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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開日:2023年8月31日 午後6時 (9/2 1:10)

TL, checking - hz

*앱 상의 BGM,Live2D연출, 표정 변화와 함께 즐기시길 바랍니다.

*역) 어플 상 영혼 조각의 무르도 '무르'라고 나오지만 줄글 편의상 '영혼조각의 무르'라고 작성하였습니다.

*먼저 읽으면 좋은 스토리 : EVENT_47. 맺어진 인연은 마법처럼 (前) (수정 21.11.26)

제21장. 세상을 당신으로 물들이고 ▼PAG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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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현자의 라티스

[서쪽의 나라 풍요의 거리/ 낮]

풍요의 거리 주민 : 새로운 여왕님의 마차다!

풍요의 거리 주민 : 새로운 여왕 릴리아나 폐하, 만세!

풍요의 거리 주민 : 어쩜 이렇게 젊고 아름다우신지... 마치, 이야기 속 등장인물 같아!

풍요의 거리 주민 : 그러면서도 겁먹지 않는 훌륭한 행동거지... 서쪽의 나라 국민으로서도 자랑스러워.

풍요의 거리 주민 : 불행한 이야기가 계속됐었지만, 이걸 계기로 밝은 이야기가 늘면 좋겠네!

풍요의 거리 주민 : 괜찮아! 아키라 님도 계시니까.

풍요의 거리 주민 : 아키라 님?

풍요의 거리 주민 : 몰라? 이 마을에서 아키라 님의 이름을 모르다니, 정보가 너무 느린데!

풍요의 거리 주민 : 아, 알고 있어. 들은 적은 있는데, 잠깐 까먹어서...

풍요의 거리 주민 : 후후후, 알려줄게. 아키라 님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이계에서 소환된 현자님이야.
21명의 현자의 마법사를 통솔하고 계시지.

풍요의 거리 주민 : 아, 기억났다! 대관식에서 여왕 폐하께 왕관과 왕홀을 건네주셨다는...

풍요의 거리 주민 : 그 말대로지! 아... 말을 하니까...!

풍요의 거리 주민 : 아키라 님!

풍요의 거리 주민 : 현자 아키라 님이다!

풍요의 거리 주민 : 고양이를 안고 계시네! 좋아하시는 걸까!

풍요의 거리 주민 : 새도 어깨에 올려두고 계셔! 새도 좋아하시는 것 같아!

풍요의 거리 주민 : 동물을 좋아하시나 보다! 분명, 상냥하신 분일 거야!

풍요의 거리 주민 : 여왕 폐하 만세! 현자님 만세!

풍요의 거리 주민 : 현자님, 손을 흔들어 주실까? 아키라 님... 아키라 님!
꺄아아아! 손 흔들어 주셨어!

풍요의 거리 주민 : 오오...! 현자님의 미소를 보고 있으면 기운이 나는데!

풍요의 거리 주민 : 정말이야! 여왕 폐하도, 현자님도, 젊고 귀여워!

풍요의 거리 주민 : 현자님, 훌륭하신 분이다. 가까이에서 시중을 들어드리고 싶어...

풍요의 거리 주민 : 근데, 현자님은 마법사를 통솔하고 계시잖아? 마법사라니, 괜찮은 건가?

풍요의 거리 주민 : 잘은 모르겠지만, 구세의 마법사들이니까, 분명 좋은 마법사일 거야.
무려, 새로운 여왕 폐하의 대관식에 참석해 주셨는걸!

풍요의 거리 주민 : 그렇지! 아, 저기 봐! 현자의 마법사들의 그림을 팔고 있어! 현자님도!

풍요의 거리 주민 : 보러 가자!

(뛰어가는 소리)

드라몬드, 콕로빈 : ...

콕로빈 : 엄청난 인기네요... 현자님도, 현자의 마법사분들도...

드라몬드 : 으윽... 저런 그림을 멋대로 팔다니...
애당초, 현자의 마법사들 초상화를 그린 건 우리가 먼저였는데!

콕로빈 : 하지만, 중앙의 나라 궁정화가가 그린 것보다도, 뭐랄까 모두 밝은 표정을 하고 계시네요.
서쪽의 나라 쪽이 마음 편한 거 아닐지...

드라몬드 : 바보 같은 놈! 서쪽의 나라 화가가 멋대로 웃는 표정으로 그린 게 틀림없지!

콕로빈 : 아, 그렇구나. 어쩐지 오즈도 미스라도 시원시원하게 웃고 있다 싶었어요...

드라몬드 : 애당초, 뭐야 이게!? 멋대로 서쪽의 나라에 마법관을 짓다니, 우리네에게 실례되는 행동이지 않은가!?

콕로빈 : 대관식 후, 서쪽의 나라 왕궁에서 정식으로 서류도 왔죠...
현자님과 현자의 마법사들의 호위나 심부름은 서쪽의 나라에서 행한다. 지금까지 배려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드라몬드 : 무슨 그런 일방적인 행동을! 현자의 마법사는 서쪽의 나라의 것이 아닌데!
지금까지 챙겨준 건 중앙의 나라다! 단호하게 항의하겠어!

콕로빈 : 네!



[메시에 궁전/ 내부 홀]

시중 : 중앙의 나라 마법관리대신 드라몬드 님. 고견을 들려주셔,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후, 우리나라와의 교류가 깊은 빈센트 전하의 의견을 듣고, 진행하는 걸로...

드라몬드 : ...읏!

시중 : 어떠시겠습니까, 드라몬드 님.

드라몬드 : ...알겠습니다. 중앙의 나라로 돌아가, 빈센트 전하께 보고드리겠습니다.

시중 :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메시에 궁전 앞]

콕로빈 : 어떻게 되신 건가요, 드라몬드 님!? 단호하게 항의하는게...

드라몬드 : 빈센트 전하께서는, 서쪽의 왕가와 친하시다고!?
만에 하나라도, 전하의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하는가!?

콕로빈 : 저희는 엄청나게 전하께 혼나겠지요.
아니지, 저희가 처벌당하는 것만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드라몬드 : 서쪽의 나라와 친밀하신 빈센트 님, 그리고, 현자의 마법사이신 아서 님...
자칫하면, 두 사람을 중심으로, 중앙의 나라는 분열될지도 몰라.
일은 신중하게 진행해야만... 일단, 중앙의 나라로 돌아간다!

콕로빈 : 네!
현자님, 현자의 마법사들... 대관식 후, 만나 뵙는 것도 할 수 없었지만...
부디, 무사하시길...



[회상/ 메시에 궁전/ 회합실]

릴리아나 : 국민들이여. 나는 서쪽의 나라가 대륙의 중심이 되는 것을, 진심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서쪽의 나라의 자랑스러운 과학과 전통, 마법과학병단과...
구세의 영웅인 현자의 마법사들과 함께, 서쪽의 나라를 발전시키겠습니다.

-그 대관식에서 릴리아나 여왕의 선언을 들었을 때...
나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놀람과 분노를 느꼈다.
멋대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마치, 당신의 바람을 내가 알고, 응원하고 있는 것 같잖아.
아니라는 걸 모두에게는 확실하게 말해야지.
지금 당장이라도 전해야지.
그렇게 생각했다.



[하늘/ 저녁]

-하지만...



[서쪽의 마법관/ 저녁]

서쪽의 나라 남성 : 어서 오십시오, 현자님.

서쪽의 나라 여성 : 어서 오십시오, 현자님.

서쪽의 나라 소년 : 식사하시겠습니까?

서쪽의 나라 소녀 : 목욕 준비를 하시겠습니까?

서쪽의 나라 노인 : 향은 어떤 향으로 하시겠습니까?

서쪽의 나라 노부인 : 차는 어떤 차로 하시겠습니까?

서쪽의 나라 남성 : 과자는 어떠십니까?

서쪽의 나라 여성 : 노래나 춤은 어떠십니까?


-대관식 직후, 우리들의 심부름꾼으로, 갑자기 많은 사람이 나타났다.
훌륭한 미소에 느낌이 좋은 남녀노소가 50명 정도. 그중에는 인간도 마법사도 있었다.
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중앙의 나라 사람들이 대접해 준 적은 있었지만...
이정도의 많은 사람에게 대접받는 건 처음이었다.


아키라 : 어, 저기...

서쪽의 나라 여성 : 저희는 현자님과 현자의 마법사님의 시중을 들어드리는 자입니다.

서쪽의 나라 남성 : 어떤 일이든 사양 마시고 말씀 주십시오.

서쪽의 나라 노부인 : 원하시는 것이 있으시다면 부디 말씀해 주십시오.

서쪽의 나라 아이 : 인간이 좋다든가, 마법사가 좋다든가, 연세가 있는 분이 좋다든가, 아이가 좋다든가.

서쪽의 나라 여성 : 저처럼 활기찬 사람이 좋다든가! 과묵하고 조용한 사람이 좋다든가!

서쪽의 나라 소년 : 현자님의 시중을 들 수 있어서 무척이나 기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반짝이는 미소에 둘러싸여, 나는 말을 잃었다.


아키라 : 저기... 감사합니다.
하지만 대관식도 끝났고, 중앙의 나라 마법관으로 돌아가야만 해요.
전 세계의 이변을 처리하는 임무도 많이 있어요.

서쪽의 나라 남성 : 그 건에 관해서는, 안심해 주십시오. 서쪽의 나라 마법관에서 인계받는 것으로 정해졌습니다.

아키라 : 서쪽의 나라 마법관에서 인계받는다고요...!? 아서는 알고 있나요?

서쪽의 나라 남성 :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합니다만, 저희는 그렇게 들었습니다.

아키라 : 그럴수가... 죄송하지만, 저는 그럴 생각이 없어요.
다친 사람들 상태도 좋아졌고, 슬슬 중앙의 마법관으로 돌아갈게요.
여러모로 감사했습니...

서쪽의 나라 아이 : 자... 잠시만요!


-인사를 건네려고 하자, 점잖은 남자아이가 소리쳤다.
그의 얼굴은 불안으로 경직되어 있었다. 그만 그런 것이 아닌 다른 자들도.


서쪽의 나라 아이 : 가지 말아주세요, 현자님. 저희에게 불만이 있으시다면, 고칠테니까...


-겁에 질린 듯한 태도에 나는 당황해하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화를 내거나 심한 벌을 부여하는 것처럼 오해하게 한 걸지도.


아키라 : 불만이 있는 게 아니에요. 여기가 싫은 게 아니라, 중앙의 마법관에서 해야 할 일이...

서쪽의 나라 여성 : 여기 계셔주시면 아니 되겠습니까? 저희에게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최선을 다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서쪽의 나라 남성 : 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부디 이곳에 계셔 주십시오, 현자님!


-그들의 필사적인 모습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찌 됐든 책임자와 대화하고 싶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다음 날도, 다음날도,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한 채...

/

-지금도 나는 서쪽의 마법관에 있다.


아키라 : (곤란하네... 오즈나 미스라의 마법으로 억지로 돌아갈 수야 있지만...)
(무단으로 돌아가거나 하면 나중에 문제가 될 법한 분위기야.)


-당황하는 나를 남겨두고, 마법관에 모인 사람들에게는 조직명까지 붙여져 있었다.
현자의 라티스. 현자를 둘러싸고 시중을 드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라는 것 같다.
밝고 친절하고 용모가 수려한, 느낌이 좋은 현자의 라티스들.
그들은 내가 무언가를 하려고 고개를 드는 것만으로도 나보다도 빠르게 움직였다.
온화한 미소와 신사적인 행동. 민첩해진 라스티카처럼 그들은 내게 묻는다.
뭐라도 마시겠습니까?
어느 분을 불러드릴까요?
처음에는 그들의 기민함이나 섬세한 모습에 경계하고 있었다. 그렇게나 나에게 주목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
하지만, 대화하기 쉬운 태도와, 항상 나를 지켜보고 곧장 도우려고 해주는 모습에...
점점 마음이 가벼워졌다.
소중히 정중하게 대해지자 안심돼서 무척이나 마음이 편했다.
이 마법관에서 나가고 싶다는 요망 이외 그들은 열심히 빠르게 깊게 생각하면서 대응해 준다.


현자의 라티스 : 현자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키라 : 아... 다친 사람들의 치료를 위해서 붕대랑 천이랑 약초가 필요해서...

현자의 라티스 : 현자의 마법사분들을 위한... 아, 알아채는 것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저희가 먼저 말씀드렸어야 했습니다.
바로 이쪽에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약초 이름을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구하게 되면, 바로 현자님과 루틸 님께 알리겠습니다. 몸조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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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서쪽 나라의 노림수


[서쪽의 마법관/ 낮]

현자의 라티스 : 그 외에 불편하신 곳은 없으십니까?

아키라 : 어... 저는 괜찮아요. 다른 분들께도 물어봐 주시겠어요?

현자의 라티스 : 알겠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자의 라티스라 불리는 서쪽의 나라 사람들은 우리에게 친절하고 상냥했다.
중앙의 나라 사람들은, 실례라는 건 아니지만 딱딱하고 엄격하다는 인상도 있었다.
하지만 서쪽의 나라 사람들은 사용인 같은 입장의 사람들이라고 해도 친근하게 농담을 건네준다.

/

현자의 라티스 : 안녕하십니까, 현자님. 비스킷을 구웠습니다. 고양이와 새와 작은 마법 모자의 비스킷입니다.
현자님의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검은 백합도 근사하지만, 조금 어두우니까요. 마음에 드셨을까요?

아키라 : 아하하... 감사합니다.

현자의 라티스 : 아, 기뻐해 주셔서 무엇보다 다행입니다! 당신의 미소가 최고의 보상입니다. 부디, 비스킷을 즐겨주세요.


-곤혹과 혼란과 긴장 속에서, 그들의 따뜻한 접대는 치유처럼 느껴졌다.

/

현자의 라티스 : 어서 오십시오, 현자님.

현자의 라티스 : 어서 오십시오, 현자님. 여왕 폐하와의 시찰은 어떠셨습니까?

아키라 : 시찰이라기보다... 거의 마차에서 내리지 않고, 여왕님과도 대화하지 못했어요.

현자의 라티스 : 어머... 아쉬우셨겠네요.

아키라 : 현자의 마법사분들은요?

현자의 라티스 : 방에 계시거나, 정원을 탐색하고 계십니다. 어디로 안내 해드릴까요?

아키라 : 아뇨, 괜찮아요.

현자의 라티스 : 알겠습니다. 현자님, 혹시 시간 있으시다면 잠시 괜찮겠습니까?

아키라 : 무슨 일인가요...?

현자의 라티스 : 자기소개를 하고 싶습니다. 저희의 이름이나 업무 담당, 특기 등을 전해드리고 싶어서.

아키라 : 아... 죄송해요. 제 쪽에서 물어봤어야 했네요.


-나는 미안해서 부끄러워졌다. 그들의 이름도 신경 쓰지 않고 이것저것 받고만 있었다니.


현자의 라티스 : 아뇨. 현자님은 바쁘신 분이니까요. 지금, 알아차려 주심 것만으로도 기쁩니다.
그럼, 저부터 자기소개하겠습니다.

아키라 : 네. 부탁드릴게요.

알미로 : 제 이름은 알미로アルミロ/almiro. 5형제의 장남으로, 마법관에서는 바느질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기는 끈 세공 만들기입니다.

아키라 : 끈 세공...? 그런게 있나요?


-내가 물어보자, 그는 갈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미소 지었다.


알미로 : 네. 진하게 물든 실을 꼬아서, 나비나 꽃으로 세공을 만드는 겁니다.

아키라 : 헤에...

알미로 : 아... 죄송합니다. 설명을 잘하지 못해서...

아키라 : 아, 아뇨, 아뇨! 기회가 있다면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알미로 : 정말입니까? 저, 혹시, 괜찮으시다면, 현자님을 위해, 하나...

파우스트 : 미안. 거기까지 해줘.


- 그 순간, 평소보다 딱딱한 파우스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파우스트와 피가로가 있었다.
선명한 파란 하늘에 가로로 길게 뻗은 옅은 구름이 나부끼며, 물고기 비늘처럼 은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여기에 오기 직전에 파우스트의 치료를 하고 있던 건지, 힘없는 햇살을 받는 붕대가 새것 같았다.


아키라 : 피가로, 파우스트... 상처는 어떠세요?

파우스트 : 이제 괜찮아.

피가로 : 아직 완치는 아니야. 너무 무리하지 않아 줬으면 하는데.

파우스트 : ...알고 있어. 몇 번이고 당신의 손을 빌릴 법한 짓은 하지 않아.

피가로 : 그런 의미가 아니야.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신기하게도 어색하게 부드러웠다. 독이 든 날카로운 응수가 일상이었는데.
크게 다친 파우스트의 궁지를 피가로가 구해줬다고 들었다.
딱지처럼 달라붙어 있던 관계가,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하는 걸지도 모른다.


알미로 : 시... 실례했습니다.


