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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開日:2023年5月6日 午後6時

TL, checking - hz

*앱 상의 BGM,Live2D연출, 표정 변화와 함께 즐기시길 바랍니다.

*먼저 읽으면 좋은 스토리 :EVENT_47. 맺어진 인연은 마법처럼 (後)

제17장 희미한 기척 ▼PAGE END
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7화 8화 9화 10화

제1화 마법사의 죽음

[과거 마법관 정원/ 밤]


-이전에, 네로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마법사의 죽음에 대하여.


파우스트 : 네로. 자연스러운 형태로 목숨을 다한 마법사를 알고 있나?

네로 : 자연스러운 형태로? 자연스럽지 않은 형태라는 건?

파우스트 : 불의의 사고나 전사 같은 거다. 즉, 노쇠한 마법사를 본 적이 있는지 알고 싶어.
나는 폭풍의 계곡에 틀어박혀 있었으니까, 다른 마법사를 잘 몰라.
마법사는 일정 순간부터 늙지 않아. 하지만, 늙지 않는 마법사는, 어떤 식으로 돌이 되어 가는 거지?
너라면 알고 있는게 아닐까 싶어서...


-달이 밝은 밤이었다. 커다란 나무의 푸른 그림자로부터 숨어들듯, 내 목소리는 의도치 않게 작아졌다.
흔들리는 잎사귀의 술렁임을 들으며, 남모르게 이유를 알 수 없는 죄의식을 느꼈다.
내가 노쇠하는 마법사를 알고 싶어하는 이유는 피가로의 미래를 알고 싶기 때문이었다.
죄악감을 품는 이유는, 피가로의 마지막 순간을 알아보는 것이 나쁜 짓처럼 생각되기 때문이었다.
왠지 모르게, 피가로는, 자신의 죽음을 상상하지 않아줬으면 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즈나 쌍둥이, 남쪽의 마법사들에게는 자신이 죽을 시기를 밝히지 않은 게 아닐까.
단념해 버린 과거의 제자에게는 말할 수 있었다고 해도.


파우스트 : (이 생각도 틀린 건가, 피가로.)
(당신을 모르겠어.)

네로 : 아, 그렇네. 있어, 몇 번인가 돌이 되는 걸 봤어.


-네로는 웃으며 끄덕였다. 마법관 탑에 등을 기대며, 한쪽 다리를 흔들고 있다.
밤바람이 기분좋은 것처럼, 마법사의 죽음에 대해 말하는 그의 대답에는 부담감이 없었다.
소화가 잘 되는 식사처럼, 네로는 부담없는口当たりが軽い 남자였다.
호박색의 눈동자에는 좀처럼 격한 감정이 보이지 않는다.
그건 결코 그의 단순함이나 무난함을 보여주는 게 아니었다.
복잡한 공정을 포함해, 정성스럽게, 수고를 들여가며, 체에 걸러지고, 망에 걸러진, 고급스러운 구운 과자처럼...
그의 감정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우리들 앞에 제공되고 있었다.
우리들에게 침범하지 않고, 우리들에게 침범당하지 않도록.
그런 사이더라도, 어쩐지, 그가 잔혹한 환경에서 살아왔다는 것 정도는 나에게도 알 수 있었다.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미소지으며 돌이 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그 일부겠지.
네로는 삐친 유아처럼 심하게 감상적일 때도 있다면, 놀랄 정도로 경박하고 거칠 때도 있었다.


네로 : 그렇네, 당신, 죽은 마법사를 모르는 건가. 진짜 폭풍의 계곡에서 안 나왔구나.
그럼, 세상 물정 모른다는 의미에서는 히스 도련님이나 시노랑 별반 다를 거 없네.

파우스트 : 그렇지 않아. 우리 집은 부친이 안 계셨으니까, 어렸을 때부터 가장 노릇을 했어.

네로 : ...아, 그랬어?

파우스트 : 그런 의미에서는 히스클리프나 시노보다도 세상물정을 잘 알고 있어. 아마도 말이지.

네로 : 하지만, 자연스럽게 죽은 마법사를 모르잖아.

파우스트 : 그래. 노쇠해 가는 마법사는...


-'노쇠해 가는 마법사'라고 말할 때마다 피가로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럴 때마다, 가슴 안쪽이 무거워졌다.


파우스트 : ...어떤 식으로 늙어가지? 육체가 나이를 먹기 시작하는 건가? 아니면, 어느 날 갑자기 돌이...

네로 : 그렇네... 내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라면, 이런 식이야.


-네로는 양팔을 펼치고, 손짓몸짓을 하면서 설명해줬다.


네로 : 어쩐지 잘 마력을 쓸 수 없어. 어떻게 된 거지... 라는 날이 갑자기 찾아와.
그래도, 금방 나아. 하지만 또 찾아와. 마법을 쓸 수 없는 순간이, 쓸 수 없는 날이.
그런 날이 점점 늘어가. 처음에는 반년에 한 번이었다가, 세 달에 한 번이었다가...
어느샌가 점점 늘어서, 결국 열흘에 한번, 사흘에 한 번이 돼.

파우스트 : ...

네로 : 결국에는, 낼 수 있는 마력도 줄어들어서, 점점 마법을 쓸 수 있는 날이 줄어들어.
그렇게, 조용히 늙어가. 천천히 늙는 녀석도 있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리는 녀석도 있어.

파우스트 : 눈 깜짝할 사이...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당황해하는 피가로의 모습을 무의식적으로 상상해버리고 만다.
하지만, 바로 지워버렸다.
내가 그런 공상을 하는 걸, 피가로는 바라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상한 사람이니까.


파우스트 : ...마력이 늙어갈 뿐이고, 육체는 건강한 상태 그대로인 건가? 걸어 다니거나, 식사는 할 수 있어?

네로 : 아니, 마지막에는 자기만 했었지. 겉모습은 젊은 모습 그대론데, 호흡이 천천히 줄어들어서...
아차한 순간에 움직임을 멈추고 돌이 되어버렸어.

파우스트 : ...


-비극적인 장면에, 나는 미간의 주름을 깊게 만들었다. 하지만 네로는 미소마저 띠고 있었다.
애절함을 품은 동경의 눈동자를 하고는.


네로 : 처음 봤을 때는 감동했었지... 뭐랄까,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물론, 슬프기도 했지만.
이런 나여도, 마지막에는 반짝반짝 빛을 내면서 굴러다니고...
특별한 보석처럼 소중히 손에 쥐어준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싶어서.
살아갈 희망이 샘솟았어.


-나는 능숙하게 미소로 답하지 못했다.
올려다본 달은 무서울 정도로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다.
조용하고 푸른 어둠의 세계에서, 조용히 숨쉬면서, 나는 눈썹을 내리고 입을 삐쭉였다.
살아갈 희망이 샘솟았다, 라니. 네로의 감상은 내 감상과 전혀 다르다.


파우스트 : (나는 돌이 되는 걸 처음 봤을 때 굉장히 슬펐어.)
(아름다운 채로 부서져가는 마나석은, 땅에 튀는 게 모습이 비 같아서.)
(우리는 죽어서도 만물의 어머니인 대자연에 돌아갈 수 없다고 뼈저리게 깨달았으니까.)


-전장에서 튀기는 진흙 위에, 흩어져 있는 아름다운 돌을 기억하고 있다.
화살에 맞아 돌이 된 마법사. 그 얼굴을 보려 했지만, 이미 볼 수 없었다. 부서져 흩어졌으니까.
마법사는 자신을 기다리는 누군가에게 죽은 얼굴도 보여줄 수 없다.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채로 갑자기 흙더미가 된 꽃과 같다.


파우스트 : 그건... 어떻게 할 수 없는 건가?

네로 : 응?


▲TOP



제2화 오비스의 의식

[과거 마법관 정원 / 밤]

파우스트 : ...즉, 그... 뭔가의 방법으로 노쇠하는 걸 막을 수는 없는 건가?
막을 수는 없다고 해도, 무언가의 방법으로 수명을 연장시킨다든가...

네로 : 선생, 오래 살고 싶어?

파우스트 : 아니, 어떨지, 나는... 내가 아니라, 그...


-횡설수설하는 바람에, 냅다 거짓말을 해버렸다.


파우스트 : 그렇네. 나는 오래 살고 싶어.

네로 : 진짜? 당신, 그런 느낌이었나?

파우스트 : 그런 느낌이야. 장수의 비결이 있어?

네로 : 글쎄... 스노우와 화이트에게 물어보는 게 어때?


-네로는 어깨를 으쓱하며, 조금 질렸다는 듯이 웃었다.


네로 : 그래도, 정말 2000년이나 살고 싶어? 나는 사양이야.
굳이 자살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게 오래 살아있으면, 뭐랄까 그... 영문을 모르게 될 것만 같아.


-네로는 맥아리 없이 고개를 숙였다. 내가 굶주린 짐승이었다면 목덜미를 물어뜯기 좋은 자세였다.
갑자기 네로의 목이 떨린다. 어깨도, 머리칼도,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소리 없이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쩐지 엄청 네로다운 행동이라고 생각 돼 나는 감탄했다.
따라 해볼까 해서 고개를 숙이려고 했지만, 뚝 소리를 내며 목이 아플 것만 같아서 관뒀다.


네로 : 하하.... 아, 생각났어. 장수의 비결. 어렸을 적에 들은 이야기긴 하지만.

파우스트 : 뭔데?

네로 : 굴 속에 갇혀라.


-격언 같은 말에, 나는 눈을 깜빡였다.
네로는 비아냥거리듯 웃고 있다.


네로 : 내가 태어난 땅은 치안이 안 좋았으니까 타인은 위험 그 자체였거든.
돼먹지 못한 내 아버지가... 뭐, 우리 가족은 나를 포함해서, 전원 돼먹지 못했지만.
위험한 곳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하면 그 녀석이 말했어. 그럼, 굴 속에 처박히라고.
겁 많은 녀석은 그렇게 자주 놀림 받았어. 우리 집 이외의 녀석도 말이지... 아하하. 굴 속에 박혀있으라고.

파우스트 : ...웃긴 건가?

네로 : 뭐라고 해야하지. 이건 말하자면, 모순인 거야. 굴 속에 처박히면, 먹을 게 없어.
결국 죽을 수 밖에 없지. 누군가에게 죽임 당할지, 혹은 굶어 죽을지 뿐. 하지만, 그때 당시 생각했어.
위험한 것과 만나지 않을 수 있는 굴 속. 만약, 거기에 틀어박혀도 자동적으로 계속 밥이 나온다면...
그 굴 속은 천국이지.


-폭풍의 계곡에 틀어박혀 있던 내가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굴 속이 천국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서, 시험삼아 물어봤다. 아무런 의도 없이, 그냥 생각이 나서.


파우스트 : 감옥이라고 해도?


