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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 checking - hz
*앱 상의 BGM,Live2D연출, 표정 변화와 함께 즐기시길 바랍니다. 특히 10화
*비교해서 읽으면 좋은 스토리 : EVENT_21. 오로라를 바라는 머셔의 발라드 8화 / EVENT_19. 꿈을 품은 비행사의 발라드 / AFFECTION_스노우
제19장. 감화자 | ▼PAGE END | ||||||||
1화 | 2화 | 3화 | 4화 | 5화 | 6화 | 7화 | 8화 | 9화 | 10화 |
제19장. 감화자 | TL edit date : 2307091903 | ||
1화 비극도, 희극도, 함께 | 2화 그저 한 번 더 | 3화 물의 달, 거울의 꽃 | 4화 눈보라 몰아치는 설원에서 |
5화 그 목숨의 거처는 | 6화 꿈만 같은, 기적을 | 7화 같은 올바름 속에서 | 8화 믿는다는 것 |
9화 라스티카의 비밀 | 10화 차가운 눈동자의 안내인 | 전체 등장 캐릭터 : 중앙의 마법사, 서쪽의 마법사, 오웬 |
1화 비극도, 희극도, 함께
*역) 어플 상 영혼 조각의 무르도 '무르'라고 나오지만 줄글 편의상 '영혼조각의 무르'라고 작성
[서쪽의 나라 왕립 식물원/ 밤]
아키라 : ...인조 마법사...?
영혼 조각의 무르 : 네.
-무르는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의 머리 위, 파란 밤에 별이 흘러간다.
거듭 질문하려던 순간, 그가 시선을 돌렸다.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입가를 움직인다.
자세히 보자, 흰 안개 같은 연무가 식물원 내부에 자욱하게 끼고 있었다.
영혼 조각의 무르 : 아무래도, 당신의 마법사가 미궁의 출구를 발견한 것 같네요.
아키라 : 아... 샤일록이랑 다른 마법사요?
영혼 조각의 무르 : 네. 어떤 등장을 할 지가 기대되는 걸.
-무르는 내 옆에 나란히 서, 서커스를 기대하는 듯한 관객 같은 대사를 말했다.
서쪽 마법사들의 등장은 이랬다.
개운하게 눈이 떠지는 것처럼, 청량한 향을 풍기며 흰 안개가 살며시 나무들 사이를 떠돈다.
하얀 연무가 닿은 공기는 반짝반짝 작은 빛을 뿜으며, 선명하게 덧칠해지는 것만 같았다.
순간, 정면에 있는 둥그스름한 큰 나무줄기에서 불쑥 긴 다리가 생겼다.
차례차례로, 파이프를 든 손이나, 새장을 쥔 손이. 마지막으로 반짇고리를 든 팔.
풍경을 비추는 물의 벽처럼, 빠져나오는 듯이 서쪽의 마법사들이 나타났다.
차가운 눈매를 치켜올리며 샤일록이 물어본다.
샤일록 : 현자님, 무사하신지요?
아키라 : 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클로에 : 다행이다! 같이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현자님이 나무로 변하더니 말라갔다니까!
라스티카 : 환각이라는 것에 눈치챈 건 그 뒤였어요.
무르 : 내가 눈치챘어! 대단해?
-천진난만하게 웃는 무르를 바라보며, 영혼 조각의 무르는 농담을 섞어 내게 귓속말했다.
영혼 조각의 무르 : 그는 유능합니다. 역시, 제 본체일만하죠.
-무심코 웃어버릴 뻔해서, 나는 표정을 가다듬었다.
샤일록이 영혼 조각의 무르를 노려봤기 때문이다.
뾰족하고도 긴 눈동자로 위협받자, 영혼 조각의 무르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영혼 조각의 무르 : 여어.
샤일록 : ...
영혼 조각의 무르 : 기술적인 면에 있어서, 연기는 속임수. 그렇다고는 하지만 네 파이프 연기가 내 속임수를 풀어버렸지.
훌륭했어.
샤일록 : 마음에도 없는 칭찬은 그만하시죠. 당신이 여기 있다는 걸 빤히 알면서도 현자님을 빼앗겼어요.
비웃음당하는 게 차라리 낫겠네요. 비아냥보다도 신랄한 찬사를 던지다니, 너무한 사람ひどい人.
-샤일록이 분하다는悔しに 듯이, 눈썹꼬리를 내렸다.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여도,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 나를 걱정해 준 걸지도 모른다.
영혼 조각의 무르는 눈을 깜빡이며, 부드럽게 볼을 누그러뜨렸다.
작게 끄덕이며 웃는다. 그는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영혼 조각의 무르 : 가끔, 네가 연하라는 걸 떠올리게 돼. 당연하게도, 기분이 좋아져.
샤일록 : 닥치시죠. 무르, 보라색의 조각을 찾아요. 그건 당신 것이에요.
무르 : 내 것?
영혼 조각의 무르 : 나의 것?
샤일록 : 당신은 영혼 조각 중 하나. 당신을 제 무르에게 먹이겠어요. 무르를 되찾기 위해...
무르 : 무르라는 건 어느 쪽? 나, 먹혀버려?
영혼 조각의 무르 : 내가 네 것일지도 몰라. 어쩌면, 다람쥐의...
샤일록 : 동시에 말하지 마세요.
영혼 조각의 무르 : 하시죠.
무르 : 하시죠!
영혼 조각의 무르 : 고마워. 그럼...
한 가지, 제안이 있어. 현자님도 들어주시겠습니까?
아키라 : ㄴ, 네.
영혼 조각의 무르 : 친애하는 서쪽의 마법사들. 너희도.
라스티카 : 기꺼이요. 무르 하트 공. 저는 라스티카 페르치라고 합니다.
클로에 : 나는 클로에 콜린스. 무르랑은 이미 친구야! 그래서, 뭔가 이상한 느낌...
-당황해하는 클로에에게, 영혼 조각의 무르는 익살스럽게 한쪽 눈을 감아보였다.
영혼 조각의 무르 : 금방 익숙해질 거야. 잘 부탁해. 라스티카, 클로에.
-라스티카와 클로에는 미소 지었다. 오늘 만난 영혼 조각의 무르를 두 사람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샤일록만이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고 마도구인 파이프를 쥐고 있다.
내가 영혼 조각의 무르에게 안심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여유없이, 긴장한 채로, 예민해져 있는 샤일록은 어딘가 사랑스럽게도 보였다.
샤일록 : 제안이라는 건 뭔가요?
영혼 조각의 무르 : 너는 영혼 조각을 모아 무르를 되찾으려고 하고 있어.
나를 거기 있는 무르에게 줘서, 하나로 합쳐버릴 생각이지.
샤일록 : 네.
무르 : 하나로 합쳐!
영혼 조각의 무르 : 나는 자유를 빼앗긴, 불쌍한 영혼 조각... 네 계획을 거부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잠깐 시간을 주지 않겠어? 거기 있는 무르와 하나가 되기 전에 세상을 보여줬으면 해.
아키라 : 세상?
영혼 조각의 무르 : 네, 현자님.
지금 세계에서는 어떤 식으로 식물이 분포하고 있는지, 이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무르와 동화되어서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 감상은 아닐지도 모르죠.
그때의 저는, 식물에게 눈길을 주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죠. 아무래도 무르는 흥미 대상이 많으니.
정신 없이, 시선을 움직여서, 쉬지 않고 머리를 굴리고 있으니까요.
부디, 현자님. 당신의 여행을 함께하게 해 주시겠습니까.
-영혼 조각의 무르는, 연기로 보일 정도로 정중하게 인사했다.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클로에가 눈을 휘둥그레 뜬다.
클로에 : 우리랑 같이 가주겠다는 거야?
영혼 조각의 무르 : 예.
라스티카 : 근사한걸! 무르는 세기의 천재입니다. 그 본체와 영혼의 조각이 동행자로.
믿음직스럽지 않나요, 현자님.
-라스티카의 말대로다. 기억이나 지식이 뿔뿔이 흩어져 버렸지만, 무르는 대천재.
영혼 조각을 무르에게 먹이지 않고, 함께 가달라고 하면 의지할 수 있는 지식인이 두 명이 된다.
아키라 : 그렇네요. 저는 찬성이에요. 샤일록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샤일록 : 저는 반대입니다.
영혼 조각의 무르 : 이런.
-무르는 미소 지었다. 샤일록은 그에게 완강한 반발을 향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두려움이나 경계, 배려. 다양한 감정을 보이며, 신중하게 위험한 친구를 살피고 있다.
샤일록 : 당신은 현자님께 있어, 총명한 조언자, 최고로 좋은 안내자가 될지도 모르죠.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파멸로의 안내자가 되겠죠.
-샤일록은, 똑바로 나를 바라봤다.
샤일록 : 현자님. 북쪽의 쌍둥이...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의 몸에 일어난 비극은 알고 계시겠죠.
천지가 갈라져도, 헤어질 리 없을 줄 알았던, 영원한 밀월密月를 보내던 그들.
그들이 서로를 죽이게 된 건, 무르의 사소한 말이 계기였습니다.
-그 이야기는 나도 알고 있다. 항상 함께 있던 쌍둥이인 스노우와 화이트.
그런 그들을 본 무르가, 언젠가 스노우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고독이 궁금하지는 않아?
스노우는 고독을 원하고, 화이트는 그가 떠나는 걸 거부해, 이윽고 서로를 죽일 기세로 싸우게 되었다.
그렇게, 스노우 하나만이 살아남아 화이트는 망령이 되었다.
나는 불안해하며, 무르를 힐끗 봤다. 무르는 변함없이 미소 짓고 있었다.
그 태도는 오만해 보일 정도였다.
샤일록 : 오해하지 않도록 말씀드리겠지만, 무르는 결코 타인의 파멸을 바라고 있는 게 아니에요.
그저 흥미를 보이고, 그 안을 들여다보고, 순수한 지적 호기심으로 파헤치고 들춰내서暴き立て 분석하려고 하죠.
선의도 악의도 없어요. 그런 성질인 거죠.
화이트 님을 죽게 만들고, 이 세상의 모습을 단번에 바꿔버린, 천진난만하고 무책임한 탐구심.
흉기와도 같은 그것이, 전적으로 현자님께 향해졌을 때, 비극이 일어날지 희극이 일어날지...
영혼 조각의 무르 : 어느 쪽도 일어나겠지. 친구가 될 거니까.
아키라 : ...친구가...
영혼 조각의 무르 : 네.
호기와 흥미를 보이며 대화를 거듭해 간다면, 그건 친구지 않습니까?
-그 말에 나는, 처음 만났을 떄의 무르를 떠올렸다.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다.
살며시 마음속이 흔들린다. 몇몇 개의 광경을 떠올리고는, 많은 감정이 밀어닥친다.
모르는 것 투성이인, 신기한 세계.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동안,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친구가 되고 싶다. 그렇게 말해준 사람의 마음에, 될 수 있는 한 진심으로 답하고 싶다.
나는 무르에게 파헤쳐질지도暴かれる 모른다.
하지만, 나도 무르를 파헤칠지 모른다.
무르의 말대로, 친구가 되는 거니까. 비극도 희극도 함께 체험한다.
마법사 모두와, 그렇게 해왔던 것처럼.
아키라 : ...알겠습니다.
샤일록 : 현자님...
아키라 : 샤일록.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세계에서 당신이나 모두가 저를 받아들여 주셨던 것처럼, 저도 이 무르는 받아들이고 싶어요.
-샤일록에게 그렇게 말하고서 나는 무르를 바라보았다.
아키라 : 같이 와주실 수 있을까요?
영혼 조각의 무르 : 물론이죠.
그럼, 이 나무 뒤에 있는 무르의 영혼 조각을 주워 휴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실체화는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자신의 의사로 이동하는 건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나는 들은 대로 나무 뒤를 살폈다.
썩어가고 있는 나뭇잎이나 열매 아래에서, 반짝이고 있는 블루 사파이어 조각을 발견한다.
아키라 : 이거면 될까요?
무르 : 네. 주머니 어디든, 떨어트리지 않을 수 있는 곳에, 넣어주세요.
아키라 : 아, 알겠습니다. 어딘가에 꿰매둘까...
클로에 : 내가 이따가 해줄게. 그러면, 이 무르는 현자님과 계속 함께있는 거야?
사크 쨩처럼?
-내 어깨에 올라와있는 검은 고양이를 닮은 사역마를 가리키며 클로에는 물어봤다.
영혼 조각의 무르 : 과연. 저도 휴대된다는 자각을 갖고, 휴대하기 쉬운 사이즈로 변해볼까요.
즉, 그 사역마와 비슷한 정도의 크기가 되어 어깨에 있겠습니다.
라스티카 : 그거 좋은 생각인걸. 이쪽의 무르와 구별하기도 쉽고. 어떨까, 무르?
-라스티카는 뒤돌아 무르를 바라보았다. 영혼이 부서진 고양이 같이 천진난만한 쪽의 무르를 말이다.
커다란 나무뿌리에 쪼그리고 앉아, 무르는 가만히 샤일록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르 : ...
-샤일록은 눈을 감고,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뒤, 무르의 시선을 눈치채고 입가에 미소를 보였다.
샤일록 : 무슨 일인가요, 무르.
무르 : 샤일록은, 나랑 저쪽의 나, 어느 쪽이 좋아?
-샤일록은 눈을 부릅떴다.
말을 잃고 무의식적으로인지, 마도구인 파이프를 떨어트렸다.
