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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開日:2023年3月7日 午後6時

*앱 상의 BGM,Live2D연출, 표정 변화와 함께 즐기시길 바랍니다.

*먼저 읽으면 좋은 스토리 : AFFECTION_라스티카

TL, checking - hz

15장 비극의 귀공자 ▼PAGE END
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7화 8화 9화 10화

제1화 교차하는 비밀

[북쪽의 나라 하늘/ 노을]

스노우 : 에바는 가버렸는가.

화이트 : 떠나기 전에 뭔가 말하긴 했다만. 불길한 것이 서쪽의 나라에서 각성했다든가.

브래들리 : 그래...

스노우 : 세계 각지에서 이변이 일어나고 있네. 어느 토지에서 어떤 마물이 되살아 나도 이상하지는 않다만.
그 에바가 충고할 정도일세. 염두에 두도록 하지.

브래들리 : 그렇네.

화이트 : 왜 그러는 가, 브래들리.

브래들리 : 뭐가.

화이트 : 마음이 붕떠있는구먼. 에바와 무슨 일 있었는가?


-화이트에게 지적당해, 나는 뿌리치듯 고개를 저었다.
네로를 향한 제재. 언젠가는 생각해야 됐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이 녀석들 앞에서 망설임이나 빈틈을 보이는 건 상책이 아니었다.
적당히 얼버무리려고 하자, 그 순간 낯익은 기척이 느껴졌다.
미스라다.


미스라 : 《アルシム


-미스라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우리들 눈앞에 공간의 문이 나타난다.
살기가 느껴졌다.


브래들리 : ...읏!


-문이 열리기 전에, 나는 마도구를 꺼내 자세를 취한다.
예상대로 기분 나쁘다는 듯한 낯짝을 한 미스라가 옅은 빛을 띤 마도구를 치켜올렸다.


미스라 : 뭔가요, 갑자기.

브래들리 : 너야말로 할 생각 만만이잖냐.

스노우 : 장하구먼, 미스라. 임무를 위해 달려와 준 겐가.

화이트 : 하나, 아쉽네! 이미 해결해 버렸네.

미스라 : 임무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는데요. 이 남자가 방해한 탓에 기분 최악이에요.



-미스라의 말에, 방금 전 광경을 떠올렸다.
남쪽의 어린 형제에게 뭔가를 강요해 그들을 울려버린 무적의 북쪽 마법사 미스라.
그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빠진다. 나는 질렸다는 듯 입을 삐쭉인다.


브래들리 : 최악은 내가 할 말이지. 북쪽의 미스라가 꼴사나운 짓 하지 말라고.

미스라 : 죽일 겁니다.


-미스라의 턱에 핏대가 얼핏 보인다. 초록 눈동자에 분노를 띠고 선명하게 빛난다.
이쪽이 더 낫다. 바짝 날 선 긴장감이 돌아, 무의식적으로 웃음이 난다.
그런 우리 사이에 쌍둥이가 갈라서며 들어왔다.


스노우 : 나참, 안 된다니까!

화이트 : 싸우지 말게나! 미스라 쨩은 왜 화가 나있는 겐가.

미스라 : ...


-미스라는 몹시 부루퉁한 얼굴을 하고, 하아 소리를 내며 커다란 한 숨을 쉬었다.
커다란 등을 힘 없이 둥글게 한다. 보기 드문 모습에 나는 눈썹을 올렸다.


브래들리 : 왜 그래, 형제.

미스라 : 당신에게 말해봤자 알 리 없어요. 제멋대로인 살아가는 당신은 누군가를 돌본 적도 없잖아요.

브래들리 : 아? 도적단의 두목이었는데?


-애초에 제멋대로 살아가는 걸로 따지면 북쪽의 나라 일등 변덕쟁이 미스라에게 불만을 들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말하기도 전에, 미스라는 중얼중얼 이어 말했다.


미스라 : 도적단이라면 강해 보이잖아요. 저는 약하다고요. 약한 데다 바보예요, 그 사람.

브래들리 : 누군 얘긴데. 플로렌스 형제냐? 네놈이 돌봐주고 있는 거였냐.

미스라 :...
맞다, 스노우, 화이트.


-미스라는 노골적으로 화제를 돌렸다. 플로렌스 형제가 자신의 약점처럼 생각되는 게 싫은 거겠지.
그 마음은 이해한다. 정의 굴레는, 나를 섬뜩하게 한다.
얼어붙은 땅을 파헤치고 몰래 뼈를 묻는 짐승처럼, 사람눈을 피해 초라하게 숨기고 싶다.


스노우 : 무슨 일인가, 미스라.

미스라 : 아서는 오즈의 제자죠?

스노우, 화이트 : 음...


-이쪽도 숨기고 싶어 한다.


브래들리 : (쌍둥이의 이 어렵다는 얼굴... 오즈는 정말로, 그 왕자를 제자로 삼았던 건가.)

미스라 : 숨기지 말아 주세요. 제가 물어보고 싶은 건, 오즈는 아서에게 마나석을 먹였냐예요.

스노우 : 뭐, 돌정도는...

화이트 : 먹이겠지.

미스라 : 그렇죠!? 보통 그렇잖아요!?
하나 더 질문이요.
당신들, 이 정도로 좋은 마나석을 손에 넣는다면 어떨 것 같나요.

스노우 : 기쁘네.

화이트 : 기쁘네.

브래들리 : 기쁘지.

미스라 : 그렇죠!? 역시, 그 사람은 바보라고요. 아무것도 몰라!


-미스라는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낮게 소리쳤다.
나는 방금 전까지의 광경을 떠올렸다. 호통치는 미스라 앞에서 창백하게 질려있던 남쪽의 형제.


브래들리 : (미스라는 루틸에게 마나석을 먹이려고 한 건가.)
(울 정도로 싫어할 일인가...)


-복잡한 마음이 치밀어 올랐다. 미스라와 쌍둥이의 대화談義는 계속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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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그 마법사의 제자는

[하늘/ 노을]

미스라 : 오즈는 어떻게 먹였나요? 아서는 저항하지 않았나요?

화이트 : 모르네. 다음에 오즈에게 물어보게나. 그걸 계기 삼아 친목을 다지고...

미스라 : 피가로는? 피가로에게 제자는 없었나요?

스노우 : 피가로 쨩은 제자 쨩과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미스라 : 아니 그보다, 그 사람, 루틸이란 미틸 옆에 있었으면 제대로 가르치라고요.

화이트 : 그건 치렛타의 역할이지. 죽기 전에 가르쳤어야 했네.

미스라 : 맞네요. 저한테는 가르쳤으면서...

브래들리 : (피가로에게 제자가 있었다고?)


-흘려듣던 대화 내용에, 나는 내심 놀랐다.
피가로에게 제자가 있었다는 건 처음 들었다.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존대하고 고만한 그 녀석에게 제자가 있었다면 자랑삼아 데리고 다녔겠지.
반대로 데리고 다니는 게 부끄러울 법한 마법사라면 절대 제자로 삼지 않았을 거야.
그러니 없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있다면 이건 쓸만한 소재거리지.
만에 하나 네로의 정체가 들켰을 때는 거래할 때 써먹을 수 있어.
스노우와 화이트의 제자는 손이 많이 가는 것처럼 보여도 냉혹하고 자비가 없다.
오즈도 그랬다. 지성이나 도덕, 손익, 정에 호소해 봐도, 전혀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피가로와는 거래할 수 있다. 우리들은 서로에게 그런 사람이라는 냄새를 맡고 있다.
그렇기에 피가로는, 감옥 안에서 나를 무릎 꿇게 하고 약속하게 만들 수 있었던 거다.


브래들리 : (알고 싶네.)


-피가로에게 제자가 있었다면 북쪽의 마법사겠지.
남쪽의 마법사가 됐다고 해도, 약한 마법사를 계승자로 선택할 거라고 생각되지 않아.
내가 알고 있는 마법사일 가능성이 있어. 적어도, 쌍둥이만 얻어걸린다면.
눈이 돌아갈 정도로 머리를 굴린 건, 아주 짧은 몇 초의 일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웃어 보였다.


