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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開日:2022年1月7日 午後6時

*앱 상의 BGM,Live2D연출, 표정 변화와 함께 즐기시길 바랍니다.

TL/checking-hz

제13장 마법사의 집과 불온한 방문자 ▼PAGE END
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7화 8화 9화 10화

제1화 피가로의 책


[마법관/ 피가로의 방]

피가로 : 현자의 서라...
...


-아키라에게 받은 현자의 서 표지를 살며시 더듬었다.
나는 얼마 전까지 남쪽의 나라에서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곳에서도 간단한 진료 기록은 작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일기나 일지 종류를 작성하는 건 오랜만이다.


[과거/ 병의 늪]

-남쪽의 나라에서 개척을 시작할 때는, 사람이 이동하는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기록을 남기곤 했었다.
기록은 소중하다.
단순한 사실의 나열에 불과하다 생각할지 몰라도, 나중에 객관적으로 돌아보면 중요한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옆 마을까지는 사흘. 호숫가 마을까지는 일주일. 말로 이동하면 2배 정도 빠르다, 든가.
그 환자의 복통은 특정한 것을 먹었을 때 일어난다, 든가.


[현재/ 마법관/ 피가로의 방]

아키라의 요구는 추상적이었다. 무엇을 알고 싶은 건지, 무엇을 조사하고 싶은 건지, 어느 정도 숫자를 축적하고 싶은 건지.
그저 망연한 불안감이 있어, 그걸 해소하고 싶은 거겠지.


[과거/ 마법관/ 담화실]

아키라 : 언젠가, 제가, 그 역할을 짊어지게 되는 순간이 왔을 때, 틀리지 않을 수 있도록...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식으로 지휘해서, 모두를 통솔해 나갔는지, 제게 보고해주셨으면 해요.


[현재/ 마법관/ 피가로의 방]

-사람 좋아보이는 아키라의 얼굴을 떠올리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피가로 : (내 눈을 통해 확인한 것을 가르쳐 줬으면 한다, 라니)
(내 눈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면, 어딘가 이상해질 거야, 현자님)


-나는 현자의 서를 들지 않고 방을 나왔다.


[마법관/ 마법관의 탑]

-아키라가 낙담하지 않을 정도의, 간이 보고면 되겠지.
어쩌면, 한 가득,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적어도 될지도 몰라.
아키라가 좋다. 느낌이 좋고, 매사에 열심히 임하고, 우리들의 편이 되려고 한다.
될 수 있는 한 지켜주고 싶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하지만, 아키라와 오래 함께할 수는 없다.
찰랑일 정도로 술을 따르듯, 넘칠 정도의 사실을 말해서, 아키라가 겁먹고 낙담한다고 해도...
잔은 쓰러진다. 현자는 어딘가로 떠나버린다. 두 번 다시 나타나는 일은 없다.
무척이나 편하고 좋다.
편하게, 생각하는 바를 전부 말하고, 뒤로 끌지 않고, 살며시 손을 뗀다. 그런 관계가 좋았다.


피가로 : (근데 말이지... 그런 가벼운 관계만 골라서, 지금 남은 게 그다지 없으니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것.)


-기록은 소중하다. 내가 일기 종류를 쓰지 않게 된 것은, 반복되는 내용에 질렸기 때문에.
사람과 만나, 상처 입고, 질려서, 실망하고, 실망을 감추고, 웃고...
살며시, 밀어버리는 듯한, 이별.
같은 것만을 반복하는, 이 세상이 징글징글하다.
하지만, 그런 나자신이 더 징글징글하다.


레녹스 : 안녕하세요, 피가로 선생님.


-약속 장소로 향하며, 마법관 탑 주변을 걷고 있자, 레녹스와 만났다.
레녹스는 전 중앙의 마법사다. 마법보다는 힘을 사용하는 게 특기로, 지금은 양치기를 하고 있다.
이 남자는 과거, 행방불명이 된 주군을 400년 동안 찾아다녔다.
근거도 없이, 신념과 의지気合い로.


피가로 : (보통, 그게 되나?)


-사고를 멈췄다, 어리석은 자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도저히 따라할 수도 없다.
하지만,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한편, 레노 같은 남자가 있으니까, 이 세상은 가치가 있는 거라 생각한다.
신기한 남자다.


피가로 : 안녕. 빨리 왔네.

레녹스 : ...뭔가 흐리멍덩한 표정을 짓고 계시네요. 뭔가요?

피가로 : 흐리멍덩하다니 뭐야, 너무하네.

레녹스 : 그, 마음에 들지 않지만, 칭찬해 줄까, 같은.

피가로 : 그럴 리가. 오해야. 자학自虐은 그만해.

레녹스 : 네. ...응? 자학?

피가로 : 뭐하고 있었어?

레녹스 : 파우스트 님을 배웅했습니다.

피가로 : ...그래...


-레녹스의 시선을 따라, 나는 마법관 탑을 올려다보았다.
창 너머에 그의 모습이 보인다. 파우스트는 과거에 내 제자였다.
파우스트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잃어버린 고향을 떠올리듯이. 멸종시킨 종을 회상하듯이.



▲TOP


제2화 놓아버린 과거와 달콤한 미련

[마법관/ 마법관 탑]

피가로 : (여러 사람들에 질렸지만, 파우스트에게는 한 번도 실망하지 않았지. 그 아이는 이상대로였어.)
(쌍둥이 선생님이 나를 놀리기 위해, 건네준 사역마가 아닐까 의심할 정도록, 완벽했지.)
(드높은 의지도, 공평무사한 순결함潔さ도 약한 것들을 향한 자비로움도, 존사尊師 나를 따르고 경애하는 마음도...)


[과거/ 산이 보이는 물가]

-예를 들어, 아득한 먼 옛날부터 대지에 흐르는 큰 하천이 있다고 하고.
그곳에서 물을 퍼서, 더러움을 씻고, 배를 띄워, 건너가는 것에,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겠지.
하천의 은혜에 감사하는 자들도, 때때로 범람이 일어나면 전율하며 사신邪神의 이름을 큰 하천에 붙일 거야.


[과거/ 눈이 내리는 다리]

-파우스트는 달랐다.
그는 다른 마음 품지 않고二心なく, 나를 따르고, 내게 감사하면서, 내게 죽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조모와 어머니와 누이를 지켰기 때문인지, 내게도 군에게도 자신의 감정을 자제하며克己的に 몸을 바치고挺身して...
큰 하천의 한 방울 한 방울에 감사하며, 결코 기어오르지 않고 그 은혜를 생애동안 잊지 않는 아이였다.


파우스트 : 피가로 님.
위대하신 스승이시어. 부디 당신의 뛰어난 지혜를叡智 어리석은不詳なる 제게 하사하여 주십시오.
기나긴 시간을 살아옴으로써 당신께서 깨우친 훈계와 교훈을, 기나긴 시간을 살아가는 고뇌도 모르는 채...
가르침을 청하는 어리석음을,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피가로 : 괜찮아, 파우스트. 아, 너처럼 우리들을 생각해 주는 자가 더 많이 있다면...