쪼그려 앉아있던 무르의 발밑에 샤일록의 파이프가 굴러다닌다.
아름다운 은세공이 달빛을 반사해 반짝인다.
달이 아닌 샤일록을 올려다보며 무르가 삐친 듯이 입을 삐쭉인다.
무르 : 어느 쪽이 좋아? 오늘 밤은 조각을 주지 않는 거야?
-순간, 샤일록은 달보다도 창백했다.
무르는 신경 쓰지 않는 듯, 주인에게 다가오는 고양이처럼 애교부리는 몸짓으로 그의 한쪽 발을 쥐었다.
파이프를 주워, 칭찬받고 싶은건지 웃으며 샤일록을 올려다본다.
샤일록은 비틀거렸다.
영혼 조각의 무르가 아연하며 중얼거린다.
무르 : 샤일록, 너... 무슨 자아를 나한테 만든 거야.
-그 말투는 감탄하고 있는 것처럼도, 재밌어하는 것처럼도 들렸다.
변덕스러운 무르다운, 밤바람 같은 가벼운 무게감.
그에 비해, 부정하는 샤일록의 목소리는 밤의 어둠을 가르는 비명과도 같았다.
샤일록 : 아니에요! 저는... ...이런 걸 바란게....
무르 : 파이프, 필요 없어? 빼앗는다! 감춘다!
-가늘고 부드러운 나무를 휘감고 있는 섬뜩한 담쟁이처럼, 쪼그려 앉은 무르가 샤일록의 팔에 손을 뻗는다.
샤일록은, 파이프를 받지 못했다. 이마와 뺨을 누르며 괴로워하고 있다.
이마에 걸린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흰 도자기에 생긴 금처럼 슬프고도 아름다웠다.
무르 : 있지, 샤일록...
샤일록 : ...안 돼요, 무르. 이 이상 제게 말 걸지 마세요.
-샤일록은 무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떨쳐내듯이 밀었다.
제2화 그저 한 번만 더
[서쪽의 나라 왕립식물원 / 밤]
-무르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어째서 혼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아이 같은 표정이다.
영혼이 부서진 날로부터, 무르는 샤일록이 돌봐주고 있으며 그와 함께 살아왔다.
샤일록 : 앞으로... 필요 이상, 상관하지 말아 주세요.
무르 : 어ㅡ?
샤일록 : 괜한 것을 제게서 얻어가지 말아 주세요. 당신으로 돌아갈 수 없게 돼버릴 거예요.
무르 : 근데, 그렇지만, 그래도...
샤일록 : ...읏. 당신을 제 생각대로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니었어요...
...그저, 한 번만 더...
-그 이상,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희미한 숨결만이 애절하게 떨려온다.
영혼 조각의 무르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샤일록과 그를 올려다보는 무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어떤 식으로 비칠까. 비극처럼 보일까, 희극처럼 보일까.
그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넘쳐흐르는 달빛을 쐬며, 영리한 눈동자를 눈부시다는 듯이 가늘게 뜬다.
사랑하는 달로부터 눈을 떼지 않고 영혼 조각의 무르는 이렇게 말했다.
영혼 조각의 무르 : 뭐, 그렇게까지 진지해질 필요는 없어.
관계 쌓기에積み木 실패한 거라면, 한 번 더 부시면 돼.
달에 가까이 가면 영혼이 부서져. 결과가 판명난 현상이니까, 재현하는 건 쉽잖아?
-무르는 뒤돌아보고는, 샤일록에게 미소를 건넸다.
그 나름의 위로처럼도, 농담처럼도 들렸다. 하지만, 신랄한 비아냥일지도 모른다.
샤일록 : ...
-샤일록은 박력 있게 무언가라도 잘라낼 것 같은 시선으로 무르를 노려봤다.
이렇게 분노를 보이는 샤일록은 처음 봤다. 무서웠지만 나도 모르게 무심코 반해버린다.
불에 타는 것 같은 생생한 감정이 아른아른 보이는 샤일록은 보기 드물다.
확실히, 그에게 있어서는 고심해서 친구의 영혼 조각을 수집하고 있던 것을 당사자에게 농담 취급당한 거다.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하겠지.
영혼 조각의 무르도 미소를 없애고 정색했다. 패배를 선언하듯, 양손을 든다.
영혼 조각의 무르 : 그다지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었어.
-맥없는 대답에, 이번에는 샤일록이 노골적으로 실망을 내보였다.
샤일록 : 무르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아요. 당신은 조각 중에서도 기묘한 편이네요.
영혼 조각의 무르 : 어떤 식으로?
-샤일록은 고개를 돌렸다. 말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툭 중얼거린다.
샤일록 : ...다정해.
-샤일록의 말에 나도 세게 끄덕인다.
아키라 :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어쩐지, 그, 호의라든가, 애정이 느껴진다고 할지...
클로에 : 알아! 뭐랄까, 분위기가 살짝 부드러운 느낌이야...
라스티카 : 호의적인 것 같아. 지금까지의 무르 조각들도, 그들 나름 우호적이었지만.
-영혼 조각의 무르는 자세를 고쳐잡았다. 점잖은 모습으로, 모자의 챙을 잡아당긴다.
영혼 조각의 무르 : 감격적인걸. 많은 사람과 만나보았지만, 다정하다는 말을 들은 적은 그다지...
샤일록 : 그다지?
영혼 조각의 무르 : 거의ほぼ 없어서.
샤일록 : 그렇겠죠.
무르 : 나는? 나는 다정해?
샤일록 : ...
영혼 조각의 무르 : 물론이지. 자신을 가져.
-그 순간, 우리의 머리 위를 새가 날고 있었다.
휘청휘청 불안정하게 이상한 방향으로 날다가, 몇 번이고 선회해서 돌아온다.
클로에 : 저 새... 그레고리 아냐...?
라스티카 : 정말이네. 이 식물원을 찾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 새는 밤에 눈이 잘 안 보이니까.
-말과 동시에, 라스티카는 검지를 보기 좋게 말아, 피리 불었다.
새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러자, 하늘을 날던 새가 이쪽으로 내려온다.
그가 헤매지 않도록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아키라 : 그레고리! 그레고리!
그레고리 : 현자님... 현자님!
-하늘을 날고 있던 건, 역시 그레고리였다.
극채색의 아름다운 날개에 흙이 묻고 상처가 나,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아키라 : 대체 무슨 일이에요? 그레고리...
그레고리 : ...읏, 릴리아나가 죽이려고 했어!
아키라 : 네...!?
그레고리 : 릴리아나는, 릴리아나가 아니야! 누가 그녀인 척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조종당하고 있는 겁니다!
현자님, 제발 도와주십시오! 새의 모습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저, 그저 한 번만으로도 좋아... 제가 사랑한 릴리아나를 만나고 싶습니다...!
-샤일록은 눈을 감았다.
밤바람의 행방을 찾는, 라스티카가 시선을 움직인다.
시선 끝에 있는 건, 떨어진 그레고리의 깃털이었다.
둥실 바람에 날아간다.
라스티카 : 그저, 한 번만 더...
클로에 : ...라스티카...?
-나는 그레고리에게 묻은 흙을 털고, 팔 안으로 그 몸을 안았다.
애절하게,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고 소망한다.
어쩌면, 이 세계에서 떠나는 날이 온다면, 그때, 나도 생각할까.
그저 한 번만 더, 만나고 싶다.
그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키라 : ...괜찮아요, 그레고리. 도중에 내팽개치거나 하지 않아요.
당신과 릴리아나 씨가 웃으면서 함께 있는 걸 제가 보고 싶으니까요.
그레고리 : 현자님...읏.
-그레고리의 눈동자가 눈물에 젖어, 별빛을 반사한다.
그레고리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런 한밤중임에도 상관없이 릴리아나 공주는 출발했다는 것 같다.
향하는 곳은 서쪽의 나라 왕궁.
우리들은 코르테스 성으로 돌아가 아침을 기다렸다가 출발하기로 했다.
수다쟁이인 서쪽의 마법사들인데도, 신기하게 모두 말이 없었다.
가슴 주머니에 무르의 영혼 조각을 넣는다.
그러자, 영혼 조각의 무르는 손바닥 정도의 크기가 되어 내 가슴 주머니에 들어왔다.
영혼 조각의 무르 : 실례. 같은 얼굴의 인물이 두 사람이어서는 눈에 띌 테니까요.
그레고리 : 뭐야? 또 이 주변 주민이 늘어난 거야?
사크리피키움 : ...
-가슴 주머니에 영혼 조각의 무르. 오른쪽 어깨에 사크 쨩, 왼쪽 어깨에 그레고리. 얼굴 주변의 밀도가 높다.
그레고리 : 우선은, 잘 부탁해. 코르테스 성에서 일하고 있는 그레고리야.
영혼 조각의 무르 : 무르 하트다. 지금은 구직 중이라고나 할까.
-내 턱 앞에서 악수가 오갔다. 사크 쨩도 살짝이나마 참가하는 게 귀여웠다.
코르테스 성에 돌아가려고 하기 전에, 갑자기 클로에가 내게 말한다.
클로에 : 저기, 현자님... 나, 조금만 더 여기 남아서 켈빈을 찾아봐도 될까?
-켈빈은 식물원에서 만난 마법사다.
아무도 모르는 라스티카의 과거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라스티카의 과거와 마주하겠다고 결의한 클로에의 눈동자에는 강한 빛이 깃들어 있었다.
클로에 : 오늘 밤, 만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제대로 찾아보고 싶어. 나를 위해서도.
아키라 : 그런 거라면, 저희도 같이 남을게요.
샤일록 : 그래요, 클로에. 사양하지 마세요.
클로에 : 으응, 괜찮아. 현자님도 다른 사람들도 피곤할 테고, 이 부근이라면 안전할 것 같으니까...
라스티카 : 그럼, 내가 같이 남을게.
-라스티카가 미소 지었다. 클로에의 선명한 보라색 눈동자가 그를 올려다본다.
라스티카 : 클로에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거지?
클로에 : 응.
라스티카 : 켈빈 씨라고 했나? 어떤 사람?
-클로에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순간, 망설임을 보였지만 확실하게 라스티카를 바라본다.
클로에 : 라스티카의 과거를 아는 사람.
라스티카 : 내 과거?
클로에 : 응... 라스티카가 잊어버린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
라스티카 : ...
클로에 : 있지, 나... 라스티카의 과거가 알고 싶어.
그래서, 켈빈이랑 얘기해 보고 싶어. 그러기 위해, 오늘 밤 남아서 찾아보고 싶은 거야.
그래도 괜찮으면, 같이 있어 줘.
-밤바람이 지나가자, 꽃냄새가 났다.
클로에가 손끝을 움켜쥐고, 무의식적으로 비비고 있다.
기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누구나가 숨을 삼키고, 평온한 라스티카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미소가 사라져 버릴 듯한 예감이, 무서워서.
라스티카 : 물론, 상관없어.
-작게 끄덕이고, 라스티카는 미소 지었다. 클로에는 안심한 것처럼 작게 숨을 뱉는다.
하지만, 이라고 라스티카가 말을 이었다.
라스티카 : 하지만, 어째서, 내 과거를 알고 싶은 거니?
클로에 : 어째서라니... 그런 거 당연하잖아.
-클로엥의 목소리는 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도둑이라고 의심받은 아이처럼, 상처받아 당황해하고 있었다.
라스티카 : 어째서?
클로에 : 그치만.... 그치만, 라스티카는 어렸을 때의 나를 알고 있잖아. 나도 알고 싶어.
라스티카 : 아, 그렇구나. 그렇네.
클로에 : 알고 싶어. 뭔가 잘못된 거야何がいけないの?
-이번에는 라스티카가, 놀랄 차례였다.
클로에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혔기 때문이었다.
클로에 : ...뭔가 잘못된 거야? 같이 여행을 해온 스승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싶어.
라스티카에 관한 것, 전부 알고 있다고... 안심하면서 보고 싶어見ていたい.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 건지, 언제까지 함께 있을 수 있는 건지, 어떻게 하면...
...읏, 행복한 시간이 끝나지 않고 그칠 수 있는 건지...
-흐느껴 울며, 클로에는 고개를 숙였다. 손등으로 눈꼬리를 훔치며 노려보듯 식물원을 둘러본다.
클로에 : ...읏, 정말이지... 여기서 우는 거 두 번째야. 여기, 싫어질 것 같아.
영혼 조각의 무르 : 그건 슬픈 이야기인걸.
무르 : 불꽃 볼래? 기운 날까?
-라스티카는 몸을 기울이고, 클로에를 들여다보았다.
조금이지만, 허둥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건 내 바람이나, 희망에 불과한 걸지도 모른다.
라스티카에게 있어서, 어렸을 적부터 함께 해온 클로에가 특별했으면 좋겠다.
라스티카 : 미안해, 클로에. 나는 과거의 나를 몰라도, 곤란하지는 않았으니까....
너도 같을 거라고 생각했어. 불안하게 만들었구나.
-클로에는 눈썹을 내렸다. 젖은 채로 올곧은 시선이 갸륵하면서도 사랑스러웠다.
클로에 : 왜 다정한 거야? 그렇게 말하면 나도 실은 곤란하지는 않아.
라스티카 : 그럼, 어째서? 지금 나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거니?
클로에 : ...읏, 모르겠어... 모르겠다고... ...나, 억지 부리는 거야...?
알고 있고 싶을 뿐인데...
-영혼 조각의 무르가, 미소를 걸어 말했다.