-두 사람이 나타나자, 알미로라 이름을 댄 청년은 송구하다는 듯이 내 곁에서 떨어졌다.
어쩐지 미안해진 내게, 피가로와 파우스트가 눈을 맞춘다.
무언가, 내게 말해야 하나, 시선으로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그곳에 새로운 그림자가 나타난다.
브래들리와 네로다. 습한 바람이 불어 그들의 머리카락이 날린다.
그들의 그림자 쪽의 하늘에 먹색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브래들리 : 뭘 망설이고 있냐. 사양 않고 말하면 되잖아. 이 녀석은 우리들의 우두머리라고.

아키라 : 브래들리... 네로, 상태는 어떠세요?

네로 : 응,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피가로 : 아무렇지 않지 않아. 너도 너무 무리하지 마.

네로 : 하하... 미안하네, 의사 선생.

파우스트 : 브래들리. 아직 아키라에게는 부담스럽겠지.

브래들리 : 그런 거, 부담하고 있는 사이에 듬직해지는 법이야.

피가로 : 음모에 익숙해지면 신경이 약해질 거야. 나처럼 된 현자님은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데.

아키라 : 무... 무슨 얘기인가요?


-내 시선을 받고 브래들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브래들리 : 네 녀석은 저주받았다는 거야.

아키라 : 네!?

브래들리 : 설명해 줘라, 저주상.

파우스트 : 나?

네로 : 이 자식, 선생한테 거만 떨지 마.

브래들리 : 전업자한테 맡기는 편이 좋잖냐.

파우스트 : 알겠어. 하지만 설명하기 전에, 브래들리. 너한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브래들리 : 아? 뭔데.

파우스트 : 북쪽의 나라에서 네로를 구했다는 것 같지.
동쪽의 선생님으로서 감사하지. 고마워.


-파우스트는 성실하게, 고개를 푹 숙였다.
브래들리는 입을 구부렸다. 놀란 듯이 계속해서 눈을 깜빡이기만 했다.
네로는 긴장에 볼을 경직시키고, 허겁지겁 손을 들었다 내렸다 했다.


네로 : 됐다니까, 선생! 당신이 고개 숙일 일이 아니야.

파우스트 : 하지만, 내가 힘이 부족해서...

네로 : 그렇지 않다니까! 이 녀석은 북쪽의 마법사인데다, 힘이 남아도는 것뿐이고...

브래들리 : 뭐라고?

파우스트 : 브래들리가 있어 줘서, 정말 다행이었어.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 너도 그렇잖아?

네로 : 뭐...


-파우스트가 미소 짓자, 네로는 쑥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 광경은 어째서인지, 보호자와 함께 있을 때 선생님과 딱 마주친 학생을 떠올리게 했다.
브래들리는 허탈한憮然とした 표정으로 네로를 힐끗 보고, 그러고는 파우스트를 바라보았다.


브래들리 : ...뭐, 별말씀을.

피가로 : 하하...


-피가로는 입가를 가렸다. 어딘가, 나쁜 사람처럼 웃고 있다.


네로 : 현자 씨. 당신한테도 걱정하게 해서 미안했어.

아키라 : 아뇨... 두 사람이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브래들리 앞에서 눈물 흘렸던 날이 떠오른다.
괜찮다고 말한 대로, 피가로는 두 사람을 치료해 줬다.
나란히 웃고 있는 파우스트와 네로를 보고, 나는 자연스럽게 볼을 누그러뜨렸다.
다시 한번, 이 광경을 잃고 싶지 않다고 바란다.
그렇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걸 해야만.


아키라 : 아까 브래들리가 말한 저주라는 건 무슨 말인가요? 아까 저분은, 마법사...?

파우스트 : 아니, 인간이야. 하지만, 인간이라도 저주는 걸 수 있어. 그... 그들의 경우에는 무의식적으로.

아키라 : 그게 무슨 말인가요?


-파우스트는 한번 입을 다물었다. 나를 배려해 주는 듯한 시선으로, 천천히 정중한 어조로 말한다.


파우스트 : 이름을 알고, 살아온 인생을 알면, 마음이 가까워져 애착을 품어.
없었을 인연しがらみ이 생기지.
그게 서쪽 나라의 노림수야. 생겨난 애착은 보이지 않는 올가미가 되어, 너를 자유롭지 못하게 해.


-나는 알미로 씨와 다른 분들을 돌아봤다. 그들은 불안하다는 듯이, 하지만 상냥하게 웃으면서 서 있었다.
며칠 전, 있는 힘껏 팔로 끌어안은 사크 쨩을 떠올리며, 나는 호흡을 얕게 했다.


아키라 : 그말은...?

파우스트 : 너는 세상을 구할 현자야. 하지만, 너를 대의명분을 가진 권력자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
권력자의 결단에 중요한 열쇠가 될 마음을 얻고 싶다고 바라는 자들도 적지는 않아.

아키라 : 혹시... 전에 피가로가 말했던 건가요?

피가로 : 나?

아키라 : 저를 농락하고 싶다고.

파우스트 : 당신...

브래들리 : 너이자식...

네로 : 이 최악인 놈...

피가로 : 아냐 아냐 아냐. 어라? 아니, 아니지 않나. 하지만, 좋은 예시가 돼서 다행이야.
그때, 소박하고 미덥지 못한 느낌으로 다가간 보람이 있었네. 그럼, 파우스트 설명해 줘.

파우스트 : 그 전에, 소박하고 미덥지 못한 느낌으로, 다가간 이유를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피가로 : 잠깐 잠깐, 그렇게 자세하게 말해봤자 재밌는 이야기 아니니까.

브래들리 : 이 현자 상대로 용서없네... 갓난쟁이를 술 취하게 만드는 거나 다름없잖아.

네로 : 현자 씨, 괜찮아? 다른 녀석들한테도 묘한 요구 받았다거나 하지 않았지?

아키라 : 아뇨, 괜찮아요! 브래들리한테도 부하가 되라고 들은 정도라서...

피가로 : 부하라고? 색기 없네.

브래들리 : 이런 어린애한테 색기 보이지 말라고.

네로 : 너야말로, 현자 씨, 부하로 만들 생각 하지 말라고.

파우스트 : ...어찌되었든.
이런 식으로, 권력자의 주변에는 여러 생각이 뒤엉키는 법이야.

아키라 : 네.

피가로 : 궁정 음모라는 거지. 중앙의 나라에서도 다소 있었지만.

브래들리 : 중앙의 나라 음모 따위, 끽해봐야, 솔직한 놈들끼리 하는 소꿉놀이지. 도둑잡기 같은 거야.
하지만, 여기는 서쪽의 나라다. 어디보다도 욕망을 뼛속까지 알고 있지. 무시무시한 곳이라고.

아키라 : ...즉, 무슨 소리인가요?

파우스트 : 고의적으로 인연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 인연이라는 건 속박이야. 네 움직임을 봉인하는 것.
그들의 이름을 알고, 친해지면, 너는 그들을 무시할 수는 없게 돼.
그렇게 되도록, 저들은 최선을 다해 마음을 다할 거야. 네게 도움을 주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아키라 : 저 사람들이, 저를 속인다는 건가요...?

피가로 : 그게 서쪽의 나라 특유의 음모에 익숙한, 주도면밀하고 귀찮은 점이지.


-피가로는 어깨를 으쓱했다. 묘기에 감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피가로 : 현자님은 샤일록과 히스클리프, 어느 쪽이 휘두르기 쉬워?

아키라 : 네!? 어느 쪽도 휘두르고 싶지 않은데요...

피가로 : 정직하네. 우유부단은 몸을 망칠 거야.

아키라 :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샤일록일까요...
왠지 모르겠지만, 어른스럽고, 그런 줄다리기 같은 것에 익숙한 것 같으니까.

피가로 : 그렇겠지. 너의 그, 섬세한 상대에게는 상냥하다는 점이 이미 파악되어 있는 거야.
그러니까, 선량해 보이는, 재주가 있는 자들이 모인 거지. 현자의 라티스들이야.
그들을 너와 친하게 만들어...

아키라 : 부탁을 제가 들어주도록?

피가로 : 물러.


-피가로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TOP


제3화 몇 중으로 얽혀서


[서쪽의 마법관 앞/ 낮]

피가로 : 나라면 그들을 죽인다고 협박할 거야. 그들의 목숨이 아깝다면, 내 말에 따르도록 말이지.


-나는 피가 차게 식는 것만 같았다.
동화 속 이야기라도 하는 것처럼, 피가로는 부드럽게 이어간다.


피가로 : 물론, 공공연하게 너를 협박하지는 않아.
그들의 가족을 인질로 삼아, 네게 아첨하라고 명령하는 거지.
네가 서쪽의 나라에서 떠난다면, 책임을 지라고 하는 거야. 그들은 필사적으로 임하겠지.
너는 마음이 약하니까, 그들을 품에 넣어 애정을 품을 거고. 결과적으로, 인연에 사로잡히게 되고.
이게 저주야.


-나는 말을 잃었다.
투둑,하고 물방울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아직 파란 하늘이 엿보이는데, 여우비가 지상에 작은 흑점을 만들어 간다.
내 언동 하나로 죄 없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기고 만다.
알미로 씨를 뒤돌아보려다가 할 수 없었다.
그들의 미소를 보는 게 무서웠다. 그들은 아무런 잘못 없는데.


네로 : ...그렇게 몰아세우는 듯이 말하지 않아도 되지 않아?


-은근히 감싸주듯 네로가 말한다.
고개를 들지 못하는 나의 등에 그의 손이 살며시 닿았다.
무언가의 마법을 걸어준 건지 빗방울이 나를 피해 쏟아져 내린다.


네로 : 현자 씨한테 책임이 있다는 게 아니야. 안 그래도,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있잖아. 이대로면 포기하고 싶어질 거야.

피가로 : 물론 책망하고 있지 않아. 상대의 목적을 알기 쉽게 했을 뿐이야. 너무 겁줘서 미안해.

아키라 : 아뇨... 괜찮아요.

브래들리 : 노리는 건 현자만이 아닌 것 같던데. 남쪽 녀석들이 아까 만난 건?

피가로 : 남쪽의 나라에서 서쪽의 나라로 이주한 사람들이야. 현자의 마법사와 함께, 남쪽 나라의 좋은 점을 서쪽의 나라에 전하고 싶다던데.

네로 : 남쪽 녀석들은 동료 의식이 강하니까... 그런 말 들으면 내버려 둘 수 없겠지.

브래들리 : 역시 정을 잘 아는 서쪽의 나라답네. 남쪽은 향토애로 묶어두고... 동쪽은 어때?

파우스트 : ...히스클리프한테, 블랑셰에서 사자使者가 찾아왔어.
동쪽의 나라 궁정에서, 서쪽의 나라 새로운 여왕의 요구에는 모쪼록 정중히 대해달라고.

브래들리 : 동쪽은 사회의 속박しがらみ이라는 건가.

피가로 : 동쪽의 왕궁에서의 요청이면, 블랑셰 성주도 거절할 수 없겠지.

파우스트 : 히스는 여기에 남을 것 같아. 그가 서쪽에 남아있는 이상, 나도 중앙의 마법관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

네로 : 시노도 그렇겠지. 나도 어울릴게.

아키라 : 북쪽의 마법사들은 어떤가요...?

브래들리 : 북쪽 나라 마법사의 자유가 빼앗길 리 없잖아? 나갈 때는 나갈 거야.
하지만, 잘도 했네. 자물쇠 하나 쓰지 않고, 눈 깜짝할 사이에 너를 가둬버렸어.


-브래들리의 말대로였다.
돌아가려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 오즈나 미스라의 마법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버리면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상황이 완성되어 있다.


카인 : 아키라.

샤일록 : 현자님.


-카인과 샤일록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어느샌가 본격적인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알미로 씨들께 정중히 인사를 건네며 샤일록이 다가오고 있다. 그 표정은 밝지 않다.


아키라 : 무슨 일 있나요? 라스티카의 일로, 뭔가...

샤일록 : 라스티카의 일도 있지만, 서쪽의 나라 정부에서 이변 조사를 의뢰받았어요.

아키라 : 이변 조사...?

샤일록 : 서쪽의 나라 신주의 환락가에 정체불명의 마물이 출몰해, 밤이 되면 사람들을 공격한다고.

아키라 : 신주의 환락가... 샤일록의 가게가 있는 곳이죠...?

샤일록 : 네. 지리도 잘 알고 있으니까, 저와 무르가 가줬으면 한다고 부탁받았어요.

피가로 : 굳이 너희를 지명해서?

브래들리 : 극장 지하에서 날뛴 인형 같은 거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안 하는 주제에?

샤일록 : 네, 맞아요.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현자님께 상담할까 해서요.
마물이 나온다면 제 가게도 걱정이지만, 지금은 라스티카와 클로에가 걱정이에요.

아키라 : ...라스티카의 상태는 어떤가요? 지금도 저 탑에 있는 방에...?

샤일록 : 네...


-샤일록에게 물어보면서, 나는 대관식의 광경을 떠올렸다.



[회상/ 메시에 궁전/ 회합실]

-라스티카는, 갑작스러운 순간에, 몸의 일부가 깃털이 되어...
둥실둥실, 부서지고 있었다.
마치, 백일몽처럼.



[서쪽의 마법관 앞/ 낮]

샤일록 : 피가로나 오즈, 파우스트에게도 상태를 봐달라고 했지만...
라스티카의 기묘한 변화는 누군가의 마법이나 저주의 짓이 아니었어요.

아키라 : 그럼, 어째서, 그런...


-샤일록은 눈을 내리깔고, 걱정하듯 중얼거렸다.


샤일록 : 라스티카 자신의 마력 폭주예요.

아키라 : 마력 폭주...?

샤일록 : 네. 마법은 마음으로 사용하죠. 마음의 형태在り方와 마법은, 굉장히 강하게 얽혀 있습니다.
자기 자신은 괜찮다고 생각해도, 마음이 상처받아 동요하고 있으면...
마력의 제어를 할 수 없게 되죠.


-마음이 동요하면, 마법사는 마력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


아키라 : (그러고 보니, 전에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아서를 놓아준 뒤, 혼자가 된 오즈의 주위에는 매서운 눈보라가 그치지 않았다고...)
(일부러 한 게 아니지만, 자기도 멈출 수 없다고...)


-오즈의 고독과 슬픔이 떠올라, 다시금 가슴이 아팠다.
마찬가지로 라스티카도, 심하게 마음을 아파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상냥하고 다정한 그가...
그런 생각이 들자 안타까움에 용서할 수 없었다. 그를 상처입힌 이름 모를 자가.
지금, 이 순간에도, 폭풍처럼 무언가에게 라스티카는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샤일록 : ...라스티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는 알 수 없어요.
하지만, 클로에의 말에 의하면, 라스티카는 흰색의 긴 머리 마법사에게 납치되었다는 것 같죠.

파우스트 : ...노바인가.

샤일록 : 아마도요... 파우스트는 동쪽의 나라에서 노바와 마주쳤다고 했죠.

파우스트 : 응. 동쪽의 나라만이 아니라, 몇몇 장소에 공간을 잇고 있었어. 비의 거리 숙소, 변경에 있는 쥬라의 숲...

브래들리 : 서쪽의 극장 터 지하수로랑 북쪽의 나라 설원인가.

네로 : 지하수로에서 발견한 여자는...

파우스트 : 오즈가 타냐 곁에 데려다줬어. 그녀도 무사해서 다행이야.

카인 : 노바에게 끌려간 라스티카가 서쪽의 왕궁 탑에...
이국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지만... 역시, 노바와 서쪽의 나라는 뭔가 관계가 있는 게 아닐까?

피가로 : 샤일록, 뭔가 알고 있는 거 없어? 너는 그다지 서쪽의 나라 왕가나 정부랑 교류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무르는 친하게 지냈잖아. 이번에는 그 영혼의 조각이라는 게 남모르게 행동暗躍하고 있는 것 같은데.

샤일록 : 무르가 왕가와 친하게 지낸 건 연구자금의 원조가 목적이었어요. 권력의 앞잡이가 될 사람은 아니에요.
그리고, 무르의 영혼이 부서진 뒤로는, 알고 계시는 대로니까요. 제대로 된 교류는 하지 못했을 터.

브래들리 : 하지만, 영혼 조각이 실체화했잖아.

샤일록 : ...

브래들리 : 샤일록. 네 녀석 짝은 아군이어도 귀찮지만, 적이 되면 상당히 귀찮아진다고.

샤일록 : 짝은 아니지만, 귀찮다는 점에는 동의하죠.


-샤일록은 숨을 뱉었다. 그리고, 걱정스럽다는 듯 높은 탑을 올려다본다.
라스티카가 있는 탑이다.


샤일록 : ...저 탑의 방에 있는 편이 라스티카는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클로에가 말하기로는 라스티카의 마나에리어랑 닮았다고 할지...


-마나에리어는, 마법사가 마음을 회복시키기 좋은, 안심할 수 있는, 마음에 들어하는 장소를 말한다.
토지에 묶여있는 사람도 있다면, 광경에 묶여있는 사람도 있다.
라스티카의 마나에리어는, 나에게도 전에 알려준 적이 있었다.
창가에 두 개의 의자와 티테이블.
창가의 의자에 앉아, 홍차를 마시고 있는 라스티카를 상상하려고 했지만,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하늘하늘, 창가에 떨어지는, 흰 깃털의 환상으로 변해버리고 만다.


