 떠져버린다.
직업군인으로서의 습성이다. 상대가 아서가 아니었다면 문이 열리는 소리로 바로 알아챘겠지.
아서 : 미안한걸. 또 실패야.
카인 : 괜찮아. 안녕, 아서.
-침대를 정리하고, 몸을 움직인다. 아서를 올려다보며, 나는 볼을 누그러뜨렸다. 나를 따라 그의 입가도 풀어진다.
아서 : 실패했는데 기뻐 보이네.
카인 : 아침에 눈을 떴는데 사람 모습이 보이는 건, 엄청 기분 좋아. 그게 아서라면 최고지.
제5화 아무 데도 가지 말아 줘
[카인의 방]
아서 : 힘들겠는 걸, 카인도. 매일 아침 깨워주러 와주고 싶어.
카인 : 평소는 내 쪽이 일찍 일어나. 내가 당신을 깨워줄게. 오늘은 늦잠 잤지만...
아서 : 아침 해가 없어서 그랬을 거야. 방금 전까지,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어. 짐, 먼저 들고 갈까?
카인 : 괜찮아. 옷 갈아입고 금방 갈게.
아서 : 알겠어.
-아서는 마법으로 창을 열고, 둥실, 그쪽으로 나갔다. 빗자루를 타고 하늘로 떠난다.
분명 저기로 침입한 거겠지. 나를 깨우지 않도록, 살며시.
카인 : 하하...
-나는 혼자서 웃었다. 왔을 때랑 같은 장소로 나가는 게, 아서다웠다.
[마법관 탑/ 엘리베이터 앞]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자, 아서의 모습만이 보였다. 하지만, 리케와 오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리케 : 서쪽의 나라에 간다면 클로에가 추천한 과자를 찾고 싶어요.
귀부인의 키스를 의미하는 과자라는 것 같은데... 듣고 있나요, 오즈.
오즈 : 듣고 있다.
리케 : 그러니까 과자가 있을 법한 시장은 꼭꼭 들러서...
아, 카인.
카인 : 여어, 리케.
-빠른 걸음으로 가까이 오는 발소리가 들리고는 오른팔이 꽈악 잡혔다.
그 순간, 나를 올려다보는 리케의 모습이 보인다.
리케는 그대로 내 팔을 잡아당겨, 오즈의 목소리가 들렸던 쪽을 향해 데리고 갔다.
리케 : 카인은 먹어본 적 있나요? 귀부인의 키스를 의미하는 과자. 어디에 있을까요?
카인 : 서쪽의 나라 수도로 가는 거니까. 어딘가에서 발견할 수 있을 거야.
-리케와 대화하고 있자, 손 끝에 쓰윽 뭔가가 닿았다.
오즈의 손가락이었다. 시선을 위로 향하자 오즈가 있다.
카인 : 안녕, 오즈.
오즈 : ...
-오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즈는 아서를 키워준 부모 같은 존재이자 세계 최강의 마법사다.
세계최강의 마법사가 같은 팀에 있다는 건 아주 든든했다.
하지만 그의 옆에 있으므로, 다소 불안한 부분도 있다.
오즈는 아서나 리케의 앞에서는 과묵하고 느긋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칼날을 들이대는 상대에게는 용서 없다.
그리고 세계 최강인 그가 무언가 지나치게 했을 때, 그 누구도 멈출 수 없다.
카인 : (이 녀석을 지휘하라니... 거대한 드래곤을 길들이라는 것과 다를 바 없네.)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어떨지... 아니, 아키라나 아서를 위해서도 약한 소리 하면 안 돼.)
오즈. 이번 임무에서 어쩌면 노바를 마주칠 지도 몰라.
노바는 미스라도 당해낼 수 없다고 들었어. 당신만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야. 잘 부탁해.
-노바의 위협을 전할 생각이었지만, 오즈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오즈 : 미스라는 그렇겠지.
-자신은 다르다, 자신에게 당해내지 못할 자는 없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카인 : (우와, 멋있다...)