영혼 조각의 무르 : 욕심이네.
-고양이 같은 무르가 눈동자를 반짝인다.
무르 : 당연한 욕구지!
-샤일록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근심 많은 등에 달빛을 쐬고 있다.
누군가를, 이 세상을, 완벽하게 알 수 있다면.
이 마음은 흔들림 없이, 평온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을까.
천리안을 가진 신처럼.
제3화 물의 달, 눈동자의 꽃
[북쪽의 나라 호수가 보이는 설원 / 밤]
피가로 : ...읏, 하... 하아... 읏, ...하...
-새하얀 어둠 속, 자신의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급격하게 체온을 빼앗겨, 사고할 힘마저 잃어간다.
추위를 막는 데는 불충분한, 얇은 천으로 된 옷을 꽉 끌어안고, 있는 힘껏 자기 자신을 감쌌다.
내리는 눈을 망연히 올려다본다.
이게 인간인가.
어쩜 이리 약하고, 허무한 생물일까.
기분에 따라 날씨를 바꿔버리는, 마신 같은 남자도 있는데.
만약, 이 날씨가, 오즈가 기분 탓이라면.
지금이라면 필사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줄 거다.
구해주고助けたい 싶은 사람이 있단 말이다.
더 이상, 때를 놓치는 건 싫다.
[서쪽의 나라 폐극장 내부]
미스라 : 《アルシム》
브래들리 : 《アドノポテンスム》!
그림 속의 스노우 : 해치웠나!?
그림 속의 화이트 : ...! 방향을 바꿨네! 모습을 감출 셈이야!
저자들을 놓치지 말게!
미스라 : 당연하죠. 먼저 가보겠습니다.
브래들리 : 기다려! 내 사냥감은 건드리지 마!
그림 속의 스노우 : 실베스여! 우리네를 데리고 가게나!
실베스 : 하, 하지만...!
브래들리 : 너네는 여기서 기다려. 실베스, 저 너머에는 뭐가 있냐?
실베스 : 모르겠어... 하지만, 이 건물 아래로 가는 계단이라면 아마...
브래들리 : 아마, 뭔데?
실베스 : 지하수로로 이어질 거야.
브래들리 : 지하수로라. 스노우, 화이트, 너네는 이 녀석이랑 기다리고 있어.
그림 속의 스노우 : 으음... 몸이 근지럽지만, 알겠네.
그림 속의 화이트 : 브래들리여. 저 자들에게 북쪽 마법사의 힘, 똑똑히 알려주게나.
브래들리 : 말하지 않아도 알아.
(근데, 저 녀석들은 과연 생물이긴 한 건가…?)
(생물이 아니라면, 대체 뭐야...)
[지하수로]
브래들리 : ...이게 지하수로인가... 응...?
미스라 : ...
브래들리 : 미스라. 그 녀석들은?
미스라 : 말 걸지 말아주세요. 지금, 기척을 찾고 있던 참이에요.
만나자마자 공격했더니 반격도 안 하고 모습을 감췄다고요. 흥. 나약한 놈들이네요.
브래들리 : 걔네는 대체 뭐야? 망령이야? 사역마야?
미스라 : 말 걸지 말라고 했잖아요.
브래들리 : 혼잣말이었다.
미스라 : 하? 거짓말이죠? 지금, 저한테 말 걸었잖아요? 맞잖아요?
브래들리 : 알겠어, 알겠어! 정신 흩트리지 마! 집중해!
미스라 : ...
《アルシム》
브래들리 : 위험하게시리! 먼저 발견했다고 말하라고!
미스라 : 발견했어요.
브래들리 : ...! 공간이 흔들리고 있잖아...!
미스라 : 어딘가로 이동할 건가 보네요. ...읏, 그렇게 둘 순 없죠!
《アルシム》
브래들리 : ...!
[북쪽의 나라 산이 보이는 설원]
브래들리 : ...
...북쪽의 나란가... 아까, 떠난 참인데.
(도망친 괴물)
브래들리 : ...
흥... 나오셨네.
놀아주겠다고.
[지하수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몸이 불타는 것처럼 뜨겁다. 전신이 격통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눈을 뜨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피할 수 없는 고통에 휩싸이며, 어딘가 침착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어둠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엄청난 졸음이 몰려온다.
파우스트 : (시노... 시노는 잘 도망쳤을까... 네로랑 히스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회상/ 눈이 내리는 다리]
??? : 그렇네... 물의 달, 거울의 꽃이겠어.
손에 넣을 수 없는 것들의 예시야. 너는 반성内省을 거울을 통해 찾고 있지만, 해석과 사고의 폭을 넓히면 응용을 할 수 있을 거야.
반사, 반조返照... 있는 그대로를 되받아쳐.
하하... 엄격하고潔癖で 고집이 센 네게 잘 어울리는 주술이라고 생각되지만.
[지하수로]
레녹스 : 파우스트 님...
파우스트 : ...
-번뜩 눈이 떠졌다.
흐릿한 어둠 속에서, 환상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익숙한 장신의 몸이 지하수로를 달려와, 앞길을 막고 있는 유령幽鬼을 향하고 있었다.
레녹스다.
레녹스 : 《フォーセタオ・メユーヴァ》
-그는 빗자루를 꺼냈는가 하면, 좁은 지하수로 안에서 솜씨 좋게 올라탔다.
통나무로 문을 파괴하듯, 그 기세를 타고 자신의 빗자루로 지하수로 유령과 부딪히려고 한다.
무리다. 그 공격은 닿지 않아. 장대한 팔과 갈퀴에 쓰러지고 말 거다.
즉각적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레녹스의 노림수를 깨닫게 된다.
공격이 닿지는 않아도, 시간을 벌 수 있다.
파우스트 : (아직 기회는 있어.)
-그렇게 생각한 순간, 핏기가 돌기 시작했다, 레녹스의 모습을 보고, 반사적으로 몸이 움직이기 시작한 걸지도 모른다.
그는 그저 내게 운 좋은 환상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는 걸 멈추고, 휘청거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파우스트 : (이걸로 마지막이야. 이제 마력이 없어.)
(마도구도 없어. 마지막 도박이야.)
(이 마술이 성공한 건, 과거에 딱 한 번뿐이지만...)
...읏,....!
(공격해 오는 유령)
레녹스 : 으악...!
-발톱에 공격당해, 레녹스가 땅에 내동댕이쳐진다.
그는 곧바로 일어나 불사의 병사처럼 다시 도전한다.
파우스트 : 핫... 하....!
-흐르는 피를 손바닥으로 닦아, 발가의 수로로 털어낸다.
파우스트 : 《サティルクナート・ムルクリード》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자, 수로에 뿌려진 혈흔은, 마법진이 되어 빛을 발한다.
공중에 손을 뻗는다.
손바닥 너머에는, 거대한 유령을 향해 발을 내리찍는 레녹스가 보인다.
아무것도 전하지 않았는데, 레녹스는 내 의도를 전부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유령을 향해, 도발하는 듯한 움직임을 반복해, 상처투성이가 되어가면서, 공격해 나간다.
레녹스 : ...읏, 으윽...!
《フォーセタオ・メユーヴァ》!
-지하수로에 흐르는 물이 내 손바닥 앞에 한 방울, 한 방울, 빨아들여지는 것처럼 모이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어, 나를 중심으로 강한 바람이 회오리친다.
이윽고, 물방울은 거미줄처럼 복잡한 모양을 그리면서 마도구를 닮은 타원을 만들어 간다.
(공격해 오는 유령)
-레녹스를 처리하려고 유령이 갈비뼈를 삐걱이며 푸른 빛을 모은다.
이 순간을 기다렸다.
파우스트 : ...읏, 레노...!
-체력 소모가 격해, 엎드려, 라고는 외치지 못했다.
하지만, 알아챈 듯, 레녹스가 수로에서 벗어났다.
유령에게서 희푸른 섬광이 뻗어져 나온다.
무시무시하게 눈부신 푸른 섬광이, 자비 없이, 내 몸을 관통하려고 한다.
그 찰나, 주문을 외웠다.
파우스트 : 《サティルクナート・ムルクリード》!
-지하수로에서 모은 물방울이 마도구인 거울처럼, 거울면으로 변한다.
눈을 태울 것 같은 흰 빛이 넘쳐흘러, 엄청난 충격이 나를 덮쳤다.
하지만, 유령이 계속해 뿜어내는 희푸른 섬광이 내 몸을 뚫는 일은 없었다.
즉석 마도구... 지하수로의 물로 만든 거울에 빨려 들어간다.
그 자리에서 만든 걸로, 심지어 서쪽의 나라 토지에 흐르는 물로 만든 탓인지, 거울은 불안정했다.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고, 손바닥 크기 정도로 작아지길 반복하면서 어떻게든 유령의 공격을 흡수해 나간다.
격한 충격 속에서, 나는 몇 번인가 의식을 잃었다. 서 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유령에게서 뿜어져 나온 섬광이 다해, 공격이 끝난다.
잠시나마, 주변이 조용해졌다.
직후...
물로 만든 거울에서 동일한 파란 섬광이 방출된다.
레녹스 : ...!
거울면을 이용한 반사...
-처절한 충동에 농락당하는 건지なぶられて, 배부터 몸이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발을 단단히 내딛고 유령이 내뿜은 푸른 섬광을 곧바로 반사했다.
괴로워하는 듯이, 삐걱거리며, 지하수로의 유령이 흰빛에 둘러싸인다.
그 윤곽이 무너져 감과 동시에, 내 시야에 어둠이 찾아와 소리는 멀어졌다.
마지막으로 들린 건, 레녹스의 목소리였다.
레녹스 : 파우스트 님...!
-내가 말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는 채로 입을 움직였다.
정신이 멀어지는 격통 속, 등에 감긴 팔이 느껴졌다.
차가워진 몸에 닿는 체온에 기분이 좋았다.
커다란 손바닥을 맞잡는다.
파우스트 : ...시노를... 부탁해... 이 앞에 있는... 공간의 왜곡...
-레녹스가 뭔가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들리지 않았다. 그 사실이 너무도 슬펐다.
말해줘야만 하는 것이 많이, 있을 텐데….
제4화 눈보라치는 설원에서
[북쪽의 나라 / 산이 보이는 설원]
시노 : ...읏, 히스...! 어디있어!? 히스...!
이 주변에서 기척이 느껴져... 죽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야. ...히스...!히스클리프 : ...
시노 : 히스...!
(뛰어가는 소리)
시노 : ...읏, 사람 모습으로 돌아왔어... 상처투성이잖아...
기다려, 지금 마법으로 몸을 데우고, 입을 만한 걸...
《マッツァー・スディーパス》!
히스클리프 : ...읏, ...으...
시노 : ...괜찮아! 내가 반드시 구해줄게!
네로, 다른 녀석들은 어디야? 사람을 모아서, 파우스트를 구하러...
몸이 마른 청년 : ...
시노 : 너...! 괜찮아!?
몸이 마른 청년 : ...아...
...사... ...살려줘...
(불길한 소리)
시노 : ...!?
...설마...
(나타난 유령)
시노 : ...읏!
(여기까지 따라왔어! 아니면 다른 녀석인가!?)
(나 혼자서는 쓰러트릴 수 없어! 네로는 어딨지!? 히스...)
(침착해, 침착해... 히스를 지킬 수 있는 녀석은 나밖에 없다고!)
(히스를 지키는 게 내 임무야. 약속했어, 지킨다고.)
(여기서 쓰러지면 파우스트를 볼 면목도 없잖아!)
...그래! 상대해 줄게!
히스클리프 : ...읏, ...아...
...시노...
시노 : 으아아아아!
《マッツァー・スディーパス》!
히스클리프 : ...!
(공격해 오는 유령)
히스클리프 : 시노...!
미스라 : 《アルシム》
히스클리프 : ...! 미스라...!
시노 : ...읏, 미스라...
미스라 : 어떻게 된 건가요. 너덜너덜하잖아요.
시노 : 핫...
...살았어... 지금이라면, 당신 신발에 키스해도 좋아.
히스클리프 : 무슨...
미스라 : 묘한 짓 하지 말아주세요. 거기 비켜요.
죄송하지만, 그 녀석은 제 사냥감이에요.
다음에야말로 제 해골로 얼음조각으로 만들어서 먼지처럼 부숴드리죠.
(공격해 오는 유령)
시노 : 조심해...! 갈비 부분에서, 섬광을 쏴!
미스라 : 문제없어요.
정면에서 싸워서 이겨내 보이죠.
《アルシム》
시노 : ...!
몸이 마른 청년 : ...읏, ...으으...
키가 작은 신사 : 하... 하아...! 추워! 얼어 죽을 것 같아...!! 당신, 괜찮아!?
몸이 마른 청년 : ...읏, 네. 다행이다, 무사하셨네요.
...! 저 빨간 머리 청년은...!?
키가 작은 신사 : 모르겠네... 저 정체 모를 해골 괴물과 정면에서 싸워서...
몸이 마른 청년 : 엄청 나... 해골에서 뿜어져 나온 블리자드가, 저 녀석의 섬광을 때려 부수잖아...!
설마, 저 빨간 머리 청년은, 전설의 마법사...
시노 : 미스라다. 당신, 덕분에 살았네.
몸이 마른 청년 : 미스라... 북쪽의 마법사, 미스라!?
키가 작은 신사 : 미, 미스라라고...!?
시노 : 그래. 미스라가 이겨. ...이기고 있지!?
미스라 : 당연하죠, 아까는 일부러 한 방 먹은 거예요.
