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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開日:2023年8月2日 午後6時

TL, checking - hz

*반드시 앱 상의 BGM,Live2D연출, 표정 변화와 함께 즐기시길 바랍니다. 특히 10화.

*먼저 읽으면 좋은 스토리 :MAIN_2부 제2장. 왕제의 시찰

*역) 어플 상 영혼 조각의 무르도 '무르'라고 나오지만 줄글 편의상 '영혼조각의 무르'라고 작성하였습니다.

제20장. 이끌어 갈 각오 ▼PAG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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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없어서는 안 되는 것

[회상/ 눈보라 속]

에바 : 잘 들어. 베인 가문의 꼬마야.

브래들리 : 브래들리다. 슬슬, 기억하라고. 에바.
내 이름 기억해서 손해 볼 건 없어.

에바 : 후후, 건방진 자식... 좋아.
잘 들어, 브래들리.

브래들리 : 그래.

에바 : 우리는 북쪽의 마법사. 강인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자.
강하게,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을, 가져서는 안 돼.

브래들리 : 없어서는 안 되는 것?

에바 : 그래.

브래들리 : 마도구도?

에바 : 그래. 자기 몸 일부처럼 사랑하면서, 항상 버릴 각오를 해둬.
나도, 너도, 고고孤高의 왕. 아무리 마음이 동하는 것을 만난다 해도.
자신 이외의 것에 영혼을 빼앗겨 포로가 돼서는 안 돼.

브래들리 : 포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죄인이나 마찬가지라는 거냐?

에바 : 이 북쪽의 땅에서, 목숨과 동일한 가치가 있는 걸 손에 넣으면, 그건 우리를 묶는 사슬이 되지.
오즈를 봐. 어떠한 것에도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어떠한 것에도 집착하지 않아.
이 세상에서 가장 고고한 영혼. 그렇기에, 무적인 거다.

브래들리 : 에바는?

에바 : 뭐.

브래들리 : 아무리 마음에 드는 것이라도, 버릴 수 있냐?

에바 : 물론.
내 마음 따위에, 내가 휘둘리고 있을 수야 있나.



[회상/ 밤하늘]

무르 : 아름다운 그대...
너를 위해서라면, 이 영혼의 형태가 바뀐다해도 상관 없어.
네가 너로 있는다면, 내가 나로 있지 못한다해도 상관 없어

샤일록 : ...
사랑은 현자도 어리석은 자愚者로 만든다고들 하지만...
당신정도의 사람이, 저속하고 긍지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말을 하시네요.
자신의 영혼이 바뀌어 버린다면, 그건 애모愛慕도 연모恋慕도 아니에요.
그저 종속인 게 아닌가요?

무르 : 종속이어도 좋아. 사랑하는 것에 속할 수 있다니, 행복하잖아.
나는 불변의 영혼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아.
있는 그대로의 영혼을 지키는 건, 훌륭한 일이야. 어떠한 고난에서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不屈은 아름다운 것.
하지만, 변화를 필요치 않아 한다면, 이 거대한 은하에 나도 너도 하나로 족해.
마찰도 연마도 필요 없다면, 충돌하고 붕괴해 폭발하고 탄생하는 수억 개의 별들이 반짝일 필요는 없어.
나를 상처 입히고 알아채 줬으면 해. 모르는 걸 보여줘서, 불안과 공포에 떨게 하고 깜짝 기쁘게 만들어驚歓 줬으면 해.
이 아름다운 세계를 사랑하고 있어. 손이 닿지 않는, 저 빛을...
언제나 사랑하고思って 있어.

샤일록 : ...무척이나,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당신만큼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을, 저는 본 적 없어요.

무르 : 아하하. 그건 정말 안타까운 이야기네.

샤일록 : ...그러니...
영혼이 바뀐다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회상/ 서쪽의 나라 왕궁 정원/ 저녁]

라스티카 : 오늘은 무척이나 즐거운 하루였어요.
당신께 있어서도, 그랬다면 좋겠지만요.
자라.

??? : 오늘 일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해요.
상냥한 아리아 덕분에, 평생토록 기억할 추억이 생겼어요...

라스티카 : 앞으로도 추억을 늘려가죠.
사랑하는 아리아의 언니분이시라면, 당신은 제 누님이나 마찬가지예요.

??? : ...

라스티카 : 그리고, 저희는 같은 마법사예요. 저는 숨김 없이, 사파이어 성에서 자유롭게 자랐죠.
자라. 당신도 언젠가, 반드시, 자유롭게...

??? : 라스티카 님.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얼굴을 보여주세요...
좀 더, 가까이에서... 이 눈동자에 아로새겨, 사라지지 않도록.

라스티카 : 자, 얼마든지요. 하지만, 눈동자에 아로새기지 않아도, 당신을 만나러 올게요.
몇 번이고, 당신이 바라는 한.

??? : ...고마워요. 하지만, 더는...
상냥한 말을 하지 마세요. 저는 날이 지날수록, 죄가 깊어져요.
당신을 몰랐다면... 이 가슴에 소원의 불씨가 지펴지지 않았다면, 저는...
아리아도, 이 세계도 사랑할 수 있었을 텐데.

라스티카 : 자라?

??? : ...아름다운 눈동자... 깨끗한 세상밖에 모르시는, 상냥한 시선...
태어난 그날부터, 동화처럼 행복으로 가득 차, 누구에게나 사랑받은 사람...
상처받은 적 없이, 두려움 산 적 없이, 더러운 것을 본 적도 없이...
라스티카 님의 아름다운 영혼은, 어떤 세상이더라도, 절대 변하지 않겠죠.

라스티카 : 자라. 당신도 사랑받고, 축복받고 있어요.
당신을 사랑해요.
저도, 아리아도.

??? : ...
...저도 사랑해요...
...라스티카 님...



[서쪽의 나라/ 마법 과학 병단 본부 내 장교 클럽]

오웬 : ...

카인 : 오웬...


-히죽이며 흐릿하게 웃지도 않고, 오웬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나는 오웬을 노려봤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아서의 얼굴을 볼 수 없었으니까.
<위대한 재앙>의 상처 때문에, 아서가 보이지 않는 게 아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찝찝함에, 제대로 응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신이 들었다. 나는 변명을 하고 싶어질 만한 일을 하고 있다.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아서 : 괜찮아. 일행이 있어. 그래, 거기야.


-아서가 이쪽을 돌아본다. 오웬은 고개를 돌린 채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척 팔짱을 끼고 있었다.
힐끗, 오웬이 이쪽을 본다.
나는 사양 하지 않고, 계속해 그를 노려봤다. 아서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한심함情けなさ과 자기혐오만큼 가차 없이 그를 미워했다.
하지만, 순간, 오웬의 눈동자가 의지할 곳 없이 흔들렸다.
죄악감을 느끼며, 나는 당황했다. 어린아이의 오웬... 기묘한 상처 상태가 된 건가 착각한다.
하지만, 오웬은 곧장, 짐승같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날 노려봤다.


카인 : (저 표정, 진짜일 때도 짓는 건가)

아서 : 알겠어. 고마워. 오웬. 너도 와줘.


-아서는 오웬의 한쪽 팔을 붙잡고, 같이 이쪽으로 향해온다.
나는 허둥댔다. 오웬도 허둥대고 있다.
각오를 다지고, 나는 아서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경멸도 낙담도 하지 않았다.
연습복 차림에 밝고 푸른 눈동자로, 눈을 깜빡이고 있다.
그 모습을 눈에 담은 순간, 나는 험상궂은 얼굴로 그를 타박했다.


카인 : 아티, 무슨 생각이야!? 여기는 상급 사관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야! 일병주제에, 분수를 알아야지!


-나는 가볍게 아서를 밀어버리고, 가슴팍에 손가락을 찔렀다.
아서의 신분이 들통나는 게 여기서는 가장 위험하다. 그를 안전하게 돌려보내기 위해서였다.
아서는 당황했지만, 주위의 상황을 살피고는, 내게 맞췄다.


아서 : 죄송합니다. 하오나...

오웬 : 사과할 거 없어, 아티. 자, 여기 앉아. 기사님, 차갑네.


-오웬은 억지로, 내 옆에 아서를 앉혔다.
대화상대를 해주고 있던 여성과 장교들도 슬쩍 자리를 이동한다.
나, 아서, 오웬, 그리고, 나와 오웬의 겨드랑이에 여성들, 이라는 구도가 되었다.


여성 : 한잔하세요.

여성 : 이쪽 분도.


-나와 오웬은 글라스를 들며, 아서의 몸 너머로 노려봤다. 목소리를 낮추고, 물어본다.


카인 : 무슨 생각이야. 나쁜 장난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야.

오웬 : 흥. 장난치고 있는 건 그쪽이잖아. 각오를 다졌으면, 왕자님 앞에서도 같은 짓을 할 수 있을 텐데.

여성 : 왕자님?


-오웬의 실언으로, 나는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오웬은 다리를 바꿔 꼬며, 옆에 앉은 여성에게 미소를 건넨다.


오웬 : 나 말이야. 나는 지옥의 번견들 나라의 왕자거든. 너도 물어뜯어 줄게.


-오웬은 협박할 생각이었지만, 술자리라 그런지, 여성은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볼을 물들이고는 목을 움츠린다.


여성 : 어머, 무서워라. 하지만, 잡아먹혀도 좋아.

오웬 : 바보 아냐? 기사님이랑 잘 맞겠어. 그 남자도 개 사료가 된 적이 있거든.

카인 : 이봐...


-반론하려던 순간, 아서가 몸을 일으켜 나를 봤다. 시야 전체가, 그의 얼굴이 되어 주춤거린다.


아서 : 할 말이 있어. 아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카인 님.

카인 : 뭐야, 아키. 여기서 들을 수 없는 얘긴가? 벌써 밤은 늦었어. 어린애는 쉬는 편이 좋아.

아서 : 어린애?


-아서는 한쪽 눈썹을 올렸다. 그는 조금 화난 것 같았다.


아서  카인 님의 명예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카인 님은 충의가 깊으신 분이지만, 그것을 위해 마음을 배신하는 짓...


-아서의 볼에, 뒤에서부터 손가락이 뻗어져 나왔다. 오웬이 아서의 얼굴을 돌린다. 아서의 귓가에 무언가 중얼거린다.
내 모습을 살피면서, 귓속말하는 모습이, 친밀해 보여 당황스러웠다.
좋지 않은 것을 불어넣고 있는 게 아닌지. 침착하지 못한 마음으로 초조해졌다.


아서 : ...알겠어.


-희미한 곤혹감을 보이며, 아서는 끄덕이고 오웬에게서 몸을 떨어트렸다.
그 후, 내게 다가와 소파 등에 팔을 두른다. 아서의 입술이 내 귓가에 다가온다.
그의 머리카락과 살에서는 아무리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고가의 향료의 향이 풍겨왔다.
밀담의 느낌에, 조금 긴장한다. 아서의 어깨 너머로 턱을 괴는 오웬이 보였다.
작은 목소리로 아서가 중얼거린다.


아서 : ...기사로서의 영혼을 파는 짓은 하지 말아줘.


-오웬에게서 어디까지 이야기를 들은 걸까. 진지하고 성실한 목소리에, 가슴이 아팠다.
아서의 어깨를 끌어당겨, 나도 귓가에 말을 건넨다.


카인 : ...오해입니다. 니콜라스의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서쪽의 군인들을 회유하고 싶습니다.
당신이야말로, 여기에 있어서는 위험해. 곧장 떠나주십시오. 오즈랑 리케라면 숙소에...