파우스트 : 피가로 님...

피가로 : 누구나가 우리들을 물음에 대답하는 메아리こだま라고 생각하고 있어.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건, 짓궂은 행동이거나 들리지 않게 만든 염세 때문이라고.
모두 우리들의 가르침에 우리의 혈육이나 우리의 이야기가 있다는 건 잊어버렸어.
그러니 까마귀처럼 이 몸을 찌르고 반복하지.
자, 알고 있으면, 알려줘.
틀리고 싶지 않다면 얼른 알려줘, 알려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어리석은 행동으로 죽어가는 건, 너희들 탓이라고.

파우스트 : ....당신께 그런 무례를 거론하는 자가 있다는 건가요? 당신께 가르침을 구하면서?

피가로 : 그래. 그래서 어느샌가 지켜주려 했던 국민들을 미워하기도 했지.
... 그래도, 사실을, 나도 긴 시간, 구원해주고 싶었어.
너라면 내가 하지 못했던 일을 그들에게 해줄 수 있겠지.
내가 아는 모든 걸 부여할게. 파우스트.


[현재/ 마법관/ 마법관 탑]

피가로 : ...


-나뭇잎 사이로 흘러나오는 햇살의 눈부심에 눈을 가늘게 뜨면서, 지나간 날의 광경을 떠올린다.
정성스럽게, 신중히,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마법사가 되도록, 키워주려고 했는데...
내 쪽에서 손을 놓아버렸다.
그럼에도 아직 달콤한 미련이 있다.
마법관의 탑에서 나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레녹스가 묻는다.


레녹스 : 미련이 있는 듯한 얼굴이시네요.

피가로 : ...


-나는 기분이 나쁘다는 듯 말을 아꼈다. 이 녀석, 정말 이런 점이 말이지.
하지만, 태도에 드러내 보이는 건, 가벼운 친목행위의 하나이기도 했다. 내가 화난 표정을 짓는다. 그가 사죄한다.


레녹스 : 죄송합니다.

피가로 : 괜찮아.


-뭐, 그렇겠지. 이런 느낌으로 레녹스는 천연덕스럽게 넘긴다. 이 녀석, 정말 이런 점이 말이지.


레녹스 : 파우스트 님과 제대로 대화하시면 될 텐데.

피가로 : 어떻게? 피하고 있는데.

레녹스 : 파우스트 님은 지금이야, 저주상을 하고 계시지만, 실은 성실하신 분입니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해서 당신께서 진지하게 말하면 대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피가로 : 그럴지도 모르겠네. 고마워, 참고할게.


-마음이 담기지 않은 감사에, 레녹스는 어깨를 으쓱하고 걷기 시작했다.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은 복잡하시니까...

피가로 : 네가 단순한 거야. 말해두겠지만, 파우스트가 피하고 있는 건, 너도 마찬가지니까.
최근에는 어쩐지 네 그 불굴의 의지에 파우스트가 못 이기고 점점 변해가고 있는 것 같지만.

레녹스 : 변해가고 계시는 거라면, 제 방법이 정공법이었던 게 아닐까요.

피가로 : 이 녀석... 상관하지 말라는 말 듣고 될 수 있는 한 얽히지 않고 있던 내가 바보 같잖아.
파우스트의 요망에 부응하지 못하고 끈질기게 관여하고 있던 네가 잘 해내고 있다니.
그래도, 뭐, 세상이라는 건 그런 거려나.

레녹스 : 잘 해내고 있지 않아요. ...저는 조금 더, 자제하지 않으면...
그때처럼 밀어붙이고 말겠죠.


-혼잣말처럼 레녹스가 중얼거렸다.


▲TOP

 


제3화 천명을 발견한 날

[마법관/ 마법관 탑]

-400년전,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만신창이가 된 파우스트는 간병하는 레녹스의 앞에서 떠났다.
자신의 잘못이라고 레녹스는 생각하고 있다. 나도 다소, 그렇다고 생각한다.
레녹스의 솔직함이 기분 좋을 때도 있지만, 그 무고함에 가차 없이 공격당할 때도 있다.
등뼈가 부러질 정도로 절망하고 있을 때는 특히 더 그렇겠지. 그의 우직함은 구원이자 무거운 짐이었다.
뭐, 이건 내 편견일지도 모른다. 나는 할 수 없었던 것을 해낸 레녹스를 질투하고 있을 뿐.
몸을 사리는 다정함보다, 매달리는 강인함에, 구원받을 수도 있겠지.
실제로, 함께 세상을 수중에 넣으려고 했던 오즈에게 이렇다할 평가도 하지 않고, 절연당했을 때 흥이 깨지기도 했고.
파우스트가 나를 원했을 때에는求められた 나는 구원받았다.
나도 레녹스도 파우스트에게 미련이 있다. 우리들이 정신없이 최선을 다해 보낸 시대를 부여해준 건 그였으니까.


피가로 : (정확하게는, 그들이려나.)


-건국의 영웅, 알렉 그랑벨. 파우스트의 친구이자, 시대를 움직인 역사의 총아寵児다.
사람들의 마음에 자극을 주고 움직이게 만들어, 새로운 희망의 시대로 초대한 파우스트와 알렉.
땅의 저편까지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높은 탑을 쌓는 기적의 힘이 있다 해도, 의지가 없다면 허무할 뿐.
왕좌에 앉는 인물을 바꾼다해도, 이 세상의 절반이 불탄다 해도, 이유를 알고 있다는 표정의 어중이떠중이에게 사랑받는다고 해도...
흘러가는 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게으르게, 살아있기에 사는 인생의, 심심풀이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피가로 : (그렇기에, 이 아이를 키우자고, 그것이 나의 천명인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기뻤어.)
(내 인생에 의미가... 즐거움이 생겼다고.)


-분명, 레녹스도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들에게는 미련이 남아있다.


피가로 : 루틸과 미틸은? 오늘은 중앙의 나라 시장에 간다고 말해줬지?

레녹스 : 어제 얘기했을 때는 같이 간다고 말했습니다.
마음껏 사용하라고 양도받은, 빈 집을 말씀하시는 거죠?

피가로 : 맞아. 오늘은 집 주인 이외의 지원자들이랑 얘기를 할 거야.
루틸같은 상냥한 아이나, 미틸처럼 영리해 보이는 학생이 있으면, 모두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레녹스 : 그렇네요.

피가로 : 방에 마중 가볼까. 오후에 가도 괜찮지만...


-대화하고 있는 사이, 루틸과 미틸의 기척이 가까이에서 느껴졌다.
뒤돌아보자 미틸의 손을 잡고 루틸이 뛰어오고 있다.
죄송합니다ㅡ, 늦었어요. 그렇게 말하며, 숨을 헐떡이는 루틸이 미소를 건넬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고개를 든 루틸은 울고 있었다.
상냥하고 부드러운 눈꺼풀이, 빨갛게 물들어, 평소보다 강하게 반짝여 보인다.