시노 : 한 방 먹은 건가? 당신이!?
미스라 : 한 방 먹지 않았어요. 근데, 강하네요, 이거.
현자의 마법사 절반은, 이 녀석 죽일 수 있을 거예요.
시노 : ...
히스클리프 : ...꼭두각시...
...읏, 기계장치의 마법사... 노바가...
시노 : 움직이지 마, 히스! 상처가 심해.
히스클리프 : 시노... 읏, 그 녀석은 노바의 부하야. 노바를 만났어.
네로는? 파우스트 선생님은 어디 계셔?
시노 : ...읏, 미스라! 서둘러줘! 당신이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
미스라 : 저를 사역할 생각인가요?
시노 : 파우스트랑 네로가 죽어가고 있어!
히스클리프 : ...!? 그럴 수가...!?
미스라 : ...
알겠습니다. 서두르죠.
《アルシム》
/
브래들리 : ...
-나는 장총을 쥐고 자세를 잡아, 무식하게 큰 인형을, 멀리서 관찰했다.
브래들리 : 3, 2, 1...
-손가락을 튕겨, 아까 설원에 설치한 마법진을 기동시킨다.
도적단에 있을 무렵, 자주 양동작전에 사용하던 수법이다. 사람이 없는 마법진이, 작은 눈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무수한 얼음 돌멩이를 날린다.
무식하게 큰 인형은 둥실 사라져 날아온 공격을 피한다. 거기까지는 예상대로다.
한 박자 뒤, 조금 떨어진 장소에 무식하게 큰 인형이 나타난다.
마법진의 방향을 향해, 무식하게 큰 인형은, 푸른 빛을 모으기 시작했다.
브래들리 : 1, 2, 3...
(공격해 오는 유령)
-섬광을 발사하기까지의 시간을 잰다. 4까지 빛을 모으고, 5에서 발사한다.
나는 눈을 부릅뜨고, 인형이 뿜어내는 섬광의 비거리를 관찰한다. 엄지와 검지로 거리를 측정한다.
브래들리 : ...중거리다 이거냐. 내 장총이 유효사정은 더 길어.
-즉, 원거리에서 싸우는 거라면 내 쪽이 유리해진다.
조준을 마치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다. 바람의 강도를 계산하면서 손가락을 당긴다.
브래들리 : 《アドノポテンスム》
-총탄은 머리를 명중시켰다.
대미지를 줬는지, 툭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미스라가 말한 대로 후드 안에 보람을 느끼게 할 만한 건 없었다.
끼익 몸을 비틀며, 그 녀석은 기묘한 자세로 균형을 잡았다.
곧장, 원래 자세를 되찾고, 몸통째로 이쪽을 돌아본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다.
브래들리 : ...읏, 들켰나.
-총을 쥔 채로, 상대를 관찰했다. 약점이 머리가 아니라면, 역시 갈비 안인가?
거기에는 마나석같은 게 보였다. 갈비로 조준을 바꾸고, 다시 한번 방아쇠를 당긴다.
가슴 중심에 명중한다. 하지만, 대미지를 받은 듯한 느낌은 없었다.
속도를 낮추는 것 없이, 직진해 온다. 감정이 없는, 죽은 병사 같았다.
브래들리 : 칫...
-다시 한번 방아쇠를 당긴다. 아직, 전진을 멈추지 않는다. 한 발 더.
두 발, 세 발 총을 쏘며 끈질길 정도의 견고함에 오싹해진다.
브래들리 : (이런 게 서쪽의 나라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니….)
(살아있는 게 아니야. 인형이나 도구라면, 누가, 뭘 위해 만든 거지?)
(마법관의 어린 마법사들은, 간단히 목숨줄 끊어지겠는데.)
-슬슬, 저 녀석의 섬광 사정거리 안에 들어간다. 나는 깊게 숨을 내뱉었다.
신경을 집중해, 마력을 모아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린다.
브래들리 : (다음 한 발로, 끝낸다.)
《アドノポテンスム》!
-마력을 실은 탄환이, 회전하면서 무식하게 큰 인형의 갈비 안쪽을 파고든다.
그 녀석은, 드디어 움직임을 멈췄다. 뼈를 삐걱거리며, 눈부신 푸른 빛에 둘러싸여 간다.
급격하게 팽창한다고 생각한 순간, 그 녀석은 먼지처럼 산산이 조각났다.
브래들리 : 하... 귀찮게 굴긴.
-남은 뼈를 확인하려고 하는 순간, 그때, 이 부근에서 공간이 왜곡되는 걸 느꼈다.
브래들리 : (미스란가? 아니...)
(...네로?)
-희미하게 네로의 기척이 느껴졌다.
하지만, 네로치고는 약하디 약한, 지금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덧없는 기척이다.
브래들리 : (잠복해 있는 건가? 설마, 죽어가고 있는 건가?)
(설마, 그 녀석이.)
-웃어넘길 수가 없었다. 안 좋은 예감이 든다. 초조해하며, 빗자루에 날아올랐다.
흰 미궁 같은 눈보라의 설원을, 희미한頼りない 기척을 목표로 달려 나간다.
제5화 그 목숨의 위치는
[북쪽의 나라 산이 보이는 설원]
네로 : ...읏, ...!
《アドノディス・オムニス》
곱슬머리의 여성 : ...읏, 추위가 누그러졌어... 고마워...
몸집이 있는 노인 : 덕분에 살았어... 미안하네... 우리네는 결계를 펼칠 수 없어서...
네로 : 됐어... ...읏...
(걸어가는 소리)
곱슬머리의 여성 : 잠깐만, 어디 가는 거야!?
네로 : ...당신들, 거기 있어... 나는 가야해...
곱슬머리의 여성 : 무리야, 그런 몸으로...!
네로 : ...읏, 이 틈에 눈 속에 굴을雪洞... ...결계가, 사라지면...
아침을 기다렸다가, 도망쳐.
/
네로 : 하아... 하아...
(앞이... 보이지 않네….)
《アドノディス..》
《オムニス》
...
(...날아갈 힘도 남아있지 않은 건가...)
(무리하면 죽으려나? 이거...)
(...그렇다고 해도, 순서가 틀렸잖아...)
(나 같은 거 보다, 선생이나, 시노 쪽이...)
(살아남아야 마땅하잖아.)
...읏, ...하...
...읏!
(쓰러지는 소리)
네로 : ...읏... 으....
(...있잖냐, 브래드...)
(당신, 내가, 모르는 장소에서, 돌이 되면 어떡할래...)
(당신한테 닿지 않는 장소에서, 돌이 되어 버리면, 명복도 안 빌어주겠지...)
(당신을 위해 돌이 돼서, 당신한테 먹히는 게 최고의 명예라고 생각했어.)
(다른 녀석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 와서지 뭐.)
(내가 배신했잖아. 이 새하얀 대지도, 당신도...)
(힘들어서しんどくて,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어...)
...《アドノディス...》
《オムニス》!
[지하수로]
레녹스 : 하... 하...!
(시노랑 다른 마법사는 어디지? 공간의 왜곡은...)
(서두르지 않으면, 파우스트 님의 목숨이 위험해. 피가로 님은 어디에...)
(...! 저건 파우스트 님의 마도구인 거울...!)
(이게 공간의 왜곡... 여기서, 시노랑 다른 마법사가 탈출한 건가.)
파우스트 : ...읏.... 으...
부탁해... 시노랑 다른 마법사를...
레녹스 : 알겠습니다.
(의식 없이 하신 말인가... 대답은 들리지 않겠지.)
(...마법이 풀려서, 발이...)
(엄청난 화상이야... 역시, 숨기고 계셨던 거구나.)
(이분은, 자신을 결코 용서하실 생각이 없는 거야.)
(...반드시, 구해야만 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해드려야만 해.)
(그러기 위해, 계속 찾았던 거야.)
(구국의 영웅이 아니셔도 됩니다. 인간이나, 알렉 님을 증오하신다 해도...)
(지금이야말로, 행복해지신다면.)
《フォーセタオ・メユーヴァ》
[북쪽의 나라/ 호수가 보이는 설원]
레녹스 : ...!
...여긴, 북쪽의 나라...?
하.... 하... 체온을 빼앗기겠어... 파우스트 님...
... ...마법사들의 기척...
피가로 님의 기척이, 흐리게...
[동쪽의 나라/ 엘리베이터]
미틸 : 생각보다 빨리, 동쪽의 탑까지 왔네요! 엘리베이터로 서쪽의 나라에 도착하면, 어디로 가나요?
루틸 : 그렇네... 중앙의 나라 마법사는, 풍요의 거리에 갈 예정이었지.
마법관에 밤까지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여관 같은 곳에 머물고 있는 걸지도 몰라.
그, 전에 우리들도 머물렀던 적 있는 콕로빈 씨가 준비해주신...
미틸 : 기억나요! 리케도 몇 번인가 머무른 적 있다고 했어요. 오늘 밤도 거기 있을지도...
루틸 : 그럼, 거기를 목표로 해보자!
미틸 : 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
[밤하늘]
루틸 : 서쪽의 나라에 도착했어! 서둘러서 오즈 님을 찾자!
미틸 : 네!
루틸 : 미틸, 형님 빗자루로 와! 속도를 낼 테니까!
미틸 : 네!? 지금요!?
루틸 : 응! 곁으로 갈게!
미틸 : 하지만, 피가로 선생님께서 날고 있을 때 다른 빗자루로 이동하면 위험하다고...
루틸 : 괜찮아! 피가로 선생님도 넘어오시는걸!
미틸 : 그... 그렇죠! 알겠습니다! 해보겠습니다!
루틸 : 이리 와!
미틸 : 둘셋...!
...읏, 됐다...!
루틸 : 해냈네! 꽉, 잡아!
미틸 : 네! 알겠습... ...읏, 와아아아아!
형님, 너무 빠른 것 같아요...!!
(날아가는 소리)
[북쪽의 나라/ 산이 보이는 설원]
브래들리 : 하...
-흰 숨을 뱉으면서, 미쳐 날뛰는 한밤중의 설원을 내려다봤다.
그리운 감각이었다. 그 무렵은 많은 부하가 있고 곁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네로가 있었다.
네로는 이상한 녀석이었다.
건방지고, 뻔뻔하면서, 편안해 보였지만 겁많은 소심한 사람처럼 행동했다.
진심으로 경멸하는 듯한,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내게 심취해 나를 신봉했다.
어떤 네로도 재밌어서, 기분이 좋았다.
에바의 말대로다. 네로는 잃어버린 가족에 가깝다.
질렸다는 듯,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하곤, 어찌할 방도가 없는 바보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이것저것 멋대로 말하는 점이 좋았다.
나는 땅바닥에서부터 올라온 남자다. 구렁텅이 그 밑바닥도 알고 있다. 꼴사납게 긴 적도 있다.
힘을 키워갈 때마다 그 힘을 인정받고 경외 받으며 사람들은 두려워했다. 그거야, 엄청나게 기분이 좋았지만.
내 뒤통수를 때리며 욕하는 놈들은 모두 사라지게 됐다.
네로 정도다. 나보다 먼저 죽지 않고, 내게 죽지 않고, 곁에 계속 서 있던 건.
웃으면서, 툭툭, 한 소리 들을 때마다小突かれる 두목의 책임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를 되찾은 것 같았다.
네로가 있으면 어떻게든 될 거야. 뒷일은 그 녀석에게 맡기고,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어.
어떻게든 꼬였겠지. 알고 지낸 지 너무 오래된 건지.
나를 배신하고 내 보물을 훔쳐서 간 거라면 괜찮다.
그 녀석은 나를 배신하고 전부 두고 갔다.
마치, 가치 같은 건 없다는 듯이.
브래들리 : ...
-반은 눈에 쌓인 네로를 발견했다. 바보같이 얇은 옷을 입은 채로 누워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피부가 창백해져 있었다.
목덜미를 만지며 맥을 짚는다. 몸은 얼어붙고, 심장 박동도 약했다. 선혈에 젖은 옷이, 얼어 달라붙어 있다.
솔직히 화가 났다. 이 녀석을 이렇게 만들어도 되는 건, 나뿐이잖아.
네로의 가슴팍에 손을 두고, 익숙하지 않은 다른 사람을 향한 치료마법을 진행했다.
네로가 등을 젖혔다.
네로 : ...읏...
브래들리 : 네로, 정신이 드냐.
-내 목소리가 들렸는지는 알 수 없다. 네로는 눈꺼풀을 감은 채로, 입술을 움직였다.
희미한 목소리로, 힘없이 말한다.
네로 : ...동쪽... 녀석들을... 도와...
브래들리 : 동쪽 놈들이 있냐? 알겠다. 너는 누구한테 당한 거야?
-네로의 몸에서 힘이 빠졌다.
동료의 위기를 알리고 역할을 다했다는 것처럼, 풀썩 옆으로 쓰러진다.
그 순간부터, 생명의 힘 같은 것이 살며시 빠져나간다는 걸 알았다.
브래들리 : 네로. 어이, 네로...
-네로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쿵 하고 심장이 울렸다. 무의식적으로 초조해져, 호흡이 빨라지며 네로의 가슴팍에 손바닥을 얹는다.
손바닥이 약하게 빛나며, 그 빛이 네로의 몸으로 침투하듯 들어간다.
하지만, 피가 너무 흐른 건지, 네로는 심하게 쇠약해져 있었다.
이대로 두면 죽는다. 예전처럼 마력을 주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거부당하고 있는 것처럼, 힘이 전해지지 않고 손에 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브래들리 : 네로.