브래들리 : 피가로의 일이야. 제자에게는 제대로 가르쳤겠지.

스노우 : 뭔가, 알고 있었나.

화이트 : 어디서 들었나?

브래들리 : (어디서? 역시, 피가로의 제자는 나도 면식 있는 녀석인가.)
정해져 있잖냐. 피가로가 나한테 말할 리 없지.

스노우 : 그럼, 그 아이에게 들은 건가. 그대들, 의외로 사이가 좋구먼.

화이트 : 뭐, 현자의 마법사로서 함께 한 지 짧지는 않았으니.

브래들리 : (현자의 마법사?)
(현자의 마법사라고? 그럼 마법관에 있는 녀석인가? 저번 싸움에서 돌이 된 녀석?)
(자존심 높은 피가로가 제자라고 인정할 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피가로를 숭배하는 마법사...)
(...아니, 자신을 숭배하지 않더라도, 자존심과 명예가 충족된다면 제자로 선택할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가능성은 한 사람...)
(무르다.)

스노우 : 파우스트 쨩, 스승에 대해 뭐라고 했는가?

브래들리 : 파우? 뭐? 무... 파?

스노우 : 왜 그러는가. 끓는 주전자처럼.

브래들리 : ...읏, 미안. 재채기가 나올 것 같아서 참고 있었어.

스노우, 화이트 : 아 그래?

브래들리 : 그래서, 저주상이 뭐라고?

스노우 : 피가로 쨩에 대해, 그 외에 뭐라고 했는가?

화이트 : 뭔가 칭찬하고 있었다면, 전해줄까 해서 말이네. 최근 기운이 없으니.

브래들리 : (무르가 아니라, 파우스트였던 건가... 이건 의왼데...)
(그 자식, 제자한테 그렇게 제멋대로 말하게 내버려두고, 파하하 하고 웃고 있던 건가...)
(남 말할 처지가 아니지만, 한심하네. 동족혐오 느껴져...)

스노우, 화이트 : 브래들리 쨩?

브래들리 : 아, 뭐, 칭찬했지. 엄청 칭찬했어.

스노우, 화이트 : 정말로!?

브래들리 : 칭찬... 하는 듯하면서, 욕하는 것 같기도 하고, 칭찬하고 있었지. ...그래, 저주상...
(뭐 됐어. 여차하면 교섭재료로 써주지. 하지만...
(화낼 것 같은데, 네로 녀석...)

미스라 : 하아... 답답하네요...
뭔가 개운해지고 싶은데. 임무에 가고 싶네요. 갈 수 있어요.

화이트 : 방금 끝난 참인데...

미스라 : 그럼, 브래들리...

브래들리 : 그럼, 그럼이 뭐야. 나랑 한 판 하는 걸 덤으로 한단 식으로 말하지 마.
...
한 판 날뛰고 싶은 거잖냐. 나 따라와, 미스라.
즐겁게 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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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자극적이고 즐거운 이야기

[서쪽의 나라 코르테스 성 외관/ 낮]

질 : 믿고 있네, 코르테스. 변경이라고는 해도, 역사 있는 도시여...

(걸어오는 소리)

장교 : 버넷 장군, 보고 드립니다.

질 : 무슨 일이지.

장교 : 말씀하신 신작은, 아직 입고되지 않았습니다.

질 : ...읏, 뭐라고...!

장교 : 역시, 도시 지역에 비해 서적을 포함해 다른 물품들의 입고가 늦어지고 있는 듯하여...

질 : 그런가, 고맙네. 이럴 줄 알았다면 출발 전에 왕도에서 구했으면 좋았을 텐데...

장교 : 왕도로 금방 돌아오실 예정이지 않으셨습니까?

질 : 변경했어. 릴리아나 님은 오늘, 코르테스 성에서 하룻밤 머무실 것 같아.

장교 : 그러셨습니까. 무리도 아닙니다.
왕도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고는 해도, 릴리아나 님께 있어서는 애착이 있는 본가니까요.

질 : 그런 셈이지.
코르테스의 자와 논의해, 제1왕위계승권자를 지키기에 걸맞은 경호를...

릴리아나 : 질.

질 : 릴리아나 님. 어찌 이러한 곳에...

릴리아나 : 자리를 비키게.

질 : 알겠습니다. 너희들, 물러나 있어라.

장교 : 예.

(걸어가는 소리)

질 : 무슨 일 있으십니까.

릴리아나 : 무르와 샤일록이 무서워.

질 : 실력이 뛰어난手練れ 마법사니까요. 마음은 이해합니다.

릴리아나 : 내쫓아.

질 : 현자의 마법사로서 환영한 이상, 그들만을 멀리 내쫓는 건 곤란합니다. 구실이라도 없지 않은 이상.

릴리아나 : 어떻게 잘 만들어 낼 수 없나?

질 : 상대는 인심을 장악하는 괴물입니다. 몇 세기나 접객을 계속하고 있는 점주와 심리학 연구가의 일면을 지닌 천재.
허튼 움직임은 의심을 사죠.

릴리아나 : 마찬가지야. 긴 시간을 함께 보내도 언젠가 의심을 살 거야.
질. 네 힘으로 그 두 사람을 돌로 만드는 건?

질 : 가능하겠죠. 박사께서 그것에 대한 사용허가를 내리신다면.
하오나, 당신께서도 알고 계시겠지요. 무르도, 샤일록도, 돌이 되기에는 아까운 인물입니다.
그들은 서쪽의 나라에 필요합니다. 당신의 나라에.

릴리아나 : ...
후후... 나의 나라라니 황송하지. 아직 국왕폐하가 계시네.

질 : 이런 대단히 실례하였습니다.

릴리아나 : ...질. 부탁이야.
아주 잠깐이어도 좋아. 무르와 샤일록을 멀리 떨어트려줘.
그들이 무서워서, 몰래 훔쳐다 볼 수도 없어.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그와 만나는 것도 오랜만인데...

질 : ...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방금 전 코르테스 성의 자와 의논한 결과, 어떠한 상담을 받았습니다.
근교의 왕립식물원에서 몇몇 개의 기묘한 이변에 관하여 보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어떠십니까. 현자와 함께 그쪽으로 보내버리는 건.

릴리아나 : 좋은 생각이야. 미안하네, 질.

질 : 아뇨. 저도 즐기고 있으니까요.
저는 통속소설을 좋아합니다만 이 세상에 있는 어떠한 이야기보다도 당신의 이야기가 자극적이고 재밌죠.
결말까지 지켜보겠습니다.

릴리아나 : 말버릇을 모르는 녀석이로군... 하나, 지금은 용서해 주지.

질 :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다른 한 명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릴리아나 : 다른 한 명? ...아, 그 아인가...
그 아이도 데리고 나가게. 마음에 들지 않은 건 아니지만, 좋은 추억은 이미 충분히 만들어 줬지.
내 대신에.
지금은 내가 있으니, 필요 없네.

질 : 알겠습니다.



[코르테스 성 테라스 / 낮]

-릴리아나 공주께 허가를 받은 우리들은 코르테스 성에 들어가게 되었다.
객실이 정비될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 달라며 성이 잘 보이는 테라스로 안내받았다.


그레고리 :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현자님. 본래라면 지붕이 있는 곳에서, 맞이해 드려야 하나...
이 테라스는 코르테스 성에서 자랑하는 휴식 장소입니다. 마음 상하지 않길 바랍니다.


-그레고리는 어떤 하인분들보다도, 적확하게 우리들을 대접해 줬다.
지금도 날개를 펼쳐 날아다니며 차 준비를 지시하고 있다.


그레고리 : 이쪽 석에 세팅해 주게. 컵은 데웠는가? 그래, 손잡이를 반대에 두지 않도록.