루틸 : ...읏.


-치렛타의 모습이 비쳐 보인다.


피가로 : 루틸...? 무슨 일이야?


-그는 입을 벌렸다가, 꾸욱 다시 닫는다. 세게 양쪽 눈을 감고 고개를 젓는다. 


루틸 : ...괜찮아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루틸은 지키듯이, 미틸의 어깨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미틸 : ...읏.


-미틸은 무언가 말하고 싶다는 듯이, 루틸을 멍하니 올려다본다.
나는 위화감을 느꼈다.
형을 사랑하는 미틸이, 루틸이 울고 있을 때, 이런 표정을 하고 있다니 이상하다.
'들어보세요, 피가로 선생님! 형님이 심한 꼴을 당했어요!'
혹은 이렇게, '형님, 왜 그러세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지금의 미틸은, 울고 있는 루틸에 놀라지도 않고 동조도 하지 않는다.
나는 미틸의 눈을 보고 물었다.


피가로 : 미틸, 무슨 일이야? 루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니?

미틸 : 그게... 미스라 씨가...

피가로 : 미스라?


-깜짝 놀라 루틸을 향해 돌아봤다. 레녹스의 얼굴에도 경계심이 비친다.
루틸은 무언가 말하려고 하지만, 말을 내뱉지 못한 채로 얼굴을 찌푸렸다. 입가를 가리고, 어깨를 떨고 있다.
미틸은 그런 형을 아연실색하듯 보고 있다.


루틸 : ...죄송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피가로 선생님. 부탁드릴게요, 잊어주세요.

피가로 : 알겠어. 말하기 어렵다면, 이 이상 묻지 않을게.
두 사람 모두 다친 곳은 없어? 이상한 걸 보거나 먹거나 하지는 않았어?



제4화 쓸쓸하고 웃긴 기묘한 밤

[마법관 / 탑]

미틸 : ...


-미틸의 표정에 긴장이 감돈다. 루틸은 더욱 강하게 미틸을 끌어안았다.


루틸 : 네, 괜찮아요.


-두 사람의 상태가 걱정이었다. 지금은 동요가 커 보이니까, 나중에 다시 한번 물어보기로 하자.


피가로 : (미스라 녀석, 무슨 짓을 한 거야?)


-루틸과 미틸, 플로렌스 형제의 모친은 치렛타라는 대마녀였다.
흉악하고 대담한데다 변덕스러운 여자였다. 강한 것을 좋아했다가, 상냥한 것을 좋아했다가, 겉보기에 좋은 것을 좋아했다.
그런 그녀이기에, 나도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녀가 미스라를 만나기 전에다.
나는 겉보기에도 괜찮고, 오즈정도는 아니지만 강했다. 주위 마법사에 비하면 상냥했다.
나도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연인사이가 되지는 못했다.
서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빈틈을 보이면, 목숨을 빼앗긴다고.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믿을 수 없다.
치렛타는 인간과 결혼해, 남쪽에서 살고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나를 믿지 않았다.
내가 미틸을 죽일 거라 생각했겠지.


피가로 : 알겠어. 이제 묻지 않을게. 루틸, 잠깐 쉬고 나갈까?

루틸 : 아뇨, 나갈 수 있어요.


-손등으로 비비적 눈물을 훔치고, 루틸은 싱긋 웃었다. 이제 평소와 다름없는 그였다.


피가로 : 무리는 하지 마. 그럼, 갈까.


-우리들은 빗자루를 꺼내, 마법의 힘으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늘]

레녹스 : 아... 미스라네요.


-마법관의 상공으로 날아오르자, 레녹스가 중얼거렸다.
미스라가 우리들을 올려다보고 있다. 미스라의 시선을 느끼면, 나는 반사적으로 긴장해 버린다.
다음 순간, 눈앞에 나타나 어떤 공격을 해올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플로렌스 형제는 달랐다. 루틸은 죄송하다는 듯이, 미틸은 눈을 반짝이며 있었다.
그들의 표정을 본 순간, 나는 알았다.


피가로 : (미스라 자식... 루틸과 미틸에게, 마나석을 먹이려고 했구나.)


-마법사는 죽으면 마나석이 된다. 마나석을 먹이면, 마력이 증가할 수 있다.
마법사가 마나석을 먹는 건, 옛날에는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마법사에게는 저항이 있는 듯했다.
사람의 뼈처럼, 마나석도 땅 아래에 묻고 싶어 한다.
치렛타의 남편이었던 모리스 플로렌스도 치렛타의 돌을 묘석 아래에 묻었다.
일부를 제외하고.
플로렌스 선생과 대화를 나눈, 쓸쓸하고 어딘가 웃긴 기묘한 밤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


[과거/ 구름의 거리/ 밤]

모리스 : ...아직도 믿을 수 없어요... 치렛타가 죽었다니...

피가로 : 마음은 이해해... 무척이나 유감이야. 치렛타와는 오래 알고 지냈으니까.

모리스 : ...저 혼자서, 루틸과 갓난쟁이를 키울 수 있을지...

피가로 : 마을 사람들이 협력해 줄 거야. 나도 될 수 있는 한 힘이 될게.
플로렌스 선생... 아니, 모리스. 이럴 때 미안.
서둘러서 정해줬으면 하는 게 있어.

모리스 : 네, 그렇죠... 상주로서, 제대로 해야죠.

피가로 : 그것도 그렇지만, 치렛타의 마나석 말인데. 어떻게 하고 싶어?

모리스 : 어떻게... 라뇨...?

피가로 : 묘에 묻고 싶어? 최근 들어, 돌이 된 마법사도 묘에 묻는 게 유행이란 말이지?

모리스 : 그렇... 네요...

피가로 : 그래. 알겠어. 하지만, 분명 털러 올 거야. 그녀는 강한 마녀였으니까.

모리스 : 묘를 파헤치러 온다는 건가요? 마나석은 보석이라 고가라고 듣긴 했는데...

피가로 : 아니, 그녀랑 친한 사람이, 그녀의 돌을 먹으러 오는 거야. 미스라라든가, 북쪽의 쌍둥이라든가.

모리스 : ...

피가로 : 마법사에게 있어서는, 그게 장례 같은 거야.
물론, 다른 마법사에게, 질 좋은 마나석을 양보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어.
그렇기에, 일부는 파헤쳐지기 전에, 먼저 확보해 둬도 될까? 누군가 묘를 파헤치는 건 원치 않지?

모리스 : ㄴ... 네....

피가로 : 고마워. 그리고 하나 더. 그녀랑 가까웠던 사람 말고도, 묘를 파헤치러 올 거라 생각해.

모리스 : 마법사가...?

피가로 : 응. 이번에는 장례가 아니야. 순수하게 질 좋은 마나석을 원하는 녀석들이, 낌새를 알아채고 파헤칠 거야.
그건 막고 싶지?

모리스 : 네...

피가로 : 알겠어. 그럼, 내가 결계를 쳐도 될까?

모리스 : 결계?

