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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상의 BGM,Live2D연출, 표정 변화와 함께 즐기시길 바랍니다. 특히 본 장은 새로운 장소가 많이 나오니 게임화면을 보시길 권합니다.
*먼저 읽으면 좋은 스토리 :2부 제12장. 풍요의 거리로 9-10화. 긍지 높은 사냥꾼의 발라드, 신성한 보검의 에튀드, 1부 19장.재앙(厄災)이 준 기묘한 상처 11화, 맺어진 인연은 마법처럼 (後) 26화
TL, checking - hz
제16장 길드의 흔적 탐색 | ▼PAGE END | ||||||||
1화 | 2화 | 3화 | 4화 | 5화 | 6화 | 7화 | 8화 | 9화 | 10화 |
제16장 길드의 흔적 탐색 | TL edit date : 2304071936 | ||
1화 각자의 역할 | 2화 비의 장막 너머로 | 3화 쌓여가는 갈등 | 4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
5화 그와 닮은 기척 | 6화 벽을 부수기 위해 | 7화 서쪽 나라의 밤 | 8화 니콜라스의 바람 |
9화 이 바람이 이루어질 때까지 | 10화 본 적 없는, 무언가가 | 전체 등장 캐릭터 : 동쪽의 마법사, 중앙의 마법사, 남쪽의 마법사, 오웬 |
제1화 각자의 역할
[동쪽의 나라 길드 호텔 앞 / 비]
-동쪽의 마법사인 내가 말할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동쪽의 마법사는 첩보활동에 적합하다.
주의 깊고, 신중하고, 경계심이 강하다. 적절한 공포심을 품고 지나치게 겁먹는 일도 지나치게 무모해지는 일도 없다.
평소 같으면 큰소리 칠 시노도, 공명심功名心이 강한 야심가지만, 결코 무모한 짓을 하지는 않는다.
강한 적을 앞에 두고는, 누구보다도 경계하고 신중한 전술로 바뀐다. 시험은 싫어하는 아이지만 머릿속에서는 언제나 승산을 계산하고 있다.
혹독한 환경에서 자란 탓이겠지. 시노는 버림받은 아이로 빈민시설救貧院을 뛰쳐나와 히스와 만날 때까지 혼자서 살아왔다.
살아남기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수하고 어떤 승산을 얻을지 계산하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
대낫을 휘두르면서, 눈이 뒤집어질 정도로 계산하고 있는 거다. 머리 좋은 아이라고 생각한다.
첩보활동은 적의 내막懐에 잡입해 움직임을 살피는 거다. 필요한 정보를 손에 넣으면 싸우기 전에 승산을 얻을 수 있다.
시노는 성질적으로는 조심스럽지만, 히스클리프와 자신의 야심을 위해 희생을 치르기 쉽다.
첩보활동의 소중함을 알면 부상을 입을 확률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파우스트 : 시노. 마법관에서 얘기한 대로, 너는 나랑 같이야.
시노 : 알겠어.
네로 : 히스는 나랑이야.
히스클리프 : 응. 잘 부탁해, 네로.
-네로와 히스에게 눈짓을 보내고, 우리들은 헤어졌다.
오늘의 행동은 미리 협의가 끝나있었다. 우선, 네로와 히스클리프가 길드 흔적인 여관을 시찰한다.
아까 전, 네로와 함께 앞을 확인해 본 결과, 『호텔 임브리움インブリウム/Imbrium/비의 바다』이라는 간판이 있었다.
네로가 비의 거리에서 가게를 차렸을 무렵부터, 경영하고 있었다는 것 같다. 객실도 많고, 번창했다고 한다.
나와 시노는 호텔을 지켜볼 수 있는 장소에서 유사시를 위해 대기한다.
엄격한 법전에 의해 지켜지고 있는 비의 거리는, 치안이 좋고 한적한 곳인 만큼 이단자는 눈에 띈다.
개인적인 말私語이 용서되는 가게도, 개인적인 말이 금지되는 가게도, 독서가 허락되는 가게도, 적는 것이 금지된 가게도, 미리 정해져 있다.
우리들은 호텔이 보이는 간단한 식사가게軽食屋의 테라스 석에 앉아, 침묵을 지켰다. 이대로 몇 시간이고 침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음료가 나온 뒤, 시노가 입을 열었다.
시노 : 왜, 히스를 보냈지.
-나는 시선으로 시노를 경고했다. 시노는 그가 자주 보이는 반항적이고 귀찮은듯하며 건방진 표정을 지었다.
시노 : 다른 녀석도, 가끔 작은 소리로 떠들고 있어. 빗소리로 들리지는 않아.
-지금까지 한 번도 말한 적 없지만, 나는 시노의 건방진 표정이 좋았다.
젊은이가, 젊은이다운 반발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건 좋은 시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입가가 부드러워질 뻔 해서 일부러 떫은 표정을 만들어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파우스트 : 입을 다물어. 비의 거리에서는 규칙을 지켜.
시노 : 네로랑 나를 정찰에 보내고, 히스는 대기시켰어야 했어.
당신이 경험이 풍부하고 나름대로 강하다는 건 인정해 주지.
파우스트 : 그거 고맙네.
시노 : 하지만, 당신은 자주 사람 선택을 잘못해.
-몸을 내미는 시노에게, 나는 눈썹을 치켜들었다. 책표지를 천천히 들이대서 시노의 얼굴을 민다.
파우스트 : 말걸지 마. 독서를 계속하고 싶어. 이 가게는 개인적인 말이 금지야. 허가된 건 독서다.
시노 : ...
-시노는 불만스럽다는 듯이 입을 다물고 책에 눈을 떨어트렸다.
독서하는 척을 하면서, 시선을 올려 호텔을 관찰한다.
어떤 인물이 출입하고 있는지. 마법의 기척은 없는지.
옆에 있으니, 시노의 초조함이 전해져 온다. 시노는 히스클리프가 걱정이었던 거다.
그리고 시노는 종자로서 히스를 위해 공적을 세우고 그에게 칭찬받고 싶다.
그렇기에, 히스만이 공적을 세우고 자신이 빈손이었을 때를 상상하면 진정되지 않는 거겠지.
시노는 히스를 위해 자신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히스가 업적을 세웠을 때, 자신이 아무런 공헌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존재 의의가 흔들리고 만다.
그런 위험함이 있었다.
파우스트 : (...하지만, 이렇게 알기 쉬워서야...)
-시노가 전신으로부터 발산하고 있는 초조함이나 불만이나 야심이나 걱정을 느낄 때마다, 나는 내 젊었을 적을 떠올린다.
스승이었던 피가로나, 심복의 부하로서 따라준 레녹스 앞에서 자신이 어땠는지.
사인私人으로서의 자신을 죽이고 감정을 억누를 셈이었지만, 아마도 흘러나오고 있었겠지.
특히 피가로에게는 한 번, 부드럽게 충고받은諌められる 적이 있다.
그의 수행은 죽기 일보 직전일 정도로, 혹독한 것이었지만, 그 자신에게 심하게 질책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그는 온화하고, 상냥했다. 무심코 숨을 삼킬 정도의 잔혹한 가르침도, 담담하고 조용하게 말했다.
그런 그에게, 질책받은 적이 있다. 수업을 끝내고, 알렉 네와 합류한 뒤였다.
[과거 / 다리/ 눈]
피가로 : 파우스트. 조급해하면 안 돼.
군인들의 장長이 알렉이라면, 마법사의 장은 너야. 너를 잃으면 마법사들은 동요해.
파우스트 : 피가로 님께서 계셔주십니다. 당신의 인도가 있다면, 모두 제 돌을 넘어갈 수 있겠지요.
피가로 : 파우스트. 사람을 너무 믿어서는 안 돼. 나를 포함해서 말이지.
파우스트 : ...
피가로 : 알렉을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해. 너는 알렉의 방패가 되어, 그彼보다 앞에서 죽고 싶잖아.
지켜야 할 것을 잃고, 죽다 살아난 마법사 따위 되고 싶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네게는 임무가 있어. 알렉을 걱정한 나머지, 초조에 사로잡혀 조급해져서는 안 돼.
파우스트 : 초조해져 조급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혁명군의 중요한 인물은 알렉으로 알렉은 인간입니다.
인간인 그를, 마법사인 제가 지키려고 하는 건 이상한가요?
피가로 : 너희만으로 완결 맺을 관계라면, 이상할 건 아무것도 없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너희들은 많은 운명을 끌어들였어.
파우스트 : 알고 있습니다.
피가로 : 아니, 모르고 있어.
-피가로의 강한 어조는 처음 들었다.
피가로 : 너는 모르고 있어.
-나는 놀라서, 당황했고 부끄러웠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자 아냐,라며 그도 고개를 저었다.
그 광경을 최근, 반복해서 떠올린다.
피가로는 평소 초연한 상태였다.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보여준 적은 있어도, 탄식하거나 분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때의 그에게는 수면에 떠오르는 달그림자처럼 덧없는 슬픔과 미움의 광채가 있었다.
[비의 거리 길드 흔적/ 비]
파우스트 : (분명, 지금의 시노처럼 나에게서 보이고 있었겠지... 어리숙한 초조함이나, 좁은 시야가.)
-어쩌다 보니 맡게 된 선생님 역할이었다. 하지만, 시노나 히스, 네로도, 학생들은 솔직히 귀엽다.
그들의 성장은 나의 기쁨이기도 했다. 부디 마법사로서 성장해 행복한 인생을 붙잡길 바랐다.
피가로도 나를 마찬가지로 생각했을까?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나였다면 학생을 두고 가거나 하지 않을 거라고도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자신이 두고 간 레녹스를 떠올린다.
그는 나를 찾아 400년이나 되는 시간을 소비했다.
그건 나의 죄였다.
상처받아, 절망하고, 혼란해 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그 정도로 나에게 힘써준 그에게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았다.
레녹스의 충고를 받아들여 알렉과 관계를 끊고 감옥에서 도망치거나 하지 않고, 그저...
알렉을 믿었다. 화형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면 알렉도 나를 믿어줄 거라고.
어린아이 같았다, 새빨간 거짓투성이인 꿈이었다. 그리고, 꿈은 부서졌다.
나는 알렉에게 죽을 뻔하고, 목숨의 은인인 레녹스를 두고 떠나 세간에서 모습을 감췄다.
나와 함께 있어서는 그의 미래가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충성심을 알면서 어떻게 그런 무책임한 짓을 한 걸까.
적어도 여기서 끝이다, 작별인사를 고했다면, 그의 시간을 그 정도로 빼앗지 않고 끝냈을 거다.
피가로가 내게 등을 돌린 것처럼 나는 레녹스에게 등을 돌렸다.
이제와서 어째서 그에게 의지하는 걸까.
시노 : 어이.
-갑자기, 시노가 불렀다.
길드 호텔에 이변은 없다. 조용히 하라고, 말없이 검지로 입을 가리켰다.
시노 : 네 얼굴이 시끄러워. 계속 변하고 있잖아七変化.
-나는 모자를 깊이 눌러썼다. 시노의 지적에 짐작 가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노 : ...무슨 일 있던 거야?
-시노가 작은 목소리로, 걱정스럽다는 듯이 물어본다. 이런 점에서 보면, 시노는 마음이 착하다. 나는 가볍게 숨을 뱉었다.
무슨 일 있던 건 네 쪽이겠지. 피가로의 마법이 느껴져.
라는 말을 삼켰다.
시노는 치료해줬다고 말했지만, 아마도 마음이나 기억에 관한 마법을 걸었겠지.