-순수하게 동경하게 된다. 정령들에게 아기 취급 당해 싱글벙글 지켜봐 주고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서도 안심한 표정으로 오즈를 올려다보고 있다. 오즈만 있다면 괜찮다고.
솔직히, 부러웠다.
오웬 : 기사님!
-갑자기, 오웬의 목소리가 들렸다. 1층 입구 쪽에서 오웬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아서랑 리케는 놀랐다는 표정을 보이고, 오즈는 불쾌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나는 아, 하고 입을 가렸다.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눈동자로, 곧바로 나를 바라보는 오웬은,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오웬은 꽈악 나에게 매달렸다.
오웬 : 가지 마, 가지 마. 어디 가는 거야? 아무 데도 가지 마... 읏.
카인 : 오웬...
오웬 : 미스라한테 물어봤더니, 기사님은 먼 나라로 나간대.
-불안하다는 듯 오웬이 말했다. 매달린 채로,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리케 : 오웬...?
아서 : 오웬.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평소랑 행동이...
제6화 엇갈리는 의견, 찾아내는 말
[마법관 탑/ 엘리베이터]
-당황스러워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나는 갑작스러워 놀랐다.
오웬은 재앙의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한다. 어떻게든 얼버무려야만...
카인 : 어... 어제, 샤일록의 바에서 꽤 많이 마신 것 같아서 말이지.
리케 : 술을 마셔, 취했다는 건가요?
카인 : 맞아맞아!
오웬 : 으응.
카인 : ...
오웬 : 아니야, 기사님. 나, 제대로, 착한 아이로 있었어.
아서 : 놀라운 걸... 여기 있는 건 틀림없이 오웬인데 마치 어린아이 같아.
오즈 : 다른 자가 변신해 있는 것 같지도 않군.
아서 : 그러고 보니, 오웬의 재앙의 상처는 아직 모르죠... 어쩌면...
-지나치게 예리한 아서에, 나는 더욱 놀랐다.
카인 : 아냐! 으음, 그, 억측으로 대화하는 건 그만 하자.
-아서는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아서 : 뭔가 말하고 싶지 않은 거라도 있어?
카인 : 아니, 그건...
리케 : 어제도, 뭔가 얼버무리려는 태도였어요. 설마, 뭔가 숨기고 있는 건가요?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뭔가 능수능란하게 거짓말을 쳐야 한다 생각은 하지만,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내 팔을 잡아당겨, 오웬이 슬프게 애원한다.
오웬 : 있지, 기사님. 어디 가는 거야? 나도 데리고 가.
카인 : 데리고 가라해도...
오웬 : 부탁이야. 기사님이랑 같이 가고 싶어. 나를 두고 가지 마.
카인 : (...나왔다.)
-둥글고 귀여운 눈동자로 애원해 와, 나는 가장 크게 화들짝 놀랐다.
이건 위험해. 신중하게 말을 찾아 행동해야 해.
이전에 두고 가지 말라고 했던 오웬에게, 그건 어렵다고 말한 순간 케로베로스가 습격해왔다.
머릿속에서 필사적으로 잘 설득할 말을 찾고 있자, 오즈가 먼저 말한다.
오즈 : 너는 데려가지 않는다. 카인한테서 떨어져라.
-오웬을 노려보며 마도구인 지팡이를 꺼낸다.
오즈 : 그렇지 않는다면, 피뢰침으로 삼아 주마.
-오즈에게 있어서 북쪽의 마법사 오웬은, 몇 번이고 목숨을 노려온 상대다.
이 반응은 당연했다.
하지만 어린아이 같은 오웬은 오즈의 분노에 숨을 죽이고는 창백해졌다.
내 그림자에 숨어서, 덜덜 떨고 있다.
오웬 : ...읏, 화내지 마...
-당연한 거다. 화난 오즈는 무섭다. 어린아이라면 더욱이, 무시무시하겠지.