-힐끗 시선을 올리고는, 나는 말문이 막혔다. 삼엄한 분위기로 몇 개의 구둣발 소리가 이쪽으로 향해온다.
규칙적인 중후한 구둣발 소리는, 상관과 그를 따르는 장교들을 떠올리게 했다.
담소에 뒹굴뒹굴하고 있던 주위 공기도, 어딘가 긴장감이 돌고 있다.
조금 전 장교가 말한 버넷 장군일지도 모른다.


질 : ...


-서쪽의 나라 장군이라면, 중앙의 나라 왕자인 아서의 얼굴을 알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카인 : (긴장 상태인 옆 나라의 왕자가, 장교클럽에 잠입해 있다면, 어떤 소동이 벌어질지 알 수 없어.)


-나는 순간적으로 아서를 끌어당겨 등을 가볍게 만졌다.


아서 : ...무슨....!?

카인 : 왜 그래? 몸이 안 좋은 거야? 너무 마신 것 같네. 어서 돌아가도록. 오웬!

오웬 : 하?

카인 : 아티를 부탁해. 숙소까지 데려가 줘.


-오웬이 이마에 핏대를 세웠다.


오웬 : 왜, 내가 기사님이 하는 말을 들어야 해?


-아서도 울컥하며 고개를 들었다.


아서 : 내 이야기도 아직 끝나지 않았어.


-어느 쪽도 하는 말을 듣질 않는다. 나는 버넷 장군의 기척을 신경 쓰며 한쪽 손으로 책을 쥐었다.
장군이 좋아한다는 통속소설이다. 책을 낭독해, 장군의 관심을 끈다는 작전이었다.


카인 : 부탁이니까, 두 사람 모두 빨리 사라져 줘. 나는 이 책을 읽어야 한단 말이야.

아서 : 지금?

오웬 : 왜?

카인 : 장군이 좋아하거든. 좋아하는 게 같으면 분위기가 달아오르잖아?

아서 : 카인은 좋아해?

카인 : 나는 아직 읽지 않았지만...

아서 : 좋아하는 척을 해준다 해도, 기쁘지 않을 거야. 거짓말이라는 걸 알아챈 순간, 슬퍼할 거야.


-아서의 말에, 어머니를 떠올려 마음이 흔들린다. 나는 괴로운 마음으로 고개를 저었다.
주위를 둘러보며, 귓속말한다.


카인 : ...당신도 오즈도 거짓말 못 하잖아. 그럼, 이건 내 역할이야. 잘 속여볼게.

아서 : 신뢰信用는 그런 게 아니야. 거짓말로 만들어진 신뢰는 중요한 순간에 무너지고 말아.
전장에서 신뢰를 잃은 자에게, 누가 목숨을 맡길 수 있어?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이 엄습한다.
아서의 말대로, 불성실한 인물의 지휘 하에서는 사기가 떨어진다.
누구나, 정의나 긍지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싶다.
애매하고 떨떠름한 썩은 권위나 거짓된 정의. 그것을 위해서는 달려 나가는 것조차 할 수 없다.
마치, 그랑벨 성에 걸려있는 초대 국왕 폐하의 초상화처럼, 한결같은 모양의 숭고한 눈동자로 그가 말했다.


아서 : 카인은 내 기사야. 간계를 부릴 필요는 없어.


-내 마음은 흔들흔들 휘청였다. 티끌 한 점 없는 아서의 마음에 부응하고 싶다.
하지만, 아서의 마음을 배신하는 편이 내게 도움 될지도 모른다.
니콜라스와 흰 머리의 여성. 바다에 가라앉은 애덤스 섬의 연구. 지금은 포기하고 다른 방면에서 조사해야 할까?
내 명예는 상관없어. 대체, 어느 쪽이 진정한 충의인 걸까? 레노나, 시노라면, 어떻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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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장군의 말에 닿아

[서쪽의 나라/ 장교 클럽]

-나는 오웬을 훔쳐봤다. 오웬은 미간에 주름을 만들고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한숨을 쉰다.
아서의 몸 너머로, 내 목덜미를 붙잡아 끌어당긴다. 그리고 귓가에 말한다.
오웬의 목소리는 묘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마치,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오웬 : 있지... 꼭 좀 해달라고 한다면.
서쪽의 나라 장군이라는 녀석을 죽여줘도 좋아.


-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오웬이 얼굴을 찡그리면서, 부끄러움을 감추는 듯한 서툰 표정으로 휙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앞머리를 붙잡고, 하지만, 어딘가 득의양양하게 오웬은 나를 봤다.


오웬 : 오늘 밤만이야, 이러는 거.


-나는 창백해져 고개를 저었다.


카인 : 절대 하지 마, 그런 짓. 외교 문제가 될 거야.

오웬 : ...뭐?


-오웬에게는 부끄러워질 정도의 선행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번듯한 암살이었다.
북쪽의 마법사가 서쪽의 나라 장군을 중앙의 나라 왕자 앞에서 죽이다니, 지나칠 정도로 복잡해진다.


카인 : 괜한 짓은 하지 않아도 되니까, 너는 아서를 데리고...

오웬 : 괜한 짓? 내가 힘을 빌려주겠다고 하는데, 괜한 짓이라고?

카인 : 마음은 고맙지만, 지금은 딱히 네 힘이 도움이 되지 않거든.


-오웬이 마도구를 꺼내 든다. 나는 천장을 응시하면서, 한 번 더 그를 설득해 보려 한다.


카인 : 지금은 필요 없다고 했잖아?

오웬 : 너를 돌로 만들 거야. 누군가의 명령으로 내가 움직일 것 같아?

여성 : 바, 방금,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가방이...

여성 : 설마, 마법?


-창백하게 질린 여성에게 오웬이 미소를 지으며 위협한다.


오웬 : 맞아, 말했잖아. 너를 먹는다고.

아서 : 그만둬 주겠어?, 오웬.

여성 : ...읏, 무섭지 않아! 마법사 따위.
여기는 마법 과학 병단 사람들이 잔뜩 있어! 모두, 와줘...!

카인 : 침착해! 오웬, 가방을 닫아! 절대로 뚜껑을 열지 마!

오웬 : ...나한테 명령하지 마!

아서 : 명령 같은 건 하지 않아. 북쪽의 오웬을 따르게 하다니, 나도 카인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


-아서는 오웬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내게 시선을 돌린다.


아서 : 카인에게도야. 나는 바랄 뿐이지, 너를 따르게 하지는 않아. 마음을 따르게 하는 건 할 수 없으니까.


-그 말은 애절하고도, 듣기 좋았다.
마음. 생각思い이 모든 것을 바꿔버린다.
하지만, 쉽사리, 변해버린다. 이 마음思い으로 뭘 할 수 있지.


질 : 무슨 일일까요.


-나와 오웬은 동시에 자세를 잡았다. 생각도 못 했지만, 두 사람이 아서를 감싸는 형태가 된다.
상대의 모습은 내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와 주위의 태도로 알았다.
이 사람이 버넷 장군이다.
기분 좋게 취해 누워있던 장교클럽의 분위기가 조금 전과는 전혀 달라져 있었다.
나쁜 의미가 아니다. 공포에 온몸이 긴장된 게 아니다.
그의 앞에서, 전사라는 것을,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가 상기하고 있다.
그의 존재가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서쪽의 나라 군인들은 긍지를 부여받아 사기가 북돋우는 것이다.
버넷 장군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나는 압도당해 있었다.
일상에서 이 정도의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인물이, 전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통솔력을 발휘하는 걸까.
옆 나라의 군인으로서, 두려워진다.


카인 : ...소란스럽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중앙의 나라 전 기사, 카인이라고 합니다.


-우호적으로 웃으며, 나는 손을 건넸다. 악수에 응해줄까.
걱정한 건 단 몇 초의 일이었다. 바로 커다란 손바닥이 느껴진다.
그 순간, 눈앞에, 유능해 보이는 장신의 청년이 모습을 보였다.
사교적이고 믿음직스러운, 이상의 상관다운 느낌을 주는 남자다.


질 : 질 버넷이다. 그들은 네 친구인가?


-나는 긴장감을 느끼며, 두 사람을 소개했다.


카인 : 부하입니다. 아티와, 웬.

오웬 : 너, 마법사지.


-오웬이 버넷 장군에게 말한다. 나는 순간 움찔했지만, 이유를 알겠어서 그에게 설명한다.


카인 : 무례하잖아, 웬. 입조심해. 각하는 마법 과학 병단을 이끄는 분이야.
마나석을 소비한 기척이 마법사처럼 느껴지는 거겠지.

오웬 : 마나석을...? ...얼마나 사용했으면, 이렇게 기척이 달라붙는 건데.


-혐오와 적의를 머금고, 오웬이 옅은 미소를 보인다.
버넷 장군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서를 바라보고는 착석을 권한다.


질 : 자. 앉아주게.

아서 : 감사합니다.


-아서가 착석할 때까지, 버넷 장군은 착석하지 않았다.
인사하고 떠나는 여성 대신에, 내 옆에 걸터앉는다.
여유 있는 그의 행동은 신사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위압감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여기저기에서 배려심이 느껴진다.


질 : 중앙의 나라 전 기사라고 말했나.

카인 : 예.


-장군은 친근하게 미소를 지었다.


질 : 나는 서쪽의 나라 군대를 대륙 제일의 용자라고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지만, 중앙의 기사 앞에서는 위축되는군.
중앙의 나라 기사들은, 어떤 노기사든, 젊은 견습 기사든, 두려움을 모르고 용감하지.
그들은 진정한 명예를 이해하고 있어. 눈앞의 승리에 현혹되지 않는, 역사에 이름을 새길 영웅들뿐이야.
너도 그들 중 하나겠지. 만나게 되어 대단히 기쁘군.

카인 : 가... 감사합니다. 과분한 말씀입니다.


-아첨이겠지, 생각하면서도, 내 가슴은 감격으로 가득했다.
내가 동경한 중앙의 기사들을, 그들의 훌륭함을, 장군은 알고 있다. 아서도 눈동자를 반짝인다.


질 : 그건?


-장군은 시선으로 내 옆에 있는 책을 가리켰다. 통속소설을 좋아한다는 얘기는 진짜인 것 같다.
이걸로 드디어, 본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나는 힘차게, 책을 쥐었다.


카인 : 제가 좋아하는 통속소설입니다. 각하께서도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낭독해 보이겠습니다.


-장군께 미소를 향하며, 나는 뒤돌아 오웬에게 살며시 고했다.


카인 : 웬, 아티의 귀를 막아줘.

오웬 : 뭐? 왜?

카인 : 어린아이는 들어서는 안 될 전개가 될 가능성이 있어.

아서 : 아까부터, 어린애 어린애라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이제 어린아이가...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카인 님.

오웬 : 내가 들려줄게. 아티가 악몽을 꾸고 잠들지 못할 만한 이야기를 들려줄게.

아서 : 아무리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다 해도, 잠에 못 들거나 하지 않습니다. 어린아이가 아니니까.

카인 :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야. 무서운 이야기는 아닌 것 같지만...


-방금 전, 소설의 도입부를 읽었을 때, 야한 장면이 있는 것 같았다. 힐끗 장군의 표정을 들여다본다.
조금 전 우호적이었던 태도가 거짓말인 것처럼, 그는 살기는 내세우고 있었다.


카인 : 무... 무슨 일입니까, 각하...