하인 : 뭘까, 이 새... 새인데 유창하게 말하고, 그레고리 씨인 것 같기도 해.

하인 : 그래도, 조언해주다니 편리하네. 티 스푼은 어떻게 놓는 거였지?

그레고리 : 컵 따라 내놓게. 그리고, 실은 나는 새가 아니라...

하인 : 그레고리 씨가 불쌍해. 모처럼 신분상승의 기회玉の輿였는데, 공주님이 왕위 계승권자로 선택받아 버려서.

하인 : 그 사람, 의외로 소심하니까, 내가 먼저 약혼했다, 내가 남편이다라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로 행방불명이 되고...

그레고리 : 소심하지 않네. 주제를 알고 있는 거지.

하인 : 아, 새 씨. 그레고리 씨가 누구나면요, 실연당한 이 성의 젊은 종자近侍로.

그레고리 : 인물 소개는 하지 않아도 되네. 내가 그레고리일세.

하인 : 어, 새로 보이는데.

그레고리 : 마음은 이해하네. 뭘 잊고 있는지 깨달았나?

하인 : 그레고리 씨가 제 상사인 거?

그레고리 : 그것도 맞지만, 티 팟에 워머를 씌워야지.


-떠들썩한 대화는, 활기찬 서쪽의 사람들 다웠다. 긴장하고 있던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아키라 : (아까는 깜짝 놀랐네... 서쪽의 마법사들과, 서쪽의 장군... 질이 싸우게 되는 줄 알았어.)
(싸우게 되면 대체 어느 쪽이 이기게 되는 걸까...)
(마법 과학 병기를 사용할 수 있는 장군과 마법사들...)


-그때, 코르테스 성의 사람 같은 백발의 할아버지가 찾아왔다.
황송한 듯 어깨를 숙이고, 하지만, 흥미진진한 분위기로 우리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을 시작한다.


코르테스 성의 집사 : 저... 현자님과 마법사님.

아키라 : 네, 무슨 일이실까요?

코르테스 성의 집사 : 피곤하실 텐데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급박한 부탁이 있사온데...

클로에 :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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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왕립 식물원의 이변

[코르테스 성 테라스 / 낮]

코르테스 성의 집사 : 실은 코르테스 령 내에 있는 그 유명한 왕립 식물원에서 기묘한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는 듯하여...
이전부터 상담을 받고 있었습니다만 영주님께도 상담해 보았는데 꽤 대응하기 어려워서...

샤일록 : 알고 계셨나요, 그레고리.

그레고리 : 이야기는 들어봤지.
왕립 식물원에서 묘한 일이 있으면, 왕실의 명예에도 관련되니까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애초에 왕립 식물원에는 독특한 녀석이 살고 있기도 하고...

클로에 : 독특한 녀석?

그레고리 : 마법사야. 왕립 식물원에 숨어 살면서 연구자나 내원객을 위협해.
도둑질하거나 식물에 나쁜 짓을 하는 건 아니지만, 이상한 노래를 불러대서 곤란하단 말이지.

라스티카 : 이상한 노래라는 건?

그레고리 : 서쪽의 왕실을 바보취급 한다거나 식물이나 식물 연구에 관한 걸 놀리거나 바보취급 하는 노래야.
설레는 기분으로 방문해도 그런 노래를 듣고 있으면 짜증 나잖아?

라스티카 : 그렇네. 가끔이라면 재밌는 이상한 곡이어도 즐길 수 있겠지만.
모처럼 식물원에 있을 때는 식물들을 칭찬하고 있는 노래를 듣고 싶지.

코르테스 성의 집사 : 그렇게 되어 현자님 일행분께는 대단히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왕립 식물원의 상황을 보고 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레고리 : 잠깐 기다리게. 그전에 현자님께는 릴리아나 님과 만나보셨으면 하는데.
그러기위해 이 테라스에서 접객 준비가 완료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네. 접객 준비는 끝났나?

코르테스 성의 집사 : 뭐야 이 새. 그레고리처럼 시끄럽네.

그레고리 : 그레고리야. 접객 준비는 누가 하고 있지?

코르테스 성의 집사 : 접객 준비? 어, 아마, 누군가가...

그레고리 : 좀 더 확실하게 하게! 현자님을 초대했다는데!


-깃털을 떨어트리며, 필사적으로 호소하는 그레고리에게 집사 할아버지는 고개를 움츠렸다.
나는 재빨리 그레고리를 다독였다.


아키라 : 지, 진정해요, 그레고리. 깜빡하는 건 저도 가끔 하고, 누구에게나 그럴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레고리 : 현자님, 어찌 이리 다정하신지... 진심으로 송구합니다.

아키라 : 괜찮아요, 괜찮아요. 방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릴리아나 공주와는 만날 수 없는 거죠?
그렇다면 먼저 식물원에 갔다가, 돌아온 뒤에 릴리아나 공주와 대화해 보는 건 어떨까요?


-서쪽의 마법사들을 뒤돌아본다. 무르가 둥실 하늘을 날아 기분 좋게 물구나무를 섰다.


무르 : 좋아! 왕립 식물원 가고 싶ㅡ어!

샤일록 : 현자님만 괜찮으시다면.

클로에 : 나도 가보고 싶네!

라스티카 : 그럼, 릴리아나 공주를 뵙기 전에, 왕립 식물원의 불가사의를 들여다보기로 할까요?

코르테스 성의 집사 : 아...


-라스티카가 미소 짓자, 순간 집사 할아버지가 소리를 냈다.
모두가 일제히 뒤돌아본다. 할아버지는 라스티카의 눈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코르테스 성의 집사 : 라스티카 님은 남아주시겠습니까?

라스티카 : 네?

클로에 : 라스티카만? 왜?


-눈을 깜빡이는 라스티카보다, 클로에가 더 놀란 모습으로 벌떡 일어났다.
집사 할아버지 분은 곤란하다는 듯이, 자꾸만 손을 문지르며 대답한다.


코르테스 성의 집사 : 어, 그, 고명한 음악가이신 라스티카 님께서 봐주셨으면 하는 악기가 있어서...

라스티카 : 봐줬으면 해? 소리가 나지 않게 된거려나?

코르테스 성의 집사 : 그런 건 아니지만, 봐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라스티카 : 누가?

코르테스 성의 집사 : 누... 누구라고 하기에는 없습니다만. 제가 드리는 부탁입니다. 부디, 모쪼록...

아키라 : 어떻게 하실래요, 라스티카.

라스티카 : 저는 상관없어요.

그레고리 : 죄송합니다, 번거롭게 해 드려서... 저희 성에 그렇게 훌륭한 악기가 있었나?

클로에 : 그럼, 나도 남을까...? 처음 온 성이기도 하고, 혼자 있는 건 불안하지 않을까?

라스티카 : 괜찮아. 클로에는 식물원을 보고 오렴.
전에 꽃이 잔뜩 피어있는 장소에 갔을 때, 기뻐했잖아? 옷 디자인에 참고가 된다면서.

클로에 : 그렇긴 하지만...

라스티카 : 분명 이번에도, 근사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거야. 즐기고 오렴.

클로에 : 응... 알겠어. 고마워, 라스티카. 다녀 올게.

라스티카 : 다녀 와. 현자님, 무르, 샤일록. 클로에를 잘 부탁드립니다.

아키라 : 알겠습니다.

샤일록 : 그럼, 가볼까요.

무르 : 와ㅡ! 출발!

클로에 : 식물원, 어떤 곳일까!


-서쪽의 마법사들이 마법 주문을 외우며 빗자루를 꺼내든다.
출발 준비를 지켜보면서 순간 시선을 들자 코르테스 성의 창가에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아키라 : (저건... 릴리아나 공주...?)


-그녀는 가만히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멀리 있어 표정은 확실하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강한 바람이 불어 드레스 소매가 흔들려도 그녀는 창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라스티카 : 아...

클로에 : 왜 그래!?