파우스트 : ...그럼, 지금은 억지로 저 장소에서 이동시키지 않는 편이 좋겠네.
나도 옛날에 쇠약해진 적이 있지만, 억지로 움직이려고 하면 진흙에 가라앉는 것 같은 피로가 덮쳐왔지.
결국 몸과 마음이 회복할 때까지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어.
지금 떠올리면, 그때 무리했다면 나는 없어졌든가 내가 나로 있지 못했을 것 같아.

아키라 : 내가 나로 있지 못한다...

피가로 : ...회복까지 얼마나 걸렸어?

파우스트 : 정신 차렸을 때는, 수십 년 지나있었지. 완전히 상태가 돌아오기까지는, 100년 가까이.

샤일록 : 100년...

네로 : ...엄청난 세월이네... ...기사 씨, 중앙의 나라는?

카인 : 중앙과 서쪽의 충돌을 피하면서, 신중하게 논의해 보는 방향이야.
현자의 마법사나 마법관은, 서쪽의 나라의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브래들리 : 중앙의 것도 아니지.

카인 : 그렇단 말이지. 이럴 때, 동쪽의 나라 정도에서 중재로 개입해 줬으면 하지만...

피가로 : 히스클리프의 일도 있고, 서쪽에서 동쪽과의 사전교섭은 이미 끝났을지도 모르겠네.

파우스트 : 사전교섭?

피가로 : 중립을 지켜줘. 혹은, 서쪽 편에 들어줘.

카인 : 아서 님의 귀국 허가는 승인됐어. 새로운 여왕도 아서 님의 자유까지 빼앗을 생각은 아닌 것 같아.
하지만, 조금 신경 쓰이는 점이 있어서... 샤일록. 실베스 알아?

샤일록 : 네. 친구에요.
브래들리가 목숨을 구해줬다는 것 같아서, 감사하고 있었어요.

네로 : 그래?

브래들리 : 딱히, 아무것도 아니지. 실베스한테 무슨 일 있냐?

카인 : 만났을 때, 이렇게 얘기했었어.
서쪽의 새로운 여왕 릴리아나 폐하와 중앙의 아서 왕자가 약혼하면, 중앙과 서쪽은 평안하다安泰.

파우스트, 피가로 : 뭐?

네로 : 어이... 왕자 씨, 아직 20살도 안 됐는데?

피가로 : 오즈는 알고 있어? 반응이 어땠어?

카인 : 오즈는 그 자리에 없었어. 약혼 얘기도 실베스의 억측이야.
하지만, 서쪽의 나라 왕가가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것도 아니겠지, 싶어서.

아키라 : 약혼이라니... 릴리아나 여왕께는 애인이 있는데.

카인 : 그래? 설마, 그레고리야?

아키라 : 네.

브래들리 : 아. 너 이쪽에 있던 새?

아키라 : 맞아요. 지금은 레녹스랑 같이, 주변을 탐색하러 갔어요.

브래들리 : 새가 약혼자?

샤일록 : 마법으로 새가 되어 버렸어요.

카인 : 여기저기서 여러모로 큰일이네...

샤일록 : 엉망진창이에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이,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몇 중으로 얽힌 올가미나 실로 만들어진 뭉치를 눈앞에 두고, 풀 기력도 없어진 것처럼.
하지만, 그 순간...
무거운 공기를 걷어내듯이 싱그러운 선율이 가로질러 온다.
비바람을 맞고 있는 높은 탑에서였다.
라스티카가 연주하는 피아노 음색이었다.
늠름한, 상냥한 멜로디.
섬세하지만 결코 약한 게 아니다. 고상하지만 각오를 모르는 게 아니다.
미지근한 비의 기운이 달라붙어 불안과 무거움에 틀어막혔던 마음도 씻겨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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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그 장소로 돌아가고 싶어

[서쪽의 마법관 앞/ 낮]

아키라 : (라스티카...)


-무언가에게 심하게 상처받아, 슬픔에 마음이 부서져 가더라도, 그는 여전히...
비에 젖은 사람에게 다정함과 치유를 준다.


아키라 : (그래... 라스티카가 가르쳐 줬어.)
(악단에는 지휘자가 있다.)
(지휘자가 있으면, 다 다른 악기들이어도 하나의 근사한 곡을 연주할 수 있다고.)
(귀찮고, 번거롭고, 짜증 나고, 불안하고, 곤란한 때야말로, 모두의 힘이 필요해.)
(그걸 지휘할 힘도...)


-어느샌가 모두, 탑을 올려다보고 있다.
불온한 은색의 구름 아래, 햇살 대신에 상냥하게 쏟아지는 보이지 않는 음악을 올려다보고 있다.


아키라 : ...라스티카는 언제나, 무엇을 대하든지 말했어요.
근사하다고.
그러니까 지금의, 이 우울하고 최악 같아 보이는 순간에도, 어딘가 근사한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 돼요.

샤일록 : 현자님...

아키라 : 예를 들어... 여기에 있는 모두가,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모인 것.

브래들리 : ...

아키라 : 각자 침묵하거나, 각자 해결하는 것도 가능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피가로 : ...

아키라 : 이곳에... 저나 동료가 있는 곳에 와준 것...
근사하네,라고 생각해요... 기뻐요.

파우스트 : ...그럴 지도 모르겠네.

아키라 : 여기에 없는 분들도, 분명 동료를 떠올리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카인 : 나도 그렇게 생각해. <위대한 재앙>과의 싸움이 끝난 뒤, 미스라나 오웬은 금방 사라졌어.
오즈도 없어졌어. ...하지만, 지금은 여기 있어.

네로 : 그렇네... 어째서인지 여기 있어.

샤일록 : 후후... 새롭게 발견한 기묘하고 근사한 것. 그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볼을 누그러뜨렸다. 그 순간, 클로에가 이름을 부른다.


클로에 : 현자님!

영혼 조각의 무르 : 여어.

(뛰어가는 소리)

-뒤돌아보자 내 겉옷을 들고 클로에가 달려오고 있었다.
어느샌가, 우울한 여우비도 상냥한 선율도 멈췄다.
파란 하늘에는 무지개가 펼쳐지고 힘찬 햇살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커다란 바람이 가로질러 가고, 클로에가 안고 있는 내 겉옷이 공기를 머금고 부푼다.
눈물 흔적이 있는 클로에의 눈동자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웃고 있다.


클로에 : 현자님, 꿰매놨어. 여기 덧댄 천 안에 무르의 영혼 조각이 들어있어.


-그건 와펜같았다. 여러 모양의 수목의 잎과 꽃으로 된 문양 같았다.
클로에는 웃으며 무르의 영혼 조각을 뒤돌아봤다.


클로에 : 이 무르가 리퀘스트했어. 식물이 좋으니까, 잎과 꽃의 모양이면 좋겠다고.


-여기에도 궁리工夫와 상냥함이 있다. 영혼 조각의 무르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한번 고개를 숙여 보인다.


영혼 조각의 무르 : 그는 무척이나 취향이 좋습니다. 저를 떨어트리지 않을 방법을 궁리한 것에 대해 감사를. 근사한 와펜의 답례를 하죠.
그럼, 현자님.


-반짝이는 무지개를 올려다보며, 무르가 모자의 끝을 들어 올린다.


영혼 조각의 무르 : 서쪽의 나라는 욕망의 나라입니다. 흥미나 호기심, 애착이나 흥분이 미로처럼 사람을 사로잡죠.
이미 마음에 자신만의 욕망의 불을 지른 자라면, 동지들이 모인 즐거운 거리지만...
공허한 마음으로 이 거리를 거닌다면, 금세 사방에서 손이 뻗어 나와 당신의 마음에 불을 붙입니다.
그것이 근사한 만남인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이나 외로움을 틈타 거짓 불길일 때도 있죠.
그렇게 되면 비극입니다. 당신은 바라지도 않았던 불길에 계속해 춤추게 되죠.
저쪽의 불이 붙어 오른쪽으로 돌고, 이쪽의 불이 붙어 왼쪽으로 돈다. 이윽고, 마음은 불에 타버려...
재가 되어버리죠. 이게 무시무시한 서쪽의 나라 욕망의 정체입니다.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욕망은 근사한 것. 진화나 발전을 촉진하고 인생을 풍요롭게 하죠. 중요한 건, 당신이 당신의 욕망의 주인으로 있는 것입니다. 욕망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죠.
이 나라의 권력자들은, 사람들을 욕망의 노예로 만들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건 대체 어째서일까요? 제가 고문이었을 때 조언했기 때문입니다. 그 문헌이 남아있겠지요.

피가로 : 멀쩡한 짓을 안 하네...

영혼 조각의 무르 : 서쪽의 권력자들은 함정을 만들어 놓습니다. 당신의 눈길이 향하게 만들고 접하게 해, 없었던 욕망을 만들어 내죠.
혹은, 불안이나 공포를 속삭이죠. 불안을 없애기 위해 저걸 준비해 두면 안심. 이것도 없었을 욕망이죠.
당신이 정말로 원했던 건 이런 식으로 마술奇術처럼 바뀌어 버리게 되죠.

-무섭게, 무르의 조각은 눈을 가늘게 떴다. 나도 어렴풋이 차가운 불안을 품는다.
자신의 마음 안에 있는 욕망이, 정말 자기 자신의 욕망인 건지. 누군가가 심어놓은 건지.
어느샌가 미로에 흘러들어가, 돌아갈 수 없게 되어버리면 무섭다.
하지만, 곧장 무르는 밝게 웃어 보인다.

영혼 조각의 무르 : 하지만, 마술은 마술. 속임수는 언젠가 사라져 버립니다. 마술이라는 건 즉 연출이죠.

아키라 : 연출?


-하늘에 호를 그린 일곱 빛깔의 무지개 아래에서, 영혼 조각의 무르는 미소 짓는다.


영혼 조각의 무르 : 네. 연출이죠.
감옥에 갇힌 것도 아닌데, 출구를 막아놓은 것만 같다고 생각하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문제가 복잡하게 쌓여있어서, 늪의 밑바닥에서 수초나 해초에 엉켜있는 것만 같다고.


-마음을 딱 들켜서, 나는 몇 번이고 끄덕였다.


아키라 : 네. 생각했어요.


-무르는 내 얼굴 앞에서 딱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튕겼다.


영혼 조각의 무르 : 그겁니다.

브래들리 : ...저 녀석, 너무 멋있는 척 하는 거 아니냐?

샤일록 : 본인에 비하면 아직 괜찮은 편이죠.

영혼 조각의 무르 : 유리 조각을 보석으로 보이게 하는 등불. 밤의 어둠을 공포로 만드는 섬뜩한 소리.
연출이라는 건 사소한 것, 혹은, 아무것도 없는 허무를 의도적으로 크게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중대하고 거대한 것을 작게, 눈에 띄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째서, 연출이 필요한가? 연출하는 쪽에서 바라고 있는 것만 같은 진짜가 그곳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피가로 : 진짜가 거기 없어...?

영혼 조각의 무르 : 네.
서쪽의 나라에는 북쪽과 같은 강인함도 동쪽과 같은 기술, 남쪽과 같은 단결, 중앙과 같은 진실은 없습니다.
즉, 현자님, 당신이 생각한 대로입니다.
감옥에 넣어진 것도 아니야.
당신이나 현자의 마법사의 자유를 빼앗을 힘은, 서쪽의 나라나 새로운 여왕에게는 없어.
자유를 빼앗길 것만 같은 눈속임하고 있을 뿐입니다.
복잡하고 난해해 보이는 문제를 까다롭게, 겹겹으로 쌓아서 말이죠.
유혹이나 착각. 트릭이나 눈속임. 정열과 욕망을 사랑하는 서쪽의 나라가 특기인 건 이거죠.


-무르의 조각은 미소 지으며 내 손을 쥐었다.


영혼 조각의 무르 : 연출을 벗겨내면, 여왕 폐하의 진정한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공격을 해온다는 건, 손안에 있는 패를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 이윽고, 진의가 보일 겁니다.
지금도 이미 보이고 있습니다. 대관식에서 당신을 내세우면서, 당신과 대화는 가지지 않는다.
무르랑 샤일록은 토벌로. 라스티카는 탑 안에. 오즈나 미스라는 방치하고 있다.
멀리해도 좋은 사람과, 손안에 두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두려워할 만한 인물을 두려워 않고.

브래들리 : 그렇네. 나라면 못된 짓을 꾸밀 때, 오즈랑 미스라를 어딘가로 내쫓을텐데.

샤일록 : 저희에게 보낸 의뢰는, 저를 내쫓기 위해서?

영혼 조각의 무르 : 그래. 지명해서 의뢰를 맡긴 것 치고는, 네게 접촉하려고 하지 않아.
너는 서쪽 나라의 현자의 마법사로서, 선생님이라 불리는 입장이야. 내가 젊은 여왕이라면 너를 중용할 거야.
현자의 마법사와 함께 서쪽의 나라를 부흥시키고 싶다고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면 말이지.
새로운 여왕이 뭘 숨기기 위해서, 뭘 돋보이게 하고 있는지, 마술의 트릭을 공개하러 가보죠.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쪽에는 궁정 음모도 분위기 띄우는 것도, 특기인 자들이 모여있으니까요.


-짐작 가는 바가 있는 사람들이, 각자 그들다운 반응을 보였다. 가슴을 펴거나, 모르는 척을 하거나.
말은 신기하다.
아까부터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가 변하는 것만 같았다.
아까까지 어깨를 떨구고 있었는데, 두근거리는 쇼의 개막을 보고 있는 듯한.
비가 그친 뒤의 공기가 맑았다. 나는 숨을 들이마시고, 미소 지었다.


아키라 : 감사합니다, 여러분...
<위대한 재앙>으로부터,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 노바를 붙잡아서...
라스티카가 기운을 차리면, 중앙의 마법관으로 돌아가죠.
서쪽의 마법관도 마음에는 들었지만, 가끔씩 오는 별장 정도면 충분해요.
여러분과 처음 만난 그 장소로 돌아가고 싶어요.
힘을 빌려주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샤일록 : 물론이죠, 현자님.

브래들리 : 좋다 이거야. 네 녀석의 어리광, 들어줄게.


-모두, 미소를 지으며 끄덕여 준다.
이곳에는 없는 마법사들도, 분명 똑같이 대답해 주겠지.
지금이라면 그런 생각이 든다.



[서쪽의 마법관/ 방/ 저녁]

-모두와 헤어진 뒤, 클로에가 내 방에 찾아왔다.
라스티카의 일로 할 말이 있다고.


클로에 : ...남에게 하고 다닐 말이 아니라서, 샤일록에게도 무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
라스티카가 이렇게 되지 않았다면, 현자님한테도 말해도 되는 건지 망설였을 것 같아...
하지만, 라스티카를 구할 수 있는 힌트가 될지도 모르니까...
현자님이 들어줬으면 해.
왕립식물원에서 만난 켈빈에게 들은 라스티카의 이야기...

아키라 : 라스티카의...
제발, 들려주세요.


-클로에는 시간을 들여, 내게 털어놓았다.
라스티카의 출생. 서쪽의 나라와 페르치 가문의 역사.
아리아와 자라, 두 사람의 왕녀에 대해.
자라가 아리아를 작은 새로 만들어, 라스티카가 그의 신부인 아리아를 죽여버린 일.


아키라 : ...믿을 수 없어요. 그 라스티카가, 그런 짓을 하다니...

클로에 : 나도 그렇게 생각해... 만약 진짜라고 해도, 분명 뭔가 사정이 있었을 거야.
신부분의 일도 옛날 일도, 잊어버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괴로운 일...


-클로에는 슬픔을 보이며,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클로에 : 있지, 현자님. 나 말이지? 라스티카에게 잊히는 게 싫었어.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슬펐어... 그래서, 기억해 주길 바랐어.
하지만 지금은 어느 쪽이어도 상관없어. 라스티카가 원래대로 돌아온다면, 그런 거 어떻게 되든...
있지, 현자님... 깃털이 된 라스티카를 봤잖아? 그런 거, 너무하지.
마음을 다친 탓에, 마력을 제어할 수 없게 된 거라고, 샤일록이 가르쳐 줬어.
그런 건 너무해... 슬플 때는 우는 거야. 웃으면서, 깃털이 되다니...


-떨리는 입술을 세게 물며, 클로에는 심호흡했다.
양손으로 양쪽 무릎을 움켜쥐면서, 창밖을 바라본다.
높은 탑을 올려다보는 시선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향해, 분노를 참고 있었다.


클로에 : 태양과 달에게 사랑받은 사람이라고 불렸다니... ...대단하지. 하지만...
라스티카가 아무리 부자고 아무리 모두에게 사랑받아서 행복한 생활을 해왔다고 해도...
슬플 때는 슬퍼... 슬플 때는 울기도 하는 법이잖아?
하지만 깃털이 되어 무너져 내려도 라스티카는 웃고 있어... 분명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거야.
슬픔이나 불행을 배우지 못한 채로 라스티카에게 행복만 줬어.
그래서 라스티카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는 거야...


-클로에는 약하게 볼을 일그러트렸다. 보랏빛 눈동자를 부드럽게 적시면서 떨어지는 눈물을 참고 있다.
견뎌내려고, 허리를 펴고 있었다.