-장군은 내 눈을 바라본 채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질 : 이 책은 좋게 말하면 번안물... 나쁘게 말하면, 상스러운 개악改惡작품이다.

카인 : 아... 그...

질 : 원래라면 영지 계승 다툼에 휘말린 여주인과 여하인의 우정을 그린 성장물이자 모험 활극.
임에도 불구하고.

카인 : 예.

질 : 주인공인 그녀들이, 여행 상인을 사랑하게 되며 총애를 다툰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변해있지.
이 책을 자네는 좋아한다고 하는 건가?

카인 : ㅇ, 예.

질 : 딱 잘라 말하자면, 무척이나 슬프네. 이 이상 할 말은 없을 것 같군.

카인 : 자, 잠깐만! 미안. 사실을 말할게. 나는...

질 : 현자의 마법사, 카인 나이트레이잖아.
저쪽도 마찬가지로 현자의 마법사, 북쪽의 마법사 오웬.
그리고, 이분은... 이름을 입에 담는 건 그만두지.


-장군은 아서를 바라보고 말했다. 아서는 한숨을 내뱉은 뒤, 똑똑히 말한다.


아서 : 내가 말하지. 중앙의 나라 왕자, 아서 그랑벨이다.
신분을 속여 실례했어. 버넷 장군.


-정정당당히 이름을 밝히는 그에게, 장군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는 처음으로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중하게 주위를 둘러보고 어깨를 움츠린다.


질 : ...대단히 황송합니다만, 우선은, 듣지 못한 걸로.
당신의 정체를 알면, 저는 무릎을 꿇어야만 합니다. 그러면, 꽤, 눈에 띄겠죠.

아서 : 미안. 신경 쓰이게 했어.


-재빨리 사과하는 아서에게 장군은 미소 지었다. 몸을 내밀고 목소리를 낮춘다.


질 : ...놀라지 말고 들어주십시오. 우리나라의 중요 인물이 갑작스러운 병으로 쓰러졌습니다.
날이 갈수록 상태가 악화해, 이대로면 오늘 밤을 넘기는 것조차 다투고 있을 정도의 안 좋은 상황입니다.
같은 시기에, 이리 특별하신 분께서 잠입했다는 게 알려지면, 괜한 의심을 피할 수 없습니다.
신속히, 돌아가 주시길 바랍니다.

아서 : 서쪽의 나라 중요 인물...

질 : 이 이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해해 주시면 아니 되겠습니까?

아서 : 알겠어... 고마워. 하지만, 한 가지 괜찮을까?

질 : 하시죠.

아서 : 어째서, 충고해 준 거지?

질 : 별것 아닌 일로 이야기가 꼬여, 제게 귀찮은 일이 쏟아지는 건, 사양하고 싶으니까요.


-장군은 주눅 들지 않고 웃었다. 거만한 태도이기는 했지만, 아서를 바라보는 시선이 상냥했다.


질 : 당신은 젊고 희망이 가슴에 있습니다. 부서진 세계를 살아가면서, 세상은 아름답게 재생할 거라고 믿고 있으시죠.
당신의 이름을 큰 소리로 외쳐, 양국을 험악한 상황으로 끌고 가기보다는, 당신에게 은혜를 달아두고 싶습니다.

아서 : 감사하지, 버넷 장군.

질 : 질이라 불러주십시오. 그리고, 이건 조언이라고 할 정도의 일은 아니지만...
급한 예정이 없으시다면, 잠시, 풍요의 거리에 머무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카인 : 왜지?

질 : 멀지 않은 날에, 대관식이 개최될 거야. 현자의 마법사들도 초대하겠지.


-그 말로 확실하게, 상태가 악화하고 있는 서쪽의 나라 중요 인물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서쪽의 나라 국왕이다.
우리는 위험한大変な 순간에 서쪽의 나라를 방문해 버린 거다.


질 :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돌아가시는 길에는 사람을 붙여드리죠.


-장군은 묵례하고, 우리들 앞을 떠났다.
나는 재빨리 일어나 그의 뒤를 쫓았다.
그는 공정하게 대해주었다. 거짓말을 했다는 죄악감에, 나는 아무 말 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었다.

(달려가는 소리)

카인 : 기다려.

질 : 뭐지?

카인 : ...거짓말을 해서 미안해. 아니, 죄송했습니다.


-장군은 눈썹을 움직이며 웃었다. 모욕의 의미가 아니라는 건,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질 : 이 어찌 중앙의 기사다운 행동인지. 오히려 기분이 좋군. 어째서 내 마음에 들고 싶었지?

카인 : 예?

질 : 내 마음에 들기 위해 읽지도 않은 책을 읽었다고 하는 녀석들은 싫증 날 정도로 만나봤어.

카인 : 그건... 미안한 짓을 했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어.

질 : 그런 것 같지. 보면 볼수록, 중앙의 자들은 권모술수에 맞지 않아. 니콜라스도 그랬어.


-니콜라스 이름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카인 : 니콜라스를 기억하는 거야?

질 : 당연하지. 중앙의 나라 기사단장이었던 영웅이잖아.
그렇게 훌륭한 사람을 객장客將으로서, 부하로 맞이해야만 했던 내 마음이 얼마나 고생했을지도 이해해 주게.


-장군은 불평을 말한 뒤, 내게 미소를 지었다.


질 : 네 이야기는 그에게서 들었어. 백 년에 한 명 나올 인재라고.
네 이야기를 하는 니콜라스는, 굉장히 자랑스러워 보였지.
중앙의 나라와 중앙의 나라 기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느껴졌어. 그의 일은 안타깝게 됐어.


-장군의 손바닥이, 내 어깨에 닿는다.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충동에, 숨이 떨렸다.
악이 되어 끝을 맞이한, 과거에 동경한 사람.
그를 기리는 말에 가슴이 떨려온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계속 괴로웠다.
동경해온 공정한 기사를 몰아붙여, 악인으로 만든 게 나라면 정말 나쁜 건 내가 아닐까?
자신을 탓하는 소리 없는 목소리를 부정하듯, 장군이 고개를 젓는다.


질 : 내가 불만족스러운 건, 니콜라스 정도씩이나 되는 무인을 내쫓은 뒤, 네가 기사단을 통솔하지 않았다는 점이야.
너는 이런 곳에서, 첩보활동이나 따라 할 인물이 아니야. 사람에게는 적재적소가 있지.
서쪽의 나라도 마법사에게 차별적이지만, 경의를 표해 하트 박사를 왕궁으로 초대할 정도의 아량懐の広さ은 있어.
중앙 나라의 인재 사용은 폐쇄적이야. 마법사와 국가를 부흥시킨 영웅 왕 알렉의 너그러움은 지금의 중앙 나라에 없어.
성실한 기사들을, 불성실한 자처럼 매도하는 건, 중앙의 나라 제도와 관습이지.
네가 그런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어. 검술 실력을 갈고닦아, 저분의 힘이 되게.


-이국 장군의 힘 있는 말은, 나에게 있어 구원이자 지표였다.
어쩌면 달콤한 말로, 회유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카인 : 감사합니다, 각하.

질 : 저분의 힘이 되어, 악습은 바꾸도록.
뭐, 혁명에 실패하면 망명하면 될 뿐이야. 너 정도의 기사라면 힘차게 환영해 주지.

카인 : 나라를 버리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저는 중앙의 기사니까요.


-장군은 밝게 웃었다.


질 : 그렇게 말할 줄 알았네.

카인 : 버넷 장군 각하. 서쪽의 나라에서 살았을 때의 니콜라스에게, 뭔가 이상한 모습 같은 건 없었습니까?

질 : 어째서, 그런 걸 묻지?

카인 : 바다에 침몰한 애덤스 섬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바다에 관심이 있을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못다 한 일이 있다면, 그 마음을 잇고 싶어서...

질 : 과연. 중앙의 기사다운 우정이야.
중앙의 기사들은 이야기 속 등장인물 같아서 좋아해. 보자, 니콜라스의 당시 모습이라면...
그는 예의 바르고, 특히 내게는 선을 긋고 행동했지. 마음을 허락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되네.

카인 : 그렇습니까...

질 : 그저, 한 가지 기억하고 있네. 내가 독서가라는 걸 알았는지, 그가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어.
서쪽의 오랜 이야기나 전승 중에, 걸어 다니는 지옥에 대한 기술이 있는가, 라고.

카인 : 걸어 다니는 지옥...?

질 : 그래. 나는 들어본 적이 없었지. 중앙의 나라는?

카인 : 저도 처음 듣습니다.

질 : 그런가. 미안하지만, 그 정도였어.



[마법 과학 병단 본부 외관/ 밤]

아서 : 걸어 다니는 지옥... 나도 들어본 적이 없는걸. 오웬은?

오웬 : 글쎄.

아서 : 오웬의 가방 속은, 지옥으로 이어져 있어?

오웬 : 맞아. 들여다보고 싶어? 왕자님.

카인 : 그만둬, 오웬.

오웬 : 흥. 기사님은 악당이 되다 말았네.
뭐, 시간 문제겠지만. 그때를 기대하고 있을게.

카인 : ...읏, 없어졌어... 나참, 저 녀석은 정말...

아서 : 오웬은 카인을 걱정했어.

카인 : 설마.

아서 : 그래서 나를 부른 거라고 생각해. ...내 착각일까?

카인 : 착각이야. 저 녀석은 생각만큼, 나쁜 녀석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제대로 나쁜 녀석이야. 속지 않도록 조심해.

아서 : 그럴까...?

카인 : ...걸어다니는 지옥...
하아... 하룻밤 걸려 얻은 단서는 이것뿐인가.

아서 : 서쪽의 나라 장군과도 만났어. 카인이 잠입해 준 덕분이야.
고마워,  카인.

카인 : 아서...
아뇨, 저야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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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태양과 달에게 사랑받은 아이

[서쪽의 나라 왕궁 내부]

릴리아나 : ...

노인 : ...읏, 부디... 부디, 부탁드립니다...
결코, 당신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약속하겠습니다...!

릴리아나 : 사람의 자식이, 약속을 지킨 적 없어.

노인 : 히익...! 사, 살려줘...! 누구! 누구 없...!

릴리아나 : 쓸데없는 저항은 그만둬. 내게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당신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지.

노인 : 아..., 몸이.... 환자처럼 말라가...
...아... 팔이 나뭇가지처럼...

릴리아나 : 당신은 임무를 완수했어.
편히 잠들도록.

노인 : ...

릴리아나 : ...하아...
이걸로 잘 됐어.
미안해, 알베르토アルベルト.
모처럼, 그분과 만나는 건데, 노인 모습으로는 싫어.



[서쪽의 나라 왕립 식물원 내부/ 밤]

클로에 : ...자라...
숨겨서 키운 마녀라니, 나처럼...?

켈빈 : ...당신도 가족들이 숨겼어?

클로에 : 응... 내가 마법사라는 걸 알고 나서, 가족 모두가 미움받는다면서...

켈빈 : 흥. 미워하라 그래. 신기한 힘을 싫어하는 녀석들 따위, 어차피 재미없는 녀석들이야.
그리고, 마법사는 미움받는 게 아니야. 의심받는 거야.

클로에 : 의심받아...?

켈빈 : 그래. 뭔가 잃어버렸을 때나, 뭔가 부서졌을 때. 행복한 누군가가 불행해졌을 때 말이지.
우리들의 신기한 힘 때문인 거 아니냐고 의심받는 거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건 어려우니까.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의심하는 건 간단해. 호의라든가 우정이라든가 선의라든가.