그 모습은 솔직히 불쌍했다. 리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
리케 : 오즈. 사정을 들어보지도 않고 그러...
오즈 : 오웬은 의태가 특기다. 상처 입은 척을 잘하고, 상대를 방심하게 만들어, 그 틈을 노리...
리케 : 과자가 먹고 싶은 걸지도 몰라요. 오웬은 과자를 좋아하니까요.
그렇죠, 오웬. 귀부인의 키스가 먹고 싶은 거죠?
-오웬은 지긋이 리케를 바라봤다.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기 보다는, 미소를 향해 끄덕인다.
리케 : 봐요, 역시. 과자가 먹고 싶은 거라면 같이 가요.
-리케가 오즈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조른다. 오즈는 엄청나게 노골적으로 싫다는 표정을 하고 말했다.
오즈 : 싫다.
리케 : 어리광 부리지 마세요. 벌써 2000살은 더 먹었잖아요.
오즈 : 오웬은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오즈는 차분하게, 날카로운 안광眼光으로 리케를 노려봤다. 리케가 아니었다면 울기 시작했겠지.
리케 : 현자님은 저희들에게,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씀하셨어요.
현자님의 말씀을 지키지 않을 건가요. 오즈.
오즈 : 오웬은 북쪽의 마법사다.
리케 : 아까 들었어요.
오즈 : 방심할 수 없다.
리케 : 아까 들었어요!
아서 : 진정하자, 두 사람 다. 카인. 네 생각은 어때?
-아서는 내게 발언권을 돌렸다. 단순하게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총명하고 푸른 눈동자를 보면 알 수 있었다.
내 태도의 수상함도, 오웬의 이상한 행동도, 모두 감안한 후에...
제7화 마음을 배신할 수 없다
[마법관 탑/ 엘리베이터 앞]
-나를 믿고 의견을 구하고 있다. 그 사실이 전해져 와, 기쁘면서도 자랑스러웠다.
오웬은 불안한 듯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그 등을 감싸안고, 작게 끄덕인다.
두고 가지 않는다고 정했어. 내 마음을 배신하지 않겠다고 정했어.
각오를 다지고, 입을 연다.
카인 : 모두, 잘 들어줘. 오웬이 어째서 이렇게 된 건지, 나는 이유를 알고 있어.
하지만 얘기할 수는 없어. 그건 오웬을 배신하는 거니까.
오즈 : ...
카인 : 이 녀석은 내 눈알을 빼앗아 간 상대야. 언젠가 결착을 짓고 싶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지금 오웬을 배신하는 건, 내 마음을 배신하는 게 돼. 그러니까...
원래의 오웬으로 돌아올 때까지는 서쪽의 나라로 데려가고 싶어.
-닿아있는 오웬의 등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나를 올려다보는 색이 다른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 과자를 받은 아이처럼.
리케 : 카인...
아서 : 알겠어. 나는 카인의 의견에 찬성이야.
오즈 : 아서...
아서 : 마음을 배신할 수 없다,라고 카인이 말했습니다. 마법은 마음으로 사용하는 것. 저는 카인의 마음을 지키고 싶어요.
그리고...
-아서는 오웬에게 미소를 건넸다. 오웬도 벌벌 떨다가 깜짝 놀라 바라본다.
아서 : 나쁜 느낌이 들지 않아요. 거짓말이나, 연기라고 해도, 이 정도로 무고한 연기를 할 수 있다면...
분명, 오웬은, 무고한 마음을 기억하고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친구가 되고 싶은걸.
오즈 : ...
-오즈는 씁쓸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리케가 몇 번이고 손을 잡아당기자 마지못해 한숨을 쉰다.
오즈 : ...밤이 올 때까지만이다. 그때까지 수상한 태도를 보이면, 내가 이 땅의 끝으로 던져주지.
오웬 : ...땅의 끝이라니?
오즈 : ...
오웬 : 무서운 곳...?
-순수하게 물어오는 오웬을, 오즈는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다.