피가로 : 누군가 파헤치지 않도록, 저주 같은 걸 걸어두는 거야.


▲TOP

 


제5화 돌 먹는 것石食い을 두고

[과거/ 구름의 거리/ 밤]

모리스 : 저주...

피가로 : 아... 아니면, 부인 묘에 다른 남자가 결계를 치는 건 싫다거나 그래?
만약 그렇다면 미안. 솔직하게 말해줘도 돼. 이럴 때의 사람 감정을 잘 모르겠어서 말이지.

모리스 : ... 죄송합니다... 기분이...

피가로 : 아, 미안! 안색이 안 좋아, 플로렌스 선생. 한동안 잠도 못 잤지.
갑자기 너무 많은 얘기를 했으려나. 치렛타의 돌을 지켜야지 싶어서.

모리스 : 아뇨, 저야말로, 동요해버려서 죄송합니다.
마법사와 결혼했을 때, 사고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각오하고 있었는데...

피가로 : 어쩔 수 없어. 인간끼리도 마법사끼리도, 사고방식에는 차이가 있으니까.

모리스 : ...피가로 선생님.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나요?

피가로 : 좋아. 몇 개든 물어봐.

모리스 : 당신도 치렛타를 먹을 건가요?

피가로 : ...그럴 생각이었는데, 싫어?

모리스 : ...

피가로 : 될 수 있으면, 루틸에게도 먹이고 싶은데...

모리스 : 루... 루틸은 치렛타의 아들이에요!?

피가로 : 아들이니까지! 싫... 싫다면 관둘게? 치렛타는 그렇게 해주길 바랄 것 같지만...

모리스 : ...읏. ...으으... ...너무해, 너무하잖아...

피가로 : 울지 마, 선생... 내가 결계를 치는 건 어때...? 그것도 바람피우는 것 같아서 싫으려나...?

모리스 : ...읏,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파헤쳐지는 거잖아요...?

피가로 : 뿌리까지 뽑아갈 거라고 생각해. 그녀는 강한 마법사였고...

모리스 : ...읏, ....으, 우.... 으.

피가로 : 우..., 울지 마...


[하늘]

-결국, 루틸에게, 마나석을 먹이지 않았다. 물론, 젖먹이 미틸에게도.
북쪽의 마법사 미스라는, 치렛타에게 그들을 지키겠다고 약속해버리고 말았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마나석을 먹게 해, 강하게 만들고 싶었던 거겠지.
미스라는 플로렌스 형제에게 손을 대는 걸手を出される 두려워하고 있다.
나도 미스라를 없애버리고 싶을 때는, 가장 먼저 플로렌스 형제를 처리하고, 미스라의 마력을 빼앗겠지.
물론, 정서적인 이야기는 별개다. 루틸도 미틸도 귀엽고, 어른이 될 때까지 지켜봐 주고 싶다.


피가로 : (미스라 일이니까, 꽤 좋은 돌을 먹이려고 했겠지.)
(루틸이나 미틸 정도의 마력을 갖고 있으면 너무 강한 마나석을 먹였다간 돌에 마음이 부서져 버릴 거야.)
(미스라랑 두 사람에게 제대로 얘기해둬야지. 특히...)
(미틸에게는 확실하게 전해두는 편이 좋아.)


-미틸의 표정을 보아서는, 이 아이는 루틸정도로 돌 먹는 것에 저항을 느끼는 것 같진 않다.
미틸은 강한 마법사에게 동경하고 있다. 그렇기에 공부도 열심히 하고 훈련태도도 항상 성실하다.
하지만, 미틸에게는 불길한 예언이 뒤따른다.
남쪽의 나라 마법사를 멸한다.
예언한 건 북쪽의 쌍둥이다. 그들의 예언은 빗나가지 않는다.
그래도, 슬픈 미래가 올 날을 조금이라도 멀리하고 싶었다.
미틸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피가로 : (착한 아이인데, 미틸은... 무슨 일 있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말고, 내가 처리하자.)
(이런 생각 전에도 했었지. 아, 그래...)
(오즈였어.)


[중앙의 나라/ 시장]

루틸 : 오늘은 사람이 많네요. 점점, 마을 사람들에게도 활기가 돌아오는 것 같아요!


-중앙의 마을에 도착할 무렵에는, 루틸이 명랑함을 되찾았다.


레녹스 : 잔해가 많던 거리도 눈깜짝할 사이에, 원래대로 돌아왔네.

미틸 : 중앙의 나라 사람들은, 엄청 긍정적이네요! 저, 도와드리면서 느꼈어요.

피가로 : 그렇네. 부서진 빈 집을 빌려주겠다고 말 꺼낸 것도, 그런 긍정적인 마음 때문이지 않았을까.

미틸 : 피가로 선생님. 빈 집이라고 하면, 전에 저희들이 청소한 집인가요?

피가로 : 맞아 맞아.


-나는 눈을 가늘게 하며 미소를 건넸다. 미틸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어떠한 이야기를 꺼낸다.


피가로 : 미틸이 레노와 함께, 남은 폐 재목廃材을 사용해서 테이블을 만들어 줬지?

미틸 : 네. 손질했더니 정원이 아름답길래, 한숨 돌리기 좋을 장소라고 생각해서요.

피가로 : 집을 양도해준 사람은, 그걸 보고 엄청 감격했었어.
남쪽의 나라 사람들은 저렇게 어린아이도 목수일을 잘하는구나 하고.
중앙의 나라 수도는 사람의 이동이 많은 만큼 이번의 재난으로 집을 버린 사람도 있다는 것 같아.
그중에서도 폐 재목을 버리지 않고 소중히 이용해 줘서 고맙대.
그러니까 그 집을 고쳐준 당신들 좋을 대로 사용해 달라고 말해준 거야.


-미틸의 눈동자가 뜨겁게 반짝인다. 그의 환희가 전해져서 나도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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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행복을 바라고 있다

[중앙의 나라 /시장]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전해서 미틸이 알아줬으면 한다.
결코, 마력의 강함만이 마법사의 명예가 아니다. 너는 충분히 위대하다는 것을.


미틸 : 그랬군요... 구름의 거리에서는 물건이 적어서 여러 가지를 이용해서 사용하니까...

피가로 : 알고 있어. 구멍이 난 통을 화분으로 쓰는 건, 아주 좋은 발명이었어.
고마워, 미틸. 네 섬세한 작업 덕분에 우리가 집을 받았어.

미틸 : 에헤헤...


-미틸은 기쁘다는 듯 웃었다. 울다 웃는 것처럼도 보여서 나는 조금 평소의 태도를 반성했다.
앞으로도, 미틸을 불행한 마법사로 만들고 싶지 않다.
그 마음이 너무 앞서, 미틸에게 지나치게 제한을 둔 걸지도 모른다.


피가로 : (커다란 마력을 얻는 것이, 장래의 불행과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해도 미틸에게는 미틸의 자유가 있어.)
(그렇다면 성장을 바라는 것도 미틸의 자유야.)
(그의 성장을 관리하거나 향상심을 억압하는 건 잘못된 게 아닐까?)
(그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파멸이라 해도...)