클로에 : ...하지만...
라스티카는 믿어줬어.
옛날에 말이지, 내가 재봉 일을 하고 있을 때, 순간 자수 아이디어가 떠올랐거든.
이거랑 이거를 엮어서 꿰매면 어떨까, 했어. 생각대로, 근사한 표현을 할 수 있었어.

켈빈 : 엄청난데! 당신, 멋스러우니까.

클로에 : 에헤헤! 고마워... 켈빈도, 상냥한 사람이네.
...하지만, 여자 형제들은, 내가 그런 자수를 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누군가의 자수를 보고 훔친 거라고.

켈빈 : 너무한데. 화나잖아!

클로에 : 나는 익숙했으니까... 하지만, 라스티카는 믿어줬어.
대단한걸, 클로에라고 말해줬어. 증거 같은 거 아무것도 없는데 아무런 의심도 없이.
나는 드디어 처음으로 그 자수를 한 나 자신을 그렇네, 대단하지, 라고 생각했어.
기쁘고 자랑스러웠어. 라스티카가 믿어줬으니까...

켈빈 : 라스티카 님은 그러셔.
그는 아무런 의심도 없고, 이 세상은 배려와 상냥함만으로 만들어져 있을 거로 생각하고 계셔.
행복한 것이나, 다정한 것들만, 라스티카님은 알고 계시니까.

클로에 : ...행복밖에 모른다니,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쩐지 이해돼...
라스티카는 어떤 것이든 나쁘게 말하지 않아. 좋은 점을 찾는 걸 무척이나 잘하거든.
속거나, 심한 꼴을 당하더라도, 나쁜 말을 하지 않아.
어째서 그렇게 있을 수 있는 건지 계속 신기했어.
하지만... 행복한 거나, 상냥한 것만 알고 살아간다는 게 가능해...?

켈빈 : 가능했어. 어느 시대의 어느 가문에서만큼은.

클로에 : 어느 시대의 어느 가문...

켈빈 : 사파이어 성이, 풍요의 거리에 있을 무렵 페르치 가문 말이야.
라스티카 님은 페르치 가문이 가장 번영했을 때 태어나셨어.

클로에 : 페르치 가문이라니?

켈빈 : 서쪽의 나라에서 그 누구보다 찬란한 영화를 자랑하던 대귀족이야.
서쪽의 나라 왕가王家보다 힘을 갖고 있어서, 대륙의 어떤 귀족이나 상인들도 페르치 가문과 거래하고 싶어 했지.
전 세계의 부를 모아, 사파이어 성을 세우고, 밤이면 밤마다 만찬회를 열었어.
전쟁이라든가, 세금이라든가, 정책이라든가, 나라의 중요한 이야기도, 왕궁이 아닌 사파이어 성에서 회식 중에 정해졌어.

클로에 : 임금님보다 대단했다는 거야?

켈빈 : 장사에 성공해서, 힘을 가졌거든. 대륙을 오가는 운송사업에 투자해서 대성공을 거둔 거야.
서쪽에서 중앙을 지나 동쪽까지 횡단하는 커다란 주요 도로要路를 정비한 게 원래는 페르치 가문이었어.

클로에 : 대단한걸!

켈빈 : 북쪽에서 재앙이 내려왔을 때도, 페르치 가문의 가호가 있으면 지켜진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어.
페르치 가문은 왕가에게도 민중에게도 귀족들에게도 학자들께도 예술가에게도 사랑받았어.
그래서, 페르치 가문에서 태어난 아이가 마법사여도, 모두 축복의 말만 향했던 거야.

클로에 : 그게 라스티카...?

켈빈 : 응.
그 무렵, 풍요의 거리에서는, 사파이어 성에서 태어난 아기를, 모두 이렇게 불렀어.
태양과 달에게 사랑받은 아이.

클로에 : (...아아, 대단하다...)
(라스티카는, 나랑 정말 달라...)

켈빈 : 라스티카 님 본인과 만날 때까지 사파이어 성의 귀공자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
뭐가 태양과 달에 사랑받은 아이야. 안하무인으로 자란 욕심쟁이에 참을성 없는 응석꾸러기겠지.
하지만, 내가 만난 라스티카 님은, 전혀 달랐어.
상냥하고, 친절하고, 거드름 피우지도 않고...
이쪽이 걱정할 정도로 모든 것을 남에게 주고 있었어.

클로에 : ...알아 ... 내가 아는 라스티카야...

켈빈 : 하하... 오랜만에 만나도, 변함없었어. ...그의 맑은 눈동자...
그 눈동자 앞에서 나는 몇 번이고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어.
화도 잘 내고, 남을 잘 의심하고, 치사하고, 비관적인 나 자신을...

클로에 : 켈빈...

켈빈 : ...나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어. 하지만, 허접한 연주로, 비웃음 사는 게 부끄러워서...
음악가를 볼 때마다, 짓궂은 말을 하고 놀렸어.
정말 최악인 녀석이었어. 사실은 가까이에서 음악을 듣거나, 악기를 만져보고 싶었을 뿐인데.
나그네 차림으로, 피리를 불고 있는 라스티카 님을 발견하고는 웃었어. 뭐야 그게! 반주 이상해! 노래 이상해!
그는 웃으면서, 그렇지 않아, 근사한 노래야, 라고 말했어. 너도 불어보지 않겠냐면서.
나는 신기하게도, 처음으로 순순히 피리를 불어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었어.
그때부터 라스티카 님이 정말 좋았어.

클로에 : ...

켈빈 : 라스티카 님도 나를 좋아하셨어.
설탕으로 만들어진 과자가 달콤하듯, 사랑받는 게 당연한 그는, 쉽게 사람을 사랑했어.
그에게는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이 있었고, 친절함에 망설이지 않았어.
물건도, 시간도, 애정도, 그는 아끼지 않고 누구에게나 주었어.

클로에 : (...나도 그래... 받기만 하고...)
(나에게 있어 라스티카는 특별한 사람이지만...)
(라스티카에게 있어, 나는...)

켈빈 : 너, 괜찮아?

클로에 : 아...

켈빈 : 안색이 안 좋아. 달빛 때문이라면 괜찮지만...

클로에 : 괜찮아... 아... 라스티카를 찾아야 해!
방금까지 라스티카, 여기에 같이 있었어.

켈빈 : 알고 있어. 기척이 느껴졌으니까... 지금은 어디 있어?

클로에 : 그게... 본 적 없는 마법사가 나타나, 데려가 버렸어.

켈빈 : 뭐!?
자라가 납치한 건가!? 라스티카 님께는 지금까지 손을 댄 적이 없었을 텐데.

클로에 : 자라는 어째서 라스티카의 신부를 작은 새로 만든 거야?
그 마녀 때문에 라스티카가 심한 꼴을 당한 거라면...
서쪽의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그 마녀를 쓰러트리면 라스티카는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

켈빈 : 라스티카 님은...
누군가가, 쓰러지는 걸로, 행복해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

클로에 : ...

켈빈 : 그저, 슬퍼하실 뿐이야.
그러니, 잊을 수밖에 없었던 거야.



[어딘가의 방/ 밤]

라스티카 : ...

-근사한 향이 나는 방에 있었다.
깔끔하게 달콤한 꽃향과 방금 구운 과자의 향이 섞인 듯한 고급스러운 향이다.
그 향에 둘러싸이고 있자니, 어딘가 그리운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외로움과 환희가 부드러운 달콤한 바람에 섞여온다.
그 방은 창문도 훌륭했다. 창문에서는 새벽이 찾아오기 전 하늘과, 훌륭한 석조로 된 궁전이 보였다.
잠이 오기 시작해서, 잘까 했다.
나는 옷을 벗었다. 벗은 옷을 어지럽히고, 입가를 늘리면서 하품한다.
그 순간,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내가 벗어서 어지럽힌 옷을 보고 누군가가 있다면 이렇게 말했을 텐데.


??? : 이러면 안 돼, 라스티카.
구겨지잖아.

라스티카 : 미안.


-나는 누군가에게 사과하고 옷을 개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다.
브러시를 발견해 머리를 빗었다. 이전에, 누군가가 머리를 빗겨주며 누군가의 말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때도 같은 향이 났다. 깔끔하게 달콤한 꽃향과, 과자의 향.
바람에 흔들리는 꽃바구니. 작은 보라색 꽃. 반짝이는 보석들. 얇은 자기 컵...


??? : 라스티카. 나의 천사. 당신과 만난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겠죠.
티끌 한 점 없는 눈동자. 드넓은 마음. 당신은 이 세상의 구조를 알고 있어요.
앞으로, 어쩌면, 마음에 없는, 듣고 싶지 않은 말을, 귀에 담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나쁜 말을 입에 한 자들을 책망하지는 마세요. 화가 날 필요조차 없어요.
마음이 가난한 자들은, 행운에 축복받지 못한 가련한 자들.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면 성실하고 선량한 사람들이에요.
결코, 싫어하거나 적대하지 말고, 당신이 손을 내밀어 주세요.
소중한 건 배려와 상냥함이에요. 우리같이 사회적 지위가 높은 자들은, 올바른 도덕심을 배울 책임이 있어요.
다정한 라스티카. 많은 사랑을 모두에게 쥐여주세요.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밤하늘의 어두운 드레스 소매에, 감색과 보라색 베일이 휘날린다.
새들이 싱그럽게 울기 시작한다. 내 눈꺼풀은 금방이라도 감길 것 같았다.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 누우면, 나는 행복해졌다.
언제든지 자도 된다는 건, 자유와 해방과 안도를 느끼게 한다.
나는 허밍하기 시작했다. 내가 흥얼대는 노래로 나는 잠에 들었다.



[회상/ 서쪽의 나라 왕궁 정원/ 낮]

-아리아 마스탄드레아アリアマスタンドレア/Aria Mastandrea는 서쪽의 나라 여왕으로 내 약혼자였다.
처음으로 만난 순간부터 그녀가 좋았다.
그녀는 여동생 같았다. 우리들은 자주 닮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행복했다. 아리아는 내가 연주하는 쳄발로가 좋았고, 나는 아리아의 이야기가 좋았다.
아리아는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많이 가르쳐 주었다.
반질반질한 구운 과자. 봉납封蝋, 꽃잎을 쪼는 푸른 새, 녹색 구두, 금색 선을 두른 단추, 왕궁의 정원.
국왕 폐하, 왕비 전하, 나. 마음에 드는 시중 프란체스카. 비 오는 날 창가에 나타나는 도마뱀.
하지만, 그녀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아리아에는 더욱 더, 좋아하는 것이 있었다.
왕궁 정원을 산책하고 있을 때, 아리아는 다짐한 표정으로 털어놓았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진지한 시선으로 주위를 살폈다.
죄인처럼.


라스티카 : 왜, 울고 계시나요?


-아리아가 말했다.
무서워서.
저는 부모님의 말씀을 어긴 적이 없어요.
하지만, 지금, 처음으로 어기겠어요.
제가 털어놓는 비밀을, 부디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세요.
그런 말을 듣고 나는 긴장했다. 비밀이라는 것을 가져본 적이 내게는 없었으니까.
사람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나무 그늘에서 아리아는 내게 비밀이야기를 했다.
제게는 쌍둥이 언니가 있어요.
이름은 자라.
서쪽의 왕가에서 쌍둥이는 불길한 것이라고들 해요.
그 때문에, 마법사로서 태어난 언니는, 숨어서 살아왔죠.
저 탑에 살고 있어요. 이전에, 저 탑을 올려다봐달라고 부탁드린 적이 있죠.