내가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거다. 무의미하게 이런 마법을 걸 사람은 아니다. 알고 있기에 복잡한 거다.
소중한 학생에게 멋대로 무언가 당했다. 원인을 곧장이라도 해명하고 싶다는 경계심이나 의심이나 불안도 있다면...
내가 놓친 무언가를 뒤에서 붙잡아 준 건 아닐까 하는, 반성이나 감사나 미안함도 있다.
피가로가 시노에게 묘한 짓을 했을 리가 없다. 그 점에서 그를 믿고 있다.
400년이나 지나고 아직까지 믿는다,라는 선택지만 고르는 나를 바보 같다고도 생각하지만.
제2화 비의 장막 너머로
[비의 거리 길드 호텔 앞 / 비]
시노 : 표정을 이리저리 바꾸는 거百面相 그만 해.
파우스트 : 알고 있어. 보지 마.
-빗소리가 강해졌다. 쏴아 굉음에 둘러싸여, 테라스 석의 손님들은 처마 밑으로 이동한다.
나와 시노도 옆으로 나란히 앉았다. 돌아갈 시간을 상담하고 있는 건지, 귓속말을 하는 손님도 늘었다.
시노가 내 팔을 잡아당긴다. 시선을 향하지 않은 채로, 목을 끄덕이자, 예상대로, 그도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시노 : 전투방식 중에 전전殿戦이라는 건 뭐야.
*철수할 때 주군과 동료를 먼저 도망치게 하면서, 자신은 부대의 가장 마지막에 위치해, 쫓아오는 추격대와 싸우면서 도망치는 전투방식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그의 손을 보자, 마법을 사용한 전술 사서史書를 읽고 있다.
그에게는 아직 너무 이른 책이다. 기초지식이 없는 채로 전술을 배운다 해도 오용해 버릴 가능성이 있다.
파우스트 : 전전이라는 건 퇴각撤退전을 말해. 하지만, 네가 전술을 배우기에는 아직 이른...
시노 : 퇴각은 도망치는 거잖아? 근데, 이 책에 써져 있는 지휘관은 극찬을 받고 있어. 어째서야?
-승리나 공적을 중요시하는 시노다운 질문이었다.
그의 그런 점은 바로잡고 싶다. 그런 교육심을 자극받아 빗소리와 사람들의 눈을 신경 쓰면서 시노에게 속삭인다.
파우스트 : 대승리나 정면돌파만이 장군의 공적은 아니니까.
시노 : 어째서.
파우스트 : 퇴각전은 많은 희생을 유발해. 아군의 희생을 극한까지 억누르면서 퇴각하는 건 때때로 승리보다 어려워.
시노 : 승리하는 것 보다?
파우스트 : 그래. 싸움에 져서 달아날敗走 때 아군의 사기는 낮아, 지휘계통은 흐트러지기 쉽지.
반대로, 적은 들떠있어. 착실하게 냉정히 대응하지 않으면 자군이 전멸해.
시노 : 과연. 마지막을 지키는 부대의 활약으로 대군의 운명이 바뀐다는 건가.
그래서, 이녀석은 명장이라고 불리는 거네.
파우스트 : 누군데?
-나도 알고 있는 역사 상의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시노가 책을 들이밀었다.
시노 : 파우스트 라비니아. 중앙의 나라 선조 알렉 그랑벨의 맹우로 건국의 영웅이야.
격전을 벌였던 전쟁에서, 마법사 부대가 혁명군을 전멸로부터 구하고 그 무공은 중앙의 나라 전체에 알려졌지.
파우스트 : ....
-회색빛의 비가 내리는 경치 속에서, 시노는 불만과 불신의 빛을 숨기지 않았다.
시노 : 당신과 같은 이름이야.
파우스트 : ...시노. 그 책은...
시노 : 당신도 숨기는 게 있겠지. 그건 딱히 상관없어. 어차피 지금뿐인 사이니까.
-빛바랜 거리가, 한층 더 어두워진다. 지금뿐인 사이라는 말이, 어딘가 쓸쓸하게 들렸다.
시노 : 하지만, 정체불명인 남자의 명령을 언제까지고 들어줄 의리는 없어.
다음은 히스를 앞에 보내지 마. 나는 따르지 않을 거야.
-시노의 불복은 타당했다. 신상을 밝히지도 않은 남자에게 목숨을 맡길 수는 없다.
하지만 여유가 없는 시노의 태도에 나는 드디어 확신이 들었다.
파우스트 : (...시노는 무언가 숨기고 있어. 아마도 히스에 관해서.)
-이전부터, 어쩌면, 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시노는 주군인 히스의 안전을 항상 최우선으로 신경 쓰고 있다.
그 시노가, 지금까지 불명인 히스의 <위대한 재앙>의 상처에 대해서는 언급할 기회가 적었다.
평소 시노로부터 생각해보면, 히스의 <위대한 재앙>의 상처는 뭔지, 궁금해서 난리였을 것이다.
파우스트 : (어쩌면 시노는 히스의 <위대한 재앙>의 상처를 알고 있는 게 아닐까?)
-비가 더욱 격해져, 지면에서 튀어 오른다. 시노는 험상궂은 시선 그대로였다.
동쪽의 마법사는 친해지는 걸 싫어한다. 시노도, 네로도, 과거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부모님과의 다정한 추억이 많은 히스만이 가끔 옛날이야기를 해준다.
우리들은 분명 비의 장막 너머로 경치를 바라보듯 사람과 어울리고 싶은 거다.
회색빛의 구름이 가득 낀 상태여도 상관없다. 어렴풋이 윤곽을 알고 필요한 목소리만 평범하게 전하면 된다.
그 거리가, 마음 편했다.
하지만 목숨을 건 싸움에 임한다면 보다 강한 신뢰관계가 필요하겠지.
마음 편한 관계가 부서진다고 해도.
파우스트 : ...언제나, 그런 책을 읽고 있는 건가.
시노 : 히스한테 빌렸어. 블랑셰는 무가武門の家야. 동쪽의 나라 방위의 요체이기도 하지.
역사상의 유명한 전쟁이나 전술은 나보다도 히스가 더 잘 알아.
그 녀석은 소극적이지만 절대 둔하지 않다고. 선생.
-평소 선생이라고 부르지 않는 시노가 나를 선생이라 부른다. 이건 나여도 알 수 있다.
존경이 아닌 비아냥 또는 빈정거림이다.
시노는 입술을 일그러뜨리고 코로 웃었다.
시노 : 흥...
영웅의 자리를 간단히 버릴 수 있는 녀석은, 영웅이 되고자 하는 녀석의 마음 따위 이해할 수 없겠지.
-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연다. 순간, 시노가 고개를 들었다.
길드 호텔에 들어가는 사람 그림자에 눈을 고정한다.
시노가 바라보는 사람그림자는 여성이었다. 나도 본 적 있는 사람이다.
시노 : 타냐야.
-이전, 동쪽의 나라 임무에서 만난, 쥬라의 숲 사냥꾼 타냐였다.
비가 약해졌다. 공기가 미지근해지고 하늘이 맑아진다.
사냥꾼을 생업으로 하고 있는 인물이 생활 터전인 숲에서 멀리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시노는 일어나자마자 말했다.
시노 : 말 걸고 올게. 여기서 기다려.
파우스트 : 그래.
-나는 끄덕였다. 무슨 일이 있으면 달려 나갈 생각이었지만, 시노는 재빨리 그녀를 붙잡았다.
대화를 마치고 돌아온다.
파우스트 : 어땠어?
시노 : 쥬라의 숲에서 알던 상인商隊長에게 의뢰를 받고, 이 마을에 왔다는 것 같아. 책임감 때문에 받아들였다고.
파우스트 : 책임감?
시노 : 눈 앞에서 상인의 딸이 사라졌다는 듯해.
-불온한 사건에 나는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시노 : 처음 계기는 기묘한 소문이었다는 것 같아. 쥬라의 숲에 발을 들인 여행자가 정신 차려보니 비의 거리 호텔에 있었다고.
파우스트 : 쥬라의 숲에 있을 터인 여행자가 비의 거리 호텔에? 이 호텔 말하는 건가?
시노 : 그래. 낡은 삼각 지붕의 호텔. 저기를 말하는 거야.
-나는 한번 더, 여관으로 시야를 향했다.
시노 : 타냐도 처음에는, 이야기 좋아하는 여행자가 만든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는 것 같아.
하지만 며칠 전, 쥬라의 숲에 흘러들어온 상인이 타냐에게 도움을 청했대.
상인의 딸이 무언가에 발을 붙잡혀서는 끌려가버렸다고.
[과거 / 쥬라의 숲]
시노 : 타냐가 달려오자, 소녀가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다고 해.
뭐가 소녀를 끌어당기고 있었는지는 날아다니는 가랑잎이나 흙먼지로 보이지 않았대.
하지만, 갑자기 원시림林 속에 작은 방 같은 것이 보였대.
[동쪽의 나라/ 비의 거리/ 비]
시노 : 그 순간, 소녀는 사라졌대. 환상처럼, 방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 같아.
-눈썹을 찌푸리며, 나는 이야기를 들었다. 깊은 원시림 속 쥬라의 숲. 그 어두운 경치에 떠오른 작은 방...
파우스트 : (공간마법인가? 미스라의 공간을 연결하는 문 같은...)
시노 : 타냐는 전의 그 소문을 떠올리고 상인에게 말했다는 것 같아. 그랬더니 탐색 의뢰를 받았다는 것 같고.
파우스트 : 그래서 일부러 비의 거리까지... 인간인 그녀가 여기까지 여행하는 건 힘들었겠지.
시노 : 별 일 아니야. 터프하고 다리가 튼튼한 여자니까.
뭐, 의뢰비를 받았다고는 해도, 사람이 좋은 것 같지만.
파우스트 : 그런가. 그 외에는?
시노 : 묻지 않았어. 그녀석도 서둘렀으니까.
-나는 끄덕이고,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공간 마법은 고도였다. 이야기가 진짜라면, 이 호텔 주변에 상당한 마력의 소유자가 출입하고 있다.
지금은 오즈나 미스라 같은 경이로운 마력의 기척이나 위압감을 가까이 한 정령들의 술렁임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희미하게 기묘한 감각이 있다. 비 때문인지 내가 긴장한 탓인지 판별이 서지 않을 정도의 희미한...
호텔을 응시한다. 네로와 히스의 기척을 찾는다. 그들의 기척은 끊기지 않았다.
파우스트 : 그녀는 호텔로?
시노 : 그래. 히스랑 네로랑도 만날 지 모르지.
점주 : 손님...
-점주가 불러, 우리들은 뒤돌아봤다.
점주는 굉장히 불편하다는 듯이 천천히 입가에 검지를 댔다.
물론, 알고 있다. 라는 말 대신에 나와 시노도 입가에 검지를 갖다 대고 끄덕였다.
알면 됐다,라는 느낌으로 점주가 죄송하다는 듯이 눈을 돌린다.
우리들은 동시에 읽지 않은 책을 펼쳤다.
[길드 호텔/ 내부]
히스클리프 : ...
네로 : ...
히스클리프 : 호텔 사람에게 부탁해서 일단 한번 안을 보여달라고는 했지만, 길드 흔적은 거의 없네...
네로 : 그렇네... 길드라고 해도 옛날 얘기고.
만약 무언가 남아있다고 해도 이 건물을 증축改築하거나 수리改修했을 때 처분해 버렸겠지.
히스클리프 : 마법사 길드의 책... 『공영의 룰북』이라...
그 책의 작자가 노바라는 마법사인 노인일지도 모른다는 거지.