-감옥에 갇힌 적이 있었지만, 인생에서도 손가락에 꼽는 최악의 체험이었다.
그건 그렇네. 네로도 그렇게 말하면서 어깨를 흔들며 웃을 거라 생각했다.


네로 : ...


-네로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시선만 움직이고, 입을 다문 채로 나를 봤다. 금색의 눈동자는 짐승과도 같았다.
차갑고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검은 구름이 달을 가리고, 나풀거리는 머리칼이 네로의 입가를 가린다.
목 뒤를 벅벅 긁으며, 웃지 않고 네로는 중얼거렸다.
침을 뱉는 것처럼.


네로 : 길바닥에서 죽는 것보다는 낫잖아.



[어딘가의 지하수로]

파우스트 : ...


-어둠 속에 무언가가 숨어있다.
물소리가 반향되고, 여기저기서 공기가 흔들린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기척을 쫓는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네로정도의 베테랑에게 심각한 상처를 입힌 무언가가 있는데도.
불온한 기척이 다가온다. 어째서인지 정령들의 반응이 둔하다. 그들의 성질이 변한 것만 같았다.
팔 안의 네로는 움직이지 않았다. 재빨리 등을 만져보자, 출혈이 계속되고 있었다.
천천히 생각할 시간은 없다. 곧장 판단을 해야만.


시노 : ...읏, 내가 가겠어! 당신은 여기 있어!

파우스트 : 조용히 해. 숙여.

시노 : 뭐가 덮쳐와도 공격하지 마! 내가 잠재울게!


-전투에 능숙할 시노가, 무언가에 공포감을 느끼고 혼란에 빠져있다. 정신을 잃은 소녀도 있다.
전율에 발버둥치듯 심호흡을 했다. 머릿속에서 상황을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매긴다.
안전 확보. 응급처치. 응전준비다.


파우스트 : 《サティルクナート・ムルクリード》


-주문을 외워 결계를 펼친다.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역시 위화감이 느껴진다.


파우스트 : (...마법을 걸기 어려워... 정령들의 상태가 이상해.)

시노 : 파우스트. 미안하지만, 히스를 찾으러 갈게. 네로를 부탁해.


-어둠 속에서 표정이 보이지 않지만, 시노의 목소리는 다짐을 한 것 같았다.
내 책임이다. 시노에게 심리적인 여유가 없는 건 알고 있지만, 손을 쓸 수 없었다.
네로의 등을 더듬으며 곧장 시노에게 설명하려고 순번을 머릿속으로 세워보았다.


파우스트 : 시노. 도와줘.

시노 : 히스가 먼저야! 당신을 죽여서라도 가겠어!


-대낫을 쥐고 시노가 외친다. 하지만, 대낫에 희미한 빛이 모인 순간, 그는 이상하다는 듯이 손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도 마법을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하지만, 정령들이 오염된 기척은 없다. 그렇다는 건 즉...


파우스트 : (토지가 달라.)
(여기는 동쪽의 나라가 아니야.)


-미지근한 피로 젖은 네로의 등에서 상흔을 발견했다. 등의 중심 부근에, 새끼손가락 크기의 구멍이 나있다.


파우스트 : (뚫린 건가? 총상인가?)


-따뜻한 피는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서둘러 구멍을 막지 않으면, 목숨을 잃는다.


파우스트 : 시노. 네로가 죽어가고 있어. 응급 처치를 할 동안, 결계 밖을 망 봐줘.

시노 : ...죽어가고 있다고?

파우스트 : 응. 출혈이 심해. 시노. 빗자루를 꺼내서, 그 여자애를 태워. 그리고, 여기는 아마도 서쪽의 나라야.

시노 : 서쪽의 나라!?

파우스트 : 그래. 오비스의 의식을 치러. 마법진은 생략해도 돼.

시노 : 오비스의 의식?

파우스트 : 기억 못하는 거야? 수업에서 했고, 시험에도...

시노 : 살아서 돌아가면, 당신 앞에서 무릎 꿇고 참회할게. 한 번 더 설명해 줘. 부탁할게. 빨리.


-기특한 말이었지만, 시노의 목소리는 분노와 짜증이 가득했다.
나도 이럴 때까지 설교를 할 생각은 없었다. 네로에게 응급처치를 하면서 단순하게 전했다.


파우스트 : 샤우드 숲의 흙이나, 낙엽을 가져왔을 거야. 그걸 네 주위에 뿌려.


-시노는 재빠르게 옷 안을 뒤적였다.


시노 : 떠올랐어. 강화 마법 중 하나야. 익숙하지 않은 토지에서 마법을 사용할 때, 나한테 도움이 돼.

파우스트 : 그래. 샤우드 숲의 정령이, 너를 도울 거야.

시노 : 하지만, 효과가 길진 않아. 토지의 정령 그 자체의 기질이 강하다면 더더욱...

파우스트 : 그 말대로야. 만점을 주지. 샤우드 숲의 정령들은 곧장 이 토지의 정령에게 흡수될 거야. 자만하지 마.

네로 : ...으, 으윽...!


-등에 난 상처에 약초를 넣자 네로가 비명을 흘린다. 등을 똑바로 펴게 하자 괴로워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혀를 씹은 게 아닌지 확인한다. 네로는 고통에 일그러진 눈동자를 조그맣게 뜨고 있다.
안심하면서 상흔에 손바닥을 대본다. 시노는 오비스의 의식을 거행하면서 자신의 빗자루 위에 소녀를 태웠다.


▲TOP



제3화 비통한 간청

[서쪽의 나라 / 지하수로]

파우스트 : 미안해. 괜찮아. 조금만 참아줘.


-네로는 의식이 몽롱했다. 하지만, 내 목덜미를 보고 눈을 크게 뜬다.
시노를 대신하여 입은 상처가, 검은 멍으로 나타나고 있는 거겠지.


네로 : ...읏, ...당신...


-뭔가 말하려고 한 순간, 시노가 외쳤다.


시노 : 파우스트...!

파우스트 : ...!?


-시노의 목소리가 들린 직후, 어둠 속에서 기분 나쁜 푸른빛이 부푼다.
직후, 공기를 가르고 푸른 빛의 화살이 날아온다.


파우스트 : ...읏!


-간신히 결계로 막을 수 있었지만, 어마어마한 마력과 관통력이었다.
그 공격을 앞으로 두 번 더 받는다면 결계로는 버틸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바로 기척을 살폈다. 공격해온 방향은 알았지만, 거기에는 이미 아무것도 없었다.
그건 그렇고, 시노다. 공격해오기도 전에 잘도 기척을 알아챘다. 나는 시노의 주의심에 혀를 내둘렀다.
과연 거대하고 어두운 숲의 숲지기를 맡고 있었을 만하다.
당사자인 시노는 곤혹감을 보이고 있었다.


시노 : ...저건 뭐지...?

파우스트 : 모르겠어. 기척을 읽을 수 없어. 다음 공격을 막는 게 최선이야. 그전에 치료를 끝내고 이동하지.

시노 : 네로의 상처는?

파우스트 : 지금 치료...

시노 : 아니야. 네로의 상처는 어떤 거였어? 긁힌 상처야? 물린 상처야?

파우스트 : 구멍이 난 상처야. 화살이나 총을 닮았지만 그 어느 것과도 달라. 날카롭고 얇은 걸로 관통당했어.

네로 : ...읏. ....갈비...


-괴롭다는 듯이 가슴을 헐떡이며, 쉰 목소리로 네로가 중얼거린다.
갈비. 갈비뼈를 말하는 건가?


네로 : 갈비뼈가 열린 순간에... 빛이..., 와...
...조심ㅎ...


-마지막 말은 물에 젖어있었다. 피를 뱉으며, 네로는 선혈에 범벅이 되었다.
그는 상상 이상으로 깊은 상처를 입었다. 공포감에 심장이 조여들었다. 호흡이 빨라진다.
네로가 눈을 감았다. 비명을 지를 것만 같았다.
그의 입가에는 흐릿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네로 : ...읏, 내 돌을...,..로...

파우스트 : 그런 말 하지 마!


-네로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간신히 작게 호흡하고 있었다.
질식하지 않도록 피를 뱉게 하고, 슈가를 이와 볼 사이에 밀어 넣었다. 볼이 굉장히 차가웠다.
지혈을 하고 체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한의 치료마법을 해봤지만 응급처치에 불과하다.


파우스트 : (피가로가 봐줘야만 해.)
(갈비뼈가 열린 순간에 빛이 온다고?)
(네로는 뭐에 습격당한 거지? 히스는 어디 있는 거야?)

시노 : 네로는!?

파우스트 : 정신을 잃었어. 갈비뼈가 열린 순간에 빛이 올 거야. 조심해.

시노 : 갈비뼈? 검은 짐승 얘기는!?

파우스트 : 하지 않았어. 시노, 일각을 다투고 있어. 네로를 데리고 이 공간에서 탈출해. 왜곡을 찾아야 돼. 도와줘.

시노 : 히스는!?

파우스트 : 물론, 찾아서 같이 데리고 돌아갈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협력해 줘, 부탁해.
그녀와 함께 빗자루에 타. 결계를 풀고, 달려나가. 내가 주의를 끌게.


-시노에게 말하면서 나는 빗자루를 나타나게 했다. 의식이 없는 네로의 몸을 거기에 기댔다.


시노 : 아냐, 아니란 말이야.


-시노는 고개를 젓고, 내 곁으로 달려온다. 그의 시선에는 반항심이 없었다.
간청하고, 비통하게 호소하려는 듯이, 내 팔을 잡는다.


시노 : 검은 짐승은 히스야. 그 녀석은 검은 표범처럼 변해. 그 녀석의 재앙의 상처야.


-시노의 얼굴은 약하게 일그러졌다. 그의 얇은 어깨 너머로, 푸른 빛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시노 : 알고 있었는데, 말하지 못했어! 그 녀석을 잃고 싶지 않아서... 읏!

파우스트 : 시노, 위험해!


-얇게 길어지는 눈부신 섬광이 지하수로를 관통한다.
나는 시노의 어깨를 끌어안고 숙였다. 결계에는 균열이 생겨 지금이라도 붕괴할 것 같았다.
어둠 속에 기분 나쁜 그림자가 흔들리고 있다.


파우스트 : 빗자루에 타! 내가 신호를 보내면 날아!

시노 : 당신은!?

파우스트 : 바로 뒤따라 갈게! 저것과 거리를 두고, 한 번 더 결계를 펼칠게! 그때까지 히스를 발견하자!

시노 : 알겠어!

파우스트 : 말해줘서 고마워.よく言ってくれた


-시노는 뭔가를 견디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떨쳐내듯 달려 나가 빗자루에 뛰어오른다.
나도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히스가 검은 짐승. 그게 그의 재앙의 상처. 물론 충격이지만, 그것도 내가 살아있어야 할 수 있는 얘기다.