라스티카 : 기억하고 있어요. 저 탑에 앉은 새를 올려다봐달라고.
하지만, 새는 보이지 않았어요.


-용서해 주세요. 거짓말을 했어요.
사랑하는 언니 자라에게 제 신랑이 될 라스티카 님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라스티카 : 그러셨군요. 저 탑에 당신의 누님이...


-부탁이 있어요, 라스티카 님. 앞으로 평생 부탁드리지 않을 테니, 부디.
제 옷을 입은 자라와, 저와 함께 있는 것처럼, 왕궁 정원을 산책해 주셨으면 해요.
될 수만 있다면, 밖으로 데리고 나와주세요. 자라는 왕궁을 나간 적이 없어요.


라스티카 : 즉..
당신의 누님을 데리고, 어딘가로 외출하면 되는 거네요?
기꺼이 받아들이죠.



[어딘가의 방/ 밤]

릴리아나 : ...

라스티카 : ...

릴리아나 : ...주무시고 계셔...

라스티카 : ...응...

릴리아나 : ...

라스티카 : ...아직 졸려...
클로에...

릴리아나 : ...



[왕립식물원/ 밤]

클로에 : ...그럼, 라스티카는, 이대로 계속 잊어버리는 거야?
...나에 대해서도, 현자님과 다른 사람들도, 언젠가...

켈빈 : 그렇네. 나도 잊어버린 것 같고.

클로에 : 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켈빈 : 너는 말할 수 있어? 저 라스티카 님께?
라스티카 님이 찾고 계시는 신부는, 이미 죽었다고. 당신이 죽였어요,라고.

클로에 : ...읏 ...마...
말하고 싶지 않아...

켈빈 : 그렇잖아. 그런 말을 하면, 지금의 라스티카 님은 없어져 버려.
태양과 달에게 사랑받은, 행복한 귀공자는 사라져 버려.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슬픔에 계속해 괴로워하는 라스티카 님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클로에 : ...

켈빈 : ...이제 갈게. 언제, 어디서, 마녀가 이야기를 듣고 있을지 몰라.
여기에는 한동안 오지 않아. 너도 그러는 편이 좋아.

클로에 : 잠깐만, 켈빈...!

켈빈 : 라스티카 님을 부탁할게.

(사라지는 소리)

클로에 : 아...
...사라졌다...
...사실을 얘기하면, 지금의 라스티카는 사라진다...
...그럼... 진정한 라스티카는 뭐야...?
이대로, 있지도 않은 신부를 계속해 찾는 게, 라스티카의 행복이야...?
하지만... 그런 심한 일을... 라스티카에게 떠올리게 하고 싶지 않아...
...
라스티카를 찾아야 돼......읏, 끙끙 고민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우선은, 라스티카를 찾고서...
...읏, 내가 라 스티커를 도와야 해. 라스티카는 내 은인이니까!
...읏, 현자님께 알리자! 현자님과 다른 사람들은 코르테스로 돌아갔다가, 서쪽의 왕궁으로 향한다고 했으니까...
서쪽의 왕궁에 마녀가 있다면, 라스티카를 찾기 위해서라도, 내가 먼저, 서쪽의 왕궁에 향하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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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새벽이 찾아온다

[서쪽의 나라 왕궁 정원/ 밤]

시노 : 여기는...

브래들리 : ...


-서쪽의 나라다, 라고 정령들의 기척으로 알았다.
우리를 둘러싼 해골 괴물이, 공격해 올 것 같은 기척은 없었다.
무르와 같은 얼굴을 한 녀석을 향해, 피가로는 경계를 풀지 않았다.
미스라는 다른 사람이 만든 구멍으로, 공간을 이동한 게 불만스러운 것 같았다.
네로는 또다시, 의식을 잃었다. 언제 위험한 상황이 될지 모른다. 곧장 치료받게 하고 싶었다.
긴장하고 있는 시노가, 히스클리프를 지탱하면서, 저주상과 네로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해골 괴물에게 이 녀석이 가장 살기를 내세우고 있었다.


브래들리 : 물러나 있어, 동쪽의 꼬맹이. 미스라.


-미스라가 시선만으로 나를 본다.


브래들리 : 허튼수작 못 하게 해라.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정신이 흐트러지기 쉬운 미스라가, 눈앞에 있는 녀석들에게 의식을 집중한다.
무르와 같은 얼굴을 한 녀석이 웃는다.


영혼 조각의 무르 : 환영합니다. 이 저택을 마음대로 사용해 주시죠.
곧장 의료품을 가져다드리겠습니다. 부상자가 많은 것 같으니까요.

시노 : 네가 할 말이야...!? 너를 따르던 이 녀석들 때문이잖아!?

히스클리프 : 시노...!


-동료를 엉망진창으로 만든 상황에, 시노는 눈꺼풀을 붉게 물들이며 격노했다.
저주상이 수호하는 기척이 들지만, 이 상황에서 용케도 싸웠다. 시노의 담력에 감탄한다.


피가로 : 서둘러 가져 와 줘. 치료행위에 익숙한 자들도 몇 명.


-피가로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엄청난 분노가 전해졌다.


영혼 조각의 무르 : 알겠습니다. 도와드리고 싶지만, 가야만 할 곳이 있어서요.

피가로 : 어디?

영혼 조각의 무르 : 현자님을 맞이하러.


-피가로는 눈썹을 찌푸렸다. 나도 불쾌해졌다. 이 무르를 현자한테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다.


브래들리 : (미스라를 데려가게 할까? 하지만, 이쪽 전력이 약해지겠지.)
(이 무르라면 아마도, 얘기로만 듣던, 영혼 조각이 실체화한 무르다. 영혼 조각이라면 저 고양이한테 있겠지.)
(저 고양이를 장총으로 쏴버릴까? 그 순간, 해골들이 어떻게 반응하지?)


-재빨리 사고를 회전하는 동안에, 피가로가 의식 없는 파우스트를 레녹스에게 맡겼다.


피가로 : 미안하네. 너도 다쳤는데.

레녹스 : 아뇨...


-그다음, 마도구인 오브를 꺼내 들었다.


브래들리 : (이 녀석도 성질 급하네.)


-쌍둥이랑 하는 짓이 똑닮아, 순간 나는 질렸다. 상식적인 사람인 척하지만, 손이 빠르다.
네로를 안은 채로, 피가로에게 말한다.


브래들리 : 남쪽의 의사. 너는 다친 사람을 봐줘라. 한다면 내가 해.

미스라 : 제가 처리할게요. 이 녀석들 전원.


-무르는 겁먹지도 않았다.


영혼 조각의 무르 : 무슨 일 있으십니까?

피가로 : 서둘러 다친 사람을 구하고 싶어.
치료 중에 공격당하면 곤란해. 그쪽을 먼저 정리할게.

영혼 조각의 무르 : 당신들을 공격할 생각이라면, 여기에 데려오지도 않았습니다.

브래들리 : 현자한테는 무슨 용건이냐?

영혼 조각의 무르 : 현자의 마법사분들 전원을, 이곳에 모으는 게 제 역할입니다. 아, 그렇지.
한밤중에 할 짓은 아니었나 보네요. 그 때문에 수상하게 생각하신다?
낮에는 올바른 짓이어도, 밤에는 위험한 행동으로 바뀐다. 이거야말로, 세상의 신비함...

미스라 : 《アルシム》


-미스라의 마도구인 해골이 뿜어낸, 강한 눈보라를 동반한 푸른 빛에, 무르의 모습은 사라졌다.
나도 피가로도 말을 잃었다. 무르의 발밑에 있던 고양이가 뛰어올라, 멀리까지 도망쳐 간다.
멀리 떠난 고양이 위에, 다시 한번 무르의 모습이 떠올랐다.


무르 : 이런. 북쪽의 마법사는 성질이 급하군.
있지, 너. 다시 한번, 저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줄 수 있을까? 무섭지 않아. 부탁이니까...


-멀리서 중얼중얼, 무언가 말하고 있는 무르를 무시하고, 미스라는 나를 향해 뒤돌아봤다.


미스라 : 제가 현자님을 데리러 갈게요.

브래들리 : 그거 나쁘지 않네. 장소는 아냐?

미스라 : 기척을 찾아보면, 어렴풋이요. 뭐, 가보죠. 서쪽의 나라에 있는 것 같기는 해서.


-그렇게 말하면서, 미스라는 내 팔 안에 있는 네로를 힐끗 봤다.
나는 반사적으로 미스라를 경계했다.


미스라 : 그 사람, 죽는 건가요?


-질문의 의미를 모르는 채로, 나는 무의식적으로 긴장하고 있었다. 돌을 내놓으라는 말이라도 할 셈인가.


브래들리 : 죽지 않아. 끈질기니까.

미스라 : 그런가요. 잘됐네요. 시노가 구해달라고 했어요.


-인간미 있는 말에, 나는 귀를 의심했다. 북쪽의 미스라가 할 발상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미스라는 네로를 바라본 채로, 미소를 보이며 멀어졌다.


미스라 : 그럼, 갔다 오겠습니다.

브래드리 : 어, 부탁한다.

미스라 : 《アルシム》


-밤바람만을 남기고 미스라는 사라졌다.
고개를 들자, 피가로와 눈이 마주쳤다. 그도 미스라는 모습에 놀라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서로 눈을 돌린다.


피가로 : 가자. 레노, 이쪽으로. 히스클리프는 걸을 수 있어?

히스클리프 : ...읏, 괜찮아요.

시노 : 내가 지탱할게. 파우스트는?

레녹스 : 호흡이 옅어. 서둘러 침대에 눕히자.

시노 : 브래들리!

브래들리 : 지금 간다! 네로라면 괜찮아.


-칠흑 같던 어둠이었던 밤하늘의 기슭이, 푸른 빛을 띠기 시작했다.
새벽이 찾아온다. 오즈의 마력이 돌아올 시각이다.
현자나, 젊은 마법사들이, 여기 모여, 해골 괴물들에게 습격받는다 해도 괜찮겠지.
안도를 느끼는 나 자신을 깨닫고, 나는 오싹해진다.
오즈의 존재에 안도를 느끼다니, 말도 안 된다.
무슨 잠꼬대를 한 건지. 나 혼자서 해결할 각오를 해.
구할 수 있는 상대는 정해져 있어. 우선순위를 매기고, 남은 건 버린다.
전방을 노려보고, 나는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풍요의 거리/ 밤]

루틸 : 곧, 새벽이네요...

오즈 : 그렇군...

루틸 : 미틸과 리케는, 잠들어버렸어요. 분명, 피곤한 거겠죠.

오즈 : ...
어째서...

루틸 : 네?

오즈 : 어째서, 아이를 낳았지?

루틸 : ...
나... 낳지 않았어요...

오즈 : 아... 그랬지.

루틸 : 아하하... 어머니 얘기인가요?

오즈 : 그렇다.

루틸 : 그렇게 닮았나요? 미틸 정도의 나이였을 때는, 자주 듣긴 했지만.

오즈 : 닮지 않았다. 하지만,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는 사이 헷갈렸다.

루틸 : 재밌는 이야기네요. ...어머니와는 친하셨나요?

오즈 : 아니... 그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루틸 : ...

오즈 : 지금이 되어,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루틸 : 어떤 거를요?