네로 : 노인? 뭐, 노인이겠지. 그렇게 말하면 나도 젊다고는 못하겠지만...
히스클리프 : 고풍스러운 의상을 입은 흰머리의 신사라고 하지 않았어?
네로 : 맞아. 하지만 겉보기에는 젊었어.
히스클리프 : ...강했어?
네로 : 강했지... 미스라랑 브래들리랑 오웬, 북쪽의 마법사가, 세 명 덤벼도 처리하지 못했으니까.
히스클리프 : 그렇겠지... 시노는 자기 손으로 노바를 쓰러트리고 싶어 했지만...
네로 :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노바를 직접 상대할 수 있는 건, 오즈나 북쪽 녀석들에게 맡겨둬.
노바는 봐주지 않아. 섯부르게 나섰다가는 시노가 돌이 될 거야.
히스클리프 : ...
제3화 쌓여가는 갈등
[길드 호텔/ 내부]
네로 : 걱정하지 마. 피비린내 나는 무대는 다른 사람한테 양보해. 우리들은 단서를 모으면 돼.
히스클리프 : 그렇네... 오즈 님께는 죄송하지만, 이번만큼은 맡기기로 하자.
네로 : 그래.
히스클리프 : 네로...
네로 : 뭐야?
히스클리프 : 시노한테서, 뭔가... 예를 들어서, 내 얘기, 들었어?
네로 : 매일 듣고 있어. 그 녀석은 내 밥 얘기나, 네おまえさん 이야기 밖에 안 해.
히스클리프 : 아... 하하... 그렇지.
네로 : ...
무슨 일 있었어? 캐물을 생각은 없지만, 내가 알고 있는 걸로 괜찮다면 대답해 줄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야. 시노에게도, 파우스트에게도.
히스클리프 : 응...
네로 : 뭐... 그, 뭐야. 얘기하지 않아도 돼. 네 좋을 대로 해.
히스클리프 : 미안해. 신경쓰게 해서...
네로 : 괜찮아, 괜찮아. 너야말로 고생이지.
히스클리프 : ...
네로는 내 <위대한 재앙>의 상처, 뭔지, 알고 있어...?
네로 : ...아니...
히스클리프 : 정말로?
네로 : 정말이야. 혹시, 알았어?
히스클리프 : ...으응. 나는 아무것도 몰라... 하지만...
시노는 알고 있는 것 같아. ...그저 감이지만...
네로 : ...알아채면, 당신あんた한테 말하는 거 아니야? 비밀로 할 의미가 없잖아.
히스클리프 : 만약...
죽고 싶어 질 정도로 부끄러운 내용이면?
네로 : ...
히스클리프 : 내가 알고, 쇼크를 받을 일이라면, 시노는 말하지 않을 것 같아...
네로 : ...부끄러운 내용이라는 건?
히스클리프 : 잘은 모르겠지만... 하지만...
무르가 과거, 서쪽의 나라 최고의 천재였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있지?
네로 : 응, 알고 있어. 상당히 머리가 잘 돌아가는 녀석이었다고.
히스클리프 : 하지만, 영혼이 부서져서... 샤일록이 시간을 들여 말이나 상식을 가르쳐서 고쳤어.
그때까지는 동물과 마찬가지로 옷도 입지 않고... ...말도 하지 못했다고...
네로 : ...
히스클리프 : 오해하지는 않아줬으면 해. 나는 무르를 좋아하고, 친구라고 생각하고, 존경하고 있어.
그저, 놀라긴 하지만 재밌고 박식하고 귀엽다고 흐뭇해질 때도 있어. 하지만...
나는...
나는 견딜 수 없어. 사람 앞에서 헐벗고 울부짖는다면...
...분명 죽고 싶어질 정도로 부끄러울 거야...
네로 : ...
히스클리프 : ...무엇보다, 부모님께 면목이 없어서...
...마법사인 내가 태어나서 선량하고 훌륭하신 두 분은 모두의 웃음거리가 되었어.
...이 이상 두 분께 민폐가 되는 일만큼은...
네로 : ...히스...
네 부모..., 부모라고 해야 할지, 부모님인가, 블랑셰 성주? 주인님?
히스클리프 : 호칭은 아무거나 괜찮아.
네로 : 어, 그럼, 블랑셰 씨로 할게. 그 사람들은, 그거야. 그...
제대로 당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어. 히스를 부끄럽다거나 생각하지 않아.
히스클리프 : 응... ...알고 있어... 내가 떳떳하지 못할 뿐이고...
네로 : ... 뭐, 히스의 입장이면, 고민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만...
...그래... 시노가 히스의 <위대한 재앙>의 상처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지.
히스클리프 : ...
네로 : ... 만약, 그렇다면 어떡할래?
히스클리프 : 어...?
네로 : 당신은 주군으로서, 당신에게 비밀을 만든 부하를 용서할 거야?
히스클리프 : ...
네로 : 비밀을 만든 것이 제아무리 당신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앞으로도 변함없이 믿을 수 있어?
나라면 당신한테 두 번 다시 신용받지 못한다 해도, 모르쇠 하고 비밀을 계속 가져갈 거야.
죽고 싶어지다니, 소중한 주군한테 그런 소리 듣는 것보다 낫지.
히스클리프 : 네로...
네로 : ...
히스클리프 : ...가끔, 생각하는 건데.
네로 : 응.
히스클리프 : 네로는 누군가 소중한 사람이 있었어?
네로 : ...
히스클리프 :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어서.
네로 : 있었어.
하지만, 배신했어.
히스클리프 : ...
네로 : 그러니까 너무 나를 믿지 마. 나는 경박한 남자야. 당신네들의 신용을 받을 가치 없어.
뭐... 오늘 당장, 버리거나 하지는 않을 거지만.
히스클리프 : ....뭔가 사정이 있었지?
네로 : 없어. 있다고 해도, 배신은 배신이야.
히스클리프 : 하지만...
...아...
??? : ...
여어, 히스.
히스클리프 : 아까는 반가웠습니다. 이쪽에 머물고 계셨군요.
네로 : ...읏, 아...
히스클리프 : 네로, 아까 거리에서 만난 사람이야. 이름은 듣지 못했지만.
네로 : 도망쳐, 히스...!
히스클리프 : 응?
네로 : 이 녀석이 노바야!
히스클리프 : ...!?
노바 : 하하... 맞습니다.
내가 노바다.
[길드 호텔 / 외관]
파우스트 : ...!
시노 : ...왜 그래?
-갑자기, 네로와 히스의 기척이 사라졌다.
최악의 예감에,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그 순간, 몹시 냉정해졌다.
동요할 것 같은 순간일수록 감정의 고양이 자연스럽게 억제된다.
꺼림칙하지만 사인私人을 버리고 공인公人으로서 살아온 버릇이다.
파우스트 : (히스는 그렇다쳐도 네로가 저항 없이 돌이 될 거라고 생각되지 않아.)
(만약, 만에 하나의 일이 있다면, 네로의 기척이 사라지기 직전에, 그의 마법 기운이 강해졌을 거야.)
(갑자기 기척이 사라졌다. 그들이 고의로 기척을 죽이고 있거나 공간마법이다.)
시노 : ...히스의 기척이 없어...
-뒤늦게 시노가 눈치챘다.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고 뛰쳐나가려고 한다.
재빨리 목덜미를 잡아, 힘을 써 억지로 돌려놨다.
시노 : ...읏, 콜록...! 놔...!
파우스트 : 진정해. 내가 말하는 걸 들어.
시노 : 누가 따를까보냐! 네 판단 실수로, 히스가... 읏!
파우스트 : 다물어!黙れ
-격한 빗소리 속, 소리쳤다.
말을 잃은 시노가, 망연히 눈을 깜빡인다. 그 속눈썹에서 빗물이 떨어진다.
될 수 있는 한 온화하고 조용한 소리로 시노를 흥분시키지 않도록 전했다.
파우스트 : 당황하지 마. 앞으로 사소한 행동 하나로 그들을 궁지로 몰아세울 가능성이 있어.
적과 조우해 기척을 없애고 해치우려고 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그 경우 우리가 달려나가면 괜한 경계심을 야기시켜. 알겠어?
시노 : ...읏, 하지만...
-시노의 시선은 아직 동요해 정신없이 방황하고 있다.
꾹 한 손으로 그의 턱을 붙잡고 억지로 눈을 맞춘다.
파우스트 : 나를 봐. 지금부터 호텔에 잠입한다. 지시에 따르지 않을 거라면 두고 갈 거야.
시노 : 그...
파우스트 : 너를 데리고 잠입하고 싶어. 너는 히스의 기척을 잘 알고 있어. 용감하고 강한 마법사야.
-시노가 내 눈동자를 바라본다.
초조와 불안을 띄우고 있던 시선이 천천히 안정을 되찾는다.
파우스트 : 시노. 너를 의지하고 있어.
하지만 마음이 흔들려 불안정한 상태면, 네 본래 힘은 발휘할 수 없어. 히스와 네로에게도 위험이 미치겠지.
마음을 진정시켜서 내 요구에 응할 수 있겠어?
-시노는 깊게 숨을 들이쉰다.
그리고는 내 손을 쳐낸다. 뻔뻔스러울 정도로 차분해진 평소의 시노가 거기 있었다.
시노 : 누구한테 말하는 거야.
-나는 웃었다. 계산 끝에 웃은 게 아닌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풀어졌다.
파우스트 : 좋아. 따라와.
-자리에서 일어난다. 시노도 씩씩하게 로브를 뒤집었다. 떨어진 빗물이 노면으로 날아간다.
점주 : 손님...
-미안하다는 듯한 점주에게 끄덕이고, 테이블 위에 대금을 둔다.
귀찮은 손님이 떠난다는 걸 알고, 그는 안도를 보였다.
길드 호텔로 향한다. 나는 로브로 손목을 숨기면서 작은 마법진을 그렸다.
작고 검은 도마뱀이 나타난다. 도마뱀은 재빨리 손목을 기어가 발밑에서 젖은 노면에 나타났다.
스르르 기어 다니는 도마뱀은 사람 그림자가 없는 장소에서 작은 새로 바뀌어 하늘로 날아갔다.
목적지는 마법관이다. 우리들이 전멸한다 해도 정보는 마법관으로 전해지겠지.
시노 : 어떻게 한 거야? 거의 마법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파우스트 : 다음 수업에서 가르쳐주지. 시노, 며칠 전 수업에서 배운 신호를 기억하고 있지.
시노 : 그래. 추가 시험까지 봤으니까.
-마법으로 마음 속에 대화를 거는 건 가능하지만, 마법의 기척을 눈치채게 된다.
마력이 강한 마법사라면 전하려고 한 내용도 알아채 버린다.
그렇기에 약한 마력으로 발신할 수 있는 동료만이 알 수 있는 신호를 사용하는 일이 많았다.
파우스트 : 히스나 네로를 발견해도 곧장 달려가지 마. 노바는 미스라로 변해있었어.
시노 : 알겠어.
-우리들은 호텔로 향했다.
문을 열고 실내로 발을 들인다.
(문 열리는 소리)
[길드 호텔/ 내부]
시노 : ...묘한 기척은 나지 않네. 당신은 어때.
파우스트 : ...나도 느껴지지 않아. 하지만, 방심하지 마.
-호텔의 프런트를 관찰한다. 여관의 주인 같은 사람과 종업원이 나란히 일을 하고 있다.
범죄에 관련된 분위기나 정체를 숨긴 마법사 같은 분위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겸손하고 남을 배려하느라 피곤해보인다. 하지만 최저한의 붙임성愛想이 있는 인물이다. 음모와 관련되어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다시 한번, 건축물을 바라봤다. 전 길드의 본부였던 것도 있어 석조의 오래된 건물이다.