-이름을 불렀다. 눈보라 소리가 격해져 시야가 가려졌다.
네로의 반응은 없었다.
브래들리 : 네로.
-한 번 더 부르자, 희미하게 반응이 있었다. 눈꺼풀이 떨린다.
동료를 잃는 것에는 익숙하다. 네로의 죽음도, 나 자신의 죽음도, 각오하고 있었다.
네로가 눈꺼풀을 열었다. 안도하고, 한 번 더 마력을 쏟는다.
하지만, 또다시 실패한다. 옛날이라면, 실패할 리 없었다.
이 녀석이 나를 믿고, 살고자 한다면.
브래들리 : ...읏.
-나는 강하게 네로를 노려봤다. 욕할 생각이었지만, 떠져 있는 눈을 보고 말을 잃었다.
금색의 눈동자는, 속이 비어있었다虚ろだった. 눈을 떴을 뿐이지, 네로에게 의식은 없다.
살고 싶다는 의사가 없다.
그렇게 보였다.
생각해 보면, 만났을 때부터, 네로는 계속, 살아가는 것에 괴로워했다.
차가운醒めた눈으로, 자기 자신도, 타인도, 세계도 믿지 않았다.
도둑질에 재능이 있었으면서도, 사람이 슬퍼하는 걸 어려워했다.
누구보다 나를 신봉한 주제에, 나를 배신하고 감옥으로 보냈다.
나는 네로의 볼을 때렸다. 의식을 되찾으려고 목소리를 키웠다.
브래들리 : 네로! 마력 넣어줄게! 네가 받아들여!
...읏, 일어나! 네가 안내하지 않으면 저주상이고 뭐고 도와줄 수 없잖냐!
-네로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화가 나 참을 수 없었다. 볼이나 팔을 엉망진창으로 주무르다, 가슴팍을 잡았다.
목 안쪽에서 숨이 떨렸다.
허망하게 가루눈을 바라보고 있는 금색 눈동자를 쏘아 죽일 생각으로 노려봤다.
브래들리 : ...너이새끼, 뭘 멋대로 굴고 있는 거야. 편하게 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이 배신자 새끼가...! 너때문에, 몇 명이나 죽은 줄 알아!?
너를 죽이는 건 나야! 마무리 짓기 전까지 허가 없이 죽지 말라고!
네 목숨은 내 거야! 알겠어!
네로...!
-불어오는 격한 바람이, 순간 멈췄다.
허무하게 열린 눈동자가, 천천히, 어색하게, 움직인다.
내 얼굴을 보고, 이름을 부른다.
네로 : ...읏, ...브래...
브래들리 : 마력 넣는다. 받아. 저항하지 말라고.
-네로는 몇 번인가 약하게 끄덕였다. 다시 한번, 가슴 부근에 손을 두고, 마력을 직접 쏟아붓는다.
손바닥의 희미한 빛이, 천천히 네로의 몸에 침투해 가는 느낌이 들었다.
졸립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하며, 네로가 몸을 젖힌다.
중간쯤에서 팔을 붙잡혔다. 팔을 잡는 손에는, 약하게 힘이 있었다.
네로 : ...읏, ...이제 됐어...
브래들리 : 움직이지 마. 죽을 뻔했어.
네로 : 부탁할게, 파우스트를... ...시노랑 히스클리프는...?
브래들리 : 나한테 맡겨. 장소는...
-물어볼 것도 없었다. 희미하게 동쪽 꼬맹이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미스라의 기척도 가까이에 있은 것 같았다.
네로의 팔을 메고,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아픔에 얼굴을 찌푸리며, 네로는 무언가 말하고 싶다는 듯이 나를 봤어.
네로 : ...읏, 브래드... 아까...
브래들리 : 나중에 얘기해.
-나는 네로를 데리고 이동했다.
제6화 꿈만 같은, 기적을
[북쪽의 나라/ 호수가 보이는 초원]
피가로 : ...읏, ...하...
...《ポッ...シデオ...》
...
...하...
-손발을 덮친 격한 떨림도 이윽고 멈췄다.
천천히 느리게 감각을 잃어간다. 불어닥치는 눈이 몸 절반에 쌓여도, 아픔 따위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이 세상을 떠나는 건가.
잃어버린 고향의 백성들.
저항할 수도 없이, 내 이름을 부르고 기도한 걸까.
절망과 공포를 눈앞에 두고, 위대한 것에 지켜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매서운 눈보라 소리에 섞여, 어딘가 멀리서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
환청인 걸까.
아니, 사람 목소리다. 쓰러질 것 같았지만, 필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흰 눈이 불어오는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본다. 커다란 새 같은 검은 그림자가 있었다.
레녹스 : ...피가로 님...
피가로 님...!
-레녹스다.
그건 빗자루에 탄 레녹스였다. 놀랍게도 팔에는 파우스트를 안고 있었다.
방금 전 환영幻影처럼 본 지하수로에 쓰러져 있는 파우스트, 그 자체였다.
나는 만나지 못했지만, 그들은 만났다.
그리고, 구해냈다.
안도와 피로가 느리게 덮쳐온다. 하지만, 파우스트의 모습을 본 순간 창백해졌다.
전신에 중상을 입었다.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에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어떻게...
동요하고 있는 동안, 레녹스는 내 눈앞에 의식 없는 파우스트를 보여준다.
똑바로,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레녹스 : 피가로 님. 파우스트 님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동쪽의 마법사들을 찾으러 다녀오겠습니다.
피가로 : 아...
레녹스 : 지금은 의식이 없으시지만, 등과 목, 어깨와 오른 다리에 심한 상처가 있습니다.
등 쪽 상처가 가장 심해서, 응급 처치는 했지만, 출혈이 멈추지 않습니다. 부디, 부탁드립니다.
-레녹스는 머리를 숙이고, 파우스트를 내게 건네려고 했다.
내 손을 보고, 이상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린다. 마법으로 체온을 지킬 수 없던 내 손끝은, 얼어서 적보랏빛으로 변색되어 있었다.
어둠 속, 제대로 확인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지만, 위화감을 느끼고 뭔가 말을 꺼낸다.
레녹스 : 피가로 님...
-그 순간, 돌풍이 불어닥쳤다. 레녹스가 바람에 맞아 휘청인다. 파우스트를 떨어트릴 것처럼 보였다.
반사적으로, 양팔로 지탱하려고 하다, 몸이 엉켜 받지 못하고 눈 위에 주저앉는다.
피가로 : ...읏!
-격통 때문인지, 파우스트가 의식을 되찾았다.
파우스트 : ...으, 으으....
레녹스 : 파우스트 님!
파우스트 : ...괜찮아... 시노... 시노와 다른 마법사를...
레녹스 : 알겠습니다. 피가로 님, 부탁드리겠습니다.
피가로 : ...
-떨리는 목구멍으로 내지른 소리를 눈보라가 없애버렸다.
레녹스의 등이 멀어져, 새하얀 눈과 어둠 속으로 사라져간다.
기다려. 마법을 쓸 수 없어.
그렇게 외칠 수 없었던 건, 파우스트를 절망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세는 실의로 쉽게 악화된다. 살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살고자 하는 의욕을 잃고 만다.
어떻게 하면, 눈치채지 못하게끔, 최선의 응급처치를 할 수 있을까. 나는 조심조심, 파우스트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말을 잃었다.
혈색을 잃고 창백해진 얼굴에, 파우스트는 안도를 내비치고 있었다.
내가 있으면 반드시 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전에, 나를 따른 제자였을 때처럼.
눈 아래로 사라졌던, 잃어버린 고향 백성들처럼.
아, 나는 줄곧...
이 시선에 부응하고 싶었던 거다.
피가로 : ...괜찮아... 이제 괜찮아...
반드시, 구해줄 테니까.
-뜨거운 충동이, 가슴 안쪽에서 솟아오른다.
모든 것을 잃은 눈사태 날에도, 같은 말을 전해 주고 싶었다. 괜찮아.
내가 있잖아.
내가 여기 있어.
차가운 볼을 쓰다듬으며, 주문처럼 반복해 말했다. 파우스트는 다시 의식을 잃었다.
피가로 : ...읏, ...하...
-뜨거운 눈꺼풀이 얼어서 아파온다. 나는 파우스트를 옆으로 눕혔다.
등에 난 상처가 깊다. 세 개, 날카로운 선 모양으로 찢어져 있었다.
나는 안쪽 주머니에 넣어놨던 칼로 손바닥을 그었다.
설원에 붉은 마법진을 그린다.
얼어붙어서, 맑게 갠 공기. 북쪽의 나라 공기를 노려보듯 응시했다.
잔혹하고 냉철한 북쪽의 나라 정령들에게, 내 냄새를 떠올리게 한다.
피가로 : 경솔한 놈들... 내 이름을 떠올리고, 후회하도록.
-얼어서 빨개진 손끝을, 마법진과 파우스트 위에 뻗는다.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운다.
피가로 : 《ポッシデオ》
-눈보라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 꿈만 같은 기적을 일으키고 싶었다.
명성이나, 자존심을 위해서가 아니다. 영예나 존경 따위 필요 없다. 있을 곳이 없어도 좋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다. 그저, 그들의 미소를 보고 싶었을 뿐이다.
나를 신앙信仰하는 사람들이, 눈을 반짝이며 보고 싶어 하는 기적을 보여주고 싶었다.
조용히, 눈을 뜬다.
눈보라를 거스르며, 마법진 위에 작은 회오리바람이 생기고 있었다.
회오리바람은 점점 넓어져 왕관 같은 모양으로 우리들을 둘러싼다.
파우스트의 등에 생긴 무참한 상처가 점점 살로 채워진다.
휘이 소리를 내며 풍압은 높아지고, 회오리바람은 죽음의 호수 정도로 넓어져 간다
내 손끝에 조종당해, 북쪽의 정령들이 환희하고 있다.
혀를 차며, 나는 주위를 흘겨보았다.
피가로 : 두 번 다시 명령에 거스르지 마.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
-시끄럽게 소리를 내며, 둥실 눈가루가 날린다. 그건 파문처럼 퍼져, 멀리 있는 커다란 나무를 쓰러트렸다.
눈이 날리고, 땅울림이 들려온다.
나는 숨을 뱉었다. 어찌어찌, 마력이 돌아왔다.
파우스트를 치료하는 데 전념했다. 그는 전신이 상처투성이였다. 누군가의 대역形代이라도 된 모양이었다.
잃어버리지 않아서 다행이야. 신뢰를 잃지 않고 있어서 다행이야.
마법관에 돌아가면, 대화를 하자. 지금까지 하지 못한 많은 이야기를.
미틸과도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자. 아이작은 죽이자.
처치를 끝낸 파우스트를 끌어안고, 나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레녹스의 행방을 찾는다.
북쪽의 나라 공기는 몹시도 맑아, 순종적으로 거스르지 않고 무엇이든 내게 전해줬다.
[눈보라 속]
에바 : 《アウラレギウス》아우라레기우스
아이작 : 《アニマム・ベクサト》!애니멈 벡사트!
...읏, 으아아아...!
에바 : 흥... 벌레만도 못한 놈!
아이작 : 윽... 콜록...! ...젠장...! 죽다 살아난 늙은 마녀주제에...!
에바 : 죽는 건 네놈이다.
...소피, 용서해 줘... 너를 의심한걸...
지금, 이 녀석을 저승으로 보내줄게. 그곳에서 마음껏 공격하도록.
《アウラレギウ...》
아이작 : 기다려...!
에바 : 목숨을 구걸하다니. 마지막 긍지마저 버린 건가.
아이작 : ...읏, 콜록콜록..! 거... 거래다.
그년... 이 파란 돌의 소유주였던 년의 마지막 말을 들어보고 싶지 않아?
에바 : ...
아이작 : 그년의 마지막은 나만 알고 있어. 나만이... 콜록... 나만이 알려줄 수 있다고.
에바 : ...그에 맞바꿔, 목숨을 구해달라?
아이작 : ...나는 병에 걸렸어. 곧 죽어.
에바 : 알 바 아니다. 내가 죽인다.
아이작 : ...
에바 : ...말해.
아이작 : ..., 그녀는... 에바...
...읏, 콜ㄹ...
에바 : ...내 이름을? 뭐라고?
그 아이는, 뭐라고 말한 거야.
아이작 : 에바...
에바 : ...
아이작 : 《アニマム・ベクサト》!
에바 : ...! 아아악...!
아이작 : 걸려들었어!
걸려들었겠다...!
에바 : 아아악...! 아아악...!
아이작 : 그딴 거, 잊어버렸다고! 그대로 돌이나 돼라!
에바 : ...아아아...!
...윽, ...소피...
(돌이 되는 소리)
아이작 : 아하하! 꼴 좋다! 돌이 됐다고!
대마녀 에바를 돌로 만들었어!
상당히 고급진 마나석이 이렇게... 역시, 지혜는 최고야!
다음은 돌아가서, 피가로를...
...
...관두자. 그 녀석은 현명하니까, 무서워.
없으면, 외로워.
제7화 같은 올바름 속에서
[북쪽의 나라/ 산이 보이는 설원]
브래들리 : ...
에바?
네로 : ...읏, 무슨 일이야...?
브래들리 : ...아니겠지, 설마.
아무것도 아니야. 간다.
[서쪽의 나라/ 풍요의 거리/ 밤]
루틸 : 하아... 하아... 오즈 님과 리케를 바로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미틸 : 자고 계셨는데 깨워서 죄송해요.