클로에 : ...라스티카는 내게 행복한 것들을 많이 가르쳐줬어.
이번에는 내가 가르쳐 줄 차례야. 내가 라스티카에게, 가르쳐 줄래... 슬픔이나, 불행을.


-클로에는 눈동자를 아래로 향했다. 서글픈 눈꺼풀에 그림자를 얹어, 작게 웃는다.
그 표정은, 애처롭게도 세상의 쓴맛 단맛을 다 겪은 사람의 자조로도 보였다.


클로에 : 이런 걸 가르쳐주다니... 라스티카에게 미움받을지도 몰라.
하지만 잃는 것보다는 나아.
라스티카가 깜짝 놀라지 않도록, 잘 울 수 있도록, 조금씩...
슬픔을 가르쳐 줄 거야.
괜찮아... 라스티카는 어떤 옷이든 잘 어울려.
슬픔도, 불행도, 잘 어울릴 거야.


-클로에의 고백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건 해결의 실마리처럼도 비극의 시작처럼도 보였다.
클로에처럼 다정한 아이가 소중한 사람에게 슬픔을 가르쳐주다니.
하지만 잔혹한 이야기라기에는 그의 눈동자가 애정으로 가득했다.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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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사랑하는 그 사람의 앞에서

[메시에 궁전/ 탑 방]

라스티카 : ...

-멍하니 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선잠에 들었는지도 모른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바람이 기분 좋게 피부를 쓰다듬는다.
아름다운 석양빛은 시야에 들어오는 세계를 물들여 설탕에 젖은 과자처럼 만들었다.
이제 곧 하루가 끝난다. 석양이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오늘은 무척이나 근사한 날이었다.
내일도 근사한 하루겠지.

(문 열리는 소리)

-나는 소리가 나서 뒤를 돌아보았다.


클로에 : ...라스티카...

라스티카 : 여어.


-나는 대답했다. 이름을 부르지 않은 건, 바로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아이는 누구지.
떠올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그 아이는 곤란하다는 듯이 시선이 흔들렸다.
쓸쓸한 듯 미소 짓는다.


클로에 : 저기... 홍차를 가져왔어.

라스티카 :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좋은 향이 나네요.

클로에 : 마음에 들면 좋겠는데.


-그 아이는 웃으며 티포트를 신중히 들어 올렸다.
살며시 기울인다. 호박색의 액체가 가늘게 늘어져, 컵에 떨어진다.
흰 연기 너머, 그 아이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새벽녘의 색이다. 제비꽃색의 눈동자.


클로에 : ...아...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 아이는 숨을 참았다.
손가가 틀어져, 액체가 티소서에 떨어진다.
흰 접시가 조금 더러워지자 그 아이는 무척이나 슬퍼 보였다.
세상의 끝을 맞이한 것처럼 고개를 떨구고 있다.


클로에 : 미안해... 평소에는, 좀 더, 잘...


-나는 뜨거운 물방울이 높게 튄 게 신경 쓰였다.


라스티카 : 화상을 입지는 않았나요?

클로에 : 어?

라스티카 : 실례. 봐도 될까요?


-그 아이의 손끝에 닿는다. 보랏빛의 눈동자를 휘둥그레 뜨며 움직임을 멈췄다.


클로에 : ...


-나는 마법을 걸어 뜨거운 물방울이 튄 손가락을 치료했다.
숨 쉬는 걸 잊어버린 그 아이에게 미소를 건넨다.


라스티카 : 이걸로 괜찮아요. 숨을 쉬어요.

클로에 : ...읏...


-그 아이는 기억이 났다는 듯이, 숨을 들이마셨다.
나도 자주 잊어버리지만, 숨을 쉬는 걸 잊어버리는 아이는 드물다.


라스티카 : 홍차를 타 주셔서, 감사합니다.

클로에 : 벼... 별 말씀을.

라스티카 : 아름다운 석양이네요.

클로에 : 그렇...네.


-그 아이와 함께 석양을 바라보았다.
석양은 불타는 듯한 붉은 색으로 변해서, 느릿하게 구름을 태우고 있었다.
음악이 들려올 것만 같은 광경이다. 평안에 둘러싸인 세계가, 장밋빛으로 불타오른다.
순간, 옆을 보자, 그 아이는 창밖을 보고 있지 않았다.


클로에 : ...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숨을 죽이고, 볼을 적시면서.
나는 놀라서 미소를 건넨다.


라스티카 : 왜 그러니?


-그 아이는 입가를 가리며 고개를 떨궜다. 입을 다문채로 애절하게 고개를 젓는다.
투명한 눈물이 뚝뚝 떨어져, 축축하게 비처럼 쏟아진다.
나는 난처해져 최소한 눈물을 닦아주려고 했다. 그 아이의 볼에 손을 뻗는다.


클로에 : ...읏!


-보랏빛 눈동자를 크게 뜨고, 그 아이는 기세 좋게 나를 밀쳤다.
나는 아마도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픔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흰 깃털이 방의 천장을 나부끼고 있다.


클로에 : 라스티카... 라스티카...!


-그 아이는 무릎을 꿇고, 긁어모으듯이 나를 끌어안았다.
나도 그 아이의 등에 팔을 둘렀다.
누군가의 등 위에서, 흰 깃털이 음악가의 손가락이 된다.
이 아이는 누구지?
클로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클로에가 아니야.


클로에 : ...읏, 라스티카 님...

라스티카 : 너는 누구?


-살며시, 귓가에 속삭였다.


-그 아이는 또 숨 쉬는 걸 잊어버렸다.
잊어버린 채로, 석양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메시에 궁전 정원/ 저녁]

클로에 : 하아... ...핫...

자라 : ...읏, ...하...
...
...라스티카 님...



[회상/ 메시에 궁전 탑]

아리아 : 자라, 어땠어? 라스티카 님은 어떠신 것 같아? 네 감상이 듣고 싶어.

자라 : 무척이나 근사하신 분이야, 아리아. 무척이나 근사한 시간이었어.

아리아 : 아, 다행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자라의 의견을 듣고싶어서...
옛날부터 자라의 의견을, 가장 소중하게 느끼고 있었어. 보석을 고를 때도, 옷을 고를 때도.

자라 : 우리들은 취향이 비슷한걸. 좋아하는 게 같을 뿐이야.

아리아 : 그렇지. 다행이다...
라스티카 님은 정말 좋아하지만, 자라가 반대한다면 생각을 바꿔볼까 하고 있었어.

자라 : 불안해 지는 건 당연해. 그치만, 신부가 되는 거잖아.

아리아 : 아직 상상이 가질 않아... 공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자라 : 괜찮아. 아리아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행복한 신부가 되는 거야.

아리아 : 후후... 라스티카 님도 같은 걸 말씀해 주셨어.

자라 : 그래. 나...
라스티카 님은, 나에 대해서 뭐라고 하셨어...?

아리아 : 부드러운 햇살이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분이시네요,랬어. 언젠가 같이 외출하시죠,라면서.

자라 : ...

아리아 : 나, 잔뜩, 자라 자랑을 해버렸어! 엄청 즐거웠어.

자라 : 그래...
다행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행복해져, 아리아.

아리아 : 고마워, 자라.

/

아리아 : ...읏, 자라, 자라...!

자라 : 무슨 일이야, 아리아!? 우는 거야!?

아리아 : ...읏, 라스티카 님이...

자라 : 그..., 그분께 무슨 일이...!?

아리아 : 아니야! 호숫가를 걷고 있었는데, 빤히 바라보시길래...
라스티카님께 안겼어. ...심장이 부서지는 건가 싶었어.... 아직도, 꿈속에 있는 것만 같아...

자라 : ...
(좋겠다...)
(부러워...)
(원래라면, 내 남편이 되실 분이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마법사라서...)
(아니지... 라스티카 님은 마법사라 하더라도, 조용히 계시지는 않아.)
(라스티카 님은 용서받고, 나는 용서받지 못할 리 없어...)
(사실은, 마법사여도 숨어있거나 하지 않아도 돼.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어.)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아바마마가 알려주신다면, 라스티카 님과의 약혼은 나...)
(...아니야. 그럴 수는 없어. 국왕이 국민에게 비밀을 만들었다고 이제와서 말할 수 있을 리 없어...)
(말할 수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라면, 나는 처음부터 여기 있지 않았겠지...)

아리아 : 자라. 그래서 말이지, 들어줄래?

자라 : ...미안해. 몸이 안 좋아서.

아리아 : 자라?

자라 : 돌아가 줘.

아리아 : 자라...

자라 : 빨리 나가!

(문 열리는 소리)

자라 : ...읏, ...으... 으으... 흑...
...아, 어째서...
인간을 미워하지 않도록 지내왔는데...

/

자라 : ...아리아... 이 방에 오지 않게 됐네...
얼마 전에 있던 일, 신경 쓰고 있는 거구나... 다음에 만나면, 사과해야지...
그렇게 소리 지르고... 아리아는 겁이 많으니까 신경 쓰고 있는 거겠지...
...아...
아리아의 웃음소리...?
...라스티카 님과 아리아가, 정원을 걷고 있어...
아름다운 광경... 전세계가 축복하고 있겠지. 행복한 신부와 신랑...
...좋겠다...
어째서, 내가 아닌 거야...?

/

아리아 : 자라...
나, 정말로.... 정말로 미안해...

자라 : ...

아리아 : 프란체스카가 말해줄 때까지, 자라의 기분을 조금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어...
내가 무신경했어... ...정말 미안해...

자라 : ...왜 사과하는 거야, 아리아. 너는 잘못하지 않았어.

아리아 : 하지만...

자라 : 프란체스카가 뭘 안다는 거야? 소문 좋아하는 시골 처녀일 뿐이야. 네가 정말 좋아, 아리아.

아리아 : ...

자라 : 왜? 내가 뭐 화라도 난 것 같아?

아리아 : ...자라도, 누군가랑... 될 수 있다면, 나보다 먼저 약혼하고 싶은 게 아닐까 싶어서...

자라 : ...
그렇다면?

아리아 : ...

자라 : 그렇다면 어쩔 건데?

아리아 : 아..., 아바마마를 설득해 볼게! 자라한테도 근사한 약혼자를 찾아달라고.

자라 : 하하....

아리아 : 약혼식도 양보할게! 자라가 언니인걸. 사양 말고, 먼저 예식을 올리고...

자라 : ...아아, 마음씨 착한 아리아... 귀여운 내 쌍둥이 동생.
네 그 상냥함으로, 나를 비참한 기분으로 만드는 건 정말 옛날부터 특기인 것 같네.

아리아 : 자라...

자라 : 양보해 준다고 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없어?
네가 가진 권리는, 원래라면 내 것이라는 거.
이것도 저것도 양보받고 있는 건 네 쪽이라고!

아리아 : ...읏!

(달려가는 소리)
(문 여는 소리)

자라 : 아하하... 무섭구나. 내가 무서운 거야.
정말 좋아한다고 했는데. ...거짓말쟁이. 정말 싫어.
좋아... 저주해줄게. 나는 마녀인걸.
후후... ...읏, 저주하는 법도 몰라... 하지만, 마법사 친구도 없는걸.
너희의 말을 따라, 이런 곳에 계속 있었으니까, 나한테는 아무도 없어...
...읏, 으으... 흑... ...으으...라스티카 님...
햇살이 잘 어울린다고 말씀해 주셨던 당신이 데리러 오시는 날을 꿈꾸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회상/ 밤하늘]

자라 : 이제 됐어... 어리석은 건 나야.
나를 동료로 넣어주지 않은 사람들의 규칙을 지키고 있었다니.
앞으로는 내가 규칙을 정할 거야...
저주의 말도, 저주의 의식도, 내가 정해서, 내 손으로 저주해 주지.
나는 이제 서쪽의 나라 왕녀도, 연금된 불쌍한 딸도 아니야!
서쪽의 마녀 자라!
그게 내 이름이야!
아리아, 라스티카. 너희들의 사랑을 갈라놔서, 이 나라를 빼앗아 주겠어.
아리아. 너를 저주해서 작은 새로 만들어 주지.
연인도 가족도 잊고, 어딘가 머나먼 하늘로 날아가 버리면 돼!
누군가에게 붙잡혀서 나처럼 새장 속 새가 되어 살아가면 될 뿐이야.
양보해줄게!
...라스티카가 아리아를 찾아낼 지도 모르겠지만...
아리아만이 더럽혀지지 않은 소녀인 척하게 둘 수는 없어.
너는 나. 나는 너. 나 이상으로 추악한 감정이 있을 거야.
만일 저주가 풀렸을 때, 티끌 만큼이라도 나를 미워하는 마음이 있다면...
흉포한 괴물이 되어서 날뛰면 돼.
사랑하는 연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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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드디어 찾았다, 나의 신부

[회상/ 하늘/ 낮]

켈빈 : 모르는 마법사의 저주로 작은 새가 된 왕녀님을 찾는다고요!? 무리예요,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어요!

라스티카 : 걱정해 줘서 고마워. 하지만, 괜찮아. 아리아는 내 신부가 될 거야.
어서 찾아줘야겠지. 그녀는 외로움을 잘 타니까.

켈빈 : 무리라니까요! 당신같이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은, 며칠 뒤에 길거리에서 죽을 거라고요!
어라? 가죽 봉투는요? 한가득 금화가 들어있던...

라스티카 : 곤경에 처한 사람이 있어서, 빌려줬어. 내일쯤에 돌려주러 온다고.

켈빈 : 돌려줄 리가 없잖아요!? 바보! 팔푼이!!



[회상/ 하늘/ 저녁]

라스티카 : 드디어 찾았다, 나의 신부...

켈빈 : ...으, 으... 믿을 수 없어... 정말로 찾다니...
축하해요, 라스티카 님! 지금이라면 사랑의 힘을 믿을 수 있어요.

켈빈 : 고마워, 켈빈.

서쪽의 나라 마을 사람 : 그 고귀하신 분이, 작은 새가 된 신부를 찾아서, 여기까지 여행 떠나오셨다는 것 같네.

서쪽의 나라 마을 아이 : 누나, 저 작은 새가 공주님인 거야?

서쪽의 나라 마을 아이 : 모르겠어... 마법으로 인간이 되는 걸 볼 수 있으려나?

켈빈 : 자, 신부를 새장에 넣으세요. 그러면, 마법이 풀린다고 알려줬다면서요?
페르치 가문이 신뢰하고 있는 마녀에게.

라스티카 : 응.

(마도구를 꺼내는 소리)

라스티카 : 이리와, 아리아. 네 가족이 기다리는 궁전으로 돌아가자.
네 저주를 풀어줄게. 자, 이 새장 안으로 들어와.
アモレスト・ヴィエッセ

아리아 : ...읏, ...아...
...라스티카...

라스티카 : 아리아!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어.

아리아 : ...읏, ...라스...

(괴물이 울부짖는 소리)

라스티카 : ...아리아...?

켈빈 : ...상태가 이상해... 라스티카 님...

(괴물이 울부짖는 소리)

서쪽의 마을 사람 : 저거 봐! 공주님이 괴물로...!

서쪽의 마을 사람 : 공격해 온다! 도망쳐...!
꺄아아아...!

서쪽의 나라 마을 사람 : 아아아악...!

라스티카 : 아리아! 나야, 아리아...!

(괴물이 울부짖는 소리)

서쪽의 나라 마을 사람 : 꺄아...!

서쪽의 나라 마을 사람 : 아파... 도와줘 누나.... 도와줘...!

라스티카 : 아...

(괴물이 울부짖는 소리)

라스티카 : ...읏!
ア...》
アモレスト・ヴィエッセ》!



[서쪽의 나라/ 메시에 궁전 탑 방]

라스티카 : ...

-나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모르는 사이, 긴 꿈을 꾸고 있던 것 같다.
꿈에서 본 걸 떠올리려고 했지만...
눈꺼풀이 무거워서 눈을 감았다.
머릿 속에 솜이 가득 찬 것만 같았다.
둥실둥실, 부드럽지만, 물에 젖으면, 함빡, 무겁다.
흰 깃털이 공중에 나부낀다.
새는 어디로 간 걸까? 나는 언제나 모습을 볼 수 없다.
모래시계처럼 시간의 흔적만이 떨어질 뿐.
무척이나 아름답지만.



[메시에 궁전/ 홀]

질 : 여왕 폐하의 침소로 찾아뵙겠다.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도 되네.

장교 : 예?

질 : 뭐지?

장교 :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질 : 그래.
...
아, 그렇군. 지금은 미혼의 여성인가.
경솔하게 침소에 찾아가면, 있지도 않은 소문이 돌겠군. 대책을 생각해야만...
전에는 편리했는데. 자라 님은 싫어하셨지만...



[메시에 궁전 / 침실]

질 : 실례하겠습니다.

라스티카 그림 : 여어, 질.

라스티카 그림 : 좋은 밤이야, 질.

라스티카 그림 : 오랜만이네. 잘 지냈니?

질 : 바빴어. 너희들의 실물을 만나고 왔어. 자라 님은 어디 계시지?

라스티카 그림 : 침대에 누워있어.