제4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길드 호텔 / 내부]
-짐을 내린 여행객들이, 프런트의 카운터 너머로 건초를 받고 있다.
뒤편에 있던 마구간에서 여행을 함께한 애마에게 사료를 주는 거겠지.
원래라면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호텔 내부를 탐색해야 하지만 눈에 띄는 행동은 피하고 싶었다.
흐린 거울, 새카만 거울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멋대로 프런트 앞을 지나간다.
실제 상황은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다. 너희들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이미지다.
마법이라기보다 그저 주술まじない 정도의 것이었지만 동쪽의 나라 정령들은 영향받는다.
우리들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호텔 안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
-1층부터 순서대로 호텔을 뒤지고 다녔다. 하지만, 히스와 네로의 기척이 없었다.
의도적으로 기척을 숨기고 있는 거라면, 우리들이 호텔에 발을 들인 것에 무언가 액션이 있을 거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홀연히, 사라졌다.
납치당한 건가, 공간의 틈새에 흘러들어 간 건가... 돌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 정도의 마법사가 돌이 되면 무언가의 흔적이 남을 터.
마음속에서는 알고 있어도 점점 시노의 눈동자에 초조함이 비친다.
시노 : ...여관 주인한테 물어보자. 다른 숙박객한테도 물어보러 가자.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어.
파우스트 : 조급해하지 마. 눈에 띄어.
-시노는 격분해 나에게 덤벼들었다.
시노 : 이러고 있는 사이에도, 히스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ㄱ...!
으으윽...!
-고함을 지르고 있는 그의 입을 막는다.
파우스트 : 침착하도록. 만약, 그들이 납치당했다고 치고, 소란이 커지면...
범인들은 흔적을 없애고자 그들을 죽일지도 몰라. 이전에 실제로 그런 사건이 있었어.
시노 : 그럼, 어떻게...
파우스트 : 살해당한 건 내 전 부하였어. 다른 부대가 소란을 키워, 범인들을 자극해 몰살당했지.
범인들은 우리 군과 교섭을 하고 싶었을 뿐이었어. 모두 농민 출신의 젊은이들 뿐이었지.
하지만 복수를 바라는 병사들은 동료를 몰살시킨 앙갚음으로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범인들을 죽였어.
-나는 품속을 더듬어, 작고 둥근 케이스를 꺼내 들었다. 마법의 약초를 배합한 연향練香/향료 가루에 꿀을 섞어 개어 굳힌 향의 일종이었다.
유무를 따지지 않고, 시노의 이마와 목구멍에 바른다.
그의 눈동자는 아까부터 빨갛게 충혈돼 위태롭게 젖어있었다.
히스는 시노의 전부다.
호흡이 얕아져, 시야가 좁아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알렉의 안전을 확인할 때까지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피가로에게 혼났다.
진정해.
시노 : ...읏, 뭐야!?
-언제나 뒤를 따라오던 레녹스에게도 들었다.
파우스트 님. 괜찮습니다.
알렉 님은 분명 무사하십니다.
그분은 이 세계와 시대에 의해 지켜지고 계십니다.
파우스트 : 진정해. 연향이야. 정신이 차분해질 거야.
시노 : 나는 개가 아니야! 냄새 정도로...
파우스트 : 다음은 갓난아기처럼 안아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지. 시노.
괜찮아. 히스클리프는 너를 두고 죽거나 하지 않아.
-시노의 눈동자가 약하게 일그러진다.
그는 물에 빠진 인간처럼 괴롭게 숨을 쉬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시노의 영혼이 히스클리프와 유착되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파우스트 : 네로도 같이 있어.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뱉어. 진정하면 마도구를 꺼내.
시노 : 마도구를?
파우스트 : 그래. 최상층까지 가서 단서가 없다면 공간의 왜곡을 찾는 거야. 보좌를 부탁해.
시노 : 공간의 왜곡... 내가 할 수 있어?
-시노답지 않은 나약한 말이다.
하나 더, 작은 주머니를 꺼내, 내가 봉인해 두었던 끈을 깨물었다. 간이簡易한 수호와 결계의 효과가 있는 돌가루다.
시노의 머리에서 뿌린다. 파랑과 초록의 가루는, 아름다운 나선을 그리며 시노의 몸을 감싸 안았다.
파우스트 : 해주지 않는다면 곤란해. 마도구를.
-시노는 끄덕이고, 눈을 감았다. 주문을 외운다.
시노 : 《マッツァー・スディーパス》
-그 순간, 나는 엄지를 깨물었다. 시노의 등을 빙글 반전시켜, 목덜미 부근에 내 피를 묻혔다.
시노 : 뭘 하고 있지.
파우스트 : 마킹.
시노 : 마...?
파우스트 : 너는 내 거야. 누구도 손댈 수 없어.
-시노는 나를 뒤돌아봤다.
어쩌면 감동해서 감사의 말을 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고 있었다.
시노 : 당신이 아니야. 나는 히스 거야.
파우스트 : 아 그래.
-억지 부리는 학생을 데리고, 나는 최상층으로 올라갔다.
/
-최상층에 도착한다.
희미하게 위화감이 있었다. 삐걱거리는 마루를 밟아 주위를 살핀다.
정말로 사소한 부자연스러움이었다. 어떠한 토지의 모래알에 다른 토지의 모래알이 섞여 있는 듯한 이질감...
파우스트 : (...뭔가, 숨기고 있어?)
여행객 : 안녕하세... ....읏!
-방을 나온 여행객이 대낫을 쥐고 있는 시노를 보고 당황해 방으로 돌아갔다.
시노 : 손님을 피난시켜?
파우스트 : 공간의 왜곡을 찾을 뿐이야. 필요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말을 해두지.
시노 : 알겠어.
-시노가 재빨리 방을 노크하고 고한다.
시노 : 지금부터 내 부모의 원수가 도착할 거야. 휘말리고 싶지 않다면 잠깐 아래층에 가 있어 줘.
-잘 만들어진 즉흥이야기였다. 시노는 능숙하게 손님을 피난시켰다.
피난하고 있는 손님 중에 수상한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레녹스를 떠올렸다. 레녹스는 이런 방편에 서툴렀다.
나도 서툴러서 거짓말이나 미친 소리가 필요할 때에는 대부분 우물쭈물했다.
피가로나 알렉은 특기였다. 사람의 마음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 지 미리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시노 : 피난시켰어. 다음은 뭘 하지.
-나는 끄덕이고, 시노에게 지시했다.
파우스트 : 내가 공간의 왜곡을 찾을게.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야.
너는 이 장소의 질서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내가 만든 결계를 매개로 해서 유지시켜 줘.
시노 : 매개?
파우스트 : 내 피야. 네 목 뒤에 묻혔어.
-시노는 대낫을 다시 잡고 입가를 올렸다.
시노 : 어느샌가 깊은 관계가 되었단 거네.
파우스트 : 시건방진 말이 돌아온 것 같네. 그 상태로 부탁해.
-나는 안경을 밀어 올리고 마도구인 거울을 꺼내 들었다.
주문을 외운다.
파우스트 : 《サティルクナート・ムルクリード》
-희미한 빛이 거울에서 흘러나와 플로어 전체에 물 같이 퍼졌다.
거울을 시노에게 향한다. 시노의 거울상을 비추기 시작한 거울은, 그의 마도구와 그 자신에게 빛을 쏟았다.
시노의 목덜미에 빛이 모인다. 시노에게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피의 매개에는 수호의 역할도 있었다.
이 결계 안에서라면, 시노가 대미지를 받아도 내가 대역形代가 되어 타격을 입는다.
파우스트 : 왜곡을 찾을게. 말 걸지 말아 줘.
시노 : 알겠어. ...부탁해.
파우스트 : 맡겨둬.
-나는 눈을 감고 눈앞의 장소를 찾았다.
이 장소는 역사가 깊다. 정령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이 시대의 기척만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바다 아래로 가라앉듯이 몸과 마음을 자리에 맡기고 조금 전 느꼈던 이질적인 기척을 찾는다.
그러면서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기억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장소의 기척을 찾으면 찾을수록 과거에 본 광경이 쏟아져 나온다.
레녹스에게 지시는 필요 없었다. 그는 나에 대해 전부 알고 있었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게 뭐가 필요한지, 언제나 앞서서 생각해 줬다.
레녹스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내게 있어서 그만큼 알기 쉬운 인물은 없었다.
그는 항상 사람의 행복을 바라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옆에 있는 사람은 행복하겠지.
루틸도. 미틸도. 분명, 피가로도.
나는 이제 그와는 있을 수 없다.
내게 있어 레녹스는 보상이다. 그와 함께 있으면 행복해지고 만다.
나는 행복을 버렸다. 저주상으로서 다시 태어나 축복을 발 아래에 짓밟고 걷기로 정했다.
두 번 다시 살아가는 길이 겹치는 일은 없다. 그래도, 무심코, 이런 순간 떠올리고 만다.
레녹스라면 분명, 이 부근에 서서, 저쪽을 보고, 준비를 하고 있었겠지.
아무 말하지 않아도, 해줬겠지. 시노가 미숙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경험이 얕기에 당연하다.
그저, 편했다.
무척이나, 숨쉬기 편했다.
[과거/ 하늘 / 낮]
레녹스 : 파우스트 님, 이쪽으로!
파우스트 : 그래!
-동료에게 등을 맡기고 앞만을 보며 달려 나갔다.
그 시대, 그 장소를, 그리워한다.
뒤돌아보면 피가로 님이 우리들을 지켜봐 주시고 계셔서...
피가로 : 조심해.
-누구보다도 선두를 보검 칼라드볼그를 높게 치켜든 알렉이 달려 나간다.
알렉 : 지금이야!
지금이야말로, 시대는 변한다!
-그 등을 바라보며, 나는 언제나, 가슴 뜨거워했다.
[길드 호텔/ 내부]
파우스트 : (아아...)
-갑자기 외로워진다.
그 나날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 돌아오지 않아.
제5화 그와 닮은 기척
[길드 호텔/ 내부]
-뇌가 타들어가 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미워했는데 아직도 외롭다고 생각하다니, 정말 바보 같지만.
그 황금시대를 사랑했다.
사랑한 시간을 내 손으로 놓았다. 그렇기에 시노나 히스에게는...
그들의 청춘은 지켜주고 싶다.
[???]
[길드 호텔/ 내부]
파우스트 : ...!
-갑자기, 본 적 없는 어두운 방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공간의 왜곡에 관련되어 있는 것 같았다.
파우스트 : (이 건물 어딘가에 그 방을 숨겨둔 건가...?)
-한번 더 눈을 감고, 장소의 기척을 찾기 위해 심호흡을 한다.
[???]
[길드 호텔/ 내부]
-다시 한번, 방이 짧게 보였다.
환상 같은 잔상이 사라지기 전에 주문을 외웠다.
파우스트 : 《サティルクナート・ムルクリード》
-그러자...
[어두운 방]
-우리들은 모르는 방에 있었다.
시노 : ...!? 여기는...
파우스트 : 숨겨진 공간이야. 시노, 내 옆에서 떨어지지 마.
시노 : ...히스의 기척이 느껴져... 그 녀석도 여기 온 거 아니야?
파우스트 : 《サティルクナート・ムルクリード》
-나는 주문을 외워, 방의 등불을 켰다.
파우스트 : 여기는...
-불을 켜자 실내가 보였다. 거미줄이 걸려있고 곰팡이 냄새가 나는 방이다.