파우스트 : (검은 짐승이든, 뭐든, 내가 지켜주겠어.)
(히스클리프는 내 첫 학생이야. 400년이나 살았으면서, 시노와 히스 정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면...)
(지금 여기 있는 의미가 없잖아.)
가, 시노!

시노 : 죽지 마, 파우스트! 네로!


-결계를 푼 순간, 시노가 날아간다.
나는 주의를 끌기 위해 마도구인 거울에서 빛을 내뿜었다. 어두스름한 지하수로가 대낮처럼 밝아진다.
그 순간, 그녀석의 모습을 보았다.
빗자루로 달려나가던 시노도 그걸 목격하고 소리를 냈다.


시노 : ...뭐야, 저건!?


-그건 본 적 없는, 불쾌한 것.
사람도, 마법사도, 망령도 아닌, 이 세상에 있을 리 없는 것이었다.



[서쪽의 나라/ 랑그레누스 섬 도심]

(고양이가 우는 소리)

??? : 그래... 착한 아이야.
다른 길을 들리는 것도 근사하지만, 가끔은 목적지에 곧바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이 마을의 밤풍경은 근사하네. 얼마 전까지, 내가 있던 장소와 닮았어. 석조 건물이 아닌 산호였지만.
보자, 그 아이는 어떻게 하고 있으려나. 멋대로 시작품을 들고나가다니, 정말이지 나쁜 아이야.

(고양이가 우는 소리)

??? : 후후, 너는 착한 아이냐고? 물론이지.
너는 우리를 운반하는 밤바람... 내 손발. 미워할 수 없는 파트너야. 사랑하고 있어.
저 아름다운 달 다음으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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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사랑에 대하여

[회상/ 설산/ 눈보라]

-사랑은 상냥한 거라고 믿었다.


멸망한 마을의 백성 : 피가로 님.
피가로 님. 이렇게나 많이 맺었습니다.
피가로 님의 가호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저희들을 지켜봐 주십시오.


-내가 사랑한 나의 백성들.
나의 백성도 나를 사랑했다.
진심으로 경애하며, 그들이 손에 넣은 근사한 것들은 모두 내게 바쳤다.
아름다운 꽃.
커다란 뿔이 난 사슴.
기적처럼 달콤한 과실.
튼튼하고 따뜻한 모피.
그들의 아이가 달콤한 꿀의 맛을 모른다고 해도.
그들의 아비가 병세로 누워있대도.
그들은 신께 바쳐진 꽃처럼手向けられた, 모든 것을 바치고, 나의 기적을 갈구했다.
아니.
갈구하지 조차 않았다.
그들은 내게 헌신하고 나를 사랑함으로써 평화를 바라고 만족했던 거다.
그것만으로 행복이 약속되어 있다고 믿었다.
그건, 어느 정도의 안도였을까.



[회상/ 하늘/ 눈보라]

-나의 마음도 사랑으로 가득차있었다.
언젠가 올 그날에는, 나도 모든것을 바치고 그들을 구하겠다고.
무고하게 믿고 모든 것을 받았다.
아름다운 꽃.
커다란 뿔이 난 사슴.
기적처럼 달콤한 과실.
튼튼하고 따뜻한 모피.



[회상/ 설산/ 눈보라]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보석을 내게 계속 바친 보람도 없이...
내게 구원받지 못하고 멸했다.



[회상/ 눈이 쌓인 숲/ 눈보라]

-신뢰는 성립되지 않고 행복은 사라져갔다.
나는 내 백성을 수호하는 신에서, 잡초같은 악신이 되었다.
때로는, 기적을 가져오는 여행자로.
때로는, 용자를 이끄는 현자로.
때로는, 세계를 불태워버리는 재앙으로.



[회상/ 눈이 쌓인 다리/ 눈보라]

-내게는 기적의 힘만이 있어서...
자비와, 헌신과, 재결裁決과, 자존에 맞춰 여러 얼굴을 가졌다.
그건 내 병과 같은 것이다.
진심으로 경애받고 존경받으면, 백성을 지키지 못했던 실격자인 자신의 얼굴이 떳떳하지 못함에 창백해지고...
편하게 대해주기를 바라지만, 공손하게 바쳐져 모든 것을 받아온 신으로서의 자신이 무례함에 불쾌감을 느꼈다.
즐거움이나 편안함. 구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속절없이, 나는 내가 굉장히 천하고 내가 굉장히 고귀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비하도 과신도 아닌, 흔들림 없는 사실로서.



[회상/ 피가로의 진료소]

-그럼, 사랑이라는 건 뭘까?
사랑이 나를 구원할까?
그렇다면, 나는 아득히 옛날에 손에 넣었다.
정중하게 숭배받는 것도, 친근함에 애착심을 느껴 가벼이 여겨지는 것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거겠지.
하지만 그래도 구원받지 못한다면 나는 무엇을 바라면 되는 걸까. 무엇을 얻으면...
사랑하는 자들. 사랑이 아닌 것처럼도 생각된다.



[회상/ 밤하늘]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의 고독.
어딘가 멀리서 찾아와, 스쳐지나가는 이름 없는 바람의 고독.
고독은 언제나 아름답고 편안하고, 하는 수 없이 두려웠다.



[회상/ 오즈의 성/ 밤]

-내게 있어, 고독이라는 건 오즈였다.
그 정도로 강대하고 불쌍한 생물을 달리 본 적이 없다.
그는 언제나 혼자였다. 그를 증오하고 죽이려는 자는 있어도 그를 사랑하는 자는 없었다.
아첨하고 이용하려는 자는 있어도 진심으로 믿어주는 자는 없었다.
세상을 손에 넣을 힘이 있으면서 세상을 사랑하지 않고 사랑받지 못했다.
하지만...
아서를 만나고 오즈는 변했다.
이전 오즈와 사랑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회상/ 오즈의 성 거실]

피가로 : 나는 말이지, 오즈. 사랑이라는 건, 상냥함이나 자애로움이라고 생각했어.

오즈 : ...


-오즈는 입을 다물고 나를 보고 있었다. 그 녀석은 대부분 그렇다. 가만히 바라보고,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
눈을 보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으니까, 분명 평소와 다름없는神妙な 마음으로 공감해주고 있는 거겠지.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반드시 실망한다.
기본적으로 오즈는 내 이야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가만히 눈을 바라보고 있어도, 창 밖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듯이 내 움직이는 눈이나 입을 보고 있을 뿐이다.
바보취급 하고 있는 것이 아닌, 그게 진리인 거다. 오즈는 세계를 통솔하는 마법사.
그런 자가 다른 감정을 이해할 수나 있을까.
그런 줄 알면서 상관없이 나는 계속했다. 혼잣말 같은 거다.


피가로 : 누군가를 걱정하거나, 누군가의 생각을 상상하고, 다가가거나...
무언가의 희생을 견뎌가며, 자기 이외의 것에 행복을 준다. 그런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어.
예를 들면, 내일 세상이 멸망한다고 했을 때...
자신의 소중한 사람의 목숨과 맞바꿔서,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手に掛けられる.


-희미하게 오즈의 눈동자가 험악해졌다.
그는 근성이 짐승이기에, 생사에 관한 이야기에는 민감하다.
나는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피가로 : 잃게 되는 것에 아무렇지 않다는 게 아니야. 내가 죽는 편이 나을 정도로 괴롭고 슬프겠지.
하지만 그 아픔을 참고, 나는 세상을 지키는 쪽을 고를래.
그러는 편이, 어쩐지,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것에 가까운 것 같거든.

오즈 : ...


-나는 일부러 얼렁뚱땅으로 애매모호하게 대충 어설픈 말투로 말했다.
오즈는 이해하지 않을 거고 확실하게 말해버리기에는 내게도 공포와 당혹감이 있었다.
모든 것을 내게 바친, 멸망한 백성들.
아이보다 부모보다도 나를 우선했다. 자아를 죽이고, 참고 견디며, 다른 것에게 이득을 보게 하는 것이, 즉 사랑인 거다.
틀렸다고 한다면, 무엇을 위해 살고 무엇을 위해 죽었다는 건가.
달콤한 과실도 볼이 미어터지게 먹지 못하고, 따뜻한 모피를 몸에 두르는 일도 없고, 믿고 있는 신께 지켜지는 일도 없이.


피가로 : ...하지만, 너를 보고 있으면, 아닌 것 같기도 해.

오즈 : ...나를?


-한 번 더 고개를 들고 오즈를 바라보았다. 오즈의 검은 머리칼에, 붉은 불꽃의 그림자가 일렁인다.
나는 아마도, 웃고 있었던 것 같다.


피가로 : 너는 세상이 멸망한다고 해도 아서를 고르겠지.

오즈 : ...

피가로 :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데다 앞뒤를 생각하지 않는, 배려가 부족한 선택이야. 많은 목숨을 잃겠지.
하지만, 그 편이 사랑으로 보여.


-난로의 불똥이 튀었다.
나는 쓴 웃음을 보이고, 글라스를 기울였다. 오즈는 당황해하며 시선을 방황하고 있었다.
오즈가 곤란해 하는 걸 보는 건, 조금 기분이 좋았다.


피가로 : 어떻게 생각해?

오즈 : 어떻게, 라는 건.

피가로 : 이 이야기 말이야. 알기 쉽게 얘기했잖아? 의견이 다른 부분 있어?


-오즈는 미간에 주름을 지었다.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을 내놨을 때도 그는 대부분 이런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때보다도 훨씬 인간같다. 그는 더 이상 고독한 마왕이 아니었다.


오즈 : ...사랑이 아니다.

피가로 : 아서를? 아직도 돌로 만들어 먹을 거라고 할 거야?

오즈 : 물론이다.


-말과 반대로, 오즈는 당황해하고 있었다. 나는 흥이 깨져버렸다.


피가로 : 거짓말이네.

오즈 : 거짓말이 아니다. ...모르겠다. 그 일은 그다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

피가로 : 아서가 돌이 되는 거? 그건 이미 사랑인 거야. 사랑하고 있으니까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거야.

오즈 : 너는 어째서 생각하지?

피가로 : 뭐?

오즈 : 세상과 맞바꿔서, 죽인다고.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피가로 : 그렇게 물어보면... 사랑하지 않는 거려나. 나는 모든 것에 무심하고 정이 없는 걸지도.
내 사랑은 잘못된 걸지도 몰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허무해졌다. 몸 안쪽에서 힘이 빠지고, 정신없이 울다 지친 듯한 기분이었다.
사랑하는 자들. 행복해지길 바라고 있다.
거짓은 아닌데, 어째서, 이 세상을 희생하더라도, 라고는 말을 하지 못하는 걸까.
나는 입을 다물었다.
어색해진건지, 조용한 내가 보기 드물었던 건지, 오즈는 내 글라스에 술을 따랐다.
과실이 기적적으로 썩어서 생긴 시럽처럼 달콤한 술.