-갑자기 미틸의 옆 모습이 어른이 되기 전의 오즈의 얼굴과 겹쳐 보였다.
오즈에게도 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는 오즈에게는 허술하게 대하지 않았다. 상대가 위협이었기 때문이다.
미틸은 어떨까. 언젠가 나의 위협이 될까.
이 아이의 행복을 바라고 있다. 오즈의 행복도 바라고 있다. 파우스트의 행복도.
스노우 님이나 화이트 님. 레녹스. 치렛타. 루틸. 아서. 사랑한 모든 자들.
그들의 행복을 바라고 있다.


[중앙의 나라 마법사의 집 / 외부]

미틸 : 와아... 엄청 예뻐졌다!

레녹스 : 이웃분께서 색이 바랜 부분을 다시 칠해주셨어. 예뻐졌지.

루틸 : 마치 새집 같네요! 여기를 좋을 대로 사용해도 되는 건가요?

피가로 : 응. 지금은 아직 없지만, 조만간, 간판도 내걸 예정이야. 뭐가 좋을까.

레녹스 : 역시, 마법사의 집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루틸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마법사가 있는 집. 곤란한 일을 상담해 드립니다.
...라고 적혀있는 집을, 남쪽의 나라에서 본 적 있어요. 알기 쉽지 않나요?

피가로 : 그게 좋을 지도 모르겠네. 처음에는 놀랄 수도 있겠지만, 조만간, 익숙해지겠지.
그럼, 여기는 마법사의 집.

미틸 : 형님, 보세요! 이게 제가 만든 테이블에요.

루틸 : 와아, 잘했네! 레노 씨랑 미틸은 꼼꼼해서 그런지, 정말 예쁜 가구를 만들었네.

미틸 : 하지만, 여기 조금 못이 휘어있어요.

루틸 :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아. 형님은 테이블 발 자체가 휘어버릴 거야.

미틸 : 후훗, 그러면 잘 앉을 수 없잖아요!

루틸 : 그래! 뒤집어지겠지!


-플로렌스 형제의 웃음 소리에 볼이 누그러진다. 그러고 있자, 안에서 몇 사람이 나타났다.
복구를 도울 때, 함께 협력한 중앙의 나라 수도 시장 주민들이다.


중앙의 나라 사람 : 여어, 피가로 선생님! 마법사 분들.

피가로 : 안녕, 오랜만이네. 근사한 집 고마워.

중앙의 나라 사람 : 이쪽이야말로 항상 여러모로 감사합니다.
살아도 상관이야 없지만, 집회소...? 로 사용하신다고 하셔서...

피가로 : 응. 마법의 힘이 필요로 하는 곤란에 처한 사람들이 찾아오기 쉬운 장소로 하고 싶어.

??? : 마법사의 만물상, 같은 건가요?


-갑자기, 옆에서 대화에 끼어든 인물이 있었다.
처음 보는 젊은이었다. 소년이라 해도 될지 모른다. 옷차림이 괜찮고, 지적이며, 품위가 좋았다.
처음 와보는 장소를 탐색하는 미틸처럼, 눈동자를 반짝이며 빛내고 있다.


??? : 갑자기 죄송합니다. 저는 루키노 에딘슨ルキーノ アディンソン/Luchino Addinson이라고 합니다. 새싹 신문기자죠.

루틸 : 처음 뵙겠습니다, 루키노. 저는 루틸 플로렌스예요. 신문기자?

루키노 : 제일 앞선 정보를 작성해서, 정보에 민감한 고객에게 전합니다. 정보는 가치가 있으니까요.
언젠가, 신문이 세상을 움직이게 될 지도 모릅니다. 신문기자는 훌륭한 직업이죠!


-루키노에게서는 직업에 대한 천진난만한 동경과 긍지가 느껴졌다. 쑥스럽다는 듯 그는 어깨를 수그린다.


루키노 : 이런, 실례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열이 올라서... 인사를 계속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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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전율의 재회

[마법사의 집/ 외부]

레녹스 : 그럼, 나부터. 레녹스야. 잘 부탁해.

미틸 : 미틸이에요. 루틸의 동생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피가로 : 피가로야. 잘 부탁해.


-미틸은 아직 조금 경계하는 듯 루키노를 바라보고 있다.
루키노는 감격을 숨기지 않고, 우리들을 바라본다.
이건 '마법사를 만나보고 싶었다'의 타입이다.


루키노 : 실은, 마법사를 만나보고 싶었어요. 마법사에게 흥미가 있어서.


-역시. 거기에 옷차림이 좋으니까, 어딘가의 귀족 도련님일지도 몰라.


루키노 : 마법사가 집회소를 만든다는 말을 듣고, 가만 있을 수가 없어서 뛰쳐나왔어요.
아서 전하나 전 기사 카인을 시작으로, 현자의 마법사는 세계의 구세주예요! 저희들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기사는 아직 어지간해서는 게재해주지 않는 입장이지만, 언젠가 여러분에 대해 작성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도 꼭 도와줄 수 있게 해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루키노는 깔끔하게 인사했다. 솔직해 보이고 느낌이 좋은 아이다.
아직 긴장하고 있는 미틸의 등을 어루만지며 나는 루키노에게 미소 지었다.


피가로 : 고마워, 루키노. 기사 이야기는 잠깐 미루고, 우선은 미틸과 친구가 되어 줄래.

루키노 : 물론이죠! 잘 부탁해, 미틸. 남쪽의 나라에 대해서 이것저것 들려줘. 언젠가 가보고 싶어.

미틸 : 그런가요...? 저로 괜찮다면, 어떤 거든요! 구름의 거리 이야기는 어떤가요?

루키노 : 구름의 거리! 들어본 적 있어! 남쪽의 나라에서 가장 번영한 곳이지. 듣고 싶네!


-대화의 주제가 이어지자, 뒤이어 미틸이 경계심을 풀어나갔다. 루틸도 웃으면서 두 사람을 보고 있다.


레녹스 : 신문이라... 괜찮으신가요,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 이렇다 저렇다 거짓말로 써지는 것보다는, 아군이 되어주는 편이 좋아. 저 아이는 느낌이 좋기도 하고.
나를 어떤 식으로 써줄지 지금부터 기대되는 걸. 다정한 남쪽의 나라 의사, 피가로 선생님.

??? : 피가로 님.


-갑자기, 등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전율이 감돈다. 방금 전까지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피가로 : ...읏.


-뒤돌아 보기 전에 어깨를 붙잡혔다.
레녹스보다도 훨씬 크고 마른 하얀 손.
여자나 어린 아이의 얇은 목은 단번에 부러트려 버리겠지.
큰 팔에는 낯익은 가죽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숨을 들이마시고 고개를 든다. 장신長身인 나마저도, 턱을 바짝 들고 올려다볼 정도의 늠름한 거구.
얼음으로 만든 칼처럼 감정 없는 옅은 푸른색의 눈동자.
온화하게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아래, 내 등 뒤에 서있는 건 몸집이 크고 장신인 북쪽의 마법사였다.
전신에 긴장감이 흐른다.
미소지어 보이긴 했지만.