책장에 놓인 소품에는 무언가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파우스트 : ...마법사 길드의 문장...?
시노 : 파우스트!
-날카로운 목소리로 시노가 나를 부른다.
그는 방구석에 쭈그려 앉아 무언가를 안아 세우려고 하고 있었다.
방금 전에 만난 사냥꾼 타냐다.
타냐 : ...읏, ...우으...
시노 : 괜찮아? 정신 차려.
-나는 재빨리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깊은 상처를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안색도 나쁘지 않았다.
통증에 얼굴을 찌푸리며 그녀가 눈꺼풀을 올렸다.
핫하고 숨을 참고 그녀는 시노의 팔을 잡았다.
타냐 : 히스클리프 공과 네로는?
시노 : 여기엔 없어. 우리도 찾고 있었어. 만났어?
-그녀는 끄덕이고, 내게 시선을 돌렸다.
타냐 :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잘 기억나지 않아. 몇몇 개의 경치를 봤어.
어딘가로 끌려갈 뻔했던 걸, 네로 씨가 막아줬어.
나만 이 경치에 남겨지고, 두 사람은 다른 경치 너머로 사라졌어.
시노 : 두 사람한테 상처는!?
타냐 : 모르겠어. 머리가 흰 남자랑 싸우고 있었어.
파우스트 : ...머리가 흰 남자...
-호흡이 멈췄다.
달을 소환한 마법사 노바와 같은 특징이다.
꾸욱 위가 조여 온다. 나는 단서를 찾기 위해, 책장을 손이 닿는 대로 뒤졌다.
파우스트 : (공간 마법이야. 몇 개의 공간을 연결해 놨어. 네로랑 히스는 어딘가에 있을 거야.)
(네로에게는 타냐를 감쌀 여유가 있었어. 그렇다면, 살아있을 거야.)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사람을 감싸... ...그라면 그렇겠지만.)
-시노가 타냐의 몸을 흔든다.
시노 : 그거 말고는!? 다른 단서는 없었어!?
타냐 : 다른 단서... 아... 이걸...
-타냐가 뭔가를 건넸다. 나는 그들을 곁눈으로 힐끗 보면서, 일지 같은 것을 발견했다.
먼지투성이인 표지를 연다. 동쪽의 마법사 길드 기록, 이라고 희미한 글씨로 쓰여있었다.
파우스트 : (집회와 방문객의 기록... 이 호텔이 길드의 본부였던 시대의 것인가...)
(공간 마법을 사용한 건 누구지. 노바인 건지, 아니면 길드 시대의 누군가가...)
(...응? 무르 하트 씨...)
-알고 있는 이름이 눈에 들어와 나도 모르게 페이지를 넘기던 손을 멈췄다.
파우스트 : (무르 하트 씨 방문... 어떠한 고귀하신 분의 의뢰로 진행되고 있던 회전 기밀 계획에 대해 교섭...)
(당일 기획 중지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두 나라를 아군으로 둔 무르 하트 씨를 우리가 막을 수는 있는지가 매우 의문...)
(...회전 기밀 계획...?)
시노 : 이건... 이건 히스의 회중시계야!
-그 순간, 시노의 비통한 외침이 들렸다.
나는 시노를 뒤돌아보았다. 등불이 흔들거리며, 다시 한번 어둠이 내린다.
어둠 속에서 시노는 양손에 회중시계를 쥐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헷갈릴 수가 없다. 히스클리프의 마도구다.
지금 히스는 마도구를 갖고 있지 않은 건가.
공포심에 창백해지며血の気が引く, 나는 타냐를 바라보았다.
어디서 주운 건지 물어보려고 한 그 순간 말을 잃는다.
타냐가 미소 짓고 있다.
회중시계를 쥔 채로 숨을 헐떡이는 시노를 보면서.
부자연스러운 미소에 오싹했다.
직후, 타냐가 시노에게 팔을 뻗는다. 마치 안으려는 것처럼.
나는 순간적으로 시노의 로브를 잡아, 힘 있게 뒤로 잡아당겼다.
시노 : ..읏, 아파...!?
-동시에, 타냐의 얼굴을 발로 밟는다.
시노 : 파우스트!?
-타격감이 없었다. 타냐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시노의 등을 감싸고 실내를 바라본다.
그 순간 바로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노바 : 난폭하네.
파우스트 : ...!?
-결계를 펼치면서 뒤돌아본다.
섬뜩한 흰 머리의 마법사가, 거기 서있었다.
도자기 인형 눈동자에 박혀있는 것 같은, 유리구슬 같은, 자줏빛의 두 눈.
상처가 있는 왼쪽 눈, 의안의 오른쪽 눈.
어딘가 자기와는 관계없는 남의 일처럼, 조용한 미소.
시노 : ...이 녀석이 노바...!?
파우스트 : 타냐를 어떻게 했지!?
-머리가 흰 마법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었다.
기묘한 느낌이었다.
악행을 저지르고 미소를 짓고 있는 자와는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뭔가 기묘했다. 예를 들어 오웬은 예상대로 악행이 결실을 맺으면 환희하고 웃는다.
선악의 판단과는 별개로 거기에는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이 있다.
하지만 머리가 흰 마법사는 어딘가 데면데면했다.
견학에 온 외부인처럼 조용히 서있다.
파우스트 : (마법사... 마법사가 아닌가?)
(정령들의 반응이 이상해. 인간은 아닐 텐데, 이 기척은 마치...)
(현자와 닮았어.)
시노 : 네가 히스를 납치한 건가!?
-시노가 목소리를 높인다. 그의 볼은 공포로 경직되어 있고 대낫을 쥔 손은 떨고 있었다.
시노는 감정으로 앞서 가지 않는다. 적의 역량을 잘못 재지도 않는다. 역전의 전사이기에 알 수 있는, 공포와 현명함이다.
노바는 남일처럼 웃었다.
그는 우리들을 내려다보면서도, 강한 증오나 어두운 야심이나 지배욕을 드러내지 않았다.
노바 :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 보도록.
-머리가 흰 마법사는, 부드럽게 손바닥을 위로 향했다.
마법을 사용할 셈이었다. 그 판단이 늦은 건 정령들의 움직임이 둔했기 때문이다.
강한 마력의 마법사에게 정령들은 영향받는다.
영웅의 퍼레이드를 올려다보고 열광하는 군중처럼 무관심하게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정령들은 영향도 받지 않고, 열광하지도 않고, 그저 바람에 날리는 마른 잎 같았다.
도구처럼 사역되고 있다.
펼친 손을 그가 쥔다.
세상은 어두워지고, 진흙처럼 무너졌다.
[어둠 속]
시노 : 파우스트...!
-나는 재빨리 시노를 감쌌다.
그를 감싸면서 마도구인 거울에 눈부신 빛을 모은다.
어둠에 떨어지는 시야 너머에 흰 머리칼의 마법사가 보였다.
파우스트 : 《サティルクナート・ムルクリード》
-쏜살같이 갚아주고자 칼날 같은 빛의 다발로 노바의 목을 노린다.
하지만, 빛은 순식간에 흩어졌다.
노바 : 히스는 기뻐하고 있을 거다.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어둠은 홍수처럼, 우리들을 밀어냈다.
시노 : 좋아해? ...읏!?
-시노의 몸과 떨어진다. 붕괴하는 공간에서 어둠을 가르고 얇은 팔을 잡아, 필사적으로 끌어안는다.
파우스트 : 내 손을 놓지 마! 괜찮아! 반드시 너를 히스와 만나게 하겠어...!
시노 : 파우스트..., ...읏!
-찰나의 당황 뒤, 시노가 내 팔에 매달린다. 가까이에 닿는 체온이 뜨거웠다.
언제나 손바닥이 따뜻했던 알렉이 떠오른다.
반사적으로 되살아난 기억에, 혀를 찬다. 알렉을 생각하면서 돌이 되다니 사양이다.
파우스트 : (시노를 구해야 돼... 네로, 히스, 살아 있어!)
-암흑의 탁류濁流가 우리들을 집어삼킨다.
제6화 벽을 부수기 위해
[서쪽의 나라 마법과학병단 본부 외관 / 저녁]
카인 : 그럼, 한 번 더 갔다 올게.
리케 : 저도 가겠습니다.
오즈 : 나도 간다.
카인 : 아니, 나만 갈게. 뭐랄까, 저쪽의 벽이 느껴지거든. 우선은 그걸 없애기 위해 서로 마음을 털어놔야지.
리케 : 저는 털어놓는 것이 특기예요.
오즈 : 나는... 어떨지. 털어놓지는 않다만.
카인 : 두 사람 모두 고마워. 마음은 기쁘지만, 여기는 나한테 맡겨줘.
오즈, 리케 : 어째서.
카인 : 정치가 필요하니까야. 당신들은 서툴잖아?
오즈, 리케 : 정치...
카인 : 뭐, 어깨 두르고 술 한잔 마시면, 서쪽의 군인이랑도 친구가 될 수 있어. 그 녀석에게 이것저것 듣고 올게.
리케 : 알겠습니다. 친구분께 잘 말씀 전달해 주세요.
카인 : 응. 아직 되지는 않았지만.
오즈 : 뒤는 부탁한다.
카인 : 맡겨둬. 두 사람은 먼저 숙소로 돌아가줘.
리케 : 알겠습니다
(걸어가는 소리)
리케 : 오즈, 당신은 한 번, 중앙의 나라에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
오즈 : 어째서지.
리케 : 일몰 전이라면, 옆 방을 방문하듯이, 중앙의 나라의 왕궁에 갈 수 있잖아요.
아서 님을 만나서 가서, 오늘 밤은 자고 온다고 전하고 오는 건 어떨까요?
오즈 : 필요 없다.
리케 :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옆 방이라면 갈 거잖아요.
오즈 : 다음에 만날 때는 노바의 돌을 들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때까지는 만나지 않는다.
리케 : 어째서요?
오즈 : 어째서...?
리케 : 제가 생각할 때 그 계획이 즐거운 건, 오즈뿐이에요.
오즈 : ...?
리케 : 노바라는 사람의 돌이 있든 없든 아서 님은 오즈를 만나고 싶을 거예요.
여행이나 모험을 좋아하시는 아서 님이, 오늘은 어떠한 사정으로 참고, 왕궁으로 돌아가셨으니까요.
제게 있어서는 먼 장소지만 오즈에게 있어서는 옆 방이에요. 다녀오시는 게 어때요?
오즈 : ...
아니.
리케 : 뭔가 귀찮기라도 한가요?
오즈 : 귀찮아서가 아니다.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채 얼굴을 보는 건...
리케 : 얼굴을 보는 게 뭐요?
오즈 : ...
네게 말해도 모른다. 너는 아직 어리다.
리케 : 알아요. 멋대로 포기하지 마세요.
저는 이해하려고 하고 있으니까, 당신이 멋대로 포기하지 말아 주세요.
오즈 : ...
리케 : 얼굴을 보면, 뭔가요?
오즈 : ...모르겠다. 잘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리케 : 솔직하네요. 훌륭해요.
오즈 : 그저, 안개비 같은 느낌이 든다.
리케 : 만나고 오면 돼요. 비가 내린다고 해도 옆 방이에요. 바로 오고 가고 할 수 있잖아요?
오즈 : 너를 혼자 둘 수 없다.
리케 : 괜찮아요. 숙소에서 얌전히 있을게요.
오즈 : ...알겠다. 너를 숙소로 데려다주고 해가 저물지 않았다면.
리케 : 알겠습니다. 서둘러서 가죠.