리케 : 아뇨. 동쪽의 마법사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당연한 일이에요.
후아아... 죄송해요, 하품이...
루틸 : 아서 님과 카인 씨는?
오즈 : 아서는 중앙의 나라로 돌아갔다.
미틸 : 카인 씨는요?
리케 : 마법과학병단 본부에 간 참이에요. 필요한 정보를 듣기 위해 얘기해 보겠다고 했어요.
루틸 : 그럼, 친목을 다지기 위해, 술집 같은 곳에 가셨다는 건가요?
리케 : 해 뜰 때 귀가예요. 얼마 전, 네로가 했었죠.
오즈 : ...아직 날이 밝지 않았다.
리케 : 그렇네요. 지금이라면 해 뜨기 전 귀가예요.
오즈 : 피가로가 이 단추를 내게?
루틸 : 네. 오즈 님이시라면 행방을 찾을 수 있다고...
오즈 : ...
아직 날이 밝지 않았다.
리케 : 알고 있어요. 두 번이나 말하지 않아도 돼요.
미틸 : 날이 밝으면, 오즈 님의 마법으로, 비의 거리에 데려다 주시는 건가요?
비의 거리 여관에서 사라지셨어요. 동쪽의 마법사분들도, 피가로 선생님도...
오즈 : 별것 아니다.
미틸 : 감사합니다!
리케 : 아... 낮에 갔던 건물, 아직 불이 켜져 있네요.
미틸 : 어딘가요?
리케 : 저기, 저쪽 건물이에요.
[마법과학병단 본부]
[풍요의 거리]
미틸 : 정말이다...
저게 마법과학병단 본부...?
리케 : 네.
미틸 : 서쪽의 나라는 마법 과학 덕분에 점점 발전해서, 군대 분들도 강해졌다고 들었어요.
히스클리프 씨께요.
루틸 : 히스는 동쪽의 나라 대귀족의 아들이니까.
무사 가문이라고 했었어. 무슨 일이 있으면, 동쪽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장에서 지휘한대.
리케 : 아무 일 없어도 돼요. 안 그래도 <위대한 재앙>과 싸우고 있는데.
사람끼리는 사이좋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루틸 : 그렇네... ...어라?
오즈 : 무슨 일이지.
루틸 : 커다란 그림자가, 발밑에서 움직여서...
미틸 : 형님, 저거예요! 호화로운 마차가 하늘을 날고 있어요!
루틸 : 정말이다... 엄청난걸...
리케 : 아...!
미틸 : 무슨 일인가요?
리케 : 방금, 마차 창문에서 내려다본 거 무르 아닌가요?
미틸 : 무르 씨? 그럼, 마차를 공중에 띄운 건 서쪽의 마법사분들일까요?
오즈 : 아니다.
저건 무르같지만, 무르가 아니다.
리케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오즈 : ...무르이기는 하지만, 무르 자신은...
루틸 : 아...! 마차에 공주님이 타고 계시네요.
리케 : 공주님, 한번 보고 싶어요. 하늘을 날아서, 보고 와도 될까요?
미틸 : 그,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루틸 : 공주님이, 이렇게 한밤중에 대체 무슨 일이지...
오즈 : ...
[밤하늘]
영혼 조각의 무르 : 나참, 네게는 질렸어. 아직 시작품이라고 했는데.
노바 : 알티마アルティマ/Altima/최후의 여성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마나석이 필요하지.
릴리아나 : 노바. 역시, 그분을 데려와 줘.
중앙의 나라와 교섭 같은 걸 하고 있으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그분이 서쪽의 나라에 계시는 동안, 빠르게 일을 진행해야만 해.
질 : 중앙의 나라가 조용히 있지 않을 겁니다. 불씨가 되고 말 겁니다.
릴리아나 : 상관없어. ...노바.
노바 : 그래.
영혼 조각의 무르 : 그럼, 나도 그들을 초대하러 가지.
릴리아나 : 무르.
영혼 조각의 무르 : 네가 원하는 건, 현자님과 현자의 마법사잖아?
데려와 줄게. 성대한 대관식이 되겠지.
(고양이가 우는 소리)
영혼 조각의 무르 : 자, 가자. 네가 좋아하는 끈이야. 그래그래, 이쪽으로 와.
(사라지는 소리)
릴리아나 :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병기 개발이 끝나면, 서둘러 왕궁 연못에 가라앉혀 주겠어.
질 : 주의하십시오. 박사잖습니까. 어디서 듣고 있을지.
릴리아나 : 흥... 고양이가 없으면 이동도 못 하는 남자 주제에. 눈곱만큼도 무섭지 않아.
...
아리아アリア...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줘. 이건 속죄니까.
[장교 클럽]
카인 : (현자님은 무사할까... 새가 되어버린 자도, 서쪽의 코르테스 령으로 향했다만...)
서쪽의 나라 부인 : 후후... 중앙의 나라 분은 성실하고 따분한 분들 투성일줄 알았는데...
카인 님은 대화도 능숙하시고, 자극적이라, 무척이나 멋지셔...
카인 : 하하. 고마워.
서쪽의 나라 부인 : 한 잔 더 어떠신지?
카인 : 받을게.
-정의는 많다. 나는 국가와 주군을 지키는 걸 가장 우선해야 하는 정의로 정했다.
그렇다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라를 파는 척하는 행동도 정의에 해당 될 거다.
내 어머니께서 아이를 지키는 것을 정의로 여겨, 거짓말을 시킨 것에는 눈을 감아준 것처럼.
[회상 / 영광의 거리 / 밤]
-어렸을 적, 어머니께 안겨 울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기운찬 아이였지만, 그날 밤은 혼난 것도 아니고 크게 다친 것도 아니었다.
나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어머니는 살며시 내 등을 어루만져 주고 계셨다.
이놈! 그만해! 다녀와! 조심해! 어머! 대단한걸!
언제나 활기차시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그날 밤은 조금 부드럽게 젖어있어, 또박또박 들리지 않았다.
카인의 어머니 : 괜찮아... 착한 아이지...
어린 카인 : ...착한 아이 아니야. 친구한테 거짓말했어.
카인의 어머니 : 거짓말을 한 게 아니잖아. 마법사를 본 적 있냐고 물어본 말에, 아무 말 하지 않았을 뿐이잖니.
어린 카인 : 거짓말이나 마찬가지야. 모두, 말했는데... 마법사를 보고 싶다고.
카인의 어머니 : 너는 뭐라고 했니?
어린 카인 : ...나도,라고...
...내가 마법산데...
있지, 나, 거짓말했어. 거짓말은 해서는 안 되는 거잖아? 아빠도 말했잖아?
카인의 어머니 : 그렇지.
어린 카인 : 검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도 그러셨어. 친구들도, 거짓말쟁이는 싫어한다고. ...근데...
카인의 어머니 : 싫지만, 엄마가 한 말을 지킨 거잖아?
마법사라는 걸,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고 한 거.
어린 카인 : ...응...
카인의 어머니 : 고마워, 카인. 엄마를 안심시켜 줘서 고마워.
-어머니는 슬퍼 보였지만,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평소라면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면 기분이 좋았는데 어째서인지 슬픔이 깊어졌다.
어머니를 슬프게 하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친구에게 미움받고 싶지도 않아.
무엇보다, 나 자신이, 스스로가 납득할 수 없는 생물로 변해간다는 게 무서웠다.
그날 밤, 나는 분명, 처음으로 올바름에 대해 고민했다.
어렸을 적, 올바름이라는 것은 하나라서 그것만 지키면 나는 괜찮을 거라고 믿었다.
나쁜 짓은 하지 않아. 유혹에 넘어가거나 하지 않아. 사람에게 상처 입히지 않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전력으로 쫓아간다.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한다. 만난 친구를 소중히 여긴다.
나쁜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면, 그런 건 쉽게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몰랐다.
꿈꾸는 거나, 부모를 존경하는 것, 친구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서로 부딪히기도 한다는 걸.
같은 올바름 속에서.
[회상/ 영광의 거리/ 낮]
카인의 어머니 : 카인, 부탁이야. 왕도에 가는 건 그만둬.
영광의 거리 기사로도 충분하잖아. 모두 귀여워해 주고, 영주님도 잘 대해주시잖니.
카인 : 그러니까 더 가야지. 모두들 덕분에 모처럼 얻게 된 기회야.
할 수 있는 만큼하고 올게. 이날을 계속 꿈꿔왔단 말이야! 괜찮아! 자랑스러운 아들이잖아?
카인의 어머니 : 너는 세상 물정을 몰라...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아직 너무 어려.
카인 : 걱정하지 말래도.
카인의 어머니 : 왕도의 기사라 해도, 분명 소문처럼 대단한 건 아닐 거야. 이 거리에 있는 편이...
카인 :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어렸을 적부터 계속 내 꿈을 응원해 줬잖아?
평소처럼, 웃으면서 보내줘. 걱정하지 마. 괜찮다니까.
카인의 어머니 : ...
카인 : 왕도에서 출세해서, 뭔가 엄청난... 어, 잘은 모르겠지만 고급 물건 보낼게! 기대하고 있어 줘!
카인의 어머니 : ...마음대로 하렴.
카인 : ...다녀오겠습니다, 어머니!
-엇갈림도 다툼도 있었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던 적도.
내 이야기에 모두가 끄덕여 주지 않는 일도, 누군가의 이야기에 끄덕이지 않은 일도 있었다.
농담일 셈이었지만 누군가를 화나게 만들거나, 누군가의 농담에 잘 웃어넘기지 못했다거나.
그래도, 느끼고 있었다. 나는 사랑받고 있으며 보호받고 있다.
뛰어나고 완벽한 방법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세상은 나를 사랑해 줬다.
태어난 거리가 지켜봐 주고 있었다.
카인의 친구 : 카인, 건강해! 마음껏, 이름을 알리고 와!
카인의 친구 : 우리 중에서 가장 출세하겠네! 힘내, 카인!
카인의 친구 : 나도 부모님을 설득해서 왕도로 갈게! 먼저 가서 기다려 줘!
영광의 거리 주민 : 다녀와! 몸조심하고, 공적 세우고 와!
영광의 거리 주민 : 도시 녀석들은 차가우니까 무슨 말을 들어도 신경 쓰지 마! 정말 싫어지면 돌아오고!
영광의 거리 주민 : 카인, 잘 다녀와. 근사한 사람과 잔뜩 만나도 우리를 잊지 말아줘...
카인 : 안 잊지! 그럼, 갔다 올게! 모두, 고마워!
[그랑벨 성 외관/ 낮]
-정의는 하나라고 생각했다.
모두 같은 규칙을 지키고 있으면, 누구도 상처받지 않을 거라고.
그건 치기 어린 환상이다.
정의는 많이 있다. 많은 정의의 우선순위도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마다 다른 건 물론, 기분에 따라, 날마다, 정의의 우선순위는 계속해 변한다.
개인의 자유인가. 약자의 구제인가. 전통을 향한 경의인가. 평등의 정신인가. 법률인가. 자유인가. 권리인가.
정의를 지키기 위한 방법도 다르다. 평화일지, 심판일지, 관용일지, 본보기일지.
그래도 나는, 내가 상상하는 좋은 사람으로 있고 싶었다.
다정하게 대해주고 싶었고, 도와주고 싶었다. 이해하고 싶었고, 친구가 되고 싶었다.
대가 같은 건필요 없다.
다른 사람에게 강요당한 것도 아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사랑받고, 보호받은 것처럼, 사람을 사랑하고, 지키고 싶었을 뿐이다.
오웬 : 바보 같아. 좋은 말만 늘어놓고, 위선자인 기사님.
-오웬에게 말했다간, 분명 이런 식으로 비웃음 사겠지.
하지만, 거짓말도, 허세도 아니고, 내가 봐온 세상은 아름다웠다.
그 녀석이 봐온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이 없었던 걸까?
제8화 믿는다는 것
[밤하늘]
오웬 : 곧 도착할 거야.
아서 : 그런 것 같네. 멀리서도, 풍요의 거리 불빛이 보여. 말 그대로 불야성이네.
오웬 : 왜 갈아입은 거야?
아서 : 내 신분을 모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잖아.
오웬 : 왕자님인데? 왕자님은 인간 중에서도 좋은 축에 속하는 편이잖아?
아서 : 좋은 축에 속할까?
오웬 : 북쪽에서는 힘이 모든 걸 말해주지만, 중앙에서는 신분이 모든 걸 말하잖아. 평민보다 귀족, 귀족보다 왕족.
임금님은 오즈나, 미스라처럼 거들먹거릴 수 있어威張れる. 근데, 왜 신분을 숨기는 거야?
아서 : 그렇게 거들먹거릴 수도 없어. 오즈 님이나 미스라도, 거들먹거리지는 않잖아?
오웬 : 거들먹거려.
아서 : 오웬도 거들먹거려?
오웬 : 거들먹거리고 있어.
아서 : 언제?
오웬 : 뭐? 언제나 그래. 지금도 그런데?
아서 : 그렇구나!
오웬 : 응.
아서 : 오웬. 아까 했던 이야기 말인데...
오웬 : 평범하게 대화를 진행시키지 말라고! 상대가 거들먹거려도 좋아? 왕자님 주제에.
아서 :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괜찮아. 나는 신분적으로 거들먹거리고 있었던 것 같고, 마찬가지야.
오웬 : 뭔가 짜증 나...
아서 : 오웬. 아까 이야기 말인데, 조금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을까?