오즈 : ... 아이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 있는가...

루틸 : 혹시, 오즈 님은 아서 님께 알리고 싶지 않은 게 있으신가요?

오즈 : ...

루틸 : 아... 죄송해요... 어쩐지, 그런 게 아닐까 해서.

오즈 : ...
말해두면 좋았을 텐데.

루틸 : 어머니와?

오즈 : 그래. 그것은 자주 말했다.

루틸 : 아하하. 알아요.

오즈 : ...사람이 말을 사용할 때마다, 사람의 마음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나는 그게 싫었다.

루틸 : ...

오즈 : 하지만,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그것의 이야기를 들으면 좋았다.

루틸 : ...왜 싫으셨나요?

오즈 : ...그렇군...
내게는 모르겠으니까다.
알고자 해도,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나에 대해서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에 대해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말로 하면 틀리다.
틀린 것을 계속해 전하면 피폐해져 간다.

루틸 : ...

오즈 : ...어째서, 울지?

루틸 : ...죄송해요... 저도, 분명, 마찬가지 일테니까요...

오즈 : 너는 자주 말하지.

루틸 : 아하하... 하지만, 실은 마찬가지예요.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지만, 제대로 말할 생각이지만...
하지만,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 전하지 못하거나 해서...
...상처받거나, 상처입히거나... ...다정하게 대하고 싶은데...

오즈 : 그런가...
상냥한 네게도 어려운 것이라면, 누구에게나 어려운 것이겠지.
그건 성질이 사나웠지만, 너는 다정하다.

루틸 : 오즈 님도 다정하신 분이에요...

오즈 : ...그건 틀렸다.

루틸 : 이야기도, 잘하세요. 오즈 님의 마음이 전해졌어요. 전해지고 있다고 여기고 싶어요...

오즈 : ... 리케가 말했다.
나도 같은 마음이다.

루틸 : 네...?

(새가 지저귀는 소리)

오즈 : ...하늘이 하얘지기 시작했다.

루틸 : 일출일까요?

오즈 : 아직 이르다.

루틸 : 해보시면, 될지도 몰라요. 부탁드려도 될까요?

오즈 : 알겠다.

루틸 : 여기 앉아주세요. 잠들어 버리면, 넘어져서 머리를 부딪히지 않도록요.

오즈 : 이렇겐가.

루틸 : 네! 부탁드려요!

오즈 : ...
《ヴォクス...》
쿨...

루틸 : 아앗! 아직, 조금 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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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누구도 잃고 싶지 않아

[밤하늘]

-나와 무르와 샤일록, 그레고리와 무르의 조각과 함께 한밤중의 하늘을 날고 있었다.
한번 코르테스 성에 돌아갔지만, 모두, 마음이 진정되지 않은 채로, 클로에와 라스티카에게 전언을 남기고 떠나기로 했다.
서쪽의 마법사들과의 여행임에도, 모두 말이 없었다.
낮의 피로가 몰려와, 나는 샤일록의 빗자루 위에서 졸 것만 같았다.


영혼 조각의 무르 : 떨어진다, 현자님.

아키라 : ...읏!


-샤일록이 놀라 나를 뒤돌아봤다. 눈썹을 내리고, 미소를 건넨다.


샤일록 : 눈치채지 못해 죄송해요. 사람인 현자님께는 조금 여유가 없는 여행이었네요.
빗자루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마법을 걸어는 두었지만, 어딘가에서 쉬어가시겠나요?

아키라 : 괜찮아요.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떨어지지 않도록 해주셨다면...

미스라 : 《アルシム》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밤하늘에 갑자기, 공간의 문이 나타나, 미스라의 모습이 보인다.


아키라 : 미스라.


-볼을 느슨하게 한 미스라는, 사크 쨩을 보고, 노골적으로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스라 : 아직도 그런 걸 달고 있는 건가요.


-사크 쨩은 신경 쓰지 않고, 코끝을 내 어깨에 파묻었다.
미스라는 내게 다가와, 먼지라도 털듯, 팔랑팔랑 손을 흔들었다. 그레고리가 날아오른다.


미스라 : 뭔가 다른 것도 잔뜩 있네.

그레고리 : 위, 위험해라...!

미스라 : 심지어, 이쪽은, 아까 죽이려다 만 녀석이잖아요.

영혼 조각의 무르 : 혹시, 나?

샤일록 : 무르를 죽이려 했다?

무르 : 누가? 미스라가? 오즈가? 샤일록이?

아키라 : 자, 잠깐만요, 미스라. 떨어트리지 마세요.


-그레고리와 영혼 조각의 무르를, 양팔로 끌어안아 막으면서, 미스라에게 물어보았다.


아키라 : 죽이려고 했다니, 영혼 조각의 무르를요? 무르랑 어딘가에서 만났나요?

미스라 : 영혼 조각? 아, 그러고 보니, 그런 얘기, 어디서 들었죠.
어쩐지 묘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고양이에 올라타 있었고.

아키라 : 고양이?

무르 : 좋겠다~! 나도 고양이에 올라타고 싶어!

영혼 조각의 무르 : 나 이외의 영혼 조각들도, 인생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서 무엇보다 다행이야.

샤일록 : 영혼 조각의 무르를 죽이셨나요? 죽인 무르는 조각으로 돌아갔나요? 아니면 소멸했나요?

무르 : 연구 열심히 하네, 샤일록!

영혼 조각의 무르 : 논문이라도 쓸 생각이야?

샤일록 : 무르, 닥치세요. 미스라, 무르는 어떻게 됐죠?

미스라 : 고양이 위에 올라타 있어요. 현자님을 맞이하러 간다고 해서, 제가 대신 왔어요.


-미스라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쩐지, 그를 불쾌하게 만든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아키라 : 왜, 영혼 조각의 무르랑 싸우게 된 건가요?

미스라 : 해골 같은 괴물 인형을 이용해서 싸우게 했으니까요.
파우스트랑 네로는 죽을 뻔하고, 히스클리프랑 레녹스도 당했어요.

아리카 : 네...!?


-나는 머리가 새하얘졌다. 쿵 하고 심장이 뛰어, 시야가 좁아진다.


아키라 : 어... 어째서...

미스라 : 그러니까, 해골 괴물 같은, 인형 같은 게 습격해 왔어요. 저는 이겼지만요, 물론.


-파우스트랑 네로가 죽을 뻔하고, 히스와 레노가 부상을...
그들의 미소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걸 잃어버린다 생각하니, 공포감에 소리치고 싶어졌다.
지금까지도, 위험한 순간에는 몇 번이고 조우했다.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항상 잘 갔다 오라고 배웅했다.
하지만, 이별의 각오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아키라 :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불안과 혼란에 숨을 헐떡이며, 무의식적으로 미스라의 팔을 잡는다.


아키라 : 사... 살 수 있나요?

미스라 : 아마도요. 피가로가 같이 있어요.

아키라 : ...하아...


-커다란 한숨을 내뱉고 나는 진심으로 안도했다.
안심한 순간, 속이 뒤틀려, 덜덜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죽을 뻔했다는 말을 듣고, 괜찮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시간으로 따지면 몇 초에 불과했겠지.
하지만, 영원처럼 느껴졌다. 무의식적으로 나는 눈물 흘리고 있었다.


아키라 : ...읏, 다행이다... 만날 수 있나요? 모두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실 수 있을까요?

미스라 : 좋아요. 물론이죠.


-미스라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샤일록 : 현자님...


-샤일록에게 어깨를 기댄다. 안심한 순간, 몸이 대각선으로 기운 것 같다.
내 가슴 부근에서 영혼 조각의 무르가 말했다.


영혼 조각의 무르 : 해골 같은 괴물 인형... 인조마법사일 가능성이 높네.

샤일록 : 인조 마법사? 마법사를 만들었다는 건가요? 당신은 또, 그런 짓을...

영혼 조각의 무르 : 만들지 않았어. 하지만, 연구실에 설계도는 남아있지.
누군가가 발견해, 인조 마법사를 완성했을지도 모르는 거야.

미스라 : 《アルシム》


-미스라가 공간의 문을 연다. 창백해진 나를 배려하듯 그레고리가 말했다.


그레고리 : 괜찮으십니까?

아키라 : 네...


-새가 된 그의 둥근 눈이, 잔잔한 미소를 보이는 것 같았다.


그레고리 : 상냥하신 분이다. 현자님의 마법사는 행복한 자들입니다. 이렇게도 걱정해주시다니...


-나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 중 누구 하나 빠진다면 나는 지금 이곳에 없다.
모두에게 도움받은 덕분에 이 세계에서 살고 있다.
누구도 잃고 싶지 않아.



[어딘가의 방]

미스라 : 《アルシム》


-미스라가 데리고 가준 곳은, 모르는 방이었다.


피가로 : 현자님.

아키라 : 피가로...


-그에게 말을 걸려고 하자, 그 손가락이 빨갛게 물들어 있는 걸 알아챈다.
시선을 낮추자, 침대 위에 상처투성이인 파우스트가 누워있다.


아키라 : ...읏!


-소리를 높일 것 같아, 나는 입가를 눌렀다. 놀란 그레고리가 날갯짓한다.
새의 모습을 보고, 피가로가 파우스트의 몸에 시트를 덮었다.


피가로 : 예쁜 새네. 아, 사람인가? 미안하지만, 치료할 동안은 밖에 있어 줄 수 있을까.

아키라 : 죄, 죄송해요. 피가로, 파우스트는, 괜찮나요?


-피가로는 내게 눈을 맞췄다. 듬직한 미소를 보이며 끄덕인다.


피가로 : 물론이지. 피가로 선생님이 같이 있으니까.

아키라 : 다행이다... 잘 부탁드립니다!


-피가로는 잎사귀 색榛色 눈동자에 온화한 상냥함을 엿보였다.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어딘가, 기뻐 보였다.


피가로 : 응. 맡겨줘.

아키라 : 네로는요? 네로도 무사한가요?

피가로 : 이대로 안정을 취하게 두면. 무리하면 목숨을 잃을 거야. 건너방에 있어.

아키라 : 감사합니다! 상태를 보고 올게요.

피가로 : 아, 혼자 다니지 마. 샤일록, 현자님을 부탁해도 될까?

샤일록 : 네. 여기는 위험한 걸까요? 현자님을 혼자 둘 수 없을 정도로.

피가로 : 그렇네. 사정은 나중에 설명할게. 미스라, 루틸을 데리고 와줘.

미스라 : 하?

피가로 : 손이 부족해. 네로나 히스의 상태도 보고 싶고. 아마, 서쪽의 나라에 있을 테니까.

미스라 : 싫어요.

피가로 : 왜?


-미스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올려다보니, 불편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아키라 : ...싸웠나요?

미스라 : 그 사람이 뭘 몰라서 그래요.

피가로 : 부탁할게 미스라. 서둘러줘. 가는 김에, 오즈도 찾아줄래?

미스라 : 절대로 싫어요.


-그 순간, 내 가슴 주머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영혼 조각의 무르 : 도와드리죠.


-그다음 순간, 영혼 조각의 무르가 사람 크기로 변했다.
피가로와 미스라의 표정이, 그의 모습을 보고 험악해진다.
영리한 눈동자를 가늘게 뜨며, 무르가 웃는다.


무르 : 이래 보여도 의학박사니까요.


-영혼 조각의 무르는, 샤일록의 머리칼에 손가락을 뻗는다. 그의 머리를 묶고 있는 끈을 빼앗는다.
샤일록은, 성가시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빼앗은 머리 끈으로, 자기 머리카락을 묶으며 무르가 나를 재촉한다.