피가로 : 여어! 아이작アイザック/Isaac이잖아.

아이작 : 오랜만입니다, 피가로 님.


-그의 말대로, 만난 지는 100년 만이었다. 좀 더 전일지도 모른다.
아이작은 북쪽의 마법사다. 브래들리정도는 못 미치지만, 방심할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강하다.
아이작이 마음만 먹으면 이 마을 일대에서 순식간에 생명의 흔적이 사라지겠지.
아이작에게는 독특한 점이 있다.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색이 옅은 담백한 시선 그대로, 아이작이 내 손을 쥔다.
힘 있게 양손으로 쥐면서, 가만히, 바로 위에서 들여다본다.


아이작 : 변함 없이, 현명해 보이시는 분입니다... 저는... 저는 안 됩니다ダメです. 변함없이, 저는 안 됩니다.


-내 손을 쥔 채로, 우물쭈물 아이작은 무릎을 꿇었다.
철퍼덕 엉덩이를 내려 앉아, 곧장 허리를 세우고 무릎을 세운다.
내 손을 잡아당겨 자신의 코끝에 닿게 한다.
아마, 기도나 존경에 따른 복종敬服의 자세를 잡고 싶은 거겠지.


아이작 : 피가로 님, 피가로 님. 저는 또, 바보 같은 짓을 했습니다.
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조만간 죽습니다. 그런 느낌이 들어서...
그렇기에, 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좋으니, 현명해지고 싶어. 이 세계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이곳에 왔더니, 당신을 만났습니다.


-아이작은 미소지었다. 살인귀 같은 눈동자는 웃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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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굶주린 곰과 마을을 걸어

[마법사의 집 / 외부]

-나는 내심 곤란해하고 있었다. 아이작은 위험한 마법사다. 그는 다혈질에 폭력적이다.
그를 놀린 상대를, 안색하나 바꾸지 않고 두 번 다시 웃을 수 없는 모습으로 만든 것을 본 적 있다.
격앙되고 초조해 할 때는 머리 좋은 마법사를 돌로 만들어 그 돌을 먹은 적도 있다.
그렇게하면 현명해질 것 같았다는 것 같다.


피가로 : (곤란한데... 아이작은 이렇게 사람이 많은 마을 속에 살 수 있는 마법사가 아니야...)


-아이작도 적극적으로 잔혹한 건 아니다. 평범한 북쪽 녀석들 보다는 온후한 정도다.
그에게는 독특한 점이 있다. 북쪽의 마법사로 태어났으면서 배우는 걸 좋아했다.
현명한 자들은 시원시원하고 즐겁게 사는 것처럼 보인다고, 그렇게 말했었다.
세상을 알면, 지혜만 있다면, 심란해하지 않고 사는 것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아이작의 그런 점이 좋았다. 진지하고 가련하고 어리석어서.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


-남쪽의 마법사들의 시선을 눈치챘다. 나는 조금 망설인 뒤, 그의 손에서 내 손을 꺼냈다.


피가로 : 이리와, 아이작. 저쪽에서 얘기하자.

아이작 : 피가로 님...

피가로 : 피가로 선생님이라고 불러.


-아이작의 귓가에 중얼거리고, 그의 팔을 잡아당겨, 일어나게 했다.
꿈쩍도 하지 않아서 등을 두드렸다.


피가로 : 일어나. 눈에 띄잖아.

아이작 : 네.

피가로 : 레노, 잠깐 미안! 옛 지인을 만났어. 여기는 맡겨두고 얘기하러 갔다와도 될까.

레녹스 : 알겠습니다. 조심하세요.

미틸 : 친구분, 크네요... 이렇게 큰 사람, 처음 봤어요.

루틸 : 다녀오세요. 차를 내리고 있을 테니, 괜찮으시면 친구분도 같이.

아이작 : ...


-루틸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고 아이작은 그를 응시했다.
총명해 보이고 온화해 보이는 루틸은 아이작의 취향이겠지. 나는 성급히 목을 돌렸다.


피가로 : 안 돼, 아이작. 그들은 미스라 거야.


-정확하게는 미스라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북쪽의 마법사에게는 그렇게 말하는 편이 이해가 빠르다.


아이작 : ...미스라? 북쪽의 마법사 미스라 말씀이십니까?

피가로 : 그래.

아이작 : 하지만... 차 마시라고 초대받았습니다.

피가로 : 아이작. 네가 좋으니까 말하는 거야お前が好きだから言ってるんだ. 차를 마시면, 미스라는 너를 죽일 거야.

아이작 : 차로...

피가로 : 이 집에는 두 번 다시 접근하지 마. 자, 가자.

아이작 : 알겠습니다.



[중앙의 나라 / 시장]

(걸어가는 소리)

-아이작을 데리고 인파를 가르며 붐비는 거리를 걸어간다.


아이작 : 피가로 님은 여기를 다니신 지 오래되셨습니까?

피가로 : 피가로 선생님.

아이작 :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 그렇네. 살고 있던 건 남쪽의 나라지만 최근 들어 자주 방문해.

아이작 : 후후...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몇 명인가가... 꽃을 주거나, 물을 주거나...

피가로 : 잘 됐네. 중앙의 나라는 대륙의 중심이니까 모두 사교적이야.

아이작 : 후후... 또, 말을 걸지도...

피가로 : 그렇네.


-거인처럼 두꺼운 아이작의 몸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헝클어진 머리를 흔들고 어깨를 으쓱이며 걷는 아이작은 사냥감을 찾는 굶주린 곰 같았다.
긍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결과, 마을을 복구한 선량한 사람들은 그런 아이작의 풍모風貌에 겁먹고 있다.
그럴 때마다 성질이 급하고 난폭한 아이작은 초조해한다.


아이작 : ...전에는 뭐라도 줬는데...

피가로 : 낮시간대니까 모두들 바쁜 거야. 그리고 다른 사람의 선의를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해서는 안 돼.

아이작 :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준다면, 피가로 님께 조금 바치겠습니다.


-몇 번이고 정정해도, 아이작은 나를 피가로 님이라고 부른다. 나는 지적하는 걸 그만뒀다.


피가로 : 고마워. 하지만, 나는 필요 없어.

아이작 : ... 죄송합니다...


-아이작은 물건을 갖고 싶은 게 아니다. 그에게는 어떤 것이든 빼앗을 힘이 있다.
아이작은 아마 이 마을이 마음에 든 거다. 그렇기에 마을 사람들에게 환영받고 싶다.
시혜를 호의라고 생각했겠지. 사람이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고 있는 모습을 내게 보여주고 싶은 거다.
하지만 이 마을 사람들은 피해 간다.
양 쪽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무서운 것이나 이질적인 것에서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어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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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인간과 어울리고 싶은데

[중앙의 나라/ 시장]

-이럴 때,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극한極寒의 바다 물결을 가르고 들어가도, 오가는 사람들의 사이에 섞여 들어가도, 고독은 고독에 불과하다.
약속된 낙원이 없다해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해 걸어 나가지 않으면 영혼은 얼어붙어간다.