오즈 :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즈 나름 배려해주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어깨를 흔들며, 글라스를 들었다.


피가로 : 맞다고도 생각하지 않잖아?


-오즈는 짜증이 난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이 대화를 계속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오즈 : 사랑은 모른다.
하지만, 너는 자애롭다. 나보다 아서를 구했다.
과거에는, 나를 구한 적도.

피가로 : 그렇네...

오즈 : 나도 아서도 살아있다. 네 사랑이라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해도.

피가로 : ...

오즈 : 이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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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만일을 위한 보고

[중앙의 나라/ 마법관 담화실/ 밤]

피가로 : 다녀왔어.

미틸 : 다녀왔습니다.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 미틸.


-미틸과 함께 마법관에 돌아가자, 레녹스는 짐을 꾸리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어딘가로 나갈 것처럼 보였다.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았다.
오늘 밤의 마법관은 조용했다. 차가워지기 시작한 바람이 담화실의 창문을 약하게 흔들고 있다.
남쪽의 마법사들 외에 아직 누구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남쪽의 마법사도, 한 명 부족하다.


미틸 : ...어라? 형님은?

레녹스 : 루틸이랑 만나지 못했어?

피가로 : 만나지 못했어. 우리들을 마중 나와준 거야? 무슨 급한 연락이라도?

레녹스 : 어... 파우스트 님으로부터 연락이 있으셔서.

피가로 : 파우스트한테서?


-짐을 내려놓다가, 나는 고개를 들었다.


레녹스 : 네. 실은...


-레녹스는 보기 드물게, 빠른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중간쯤에서 불안해하는 미틸의 모습을 보고 입을 닫는다.
여기서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 건지, 내 팔을 잡고 다른 방으로 이동하려고 한다.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 저쪽에서 대화하시죠.

피가로 : 그래...


-끄덕이자, 미틸이 소리를 냈다.


미틸 : 괜찮아요. 제 앞에서 얘기해주세요.
형님도 알고 있으신 거죠? 파우스트 씨께 관련된 거라면, 시노 씨도, 분명...
제게도 가르쳐 주세요. 충격을 받아서 울거나 하지 않을 테니까.


-미틸의 시선은 진지했다. 지금 그에게 있어, 이런 문제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겠지.
아직 아이로 있어달라고 선을 그을 때마다, 아이들은 그 선을 넘으려고 한다.
수천 년 전부터 흔해 빠진, 하지만 해결방법은 없는 문제다.
따돌리려는 게 아니다. 아직 다정하고 깨끗한 것만 봐주길 바라는 거지만.
노려보는 듯한 필사적인 시선은, 평소의 내 태도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나는 레녹스를 떠봤다. 미틸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았으니까.


피가로 : ...어떡할래? 미틸한테 얘기해도 괜찮을 것 같아?

레녹스 : ... 지금 상황에서는...


-미묘하게 불안한 대답에 나는 입을 삐죽였다. 하지만, 레녹스의 표정에 그렇게까지 심각한 초조함은 보이지 않았다.
파우스트는 엄청나게 고지식한 성격이다. 임무에 나갔을 때, 다른 자들을 위해 때때로 보고를 올리는 일은 몇 번인가 있었다.
게다가, 파우스트에게 무슨 일이 있었으면 레녹스는 이미 여기 없었겠지. 그 점에 나는 안심하고 있었다.
미틸에게도 들려줘도 괜찮을 거다. 나는 미틸의 어깨를 끌어안고 가까운 의자에 앉혔다.


피가로 : 알겠어. 미틸도 같이 듣자.

미틸 : 네...


-미틸의 눈동자에 반짝임이 찾아왔다.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진지하게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런 사소한 것에도 동료들에게 인정받았다고 환희하는 그가 갸륵하면서도 안타까웠다.
긴 시간을 들여서 키워온 그와의 유대를 끊어지게 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바라며, 레녹스에게 말을 건넨다.


피가로 : 레녹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래?

레녹스 : 네.
마침 마법관에 돌아왔을 때 파우스트 님의 사역마가 나타났습니다.
임무로 떠난 동쪽의 나라의 비의 거리에서 전언을 가지고 온 것 같았습니다.

피가로 : 파우스트는 뭐래?

레녹스 : 길드 흔적인 저택, 『호텔 임브리움』에 네로와 히스클리프가 먼저 잠입.
시노와 함께 외부에서 망을 보고 있었지만, 갑자기 두 사람의 기척이 사라짐.
원인은 불명. 두 사람의 행방을 확인하기 위해, 지금부터 호텔에 잠입예정.
경계하는 것 같은 마법의 흔적은 없음. 쥬라의 숲에서 온 타냐와 만났음. 만일을 위해 마법관에 보고함,이라고.

피가로 : 과연...

미틸 : ...네로 씨와 히스클리프 씨가 없어졌다는 건가요...?

레녹스 : 응.

미틸 : 그럴 수가... ...괜찮을까요... 괜찮은 거겠죠? 피가로 선생님.


-걱정스럽다는 듯이 미틸은 나를 올려다봤다. 그가 바라는 대답을 해주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지만, 신중하게 말을 고른다.


피가로 : 무조건적으로 그렇다고는 단정지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 파우스트라면 알고 있는 마법사의 기척을 어느 정도 광범위하게 파악할 거야.
그런 그가 놓쳤다고 보고했어. 자신들도 행방불명이 되었을 때, 단서를 남기기 위해서겠지.

미틸 : ...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 사실의 이야기야. 사실이 미틸을 상처 입히지 않도록, 우리들은 곧장 감추려고 하지만...
그게 역으로 상처가 되는 일도 있어. 그런 이야기를 오늘 했단 말이지.

미틸 : ...네...


-미틸은 천천히 끄덕였다.
각오를 강요하는 꼴이 된 게 아닌지 걱정이었지만 미틸은 제대로 내 눈을 바라보았다.
나는 웃으며 그의 등을 어루만졌다.


피가로 : 응. 그럼, 계속하자. 하지만 괴로워서 참기 힘들면 그렇게 말해도 돼.

미틸 : 네...


-이번 미틸은 불안하게 바라보았다. 나는 당황하며 레녹스에게 묻는다.


피가로 : ...역시, 거짓말이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편이 좋았으려나. 어떻게 생각해?


-레노는 경멸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녀석은 가끔 이런 표정을 짓는다. 정말 언젠가 뼈저리게 알게 해주고 싶다思い知らせたい.


레녹스 : 미틸 앞에서 묻지 말아 주세요.


-내가 변명을 하기도 전에, 미틸이 말을 꺼냈다. 상냥한 초록빛의 커다란 눈을 천천히 깜빡이면서.


미틸 : ...피가로 선생님도, 모르는 일이 있군요...

피가로 : 많이 있지. 특히, 너희들에 대해서는 말이지.


-나는 무의식적으로, 볼을 누그러뜨리고 있었다. 무지에 대해 지적당하는 건 싫지 않았다.
아키라나, 수업을 할 때의 파우스트도, 그런 식으로 놀란 적이 있다. 이 순간이 나는 좋았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인간다운 부분을 발견해 준 것 같아서 간지러운 기분이 든다.
미틸은 덩달아 웃었다. 잠시나마 내게 몸을 기댄다. 신뢰의 행동이라고 느꼈다.
기뻤다.


피가로 : 그래서... 루틸이 밖에 나간 건, 내 판단을 들으려고 한 거겠네.

레녹스 : 네. 동쪽의 나라 비의 거리에, 지금 당장 가는 게 좋을까 해서.

피가로 : 어떨까. 파우스트는 지원이 필요했으면 확실하게 전했을 거라 생각해.


-나는 파우스트의 인품을 상기해 보았다. 그는 겁이나 허영심 같은 것과는 한참 떨어진 인물로 항상 정보는 정확했다.
과소평가도, 과대평가도 하지 않는다. 동료의 안전을 제일로 하기에, 지원 요청을 망설이지도 않는다.
만일을 위한 보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겠지.


피가로 : 이미 파우스트가 호텔에 잠입해서, 두 사람을 발견했을 지도 몰라.
우리들이 소란을 피우며 달려가면, 오히려 그의 자존심을 상처입히는 게 아닐까?

레녹스 : 예...?

피가로 :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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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강한 바람과 무언가의 힘

[중앙의 나라/ 마법관 담화실/ 밤]

레녹스 : 아, 아뇨. 파우스트 님은 그다지... 그런 건 신경쓰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피가로 : 너한테는 그렇겠지. 하지만, 지금 그의 입장은 복잡하거든.

레녹스 : 파우스트 님의 입장이 아닌, 파우스트 님께 있어 피가로 님의 입장에서는...

피가로 : 레녹스.

레녹스 : 네. 죄송합니다.


-레녹스와 의견이 부딪혔다. 이전이라면, 부딪힐 일도 없었겠지.
400년 전의 우리들이 알고 있는 파우스트라면, 내가 도와주러 갔을 때 분명 이렇게 말하겠지.
『심려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피가로 님께서 와주신 덕분에 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파우스트는 이럴지도 모른다.
『왜 굳이 굳이 찾아온 거야. '만일을 위한' 보고라고 말했잖아. 그렇게 내가 미덥지 못해?』


피가로 : 잘 생각해 봐. 임무로 나가서, 자고 돌아오는 일은 자주 있잖아.

레녹스 : 그렇네요...

피가로 : 우리들이 소란을 피우면, 파우스트가 학생들에게 바보취급 당할 거야. 특히 시노는 건방진 구석이 있고.

레녹스 : 시노는 시노대로, 파우스트 님을 존경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피가로 : 알고 있지. 적어도, 아침까지는 기다리자.
아침까지 기다리고, 돌아오지 않으면 동쪽의 나라로 가자. 그걸로 어때?


-레녹스는 엄중한 표정으로 안경을 밀어 올렸다. 한동안 생각에 잠긴 뒤 끄덕인다.


레녹스 : 알겠습니다.

피가로 : 응. 미틸, 어쩌면 내일 아침 일찍 나가게 될지도 몰라.
같이 갈래? 집을 지키고 있어도 되지만.

미틸 : 갈래요! 시노 씨나 히스클리프 씨가 걱정되기도 하고...

피가로 : 알겠어. 그럼, 이렇게 하자...

(바람 부는 소리)


-강한 바람이 불어, 갑자기 문이 닫혔다.
단지 그것뿐인 일이었지만, 묘하게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판단을 잘못한 걸까. 빨리 달려갔어야 했을까?
하지만 이 이상 괜한 짓 해서 파우스트한테 미움받고 싶지 않아.
그 아이는 강한 마법사야. 다소의 곤란한 일이라면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어. 보호자인 척하는 건 그만하는 게 좋아.
오즈랑 아서처럼은 될 수 없었으니까.


미틸 : 동쪽의 마법사 분들이나 ,다른 분들이 돌아왔을 때를 위해, 식당을 깨끗하게 해 둘게요.