경계나 혐오가 부드럽게 풀어져 잔잔한 그리움 같은 것으로 변해가는 것 같았다.
어쩌면 어리숙한 질문에, 과거의 아서를 떠올리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카인 : 괜찮아, 착한 아이로 있으면.
-안심시키고자 웃어 보인다. 오웬은 내 팔을 붙잡고 기쁘다는 듯 끄덕인다.
오웬 : 응! 나, 할 수 있어.
-칭찬받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의 표정이다. 이런 얼굴을 보고 있으면 이 녀석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서와 리케는, 금방 오웬과 잘 어울렸다. 과자 이야기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나는 살며시, 오즈에게 다가갔다. 까딱까딱 손가락으로 불러, 몸을 숙여달라 한다.
순순히 숙여준 오즈의 귓가에 내가 속삭인다.
카인 : 당신에게만큼은 얘기 해 두고 싶어. 오웬을 두고 가지 말아 줘.
두고 가면 케로베로스를 꺼내서 공격해 와.
-오즈는 몸을 떨어트렸다. 한동안 입을 다문 상태로 있다가, 툭 중얼거린다.
오즈 : 항상 그렇다만.
카인 : 그랬지... 당신한테는 그랬지. 안타깝게도 매일 누군가가 도전해와서.
-무심코, 등을 두드려줬다. 강자에게는 강자의 고충이 있는 법이다.
카인 :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지금의 저 녀석은 착한 아이야. 착한 아이로 있고 싶어 해.
하지만 두고 가려고 하면, 화내면서 케로베로스로 공격해 와.
아서랑 리케를 지키고 싶어. 지금의 오웬을 땅끝으로 날려버리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 같아?
-오즈는 조용히 나를 바라봤다. 어째서 그런 짓을 하고 싶어 하는 거지. 물어보는 것만 같은 시선이었다.
나도 모르겠다. 이건 위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마음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오웬은 위험한 인물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동료이며, 그리고, 지금의 오웬은 지켜야 할 어린 아이다.
복잡한 이야기다, 나조차도 혼란스럽다.
기사로서 쓰러트려야 할 악인과, 지켜야 할 무력한 어린아이가, 함께, 같은 육체器에 들어있다니.
오즈 : ...두고가지만 않으면 되는 거지.
카인 : 아마.
오즈 : 알겠다.
카인 : 다행이다... 고마워.
-안도의 숨을 뱉고, 오즈의 등을 두드린다. 그러는 사이 서쪽의 마법사들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키라의 목소리도 들린다. 아키라가 이쪽을 향해 앗하고 놀라 숨을 참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오웬의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눈치챈 거겠지.
아키라 : 안녕하세요, 카인.
-아키라의 발소리가 다가와, 나는 손을 건넸다. 아키라의 손과 짝하고 소리를 낸다.
아무 말하지 않은 채, 아키라의 눈이 괜찮나요?라고 물어본다.
괜찮다고 끄덕인다. 아키라는 안심한 듯 오웬에게 말을 걸러 간다.
재앙의 상처를 알리고 싶지 않은 오웬의 사정도 배려해, 그의 대화 상대가 되어주려 하고 있다.
무척이나 의지가 되는 녀석이다. 모르는 세계에서, 혼자서 왔으면서.
때때로, 생각한다. 아키라가 돌아가야 할 세계와 아키라가 돌아가고 난 뒤의 일을.
전 현자의 얼굴을 완전히 잊어버린 나 자신에 대해서도.
제8화 현자와 사크리피키움
[엘리베이터 내부]
-덜커덩, 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가 움직인다.
서쪽과 중앙의 마법사와, 나와 오웬이 한 번에 타면 미어터질 것 같아서...
나랑 서쪽의 마법사가 먼저 엘리베이터에 타기로 했다.
사크 어쩌고 쨩은 내 어깨 위쪽 부근에 있었다.
둥실둥실 떠서, 가끔 내 어깨에 닿거나 올라타곤 한다.