라스티카 : 이 홍차, 무척이나 맛있어.

클로에 : 깜짝 놀랐네! 무슨 일 있는 건가 했어.

라스티카 : 아무 일도 없어. 행복했을 뿐이야.


-기쁘다는 듯 미소 짓는 라스티카가 아무런 의도 없이 성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그 순간, 도망치듯 창가의 사람 그림자는 실내로 숨어들었다.



[하늘 / 낮]

-그 행동이 괜스레 인상에 남는다.
강한 바람에 흔들린 드레스 소매가, 흩날리는 꽃처럼 강하게 흔들려도 창가에 그대로 있던 그녀.
잽싸게 부끄럽다는 듯이 숨어버린 그림자.



[코르테스 성 발코니 / 낮]

-보편적으로 생각해 보면, 거절이나 거부를 의미하는 행동이겠지.
하지만, 어째서인지, 반대처럼 보였다.
집착으로.



[하늘]

릴리아나 : ...라스티카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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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식물원에 머무는 자

[하늘 / 낮]

클로에 : 괜찮을까, 라스티카. 공주님이나 장군 앞에서 실수하지 않으면 좋겠는데...

아키라 : 라스티카라면 괜찮을 거예요. 코르테스 성 분들도 다정하신 분들이셨고.

그레고리 : 당연히 소중히 대접해 드리죠! 현자님의 마법사 분들은, 저희 가문의 소중한 방문객이시니까.

클로에 : 다행이다! 그 말을 들으니 안심 됐어!
현자님은 식물원에 가본 적 있어? 어떤 식물을 좋아해?

아키라 : 지역에 있는 작은 식물원 정도라면. 어떤 식물... 모두 좋아하지만, 강아지풀이라든가?

클로에 : 강아지 풀이라고? 재밌는 이름이네! 어떤 나무야?


-클로에의 빗자루에 얻어 타, 대화를 즐기면서 식물원으로 간다.
그 뒤에 무르와 샤일록이 사이좋게 빗자루를 나란히 두고 날고 있었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는, 잘 들리지 않는다.

/

무르 : 경계하고 있네!

샤일록 : 경계하고 있네요.
그 집사는 누군가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지시를 받은 모양이었어요. 불쌍하게도 긴장하고 계셨죠.

무르 : 불쌍해! 접객 준비도 남에게 맡기는 한가로운 코르테스 성인데!

샤일록 : 노집사의 평화로운 생활에 긴장을 강제하고 있는 건...

무르 : 밖에서 온 권력! 장군이려나?

샤일록 : 서쪽의 나라 장군이 어째서 라스티커만을 성에 남기려고 했는지.

무르 : 모르겠지만 재밌겠다! 그렇지, 샤일록!
나와 너, 어느 쪽이 성에 돌아올 때 장군이 더 싫을 표정을 지을 것 같아?

샤일록 : 글쎄요. 어느 쪽이 돌아와도, 환영해주셨으면 하는데요.

무르 : 나는 샤일록을 환영할 거야!

샤일록 : 저도 무르를 환영해요.

무르 : 마음이 맞네!

샤일록 : 마음이 맞네요. 가끔은 이런 날도 좋네요.

무르 : 와ㅡ, 오늘은 기념일! 내가 돌아갈래! 현자님과 클로에를 잘 부탁해!

샤일록 : 알겠습니다. 라스티카를 부탁드리죠.

클로에 : 그래서 말이지, 현자님. ...어라!? 무르!?

아키라 : 무슨 일 있나요?

클로에 : 저기 봐! 무르가 돌아가 버렸어. 왜 그러지!

그레고리 : 정말이다! 대신 샤일록이 속도를 높여서 이쪽으로 오고 있어.

아키라 :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샤일록, 무슨 일 있나요!?

샤일록 : 현자님, 죄송합니다. 무르는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는 듯해서요.
식물원에는 저희만 가줬으면 한다고 하네요.

아키라 : 그렇군요.

클로에 : 무르는 여러 가지에 흥미가 있으니까. 그래도, 혼자 미아가 되지 않을까?

샤일록 : 괜찮겠죠. 그도 마법사니까요.

아키라 : 알겠습니다. 그럼, 무르와는 별개로 행동하는 걸로 하죠.
라스티카도 무르도 없으니까, 만약 위험해 보이는 임무라면 무리하지 말고 일단 성으로 돌아가요.
모두의 안전을 우선해서요. 전원 합류하고 나서 다시 가면 되는 거니까요.

클로에 : 응! 알겠어!

샤일록 :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슬슬, 왕립 식물원에 도착할 거예요. 현자님도 부디 조심하시길.

아키라 : 네!



[왕립 식물원 내부]

(음악 소리)

??? : 라라라~ 왕도 왕비도 국민도, 머릿속이 텅텅 비었어~
라라라~ 모두 잊어버렸어. 비극의 귀공자도, 비극의 신부도.
라라라~ 모두 웃긴 얘기야~.
...응? 이런... 누군가가 온 것 같네.
후훗, 연구원 녀석들이네. 또 놀라게 만들어야지!

/

-빗자루를 타고, 우리들은 왕립 식물원에 도착했다.
식물원은 광활한 부지를 여러 식물들로 가득 채우고 있는 재밌는 장소였다.
처음 본 식물들 앞에는 내게는 읽지 못하는 문자로 적힌 명찰 같은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녹읍이 반짝이는 모습이 아름답다. 식물이 많은 탓인지, 어쩐지 공기가 무덥게 느껴졌다.
우리들을 안내해 주는 건, 왕립 식물원의 연구원 할아버지셨다. 왜소하고 긴 머리칼에 짧은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계속 찌푸린 표정을 하고 있어서 화가 난 건가 생각했지만 그게 무표정인 것 같았다.


연구원 할아버지 : 어서 오시죠, 환영합니다 현자님. 이쪽은 남쪽의 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거대한 가시가 나는 식물로...

클로에 : 아, 이 뾰족뾰족한 거, 남쪽의 나라에서 본 적 있어!

연구원 할아버지 : 오호, 실물을. 남쪽의 나라 출신이십니까?

클로에 : 아니. 서쪽의 나라 그... 마법사지만, 임무로 세계 각지를 다니고 있어.

연구원 할아버지 : 부럽습니다. 다음에 보이는 것이, 주로 중앙의 나라 동부와 동쪽의 나라에 자생하는 덩굴을 가진 그늘을 좋아하는 식물로...

그레고리 : 실례. 무척이나 도움이 되는 이야기긴 합니다만, 이변 내용을 먼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연구원 할아버지 : 새가 말했다.

그레고리 : 그것 외의 이변에 대해서요. 현자님도 바쁘신 분이니.

연구원 할아버지 : 이거 실례했습니다. 순간 흥분해 버려서...

아키라 : 아뇨 아뇨. 국왕님이나 식물의 험담을 하는, 노래가 들린다고 들었는데요...

연구원 할아버지 : 아, 그 자는 켈빈ケルビン/kelvin입니다.

아키라 : 켈빈?

연구원 할아버지 : 수년 전부터 식물원에 정착해 살고 있는 마법사입니다. 저희들이나 방문객을 놀리면 놀고 있죠.

클로에 : 서쪽의 마법사는, 인간을 놀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꽤 있으니까...

샤일록 : 그럼, 식물원에 일어났다는 이변이라는 건?

연구원 할아버지 : 한밤중, 연구일지에 추가되는 메모입니다. 누구도 쓴 기억이 없는 문자가 휘갈겨 써져 있었죠.
그것도 날카로운 관찰안으로, 딱 정확한 사상을 지적하고 있죠. 저희도 혀를 내두를 뿐입니다.
게다가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필체라서. 죽은 연구원의 것인가 생각했지만 과거 기억과 비교해 봐도 전혀 모르겠습니다.

아키라 : 그 일지, 볼 수 있을까요?

연구원 할아버지 : 네. 이쪽에.