레녹스 : 응, 그러는 게 좋겠다. 루틸은 슬슬 돌아올테니까.
얼른 돌아오면 좋겠는데...



[밤하늘]

루틸 : 미틸, 피가로 선생님, 어디 계시지...
중앙의 왕도를 하늘에서 한 바퀴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네... 엇갈린 걸까.
레노 씨, 걱정하시는 듯 했어. 파우스트 씨와는 오래 알고 지냈다고 하셨고...
동쪽의 마법사분들, 무사하면 좋겠는데...
... 어라? 저 사람,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것 같은데...
나한테 흔들고 있는 건가? 가고는 싶지만, 하지만 지금은...
...!? 아...!?
갑자기 제어가...!? 무언가의 힘으로 지상으로 끌어당겨지고 있어!?
떨어진다...!!



[중앙의 나라/ 시장/ 밤]

루틸 : ...!! 아파라...!

아이작 : ...

루틸 : 아! 죄, 죄송해요!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치신 곳은...

마을 사람 : 큰일이야! 사람이 떨어졌어!

마을 사람 : 마법사다! 빗자루에서 떨어졌어!

마을 아이 : 루틸 씨! 루틸 씨다!

루틸 : 아, 응, 안녕.

마을 사람 : 아! 루틸 씨잖아! 전에 이 아이의 상처를 치료해 준 남쪽의 마법사 분!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루틸 씨. 훤칠한 형씨도 잘 했어! 엄청난 힘인걸!

마을 아이 : 엄청난 힘! 나도 들어줘!

아이작 : ...

마을 사람 : 이런, 너무 소란을 피웠네. 이건 좋은 거 보여준 답례야. 자, 받아줘.

아이작 : ...술?

마을 사람 : 맞아. 오늘 밤은 즐기라고!

마을 아이 : 커다란 사람, 엄청났지!

마을 사람 : 엄청 났어! 너도 잔뜩 먹고 커다래지는 거야.

마을 아이 : 아하하하!

아이작 : ...

루틸 : 핫...!  죄송합니다, 받아주신 채로 멍하니 있어서!
당장 내려갈게요! 영차...! 다치신 곳은 없나요!?
어라...? 혹시, 낮에 만난 피가로 선생님의 지인...

아이작 : 그래.
아이작이다.

루틸 : 아이작 씨...

아이작 : 루틸?

루틸 : 네. 루틸 플로렌스라고 해요.

아이작 : 다행이야, 불러 세워서. 밤은 지루하니까.
미스라도 없는 것 같네. 내 이야기 상대로. 술도 받았겠다.

루틸 : 미스라 씨...? 미스라 씨도 아시나요?

아이작 : 미스라는 모두가 알아. 마법사라면.

루틸 : 당신도 마법사...? 혹시, 지상으로 불러들인 게, 당신인가요?

아이작 : 그래.

루틸 : 그랬군요. 깜짝 놀랐어요.
미스라 씨도 강압적인 부분이 있지만, 아까 그건 좀 위험해요. 떨어질 뻔했어요.

아이작 : ...

루틸 : 하지만, 도와주신 것도 당신이시죠. 감사합니다, 아이작 씨.
피가로 선생님과 미스라 씨의 지인을 만나 뵙게 되어 기뻐요.

아이작 : 나도야. 그래... 이 술을 주지. 빨리 마시자고.

루틸 : 어...

아이작 : 이 마을 녀석들은 싫은 녀석도 있지만 좋은 녀석도 있어.
좋은 녀석이 좀 더 많아. 하하... 뭐라도, 사자고. 배가 고프네.

루틸 : 아... 모처럼 불러주셨는데, 오늘 밤은 급한 용건이 있어서...

아이작 : ...

루틸 : 다음에, 같이 술을 즐기기로 해요. 미스라 씨나 피가로 선생님도 같이.

아이작 : 급한 용건?

루틸 : 네.

아이작 : 그건?

루틸 : 피가로 선생님과 제 동생이, 아직 마법관에 돌아오질 않아서... 찾고 있던 참이었어요.

아이작 : 피가로가... 그 피가로가 없는 건가.

루틸 : 맞아, 요...

아이작 : ...
큰일이네. 그럼, 같이 찾아줄게.

루틸 : 아뇨, 괜찮아요. 말투가 이상했네요. 갑자기 사라진 게 아니라서...

아이작 : 루틸.

루틸 : 네.

아이작 : 나한테 따르는 게 좋을 거야.

루틸 : ...

아이작 : ...말투가 이상했나?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

루틸 : 아뇨, 뭐라고 해야 할지... 미스라 씨와 조금 닮았구나 싶어서. 악의가 없어 보이는 점도.

아이작 : 피가로가 있을 법한 곳에 짐작가는 데가 있어. 건너편에... 저쪽이야. 같이 가자.

루틸 : 건너편? 시외까지 가신 걸까...

아이작 : 루틸, 얼굴을 보여봐.

루틸 : 얼굴? 아...

아이작 : ...

루틸 : 그... 그렇게, 얼굴을 잡아당기면 목이 늘어날 것 같은데요...

아이작 : 생업은?

루틸 : 생업? 직업말인가요? 남쪽의 나라에서 교사를 하고 있었어요.

아이작 : 사람에게 뭔가를 가르친다?

루틸 : 네...

아이작 : 행복했겠지.

루틸 : 그렇... 네요... 행복했어요.

아이작 : ...

루틸 : 아이작 씨는, 아니셨나요...?

아이작 : 응?

루틸 : 슬프다는 눈동자를 하고 계시니까...

아이작 : 이건 그게 아니야.
기쁜 거야.

루틸 : ...

아이작 : 가자.

루틸 : ㄴ, 네...

(걸어가는 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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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달밤에 찾아간 곳은

[중앙의 나라/ 그랑벨 성 아서의 집무실/ 밤]

아서 : ...
오즈 님의 진짜 과거라...
그걸 알게 되면 나는 어떻게 할까. 만약, 잔인하고 끔찍한 짓을 한 전설이 진짜라면 나는...

(바람 부는 소리)
(문이 열리는 소리)

아서 : ...! 갑자기, 창문이... 바람이 한 짓인가...?

오웬 : 나야.

아서 : 오웬!

오웬 : 흥. 천하태평한 왕자님. 내가 자객이면, 지금쯤 심장을 찔렀을 거야. 너는 죽었겠지.

아서 : 걱정해줘서 고마워. 카인에게도 자주 들어. 확인하고 창문을 열라고...

오웬 : 그 녀석 이름은 꺼내지도 마!

아서 : ...카인 말이야? 카인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오웬 : 꺼내지 말라고 했잖아. ...아니, 카인에 대해 얘기하자. 실망시켜 줄게, 왕자님.

아서 : 실망? 내가?

오웬 : 그래. 듣고 싶어?

아서 : 으응... 실망할 얘기라면 듣고 싶지 않아.

오웬 : 뭐? 들어.

아서 : 실망할 얘기라면 듣고 싶지 않지만, 카인에게 실망할 이야기라면 나는 실망하지 않을 것 같아.

오웬 : 그게 있지, 할 수 밖에 없어. 비명을 내지르고 실신할지도. 분노에 미쳐 검을 뽑을지도 몰라.

아서 : 믿을 수 없는 걸. 하지만, 대화할 거라면 차를 내올게. 뭐가 좋아?

오웬 : 진지하게 들어. 네 기사가, 기사로서의 체면을 잃으려고 한다고.

아서 : 그의 명예가 위험에 처했다는 건가?

오웬 : 위험이라고 하면 위험이겠지만. 말하자면 타락이야. 카인이 선택했어.

아서 : 카인이 타락을 선택했어?

오웬 : 맞아. 의심스러우면 보고 오면 돼.
그 녀석은 서쪽 나라의 욕망에 빠져, 나라나 너를 팔아넘기려고 하고 있어. 그 모습을 보여줄게.

아서 : ...
필요 없어.

오웬 : 어째서? 사실을 아는 게 무서운 거겠지.

아서 : 카인을 믿고 있어. 카인에게는 뭔가 생각이 있을 거야.
그가 내게 보이고 싶지 않은 거라면, 나는 보지 않아. 그를 믿고 기다릴 뿐이야.

오웬 : 대단하다는 듯이... 너는 토 나오는 위선자인 데다가, 사실에게서 눈을 돌리는 겁쟁이야.
그렇게 긍지를 중요시하던 남자가 너를 위해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짓을 해서 타락하려고 하고 있는 거라고.
영혼보다도 소중한 것을 팔려고 하고 있는 거야. 가슴이 아프지 않아?

아서 : 뭐? 아픈 게 당연하지. 나를 위해?

오웬 : 그렇게 말했어.

아서 : 말하지 않았어言わなかった. 카인은 또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오웬 : 그래! 열 받지!

아서 : 분노보다도, 슬퍼. 마음을 배신하는 듯한 짓은 하지 않아 줬으면 해. 지금이라면 말릴 수 있는 건가?
그게 진짜라면, 사정이 바뀌었어. 지금이라면 멈출 수 있는 거야?

오웬 : 글쎄. 왕자님이 말리고 싶다고 말하는 거라면, 도와줘도 좋지만.

아서 :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 카인은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하려고 하고 있는 거지?
그가 고민하고 있는 거라면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말리고 싶지만, 속셈이 있는 거라면 그의 의견을 존중하고 싶어.

오웬 : 하지 않아도 돼. 너는 주군이잖아. 명령하고 따르게 하면 돼.

아서 : 카인은 친구야. 억지로 따르게 하고 싶은 게 아니야.

오웬 : 있지... 왜 착한 아이인 척 하는 거야. 그 녀석이 타락하면 싫잖아?

아서 : 어째서 카인이 타락하는 거야.

오웬 : 내가 부추겼어. 여자와 놀고, 도박을 즐기며, 술에 빠지는 천한 녀석이 되도록.

아서 : 됐어?

오웬 : 됐어.

아서 : 정말이야...? 마법을 건 것도 아닌데?

오웬 : 그래. 카인의 본성이었을지도 모르지.

아서 : 그건 아니야, 오웬.

오웬 : ...

아서 : 방금 전, 너는 나를 사실으로부터 눈을 돌리는 겁쟁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내가 보고 있는 것이야 말로 사실이라고 확신하고 있어.
카인이든, 오즈 님이든,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이 진짜 모습이라고.

오웬 : 왜 오즈가 나오는 거야. 듣고 싶지 않아, 그 이름.

아서 : ...

오웬 : 뭐야?

아서 : 아니... 그래,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오웬 : 뭐?

아서 : 후후... 나는 질투했어. 그렇게나 다정하신 얼굴, 재회하고 나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으니까.

오웬 : 무슨 소리 하는 건지 모르겠어.

아서 :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카인의 사정을 모르겠지만, 내가 가면 그에게 상처주는 게 아닐까. 오웬은 어떻게 생각해?