[마법 과학 병단 본부 / 내부]
서쪽의 나라 병사 : 이쪽에서 기다려주십시오.
카인 : 고마워. 아, 저기, 잠깐 괜찮아?
서쪽의 나라 병사 : 무슨 일이십니까?
카인 : 모처럼 서쪽의 나라에 왔으니까, 이 부근을 관광할까 하거든. 서쪽의 나라는 아름다운 곳이잖아!
서쪽의 나라 병사 : 영광입니다! 꼭 관광해 보십시오! 서쪽의 왕궁은 보셨습니까?
카인 : 아직이야. 방금 도착해서 말이지. 괜찮으면, 안내해 줄 수 있을까? 중앙의 나라에서 가져온 선물도 있고, 한잔 살게!
서쪽의 나라 병사 : 정말!? 너 괜찮은 녀석이구나! 나로 괜찮다면, 물론...
서쪽의 나라 장교 : 에헴.
서쪽의 나라 병사 : 앗... 아뇨... 일이 있어서...
카인 : 그, 그래. 아쉬운걸.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어도...
서쪽의 나라 병사 : 내일도 모레도 일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실례하겠습니다.
(걸어가는 소리)
카인 : ...
(서쪽의 나라 주민은 사교적인 사람이 많을 텐데, 묘하게 딱딱하네...)
(우리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지 말라고 명령이 나온 걸지도 모르겠는걸.)
(그렇다면 간단히 니콜라스의 이야기는 들을 수 없겠어...)
오웬 : 후후... 적당히 대응하고 있네あしらわれちゃって, 재밌어.
카인 : ...!? 오웬!?
어디로 들어온 거야!? 언제부터 있었어!?
오웬 :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나는 마법사야. 어디서든 간단히 침입할 수 있어.
카인 : 잠..., 잠깐 미안한데.
오웬 : 뭐?
카인 : 나가줄 수 있을까?
오웬 : ...
카인 : 지금부터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돼. 미움받을 일이 있으면 곤란해.
오웬 : 헤에, 좋은 거 알았네.
카인 : 오웬...
오웬 : 뭘 조급해하는 거야. 정치적 얘기를 하는 거야,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으면서.
카인 : 언제부터 듣고 있었어?
오웬 : 흥. 기사님은 정치 같은 거 못해.
깨끗하고 건전하고 무욕적인 데다 거짓말도 하지 못하는 성실한 녀석이라니, 인간은 누구도 신뢰하지 않아.
카인 : 왜지. 그런 녀석이야말로 믿을 수 있잖아?
오웬 : 후후... 기사님은 몰라. 신뢰받는 건 교활하고 거짓말쟁이인 비겁한 놈이야.
교활하고 거짓말쟁이인 비겁한 놈은 거짓말도 불평도 하지 않는 성인보다 훨씬 신뢰할 수 있어.
왜냐하면, 모두 게으름뱅이에 교활한 거짓말쟁이인걸.
그런 녀석들이 기분 좋게 살기 위해서는 정의의 기사 따위 방해야.
카인 : ...
오웬 : 있지, 기사님... 기사님도 사실은 생각해 본 적 있지?
자신보다 뛰어난 녀석을 보고 불공평하다든가.
그 차이를 메꾸기 위해 자신이 노력한다든가, 참는 건 불공평하다든가.
뛰어한 자는 비겁한 수를 쓰고 있고 상냥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녀석은 거짓말쟁이야. 착한 아이인 척을 하고 칭찬받고 싶을 뿐.
용감한 척을 하지만, 실은 너도 겁쟁이에 비겁한 놈.
아니야?
카인 : ...
많이 말해줬는데 진짜 미안하지만...
무슨 소리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
오웬 : ...
칫... 이 녀석, 너무 태평하고 둔해...
카인 : 잠깐만. 조금은 알겠어. 나도 어렸을 적에, 나보다 발이 빠른 녀석을 부러워했어.
하지만, 단련을 했더니, 그 녀석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었어. 노력은 반드시 결실를 맺어.
오웬 : 맺지 못하는 결실도 있어.
카인 : 있을까?
오웬 : 있어! 너, 나한테 못 이기잖아?
카인 : 지금은 말이지. 언젠가 이겨 보일게.
오웬 :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네 눈알은 평생 내 거야. 어때? 절망했어?
제7화 서쪽 나라의 밤
[마법 과학 병단 본부 / 내부]
카인 : 너는 어때? 오즈에게 평생 이길 수 없어?
오웬 : 뭐? 나랑 오즈 얘기는 상관없잖아?
카인 : 됐으니까, 대답해 봐. 오즈에게 평생 이길 수 없는 거야?
오웬 : 그럴 리가 없잖아. 오즈의 돌로 내 의자를 만들어서, 찐득찐득한 케이크를 먹어주겠어.
카인 : 봐. 나랑 같은 마음이잖아. 서로 힘내자고.
오웬 : 뭐?
카인 : 파이팅 한번 할까? 주먹을 이렇게, 부딪히면서...
오웬 : 하지 마. 머리가 어떻게 될 것 같아.
카인 : 진정해.
오웬 : 서로 힘내자고 한 거야? 아, 그래... 기사님은 오즈가 죽어도 상관없구나.
카인 : 그건 말이 그렇다는 거고...
오웬 : 흐응... 동료인 척하는 주제에, 꽤나 박정하네.
그것도 그렇지. 오즈만 없다면 왕자님이 의지해줄 테니까.
도움 안 되는 기사님. 오즈만 있다면, 너 따위 필요 없는 거 아냐?
카인 : ...
오웬 : 아싸! 드디어 화났다!
카인 : 잠...읏.
오웬 : 아하하! 봐! 너도 질투하잖아.
카인 : ...읏, 하, 하지 않았어! 아니, 조금은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질투라고 할지...
오웬 : 후후, 변명하고 있네. 갓난아기인 기사님에게도 질척질척한 질투의 감정이 있었구나.
...아아, 기분 최고...
카인 : ...즐거워 보이네, 너...
우선은 나가줘. 나는 서쪽의 나라 군인들과 잘해야 한단 말이야.
오웬 : 될 리가 없잖아. 서쪽의 나라 주민은 쾌락을 좋아해. 비겁한 수도, 뇌물도 좋아해.
중앙의 나라에서 온 고지식한 정의의 기사라니, 지루해서 토할지도 몰라.
카인 : ...뇌물?
오웬 : 그래. 말했잖아? 나쁜 짓을 하고 있는 녀석은 성실한 인간 따위 믿지 않아.
나쁜 짓을 하는 녀석을 믿는 거야.
하지만 성실하기만 한 너는 비겁한 수도, 교활한 방법도, 눈곱만치도 할 수 없어.
카인 : ...아니...
할 수 있어.
오웬 : 할 수 없네.
카인 : 할 수 있어.
오웬 : 할 수 없어. 뼛속부터 기사인 주제에. 부정 따위 해본 적도 없잖아.
카인 : 그래도, 오즈나 리케가 할 수 없는 일은 내가 하는 수밖에 없어.
설령 내 신조를 배반한다고 해도 아서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됐어.
오웬 : ...
흥... 해보든가. 어차피 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카인 : 할 수 있어.
오웬 : 할 수 없어.
서쪽의 나라 장교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카인 : 아뇨, 저야말로. 오웬. 이제 가줘.
오웬 : 나도 현자의 마법사야. 여기 있어도 되잖아.
카인 : ...저는 중앙의 마법사, 전 기사단장인 카인입니다. 이쪽은 북쪽의 마법사 오웬.
서쪽의 나라 장교 : ...북쪽의 마법사...
카인 : 오늘은 이곳에 시찰하러 온, 우리나라의 전 마법과학병단 단장 니콜라스에 대해서...
오웬 : 뇌물을 받고 싶대.
카인 : 오웬!
오웬 : 거짓말하고 있어도 어쩔 수 없잖아. 이 기사님은 뇌물을 받고 싶대. 소매 아래에서, 금화를 받고 싶다는 거지.
서쪽의 나라 장교 : ...
오웬 : 그렇잖아, 기사님. 정정할 거면 마지막 기회야.
카인 : ...
이 녀석의 말대로야. 솔직히 돈이 궁해서 말이지. 당신들한테서 뇌물을 받고 싶어.
오웬 : ...뭐?
카인 : 오늘은 생전의 니콜라스에 대해서, 조사를 하러 왔어. 하지만, 뭐, 본심을 발하자면...
죽은 녀석 따위, 아무래도 좋아. 얼른 끝내고 돌아가고 싶어.
당신도 이국異国의 마법사에게 이것저것 조사받고, 하지도 않은 짓에 대해 추궁당하고痛くもない腹を探られる 싶지는 않잖아?
그쪽에서 접대해 줘. 서쪽의 나라 연회는 호화롭다고 들었어. 당신도 기분 상할 일은 하지 않을게.
서쪽의 나라 장교 : ...뇌물이라는 건, 즉, 술자리를 바란다는?
카인 : 일단은, 그런 거지.
서쪽의 나라 장교 : 여자입니까, 도박입니까.
카인 : 양쪽 다.
오웬 : 뭐?
서쪽의 나라 장교 : 그럼, 장교 클럽으로 초대해 드리죠. 그 뒤는, 흘러가는 대로, 바라시던 술자리로...
카인 : 응. 이야기가 빨라서 좋네. 당신도 같이 즐겨.
서쪽의 나라 장교 : 영광입니다.
카인 : 그래도 형식적으로라도 보고서를 내야 하거든.
니콜라스랑 친했던 녀석도 술자리에 불러줄 수 있을까? 마시면서 이야기를 들을게.
서쪽의 나라 장교 : 알겠습니다. 그럼, 장교 클럽까지, 부하에게 안내하라 하겠습니다.
카인 : 부탁할게.
오웬 : 잠깐...
서쪽의 나라 병사 : 카인 님, 오웬 님. 이쪽으로.
카인 : 바로 왔네. 기대된다!
오웬 : 잠깐 기사님...
서쪽의 나라 장교 : 그럼, 느긋하게 서쪽 나라의 밤을 즐겨주십시오.
(문이 열리는 소리)
서쪽의 나라 장교 : ...
흥... 저게 전 중앙의 기사단장 카인이라니... 고결한 기사 따위, 소문일 뿐이었네.
젊어서 출세한 녀석은, 금세 거만해져서 기어오르지. 나참, 안타까워.
하하... 이쪽으로서는 편해서 좋지만.
[장교 클럽]
시중인 : 어서 오십시오, 카인 님. 이쪽이 서쪽의 나라 장교 클럽입니다. 편하게 즐기시기 바랍니다.
카인 : 고마워.
시중인 : 지금 막, 다음 술자리를 위해, 서쪽의 나라 미녀들과 도박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잠시 기다려 주...
카인 : 빨리 해줘. 군의 간부가 드나드는 장교클럽이면, 정신 놓고 놀 수羽目を外す 없으니까.
시중인 : 알겠습니다.
오웬 : 너, 바보야?
카인 : 뭐야, 오웬. 아직도 있었어?
오웬 : 저 녀석 얼굴, 못 봤어? 그 경멸하는 얼굴. 너는 기사인데...
카인 : 기사 아니야.
오웬 : 기사잖아.
카인 : 칭호는 박탈당했어.
오웬 : 그래서?
카인 : 나는 북쪽의 마법사에게 패배해, 거짓말을 들킨 비겁한 마법사야. 너 때문에 그렇게 됐어!
오웬 : 그...
카인 : 어딘가로 가 버려! 방해하지 말라고!
오웬 : ...
죽어.
카인 : ...읏. ...드디어 사라졌네.