-연구원 할아버지는 내게 커다란 연구 일지를 건네주었다.
페이지를 넘기며 어느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준다.
확실히 다른 곳과는 필적이 다른 휘갈겨 쓴 글씨가 있었다.
멈추지 않는 흐르는 물처럼, 그러면서도 신경질적인 얇은 글자...


샤일록 : ...


-샤일록이 입을 다물었다. 동요를 삼키듯, 한 호흡 내쉰다.


샤일록 : 이 이변은 언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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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필적에 미소 지으며

[왕립 식물원]

연구원 할아버지 : 그렇네요. 지나치게 가까이 온 <위대한 재앙>이 떠난 뒤부터였을까요.
한밤중에 식물원에서 망령을 봤다는 자도 있습니다. 젊은 이들은 모두 무서워하고 있어서.

클로에 : 할아버지는 유령이 무섭지 않아?

연구원 할아버지 : 예. 물이나 일조량, 모종 솎기를 실수하더라도 시들지 않는 것들은 무섭지 않네요.

클로에 : 식물이 더 무섭다는 거야? 후후, 뭔가 재밌다!

아리카 : 샤일록, 왜 그러시나요?


-나는 샤일록에게 물어다. 그는 내게 시선을 맞췄다.
흔들리는 그의 빨간 눈동자는 반짝임을 더하고, 곤란해하고 있는 것처럼도 즐거워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샤일록 : 현자 님, 이 메모를 작성한 인물에 짐작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키라 : 짐작 가는 사람?

샤일록 : 네. 그리운... 잘 알고 있는 필적이죠.

아키라 : 아... 설마...


-샤일록은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 지었다.


샤일록 : 무르의 필적이에요.

클로에 : 무르!? 설마, 영혼 조각의...


-나는 다시 한번 연구일지를 들여다보았다. 지금의 무르가 가끔 쓰고 있는 글자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연구원 할아버지 : 그 위대한 천재학자 무르 하트!?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어쩐지 글씨를 본 적 있는 것 같더니!
하트 박사의 망령이 이 식물원을 찾아왔다니, 영광이야!
분명 우리의 꾸준한 연구를 칭찬해 주고 계시겠지! 아아, 한 번이라도 만나보고 싶군...!


-놀라는 우리들의 옆에서 연구원 할아버지 분이 일지를 끌어안고 빙글 돌았다.
수수께끼의 휘갈겨 쓴 글씨에 키스까지 할 것 같은 기세였다. 과거 무르의 인기에 감탄한다.


클로에 : 그럼, 이변이라는 건 이 식물원에 있는 무르의 영혼 조각이 실체화했다는 걸까...

아키라 : 그런 거라면 다 함께 흩어져서 무르의 영혼 조각을 찾아보죠.
잘 됐네요, 샤일록. 또 하나,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샤일록은 친구인 무르의 영혼을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 흩어진 영혼 조각을 찾고 있다.
그는 우아하게 인사해 보였다.


샤일록 : 감사합니다, 현자님.

아키라 : 연구원 분들도 괜찮으시다면 협조해 주시겠나요?

연구원 할아버지 : 하트 박사와 만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클로에 : 그럼 있지, 이 정도 되는 크기의 예쁜 보라색 조각을 찾아줬으면 해. 아니면 보라색 머리카락의 성인 남성.

연구원 할아버지 : 보라색 조각이나 성인 남성...

클로에 : 맞아 맞아. 크크 하고 웃는 느낌. 야옹하고 말하는 쪽은 진짜야.

연구원 할아버지 : 진짜가 야옹.


-그 순간, 커다란 나뭇가지의 잎이 술렁였다.
우리들의 머리 위에 있는 초록잎 그늘. 그 바로 위에 사람 그림자가 보인다.
그 사람 그림자는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아키라 : ...저건...!?

??? : 아하하하! 뭐의 진짜를 찾고 있다고? 어리석은 인간놈들!


-날개를 가진 인물은 소리 높여 웃었다.
날개가 난 인간 같은 건 처음 봤다. 마법사? 마물이려나?
혼란해하는 나를 곁눈으로 바라보면서, 연구원 할아버지가 어깨를 수그렸다.


연구원 할아버지 : 저 자가 켈빈입니다. 날개는 그저 장식이죠. 저 자는 이상한 모습을 하고 사람들을 놀라게 만듭니다.
지난달은 허리 아래가 뱀이 되어 있었죠.

클로에 : 카인이 봤으면 졸도했겠는데...

켈빈 : 아하하하! 얼빠진 놈들!

연구원 할아버지 : 켈빈, 그만두게나. 현자님과 서쪽의 마법사분들이다. 마법사는 너의 둉료잖는가?

켈빈 : 서쪽의 마법사들...?

연구원 할아버지 : 그래. 여기 내려와, 대화를 해보는 건?


-나무 위의 사람 그림자는 가만히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이 불고, 술렁이며 이파리가 흔들린다. 계속해 위를 올려다보고 있자니 목이 아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순간...
솨아 나뭇잎이 흩날리면서 사람 그림자가 눈앞에 내려왔다.


아키라 : ...!

사크리피키움 : ...!

그레고리 : 갑자기 뭐야! 위협하지 마!

샤일록 : 현자님!

아키라 : 괘, 괜찮아요!


-눈앞에 나타난 건 커다란 날개가 돋친 소년이었다.
갈색의 곱슬머리에 검은 눈을 하고 있었다. 목에는 이상한 형태의 피리를 매달고 있었다.


켈빈 : 현자님이라고?


-켈빈이라 불리는 소년은, 눈꼬리에 주름을 지으며 내게 미소 지어 보였다.
그렇게 미소 짓는 모습을 보자 그는 조심성 많은 노인처럼도 보였다.
갑자기 클로에가 목소리를 높였다.


클로에 : ...읏, 아...


-입가에 손을 대며 클로에는 뒷걸음질 쳤다.
켈빈을 응시하는 제비꽃색 눈동자가 충격에 휘둥그레진다.
켈빈도 클로에를 바라보고 핫하고 숨을 삼켰다.
두 사람 모두 두려운 것처럼 외친다.


클로에 : 라스티카의...!

켈빈 : 라스티카의...!

아키라 : (라스티카?)


-켈빈은 당황해 큰 나무를 뛰어 올라가듯 도망쳤다.
날개를 펼치고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다.


클로에 : 기다려...!

그레고리 : 내게 맡겨! 쫓아가겠어!


-펄럭이며 극채색의 날개를 펼치고, 그레고리가 하늘로 날갯짓한다.
샤일록이 클로에에게 다가가, 그의 등을 쓰다듬는다.


샤일록 : 무슨 일인가요, 클로에. 그와 아는 사이인가요?

클로에 : ...으, 아..., 으, 응...


-클로에는 목이 메는 듯했다. 배려하듯 샤일록이 눈을 아래로 향했다.


샤일록 : 배려가 없었네요. 말하고 싶지 않다면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클로에 : ...으, 으응! 괜찮아... 놀라서...

연구원 할아버지 : 복잡한 이야기가 될 것 같네요. 저는 먼저 연구실로 돌아가겠습니다.

아키라 : 감사합니다. 식물 설명, 또 자세히 들려주세요.

연구원 할아버지 : 그렇게 하죠, 현자님.


-연구원 할아버지는, 가볍게 목례를 한번 하고 연구일지를 소중히 안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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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묻지 못하고 있는 질문

[왕립 식물원 / 노을]

-클로에는 심호흡을 하고, 가슴을 누른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클로에 : 현자님... 현자님한테는 전에 말했었지. 라스티카가 찾고 있는 신부에 대해서.


아키라 : ...아...


-생각에 잠긴 클로에의 시선에, 나는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클로에나 라스티카와 함께 보낸, 친애를 쌓아갈 무렵의...
클로에가 털어놓아 준 것은 라스티카의 신부에 관한 비밀.
샤일록을 돌아보고 클로에는 바로 전했다.