라스티카 그림 : 어딘가에서 돌아오고 나서, 기운이 없는 것 같아.

라스티카 그림 : 위로해 줘.

질 : 무리도 아니지.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대관식을 거행하셨어.
그 후로도 알현을 계속하셨지. 긴 시간, 왕궁의 숨겨진 방에 숨어 사람과 만나지 않았는데.
떠나가신 국왕 폐하와도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들었어. 대화 상대는 너희들 정도라고.

라스티카 그림 : 너도잖아, 질.

라스티카 그림 : 자라는 너와의 대화를 좋아해.

라스티카 그림 : 하지만, 조금, 너는 강한 단어를 사용하니까, 신경 쓰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

질 : 조심할게. 흠, 침대에 누워있다라... 혼자 계시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어.
나도 읽고 싶은 책이 있고, 오늘 밤은 돌아가는 편이 좋겠군.

라스티카 그림 : 위로해 줘.

라스티카 그림 : 위로해 주는 게 좋겠어.

라스티카 그림 : 다정하게 위로해 줘.

질 : ...

(걸어가는 소리)

질 : 자라 님. 질입니다.
몸 상태는 어떠십니까?
당신의 애인思い人과는 대화하셨습니까?

자라 : ...했어.

질 : 호오, 잘 됐군요. 어떤 대화를 하셨습니까?

자라 : ...
...말할 것도 없어. 무언가가 더 나아갈 법한 일은 전혀 없었어. 모든 건 끝난 일이야.

질 : 하지만, 그늘에 숨어, 그의 나날의 일상을 지키고 계셨죠.
은행에 생활비를 준비해 주고, 음악가로서 일을 매번 주고, 그가 비밀에 닿을 것 같을 때는...
비밀을 누설하는 상대를 말살했다.

자라 : ...

질 : 마치, 그는 보드게임 위의 말로, 당신은 그를 나아가게 하기 위한 게임판 위의 지배자.
서쪽의 나라 진정한 여왕, 자라 님. 당신의 사랑 이야기는 정말로 재밌습니다.

자라 : 사랑이 아니야.

질 : 사랑이 아니라 할지라도.

라스티카 그림 : 이건 자라의 속죄야.

라스티카 그림 : 자라는 다정한 사람이니까.

라스티카 그림 : 아리아에게 속죄하기 위해서, 나를 지키고 서쪽의 나라를 발전시키고 있어.

질 : 뭐든 상관없습니다. 수백 년, 지켜보기만 했는데, 당신의 이야기는 오랜만에 진전을 맞이했죠.
들려주세요. 음침하고, 짓궂고, 잔인하고, 소극적인...

라스티카 그림 : 말이 지나쳐.

라스티카 그림 : 말이 지나쳤어.

라스티카 그림 : 말이 지나칠지도.

자라 : 말이 지나쳐.

질 : 실례. 대담하고, 욕심 많고, 고귀한 당신의 사랑 이야기의 속편을.

자라 : ...

라스티카 그림 : 대신 내가 말할게.

라스티카 그림 : 한 마디로 말하자면...

라스티카 그림 : 최고의 시간이었어.

질 : 오.

라스티카 그림 : 자라는 결의를 새롭게 다졌어.

라스티카 그림 : 나를 지키기 위해.

라스티카 그림 : 전 세계의 마나석을 긁어모을 거야.

질 : <위대한 재앙>을 파괴하기 위해.

자라 : ...
라스티카 님이, 현자의 마법사로 선택받다니...
그분의 피부에, 검은 백합 같은 흉흉하고 낡은 문장이 새겨지다니.
용서할 수 없어.
저번 전투에서, 현자의 마법사는 반이나 돌이 됐어.
세계 최강의 마법사 오즈도 있었을 텐데 <위대한 재앙>에게 이기지 못했어.

라스티카 그림 : 다음에 돌이 되는 건 나일지도 몰라.

라스티카 그림 : 잘 있어, 자라.

라스티카 그림 : 먼저 아리아의 곁으로 갈게.

자라 : 그렇게 두지 않을 거예요. 제가 지키고 말 거예요.
라스티카 님을 재앙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질, 대답해.

질 : 최종병기 알티마.

자라 : 그래.
알티마는 이론상, 질이 좋은 마나석을 손에 넣으면, 그에 상응하는 힘을 발휘해.
마법사를 돌로 만들 거야. 그 마나석을 알티마에 사용해서...

질 : 북쪽의 마법사를 돌로.

자라 : 그 마나석을 알티마에 사용해서...

질 : 오즈를 돌로.

자라 : 오즈의 돌을 알티마에 사용해서...
<위대한 재앙>을 파괴한다.
현자의 마법사, 하물며 중앙의 나라 따위에게 라스티카 님을 맡겨둘 수는 없지.
북쪽의 마법사를 부수고 오즈를 부숴 <위대한 재앙>을 부수고 그분을 지켜내 보이겠어.

질 : 훌륭해.

라스티카 그림 : 믿음직해, 자라.

라스티카 그림 : 고마워, 근사하네.

라스티카 그림 : 너라면 분명 할 수 있어.

자라 : ...이건 속죄. 아리아도 그렇게 하라고 말하고 있어.

질 : 전개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알티마는 언제쯤 완성되는 겁니까?
박사에게 시작품은 제공받았지만, 실은 이미 진짜가 완성되어 있는 건?

자라 :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질 : 그 두 사람을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노바와 하트 박사.
특히 노바는 정체를 알 수 없죠.

라스티카 그림 : 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라스티카 그림 : 하지만, 내가 현자의 마법사로 선택받았다고 자라에게 가르쳐 준 건 노바야.

라스티카 그림 : 하지만, 노바를 소개해 준  섬의 연구원은 지금은 행방불명이야.

자라 : 흥. 여차하면 손을 놓지.
인조 마법사, 비행 군함, 최종병기 알티마...
그건만 있으면, 귀찮은 자들에게 볼일은 없어.

질 : 알겠습니다.



[서쪽의 나라/ 코르테스 령 어느 마을/ 밤]

서쪽의 나라 마을 사람 : 산양도, 닭도, 소란스럽잖아...
어떻게 된 거야, 너희. 이렇게 늦은 밤에 소란피우고... 늑대야? 도둑?
...뭐...! 이 부근 풀과 나무가 말라 비틀었잖아!? 낮에는 이파리가 생생했는데...
가축들도 몇 마리 쓰러져 있어...!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어이! 누구 없어! 큰일이야! 누가 좀 와줘...!
그래, 여기야. 밤늦게 불러서 미안하게 됐어. 봐, 여기를 봐줘.
...
...왜 그래? 당신은 누구야?
...개...? 아니... 아닌것 같은데...
...으, ...으으.... ...어라..., 갑자기 현기증이...
....! 뭐야, 이건…!…? 오지 마! 오지 마!
으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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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세상을 바꿔버릴 정도로

[메시에 궁전 앞/ 밤]

카인 : 걸어 다니는 지옥이라...

아서 : 카인.

카인 : 아서 전하.

아서 : 전하... 그랬지. 메시에 궁전에 있을 때는, 그렇게 부르겠다고 말했어.

카인 : 신하들이 업신여겨도 질책할 수 없는 무른 사람이라고, 오해하게 만들지도 모르니까요.

아서 : 내가 무른 사람이라고 여겨지면, 중앙의 나라에도 기회를 틈타 쳐들어오게 된다고, 피가로 님께서 말씀하셨지.

카인 : 피가로의 조언은 도움이 돼. 나중에 또 강의해달라고 했어.
아서와 중앙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내서 노력할게.

아서 : 고마워. 하지만, 잊지 말아줘.
카인에게는 카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아서의 말에, 나는 며칠 전의 일을 떠올렸다.
서쪽의 나라 장교 클럽에서, 신용을 얻기 위해서 발버둥 쳐 봤다.
알아낸 게 없던 것도 교훈이 없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경험으로 술과 함께 목에 넘긴 쓰디쓴 맛은 내 가슴이 떨릴 만한 것이 아니었다.
도움이 되고 싶다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너무 앞서가 있던 것만 같다.
검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 무리해서 팔과 등에 자극을 주려고, 자신 안에서 들리는 비명을 지나치게 무시했다.
이건 필요한 고통. 가치를 원한다면 견뎌야 하는 고난이라고.
내 마음을 꿰뚫어 본 것처럼 아서의 파란 눈동자가 미소를 보인다.


아서 : 카인답지 않은 행동에 억지로 마음을 따르게 할 필요는 없어.
네가 너답게 살면서 쌓아온 나날에, 이미 가치는 생겨나 있어.

카인 : 아서...

아서 : 카인을 신뢰하고 있어. 나만이 아니야. 현자님이나 다른 마법사들도.
네가 뛰어내리라고 하면 나는 눈을 가린 채로라도 하늘에서 뛰어내릴 수 있어.
빗자루를 사용하지 않고,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고, 양손을 펼치고 떨어질 수 있어. 이 의미를 알겠어?


-내가 대답하지 못하고 있자, 아서는 내 손바닥에 살며시 닿았다.
무언가를 맡기듯, 양손을 모아서 내 손바닥을 맞잡는다.
하늘 높이 맑게 갠 푸르름보다, 그의 눈동자는 선명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아서 : 카인에게라면 목숨을 맡길 수 있어. 이건, 분명 약속과 같을 거야.
대단한 거야. 알아채줘.

카인 : ...


-아서 말의 아름다움에, 서서히 가슴 속이 뜨거워졌다.
신뢰와 약속은 같다.
세상을 바꿔버릴 정도의 투명한 충격을 받았다.
무심코, 볼이 풀어진다. 아서의 손을 맞잡고, 나는 미소를 건넸다.


카인 : ...정말 그렇네...


-아서는 내 볼을 만지며 싱긋 웃었다.
씩씩하게 등을 돌리고 떠나간다. 가볍게 손을 흔들며 그는 돌아봤다.


아서 : 이런 식으로 세상이 이어지면 좋겠다고 나는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영원하지 않아도 돼. 정말 한순간이어도 상관없어.
국경도, 종족도, 연령도, 성별도, 모든 걸 뛰어넘어서.
우리들은 친구가 될 수 있어.

/

파우스트 : 피가로... 니..., ...

피가로 : 얼마 전부터, 존댓말과 반말이 섞여 있네. 혼란해하는 것 같아.

파우스트 : ...
당신께서 목숨을 구해주셨습니다. 제 학생들도 구해주셨습니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수많은 무례에 사과를 구해야 한다고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한편, 너를 믿는 게 무서운 나도 있어. 이제, 누구에게도, 배신당하고 싶지 않아.

피가로 : ...그렇겠지.

파우스트 : 요양하면서, 계속 생각했어. 당신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 어째서 버리고 간 건지.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어.
어쩌면, 배신한 건, 내 쪽이었던 게 아닐까. 당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어.

피가로 : 너는 정말 자벌적自罰的이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건, 뭐 그렇지만...

파우스트 : ...

피가로 : 아니, 너는 나쁘지 않아. 성장이라든가, 인간관계의 파탄이라든가, 그게 전부 겹친 시기라서...
네게 멋대로, 엄청나게, 기대했을 뿐이야. 구원받을 수 있는 게 아닐까 하고...

파우스트 : 나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어.

피가로 : ...

파우스트 : 저도 당신께 어리광 부렸습니다. 아버지를 모르고 자란 탓인지, 처음으로 이끌어 주시는 분과 만나서...

피가로 : 아, 그렇구나... 아버지께 버려졌다고 했지.
그럼, 나로 두 번째인가. 너를 버린 나를, 신용할 수 없게 된 것도 어쩔 수 없지.

파우스트, 피가로 : ...

파우스트 : (이제와서 태도를 바꿔도 용서해 주실 리가 없겠지...)

피가로 : (나, 화해, 서툰가...?)
(신뢰를 되찾아, 말해야지. 한 번 더, 내 제자가...)

파우스트, 피가로 : 저기...

피가로 : 앗... 먼저 해.

파우스트 : 앗... 네. ......
...이번 전투에서, 자신의 무력함을 깨달았어.
더 이상 누구도 잃고 싶지 않아. <위대한 재앙>과의 전투를 맞이할 때까지만이라도 좋아.
한 번 더, 내게 마법을 가르쳐주지 않겠어?

피가로 : 어...!?

파우스트 : ... ...역시, 성급한 바람...

피가로 : 아니...! 좋아, 괜찮아. 괜찮아...?

파우스트 : 한 번 더, 제게 마법을 가르쳐주시는 겁니까?

피가로 : 물론이지.

파우스트 : ...읏, 감사합니다...
은혜도 갚지 않고, 피가로 님의 온정에 기대기만 해서, 부끄럽기만 합니다만...

피가로 : 그렇지 않아... 잘 말이 나오지 않지만, 정말 기뻐.
말 꺼내줘서 고마워, 파우스트...
(꿈만 같아... 한 번 더, 파우스트와 사제관계가 될 수 있다니...)

파우스트 : (아무리 그래도, 한 번 더, 제자로 삼아줬으면 한다고까지는 말하지 못하겠네...)
감사합니다, 피가로 님. 다시 한번, 지도 편달 부탁드리겠...

피가로 : 잠깐만, 파우스트. 그 존댓말은 그만하자. 마법관에서는, 평소처럼 하는 게 좋아.

파우스트 : 그러십니까?

피가로 : 나는 적이 많으니까. 너와의 관계는 알리지 않는 편이 좋아. 예의를 차리는 건, 수행중에만.

파우스트 : 알게... 알겠어. 잘 부탁해.

피가로 : 혼란해하지 마. 예상치 못한 맛을 느끼는 것 같은 느낌이라 나쁘지 않아.

파우스트 : 그러십... 그런가...

피가로 : 코르테스 령에서의 조사, 힘내.



[서쪽의 마법관 앞/ 낮]

스노우 : 호오! 그런 장치를 숨겨놨던 건가.
서쪽의 나라는 재밌구먼. 이것 외에 또 볼거리가 있는가?

현자의 라티스 : 예, 스노우 님! 또, 안내하게 해주십시오.

화이트 : ...

브래들리 : 나 원 참, 자기 좋을 대로 써먹기나 하고. 피가로 놈...
왜 그러냐, 화이트. 별일이네, 혼자 있고.

화이트 : 그렇네. 우리네, 혼자보다도 두 사람이 좋으니 말이네.
하지만 스노우를 보게나. 아주 즐거워 보이네.
나와 죽일 듯이 싸우지만 않았더라면 고독을 얻은 스노우는, 분명 서쪽으로 향했겠지.

브래들리 : 하나 말해도 되냐?

화이트 : 뭔가.

브래들리 : 그딴 무거운 얘기는 오즈나 피가로한테나 해.

화이트 : 브래들리 쨩, 차가워...!

브래들리 : 네놈들이 이상한 거라고. 북쪽의 마법사는 고독하게 사는 법이잖냐.
누구랑 손을 잡든 누구를 만나든 결국은 혼자야.

화이트 : 흠... 무리를 이끌고 있던 그대에게 들을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네.

브래들리 : 무리는 이익이지. 정이 아니라고.
손을 잡을 때도 죽일 듯 싸울 때도, 상대의 영혼을 존중해서 해나가는 거지.

화이트 : 영혼의 변화도 용서하는가.

브래들리 : 영혼은 변화하지 않아. 기질은 변하지 않지. 그저,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야.
다른 생물이라는 것에.

화이트 : 그런 이야기, 듣고 싶지 않네.

브래들리 : 무서운 표정 짓지 마. 원령 되겠다.

화이트 : 이미 되었네.

브래들리 : 어이! 갑자기 사라지지 말라고. 나참...
...
...알고 있어, 에바.
나는 실수하지 않아.



[코르테스 령/ 코르테스 성 앞]

아이 : 있지 있지! 있지 있지, 형아!

아이작 : ...

아이 : 부르잖아!

어머니 : 조용히 하렴. 죄송합니다... 짐 옮기는 걸 도와주시는데.

아이작 : ...아니...

어머니 : 짐수레가 부서져서, 곤란해하던 참이었어요. 도와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이 : 아하하! 형아, 멋있으니까, 엄마가 긴장했다!

어머니 : 정말이지! 이상한 소리 하지 마렴! ...죄송합니다...

아이작 : ...아니...

어머니 : 하지만, 정말로... 아름다운 분이어서 놀랐어요. 여행 중인 예술인이나, 배우이실까요?

아이작 : ...
...머리랑, 몸을 씻고... 새로운 옷을 손에 넣었을 뿐이다.
...머리랑, 손톱을 자르고...

어머니 : 어머, 훌륭하셔라. 우리 남편도 아이도 어지간해서는 손톱을 자르지 않거든요.

아이 : 저기, 저기! 형아 이름 알려줘! 어디서 왔어? 가족은?
가족은 모두 커? 뭘 먹으면, 그렇게 커질 수 있는 거야?

아이작 : ... 달라붙지마...

아이 : 뭐라고? 뭔가 말해줘! 지금까지 만난, 가장 강한 건 뭐야? 가장 맛있었던 건?
있지있지, 왜 대답 안 해주는 거야? 진짜. 형아, 나빠!

아이작 : ...

어머니 : 얘야, 그럼 안 돼. 형아께 사과해.