시중인 : 무슨 일 있으십니까?
카인 : 아무것도. 잘 즐길게.
오늘 밤은 최고인걸.
제8화 니콜라스의 바람
[장교 클럽]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숙취가 있는 것처럼 머리가 빙글빙글 돈다.
입맛을 다시고, 나쁘게 웃어보았다. 취한 척을 한 덕분에 바로 상대방이 얽혀, 끈적하게 닿았다.
니콜라스와 친했다고 하는 남자는 서쪽의 나라 주민치고는 소극적인 목소리가 낮은 남자였다.
내가 니콜라스의 악담을 늘어놓자 그는 나를 경멸하는 눈으로 봤다. 아, 좋은 녀석이구나 싶었다.
그는 니콜라스를 이국異国 무인武人으로서, 좋아해 줬구나. 기뻤다.
그와 니콜라스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악담을 따라, 그는 하나 둘 투덜대기 시작했다.
니콜라스의 지인 : 니콜라스 공은 우울하고 음침했어. 마치 동쪽의 나라 사람처럼.
그의 인생은 그의 영광과 함께 끝난 거겠지. 그 어전시합 때문이야.
카인 : 어전 시합?
니콜라스의 지인 : 당신, 몰라? 지방출신인 젊은 기사와 갑자기 어전시합을 하게 됐다고.
-나는 조용히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도, 그 젊은 기사는 나를 말하는 거다.
니콜라스의 지인 : 실력 좋은 젊은이가 있다는 말을 들어서, 왕궁의 누군가가 갑자기 젊은 기사를 어전시합에 참가시켰어.
자그마한 화제용으로, 볼거리 정도였겠지. 누구도 니콜라스를 이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하지만, 니콜라스가 졌지. 상대는 아직 열 살 밖에 안 됐다는 것 같아. 그날 니콜라스의 인생이 바뀌었어.
소년에게 진 기사단장 따위, 평판이 너무 안 좋지. 중앙의 나라 권위에도 관련 있을 거고.
니콜라스는 기사단장 자리에서 쫓겨나, 갑자기 마법과학을 배우라는 명을 받아 서쪽의 나라로 왔어.
더럽혀진 부품을 바꿔 끼우듯이, 뽁 뽑혀서 멀리 던져졌지.
마법과학을 배우는 자세는 열심히였지만, 니콜라스는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
카인 : 헤에...
-무관심하게 중얼거리면서, 나는 마음속에서 격하게 동요하고 있었다.
내가 니콜라스에게 굴욕을 준 건가? 존경하고 있던 그에게서, 영광과 명예를 빼앗은 건가?
그래서 니콜라스는 달의 소환술을 치를 정도로 타락해 버린 건가?
그럼, 나는 어떻게 했어야 했던 거지? 일부러 졌어야 했나?
카인 : (니콜라스라면...)
(니콜라스라면, 그랬을지도 몰라. 그 녀석은 배려심이 넘치고 상냥했어. 누군가의 명예를 빼앗는 걸 싫어했어.)
(나는 강한 자에게 도전하는 것에 정신 팔려, 자신의 힘을 시험해보고 싶어서... 누군가의 명예 같은 건 생각하지 않았어.)
(애초에, 졌다고 해서, 명예를 잃거나 하지는 않잖아? 단련해서 다음에 이기면 될 뿐이야.)
(나는 자신의 승리를 기뻐했지만 당신을 깔보거나 하지는 않았어. 니콜라스...)
(당신을 동경했어. 아직 아이인 내 검 끝에서, 고개를 숙이고 대등하게 인사해 주던 당신을...)
(그날 일은 나도 잊은 적 없었는데.)
니콜라스의 지인 : 안색이 안 좋네. 괜찮아?
카인 : 응... 아니, 물을 한잔 받을까. 잠깐...
니콜라스의 지인 : 그렇네, 시중인 부르자. 그래서, 어디까지 얘기했지?
카인 : ...어, 서쪽의 나라에 와서...
니콜라스의 지인 : 맞다. 서쪽의 나라에 오게 돼서, 약혼을 파기했댔어.
카인 : 약혼?
니콜라스의 지인 : 응. 귀족 딸과 약혼이 되어 있었는데, 직접 파기했다는 것 같아.
전 기사단장이, 마법과학 공부를 위해 유학하는 거면, 사실상 좌천이니까.
-머리가 어지러웠다. 물을 갖다 주는 걸 기다리지 못하고 글라스의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억지로 박힌 오웬의 한쪽 눈에 지끈지끈 열이 올랐다.
니콜라스의 지인 : 그래서, 니콜라스가 새로운 애인과 같이 걷고 있는 걸 봤을 때는 안심했어.
카인 : 애인...?
니콜라스의 지인 : 응. 엄청난 미인이었어. 흰 머리칼과, 흰 피부의... 그녀는 뭐 하고 있나.
카인 : 그녀의 이름을 알아?
니콜라스의 지인 : 아니, 몰라. 나중에 알게 된 건 그녀랑 볼더 섬에 여행을 갔다는 거 정도야.
카인 : 볼더 섬... 서쪽의 나라의 관광명소지.
니콜라스의 지인 : 관광은 아니었다는 것 같았지만. 그녀가 학자라서 애덤스 섬을 조사하고 있댔나.
애덤스 섬이라는 건, 수백 년 전에 마법사 때문에 침몰했다고 하는 섬이야.
니콜라스는 애덤스 섬을 전혀 몰랐던 것 같지. 그저...
잘 되면, 소원을 이뤄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지도 모른다고 말했었어.
-니콜라스의 소원...
오웬에게서 들었다. 그는 마법사가 되고 싶었다고.
기사단장의 자리에서 쫓겨나고 그 계기가 된 기사의 정체가 마법사...
니콜라스는 무슨 생각으로 마법사가 되고 싶었던 걸까.
어두운 기분이, 마음 안쪽에 퍼진다. 갑자기 상대가 거리를 좁혀왔다.
귓가에 속삭인다.
니콜라스의 지인 : 있지... 당신도, 싫증 나지 않아? 중앙의 나라가 하는 짓거리에.
국가를 위해 일한 기사의 명예를, 풀 뽑듯이 박탈하다니 너무하잖아.
-확실히, 그것도 맞다. 가슴 안쪽에서, 뜨거운 감정이 치밀어 오른다.
그는 의분을 보이는 시선으로 내 어깨를 끌어안고 흔들었다.
니콜라스의 지인 : 나도 군인이야. 당신들의 억울함은 잘 알지. 제2의 니콜라스를 만들어서는 안 돼.
안 그래?
카인 : 아니, 그 말대로지.
니콜라스의 지인 : 그럼, 바꿔야지. 중앙의 나라 영웅의 명예를 위해.
나라의 제도를 안에서 바꾸는 건 어려워. 하지만, 밖에서라면 변화의 계기를 줄 수 있어.
특히 중앙의 나라 빈센트 님은, 서쪽의 나라가 목표하는 방향성에 깊게 공감을 해주시고 있어.
마찬가지로 공감을 보이는 동료들을 모으고 있었거든. 괜찮으면, 당신도 참가하지 않을래?
-나는 입을 다물었다. 도중부터 명백하게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카인 : (나를 꼬드겨 스파이로 만들 셈인가?)
-농담하지 마. 방금 전이라면, 그렇게 말했을 거다.
하지만 오웬의 말을 떠올린다 정의감이 강한 남자正義漢에게는 아무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
실제로 뇌물을 요구했더니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카인 : (매국노로 전락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한번 발을 들인 이상, 두 번 다시 오명을 씻을 수 없을지도 몰라.)
(아니... 내 명예 따위, 이미 버렸어. ...그리고...)
(오즈보다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이 정도밖에 없겠지.)
(지금의 내가, 중앙의 나라와 아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달리 없어.)
그렇네...
자세하게, 얘기해 줄 수 있을까?
제9화 이 바람이 이루어질 때까지
[중앙의 나라 마법사의 집 / 내부/ 저녁]
루틸 : 오늘은 많은 분들이, 인사하러 와주셨네요.
레녹스 : 생각보다, 마법사의 집은 경계하지 않았네. 감사한 일이야.
피가로 : 너희들이 복구를 도와준 일이나, 중앙의 나라 왕자인 아서의 활약 덕분이려나.
마법사에게 친근함을 느끼는 거겠지.
루틸 : 그렇네요. 니콜라스 씨가 발코니에서 떨어졌을 때는, 마법사를 무서워하셨는데...
중앙의 나라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상냥한 분들 뿐이네요. 그렇지, 미틸.
미틸 : 그렇네요...
피가로 : 미틸, 무슨 일 있어?
레녹스 : 루틸과 싸웠다는 것 같아요.
미틸 : 싸우지 않았어요! 조금, 의견이 달랐을 뿐이고...
피가로 : 미틸. 오늘은 열심히 했네. 피가로 선생님과 샛길로 새었다가 돌아갈까?
미틸 : 네...?
루틸 : 잘 됐네, 미틸! 나는 레노 씨랑 먼저 돌아갈 테니까, 피가로 선생님과 장 보고 오면 어떨까?
미틸 : 그래도 되나요, 선생님...
피가로 : 물론이지. 저녁 시장은 아침과는 다른 얼굴이니까, 분명 즐거울 거야.
미틸 : 그럼, 같이 갈래요.
피가로 : 응.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 미틸은 뭔가 고민거리가 있다는 것 같아요. 상냥하게 대해주세요.
피가로 : 알고 있어. 나는 상냥하잖아.
루틸 : 상냥하세요. 미틸에게 말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피가로 : 네네.
[시장 / 저녁]
미틸 : ...
피가로 : 벌써 문 닫은 가게가 많네. 낮에는 닫았던 술집은, 문을 열기 시작했어.
미틸 : 그렇네요...
아까 그 사람, 아시는 분인가요? 그, 엄청 키가 크고...
피가로 : 응.
미틸 : 그 사람도 마법사인가요?
피가로 : 맞아.
미틸 : 좋겠다... 씩씩하고 강해 보이는 사람이셨어요.
레노 씨나, 그분 같았다면, 마법이 강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겠지.
피가로 : 아이작... 아까 아이는 또 다른 말을 했었어. 현명했다면 행복했겠지라면서.
미틸은 학교에서도 똑똑한 아이잖아. 어때? 행복해?
미틸 : ...모르겠어요.
피가로 : 모르겠지.
미틸 : 선생님은 계속 남쪽의 마법사시죠?
피가로 : 그렇네.
미틸 : 고민하신 적은 없나요? 강한 마법사가 되고 싶다고...
피가로 : 음... 저 녀석보다 강하면 편리, 처럼 생각한 적은 있지만.
알고 있는 강한 마법사는 모두 행복하지 않았어.
미틸 : ...미스라 씨나, 어머니도?
피가로 : 그렇네. 행복하지 않았다고 단정 지으면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기에 치렛타는 미틸의 아버지와 결혼한 거고, 미스라도 약속을 한 게 아닐까.
미틸 :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피가로 :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내가 볼 때 미틸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여.
미틸에게는 미틸의 고민이나 괴로운 일이 있겠지.
피가로 선생님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실망해 버릴지도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서, 행복은 현명함과 같아. 모처럼 살아있는데 불행하다니 어리석지.
미틸은 행복해 보여. 너는 현명하고, 사랑받고, 잘 살고 있어.
마법이 강한 것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을 정도로.
미틸 : ...
피가로 : 그다지 찬성하지 못하겠어? 잘 전해지지 않을 거려나?
미틸 : 피가로 선생님은 현명한 어른인가요?
피가로 : 어때 보여?