클로에 : 샤일록. 라스티카에게는 말하지 말아 줘.
라스티카와 여행을 하던 도중, 어느 마을에서 아까 마법사... 켈빈을 만났어.
그때, 켈빈에게서 라스티카의 신부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들었어.

샤일록 : 라스티카의 신부에 대해...

클로에 : ...응...


-어느샌가 하늘이 붉어지고 있었다.
무수한 녹색잎과 색색깔의 꽃을 석양의 햇살이 포근하게 감싼다.


클로에 : 라스티카의 여행 목적은 헤어지게 된 신부를 찾는 것. 나와 만났을 때부터 그랬어.
하지만... 이상하게 생각한 일이 많이 있었어.
어째서 최선을 다해 찾고 있는 신부 분의 이름도 얼굴도 기억을 못 하는 걸까?
어째서 신부라고 착각한 상대를 안아주는 게 아니라...
새로 바꿔서, 새장에 넣어버리는 걸까?
하지만 물어볼 수 없었어... 이상한 소리를 물어봤다가 라스티카를 상처 입게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으응... ...그건 거짓말이야... 그것만이 아니야...


-클로에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애절하게 눈썹을 아래로 내리며 힘 없이 웃는다.
그 미소는 눈물보다도 슬펐다.


클로에 : 내 행복을 끝내고 싶지 않았던 거야.
나는 라스티카가 다정한 채로 변하지 않고 있어 준다면, 그게 제일 좋았거든...
신부에 관해서라면 아무래도 좋았어. 라스티카와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면 발견하지 못해도 좋았어.
친구 같은 얼굴을 하고... 라스티카에게 가장 중요한 신부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려고 하지 않았어.
...너무하지, 나...


-약하게 일그러진 클로에의 볼을, 따사롭고 다정한 석양이 장밋빛으로 물들인다.
떨어지려는 눈물을 참고 촉촉해진 제비꽃색 눈동자가 작게 빛을 반사한다.
죄인처럼 참회하고 있는 그는 애처롭고 가슴 아프면서도 아름다웠다.


클로에 : 아까 켈빈, 라스티카는 기억을 못 했지만, 라스티카의 지인인 것 같았어.
처음 만난 것처럼 라스티카에게 인사하고...
라스티카가 없어졌을 때 나를 초대해서 말했어.
아직도 신부를 찾고 있는 거냐고.
그 사람의 신부는 이미 죽었다고.



[코르테스 성/ 노을]

(라스티카의 연주소리)

라스티카 : ...

코르테스 성의 집사 : 어떠신가요?

라스티카 : 응. 이쪽도 문제 없네요.

코르테스 성의 집사 : 아, 다행입니다.

라스티카 : 깊이가 있는 깨끗한 소리예요. 이런 아름다운 석양의 한때와 잘 어울리죠.
잠깐 연주해 봐도 될까요

코르테스 성의 집사 : 예, 물론이죠.

라스티카 : 감사합니다. 그럼, 들어줘, 클로에.
클로에? ...아, 맞다. 왕립식물원에 가있었지.
그럼, 조용한 밤을 맞이하는 이 시간, 누군가의 곁에 평온함의 음악이 닿기를...

/

릴리아나 : ...

질 : 곁에 다가가, 말을 걸진 않으시는 겁니까.

릴리아나 : ...됐어.
이렇게 보고 있는 것만으로...
...
...라스티카 님...
아...

/

무르 : 라스티카!

라스티카 : 무르.

무르 : 저녁 음색이 들렸어ㅡ!

라스티카 : 저녁 음색이라고 생각했어? 나도 그 생각으로 연주하고 있었어.

무르 : 들렸어!

라스티카 : 기쁜걸!
그런데, 왕립 식물원에 갔던 게 아니었어?

무르 : 라스티카를 만나고 싶어서 돌아왔어!

라스티카 : 몰랐어. 무르가 그렇게 나를 생각해주다니...
...! 혹시, 내 신부...

무르 : 《エアニュー・ランブル

(폭죽이 터지는 소리)

라스티카 : 와아, 불꽃놀이네.

무르 : 불꽃놀이 좋아ㅡ!

라스티카 : 아름답네.

무르 : 예쁘다ㅡ!

/

릴리아나 : ...읏, 잘도 방해를...

질 : 릴리아나 님.

릴리아나 : ...질.

질 : 예.

릴리아나 : 전에 말한 그것은, 오즈도...
돌로 만들 수 있는 건가?

질 : 예.
계산 상 가능하다고, 박사께서.

릴리아나 : 그래...
...
그렇다면, 나도 각오하도록 하지.
모든 것을 손에 넣어 보이겠어. 북쪽의 나라도, 중앙의 나라도, 동쪽의 나라도. 현자도, 현자의 마법사도.
이 속죄를 위해.



[하늘/ 저녁노을]

켈빈 : ...읏, 하앗... 하앗...!

그레고리 : 기다려...!

켈빈 : ...읏, 아...! 팬플루트パン・フルート/pan flute가...!

그레고리 : 이런...!
나도 참, 대단하군!! 다리로 잡았다고!

켈빈 : ...읏, ...!

그레고리 : 어이, 이봐! 도망치지 마! 이 팬 플루트, 두고 가는 건가!?
이봐...!
...가버렸네...



[왕립 식물원 / 노을]

샤일록 : ...라스티카가 찾고 있는 신부가 이미 죽었다...


-클로에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끄덕였다.


클로에 : 나, 라스티카에게 말할 수 없었어. 그 사람도 라스티카에게 말하지 못했으니까 나한테 말한 거라고 생각해.
아아, 나... 그 사람을 한 번 쫓아갔어야 했어! 라스티카에 대해 알기 위해서.
나, 라스티카에 대해서, 뭐든 알고 있는 척을 할 뿐인 거고, 아무것도 몰라...
라스티카는 금방 잊어버려. 신부만이 아니라, 나에 대해서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째서, 금방 잊어버리는 지도, 라스티카에게 묻지 못해...


-약하게 어깨를 떨며, 클로에는 손등으로 코끝을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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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제비꽃 색의 결의

[왕립 식물원/ 노을]

클로에 : ...읏, 그게 다정함이라고 생각했어. 같이 있기 위한 배려라고...
라스티카가 하고 싶지 않은 말은, 절대로 묻거나 하지 않아. 착한 아이로 있을 테니까, 곁에 있게 해달라고.
하지만 지금은 다정함인지 모르겠어. 비겁함일지도 몰라. 그렇지만...
계속 라스티카의 옆에 있던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였어.
라스티카가 좋아서, 라스티카를 돕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설령 미움받더라도 내가 움직여야지...
그레고리 보다 먼저 내가 쫓아갔어야 했는데.
...읏, 할 수 없었어... ...사실을 알게 되는 게 무서워서...
겁쟁이에, 나밖에 모르고, 치사한 데다, 즐거운 일이 아니면 마주하는 걸 피하기만 하고...


-목 안에서부터 떨면서, 눈물을 떨구지 않도록 클로에는 눈을 뜨고 있었다.
울어버리는 것조차 치사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이 든 적이 내게도 있다.
그에게 어떤 말을 전해야 좋을지 망설이고 있는 사이, 샤일록이 앞으로 나왔다.
다정하게 클로에를 끌어안는다.
클로에는 봇물 터지듯이 샤일록에게 매달려 오열하며 등을 떨었다.


클로에 : ...읏, 샤일록...

샤일록 : 이 세계에 있는 그 어떠한 것보다 진실은 두려운 법이죠. 무서워하는 것도 당연해요.
억지로 짐을 짊어질 필요는 없어요. 당신은 당신답게 마음의 목소리에 따르면 돼요.
만일 당신 마음의 목소리가 상처받았다고 해도, 두려워도 진실을 붙잡으라고 말하고 있다면...
공포를 즐겨보죠. 운명을 이겨내 보도록 하죠.


-클로에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샤일록이 매력적으로 웃었다.
놀란 듯이 클로에가 눈을 둥글게 뜬다.