아이 : 하지만...

어머니 : 너는 대화하는 게 특기지만,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어.
형아는 이렇게 힘이 센데, 너와 힘겨루기하자고 하지 않잖아?
부서진 짐수레를 던지고, 우리들을 밀어버릴 수 있었는데, 하지 않기로 하신 거야.
못되게 굴고 있는 게 아니야. 충분히 형이 네게 다정하게 대해주고 있는 거야.
무척이나 관용적이고 훌륭하신 분이야.

아이 : ...그런가...

어머니 : 여행자님, 아들을 대신해 사과드리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를...

아이작 : ....

아이 : 미안해요, 형아... 나... 형아랑, 얘기하고 싶어서...
대답이 없으니까, 외로웠어요. 짐 들어줘서 고마워.

아이작 : ... ...아이작.

아이 : 에...?

아이작 : 내 이름이다. ...아이작.

아이 : 아이작 씨!

아이작 : ... 사실은, 나도...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내가 하는 짓에 눈치채주는 사람과...
...얘기가 하고 싶었어...
...읏, ...용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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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 나날이 결실을 맺어

[서쪽의 마법관 / 방]

피가로 : 그럼, 현자님. 얼추 정해졌으니까 얘기할게.

아키라 : 얼추 정해졌다?

영혼 조각의 무르 : 앞으로의 계략에 대해, 어젯밤 피가로 님과 의논했습니다.

피가로 : 이 녀석, 결국 말만 그러고 나한테 다 떠넘겼다고?

영혼 조각의 무르 : 자극적인 밤이었습니다. 제가 구사일생했다는 의미에서.

아키라 : 사, 사이좋게 지내주세요.

피가로 : 샤일록과 무르는, 신주의 환락가에 가기로 했어.
그들을 내쫓고 싶은 거라면,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면 방심할지도 몰라.
저쪽에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그 두 사람 정도로 능숙한 사람이라면 연명할 수 있겠지.

영혼 조각의 무르 : 영광입니다.

피가로 : 동쪽의 마법사들한테는, 잠시 서쪽의 마법관에서 떨어져 있어 달라고 했어.
코르테스 령에서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으니까 그 조사를 명목 삼아.

영혼 조각의 무르 : 동쪽의 자들은 성실해서, 음모나 정치적인 거래에 서툽니다. 여기 있으면 이용당하게 될 테니까요.

피가로 : 브래들리한테는, 서쪽의 무력 방면, 주로 마법과학병단에 압력을 가하라고 했어.
서쪽의 나라에서는 중의나 긍지보다도 열의나 고양감이 강하게 작용해.
즉, 텐션이 한 번에 오르면 강한 군대가 되는 거야.
사기가 내려갔을 때는, 통합되지 않고 대충 얼렁뚱땅하지.

아키라 : (서쪽의 나라, 무섭지만, 솔직하고 쾌활한 나라란 말이지...)

피가로 : 참고로, 동쪽의 나라는 사기가 낮아도 최저한은 성실하게 하려고 하고, 중앙은 사기를 북돋기 위해 궁리를 취해.
남쪽은 싸우는 것에 대해 그다지 의욕적이지는 않아. 북쪽은 그 반대.
그래서 북쪽의 마법사는 무르의 특기 마법에 잘 걸리는 거야.

아키라 : 무르의 특기 마법이요?

영혼 조각의 무르 : 도발입니다.

아키라 : 아...

피가로 : 어젯밤에도 몇 번인가 걸었지?

영혼 조각의 무르 : 아뇨. 어젯밤은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피가로 님께서 고령이기 때문은 아닌지?

피가로 : 뭐?

영혼 조각의 무르 : 나이가 드시면 인내력이 쇠퇴한다든가.

피가로 : 너말이지...

영혼 조각의 무르 : 이런, 본론으로 돌아가죠. 피가로 님의 설명대로 서쪽의 나라는 사기가 높은 순간에는 강한 군대가 됩니다.
그 점에 있어서, 버넷 장군은 이상적인 지휘자입니다. 병사들에게 의욕과 고양감을 부여하죠.

피가로 : 그 인물이 나약하다면 병사들도 약해질 거야.
어느 쪽이 위일지 입장을 알게 하기 위해서는 브래들리가 최적이겠지.
그것도 무리를 통솔한 남자니까.



[메시에 궁전/ 홀]

브래들리 : 여어.

질 : ...당신은...

브래들리 : 나는 북쪽의 마법사. 도적왕이라 이름난 브래들리 님이다.
네놈이 서쪽의 나라 장군이라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못 볼 정도로 바보는 아니잖아?
사이좋게 지내자고, 형제.

질 : ...
사이좋게 지내고 싶지 않다면...

브래들리 : 거절할 권리가 있을 리 없잖아? 네 녀석에 보물 저택, 텅텅 비워줄 수도 있다고.
응? 어떡할래?

질 : ...환영합니다. 실은 당신의 자전을 읽은 적이...

브래들리 : 안 썼는데.

질 : 이런...

브래들리 : 듣고 싶다면 들려주지. 우선, 서쪽의 나라에서 가장 최고인 술을 준비해 주실까.



[서쪽의 마법관/ 방]

피가로 : 지나치면 반발을 사게 되지만, 브래들리는 그 저울질을 잘 알지.
건방 떨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는 죄인의 몸이야. 고삐는 이쪽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아키라 : (그 장군과 맞설 수 있다니, 브래들리는 대단하다...)

피가로 : 현자님은, 현자의 라티스들이 걱정인 거지.

아키라 : 네... 제가 중앙의 나라로 돌아가면, 그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일 것 같아서...

피가로 : 그렇네. 그러니까, 그들을 정말로, 이쪽 편으로 만들어 버리자.
지금은 현자를 묶어두기 위해서, 협박당해 여기에서 일하고 있는 거지만...
진심으로 현자님의 편이 된다면 서쪽의 여왕은 50명 정도의 군대를 이쪽에게 선물하는 셈이 돼.
그것도, 기술이 뛰어난 사람들을 말이지.

아키라 : 하지만, 어떻게...

피가로 : 속임수를 푸는 거야. 연출의 효과를 무효화하는 거지.
새로운 여왕에게 인기가 집중되는 동안, 그녀의 의지에 반대해 서쪽에서 탈주하면 군중에게 책망받을 거야.
그걸 걱정하고 있는 거지?

아키라 : 네... 여러분이나 중앙의 나라에도, 민폐를 끼치게 되는 것 같아서...

피가로 : 그렇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책망할 근거가 없거든.
그저 심리적 효과에 불과해. 서쪽의 나라 사람들은 방금 태어난 어린 여왕에게 기대하고 있어.
기대하고 있는 만큼, 어린 여왕에게 수치를 주는 상대를 자신의 적처럼 착각해 버리고 말아.
하지만, 새로운 여왕에게는 알맹이가 없어. 알맹이라는 건, 실적이거나 경험이야.
뭔가를 해줄지도, 근사한 일이 일어날지도, 라는 기대감밖에 없는 거야.

아키라 : ...듣고보니, 그럴지도...
코르테스에 있을 무렵에도 태평하게 살았다고 했고...

피가로 : 그런 거야. 그러는 한편 현자님에게는 알맹이가 있어.
세계 각지를 뛰어다니면서, 다양한 이변을 잠재워 온 실적이야.
그리고, 북쪽의 마법사들을 포함한 현자의 마법사들이 전원 너를 따라 이곳에 와 있어.
그게 알맹이이자, 신용이야. 네 지금까지의 나날은 신용이 되는 거야.


-그건 어쩐지 대단한 것처럼 느껴졌다.
이 세계에서 온 나. 이 세계에 알고 있는 사람 따위 한 명도 없었다.
그런 정체도 알 수 없는 내가 누군가가 신뢰할 수 있을 만한 무언가를 확실하게 갖고 있다.
그들과 보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날 그 자체가, 나의 신뢰라고.
기적 같다.


피가로 : 그래서 말이지... 우왓, 현자님. 왜 울고 있어?

영혼 조각의 무르 : 놀랍네, 피가로... 좀 더, 괜찮은 말을 할 수 있을 텐데.
손수건을 받으시죠, 현자님.

아키라 : ...죄송해요... 최근, 눈물이 많아져서...

영혼 조각의 무르 : 당신이 마음을 닫지 않고 저희를 바라봐 주셨기 때문에 눈물이 흐르는 거겠지요.
이 정도로 영광스로운 일은 없습니다.


-무르는 손수건을 건네고, 내 손끝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
울상을 지으며 나는 웃는다.
무르는 미소를 머금고 피가로를 향해 뒤돌아본다.


영혼 조각의 무르 : 도발 마법은 걸지 않았습니다.

피가로 : 알고 있어.


-피가로는 쓴웃음을 지으며 끄덕였다.


피가로 : 현자님. 한 번 더 말하겠지만, 너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알맹이가 있어.
하지만, 서쪽의 나라 사람들의 우두머리에게는 그 정보가 들어있지 않아. 그걸 정중히 알리면 돼.
그때 헷갈려서는 안 되는 게, 절대 대상을 능욕하지 않는 거야. 그렇지, 무르.

영혼 조각의 무르 : 말씀대로이십니다.
한번 굴욕이나 상심을 품게 하면, 받아들여져야 할 사항도 완강하게 거절당하고 맙니다.
이해를 바란다면 쓸데없는 공격이나 모욕은 필요 없죠.
이건 선악이나 도덕의 이야기가 아닌, 군중심리와 시간적 효과의 이야기입니다.
피가로. 예를 들어, 내게서 너는 그런 것도 모르는 거야? 라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 할래?

피가로 : 너 정도로 똑똑한 남자가, 좀 더 괜찮은 미사여구를 준비할 수는 없었던 건지 생각하며 아쉬워하겠지.

영혼 조각의 무르 : 보시죠. 이해나 탐구에 대해, 의욕적으로 되지는 않는 법이죠.
한번 삐친 그가 이 문제와 마주 볼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저의 목적은, 그에게 모욕을 주는 것도 그에게 돌이 되는 것도 아니죠.
그가 이해해 줬으면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의 환경이나 사고방식을 존중하고 예의 바르게 설명해야겠죠.


-무르는 피가로에게 공손하게 인사해 보였다. 피가로는 어깨를 움츠리고 웃고 있다.


영혼 조각의 무르 : 서쪽의 나라 사람들은, 어린 새로운 여왕에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가져올 근사한 내일을 그리며, 두근거림에 가슴을 부풀리고 있죠.
그런 순간에...
그녀가 뭘 했더라? 무거운 왕관을 쓰고, 의자에 앉아있었을 뿐이잖아.
그것보다, 광고비가 아직 안 들어왔어. 멋대로 현자님을 정치적인 광고탑으로 세운 그 대금말이야.
...라고, 사실을 말해도 이야기가 꼬일 뿐. 귀찮은 진흙탕에 빠지고 말겠죠.

아키라 : 그렇네요... 하지만... 그럼, 어떻게 하면...

영혼 조각의 무르 : 간단합니다. 새로운 여왕은 기대를 모으는 순간의 사람.
당신도 그렇게 되면 됩니다.

아키라 : 네...? 제가요!?

영혼 조각의 무르 : 네. 무르 하트 프로듀스인 순간의 사람...

피가로 : 감수는 피가로 가르시아로.

영혼 조각의 무르 : 현자 아키라 님을 순간의 사람으로 만들죠. 만드는 방법은 간단. 우선, 새로운 여왕께 아낌없는 칭찬을 보냅니다.
새로운 여왕께 두근거리는 서쪽의 나라 사람들은, 여왕을 칭송하는 권위적 존재, 현자님께 호의적인 인상을 품습니다.
대중이 현자님께 흥미를 향한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당신의 신용과 실적을 주지시킵니다.
인기와 호의를 새로운 여왕과 이분시킨 상태가 되면, 은근슬쩍 품위 있게 선언하죠.
이런 곳에 있을 수 있겠냐.

피가로 : 신세 많이 졌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같은 느낌으로 말이지.


-내가 새로운 여왕과 인기를 이분할 정도의 인기인이...


아키라 : 그... 그런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자신이 없는데요...

영혼 조각의 무르 : 되고도 남죠. 안심하십시오, 사랑스러운 현자님.

피가로 : 괜찮아, 자신감을 가져. 너는 귀엽고, 마음씨도 착해.

아키라 : 평소에는 그런 말 안 하시면서...

영혼 조각의 무르 : 평소에 말하지 않는 거야?

피가로 : 말했어! 나는 꽤 말하는 편이라고!

영혼 조각의 무르 : 현자님. 당신의 실적이 신용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말씀드렸지만...
그건 당신의 아름다움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며 바라보는 상냥한 미소...
수많은 역경을 헤쳐나와, 듬직하고 강하게 반짝이는 눈동자.
당신의 몸을 감싸는 분위기는, 그 마음을 스쳐 지나간 반짝이는 감정이 물들이죠...
보석보다 아름다운 것들입니다.

피가로 : 그렇네... 그가 하는 것처럼 멋있는 척하는 말은 못하겠지만.
이 세계에 왔을 무렵과는, 너는 분위기가 달라졌어.
빛이나 용기나 상냥함... 슬픔도 각오도 두르고 있어.
근사하네.

영혼 조각의 무르 : 자, 현자님.
세상에 당신을 보여주러 가죠.

/

파우스트 : 네로.

네로 : 선생. 몸 상태는 어때?

파우스트 : 이제 괜찮아. 지금부터 코르테스 령으로 향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네로 : 어.
현자 씨한테는 이제 막 다 나았는데 미안하다고 사과 들었지만, 오히려 그편이 나아.
궁정 음모에 휘말릴지도 모르고.

파우스트 : 나도 동감이야. 나는 그다지 정치적인 행동을 잘하지 못하니까.
네로, 솔직하게 말할게. 너와의 관계는 편했어.
너와 보내는 시간은, 사람에게 지친 나에게 있어, 이상적인 마음이 안정되는 시간이었어.

네로 : ...뭐야, 갑자기...
하하... 연을 끊자는 얘기야?

파우스트 : 왜 연을 끊지. 너를 칭찬하고 있는데.

네로 : ...왠지 모르게...

파우스트 : 아니... 앞으로, 네게, 그런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네.

네로 : 뭐?... 말하지 않을 것 같지만, 뭔가, 긴장되기 시작했네...

파우스트 : 나도야...

파우스트, 네로 : ...

파우스트 : 네로. 우리에게 있어서, 그다지 즐겁지 않은 이야기를 하지.

네로 : 네.

파우스트 : 깊게 파고들지 않는 너와의 관계는 무척이나 마음 편했어.
너와 있으면, 내 안에 있는 거슬리는 자신에 대해서, 잊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야.

네로 : 나도야, 파우스트.

파우스트 : ...하지만, 며칠 전 전투에서 반성했어. 생사를 건 전투를 하는 팀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기술이나 과거의 경험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네로 : ...과거...
그런가... 그렇겠지.

파우스트 : ...

네로 : ...알겠어. 얘기할게. 그 녀석들에게, 더 이상 아픈 기억을 만들어 주고 싶지 않으니까.

파우스트 : ...응.

네로 : 하지만, 정말로, 지금부터, 손절하게 될지도 모르겠네. 나는 괜찮지만, 당신은...

파우스트 : ...네로...

네로 : 선생과의 지금까지와 앞으로라... 어디까지, 얼마나 바뀌려나.
마치, 투명하고 기묘한 선 위에 서 있는 것 같네.
좋아. 시작해 볼까.

파우스트 : 고마워.
네로, 너는 어느 지역에서 어떤 마물과 어떤 전술로 싸운 적이 있지?
될 수 있다면, 네가 사용하는 마법을 전부, 잘하든 못하든 전부 포함해서 알려줘.

네로 : 응? 과거라는 게, 전투 이력서 같은 과거 얘기야?

파우스트 : 그래.

네로 : 뭐야! 그 정도는 미리 말하라고!

파우스트 : 하지만, 수상한 상대에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범위를 알려준다는 건 목숨이 걸린 얘기야.

네로 : 수상한 상대잖아. 선생님이나 동쪽 녀석들은 의심하지 않아.

파우스트 : 네로...

네로 : (위험해라... 무거운 분위기로 흘러가, 이것저것 얘기할 뻔했네...)

파우스트 : (훗... 네로는 좋은 녀석이야...)

네로 : (선생, 성실하니까, 도적 같은 거 절대 용서하지 않겠지..)

파우스트 : 그럼, 정보교환을 하면서, 만전의 준비를 해서, 코르테스로 향하자.
サティルクナート・ムルクリード

네로 : 선생... 그 커다란 짐, 전부 가져가는 거야?

파우스트 : 그래. 주구呪具의 종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걸 알았어.

네로 : (얼마 전의 전투가 트라우마가 됐잖아...)

(문 열리는 소리)

시노 : 파우스트, 네로. 준비됐어.

히스클리프 : 짐이 많네요.

파우스트 : 왔구나, 두 사람. 때마침 잘 왔어, 여기에 나란히 서줘.

히스클리프 : 서, 선생님. 아까도 수호의 꽃의 꽃가루를 뿌려주셨는데요.

파우스트 : 됐으니까. 이런 건 많이 뿌려두는 편이 좋아.