미틸 :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은 엄청 박식하시지만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시곤 하니까.
피가로 : 아하하, 그건 그렇네.
미틸 : 불행한 일을 불행한 채로 두려고 하실 때가 있으니까...
그건, 피가로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어리석음인가요?
피가로 : 아마도.
미틸 : ...그렇다면...
저는 아직,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중앙의 나라 그랑벨 성 / 발코니 / 저녁]
아서 : ...
빈센트 : 아서.
아서 : 숙부님. 무슨 일이십니까?
빈센트 : 호칭은 붙이지 않았다. 너와 단 둘뿐이다. 마주 보고 얘기를 하지.
아서 : 그럼, 의자를...
빈센트 : 이대로면 됐다. 솔직하게 묻겠다. 너는 이 나라를 어떻게 생각하지?
아서 :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결점이나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니지만 근사한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빈센트 : 그 말대로다. 하지만, 네게는 애국심이 없어.
아서 : 있습니다. 이 나라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빈센트 : 아니, 다르다. 네가 사랑하고 있는 건 세계다. 이 나라만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서 : ...그건 잘못된 것일까요?
빈센트 : 선악을 따지는 게 아니다.
아서 : 어째서, 나라라는 경계를 두고 있는 겁니까?
빈센트 : 내가 정한 게 아니다. 태고로부터 정해져 있던 일이다.
아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 것은 있었지만, 너는 총명하고 용감한 소년이다.
나라를 이을 자로서, 어떠한 부족함도 없다. 역사에 이름을 남길 명군이 되겠지.
이 나라만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마음... 애국심만 있다면.
너는 중앙의 나라보다도 오즈를 따르고 마법사를 따르고 있다. 진솔하게 속마음을 얘기해 다오.
너는 정말, 진심으로부터 왕위를 바라고 있는 건가?
아서 : ...
빈센트 : 너는 혹독한 북쪽의 나라에서 오즈에게 자란 아이다. 세상의 이치로는 가늠할 수 없겠지.
나는 왕위 찬탈자篡奪者가 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왕자의 이름이나 왕좌가 갑갑하다면, 내가 잇겠다.
네가 불쌍하기에 그런 것이 아니다. 내 야심을 위해서도 아니다.
전혀 야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을 바꾸었다.
지금은 우리나라만이 아닌 이 세계에 있어서 시련의 순간이다. 파우스트 님도 지켜보고 계신다.
아서 : 그러신가요?
빈센트 : 그렇다. 그렇게 가까이에 계셨는데 전혀 눈치채지 못하다니, 둔함을 넘어서 불경할 정도였다.
아서 : 혹시, 파우스트 님이라는 게 마법관의 파우스트인가요?
빈센트 : 성스러운 마법사 파우스트 님이시다. 우리나라 건국의 영웅이자 전란 시대를 진정시킨 구세주시기도 하다.
아서 : 역시?
빈센트 : 역시가 아니다. 알렉 그랑벨의 손자로서 거듭 행동을 조심하도록.
이야기를 되돌리겠다. 그런 이유로 마음이 바뀐 이상, 제안하고 있는 거다.
너는 언젠가 국왕이 된다. 하지만 너는 이 나라에 경모심敬慕心이 없다. 왕에게 사랑받지 않는 나라나 국민은 불쌍하다.
왕자의 역할이 무겁다면, 짐을 버리고 북쪽의 땅으로 돌아가도 된다.
만에 하나라도, 너와 나라를 두 개로 가르는 소동은 일으키고 싶지 않다.
아서 : ...
무거운 짐이 아니라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요. 모든 걸 버리고, 그리운 장소로 돌아가고 싶다고 바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숙부님께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빈센트 : 어째서지.
아서 : 마법사들이 걱정되니까요.
분명 마법사들은 숙부님이나 이 나라 사람들과 좋은 친구가 될 겁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저는 그걸 지켜보고 싶습니다.
빈센트 : ...마법사는 믿을 수 없다. 그건 결코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자유롭게 모습을 바꾸고, 어디든 숨어들어, 독을 사용하지 않고도, 사람을 암살할 수 있다.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자들이다.
아서 :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습니다. 저는 한 번도 숙부님의 비밀을 훔쳐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동료가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빈센트 : ...
아서 : 이 바람이 이루어질 때까지, 제가 중앙의 나라를 떠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빈센트 : ...알겠다. 지금 이야기는 잊어다오.
아서 : 잊지 않아도 괜찮은데.
빈센트 : 찬탈이나 내분을 선언한 거나 마찬가지다. 내 목이 날아가지.
아서 : 날아가지 않아요. 숙부님께서 안 계시면 곤란합니다. 모두, 의지하고 있으니까요.
빈센트 : 흥...
그래, 아서. 마지막으로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아서 : 뭔가요?
빈센트 : 라스티카 페르치라는 건, 그 페르치 가家와 관련된 인물인가?
아서 : 페르치 가... 과거 서쪽의 나라에서 영화栄華를 자랑했던 사파이어 성의 페르치 가 말씀이십니까?
빈센트 : 그렇다.
아서 : 어떨까요. 직접 물어본 적은 없습니다만, 피가 이어져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페르치 가는 대귀족이었으니, 자손도 많지 않았을까요. 그게 무슨 일이시죠?
빈센트 : 오개국 평화회의 뒤에, 서쪽의 나라 사자에게서 국왕전하의 직서를 받았다.
몇 가지 요구와 함께 라스티카 페르치의 신병을 넘겨줬으면 한다고.
제10화 본 적 없는, 무언가가
[그랑벨 성 / 발코니/ 저녁]
아서 : ...신병을 넘겨줘? 라스티카의?
빈센트 : 그래.
아서 : 숙부님은 뭐라고 답하셨나요?
빈센트 : 에둘러서 거절했다. 너와 현자가 반대할 것 같았기 때문이지.
아서 : 숙부님...
빈센트 : 붙임성 있는 표정을 짓지 마라. 너를 위해 거절한 것이 아니다.
아서 : 어째서 서쪽의 나라 국왕폐하는 그런 요구를 하신 걸까요. 라스티카에게 물어보겠습니다.
라스티카는 자주 깜빡하는 것 같으니까 옛날 일은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요.
페르치 가에 관한 문헌이라면, 남아있지 않을까요?
빈센트 : 오즈에 의한 분서焚書로, 거의 남아있지 않겠지.
아서 : 분서...? 오즈 님께서 책을 태우셨다는 말씀이십니까?
빈센트 : 그 말대로다. 오즈가 세계를 정복했을 무렵의 서쪽의 나라 기록은 대부분 남아있지 않다.
아서 : 오즈 님은 책을 태우실 분이 아닙니다.
제게 책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시고, 마도서를 주신 것도 오즈 님...
빈센트 : 역사상, 그렇게 말하고 있다! 너와 오즈 얘기를 하면 항상 평행선이야.
아서 : ...
하나, 책이 불탔다면 서쪽의 나라 사람들은 많이 곤란했겠습니다...
빈센트 : 서쪽에는 세기의 지혜자智者 무르 하트가 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기록, 사전이다. 서쪽의 나라가 자랑스러워할 만하지.
살아있는 사전이라는 의미에서는, 오래 살아온 마법사는 모두 그렇다. 현자의 마법사들에게는 물어본 건가?
아서 : 무엇을 말입니까?
빈센트 : 오즈가 세계의 절반을 불태웠다는 게 진실이냐고.
아서 : ...
빈센트 : 아서. 맹목적으로 감싸지만 말고, 괄목하고, 진실을 확인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오즈의 정체를 알아봐라. 알겠지.
아서 : ...알겠습니다.
[하늘]
아서 : ...오즈 님이나, 장수한 마법사들에게 물어보고 확인해 보겠습니다...
...진실을...
오즈 : ...
(마법을 사용하는 소리)
[마법관 정원/ 밤]
루틸 : 완전히 해가 져버렸네요. 미스라 씨, 마법관에 있을까...
레녹스 : 미스라는 어디를 간다고 해도 금방 돌아오니까.
나가는 것도 나가지 않는 것도, 기분 따라 다르겠지.
루틸 : 그렇네요...
레녹스 : ...아...
루틸 : 무슨 일 있나요, 레노 씨?
레녹스 : 파우스트 님의 사역마다.
파우스트 님께 무슨 일이...
[어둠 속]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파우스트 : ...읏...
여긴...
-정신이 들자, 어둠 속에 있었다.
하반신이 뼛속부터 시렸다. 차가운 물속에 있는 것 같았다.
물소리가 울린다.
파우스트 : (...실외는 아니야... 냇가나 호수도 아니야. 여기는...)
(땅 아래에 있는 호수地低湖...? 그런 것 치고는 큰 바위가 없어...)
(...지하수로인가...?)
시노 : 파우스트...
파우스트 : 시노인가.
-희미하게 들리는 시노의 목소리에, 나는 그의 기척을 살폈다.
시노 : ...읏, 어디에...
파우스트 : 움직이지 마. 내가...
-어둠에 초조해진 건지, 시노가 주문을 외운다.
마법으로 불을 밝히려고 한다.
시노 : 《マッツァー・スディーパス》
파우스트 : 하지 마...!
-나는 제지했다.
어둠 속에서, 적이 숨어있을 때, 불을 밝히면 표적이 된다.
[밝아진 내부]
[어둠 속]
-그 순간, 공기가 떨리는 것 같은 섬뜩한 소리가 들렸다.
시노 : ...!
파우스트 : 시노!
-무언가가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고, 시노의 목덜미를 벤다.
하지만, 내가 미리 걸어둔 수호가 시노를 지켰다.
시노의 형대로 되어있던 내 목덜미에 고통이 온다.
파우스트 : ...읏!
시노 : 파우스트...!
파우스트 : 움직이지 마! 몸을 숨기고 있어!
-숨을 죽이고, 마도구인 거울을 들었다.
어둠 속에, 무언가가 있다.
신경을 곤두세운다. 물소리를 내며 무언가가 다가온다.
다가오는 기척에 전율한다. 하지만, 도중에 눈치채 눈을 떴다.
네로의 기척이었다. 나는 탈진할 정도로 안도했다.
네로는 뛰어난 마법사다. 그가 있다면, 분명 함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네로와 함께 섬뜩한 것의 기척도 다가온다.
네로 : ...읏!
...읏, 파우스트!
-갈라진 목소리로, 네로가 외친다.
그의 기척이 가까워진다. 나는 팔을 뻗는다.
기세 좋게 내 팔 안에 무겁고 따뜻한 무언가가 빠르게 들어온다.
사람이다.
히스인가 싶었지만 여자였다. 타냐치고는 작다.
반사적으로 어째서인지 사라진 상인의 딸이 아닐까 싶었다.
네로의 무사를 확인하기 위해 그의 팔을 잡으려고 한다.
네로도 세게 넘어졌다. 받아주지 못하자 뒤로 넘어져, 익사할 뻔했다.
얼어붙을 것 같은 물속, 네로의 등은 미지근한 물 같은 따뜻한 것으로 젖어있었다.
엄청난 출혈이다.
네로는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파우스트 : 네...
네로 : ...읏, ...검은... 짐승...
시노 : ...검은 짐승...
-시노의 목소리가 상기됐다.
공포라기보다, 슬픔으로.
네로 : ...공격하지마... ...읏, 히스가...
...읏...
파우스트 : 네로! 어이, 네로...!
-풀썩, 네로가 힘을 잃었다. 소녀의 몸 위에 정신을 잃으며 쓰러진다.
귀를 기울인다.
어둠 너머에서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본 적 없는, 무언가가.
>>이어서 5월 6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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