샤일록 :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충격이 덮쳐와도, 그걸 시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하게 지켜보세요.
당신을 상처 입히는 진실의 칼날이 어느 정도의 것이었는지 끝까지 지켜보세요.
이건 당신의 이야기니까요. 당신을 흔드는 운명 따위, 당신의 영혼을 장식하는 세공에 불과해요.
당신을 위협하는 운명따위, 당신의 정열에 비교하면, 분명 대단한 게 아닐 거예요.

클로에 : 샤일록...

샤일록 : 서쪽의 마법사 클로에. 부디 영혼이 불타는 쪽을 선택하세요. 영혼이 얼어붙는 선택은 하지 말아 주세요.
당신의 반짝임을 잃지 않기 위해서, 저는 어떠한 도움도 아끼지 않을 테니까요.

클로에 : ...으, 고마워, 샤일록...!

아키라 : 저도... 저도예요, 클로에.
클로에를 비겁하다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제가 클로에의 입장이라면 분명 마찬가지로 고민했을 거예요. 그러니...
제게도 도울 수 있게 해 주세요. 자신을 나쁘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


-붉게 물든 눈두덩이로 클로에가 울며 웃는다.
슬픈 저녁노을을 튕겨내듯이 그는 힘차게 고개를 들었다.


클로에 : 고마워, 현자님, 샤일록... 나, 어떤 운명이든 이겨내 볼게.
라스티카의 운명에서도 라스티카를 지켜 보일게. 내 스승님이자, 내 은인이야.
...절대로 두 번 다시 나를 잊게 두지 않아.



[하늘/ 저녁 노을]

-켈빈의 팬 플루트를 들고 그레고리가 돌아왔다.
우리들은 일단 코르테스 성으로 돌아가, 밤을 기다리고 왕립 식물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 편이 켈빈과도 망령이라 불리고 있는 영혼 조각의 무르와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키라 : (서쪽의 나라 마법 과학 병단 본부에 갈 예정이었는데, 다른 길로 샌 게, 더 중요해졌네...)
(마법 과학 병단 본부에 향한 중앙의 마법사들은 괜찮으려나?)
(노바의 단서를 무사히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마법 과학 병단 본부 / 저녁]

리케 : 여기가 서쪽의 나라 마법 과학 병단 본부...
니콜라스에 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여기 있는 거죠.

오즈 : 그렇다.

리케 : 카인이 여기서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기다리기만 하는 건 지루하네요.
오즈, 알고 있나요? 마법 과학이라는 건, 마나석을 원동력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해요.
무르가 발명한 거라고 들었어요. 샤일록은 그다지 마법과학을 좋아하지 않는대요.
오즈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마법 과학이 좋은 가요, 싫은 가요?

오즈 : ...

리케 : 듣고 있나요?

오즈 : 듣고 있다.

리케 : 맞다, 탑의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것도, 마법과학 기술장치라는 것 같아요. 저는 엘리베이터는 좋아요.
마법과학으로 어떤 것까지 할 수 있을까요? 마법과학으로 소용돌이를 일으킬 수 있을까요?
과학은 발전하는 것이라고 들었어요. 언젠가 마법 과학이 발전하면 오즈보다 강해지거나 할까요?

오즈 : ...

리케 : 대답해 주세요.

오즈 : ... 이 세상에 내 위는 없다.

리케 : 오즈가 일등이라는 건가요? 후후, 그 말, 멋있네요. 따라 해도 되나요?

오즈 : ...그래.

리케 :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이 그래,인 건가요?

오즈 : 전부.

리케 : 대충!

오즈 : 대충 말하는 것이 아니다.

카인 : 미안. 기다렸지.

리케 : 카인!
어떠셨나요? 니콜라스를 알고 있는 분과는 만날 수 있었나요?

카인 : 서쪽의 나라 장군에 대해서는, 지금은 외출 중인 것 같아. 돌아오는 건 밤이나 내일이 될 것 같대.

리케 : 밤이나 내일...

오즈 : 일몰이 되면, 나는...

카인 : 쉿, 오즈. 어디서 누가 듣고 있을지 몰라. 당신의 그건 최중요비밀이야.

오즈 : ...

카인 : 마법 과학 병단 본부에 얼굴을 보이고 알게 된 거긴 하지만, 아마 중앙의 나라를 경계하고 있어.

리케 : 어째서요?

카인 : 이유라면 몇 가지고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거지.

오즈 : 손가락으로 가리키지 마라.

카인 : 세계 최강의 마법사가 중앙의 마법사라는 이름을 짊어지고 중앙의 나라에 따르고 있어.
서쪽의 나라는 당신에게 겁먹은 거야. 당신의 상처... 밤 사이의 일을 알게 된다면 무슨 짓을 해올지 몰라.

오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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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마법 과학 병단 본부에 대해

[마법과학 병단 본부 앞/ 저녁]

리케 : 걱정할 필요 없어요, 오즈. 저희들이 지켜드릴게요.

오즈 : 필요 없다.

리케 : 하? 필요한데요.

오즈 : 나는 누군에게도 보호받지 않는다.

리케 : 그런가요? 하지만, 밤은 그렇잖아요?

오즈 : 그렇다 해도다.

리케 : ...?
즉, 무슨 말인가요? 마땅한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고집부리는 대답인 건가요?

오즈 : ...
너는 피가로를 닮았다.

리케 : 제가요?

오즈 : 무슨 말을 해도, 대답한다는 점이 닮았다. 씨족은 아닌 건가?

리케 : 미틸의 선생님과 닮았다는 건 마음에 드네요. 의술에 조예가 깊은 것도 훌륭하고.

카인 : 슬슬,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까?

리케 : 네.

오즈 : 그래.

카인 : 서쪽의 나라 군본부가, 숙소를 준비해 준다는 것 같아. 나는 거기에서 머물면서 귀가를 기다릴까 해.

오즈 : 마법관에 돌아가면 된다. 내일 다시 데리고 와주지.

카인 : 그러고 싶기도 한데, 아무래도 구실을 만들어서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리케 : 보기 드물게 미간에 주름을 잡고 있네요. 불쾌한 대응을 받은 건가요?

카인 : 뭐 그렇지.

리케 : 무슨 말을 들었나요.

카인 : 괜찮아, 말할 정도는 아니야. 어쨌든, 당신들은 먼저 마법관으로 돌아가줘.

리케 : 저는 카인과 함께 하겠습니다.

카인 : 리케.

리케 : 그런 얼굴의 카인을 혼자 둘 수 없어요. 한 명 상대로 나쁜 짓을 할 수는 있어도, 두 명 상대로는 하기 어렵겠죠.
오즈는 돌아가세요. 방해가 될 뿐이에요.

오즈 : 내가 지킨다고 말하지 않았나?

리케 :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오즈 : ...
나도 남는다.

리케 : 마음대로 하세요.

카인 : 어이 어이...

리케 : 괜찮아요.

오즈 : 괜찮다.

카인 : 정말일까, 부탁할게...
...아서를 데리고 오지 않길 잘했어.
서쪽의 나라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동쪽의 마법사들은, 길드 흔적에 도착했을까...



[풍요의 거리/저녁]

실페스 : ...샤일록... 중앙의 마법사들만이고, 그는 이 마을에 오지 않으려나...
샤일록이 오면 상담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서쪽의 마법사 : ...읏, 실페스...! 큰일이야!
또 한 명 사라졌어...!
풍요의 거리 뒷골목에서, 미약惚れ薬의 특효약秘薬을 팔고 있던 도로테아Dorothea가 가게도 그대로 둔 채 행방불명에...

실페스 : ...또...!? 이걸로 몇 명 째인거야...!?
이 마을의 마법사들이 차례차례 행방불명이 되어가고 있어...
그저 단순 실종? 유괴? 그게 아니라면...
살해당해서, 돌이 된 건가... ...우리는 시체도 남지 않으니까...
... 그렇다 해도, 대체 누가...