시노 : 그래, 히스. 준비가 되어 있으면 걱정할 것도 없어.
나는 어젯밤, 임무에 필요할 법한 마법의 예습은 이미 끝내뒀어.

히스클리프 : 대단한데!?

네로 : 너무 대단하잖아!?

파우스트 : 좋아, 준비됐어.

시노 : 흐흥.

네로 : (시노도 트라우마가...)
뭐... 이정도인 게, 앞으로도 안심할 수 있을 테니까.

시노 : 자. 네로, 너도. 죽을 뻔했으니까!

파우스트 : 수호의 재도.

히스클리프 : 수호의 소금도 있어.

네로 : 엣취! 콜록...! ...읏, 고마워,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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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진실이 슬프게 한다면

[서쪽의 마법관/ 방]

아서 : 실례합니다.
...
오즈 님... 안 계시네... 기척이 느껴진 것 같았는데...
...어디로 가신 걸까...



[하늘/ 낮]

오즈 : ...
피가로인가.

피가로 : 무슨 일이야, 지붕 같은 데를 올라가고.
그리고, 가지고는 왔는데, 이 쌍둥이 선생님 그림...
왜 낮인데 그림 속에 갇혀있나 싶었는데, 네가 한 짓이라며?

오즈 : 그림이 젖어있다.

피가로 : 그림 속에 들어가서까지, 거슬리게 싸우니까, 분수에 가라앉혔어.
지금은 실신한 것 같아. 제대로 질식하는구나. 아니면, 그런 기분이 된 건지.

오즈 : 어째서...

피가로 : 어째서 싸웠냐고? 몰라. 너야말로, 왜 쌍둥이를 그림 안에 가둬버린 거야.

오즈 : 싸우기 시작했다.

피가로 : ...

오즈 : 들어줄 기분이 아니었다.

피가로 : 싫네 참. 너랑 같은 짓을 해버리고. 그것보다, 내 제자 이야기 들을래? 듣고 싶지?

오즈 : ...
너한테 제자는 없다.

피가로 : 후후후. 있단 말이지, 이게 또. 너도 제자는 소중히 대하는 편이 좋아.
아서를 피하고 있잖아? 애 불쌍한 짓 하지 마. 서운해 했어.

오즈 : ...아서는 제자로 삼지 않는다.

피가로 : 삼으면 될 텐데. 내 제자 이야기를 해줄까? 제자를 들이고 싶은 기분이 될 거야.

오즈 : 필요 없다.

피가로 : 에~? 어째서?

오즈 : 제자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했다. 정서가 싹튼 지 수십 년 주제에 하지 말라고. 네가.

피가로 : 에~? 그런 말 했나?

그림 속의 스노우 : ...읏, 콜록콜록...!

그림 속의 화이트 : 콜록콜록...!

그림 속의 스노우, 화이트 : 물에 빠진 기분이야~!

피가로 : 기분이 된 것뿐인가.

그림 속의 스노우 : 정말로 피가로는 나쁜 아이구먼! 이런, 오즈지 않나.

그림 속의 화이트 : 오즈도 나쁜 아이일세! 어째서, 지붕 위에 있는 겐가?

오즈 : 잠시, 다물고 있어라.

그림 속의 스노우, 화이트 : 와아, 덮지마...!

오즈 : 피가로, 묻고 싶은 게 있다.

피가로 : 응. 좋아.

오즈 : 파우스트에게 어디까지 말했지.

피가로 : 어디까지라니?

오즈 : 네가 한 악행에 대해.

피가로 : ...분위기 망치는 화제 꺼내네...

오즈 : 말하지 않은 건가?

피가로 : 너랑 한 짓 말하는 거잖아?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 파우스트도 어른이니까...

오즈 : 알고, 어떻게 됐지?

피가로 : 어떻게 됐냐니... 저기 말이지, 오즈. 나는 지금 즐거운 얘기가 하고 싶거든.

오즈 : ...
네가 해온 짓을, 파우스트에게 얘기해도 되나?

피가로 : 될 리가 없잖아? 나를 잘 봐. 제자가 돌아와서 몸과 마음을 다해 들떠있다고.
아, 알겠다... 아서가 정면에서 과거 일을 물어봤구나.

오즈 : ...아직 묻지 않았다.
하지만, 조만간 물어볼 것이다.

피가로 : 사실을 말할 거야?

오즈 : ...
슬프다고 했다. 내게 관련된 무서운 전설이 사실이라면.
너는 옛날에, 아이를 슬프게 하지 말라고.

피가로 : 말했지.

오즈 : 진실이, 아이를 슬프게 하는 이야기라면?

피가로 : 그래도, 아서는, 진실을 원할 거야. 그런 아이야.

오즈 : ...
화이트.

그림 속의 화이트 : 앗, 원래대로 해줬다.

그림 속의 스노우 : 옥상의 낙엽만 계속 보고 있었네.

오즈 : 너희들에게 있어 진실은, 스노우가 화이트를 버리고 떠나고 싶어한 것이었다.

피가로 : 어이, 또 싸우게 하지마...

오즈 : 그 진실을 듣고 싶었나, 화이트.

그림 속의 화이트 : 솔직히 모르겠네.

그림 속의 스노우 : ...

그림 속의 화이트 : 모르는 채로 끝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채로 끝내고 싶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네.

그림 속의 스노우 : 오즈여. 아서에게는 잠깐 기다리라고 하게.
언젠가 말하겠다. 지금은 기다려라,라고.
아이에게는 가혹한 이야기일세.

피가로 : 그건 확실히 그렇지.

오즈 : ...

그림 속의 화이트 : 호호호. 오즈에게는 어렵겠지. 우리네는 어린 그대에게 잔인했지.
그대들이 세상을 불태운 건, 우리네 때문이기도 했네.

오즈 : 그렇다면, 어째서...
너희들이 불태우지 않은 거지.

그림 속의 스노우 : 호호호. 우리네가 축복하고 저주했기 때문이네.

그림 속의 화이트 : 우리네가 없어서는 쓸쓸하도록. 잔뜩 사랑해 줬네. 우리네 나름으로 말일세.

피가로 : 너무한 이야기네요, 정말.

오즈 : ...



[메시에 궁전 정원/ 낮]

-나는 샤크 쨩을 어깨에 올리고, 서쪽의 나라 마법관과 정원을 어슬렁거렸다.
그레고리를 찾고 있었다. 새가 쉴 수 있을 만한 나무 그늘을 찾아, 작은 목소리로 살며시 그의 이름을 부른다.


아키라 : 그레고리... 그레고리 있나요?


-그러자, 마찬가지로 작은 목소리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레고리 : 현자님, 현자님.


-그레고리의 목소리였다. 뒤돌아보자 가볍게 날갯짓하며 그레고리가 찾아왔다.


그레고리 : 죄송합니다. 은혜를 갚기 위해 현자님의 경호를 맡았는데, 자리를 비우기만 해서...

아키라 : 괜찮아요. 여기에는 마법사 여러분도 사크 쨩도 있으니까요.

그레고리 : 저도 마침, 남쪽의 마법사분들께 신세를 지고 있었던 참입니다.

아키라 : 남쪽의 마법사요?

그레고리 : 네. 잠시 따라와 주십시오. 현자님께서도 부디 보고 가시죠.


-나는 그레고리를 따라 정원의 안쪽으로 나아갔다.
작고 붉은 과실이 맺힌 커다란 나무뿌리 쪽에, 레녹스와 미틸이 있다.


미틸 : 현자님!

아키라 : 미틸, 레녹스. 레녹스, 다친 데는 괜찮나요?

레녹스 : 덕분에 괜찮습니다.

미틸 : 저희, 그레고리 씨와 친해져서, 마법으로 새 둥지를 만들고 있었어요.
왕궁 사람들에게 물어보니까, 밖에서 보이지 않을 법한 장소라면 둥지를 둬도 된대요.

아키라 : 새 둥지... 그레고리용인가요?

그레고리 : 실례되는 말씀을. 저는 지붕이 있는 곳에서 잡니다.

아키라 : 그, 그러시군요. 죄송합니다.

그레고리 : 조금, 요령이 안 좋은 새가 있습니다.
쉴 곳이 없는 것 같아서, 둥지 만드는 걸 도와줬는데, 거기서는 안심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보십시오, 지금은 성의 저 창에 있습니다. 숨어서 이쪽을 엿보고 있죠. 아무래도 겁쟁이 같아서.

레녹스 : 짐승이나 무언가에 공격당한 거려나. 차분하게 식사도 못 하는 것 같아서, 꽤 말라 있습니다.

미틸 : 그래서 안심하고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둥지를 만들어 줬어요!

그레고리 : 고마워. 남쪽의 마법사분들은 소문대로 친절하네.

미틸 : 에헤헤.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에요.
둥지도 두었고, 잠깐 비켜있을까요. 사람이 없는 편이 다가오기 쉬울지도.

레녹스 : 그렇네, 숙소로 돌아갈까. 현자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키라 : 그레고리랑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요.
그레고리. 제 방에 와주실 수 있을까요?

그레고리 : 예, 물로...


-그레고리는 순간 침묵했다. 사람 기척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여왕에게 죽임 당할 뻔했다. 발견되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 평범한 새인 척할 필요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온 건, 왕궁에서 일하는 정원사분들이었다.
서쪽의 마법관에 들어온 우리들의 소문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원사 : 힐끗 본 현자님, 진짜로 훌륭하신 분이었어. 긴 백발이 훌륭해서...

아키라 : (누구지, 그 사람은...)

정원사 : 나는 북쪽의 마법사도 봤어! 커다란 지팡이를 들고 있어서, 박력 넘치는 게, 엄청났어.

아키라 : (그 사람은 지금은 중앙...)

정원사 : 남쪽의 마법사도 봤어. 느낌이 좋아 보이는 사람들이었어.

정원사 : 느낌이 좋아 보였단 말이지! 근데, 평범한 시골 출신 사람과 그다지 다를 게 없더라.
모처럼 모습을 볼 거면, 남쪽보다 북쪽의 마법사가 좋단 말이지. 얘깃거리가 되잖아.

정원사 : 그렇지.

미틸 : ...

그레고리 : 저 녀석들, 어쩜 이리 무례한...! 저, 잠깐 얘기하고 오겠습니다!

레녹스 : 잠깐잠깐, 그만둬! 너는 지금, 새 모습이라서, 여기 있는 건 비밀이잖아.

그레고리 : 그렇지만... ...여러분, 죄송합니다. 서쪽의 인간은 화려한 걸 좋아합니다.
점잖은 것의 장점을 알아채는 게 서툴러, 무심코, 눈에 띄는 것만을 선택해...

레녹스 : 괜찮아. 사실이야. 하지만, 네가 화내준 건 기뻐.
그렇지, 미틸.

미틸 : 아... 네! 그렇죠.

그레고리 : 신경 쓰지 말아주게. 네 둥지는 최고야.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 정말.

미틸 : 괜찮아요, 신경 쓰지 않아요! 가죠, 레노 씨.

레녹스 : 그래...

아키라 : 두 사람 모두, 둥지 고마워요!

레녹스 : 천만에요.

미틸 : 별말씀을요.



[서쪽의 마법관/ 방]

그레고리 : 현자님, 말씀이라는 건?

아키라 : 릴리아나에 대해서요. 지금의 여왕은 그레고리를 죽이려고 했다고 하셨잖아요.

그레고리 : 그렇습니다... 잠시동안 상태를 지켜보았습니다만, 저 여왕은 릴리아나가 아닙니다.

아키라 : 릴리아나 씨를 누군가가 조종하고 있는 게 아니라 릴리아나 씨가 아니다.

그레고리 : 릴리아나가 아닙니다. 증거라고 하기에는 약한 에피소드이긴 하지만...
릴리아나는 목덜미 부분의 머리카락이 뻗치는 버릇이 있습니다.

아키라 : 뻗쳐...?

그레고리 : 이렇게, 빙글빙글... 그렇기에, 머리를 높게 묶을 때는 고생을 많이 했죠.
며칠 전에 마사지하거나 오일을 발라 정리해서 말입니다.

아키라 : 공주님도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레고리 : 하지만, 시녀들의 대화를 엿들어 보았지만, 여왕 폐하께 그런 버릇은 없답니다.
누군가가 마법인가 뭔가로 릴리아나로 변해있는 거라고 생각됩니다.

아키라 : 그런가요...
(얼마 전에 얘기했을 때, 오즈와 미스라는 아니라고 했단 말이지...)



[회상/ 서쪽의 마법관/ 방]

아키라 : 오즈, 미스라, 대관식에 참석하셨는데 어떠셨나요?

클로에 : 서쪽의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마녀가, 릴리아나 여왕으로 변해있을 가능성에 대해서...

아키라 : 새로운 여왕은 마법사인가요?

오즈 : ...
아니, 마법사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미스라 : 저도 마력은 느끼지 못했어요.

아키라 : 왕홀에서도요? 그건 서쪽의 나라에서 저주받은 왕홀라고 불리고 있다는 것 같아요.

미스라 : 저주의 기운? 없었는데요.
평범한 것들보다는야, 사람이 집착하는 기운이나 서쪽의 정령 기운이 진하긴 했지만요.
오랜 것들에는 자주 있을 법한 정도예요. 그렇죠, 오즈.

오즈 : 그래.
키가 큰 금발의 자에게서는 마법의 기척이 느껴진다.

아키라 : 버넷 장군이요?

오즈 : 그렇다.

미스라 : 당연하잖아요. 그 녀석 마법사잖아요?

아키라 : 아뇨... 마법과학병단을 통솔하고 계시는 인간이에요.
...마법사인가요?

미스라 : 마법사잖아요. 하지만, 마법사라기보다는, 마나석의 기운에 가깝네요.

아키라 : 샤일록도 그런 말을 했죠...

미스라 : 어쨌든, 릴리아나는 인간이에요.

클로에 : 정말로?

미스라 : 네. 틀림없어요.

클로에 : 그럼, 그것 말고 마법의 기운은 느껴져? 왕궁이나 저 탑에 숨어있는듯한...

오즈, 미스라 : ...

오즈 :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미스라 :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네요...



[현재/ 서쪽의 마법관/ 객실]

아키라 : (그럼... 대체, 어디 있는 거지.)
(서쪽의 나라를 뒤에서 지배하는 마녀, 자라...)
오즈랑 미스라가 같이, 마법의 기척을 잘못 느꼈을 거라고 생각하긴 어려운데...

그레고리 : 그러십니까... 계속해서 은밀하게 여왕을 감시하고 있겠습니다.

아키라 :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하나 더, 여쭤봐도 될까요?

그레고리 : 예. 뭐든지요.

아키라 : 릴리아나 씨에 대해서 가르쳐 주셨으면 해요.

그레고리 : 릴리아나에 대해...?

아키라 : 네.
서쪽의 나라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고, 서쪽의 나라 마법관에서 원만하게 나가기 위해서...
제가 여왕을 칭찬하고 내세워 드리는 편이 좋다고 들었어요.

그레고리 : 그러시군요...
릴리아나의 일은 별개로 치더라도, 현자님은 마법관에 돌아가셔야만 하시니까요.

아키라 : 물론, 그레고리가 걱정하는 일은 제대로 정리하고나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레고리 : 감사합니다.

아키라 : 여왕을 칭찬하는 작전에 반대하는 마음은 없지만...
저는 릴리아나 씨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까, 그녀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그 사람을 모르는 채로, 겉모습만 칭찬해버려도...
그것도, 알맹이가 없는 행동인 게 아닐까 싶거든요.
당신의 릴리아나 씨가 무사히 여왕님이 되어, 이 나라를 통치할 때...제가 적당한 말을 해버리면, 그레고리도 곤란하실 테니까.
저도 당신이 좋아하게 된 릴리아나 씨의 좋은 점을 알고 싶달까...
좋은 점이 아니더라도, 알고 싶어요. 제발, 가르쳐주시면 안 될까요.

그레고리 : ...현자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기쁩니다.
대관식에서의 갈채를 받고 있던 릴리아나는, 릴리아나가 아닙니다.
그런 상황에, 세상이 그녀를 잊고, 그녀가 아닌 자를 칭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당신께서 릴리아나를 잊지 않고 떠올려 주셔서 기쁩니다.
현자님도 큰일인 마당에...

아키라 :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레고리.

그레고리 : 물론입니다, 기꺼이요. 아침까지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메시에 궁전 앞/ 낮]

클로에 : ...탑의 창가에 깃털이 보여...
라스티카...

오웬 : 네 스승, 재밌는 상황이 됐네.

클로에 : 오웬...

오웬 : 누구한테 당한 거야? 말해봐.
마나석 냄새가 나는 장군님? 빨간 머리의 여왕님? 뭐, 어느 쪽이어도 상관없나.
복수해 줘. 네 마법으로 가사 상태로 만들고, 능욕한 다음에, 참살해 버려.

클로에 : ...그런 짓 하지 않아. 어쩌면, 보복 정도는 할지도 모르겠지만.
라스티카에게 말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아.

오웬 : 흥, 위선자.

클로에 : 전혀, 착한 아이가 아냐.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오웬이야말로 어째서 없어지지 않고 여기 있는 거야?