오웬 : 몰라. 나는 괴롭히고 싶을 뿐.

아서 : ...
알겠어. 데려가줘.
네 쪽이 더 빨리 서쪽에 도착할 수 있겠지.

오웬 : 뭐 그렇지. 어떻게 해서든 부탁한다고 하면, 데려가 주지 못할 것도 없지만.

아서 : 어떻게 해서든 부탁할게. 내 기사의 일생일대의 사건이니까.

오웬 : 흥...

아서 : 알려줘서 고마워.

오웬 : ...
...너무 혼내지는 마.

아서 : 응? 너를?

오웬 : 카인말이야. 너한테 혼나면 주눅 들어.

아서 : 주눅들지 않아. 내게 혼난다고 해도, 카인은 하고 싶은 걸 해.

오웬 : 흥... 그럼, 혼내지 않을 거야?

아서 : 혼내지. 나도 하고 싶은 걸 할 거야. 오웬은?

오웬 : 내가 뭐?

아서 :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어?

오웬 : 당연하지. 나는 북쪽의 마법사야.

아서 : 그럼 잘 됐다.

오웬 : ...
탑까지 내 빗자루로 태워줄게. 이리 와.

아서 : 알겠어. 고마워.

오웬 : 떨어지지나 말라고. 거꾸로 떨어지면 산산조각 날 거야.

아서 : 어렸을 때부터 오즈 님의 빗자루에 얻어 탔었어. 떨어질 리가 없어.

오웬 : 건방져.

아서 : 설레기 시작했어. 같이 카인을 도우러 가자.

오웬 : '같이'가 아니야. 네가 혼자서 멋대로 하는 거야.

아서 : 오웬은?

오웬 : 그 방해를 할 거야.

아서 : 어쩐지 복잡한 것 같은데, 서로 최선을 다하자.

오웬 : 조용히 해. 혀 씹는다.



[서쪽의 나라/ 왕궁 정원/ 밤]

리케 : ...
대체, 여긴 어디일까요..
오즈의 귀가가 늦어지길래 신경 쓰여서 찾으러 나왔더니 신기한 아름다운 장소에...
무척이나 넓은 화단이에요. 누가 만들었을지.
미틸과 루틸을 불러서 보여주고 싶어요. 꽃을 좋아하니까요.

(무언가의 소리)

리케 : ...? 방금, 무슨 소리가...
누구세요?

??? : 그건 이쪽이 할 말이네.

리케 : 당신은... 본 적 없는 노인분이시네요.

??? : 그대도 본 적 없는 소년일세. 어디서 흘러들어온 거지.
위병들에게 들켰으면 목이 베었을 거네. 발견한 게, 나わし라 다행이야.

리케 :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 : 하하... 이상한 아이야. 뭐 됐다. 내 머리가 보여주는 환각일지도 모르니...

리케 : 환각이 아니에요.

??? : 뭐든 상관없네. 하아...
...아름다운 화단이야...

리케 :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참이에요.

??? : 마음이 정화돼... 할 수만 있다면, 태양 아래에서 한 번 더 보고 싶었다만...
이 세상에서 보는 마지막 경치다워...

리케 : ...이 세상에서 마지막...?

??? : ...아니... 잊어주게...

리케 : ...?
저기... 달을 올려다보지 않으실래요?

??? : 왜지.

리케 : 얼굴을 잘 보고 싶으니까요. 당신과 닮은 사람을 본 적 있는 것 같아서...

??? : 하하... 그렇겠지. 지폐나, 동전에서...

리케 : 아뇨, 그게 아니라... 아, 기억났어요.
서쪽의 나라 천공이궁이라 불리는 곳에 거주하셨던 안토니오 님이에요.
초상화가 온 걸 무르가 보여줬어요.

??? : 안토니오라.. 안토니오에게는 흉인凶刃-사람을 해치려는 칼날이 미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모두에게 받들어지면서 나는 내 인생을 살아오지 않았어. ...살 수가 없었지.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만, 이리 무서운 일이 일어날 줄은...

리케 : ...괜찮으세요? 달빛 때문만이 아니라, 안색이 안 좋아 보이시는데...

??? : 괜찮다... 모든 것은 이미 늦었어...

리케 : 고민이 있으시다면 털어놓으세요. 저는 신의 사도이자, 현자의 마법사. 리케 올티스라고 합니다.

??? : ...현자의 마법사...

리케 : 맞아요. 지금까지도 각지에서 일어난 다양한 이변을 해결해 왔어요. 편히 상담해 주세요.

??? : ...읏, 현... 현자님께, 부디, 전해주시게...
나를... 읏, 이 나라를 도와...읏.
...으, 윽..., 으윽....!

리케 : 왜 그러세요!? 머리가 아프신가요!?

??? : ...으, 으으...
...
보자... 나는 여기서 대체 무얼...

리케 : 괜찮으세요?

??? : 자네, 못보던 얼굴이구먼. 위병들에게 들켰으면, 목이 날아갔을 걸세. 빨리 가게나.

리케 : 하지만...

??? : 나도 돌아가도록 하지. 호호, 춥군 추워...

리케 : ...
같은 말을 두 번 하셨어요.

오즈 : 리케.

리케 : 오즈. 당신을 찾고 있었어요.

오즈 : 숙소에서 기다리고 했을 텐데. 기척을 찾느라 몇 번을 잠들었는지...

리케 : 옷에 흙이 잔뜩 묻어있네요. 털어드릴게요.

오즈 : 아마도, 여기는 귀족이나 왕족의 땅이다.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저쪽에는 성이 있다.

리케 : 그렇군요. 노인분과 만났어요. 현자님께 보내는 전언을 받았는데요...

오즈 : 뭐라고 했지?

리케 : 도중부터, 상태가 이상해졌어요. 그래서, 듣지 못하고 끝나버렸어요.

오즈 : ... 내일, 여기가 어딘지 확인하도록 하지.

리케 : 그렇네요. 카인이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고.
아서 님과 이야기는 잘 했나요?

오즈 : ...

리케 : 아서 님과 만나신 거죠?

오즈 :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리케 : 있는데요.

오즈 : ...공무로 바빴다. 말은 걸지 못했다.

리케 : 그랬나요.
말을 걸었다면, 기뻐해주셨을 텐데, 그래도 배려를 아는 건 좋은 거예요.

오즈 : 그런가.

(뛰어오는 소리)

위병의 목소리 : 침입자다! 찾아라!
아마도 마법사다! 조심해라...!

(뛰어오는 소리)

리케 : ...? 어쩐지 저쪽이 소란스럽네요. 무슨 일 있는 걸까요.

오즈 : 숙소로 돌아가지. 말려들면 번거롭다.

리케 :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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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각성한 무언가

[북쪽의 나라 마을/ 눈보라/ 저녁]

에바 : ...
...소피, 어째서...

미스라 : 《アルシム

에바 : ...!

스노우 : 오오!

화이트 : 에바구먼! 잘했네, 미스라여.

미스라 : 말했잖아요. 제 탐색에 틀리는 일은 없다고요.

브래들리 : 잘 했다, 미스라. 여기서 기다려.

미스라 : 하?

브래들리 : 에바!

에바 : 다가오지 마! 미스라까지 데려올 줄이야...

브래들리 : 미안. 용서해주라. 당신이랑 얘기가 하고 싶었어.

에바 : 꼬맹아. 이 이상은 봐주지 않아. 그 녀석들을 데리고 돌아가.

미스라 : 에바, 오랜만이네요. 치렛타는...

에바 : 다가오지 마!

스노우 : 미스라, 미스라. 에바의 말대로일세.

화이트 : 움직이지 말게. 아무리 그렇다지만 너무 싫어하는구먼.

미스라 : 전에 치렛타와 같이 에바가 사는 곳에 방문한 적이 있어서.

에바 : 그 이상 말하면 죽인다.

미스라 : 이사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에바 : 유언 있으면 말해.

미스라 : 너무 화내는 거 아닌가요. 에바. 치렛타는 죽었어요.

에바 : 알고있어.

미스라 : 그런가요.

에바 : 치렛타의 마도구는 네가 이어받은 건가.

미스라 : 네.

에바 : 한심한 놈. 그 대마녀의 해골을 손에 넣고도, 쌍둥이의 목 하나 따지 못할 줄이야.

미스라 : ...

에바 : 그녀의 눈이 잘못 됐었나보네見込み違いだったね.

미스라 : ...하?

스노우 : 이쪽을 보지 말게나, 미스라여.

화이트 : 도발에 넘어가지 말게나, 미스라 쨩.

미스라 : 원한다면 언제든지 해줄 수 있는데요?

스노우 : 아직 괜찮네ㅡ.

화이트 : 괜찮아ㅡ. 사이 좋게 지내자ㅡ.

브래들리 : 미스라를 부추기지 마, 에바. 대화가 하고 싶을 뿐이야. 모두, 당신을 존경敬服하고 있어.

에바 : 허울 좋은 말이나 하고...
좋아. 조금만 시간을 주지. 대화가 하고 싶다는 건?

브래들리 : 서쪽의 나라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잖아. 뭔가가 각성했다고.
당신도 알 거라 생각하지만, 저번 <위대한 재앙>의 습격 이후로 세계에 이변이 일어나고 있어.
멸망했을 종이 되살아 나고, 잃어버렸을 사념이 강대해지거나 기묘한 힘을 갖거나 한단 말이지.
그런 이변의 해결을 위해 우리들은 이계에서 온 현자랑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었어.

에바 : 고생 많네 그래.

브래들리 : 그렇지만도 않아. 감옥에 있는 것보다는 현자랑 나가는 편이 재밌어.

에바 : 어떤 아인데?

브래들리 : 현자?

에바 : 그래.

브래들리 : 혼자서는 만족스럽게 날지 못하는 새야. 하지만, 커다란 나무로 자랄 가능성은 있어. 비바람에도 도망치지 않아.
도망치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속도로 뿌리내릴 힘은 있어. 당신도 만나게 해주고 싶네.

에바 : 기회가 있다면.

브래들리 : 그래.
그래서, 다시 얘기로 돌아오자면, 위험한게 각성했다면, 미리 알아두고 싶어.
현자 귀에 들려주고 싶으니까, 는 구실이고 미스라도 나도 기분전환이 하고 싶거든.
당신한테 다가가지 말란 소리 들으면 다가가고 싶어 진단 말이지.

에바 : ...

스노우 : 에바는 질린 모양이로구먼. 충고를 무시당한 셈이니, 어쩔 수 없네.

화이트 : 호호호, 그렇지만도 않네. 에바는 반발하는 애송이를 좋아하지. 심쿵 에피소드일세.

에바 : 죽고 싶은 거야?

스노우, 화이트 : 아이고 무셔!

브래들리 : 에바의 기분을 망치지 마. 어때, 부탁할게. 자세히 알려주면 안 되냐. 대체, 뭐가 각성했단 건데?