[비의 거리/ 비]

히스클리프 :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선생님과 네로, 아직이려나.
와... 이 가게에 장식되어 있는 거 엄청 정교한 오토마타다.
어느 공방 어느 장인이 만들 걸까...

??? : ...

히스클리프 : 아, 죄송합니다.

??? : 아뇨.

히스클리프 : (부딪힐 것 같아서, 처음 보는 사람한테 말 걸어 버렸네...)
(비의 거리는 법률이 많으니까. 여기는 사적인 대화私語금지인 공공 지역일지도. 공무원에게 알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 : ...

히스클리프 : (그건 그렇고, 엄청 화려한 사람이네. 서쪽에서 온 여행자려나...?)

??? : 꽤 정교한 오토마타다.

히스클리프 : 아...
그, 그렇네요.
(... 대답해 버렸어...)

??? : 기계를 좋아하니.

히스클리프 : 아... 네... 정교한 세공이나 장치를 보는 걸 좋아해서, 시계나 오토타마를 좋아해요.

??? : 그래.

히스클리프 : ...당신은 장인이신가요?

??? : 왜지.

히스클리프 : 왠지 모르게...
(일반인은 아닌 것 같은데... 겉모습이 화려해서라는, 편견이려나...)

??? : 그렇네... 조만간, 내 작품을 네게 보여줄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

히스클리프 : 아... 이 주변에 전시하신다는 걸까요?

??? : 그런 셈이지. 기대하고 기다리도록.

시노 : ㅡ히스!

히스클리프 : 아... 죄송합니다, 친구가 불러서.

??? : 그래.

히스클리프 : 실례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 히스.

히스클리프 : 네?

??? : 그렇게 불렀지.

/

파우스트 : ...

(걸어오는 소리)

시노 : 파우스트, 네로.

네로 : 기다리게 해서 미안. 혹시 몰라서, 이것저것 사 왔어.

시노 : 먹을 거야?

네로 : 수호 부적이나 주구呪具같은 거야.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조심해야지.

파우스트 : 히스는 어디 갔던 거지?

히스클리프 : 아... 여행자분이 말을 거셔서요.

네로 : 여행자?

히스클리프 : 아마도... 비의 거리 사람 같지는 않았어.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시노 : 뭐, 여행지에서 히스를 만났다면 말을 걸고 싶어지는 마음도 이해는 가지.

파우스트 : ...? 여행자? 마법사인가?
아니면 현자가...

히스클리프 : 마법사였으려나? 눈치채지 못했어요.

파우스트 : 읽기 힘든 기척이야. 정체를 숨기고, 여행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

시노 : 어제까지 당신과 마찬가지로 방에 틀어박혀 있었던걸지도 모르지. 파우스트.

히스클리프 : 그건 아니지 않을까.

시노 : 어째서?

히스클리프 : 어... 꽤, 화려했어.

파우스트, 시노, 네로 : ...

시노 : 서쪽의 마법산가.

파우스트 : 서쪽의 마법사일지도 모르겠네.

네로 : 서쪽 녀석들이겠지.

파우스트 : ...그럼. 전원 모였으니까, 마법사 길드로 향하지.
지금은 여관이 되어있을 거야. 단서 같은 게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시노.

시노 : 뭐야.

파우스트 : 내 지시를 따라. 먼저 나서면, 마법으로 재워서 등에 메고 다닐 거니까.

시노 : 알고 있어. 하지만, 네가 너무 겁먹었을 때는 내 판단으로 움직여. 그걸로 됐지.

파우스트 : 될 리 없잖아. 네 판단으로 행동하지 마.

시노 : 하지만...

파우스트 : 때가 되면 반드시, 공적을 세울 기회를 줄게.
착한 아이로 있어.

시노 : ...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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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파우스트의 책

[비의 거리 / 비]

-X월X일. 동쪽의 나라 비의 거리. 흐리고 때때로 비. 전원 이상 없음.
달을 소환한 마법사 노바의 단서를 찾기 위해, 마법사 길드 흔적을 조사.
같은 날, 중앙과 서쪽의 마법사는 서쪽의 나라 풍요의 거리로.
남쪽의 마법사는 중앙의 나라 수도로 출발. 북쪽의 마법사의 목적지는 불명.
현자는 중앙과 서쪽의 마법사와 동행. 오즈가 같이 있다면 문제없겠지.



[과거/ 마법관 탑 앞]

-여행 전에 레녹스와 만난다.
나도 모르게 입에 올렸다. 피가로를 부탁할게.
그런 전언을 맡기면, 영리한 레녹스의 일이다.
피가로의 용태容態를 알아채고 만다.


파우스트 : 갔다 올게.

레녹스 : 조심하세요.

파우스트 : 너도.

레녹스 : 저는 괜찮습니다. 오늘은 중앙의 나라에 갈 뿐이니까요.


-레녹스의 따뜻하고 성실한 시선을 보고 있으면, 과거처럼 부탁하고 싶어진다.
그에게 무언가를 숨겨본 적은 없었다. 숨길 수 없었으니까 그를 두고 떠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명 얘기 같은 건 본인 이외의 사람이 할 이야기가 아니다.
피가로도 나 외에는 말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가 뭘 생각하고 있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비의 거리/ 비]

-그만 그런 것이 아니다.
애초에 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친우라고 믿었던 남자에게, 화형 당했겠나.



[과거/ 하늘/ 밤]

-내가 어렸을 적, 조부께서 죽었다. 과묵하고 경건한 그가, 죽는 순간 이렇게 고했다.
파우스트. 너는 불행하다.
불행한 순간, 사람은 사람을 저주하는 법.
하지만, 너는 불행의 저 끝에 있다고 해도 행복한 사람을 축복해라.
강하게, 상냥하게, 아름다운 마음을 가져라.
그게 마법사로 태어나, 아버지에게까지 버려진 네 목숨에 가치를 만들 것이다.
추위에 떨며 잠드는 밤에도, 난로에 모여 앉은 사람들의 행복을, 축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조부가 죽어도, 그 가르침을 잊은 적은 없었다.
나는 자신을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부친은 집을 나갔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다.
마법사라는 걸 들키지만 않는다면, 그들의 생활을 지지하면서 삶에 보람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
친구에도 인복이 있었다.
훌륭한 스승과도 만났다.
나는 행복했다.



[다리 / 눈]

-피가로. 알렉. 자애를 베풀며慈しみあい, 신뢰를 품고 보내온 시간도 있었지만...
피가로에게는 버려지고, 알렉에게는 의심받아 배신당했다.
모든 것이 붕괴했다. 아마도 원인은 나에게 있는 거겠지.
곁에 두고 싶지 않은, 신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하늘/ 노을]

-그래도, 나는, 내 나름 신념을 품고 성실함을 관철하며 전력으로 마주해 왔다고 생각한다.
다른 식으로는 살 수 없다.
조부의 말씀대로 그들의 행복을 바라고자 했다.
나는 자업자득으로, 불행의 끝자락에 있다. 그래도, 어딘가에서, 그들이 행복하길.
그렇게 바라려고...
심하게 화가 났다.
웃기지 마.
해 먹을 수 있겠냐.
이제 알 바야?
세계가 나를 거부했듯, 나도 이 세계를 거부하겠어.


[중앙의 나라 그랑벨 성]

-국가는 똥クソ.


[파우스트 성당 / 내부]

-신앙도 똥.


[중앙의 나라 / 시장]

-민중도 똥.


[하늘 / 맑음]

-파란 하늘도 똥이다.


[비의 거리 / 비]

파우스트 : ...
(후우... 파란 하늘에는 죄가 없지. 괜한 화풀이였어...)


-하지만, 이 똥 같은 세계에서, 현자는 나를 믿는다고 말해줬다.
그 마음을 배신하고 싶지 않다.


[길드 호텔/ 앞]

파우스트 : 여기군...

네로 : 그래. 일단은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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