피가로 : (아이작을 이 마을에 머물게 해주고 싶지만...)
(조만간 피가 흐르겠지. 아이작은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은 마을에 사는 건 익숙하지 않아.)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강제적으로 북쪽의 나라로 소환시킬지, 아니면...)

아이작 : 피가로 님, 보십시오.

피가로 : 뭐야?


-아이작이 뭔가를 내밀었다.
커다란 양 손바닥에 올려져 있는 건 너덜너덜한 책이었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놀란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피가로 : 읽을 수 있게 된 거야?


-아이작은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어색하게 수줍어하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이작 : 예.


-나는 웃으며, 그의 등을 끌어당겼다.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장소로 살며시 이동한다.
세상에는 아직 문자를 읽지 못하는 자도 많다. 귀족 외에도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문화적인 지역마저 백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일이다.
농민은 농업만, 사냥꾼은 사냥만, 장인은 공방에 관한 일만 알고 있으면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쪽의 나라에서 혼자 살아가는 마법사라면 읽고 쓰지 못한다고 해도 곤란할 건 없다.
하지만 아이작은 학습을 좋아했다. 그런 점이 나도 마음에 들었다.


피가로 : 어디 보자, 보여줄래. ...아, 대단하네. 이런 내용도 읽을 수 있는 거야?

아이작 : 어려운 책입니까?

피가로 : 아니, 문자를 읽을 수만 있다면 아이라도 읽을 수 있어. 하지만 너는 자신의 이름도 쓰지 못했잖아.
잘했네. 책 읽는 건 재밌었지?


-내가 미소를 건네자, 아이작은 감명받은 듯 숨을 삼키고 눈을 부릅 떴다.
그건 방금 전의 미틸의 얼굴과 닮았다. 분명 아이작은 노력한 거겠지.
그렇기에 나에게 칭찬받아 행복해하고 있는 거다.
귀엽고도 기특했다.


아이작 : ...감사합니다, 피가로 님. 대단히, 대단히 기쁩니다...

피가로 : 나도야. 어디서 공부했어?

아이작 : ...북쪽의 나라에서... 그리고, 중앙의... 짜증 났지만, 참았습니다. 참을 수 없을 때도 있었습니다만...

피가로 : 누가 가르쳐 준거야?

아이작 : 여행자에게 매달렸습니다. 그 녀석들은 집이 없었으니까... 그...

피가로 : 아. 용돈벌이로, 문자를 가르쳐달라고 한 거구나.

아이작 : 뭐,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중앙의 나라에 오면, 인간이 몇 권인가 책을 건네줬습니다.
책을 읽고 싶은 거면, 줄게라면서. 가끔... 만나서 대화합니다. 읽는 방법을 물어본다든가...

피가로 : 그랬구나. 그런 걸 할 수 있는 북쪽의 마법사는 어지간해서는 없어.

아이작 : 하하...


-아이작은 웃었다. 웃으니, 감정이 없는 것처럼 보이던 눈동자도 빙하 아래 있는 맑은 호수氷低湖 같았다.
그저, 조금, 머리나 옷에서 냄새가 났다. 몇번이고 그에게 가르쳤지만, 몸을 닦고 옷을 세탁하는 습관은 몸에 배지 않았다.


피가로 : 아이작, 몸을 청결하게 유지해. 마법으로 하는 법 가르쳐 줬잖아.

아이작 : 하지만... 저는 목욕물湯浴み을 싫어합니다. 목욕沐浴도. 하지 않아도, 곤란하지 않고.

피가로 : 네가 곤란하지 않더라도, 주위가 곤란해져. 네게서 사람들이 떠나갈 거야.

아이작 : 어째서입니까.

피가로 : 냄새가 나거나 겉보기가 더러운 것에는 불결한 마음이 드니까야. 비위생적이면 병에 걸릴 수도 있고.

아이작 : 저는 큰 소리로 웃는 아이를 보면 불쾌해집니다. 갑자기 그러면, 깜짝 놀라니까요.
기분이 좋아질 때도 있습니다만, 재빨리 경계당하고 맙니다身構えてしまう. 그것들과 뭐가 다릅니까?

피가로 : 인간은 수명이 짧아. 아이였을 때를 기억하고 있고, 아이가 가까이에 있어.
웃고 있는 아이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행복한 기분이 되기도 하고.

아이작 :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저같은 사람이 곁에 없다고 해서, 제게서 사람들이 떠나간다는 겁니까?
화가 납니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 거라면, 저는 쓸데없이 몸을 청결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싫은 표정 짓고 싶은 녀석은, 싫은 표정 지으라고 하면 됩니다. 그 편이 마음 편합니다せいせいします.

피가로 : 어째서, 사람과 어울리고 싶은데 사람이 환영하지 않는 것을 하려는 거야.


-아이작은 울컥했다. 반감과 증오를 담아, 나를 노려본다.


아이작 : 그럼, 납득이 되는 대답을 주십시오. 피가로 님은 현명하신 분입니다. 올바른 답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갑자기 웃는 아이가 용서 받고, 제가 용서받지 못하는 이유는 뭡니까? 말해주십시오, 알고 계시잖습니까?


-아이작은 참을성 없이 대답을 조르려고 한다. 나는 인내심 강하게, 물어본다.


피가로 : 아이작. 그 이유는 여러가지야. 그리고, 그게 올바른 답이라고 한정 지을 수 없어.
시대나 토지에 따라 답이 바뀌어. 그렇기에, 너는 직접 배워야만 해.

아이작 : 거드름 피우시다니 너무하십니다. 피가로 님께서 가르쳐 주시는 거라면, 저도 제대로 따를 텐데.


-분개하는 아이작에게, 나는 질렸다. 질려하면서도 슬프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했다.
진지한 눈동자로 바라보며, 새하얀 마음과 게으름 피우지 않는 머리로 말을 들어주는 상대는 의외로 적은 법이다.
피가로 님이라 부르면서.


아이작 : 피가로 님. 자 어서, 가르쳐주십시오. 저는 박식해지고 싶습니다.

피가로 : 박식해 지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어. 아이작, 너는 자신이 미움받지 않을 수 있는 이유만을 알고 싶어 하고 있어.
하지만, 그건 사람의 기질이나 인간의 역사를 모두 배우려는 것과 마찬가지야. 그렇게 생각하고思って 사고하지考え 않으면...

아이작 : 알겠습니다. 당신이 싫으신 거죠. 그렇게 말해주시면 되는데.

피가로 : 아니야.

아이작 : 순 거짓말 뿐. 하지만, 그렇다면 따르겠습니다. 당신의 말에는 거스르지 않습니다.
저는 피가로 님의 가르침을, 어떤 마나석보다도 소중히 여기니까요. 당신과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가로 : 순 거짓말 뿐. 너는 너를 긍정해 줄 이유를 나한테서 끄집어내려고 할 뿐이야. 