사크 어쩌고 쨩을 보고 클로에는 흥미진진하게 웃어온다.
클로에 : 현자님, 이 아이 귀엽네~! 어떻게 된 거야?
아키라 : 아... 쌍둥이가 줬어요. 부적 겸 몸을 대신하는 존재라며...
샤일록 : 사크리피키움이네요.
무르 : 쌍둥이 얘기를 하면 들릴까?
클로에 : 사크리피키움은 살아있는 거야? 이름은?
아키라 : 이, 이름은... 반려동물인 것도 아니라서 지을 생각도 하지 않아서요...
클로에 : 그랬구나? 하지만 사크리피키움은 길지.
사크 쨩으로 불러도 돼?
-클로에의 제안을 받아들여, 가슴 안쪽이 꾹 부드럽게 쑤셨다甘く疼いた.
거스러미를 뜯어내는 것 같은, 아픔과 해방감과 후회와 안도가 느껴진다.
아키라 : ...네.
클로에 : 아싸! 사크 쨩! 사크 쨩, 잘 부탁해!
-클로에는 양손을 뻗어, 사크 쨩의 볼을 감쌌다. 구깃구깃わしゃわしゃ, 쓰다듬는다.
사크 쨩은 쓰다듬 당하면서 가만히 있었다. 가로로 길어진 눈은 웃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엄청 귀여웠다. 나도 같은 행동을 하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히죽거렸다.
아키라 : (귀여워, 귀여워. 쓰다듬어 주는 걸 좋아하는 걸까? 잘 됐네, 사크 쨩...)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들자, 엘리베이터의 벽면이 눈에 들어온다.
엘리베이터에 타면 처음 이 세계에 왔을 때가 떠오른다.
아키라 : (신기한 엘리베이터에 타서 내가 처음 만난 건...)
무르 : 뭐야? 현자님?
아키라 :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클로에 : 오웬, 괜찮을까? 이상한 과자를 먹고 어린아이 같아진 거지?
무르 : 농담 같아! 과자를 먹고 이상해졌다!?
라스티카 : 괜찮을 거야. 오즈님도 함께 있고.
샤일록 : 그렇네요. 어른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다고도 한정 지을 수 없는 것처럼...
아이라고 해서, 문제가 있다고도 한정 지을 수 없죠.
클로에 : 으, 응? 으음...
샤일록 : 리케와 오웬이 기대하고 있었어요. 클로에가 추천하는 과자.
클로에 : 에헤헤, 내가 좋아하는 거, 모두가 기뻐해 주면 좋겠다! 샤일록도 좋아해?
샤일록 : 좋아해요.
무르 : 귀부인의 키스인걸!
라스티카 : 나도 좋아해. 현자님은 어떠세요?
아키라 : 아마, 좋아할 것 같아요. 과자는 대체적으로, 다 좋아해요.
-서쪽의 마법사들은 그다지 의문을 품지 않고 기묘한 오웬을 받아들여줬다.
기묘한 것들에 익숙한 그들다웠다. 이야기에 어울리며, 나는 어떠한 일을 떠올린다.
아키라 : (그러고 보니, 브래들리가 말한 무르의 연구실을 찾아달라는 얘기, 어떻게 됐지.)
(무르의 연구실... 샤일록은 알고 있을까?)
-샤일록의 얼굴을 들여다보려고 하자, 기운 찬 무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무르 : 곧 도착해!
제9화 컬러풀한 만남
[엘리베이터 안]
(엘리베이터 도착 소리)
무르 : 서쪽의 나라에, 도~착~!
[서쪽의 나라 탑/ 엘리베이터 앞]
-서쪽의 나라 탑에 도착했다.
라스티카 :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네요. 이쪽도 맑아서 다행이에요.
클로에 : 저쪽은, 하늘이 어둡네. 비가 내리고 있는 걸지도...
어라? 뭔가...
-어두운 하늘을 가리키며, 클로에가 눈을 찡그렸다.