영혼 조각의 무르 : 가시죠, 현자님.


-가슴 주머니에 넣은, 블루 사파이어의 조각을 누르며, 나는 끄덕인다.
방을 나오며 미스라를 올려다본다.


아키라 : 루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미스라...

미스라 : ...


-미스라는 불만스럽다는 듯 입을 삐쭉인다. 담담한 느낌으로 숨을 내뱉는다.


미스라 : 이번만이에요.

아키라 : 죄송해요. 부탁드려요.

미스라 : 《アルシム》


-공간의 문 너머로 미스라는 사라졌다.
내 등을 쓰다듬으며 샤일록이 걸어 나간다.
그 뒷모습을 경쾌한 몸놀림으로 따라가려던 무르를, 피가로가 불러세운다.


피가로 : 무르, 잠깐.

무르 : 뭐야?

영혼 조각의 무르 : 무슨 일이시죠?

피가로 : 음... 번거롭네. 샤일록에게 키워지고 있는 쪽. 도와줘. 의학박사잖아?

무르 : 잊어버렸을지도?

피가로 : 가르쳐 줄게. 아, 어쩐지 기시감이 느껴진다 싶었는데, 마법관에서의 수업이네...


-피가로는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남쪽의 나라 마법사들이, 치유마법 수업을 한 건, 머나먼 옛날 일 같았다.

(문 열리는 소리)

레녹스 : 실례합니다. ㅡ현자님.


-문을 나서려는 순간, 레녹스가 들어왔다. 그의 옷에도 피가 묻어있었다.
뭔가 말하려는 나를 눈치채고는, 그가 미소 지었다.


레녹스 : 괜찮습니다, 스친 상처예요. 네로랑 히스클리프를 봐주세요.
이 새는...? 새는 같이 가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레고리 : 그런 것 같습니다. 현자님, 저는 잠시, 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그레고리의 목소리를 듣고 레녹스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손을 재빨리 움직이면서, 피가로가 쓴웃음을 짓는다.


피가로 : 너, 새로 변한 기척 정도는 알아채. 파우스트한테 혼날 거야.

레녹스 : 그렇네요.


-그들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마치, 기도를 호소하는 것 같았다.
파우스트가 눈을 뜨는 순간을, 기도하듯, 기다리고 있다.
믿고 있다.

/

-나는 샤일록과 함께, 네로가 있다는 방을 방문했다.
그곳에는 시노가 있었다. 영혼 조각의 무르를 보자마자 표정을 바꾼다.
마도구인 대낫을 꺼내 들어, 좁은 실내에서 한 번 휘두른다.
영혼 조각의 무르는 재빨리 숙여 회피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목이 없었을 거다.


영혼 조각의 무르 : 나는 상당히, 원한을 샀나 보네.

샤일록 : 항상 그렇잖아요. 시노, 이 사람은 서쪽의 왕립 식물원에서 주운 무르의 영혼 조각이에요.
당신들, 동쪽의 마법사를 습격한 인물과는 다른 무르의 조각이죠.

시노 : ...


-시노는 주의 깊게, 탐색하듯 우리들을 응시했다.
그 날카로운 시선과, 여유 없는 모습에, 꽤 힘든 경험을 했다는 상상이 간다.
시노는 겁내지 않는, 자신감이 넘치는 마법사였다. 그의 가벼운 말투는 언제나 나를 미소 짓게 했다.
그런 그가 온몸으로 긴장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던 거다.
짧은 숨을 뱉고, 시노는 마도구를 거뒀다.


시노 : 미안했어. 현자, 네로를 봐줘.


-침대 위에, 네로는 눈을 감고 있었다. 네로의 얼굴을 조용히 내려다보면서 시노가 말한다.


시노 : 피가로가 말하기로는, 네로가 가장 심한 상처를 입었다는 것 같아.
네로가 첫 번째로 공격받고 충고해 줬기 때문에, 우리들도 살았던 거야.


-시노는 똑바로 내 얼굴을 봤다.


시노 : 눈 뜨면 칭찬해 줘.

아키라 : 알겠습니다... 시노는 다치지 않았나요? 위험한 장소에 가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려다가, 브래들리의 말을 떠올렸다.
임무를 명할 거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지 마.
긍지를 줘.
긍지를 준다...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시노를 바라보고, 그의 딱딱한 표정에 알았다.
파우스트도 네로도 중상을 입고, 히스클리프도 다쳤다.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시노는 분투해 줬다.
아까, 대낫을 휘둘렀을 때도, 혼자서, 동료를 지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아키라 : 시노... 감사합니다.
당신 덕분에, 파우스트도, 네로도, 히스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어요.
제가 모두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시노가 목숨 걸고 노력해 줬기 때문이에요.
시노가 있어 줘서 다행이에요. ...정말로 고마워요...


-시노는 놀란 것처럼, 빨간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해 질 녘 파도치는 곳처럼, 천천히, 그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울다 웃는 표정에 가까운 얼굴. 하지만, 그렇게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용감精悍하고 자랑스러워 보였다.


시노 : 뭐 그렇지.


-훅 눈두덩이가 뜨거워질 것 같아서, 나는 시선을 돌렸다.
잠들어 있는 네로를 내려본다. 그는 이런 식으로, 잠들어 있는 얼굴을 보이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겠지.
피가 흐르지 않는 것만 같은 새하얀 피부가 애처로웠다.


아키라 : 고마워요, 네로. 당신도...


-목소리가 떨린다. 샤일록이 다정하게 내 어깨를 어루만졌다.
눈꺼풀을 내리깔고, 그가 속삭였다.


샤일록 : 괜찮으신가요, 현자님.

아키라 : 네... 샤일록, 무르. 네로를 맡겨도 될까요.
히스클리프를 보고 올게요. 시노, 지금 만날 수 있나요?

시노 : 안내할게. 샤일록, 네로를 부탁해.

샤일록 : 알겠습니다. 시노, 현자님의 곁에 있어 주세요. 무슨 일이 있으면...

시노 : 알고 있어. 괜찮아. 브래들리도 있어.

아키라 : 브래들리가?

시노 : 아까까지 여기 있었어. 내가 들어옴과 동시에 나갔지만. 멀리서 보고 있겠다면서.

아키라 : 멀리서...

시노 : 무슨 일이 있으면 사격하겠다고. 당신, 머리 뚫리지 않아서 다행이네.


-영혼 조각의 무르가 어깨를 으쓱한다. 나는 방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진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누군가가 나를 지켜주고 있다.
신보다도, 가까운 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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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진정한 의미로

[서쪽의 나라 궁전 내부 저택 / 어딘가의 방]

-히스클리프는, 피부가 심하게 찢어져 있었다.
몸 전체를 붕대와 거즈로 감싸고 덮어서, 군데군데 피나 약초를 넣어두고 있었다.
고귀하고 언행이 부드러운 그에게서, 피의 쇳내와 쓴 약초 냄새가 났다.
소극적이고 배려심 넘치는 그를, 이런 모습으로 만들어 버린 게 정말 괴로워서, 슬펐다.


아키라 : 히스... 무사히 돌아와 줘서 정말로 다행이에요.
파우스트나 네로가, 무사히 돌아온 건, 시노랑 히스 덕분이에요...
...정말로 고마워요...

히스클리프 : 현자님...


-고개를 숙이는 내게, 히스는 당황한 듯 몸을 일으켰다.
시노는 묵묵히, 그를 한 번 더 눕혔다. 벗겨지려는 천을 새것으로 바꾸고, 약초도 새로 넣는다.
시노는 히스를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고 있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시노의 분노가 전해지는 것 같았다.
히스는 통증에 약한 소리도 하지 않고, 작게 고개를 저었다.


히스클리프 : 저는 아무것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아요.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아요.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에 나는 심장이 쿵 했다.
히스는 <위대한 재앙>의 상처로, 갑자기 검은 표범같은 짐승으로 변해버린다.
자신은 그 사실을 모른다. 그 <위대한 재앙>의 상처가 발생한 게 아닌가 불안해진다.
시노는 안색을 바꾸지 않고 말했다.


시노 : 너는 용감했어.

히스클리프 : 정말로...?

시노 : 그래. 파우스트도 말했어. 네 주군은 용감하네, 라고.

히스클리프 : 파우스트 선생님이...


-히스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시노는 미소 지었다.


시노 : 누구보다도, 두려운 줄 모르고, 적을 향해 갔어.

히스클리프 : 내가...?

시노 : 그래. 상처가 나으면 말할게. 전부...


-그렇게 말하면서, 시노는 조금이지만 주저하듯 자기 새끼손가락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히스가 바라보자, 망설임이 사라졌다는 듯이 눈을 감는다.
살며시, 어색하게, 히스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도록 그를 끌어안았다.


시노 : 네가 돌이 되는 것보다 무서운 건 없어.
약속할게, 히스.
너는 내가 지켜.


-히스는 파란 눈동자를 크게 떴다.
이게 그들이 이전에 나눈 약속이다.
일그러진 형태로 서로를 묶어, 속박하고 있던 기형적인 맹세.
창문 너머, 아침 하늘이 반짝인다.
시원시원한 감청색의 엄숙한 어둠과 선명하고 강렬한 붉은 아침 햇살이 겹쳐진다.
영원을 떠올리게 하는 색채는, 그들의 눈동자 색과 닮아있었다.
금색의 머리칼을 아침햇살에 비치며 히스가 미소 짓는다.


히스클리프 : 나도 지킬게, 시노.


-웃으려고 하다, 시노는 울었다.
히스클리프는 놀라서, 침대에서 미끄러질 뻔했다.
창가에 떨어지는 햇살이, 차차 밝아와, 바닥까지 길어진다.
나는 가슴이 벅찼다. 떨리는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다.

(문 열리는 소리)


레녹스 : 현자님. 머무실 방 준비가 되었습니다.
쉬세요. 제가 망보고 있을 테니까요.

아키라 : 아...


-울고 있는 시노를 숨기듯, 나는 당황해하며 방 밖으로 나왔다.



[서쪽의 나라 궁전 내부 저택/ 외관]

-나는 준비된 방에 가기 전에, 레녹스와 함께 저택의 밖으로 나왔다.
견딜 수 없는 이상한 충동이, 가슴 안쪽에서 계속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지금, 어딘가의 방에서 레녹스와 둘이 있게 된다면 갑자기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레녹스의 주군인 파우스트가 의식불명인 상황에, 그에게 괜한 걱정을 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아키라 : 감사합니다. 조금만, 바깥 공기를 쐬고 싶어서...

레녹스 : 아뇨, 신경 쓰지 마세요.

아키라 : 레녹스의 상처는...

레녹스 : 괜찮습니다. 튼튼한 거 하나가 자랑이니까요.


-그는 나를 바라보고, 따스하게 미소 지었다.
혼자 있고 싶은 게 아닌가, 배려해 준 건지, 저택의 출구에서 발을 멈춘다.


레녹스 : 여기서 보고 있겠습니다. 사크리피키움도 있으니까요.


-레녹스의 말에 대답하듯, 사크 쨩이 코끝을 들었다.


레녹스 : 무슨 일이 있으면, 달려가겠습니다.


-나는 잘 대답하지 못하고, 그의 팔을 잡았다.
소소하고 따스한, 상냥함이나 지켜봐 주는 시선을, 이 세계에 왔을 때부터 항상 느끼고 있다.