에바 : 연관되면, 불쾌한 경험을 할 뿐이야. 기분전환 같은 건 되지 않아.

브래들리 : 그건 얘기를 들어보고 정할게. 부탁한다, 에바.

미스라 : 말하지 않는다면, 당신으로 기분전환해도 상관 없... 으으!

브래들리 : 미스라도 부탁한댄다.

에바 : ...알겠어. 알려주지.
두 달 정도 전에...
제자인 소피의 견문을 넓히고자 시간을 들여 대륙을 떠돌고 있었어.
어느 날, 서쪽의 나라 서쪽 해안 제도에서, 격렬한 땅울림이 들리고 바다가 거칠어졌어.
죽은 사람도 아니고 산 사람도 아닌 것이, 바다 아래에 가라앉은 섬에 숨을 쉬고 있는 것만 같았어.

스노우 : 가라앉은 섬...? 어딘가에서 들어본 이야기로 구먼.

화이트 : 샤일록이 관련되었다든가 그런 이야기 하지 않았나? 그, 분명...
오, 애덤스 섬이구먼. 과거 볼더 섬 가까이에 있던 섬.

브래들리 : ...볼더 섬. 거기서도 달의 소환술 흔적이 발견 됐었지.

에바 : 달의 소환술?

스노우 : 그렇네. 그대도 알고 있는가?

에바 : ...

브래들리 : 에바?

에바 : ...소피가 의식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했었어.

브래들리 : 당신 제자가?

에바 : 이 마을의 동북쪽에 있는 숲을 넘어가면 나오는 평원이야.
지금은 가까이 갈 수 없어. 혼란이 질서를 무너뜨려, 정령들이 광란에 빠져있어.
소피에게도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어. 그 아이는 흥미를 보이는 것 같았지만...

미스라 : 제자를 뒀나요, 에바.

에바 : 너랑은 상관 없어.

미스라 : 상관 있는데요. 치렛타가 당신에게 제자가 생기면, 저랑 싸워보게 하라고 했어요.

에바 : 웃기지마. 내 제자가 너 같은 악동에게 질까 보냐.
...아니. 이제 내 제자도 아니야. 그건 나를 배신했어.

브래들리 : 너무 단정 짓고 판단하지 마. 어쩌면, 뭔가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달의 소환술에 흥미를 가졌댔잖아?
질서가 흐트러진 장소에 가까이 가서, 광란에 빠진 정령들에게 잡아먹힌 거 아냐?

에바 : 그렇지 않아. 정령들에게 잡아먹혔다고 해도, 그 아이의 기척정도는 알아.
그 장소에 소피는 없어.

미스라 : 누가 돌로 만들어, 먹어버린 거 아닌가요?

에바 : 말도 안 돼.

미스라 : 말도 안 될 일은 없죠. 작은 여자애 한명, 저는 간단히 돌로 만들 수 있어요. 어느 정도의 마력을 가진 사람인가요?

에바 : ...
언젠가 오즈를 뛰어넘을 거야.

미스라 :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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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마녀가 남긴 말

[북쪽의 나라 마을 / 저녁]

스노우 : 호호호! 치렛타도 그런 말을 했었지.

화이트 : 미스라가 오즈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지 못한 채로 돌이 되어버렸지만. 뭐, 당연하네!

스노우, 화이트 : 오즈는 우리네가 키운 아이니까!

에바 : 언젠가, 소피가 죽일 거야.

미스라 : 넘겨 들을 수가 없네요. 저는 지금 언제든지 오즈를 쓰러트릴 수 있어요. 적당히 봐주고 있는 참이었다고요.

에바 : 왜지?

미스라 : 미스라는 지금, 밤...

브래들리 : 거기까지야, 미스라. 에바랑 쌍둥이 모두, 언쟁은 다음에 하라고.
에바. 소피가 갈만한 곳으로 짐작 가는 곳은 없어?
당신의 제자는, 당신을 배신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에바 : 그건 네 소원이겠지.

브래들리 : 완고하네. 배신했다는 확증이라도 있어?

에바 : ...
나는 소피에게 명령했어. 내가 다른 땅에서 용건을 마치고 올 때까지, 이 마을에서 기다리라고.

브래들리 : 여기였던 건가. 그래서?

에바 : 돌아 왔을 때, 그 아이는 없었어. 미친 사람처럼 찾아다녔지만, 찾지 못했어.
그 아이의 돌의 기척도 없었어. 돌아와서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봤어. 소피를 보지 못했냐고.

브래들리 : 그랬더니?

에바 : ... 키가 큰 남자랑 마을을 나갔대.

스노우 : 아.

화이트 : 아 그런 건가.

미스라 : 응? 그렇다는 게 어떤 건데요?

스노우 : 그, 야반도주라든가.

화이트 : 사랑이나 연애는 아니라고 해도, 혹독한 수행보다 달리 하고 싶은 것이 생겼을 가능성은 있겠지.

에바 : ...
죽인다.

브래들리 : 진정해! 소피라는 녀석은 어쩌면 다른 재능이 있었던 거 아냐?

에바 : 다른 재능?

브래들리 : 요리라든가, 대장일이라든가, 재봉이라든가. 가게를 낼 수 있는 거.

미스라 : 훌쩍 여행을 떠나 호수에서 시라도 낭독하는 타입의 인간을 딱 마주쳤다든가.

에바 : 네놈들, 장난치지 마. 요리라든지 시라든지 적당한 말이나 하다니.

브래들리 : 적당히 둘러댄 게 아니라고?

미스라 : 적당히 둘러댄 게 아닌데요.

에바 : 이 이상, 너희들이랑 어울릴 수 없어. 할 말은 그것뿐인가.

브래들리 : 마지막으로 하나. 노바라는 마법사 알아?
마법으로 모습을 바꾸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흰 장발에 한 쪽눈에 상처가 있어, 다른 한쪽 눈은 의안인 마법사야.
엄청나게 강해. 미스라도 당해내지 못했어. 어느 나라의 것도 아닌 묘한 기척이 느껴져.
키가 크냐고 하면 커. 달의 소환술에 관련된 것 같아. 짐작 가는 바는?

에바 : ... 몰라.
하지만, 그녀석이 소피를 꼬드긴 거라면 내가 그 녀석을 죽인다.

브래들리 : 덕분에 수고가 덜겠어. 하지만, 조심해.
나랑 미스라, 오웬, 그리고 한 명 더 다른 마법사가 같이 싸워서 돌로 만들 수 없었어.
노바는 주문도 외우지 않았어. 아직 여유가 있었던 거겠지.

에바 : ...기억해두지. 스노우, 화이트.

스노우 : 무슨 일인가.

화이트 : 말해보게나.

에바 : 북쪽의 마법사는 잊지 않았어. 너랑 피가로가 인간의 앞잡이가 되어, 거기 있는 꼬맹이를 사냥한 것을.

브래들리 : ...

에바 :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놈들.

스노우 : 호호호. 에바여. 보이는 것만이 전부인 줄 아는 마녀여猪のような魔女め. 모든 것은 마법사를 위한 걸세.

화이트 : 그대와 같이 얄팍한 생각밖에 하지 못하는 자에게는 알 수 없는 세상의 이치라는 것이 있네.

에바 : 미스라.

미스라 : 하아.

에바 : 긍지 높은 치렛타의 제자여. 기억해 두도록.
너는 치렛타와 마찬가지로,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마법사.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자신이 생각해. 이 세상에 무관심하게 있지 마. 노골적으로 이용만 당할 테니까.
오즈한테도 전해둬.

미스라 : 아, 잠깐...
사라져 버렸네요.

브래들리 : 에바...

미스라 : 무슨 의미인가요? 노골적으로 이용당한다니.

스노우 : 나는, 전혀 모르겠네. 마음은 어리니.

스노우 : 나도 유령이지만, 마음은 청춘이니.

미스라 : 하아. 그런가요.
어떡할 건가요? 브래들리. 당신이 여기까지 데려온 거잖아요.

브래들리 : 그렇네... 에바가 말한, 볼더 섬에라도 가볼까.

스노우 : 이 경치에서 볼더섬으로인가.

화이트 : 맨몸이었다면 감기에 걸렸겠구먼. 유령이라 다행일세.

스노우 : 하나, 곧 밤이 오네.

화이트 : 우리네는 액자 안에 갇혀버리지. 슬슬 마법관에 돌아가는 편이 낫지 않겠나?

브래들리 : 확실히 그렇네.

미스라 : 볼더 섬이 어디였죠.

브래들리 : 몇 번인가 현자랑 같이 방문한 섬이야. 얼마 전에도, 볼더 섬의 새로운 성주랬나 하는 거한테 초대받았고.
결국, 새로운 성주는 돌아오지 않고, 너랑 오즈가 어쩐지 대판 싸웠지만...

미스라 : 어디서든 싸우니까요... 뭐, 상관없어요.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략적인 감으로 한번 가보죠.

스노우 : 볼더 섬에 가는 건가? 대략적인 감으로...?

화이트 : 대략적인 공간의 문을 여는 건가...?

브래들리 : 그거 괜찮냐...?

미스라 : 괜찮죠. 문제없습니다.

스노우, 화이트 : 불안하구먼...

브래들리 : 위험한 장소에 도착했을 때를 위해, 후추를 꺼내 놓을까...

미스라 : 자, 갑니다.
アルシム



[어딘가의 황폐한 건물 앞]

스노우, 브래들리, 화이트 : ...!?

미스라 : 볼더 섬에 도착했습니다.

그림 속의 스노우 : 볼더 섬!? 바다는?

그림 속의 화이트 : 여기 볼더 섬이 아니지 않아!?

브래들리 : 아, 너네 그림이 됐잖냐! 벌써 해가 진 것 같네...

미스라 : 볼더 섬이잖아요. 자, 파도 소리 들리시죠.

그림 속의 화이트 : 파도 소리? 들리나...?

미스라 : 들린다고요. 귀를 기울이고...

??? : 끼야야아아아아...!

미스라 : 어라?

그림 속의 스노우, 화이트 : 비명일세!

그림 속의 스노우 : 브래들리!

브래들리 : 뭔데. 도우라고?

그림 속의 화이트 : 봉사활동을 하면 사면일세!

브래들리 : 어쩔 수 없지. 가자고, 미스라!

미스라 : 저도 가나요?

브래들리 : 기다린다해도 소용없잖냐.
여기는 볼더 섬이 아닌 것 같고... 서쪽의 나라는 서쪽의 나라인 것 같지만, 풍요의 거리 근처 아냐?
멀리 보이는 저거... 저게 서쪽의 나라 왕궁이야.
그렇단 말은, 역시 이 부근은 풍요의 거리 근처네.

그림 속의 스노우 : 역시 사수射手일세. 눈이 좋아.