휘청휘청, 헤매면서, 무언가가 하늘을 날고 있다.
아키라 : 어디 지붕 조각... 일까요...?
-작은 점이 올라갔다가 급강하 하고 있다. 그건 빨간색으로도 노란색으로도 보였다.
바람에 날아간 것 치고는 의지를 가진 움직임이다.
아키라 : (이쪽을 향해오는데...?)
라스티카 : 새일까요...
무르 : 아니, 인간이네!
클로에 : 인간!?
샤일록 : 마법으로 새가 된 인간, 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나는 게 익숙하지 않은 거였구나.
나는 어깨 위의 사크 쨩을 살폈다. 사크 쨩은 바람을 쐬면서 느긋하게 뒹굴고 있다.
사크 쨩이 허둥대지 않는다는 건 위험하진 않은 거겠지.
어느 쪽이냐고 하면, 저 새 쪽이 생명의 위기에 처해져있는 걸지도 모른다.
조마조마해하며 바라보고 있자, 큰 바람을 타고 컬러풀한 새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찰싹 날개를 몸에 붙인 채 지상으로 떨어지려고 한다.
아키라 : 아...
클로에 : 도와줘야 해!
-빗자루를 꺼내 클로에가 휙 올라탄다.
그 옆에서 무르가 오른손을 높게 들었다.
마도구인 반지를 반짝인다.
무르 : 나한테 맡겨!
《エアニュー・ランブル》!
-무르가 마법을 외우자 컬러풀한 새가 부드러운 빛에 둘러싸인다.
천천히 상승해 우리들의 곁으로 데려온다.
클로에 : 다행이다ㅡ! 고마워, 무르!
무르 : 별말씀을!
-빛에 둘러싸인 컬러풀한 새에게 살며시 양손을 뻗는다.
그러자, 컬러풀한 새는 툭 내 팔에 떨어진다.
??? : ...
-컬러풀한 새는 보기보다, 무겁고 부드럽고 따뜻했다.
하지만 날개가 젖어있고 등 쪽은 차가웠다.
클로에 : 괜찮을까...
라스티카 : 아름다운 극채색極彩色의 날개야. 어쩌면, 내 신부...
샤일록 : 아무래도, 아닌 것 같네요. 보세요.
-천천히, 컬러풀한 새는 눈을 떴다.
순간 날아올라, 날개를 퍼덕이며 지저귀기 시작한다.
아키라 :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인간으로 돌려주시면 안 될까요?
무르 : 좋아!
《エアニュー・ランブル》!
-무르가 주문을 외운다. 하지만 희미한 빛이 컬러풀한 새를 휘감아도 새의 모습 그대로였다.
무르 : 어라...?
샤일록 : 제가 해보죠.
《インヴィーベル》
-파이프를 꺼내 샤일록이 주문을 외운다.
파이프의 연기가 컬러풀한 새를 감싼다. 그래도 새는 새였다.
샤일록 : 어머...
제10화 들려온 것은
[서쪽의 나라 탑/ 엘리베이터 앞]
라스티카 : 강고한 걸. 어지간히 변화의 마법이 특기인 자에게, 걸렸나 보네.
클로에 : 라스티카도 안 돼?
라스티카 : 샤일록이 무리라면, 나도 안 되겠지. 오즈 님마저 어려울지도 모르겠는 걸.
아키라 : 오즈에게도?
샤일록 : 변화나 변용의 마법류는, 오즈나 북쪽의 마법사들이 특기로 하는 성질과 달라요.
오즈나 미스라 보다도, 클로에가 화장을 더 잘하죠. 그런 거예요.
아키라 : 그렇군요... 하지만 그럼, 이 사람은 계속 새인 상태로 있나요?
-내 말을 알아들은 건지, 컬러풀한 새는 충격을 받은 것처럼 경직됐다.
??? : ...!
-직후, 내 손바닥 위에서 툭 쓰러진다.
라스티카 : 아, 서쪽의 나라 주민이네.