카인은 어째서, 명예를 버리려고 하는 거야?
오웬 : 서쪽의 나라 군인들이 신용信用해 주길 바라서야.
아서 : 신용해 주길 바라서...? 명예를 지키고 있는 편이, 신용을 얻을 수 있지 않아?
오웬 : 흥... 카인이랑 같은 말 하네. 너도 어리석어.
내가 가르쳐줬어. 카인 같은 남자는 신용 받지 못한다고.
신용할 수 있는 건 질척질척하게 추악하고, 눈 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고, 바로 배신하는, 멍청한 녀석들이야.
자신과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해. 그런 녀석들을 더 신용할 수 있어.
아서 : 어째서?
오웬 : 뻔하잖아. 규칙을 알기 쉬우니까.
규칙이라고 해 봤자, 법률과는 달라.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은, 암묵적인 구조야.
인간의 본질 말이지.
아서 : 인간의 본질...
오웬 : 그래. 자기보다 행복한 상대는, 질투하고 시기해서 손해를 입히고 싶어 하지.
사람 앞에서는 보이지 못하는 욕망도,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보여. 그런 인간의 본질 말이야.
모두, 추악한 본성을 숨기고 싶어 해. 그렇기에, 추악한 본성을 터놓으면 안심하고 동료가 되는 거야.
그게 신용이지.
아서 : ...
오웬 : ...하지만, 기사님의 규칙은 아무도 알 수 없어.
그러니까, 신용할 수 없어. 누구도 그 녀석에게 마음을 보이지 않는 거야. 하하... 바보같아.
아서 : ...그래서, 카인은, 명예를 버리려고 한다는 거야? 네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여서?
오웬 : 맞아. 실망했어?
아서 : 아니... 걱정하고 있어. 카인답지 않네.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오웬 : ...무슨 의미야?
아서 : 평소의 카인이라면, 네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거나 하지 않아.
오웬 : 뭐? 왜 단정 지을 수 있는 건데.
아서 : 카인을 믿고 있으니까. 이게 신용이라고 생각해, 오웬.
카인은 신용의 의미를 헷갈려하지 않아.
오웬 : ...
아서 : 너도 사실은 믿고 싶은 거 아니야?
오웬 : 누구를? 기사님을? 설마.
아서. 기사님을 부추긴 건 나야. 나는 계속 기다렸어.
그 녀석의 눈알을 빼앗은 날부터, 그 녀석이 본성을 드러내길 기다렸어. 약하고 어리석고 비겁한...
아서 : 하지만, 기뻐하고 있지 않아.
오웬 : 뭐?
아서 : 카인이 타락해 가고 있는데 기뻐하지 않잖아.
오웬 : 기뻐하고 있어. 그러니까 너를 데리고 왔어. 더 최악의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 말이지.
도박이나 색욕에 젖은 모습을, 기사님은 너에게만큼은 보이고 싶지 않았을 거야.
아서 : ...
오웬 : 분명, 엄청나게 허둥대겠지. 지금부터 기대돼서 참을 수가 없어.
아서 : ...너는 심술쟁이天邪鬼구나.
오웬 : 떨어트려서 죽인다, 왕자님.
아서 : 나는 조금,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어. 너는 장난을 좋아하는 마법사로, 카인의 타락을 기대하고 있어서...
카인이 조금이라도 기사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손가락질하면서 웃어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러기 위해, 그를 따라다니는 거라고.
오웬 : 하하... 말그대로야. 착한 사람인 척하는 기사님이, 자신의 본성을 보고, 절망하는 걸 보고 싶어.
그 모습을 보고, 웃어줄 거야.
뭐야, 이상의 기사님 같은 건, 역시 어디에도 없잖아,라고.
세상은 구토 나오는 것들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천박하고 최악인 거짓말과 악의로 가득 차 있을 뿐.
꼴 좋다.
나는 속지 않았어.
아서 : ...사실은...
믿고 싶은 거 아니야?
오웬 : ...
아서 : 그래서, 나한테...
오웬 : 하하... 바보같아.
아서 : 오웬.
오웬 : 시끄러워. 혀 뽑아버린다.
아서 : 나도 마찬가지야. 비슷한 걸 생각하고 있었어. 믿고 싶어서...
오웬 : ...뭔데?
아서 : ...
오웬. 너는 오래 살아온 북쪽의 마법사잖아.
오웬 : 맞아.
아서 : ...오즈 님은...
오즈 님은 어째서, 마왕이라고 불리는 거야?
강하시니까? 아니면...
...소문대로, 이전에, 이 세상을 유린했던 거야?
너는 그 모습을 본 적이 있어...?
오웬 : ...
피가로나 쌍둥이는 뭐래?
아서 : ..진실을 여쭤본 적은 없어. 그저, 오즈 님의 불명예스러운 소문에 내가 화를 낼 때마다...
그렇네, 라고 위로해 주셨어. 나는 멋대로 그걸 불명예스러운 소문의 부정이라고 생각했어.
오즈 님도 아무 말 하지 않으셨어.
오웬 : 후후... 아 그래.
아서 : 오웬은 알고 있지? 알려주지 않을래?
오웬 : 글쎄, 모르겠는데. 나중에 뭔가 떠오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모르겠어.
아서 : 어째서... 모르는 척하지 말고, 알려줘.
오웬 : 모른다니까.
아서 : 오웬. 부탁이야.
오웬 : 오즈는 무시무시한 마왕이었어. <위대한 재앙>보다도 잔인하게 세상을 부쉈지.
아서 : ...
오웬 : 내 말을 믿어?
아서 : ...거짓말 한 거야?
오웬 : 어느 쪽이 좋아? 왕자님이 좋은 쪽을 골라.
더 좋은 쪽을 골라서, 좋아하는 세계에서 살아. 한쪽은 뚜껑을 덮어놓고 보지 않은 채로.
아서 : ...
그럴 수 있다면 말이지.
꼴 좋다. 나는 속지 않았어.
오즈 님을 믿고 있길 잘했어. ...그렇게 말하고 싶어.
오웬 : 흥...
내릴거야. 소란 피우지 말고, 조용히 따라와. 카인을 보여줄게.
아서 : 조용히 보는 거야? 방해하는 게 아니라?
오웬 : 맞아. 너도 기분 최악으로 만들어 주고 싶으니까.
[장교 클럽]
서쪽의 나라 장교 : 아하하! 재밌는 남자네, 카인.
장군이 여기 계셨다면 소개시켜 드렸을 텐데. 아쉬워.
카인 : 버넷 장군인가. 마법과학병단을 지휘하고 있다는 것 같지.
니콜라스가 신세 많이 졌어.
서쪽의 나라 장교 : 그래. 원래라면 오늘 중으로 돌아오실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길어져서...
어? 돌아와 계셔...? 풍요의 거리로 돌아오셨다는 것 같아.
카인 : 그러면 고맙지. 지금 당장 만나볼 수 있을까?
서쪽의 나라 장교 : 장군 각하셔. 그렇게 가볍게 만나볼 수 있는 분이 아니야. 하지만...
사교적이고 싹싹하신 분이니까, 이 장교 클럽에 들리신다면 소개해 줄 수는 있어.
카인 : 정말이야?
서쪽의 나라 장교 : 그래. 하지만, 오늘 밤은 늦었으니까.
카인 : 늦게까지 일한 날이야말로, 술이 마시고 싶어지잖아. 장군이 좋아하시는 거는?
댄스는 좋아하셔? 춤출 수 있긴 한데.
서쪽의 나라 장교 : 아하하, 춤춰봐. 장군은 아마 통속소설을 좋아하셔.
카인 : 우연이네. 나도 좋아해.
서쪽의 나라 장교 : 정말이야?
카인 : 응. 눈앞에 있으면 큰 소리로 낭독하고 싶네.
서쪽의 나라 장교 : 뭐, 들어보고 싶은걸. 야한 말도 잔뜩 있다고.
카인 : 완전 괜찮지. 어떨까. 장군 귀에 들어가면, 흥미를 느껴 주실까?
서쪽의 나라 장교 : 뭐, 피곤하시지만 않으시다면... 분명, 이걸 좋아하셨어. 젊은 메이드가 주인공인...
카인 : 응, 빌려줘. 그럼, 여기서 낭독할게.
서쪽의 나라 장교 : 오오! 재밌겠는데!
서쪽의 나라 여성 : 카인 님, 귀여워.
카인 : 시작. 그날 밤, 나는 처음 겪어보는 경험에, 풍만한 가슴이 설레면서...
아서 : 실례하지.
카인 : ...!?
카인 : (아서 님...! 어째서, 이런 곳에!?)
장교 클럽 시중 : 이러면 곤란해. 아이가 들어올 곳이 아니야.
오웬 : 어른이라면 괜찮잖아.
카인 : (오웬...! 네가 데려온 거구나!)
(여기는 아서 님께 있어서도, 적의 땅나 마찬가지야.)
(아무리 나를 괴롭히고 싶다고 해도, 해도 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이 있잖아!)
(이번만큼은 용서할 수 없어.)
오웬 : ...
제9화 라스티카의 비밀
[서쪽의 나라/ 마법과학병단 본부/ 집무실]
장교 : 이렇게 밤늦게 귀환하시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질 : 예정보다 빠르게 릴리아나 님의 생가에 드리는 인사가 끝났어. 그뿐이야.
장교 : 다행입니다. 이 뒤는 자택으로 귀가하십니까?
질 : 그럴 생각이야.
(문 열리는 소리)
장교 : 실례합니다. 각하, 드릴 보고가...
질 : 뭐야.
...중앙의 나라 아서 전하와 닮은 인물이 있어...?
호오. 그거 재밌군.
장교 클럽으로 가볼까.
[왕립 식물원 내부/ 밤]
라스티카 : 켈빈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
클로에 : 응...
라스티카 : 만약, 만나지 못한 채로 너무 졸리면 이 주변에 침대를 만들어서 잘까.
꽃과 녹읍의 좋은 향도 느껴지고, 밤사이 맺힌 아침 이슬이 얼굴에 떨어져 일어나게 되는 것도 근사하지 않을까?
클로에 : 그렇네...
전에도 있었지, 이런 일. 어딘가에서 노숙하고 나뭇잎에서 떨어진 물에 와아! 하고 일어나서.
그때도 라스티카는 근사하다고 했었어. 잊어버렸을 지도 모르겠지만...
나도 라스티카처럼, 어떤 때라도, 근사한 일을 발견할 수 있게 되고 싶어.
라스티카 : 클로에는 근사한 걸 발견하는 게 특기잖아.
네가 만드는 옷에는, 네가 본 근사한 것들이 잔뜩 깃들어 있어.
클로에 : 응... 고마워...
라스티카, 나... 들뜨거나 침울해지거나 했지만, 결국, 당신이 정말 좋아.
라스티카 : 나도 정말 좋아해.
클로에 : 헤헤...
현자님과 다들, 괜찮을까. 코르테스 성에는 이제 공주님과 다른 사람들이 없는 거잖아.
라스티카 : 그렇네.
클로에 : 공주님, 무슨 일일까. 그레고리의 말대로, 다른 사람인 걸까.
다른 사람이라고 하면, 누가 공주님인 척하고 있는 걸까?
라스티카 : ...누가...
...!
클로에 : 라스티카?
라스티카 : 클로에, 뒤로 물러나.
클로에 : 으, 응...
(나타나는 소리)
노바 : ...
라스티카 : ...너는...
노바 : 라스티카 페르치?
라스티카 : 네.
노바 : 비극의 귀공자인가.
라스티카 : ...
클로에 : 라스티카...!
(사라지는 소리)
클로에 : 라스티카...!? 어디 갔어, 라스티카!?
방금 누구야!? 그 녀석이 라스티카를 숨긴 거야!?
라스티카를 돌려줘...! 라스티카...!
...어째서...
[서쪽의 나라 왕궁 정원/ 밤]
릴리아나 : ...
나는 틀리지 않았어. 그분을 지키기 위해...
노바 : 릴리아나.
릴리아나 : ...!
노바 : 바라는 대로, 데리고 왔다.
릴리아나 : ...라스티카 님...
라스티카 : ...여기는...?
릴리아나 : ...
노바. 당신은 물러나 있어 줘.
노바 : 그러도록 하지. 관심도 없어.
릴리아나 : 빨리 가.
노바 : 릴리아나.
다시 기억나게 해줘?
릴리아나 : ...
아니.
노바 : ...
(사라지는 소리)
라스티카 : 아... 가버렸네.
여기는 대체, 어디일까요?
릴리아나 : ...아...
라스티카 : 무슨 일 있으신가요, 릴리아나 공주.
릴리아나 : ...
라스티카 님...
라스티카 : 네.
릴리아나 : 자...
...
...서쪽의 나라 여왕 아리아アリア/Aria를 기억하시는지요?
라스티카 : 아리아...
...아리아...
...
...여기는 서쪽의 나라 왕궁...
내 신부...
마녀에게... 새가 되어...
...내가...
내가... 여기서...
아리아, 내가...
...읏, ...내가...
릴리아나 : 라스티카 님...
라스티카 : ...
...어떻게 됐더라...
릴리아나 : ...
라스티카 : ..기억나지 않아...
릴리아나 : 괜찮습니다.
라스티카 : ...
릴리아나 : 당신의 방으로 모셔다드리죠. 라스티카 님...
[왕립식물원 내부 / 밤]
클로에 : 라스티카! 라스티카...!
...!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져...
라스티카!?