아이작 : 너무하십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피가로 : 실제로, 전에 한 말도 잊고 있어. 불결하게 있으면 병에 걸린다. 손발이 썩어버린다고.

아이작 : ... ...아, 그래서...


-아이작의 날카로운 두 눈이 갑자기 실의에 흐려졌다.
그러고 보니, 죽을 것만 같다고 말했었다.
나와 같은 상황인 건가.


피가로 : 상태가 안 좋은 거야?

아이작 : 예. 말로는 잘 못 하겠습니다만... 제가 생각한 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화가 나서, 계속 때리면, 그때부터 계속 배가 아파서...

피가로 : 바보 같은 짓을... 어디를 때린 거야. 보여줘.

아이작 : ...걱정해주시는 겁니까...

피가로 : 뭐, 지금은 의사니까.

아이작 : 제가 바보인 것도, 치료해 주십시오.


-그의 복부를 만지며,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는 결코 그가 생각하는 만큼 어리석지 않다. 학습의욕이 있고 향상심이 있다. 공부를 통해 문자를 읽을 수 있게 됐다.
사납고 성미가 거칠고 성질이 급하지만, 인내심을 가지려고 한다.


피가로 : 너는 어리석지 않아. 자신을 아프게 하는 행위는 좋지 않다고 말했어.

아이작 : 어쩐지, 싫어져서...


-아이작은 피곤해 지쳤다는 표정을 지었다. 슬픔보다도, 구원이 없는 희망을 잃을 표정이다.
그의 인생은 끝나려 하고 있다.


아이작 : 이제... 저는 끝입니다. 마지막으로, 변하고 싶었어. 그렇기에, 저는... 아아...

피가로 : 아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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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답이 보이지 않는 질문

[중앙의 나라 / 시장]

-갑자기, 아이작의 가죽 팔찌가 눈에 들어왔다. 팔찌에 얽히듯, 가는 쇠사슬이 꼬여있다.
얇은 쇠에는 작은 파란 돌이 달려있었다. 그가 좋아하기에는 너무 여린 세공이었다.
마법사의 기운이 느껴졌다.


아이작 : ...영문을 모르겠는 행동을 하거나, 답이 나오지 않는 일을, 이것저것, 빙글빙글, 생각하거나...
속거나 하는 건, 이제 진절머리 나!


-그는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돌벽을 후려쳤다.
동시에 시장 여기저기에서 비명이 울려 퍼진다.


남성 : 앗..., 뭐야!?

여성 : 꺄아아, 옷이 찢어졌어...


-뒤돌아보자 노점의 지붕 천이나 과일을 담은 상자가 부서져 있었다. 보이지 않는 칼날에 베인 것처럼.
아이작의 짓이다.


피가로 : ...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마도구를 꺼내 들었다.
아이작이 순간 창백해진다. 머리를 끌어안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이작 : ...읏, 아닙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저는 참고 있습니다! 당신께 배운 대로, 참고...
진절머리 나, ...이 이상은 징글징글해! 참고, 참아서, 참아왔는데, 피가로 님께까지 버림받고...


-아이작은 크게 입을 벌린 채로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약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파온다.
애처롭기도 하다. 어리석기도, 어이가 없기도 하다. 처리해 두는 편이 좋을 지도라고 생각하기도.
파우스트는 이상적인 제자였다. 고결하고, 의지가 드높고, 문무겸비文武両道의 영웅.
파우스트에게 내가 아는 모든 것을 가르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한번 더, 이 세계와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사실은 내 가르침이 필요한 건 아이작 같은 인물일지도 모른다.
아이작은 벌떡 땅에 엎드렸다. 바다에 빠진 남자처럼 필사적으로 내 다리에 매달린다.


아이작 : ...읏, 부디, 부디, 피가로 님. 저를 죽이신다면 마지막으로 알려주시면 아니 되십니까.

피가로 : 뭘?

아이작 : 행복이라는 건 뭡니까?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습니까?
어째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겁니까?
어떻게 하면, 무언가, 좋은 일이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현명해질 수 있습니까?
서쪽의 마법사 무르의 돌을 먹으면 그 자처럼 칭찬받을 수 있습니까?
저는... 저는 계속, 피가로 님처럼, 알고 있고 싶었을 뿐입니다.
돌이 되기 전에, 한 번이라도 좋아. ...전부, 알고 있는 기분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아아, 그런 거였구나라고, 뭐야 그렇구나 그랬어라고, 안심하고 싶을 뿐입니다...


-나는 숨을 참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맑고 푸르른 하늘은 거짓말처럼 아름답다.
그 대답을 알고 있었다면, 나는 지금 이곳에 혼자가 아니었겠지.
하지만 그런 대답은 아이작을 실망시키겠지. 나는 살며시 그에게 미소 지어 보였다.


피가로 : 돌로 만들거나 하지 않아. 그 대답은 하나하나 직접 배워가도록 해.
공부를 계속 해. 모처럼 책도 읽기 시작했는걸. 아직 시간은 많이 있어.
근사한 나날이 기다리고 있어.


-아이작은 커다란 등을 떨었다. 그 등을 쓰다듬으면서 나는 몰래 한숨을 쉬었다.
구원의 말을 건네는 듯이 있으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기분도 들었다.
분명 모든 게 잘 될 거야. 많은 걸 바라지 않으면 대부분 그렇지.
하지만 우리들은, 아마도, 잘 되고 싶길 바라는 게 아닐 거야.
아이작은 사랑스러우면서도 불쌍하다. 그리고, 불쾌하고 초조하다. 무엇보다 이 마을에게 있어서는 귀찮은 존재였다.
언제 이 마을에서 흉악한 행동을 벌일지 모른다.
마법사가 흉악한 행동을 벌이면 빈센트의 태도도 굳을 거다. 아서의 입장도 위태로워지겠지.
마법사의 집에서 시민과 교류하려는 남쪽의 마법사들의 희망도 박살 나 버릴지도 몰라.
하지만...
아이작을 위험하다고 할 거면, 오즈나 미스라야말로 위험한 존재다.
나도, 오웬도, 브래들리도, 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이 마을을 붕괴시킬 수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방임해두고 있다. 우리들과 아이작의 차이는 뭘까? 현자의 마법사니까?
미틸도 그렇다. 그는 언젠가 남쪽의 마법사를 전멸시킨다.
그렇다고 해서 성장을 바라는 미틸에게서 성장할 기회를 빼앗는 게 옳을까?
미틸도, 아이작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대해 알고 성장하고자 하고 있다.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 한다.
그들의 자유를 인정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 결과 참극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천년 전부터 몇 번인가 마주해 온 문제 중 하나였다.
대중의 안전을 생각해서 위험한 개인은 배제해야 마땅한가.
아니면 위험한 목숨에도 평등하게 자유를 부여해야 마땅한가.
무엇보다...
나는 언제까지 이 세상의 관리자로 있을 생각인걸까?
사랑이나 행복의 의미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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