샤일록 : 서쪽의 나라 주민이겠네요.
무르 : 한쪽 다리가 후들거리는 점이나, 표현이 섬세하단 말이지.
클로에 : 나 어쩐지 이 새, 벌써 좋아졌어...
있지, 어떻게 해줄 수는 없을까?
무르 : ...으음.
좋아! 그럼, 한 번 더 해보자!
아키라 : 부탁드릴게요!
무르 : 간다ㅡ!
《エアニュー・ランブル》!
-아까보다 눈부신 빛이 컬러풀한 새를 감싼다.
컬러풀한 새도 몸을 일으켜 간청하듯 몇 번이고 울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비통한 새의 울음소리가 점점...
사람 목소리로 변하기 시작했다.
??? : ...제...
클로에 : 아...!
??? : ...젠장...
나를 이딴 몸으로 만들다니, 망할 마법사 놈들...!
서쪽의 마법사 : ...
??? : 절대로 용서 안 한다! 나의 릴리아나Liliana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러니까, 왕궁 같은 곳에는 가는 게 아니었어! 아아, 릴리아나를 도와줘야 해...!
여기 있는 마법사 놈들은 그나마 멀쩡한 놈들 같네... 이 녀석들을 이용해서 인간으로 돌아가자.
어이, 뭘 멍하니 서있는 거야? 더, 힘내 보라고! 가끔은 인간에게 도움이 되ㄹ...
...어라!? 뭔가, 내 목소리가 들리는데!?
방금까지, 지저귀고 있었는데!? 설마, 당신들, 전부 들렸어!?
샤일록 : 네.
??? : ...
째... 짹짹...
클로에 : 아니 늦었잖아. 미안해, 망할 마법사라.
??? : 아냐아냐아냐... 그런 말 안 했어, 안 했지.
라스티카 : 우리를 이용해서 인간으로 돌아간다고도 하셨죠.
??? : 이용이라니 그런 말을! 저 같은 놈에게 협력해주신다면, 감사하겠다는 얘기였죠.
라스티카 :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희들도 원래로는 못 돌려드려요.
??? : 아, 그런 짓궂은 농담 마시고...
무르 : 진짜야! 프라이드치킨을 좋아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도 진짜!
??? : 하지 마 하지 마, 잔혹한 짓은 하지 마. 아, 이쪽에 계신 분은, 다정하실 것 같은 분이시네요!
성함을 여쭤보아도 될까요?
-컬러풀한 새가 내게 부리를 가까이 하자, 사크 쨩은 부드럽게 앞발을 뻗으려고 했다.
??? : 어이, 고양이! 난폭한 짓은 하지 마. 이름을 물어봤을 뿐이잖아. 신사적으로 가자고.
-컬러풀한 새는, 사크 쨩을 경계하면서 내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 : 알겠어? 이제 발톱 내밀지 마. 애완동물 자리를 빼앗거나 하지 않을 테니까.
실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다시 한번, 성함을 여쭤보아도?
아키라 : 어, 아키라예요.
??? : 근사한 이름이군요. 다정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게...
클로에 : 분위기만 그런 게 아냐. 현자님은 다정하신 분이야.
??? : 현자님?
샤일록 : 이계異界에서 소환되신 현자님이에요. 저희들은 현자의 마법사.
??? : 뭐라고!? 이거 참 좋은 타이밍이군!
-컬러풀한 새는 날아올라, 내 눈앞에서 목례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 : 위대하신 현자, 아키라 님. 부디 무력한 자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제 이름은 그레고리 퍼치Gregory Perch. 서쪽의 나라 대귀족 코르테스Cortese 가家에서 일하는 종자입니다.
저의 주인, 릴리아나 아가씨께, 위험이 닥쳤습니다.
아키라 : 릴리아나 아가씨...
그레고리 : 아키라 님. 부디, 부탁드립니다.
새가 되어버린, 저와 함께 릴리아나 아가씨를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어서, 제10장. 왕홀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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