켈빈 : 와앗...!
클로에 : 와아아...! 앗... 미, 미안! 놀라게 해서...
켈빈 : ...읏!
클로에 : 잠깐만! 가지 말아 줘!
가르쳐 줬으면 해! 라스티카에 대해... 라스티카의 신부에 대해!
켈빈 : ...
클로에 : 라스티카는 어째서 신부를 찾고 있는 거야!?
신부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건 사실이야!?
라스티카는 어째서 전부 잊어버리는 거야..!?
켈빈 : ... 그건...
클로에 : ...
켈빈 : ..라스티카 님은...
라스티카 님은, 나에 대해서도 잊어버리셨어.
클로에 : ... ...라스티카의 친구였어?
켈빈 : ... 너는?
너는 누구야? 라스티카의 시중? 같이 여행하는 거야?
클로에 : 나는... 나는 라스티카의 제자야.
라스티카가 거둬줘서 같이 여행하면서 라스티카의 신부를 찾고 있어.
지금은 같이 현자의 마법사가 되었고, 앞으로도 같이 있고 싶어. 그래서... 알고 싶은 거야.
켈빈 : 그래... 라스티카의 제자구나...
클로에 : 응... 당신은?
켈빈 : 나는... 음악을 배웠어. 가르쳐주는 조건으로, 신부 찾기를 도와줬어.
클로에 : 당신도...?
켈빈 : 나'도'가 아니야. 나'만'이 도와줬어.
클로에 : ...
켈빈 : 아니야. 그... 경쟁하려는 그런 게 아니야.
라스티카 님은 반복하고 계실 뿐이니까. 과거의 일을.
클로에 : ...응...?
켈빈 : 그러니까, 나도 잊어버리신 거야. 하지만, 상관없어.
그런, 지독한 일을 기억하고 있으면, 라스티카 님이 망가지실 거야.
클로에 : 무슨 소리야...?
켈빈 : 알고 싶어?
클로에 : 응.
켈빈 : 정말 알고 싶어?
클로에 : ...
켈빈 : 알아도, 도와줄 수 없어.
과거니까.
마법사는 기적을 일으킬 수 있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어.
클로에 : ...
켈빈 : 나는 계속 괴로웠어. 혼자서 끌어안고 있는 게 괴로워서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지만...
죽을까봐 무서워서, 노래로 만들어 얼버무렸어.
진짜 같은 가사인 척으로 해서...
클로에 : ...
...나는 라스티카의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거나 하지 않아. 죽는다니, 무슨 소리야?
혼자서 끌어안고 있다거나 하지 않아. 왜냐하면... 라스티카가 같이 있는 걸.
라스티카는, 당신에게, 자신의 과거를 들어도 된다고 나한테 말해줬어.
켈빈 : 그래...
그럼, 가르쳐줄게.
클로에 : ...
켈빈 : 라스티카의 신부는, 서쪽의 나라 여왕 아리아 님.
400년 전에 라스티카가 죽였어.
제10화 차가운 눈동자의 안내인
[북쪽의 나라/ 산이 보이는 설원]
레녹스 : 피가로 님.
시노 : 파우스트...! 피가로! 파우스트는!?
피가로 : 무사해.
시노 : 하... ...읏, 다행이야...
피가로 : 너희도 만신창이네... 히스, 상처 보여주렴.
히스클리프 : ...읏, 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도중까지밖에 기억나지 않아서...
시노는 알고 있어? 노바는 어디로 간 거야?
피가로 : 노바...? 미스라, 노바랑 마주쳤어?
미스라 : 저는 못 만났어요. 제가 만난 건, 해골 인형 같은 녀석뿐이에요.
(빗자루가 도착하는 소리)
히스클리프 : 아... 네로...! 네로가 브래들리랑 같이. 그 외에도, 누가...
시노 : 네로...! 지하수로에서 만난 녀석이야. 같이 빗자루에 타 있어.
피가로, 네로를 봐줘! 상처가 심할 거야...
네로 : ...읏, 히스, 시노...! 무사했어!? 선생은...!?
레녹스 : 무사해.
네로 : 다행이ㄷ... 읏!
브래들리 : 위험해라, 떨어지잖냐! 죽어가는 주제에 소리쳐서 그래!
네로 : ...읏, ...미안...
피가로 : 바빠질 것 같네. 미스라, 공간의 문을 사용해서 모두를 마법관으로...
무르 : 그럴 필요는 없어.
피가로 : ...이건...
브래들리 : 무르...?
/
-어디서인지 모습을 나타낸 건, 서쪽의 마법사 무르 하트였다.
본인이 아니라는 것은 금방 알아챘다. 발밑을 보자, 곧게 뻗은 단모종의 검은 고양이가 있었다.
검은 고양이의 목에는, 보라색 보석이 달린, 리본이 둘려 있었다.
아마도, 이 무르는, 실체화한 영혼 조각의 무르다.
영혼 조각이 실체화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상상한 것보다, 예전의 무르와 아주 닮았다.
뻔뻔하며 오만한 데다 도전적인 말투가 떠올라 긴장된다.
하지만, 눈앞의 무르는 어딘가 과거 무르와는 인상이 달랐다.
냉혈하고, 무자비한 녹색 눈동자... 무르는 심플하게 싫은 녀석이었지만, 냉혹함과 사악함은 없었다.
무르가 보인 냉소에, 말을 잃는다.
무르 :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 세상我が世界의 구세주. 현자의 마법사분들.
당신들을 서쪽의 나라 왕궁으로 초대하죠.
분명, 새로운 곳에서의 삶도 마음에 들어 하시겠지요.
레녹스 : 새로운 곳...?
피가로 : 미안하지만, 거절할게. 보시다시피, 다친 사람이 많아서 말이지. 마법관에 돌아가서 요양해야겠어.
무르 : 걱정마시길. 마법관이라면 서쪽의 나라 왕궁에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피가로 : 무슨 소리?
-무르는 입꼬리를 올렸다. 차가운 눈동자에는, 한 조각의 감정조차 엿볼 수 없었다.
무르 : 어서 오시죠, 서쪽의 마법관으로. 이 자들이 안내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무르는 고개만으로 뒤돌아봤다.
그러자, 그의 등 뒤에 해골 표본과 같은 것이 수 체 나타났다. 10체 정도는 있나.
섬뜩한 존재였다. 살아있다는 느낌이나 마력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대량의 마나석을 압축한 것 같았다.
시노가 안색을 바꿨다. 격분하며 무르 쪽으로 다가간다.
시노 : 당신이 데려온 건가...! 그녀석들을...!
레녹스 : 그만 둬, 시노...!
시노 : 무슨 생각이야!? 그 녀석들 때문에, 모두가...
-시노가 말을 멈췄다. 레노는 등 뒤에서 말렸기 때문이 아니다.
시노 앞에 미스라가 걸어 나왔다. 나른한 녹색 눈동자가 날카로움을 더해 무르를 응시한다.
미스라 : 아무래도 상관없는데요... 설마, 저를 협박할 생각은 아니겠죠.
-수로 밀어붙이는 듯한 방식을 미스라는 불쾌해했다.
무르는 박정하게, 눈썹을 올린다.
미스라의 긴 손가락 위에, 그의 마도구인 해골이 나타난다.
그 순간, 나와 브래들리가 동시에 말렸다.
피가로 : 그만둬, 미스라. 다친 사람이 있어.
브래들리 : 그 녀석들이랑 싸운다 해도, 네놈은 마지막까지 서 있을 거잖냐.
하지만, 그러는 사이, 이쪽이 몇 명 돌이 될지 모른다고.
미스라 : ...
-미스라는 말없이 무르를 노려봤다. 뻗치지 않은 머리칼을 흔들며 무르가 작게 끄덕였다.
무르 : 역시. 현명한 판단이야.
-파우스트, 네로는 중상이었다. 히스클리프와 레녹스도 상처가 깊었다.
피가로 : 알겠어. 서쪽의 왕궁으로 갈게.
시노 : 피가로...!
피가로 : 단, 청결하고 안전한 치료를 할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해 줘.
조건에 응하지 않는다면, 승낙할 수 없어.
무르 : 좋습니다. 그럼, 안내하죠.
-무르는 반론하지 않고, 공손히 인사했다.
거대한 해골 표본들이 시선을 돌린다. 그들이 발톱을 치켜올리자 희푸른 빛이 모인다.
갑자기, 공간에 동그란 구멍이 열린다. 구멍 너머에서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경치가 바뀐다.
피가로 : 공간 이동 마법까지 사용할 줄 아는 건가...
-고양이처럼, 무르는 눈을 가늘게 떴다.
무르 : 누가 엘리베이터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새삼스럽게 이 남자의 존재가 무서워진다.
이제와서 후회해봤자 늦었지만, 긴 역사 속 어딘가의 타이밍에서 무르를 묻어버렸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무르의 영혼 조각은 샤일록이 수집해, 무르의 본체에 융합시키고 있었다.
<위대한 재앙>의 영향으로 실체화한 무르의 영혼 조각들은 각자 생각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 영혼 조각은, 어떤 연구에 매진하고 있을까.
안 좋은 예감에, 눈썹을 찌푸렸다. 그러자 브래들리가 어깨에 손을 얹는다.
몸을 내밀어 귓가에서 중얼거린다.
브래들리 : 어이. 이동한 곳에서, 저 녀석들한테 둘러싸이면, 다친 사람이랑 애들 데리고 도망쳐.
피가로 : 넌?
브래들리 : 흥. 저 녀석들을 산산이 조각내서 개한테 먹이로 줘야지. 개는 좋아하잖아, 새 뼈 같은 거.
피가로 : 어라, 새가...?
브래들리 : 알겠냐. 부탁한다.
-친근하게 등을 두드리며, 브래들리는 멀어졌다.
부탁한다, 라는 말을 그가 내게 말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의식이 몽롱해져 있는 네로를 힐끗 본다.
도망친 전 부관. 빈사 상태인 그를 지키고 싶은 거라면, 입장은 똑같다.
미스라 : 할 말은 더 없나요. 해보자고요.
피가로 : 진정해. 그건 나중으로 미루자.
미스라 : 하?
브래들리 : 초대받았다고. 서쪽의 왕궁으로.
-공간의 구멍이 넓어지며, 동그라미 너머 쪽에, 호화로운 성이 비친다.
서쪽의 나라 왕궁이다.
[어둠]
-우리들은 공간의 구멍을 지나, 서쪽의 왕궁으로 향했다.
[서쪽의 나라/ 왕립 식물원]
클로에 : ...라스티카가, 신부를 죽였다고...?
켈빈 : 그래.
클로에 : 그... 그렇게 찾고 있는 신부를...?
거짓말이야, 믿을 수 없어. 적당히 해! 라스티카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
켈빈 : 이게 진실이야.
클로에 : ...
켈빈 : 신부를 죽인 라스티카는 몸부림치면서 슬퍼하고, 짐승처럼 괴로워했어.
그걸 본 철학자가 조언을 해줬어.
기억이 있는 한, 살아갈 수 없다면 잊어버리라고.
망각은 구원이니까.
그래서, 나에 대해서도 잊어버린 거야.
클로에 : ...그럴수가...
켈빈 : 너에 대해서도 잊어버릴 거야.
라스티카가 살아간다는 건, 잊어버린다는 거니까.
클로에 : ...어째서...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난 거야?
라스티카는 다정한 사람이야. 신부 분을, 자기 손으로 무슨 그런... 그런 짓을...
켈빈 : ...쉿...
목소리 낮춰.
어디서 듣고 있을지 몰라.
클로에 : 누가...
켈빈 : ...
마녀야.
클로에 : 마녀...?
켈빈 : 이 나라에서... 아니... 이 세상에서 가장 잘 숨는 사람.
서쪽의 나라가 숨겨줬었지만...
지금은 서쪽의 나라를 숨겨주고 있는 마녀야.
클로에 : ...서쪽의 나라를 숨겨...
켈빈 : 그래. 바느질하듯 교묘하게 진실을 숨겨버렸어.
누군가가 관심을 쏟기 전에... 피가 흐르기 전에 만들어진 뚜껑처럼 말이지.
그 마녀는, 마왕 오즈와는 달라. 불꽃도, 번개도, 피도 사용하지 않아.
무관심과 거짓말과 소동과 소문으로, 진흙을 발라 진실을 메꾸는 거야.
누구나가 흥미를 잃었을 때, 지루한 사건처럼 보이게 해서, 살며시 해치워.
진실을 눈치챈 녀석은 가차 없이 죽여.
클로에 : ...
켈빈 : 부귀영화를 자랑하던 페르치 가가 몰락한 것도, 그 마녀가 저주해 죽였기 때문이야.
왕녀 아리아를 저주해 작은 새로 만든 것도 그 마녀의 짓이야.
진실을 알리려고 했다가 나도 죽을 뻔했어. 그래서, 여기까지 도망쳐 온 거야.
이제 비극의 귀공자 이야기를 아는 건, 발푸르기스 축제에 모인 몇 안 되는 마법사들뿐...
클로에 : 그 마녀는 누구야...? 아직, 살아있어...?
켈빈 : ...
응. 서쪽의 왕궁에 있어.
잊힌 왕녀 자라ザラ.
마녀로 태어난 탓에, 숨겨서 키운 아리아의 쌍둥이 언니야.
[서쪽의 나라 왕궁 내부]
릴리아나 : ...
...물어볼 수 없었어... 나를...
??? : 자라를 기억하고 계시나요?
>>다음 장, 8월 2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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