오웬 : 나빠?

클로에 : 나쁘지 않아. 이상하게 들렸다면 미안해. 언제나 정신 차려보면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있어 주니까.

오웬 : 괴롭히는 거야. 내가 무슨 짓을 할지 신경 쓰여서, 안절부절못하고, 잠도 못 자겠지.
저 여왕님도, 현자님 주변에 있는 녀석들도, 전원 죽여버릴지도.
그래도, 뭐, 인간 따위 죽여봤자 지루하기만 하니까.

클로에 : ...역시, 저 여왕님, 인간이겠지.

오웬 : 마법사야? 마법사라면, 죽이면 돌이 될 거야. 시험 삼아 볼까?

클로에 : ...
핫... 잠깐 고민했어. 안 돼, 그런 짓 하지 말아줘.

오웬 : 후후. 네 그런 점이 좋아.

클로에 : 만약, 마력을 숨기는 걸, 엄청나게 잘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오즈 님한테도 숨길 수 있어?

오웬 : 아마도. 북쪽의 마법사는 마력이 강하지만, 적의敵意 이외에 대한 탐지 능력은 완벽하지 않아.
그런 건, 탐구探知나 변화를 좋아하는 서쪽의 마법사들이 특기잖아?

클로에 : 역시, 그렇겠지. 라스티카가 건강했다면 부탁했을 텐데...
적어도 무르나 샤일록이 있었다면...

오웬 : 왜 없는 거야?

클로에 : 서쪽의 왕궁에서 의뢰받고 신주의 환락가로 갔어.
나는 라스티카가 걱정돼서 남기로 했어.

오웬 : 헤에.

클로에 : ...
...상대가 마력을 숨기고 있는 거라면, 적의 이외의 마력은, 북쪽의 마법사는 알아챌 수 없는 거야?

오웬 : 하? 알아챌 수 있는데.

클로에 : 어... 어느 쪽이야?

오웬 : 알아채. 사냥감을 놓친 적은 없으니까.

클로에 : 그렇구나...

오웬 : 하지만, 만약, 만에 하나, 세상에서 1, 2등을 겨룰 정도로 변화가 특기인 서쪽의 마법사라면...
눈치채지 못할 수, 있을지도...?

클로에 : ...

오웬 : 그래도, 나는 눈치채려나. 오즈나 미스라는 모르겠지.

클로에 : 잠깐 와줄 수 있어?

오웬 : 하? 싫은데.

클로에 : 부탁이야!

오웬 : 싫다니까!



[메시에 궁전/ 홀]

오웬 : ...왜 내가 이런 짓을...

클로에 : 분명, 이 시간, 여왕님이 이 통로를 지나가셔. 살짝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사람인지, 마법사인지, 알게 되면 가르쳐줘.

오웬 : 무르나 샤일록한테 물어봐. 그 녀석들이라면 알아채지 못한 거면, 인간이겠지.

클로에 : 하지만...
왔다!

/

릴리아나 : ...

/

클로에 : ...어때?

오웬 : ...잘 모르겠어. 저 계집애가 인간인지 마법사인지보다도...
저 남자의 마나석 기운이 너무 강해.

클로에 : 샤일록도 그렇게 말했어... 마나석을 소모한 냄새가 난다고.
전에 가까이에서 만났을 때도, 여왕님과 장군은 함께였어.
그래서, 무르랑 샤일록도 눈치채지 못한 걸지도.

오웬 : 여왕이 마법사라는 거야? 그럼, 죽일까?

클로에 : 뭐?

오웬 : 돌이 되면 마법사야.

클로에 : ...
여, 역시, 안 돼.

오웬 : 흐응.

클로에 : (저 사람이 자라...)
(그녀가 정말로... 라스티카가 기억을 잃은 계기가 된 사람인 걸까.)
일단은, 무르랑 샤일록에게 상담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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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부디, 그대로

[코르테스 령 어느 마을]

시노 : 여기가 코르테스 령... 새로운 여왕의 고향이랬나.

히스클리프 : 평온하고, 좋은 곳이네. 하지만, 뭔가가...

파우스트 : 공기가 침체되어 있어. 토지의 정령들이 혼란에 빠진 것 같아.

네로 : 이물異物이 침입한 느낌이네. ...어이, 저기 봐.
저기 아냐? 사람이 모여있어.

시노 : 가보자.



[코르테스 령 황폐화된 마을/ 저녁]

파우스트 : 너무한걸...

시노 : 건물과 벽이 부서져, 주변 식물이 전부 시들었어.

히스클리프 : ...말라비틀어진 동물 사체도...

네로 :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목격한 녀석은 없어?

코르테스 영민 : ... 있기야, 있지만...

파우스트 : 만날 수 없는 건가?

코르테스 영민 : ...다 죽어가는 채로 발견돼서... 지금은 가족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시노 : 크게 다친 건가?

코르테스 영민 : ...다쳤다고 할지... 마치, 생기를 빼앗긴 노인 같아져서...
어제까지, 가위눌린 것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독 괴물과...

시노, 히스클리프 : 독 괴물...!?

코르테스 영민 : 예...
처음에는 토끼 정도의 크기였는데, 휘청휘청 길을 걸어오는 사이에 산양 정도의 크기가 되어서...
그녀석의 주위에서는, 툭툭 나무가 쓰러지고 동물들이 쓰러졌다는 것 같습니다.
그 녀석도 정신 차려 보니 서 있을 수 없게 되었다고...

파우스트 : ...독이라...
상태를 볼 수는 없는 건가.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도 몰라.

코르테스 영민 : 예, 물론입니다.

파우스트 : 미안하게 됐어.



[서쪽의 마법관/ 방]

아서 : 실례하겠습니다.
...오즈 님은 또 안 계시는 건가.
...어쩔 수 없지. 전언을 남겨두자.
오즈 님만이 보실 수 있게, 창문 유리에, 마법으로.
...오즈 님. 저는 내일 중앙의 나라로 돌아갑니다.
그 전에 한 번, 오즈 님과 이야기가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까지 피하시는 건, 슬픕니다.
...
이건 지워두자...

(문 열리는 소리)

오즈 : ...

아서 : 오즈 님...

오즈 : ...인기척이 없는 곳으로.

아서 : 그럼, 제가. 마법으로 하늘까지 모셔드리겠습니다.
パルノクタン・ニクスジオ



[하늘/ 밤]

아서 : 오늘 밤은 별이 밝네요. 북쪽의 나라에서 본 하늘 같습니다.

오즈 : ...
네게 할 말이 있다.

아서 : ...네, 저도...

오즈 : 네 이야기는, 네가 어른이 되고 나서 듣겠다.

아서 : 제가 어른이 되고...

오즈 : ...?
...잘못된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상관없다.

아서 : ...알겠습니다. 저도 괜찮습니다.
제가 어른이 될 때까지, 곁에 계셔주시는 거네요.

오즈 : 그렇다.

아서 : ...

오즈 : 너를 보고 있다.

아서 : 오즈 님...

오즈 :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서 살아온 것은 아니다.
나를 위해 살았다.
지금도 너나,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 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서 : ...네...

오즈 : 나는 살아왔다.
그 사이에 있던 일이, 언젠가, 너의 슬픔이 되겠지.

아서 : ...

오즈 : 네게 슬픔을 주고자 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래도 언젠가는, 나의 존재는 네 마음에 덮쳐, 상처를 입힌다.
그렇기에, 너를 손에서 놓았다.
네가 사람들의 세상에 섞여, 나를 잊고 살아간다면...
네게 덮쳐올 폭풍은, 자그마한 것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서 : ...

오즈 : 하지만...
너를 만난 뒤의 고독은, ...정말로...
...

아서 : ...오즈 님...

오즈 : 너와 보낸 나날의... 귀중함得難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나의 말이 잘 전해지지 않겠지.
나도 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이었는지, 잘 알 수 없다. 그렇다 할지라도...
네게 부탁이 있다.

아서 : ...오즈 님의 부탁...?

오즈 : 그렇다.
네가 언젠가, 나의 존재에 상처받고, 슬픔을 느꼈을 때.
미워할 상대는, 나다.
이 세상이 아니다.

아서 : ...

오즈 : 헷갈리지 말아다오. 부디, 그대로... 너는 이 세상에 사랑받고 있다.
만일 마음이 혼란스러워, 폭풍처럼 날뛰게 된다고 할지라도...
너의 친구나, 주위 세상을 부수어서는 안 된다.
언젠가, 네가, 사랑해 마지않는 것을 발견했을 때...
...망설이지 않고..., 손을 뻗어... 끌어안을 수 있도록.
세상을 향해 난동 부리지 말아다오.
부디, 그것만, 헷갈리지 말아줬으면 한다.

아서 : ...오즈 님...
...아뇨. 아무리 오즈 님의 부탁이어도 그것만큼은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

오즈 : ...아서...

아서 : 저는 오즈 님과 세상이라면, 오즈 님을 선택하겠습니다.
어린 저를, 눈 속에서, 주워주셨던 것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세상에서...
저는 오즈 님을 주워드리겠습니다.

오즈 : ...

아서 : 자, 여기 있습니다.

오즈 : ...뭐지, 이 팔은.

아서 : 끌어안아 주세요.
저는 벌써 커졌으니까, 어렸을 때처럼 들어서 안아주시는 건 못하시겠지만.
망설이지 말아주세요.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제게 있어서는 둘도 없는 분입니다.
제 목숨의 은인이자, 금지되어 있던 마법의 즐거움을 가르쳐 주신 분!
...읏, 당신께까지..., 버려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오즈 : ...

(안아주는 소리)

오즈 : ...버릴 수 있나.



[서쪽의 마법관/ 방]

미틸 : ...그 새, 둥지에 들어갔을까? 잠깐, 보러 가자.

미스라 : 미틸.

미틸 : 미스라 씨...

미스라 : 그 사람 없죠. 당신을 찾고 있었어요.

미틸 : 저를 찾고 있었다니...

미스라 : 당신은 원한다고 했잖아요. 마나석을.

미틸 : ...! 네...

미스라 : 먹는 방법, 가르쳐 줬으면 하나요?

미틸 : 네!

미스라 : 먹고 싶다는 의미로 생각해도 되는 거죠.

미틸 : 네. 이것저것 생각해 봤어요. 하지만, 정했어요.
강해지고 싶어요. 시노 씨나 히스클리프 씨처럼 다치는 건 무섭지만...
저는 대마녀 치렛타의 아들이에요. 마법사라고요. 평범하지 않아요.
저도, 활약할 수 있어요.

미스라 : 그 말대로예요. 당신은 대마녀 치렛타의 아이.
강한 마법사가 될 수 있어요.

미틸 : 네...!

미스라 : 당신이 강한 마법사가 돼서, 루틸은 분명 저한테서 마나석을 받지 않은 걸 후회할 거예요.
죄송해요, 역시, 마나석 주세요. 그때의 저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죄송해요, 미스라 씨. 당신이 옳아요. 제가 틀렸어요.
이런 식으로 말해온다고 해도, 99번은 거절할 거예요.
100번 정도가 되면, 그제서야 이렇게 작은 걸 줄래요.
제가 주는 선물을 싫어한 응보예요. 당신에게는 특별히 질 좋은 걸 줄게요.

미틸 : 질이 좋은 마나 석이면, 강해질 수 있나요?

미스라 : 당연하죠.
저희 정도로 강해지면 평범한 마나석 따위 아무런 효과도 없지만요.
어지간히 질이 좋은게 아니면요. 당신에게는 특별히, 이 질 좋은 마나석을 드리죠.
자, 받으세요. 제가 죽인, 천 년 이상 살아온 마녀의 돌이에요.

미틸 : ...죽인 마녀...

미스라 : 오웬와 브래들리도 노렸던 강한 마녀예요. 자, 입에 넣어요.

미틸 : 이대로, 먹는 건가요?

미스라 : 네. 입에 넣으면, 자연스럽게 흡수돼요. 해보면, 알 수 있어요.

미틸 : 알겠습니다... 해볼게요.
...
...합.

미스라 : ...
입 안에서 없어졌나요?

미틸 : 아직이에요.

미스라 : 그런가요.
슬슬 없어졌나요?

미틸 : 아직...

미스라 : 이상하네요. 삼켜보는 게 어때요?

미틸 : 모, 목에 걸리지 않나요?

미스라 : 걸린 순간에, 잘 흡수되면 좋지만...

미틸 : 흡수하는 요령이라든가 있나요?

미스라 : 요령...
내 거, 라는 마음이려나요.

미틸 : 내 거...
(내 거)
(이건 내 거)
(내 거)
(이건 내 거)
(강한 마법사가 되는 거야.)
(나는 치렛타의 아들이라고!)
(대마녀의 아들이라고!)
(모두, 모두, 똑똑히 봐!)
(나를 봐!)
(치렛타의 아이, 미틸이라고!)
...읏...
사라졌다...

미스라 : 흡수했나요?

미틸 : 대단해..., 말한 의미가 있었어요! 흡수라고...

미스라 : 그렇죠. 입으로 설명하기보다, 느끼는 편이 빠르죠.

미틸 : 네...읏. ...읏, ...!?

미스라 : 왜 그래요?

미틸 : 으...윽, ...아...앗!

미스라 : 미틸? 미틸, 왜 그래요?

미틸 : 악..., 악...! 아, 아, 아아....!

미스라 : 미틸?

미틸 : 뜨거워..., 추...워..., 모르겠...윽!

미스라 : 무..., 무슨 소리 하는 건가요? 이상한 거라도 먹었나요?

미틸 : 아..., 아...., ... ......

미스라 : ...진정 됐나요?

미틸 : ...
후후...
우후후... 아하하...
아ㅡ아! 아하하! 후훗, 우후후훗! 아하하핫!

미스라 : 미틸! 미틸!

미틸 : 꺄하하! 껄껄!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살려줘...!

(나타나는 소리)

브래들리 : 여기 봐.

미틸 : ...읏!

미스라 : 브래들리.

브래들리 : 미틸, 나 봐. 눈 돌리지 마. 내 눈을 봐.

미틸 : 아... 악!

브래들리 : 이쪽이야. 눈 돌리지 마! 미스라, 마나석 먹였지.
이놈 마력에 맞지 않는 강한 돌을 먹으면, 돌한테 사로잡힌다고.

미스라 : 하!?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저는 한 번도...

브래들리 : 없겠지. 너보다 강한 마법사 따위, 어지간해서는 없으니까.

미틸 : 후훗, 우후훗... 으으-응, 으으-응, 으아아아아악!

미스라 : 미틸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설마 죽나요?

브래들리 : 그러는 녀석도 있어. 이 녀석 죽게 하고 싶지 않으면, 이름 불러.
자아를 되찾게 해주는 거야.

미스라 : 미틸, 미틸...!

브래들리 : 여기 봐! 이쪽이야! 미틸!

(때리는 소리)

미틸 : ...읏!

브래들리 : 미틸, 대답해!

미틸 : ...읏, ...네...!

브래들리 : 내가 누군지 알지.

미틸 : ...읏, 브래들...리 씨...

브래들리 : 좋아, 착하지. 나한테 매달릴래? 등에 팔 둘러.

미틸 : ...읏, 무서워, 무섭다고! 심장이 뜨거워...!

브래들리 : 괜찮아. 너는 강하니까. 우리도 있어.
미스라, 미틸의 얼굴 봐. 이름 부르고 있어.

미스라 : 미틸, 미틸...

미틸 : 미스라 씨, 미스라 씨...!
...미스라! 미스라!! 우후후! 아하하하!

미스라 : 미틸! 미틸! 날뛰지 마세요, 다친다고요!

브래들리 : ...읏, 괜찮아, 괜찮아. 돌아와. 내가 붙잡아줄게.

미틸 : 아..., 아..., ...아아...

브래들리 : 이름은?

미틸 : ...브래들리...

브래들리 : 네놈 이름 말이야. 말해봐.

미틸 : ..., ...
...틸...
미틸...
...읏.

미스라 : 미틸...!

브래들리 : 기절했을 뿐이야. 하지만, 하룻밤 지켜봐.
한밤중에 잡아먹혀서, 돌아오지 못한 채로 돌이 되는 녀석도 있어.

미스라 : 어떻게 하면 되나요?

브래들리 : 이름을 부르고, 자기 자신을 떠올리게 해줘. 그 뒤는 이 녀석 마음에 달렸다.

미스라 : ...

브래들리 : 하아...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네놈이 질 좋은 마나석을 미틸한테 먹일 줄이야.
치렛타의 아이라서냐?

미스라 : 당신이랑은 상관없잖아요.

브래들리 : 뭐, 그렇지.
루틸한테는 하지 마라. 할 거면, 힘이 약한 돌부터...

미스라 : 안 해요.
그 사람한테는 거절당했어요.

브래들리 : 미스라의 돌을 거절하다니, 아까운 짓 하고 있네.
덕분에 미틸같은 꼴 안 당하고 그쳤지만...

미스라 : ...

브래들리 : 피가로한테는 보고해 둬라, 미스라. 여차할 때를 위해서.

미스라 : 여차할 때는 없어요.
제가 지킵니다.

브래들리 : ...
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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