그림 속의 화이트 : 풍요의 거리라고 하면, 서쪽과 중앙의 마법사들이, 방문해 있는 곳이 아닌가?

??? : 도와줘! 누가...!

브래들리 : 이 안이야. 가자고.

미스라 : 제가 갈게요.

(문 열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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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귀공자의 눈동자

[서쪽의 나라/ 코르테스 성 외관/ 밤]

-우리들이 왕립식물원에서 코르테스 성으로 돌아왔을 무렵에는 완전히 해가 져있었다.
모르는 땅에서 밤을 맞이하자 아직 조금이지만 불안과 긴장감이 맴돈다.
든든한 마법사들과 함께 있다고 하더라도.
하늘에 달빛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무르 : 현자님, 어서 와!

라스티카 : 어서 오시죠, 현자님. 피곤하시겠네요.


-먼저 코르테스 성으로 돌아와 있던 무르와 라스티카가 우리들을 마중 나와주었다.


아키라 : 다녀왔습니다. 괜찮아요. 저는 빗자루에 얻어타기만 했으니까요.

라스티카 : 그럼, 다행이네요. 자, 저택 안으로 들어가 따뜻한 차라도 마시죠.


-라스티카의 신부는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를 들은 뒤라서인지 밝은 라스티카의 미소를 보니 복잡한 기분이 되었다.
그를 상처입힐 만한 이야기를 클로에가 하지 못한 것도 이해가 된다.
한가롭고 고상하며 행복해 보이는 라스티카의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누구나 지키고 싶어 진다.


아키라 : (북쪽의 마법사들마저, 좀처럼 라스티카한테 죽인다든가 말하지 않기도 하고...)
(라스티카가 슬퍼하는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만약 있다면 어떻게 해야 되지. 나는... 클로에는... 라스티카 자신은...)

클로에 : 다녀왔어, 라스티카.

라스티카 : 어서 와, 클로에. 왕립식물원은 즐거웠니?

클로에 : 응... 있지, 다음에 또 가재.

라스티카 : 한 번 더, 왕립 식물원에? 그렇게 마음에 든 거니?

샤일록 : 왕립 식물원에, 무르의 영혼 조각이 있을지도 몰라요.
한밤 중에 나타난 망령이, 무르와 같은 필적으로 일지를 쓰고 있어서요.

라스티카 : 그거 대단한 발견인걸! 역시, 우리의 운명은 위대한 무르와 이어져 있구나.
근사한걸, 샤일록. 소중한 친구와 몇 번이고 만날 수 있다니.


-라스티카의 말을 듣고, 샤일록은 눈을 깜빡였다.
짧은 순간이 흐른 뒤 살며시 웃는다.


샤일록 : 곤란에 처하게 만들기도 하고 까다로운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 순간, 코르테스 성의 사람들이 모습을 보였다.


장년壯年의 집사 : 대단히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현자님. 침실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그레고리 : 정말 늦군... 평소에도 갑작스러운 손님에 대비해서 준비해 두라고 말했는데.

장년의 집사 : 항상 준비해주시는 일머리 있는 젊은이가 요즘 들어 쉬기만 하고 있단 말이에요. 무슨 일일까요, 그레고리 씨.

그레고리 : 내가 그레고리다. 아까 다른 사람에게 설명했는데, 인수인계가 되지 않은 건가.

장년의 집사 : 그레고리 씨, 새가 되신 건가요?

그레고리 : 여러모로 일이 있어서. 내가 새가 된 것과 손님이 왔을 때의 대응 방법에 대해서는 정리해서 인계자료로 적어둘게.

장년의 집사 : 감사합니다.

그레고리 : 됐어. 보고서 작성은 특기니까. 지금이라면 깃털펜도 내가 만들 수 있고.

장년의 집사 : 아하하하!

그레고리 : 아하하 할 때가 아니잖아.


-코르테스 성의 사람은, 느긋하면서도 밝았다.
그에게서 오늘 밤의 예정을 들은 그레고리가 우리들에게 알려줬다.


그레고리 : 현자님. 이 뒤, 릴리아나 님과 코르테스 성의 성주 부부가, 버넷 각하와 만찬을 즐기신다고 합니다.
생가를 떠나, 왕궁에서 거주하시게 되는 릴리아나 님께 있어서는 이 성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됩니다.
극히 사적인 일이기도 하고, 한번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꽤 긴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버넷 각하는 아키라 님을 부르지는 않냐고 말씀하셨다지만, 만일 피곤하시다면...


-말하기 어려워보이는 그레고리에게, 내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엄숙한 야찬에 끼는 것보다는, 다 함께 가볍게 식사하는 편이 좋다.


아키라 : 저희는 간단한 식사만 할 수 있다면 충분해요. 이 뒤에, 왕립 식물원에도 가보고 싶어서...

그레고리 : 그렇게 말해주셔서 다행입니다. 요리장이 너무 힘을 줘서, 한 사람 당 10 접시 이상 준비했다고 하길래.

아키라 : 10 접시...

그레고리 : 여러분께는 적당한 양을 정리하여, 한 번에 올려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현자님...

아키라 : 뭔가요, 그레고리.

그레고리 : 왕립 식물원에 가실 때, 저는 이 성에 남아도 되겠습니까?
릴리아나 님과 대화할 틈이 있다면, 직접 대화를 하고 싶어서...


-그레고리의 요구는 당연했다.
그는 릴리아나 공주에게 일어난 이변의 수수께끼를 밝히기 위해 우리들에게 도움을 청한 거였다.
승낙하려는 순간, 무르가 입을 열었다.


무르 : 관두는 게 어때? 혼자 대화하려고 했다가, 새가 됐잖아.
다음에는 뭐가 될지 몰라.

샤일록 : 저도 무르와 동일한 의견이에요. 당신께 식물원까지 동행해달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저희가 없는 장소에서 위험한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레고리 : 아... 고맙네. 당신들, 상냥하네...

클로에 : 당연하지, 친구인걸! 하지만 서둘러 수수께끼를 밝히고 싶은 마음도 이해가 되네...
성에 남아서 살짝 상황을 보기만 하는 건 어떨까? 그것만으로도 뭔가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

라스티카 : 그렇네. 즉, 위험한 일은 하지 않고. 무르의 말대로 그녀는 작은 새가...
...작은 새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라스티카는 잠꼬대처럼 중얼거렸다.
고귀하고 밝은 파란 눈은 그레고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지만 허공을 방황하고 있다.
달빛月明かり이 새장처럼 우리들을 가둔다.
달빛月光에 희푸르게 젖은 클로에의 볼에 조용한 긴장감이 맴돈다.
라스티카가 살며시 극채색의 새 날개에 손을 뻗는다.


그레고리 : ... 왜 그러지? 라스티카?


-그레고리가 목을 갸우뚱했다.
까딱까딱, 부리가 흔들리자 라스티카가 꿈뻑꿈뻑 눈을 깜빡인다.


라스티카 : 아...
미안. 무슨 얘기였지.

그레고리 : 잊어버린 거야? 눈앞에서 지금까지 얘기했는데?

클로에 : 미, 미안해. 라스티카는 좀 깜빡하거든. 그레고리랑 릴리아나 님의 이야기야.

라스티카 : 그랬네. 그레고리, 조심해.

그레고리 : 고마워. 당신들도.


-그때 나는 생각지도 못했다.
어째서, 그레고리는 마법으로 새가 된 건지.
어째서, 라스티카의 마도구는 새장인 건지.
어째서, 라스티카는 신부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마법으로 새로 만들어 새장에 가두려고 하는지.



[밤하늘]

-식사를 마치고, 우리들은 한 번 더 왕립 식물원으로 향했다.
한밤중에 나타난 망령...
영혼 조각의 무르를 찾기 위해.


켈빈 : 라라라...
라라라... 불쌍한 비극의 귀공자...
...저지른 죄도 잊어버리고...
...아름다운 세상을 여행한다네...



[왕립 식물원 / 밤]

라스티카 : 여기가 왕립식물원. 희미한 빛으로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근사한 곳이네.
여러 꽃이나 잎사귀의 향이 나네요. 아... 저건 뭐지?

클로에 : 잠깐만!

라스티카 : 앗...!

클로에 : 미, 미아가 되면 안 되니까. 혼자서 어디 가지 말아 줘.

라스티카 : 괜찮아, 클로에. 어디로도 가지 않아. 너와 함께야.

클로에 : 어... 어렸을 때처럼, 달래주지 마. 지금은 내가 당신을 걱정하고 있는 거니까.

라스티카 : 그랬지. 걱정해 줘서 고마워.

클로에 : ...
만약, 누가 갑자기 나타나서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한다면...

라스티카 : 무슨 소리야? 동화 속 이야기?

클로에 : 앞으로의 이야기.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으면 귀를 막아도 되니까.

라스티카 : 누군가가 말을 걸어주는데, 귀를 막다니 불친절하지 않지 않을까?

클로에 : 그렇지만...

샤일록 : 클로에.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세요.

클로에 : ...응...


-클로에는 걱정스럽다는 듯이, 주위를 경계하면서 라스티카의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날개가 돋친 마법사가 다시 한 번 나타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거겠지.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가 라스티카에게 그의 신부 이야기를 해버리는 것을.
나도 이상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무서운 마물에게 습격당할 때나 사람 앞에서 말할 때와는 다르다.
소중한 사람이 앞으로 상처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걸 알면서도 피할 수 있게 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런 두려움.
라스티카의 일을 내가 결정지을 수도 없다.
신부 찾기를 그만둬달라고도 사실을 모른 채로 있어달라고도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정말 좋아하는 그를 상처 입힐 재앙이 닥쳐오고 있는 거라면...
어떤 식으로 지킬 수 있을까?
무의식적으로 호흡이 불편해진다.
나도 이런데 라스티카와 계속 함께 있던로에는 더 괴롭겠지.
밤길을 헤매듯이,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아키라 : (어라...?)


-나는 고개를 들었다. 정신을 차리자,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떨어져 버린 건가? 그게 가능한가. 외길을 걸어왔는데.
두근두근, 심장소리가 빨라진다. 어둠에 소란스러운 잎사귀들이나 물결치는 나뭇가지가 무섭게만 느껴진다.
이리저리 눈을 돌려봐도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큰 목소리로 마법사의 이름을 불러보려 했다.
그 순간.
꽉 손목을 누군가가 잡는다.
귀 뒤에서 신사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영혼 조각의 무르 : 여기 있습니다, 현자님.

아키라 : ...읏!


-뒤돌아본다.
내 뒤에 있던 건, 서쪽의 마법사 무르였다.
아니... 무르의 영혼 조각.
그게 <위대한 재앙>의 영향으로 실체화한 것.
고양이처럼 영리한 눈동자를 가늘게 뜨며 그는 웃었다.


영혼 조각의 무르 : 두려워할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당신을 만나뵐 날을 기대해 왔습니다.
사랑스러운, 나의 현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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