아키라 : ...레노. 항상, 고마워요.


-아침 햇살이 쏟아진다. 부드러운 빛 속에서, 레녹스는 당당하게 웃었다.


레녹스 : 제 임무니까요.

/

아키라 : ...

-나는 건물 밖을 걸었다. 같이 있는 건, 어깨에 올라탄 사크 쨩뿐.
바람이 불어와, 내 머리칼을 헝클어 올린다. 레녹스에게 등을 돌리면서, 약하게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아침 햇살은 아름답고, 하늘의 푸르름도, 태양의 눈부심도, 행복 그 자체였다.
현자의 마법사들. 그들이 무척이나 좋았다.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었다.
그러는 한편, 사실은 무서웠다.
임무를 완수한다는, 내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그들의 마음에 부응하는 것이.
나 때문에 그들이 상처 입는 게 무서웠다.
그런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건 무서웠다.
내 목숨이나, 마음만으로도 벅찬데. 다른 사람의 것까지 짊어질 수 없다.
하지만...
내 마음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그 마음에 부응하고 싶어.
그 마음에 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정신이 들자, 사크 쨩이 나를 보고 있었다.
사랑스러운 눈동자에 마음이 흔들린다. 마음이 흔들리는 게 두려웠다.
무척이나, 소중한 것이 된 다음에, 잃어버리고, 상처 입는 게 두려웠다.


아키라 : ...으, 사크 쨩...


-사크 쨩을 양손으로 잡고, 강하게 가슴팍으로 끌어안는다.
이 아이는 쌍둥이의 사역마.
언젠가 나를 대신해 죽게 될 거짓된 목숨.
정말 좋아하는 고양이처럼 보이지만, 고양이가 아니다.
그래도...


아키라 : 좋아, 좋아애... 사크 쨩이, 정말 좋아.
사크 쨩이 좋아. ...읏, 지금까지, 미안했어. 좋아하지 않는 척을 해서, 미안해...
...네가 좋아... ...정말 좋아... 네가 있어 줘서 다행이야...
...읏, 너와 만나서 다행이야...


-사크 쨩은 졸리다는 듯, 내게 볼을 비볐다.
갑자기, 기척이 느껴진다. 낯익은 신발을 보고, 고개를 들었다.
브래들리가 거기 있었다.


브래들리 : ...


-아침 햇살을 받으며, 장총을 쥐고, 나를 보고 있다.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브래들리는 내 볼에 손을 댔다.
그의 검지가, 내 눈물을 훔친다. 말없이, 그의 행동은 난폭하고, 복잡하며雑多で, 다정했다.
괜스레 눈물이 흘러넘쳐, 나는 등이 떨릴 정도로 울었다. 사크 쨩은 축축하게 젖었다.
이 아침에, 무엇이 변한 건지, 어떤 변화가 찾아온 건지...
말로 하면, 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가 확실하게 변하고 있었다.
내 안에서.
왕립 식물원에서, 무르의 영혼 조각이 말한 현상과 닮아있다.
시점이 변하면, 세상이 변한다.
다른 세계에서, 찾아온 이방인이 된다.
나는 아마도...
진정한 의미로, 현자가 된 거다.
그들을 이끌어 갈 각오를 한, 현자가.



[풍요의 거리/ 아침]

(새 지저귀는 소리)

루틸 : ...미틸... 미틸, 리케, 아침이야...

미틸 : 으...

리케 : ...아침...

미틸 : ...읏, 아침...! 피가로 선생님을 도우러...

미스라 : 《アルシム》

루틸 : 미스라 씨...

미스라 : ...
오즈. 특별히 데려가 드릴게요.

오즈 : 필요 없다. 새벽이다.
《ヴォク...》

리케 : 아...! 아서 님! 카인도!

카인 : 리케! 오즈! ...? 외에도 누군가...

미틸 : 아서 님, 카인 씨! 미틸이에요, 형님과 미스라 씨도!

루틸 : 숙소에 없어서 죄송해요! 우연히, 만나서 다행이네요!

아서 : ...오즈 님...

오즈 : ...아서...
응...?

스노우, 화이트 : 어ㅡ이!

스노우 : 오즈여! 그대의 기척을 느꼈네!

오즈 : 스노우, 화이트...

화이트 : 어젯밤은 큰일이었네! 실베스라는 서쪽의 마법사를 도와...
미스라! 어디에 갔던 겐가!? 극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네!?

미스라 : 설명하는 게 귀찮으니까, 데려가겠습니다.
《アルシム》



[서쪽의 나라 왕궁 내 저택 외관/ 아침]

샤일록 : 네로의 의식이 돌아와서 다행이네요. 바로, 잠들어 버렸지만...
현자님이나, 동쪽의 마법사들도, 이걸로 조금은 안심할 수 있겠죠.

무르 : 있지, 샤일록! 라스티카의 기척이 나는 것 같지 않아?

샤일록 : 그렇네요.. 라스티카는 클로에와 함께, 왕립 식물원에 있을 텐데...

무르 : 저 탑, 수상해! 엿보고 올래!

샤일록 : 조심하세요, 무르. 여기 도착하고 나서부터, 계속 감시받고 있어요.
특히, 저희들이...

무르 : 그런 것 같네.
북쪽의 마법사보다도 나와 너를 감시하다니, 무지한 건지 계획이라도 있는 건지.
어쨌든, 갔다 올게! 라스티카를 발견하면 칭찬해 줘!

샤일록 : ...

무르 : 샤일록~!

샤일록 : 저는 당신을 채점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자유로운 마음대로...

영혼 조각의 무르 : 네 마음의 자유는?

샤일록 : 무르...

영혼 조각의 무르 : 너도 마법사. 신기한 힘을 조종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에 따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샤일록 : ...

영혼 조각의 무르 : 설마, 네 마음이, 이렇게 사랑스러운 나를 바라고 있을 줄은 몰랐지만.

샤일록 : ...무르! 탑의 상황을 확인하고 오세요. 부탁드리죠.

무르 : 네에!

영혼 조각의 무르 : 이런.
의외네.

샤일록 : ...뭐가 말이죠?

영혼 조각의 무르 : 그렇게나 개성을 사랑한 네가, 신랄한 비평가가 아닌, 혹평받은 작품을 멀리하는 타입일 줄이야.

샤일록 : ...무슨 의미죠?

영혼 조각의 무르 : 네가 도예가라면, 저 일그러진 무르를, 지면에 내동댕이쳐서 깨부수려고 하겠지.
그런 얼굴을 하고 있어. 저런 모습의 나는, 실패작인가?

샤일록 : ...

영혼 조각의 무르 : 아.

샤일록 : 이번에는 뭐죠? 하늘에 뭐가...



[하늘]

클로에 : 풍요의 거리에 도착할 때까지, 모두와 만나지 못했네... ...읏, 슬슬 내려가지 않으면 마력이...
저게 왕궁인걸까... 가장 커다란 건물인 것 같긴 한데...
하지만, 임금님이 계실만한 곳, 멋대로 들어가면, 혼나겠지...
아... 누가, 손을 흔들고 있어.
샤일록! 무르!



[서쪽의 나라 왕궁 내 저택/ 외관]

샤일록 : 클로에!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무르 : 샤일록! 라스티카, 저 탑 위에 있는 방에서 자고 있었어!

샤일록 : 라스티카가, 역시... 고마워요, 무르.

무르 : 라스티카, 찾았어! 대단해? 칭찬해 줘!

샤일록 : ...

무르 : 흥ㅡ.
왜, 입을 다무는 거야? 왜, 저쪽의 나랑만 대화해? 뭔가 싫어!

영혼 조각의 무르 : 이 뜨거운 질투심은, 내 잠재의식이라고 생각해? 네 양육의 산물이라고 생각해?

샤일록 : ...한동안, 그 질문을 하지 말아주세요.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무르 : 그건 보고 싶다!

영혼 조각의 무르 : 보고 싶은걸.

샤일록 : 클로에! 빨리 이쪽으로 내려오세요!



[서쪽의 나라 왕궁 내 저택/ 어딘가의 방]

루틸 : 이걸로 일단 안심할 수 있으려나요... 고생하셨어요,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 너도야, 루틸.

루틸 : 차를 가져올게요. 선생님도 잠깐 쉬세요.

피가로 : 고마워.

(문이 열리는 소리)

피가로 : ...
긴 하루였어...
아, 그래. 루틸...

(문이 열리는 소리)

오즈 : ...

피가로 : 오즈.

오즈 : 이걸...

피가로 : 내 단추라. 레노... 루틸이 전해줬어?

오즈 : 그렇다.

피가로 : 받았으면서, 찾으러도 오지 않은 거야? 정 없는 녀석이네.

오즈 : ...

피가로 : 아, 그런가. 지금, 밤에는 마법을 쓸 수 없었지. 그거, 빨리 고쳐야겠네...

오즈 : ...목.

피가로 : 목?

오즈 : 네 목. 치유마법의 흔적이 있다.

피가로 : 아... 이건 괜찮아. 내가 마무리 지을게.

오즈 : 인조 마법사는, 그 정도로 강했나.

피가로 : 인조 마법사?

오즈 : 현자가 말했다. 동쪽의 마법사들을 습격한 건, 무르가 설계한 인조 마법사라고.

피가로 : 오싹한데, 그 남자... 아니, 내가 당한 건, 인조 마법사 같은 게 아니야.
하지만, 오즈... 내 쪽이 이제는, 더는 강하지 않은 걸지도 몰라.

오즈 : 즉?

피가로 : 말 그대로야. 단추, 고마워.

오즈 : ...
끝내지 마라.

피가로 : 어? 네... 뭐?

오즈 : 나는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네가 멋대로 끝내지 마라.

피가로 : ...
...그런가...
하하...
그럴 지도 모르겠네...

/

아서 : ...그랬습니까... 그런 일이...

카인 : 동쪽의 마법사들이, 무사해서 다행이야...

아키라 : 중앙의 마법사들도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카인 : 아키라랑 다친 동료들은, 우리들이 지킬게. 느긋히 쉬어.

아키라 : 감사합니다... 카인과 아서도 나중에 쉬어주세요.

카인 : 그래. ...근데, 여기는 아마, 서쪽의 왕궁 부지 내잖아?
이런 장소에, 갑자기 초대받다니...

아키라 : 왕궁!? 왕궁이라면 임금님이 있는 그랑벨 성같은 곳이죠...?

아서 : 네. 저쪽이 메시에メシエ/Messier본궁입니다.



[서쪽의 나라 왕궁 내부/ 메시에 본궁]

아키라 : 정말이다... 눈치채지 못했어... ...커다란 궁전...



[서쪽의 나라 왕궁 부지 내 저택/ 어딘가의 방]

아키라 : 그럼, 이 건물은, 뭘까요...? 새롭게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아서 : ...
마법관 아닐까요.

아키라 : 마법관...?

아서 : 네.

카인 : 듣고 보니... 개별 방이 20개 정도 있고, 병사가 머물 곳 치고는, 과한 설계지.
중앙의 나라에 있는 마법관이랑 닮은 것처럼도 보여.
근데, 왜, 서쪽의 왕궁 부지 내에 마법관을...

아키라 : ...
서쪽의 나라 마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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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서쪽의 나라 새로운 여왕

[서쪽의 나라/ 메시에 본궁 외관]

고관 : 국왕 폐하, 붕어...!

고관 : 알베르토 마스탄드레아 님께서, 승하하셨습니다.
그럼, 제1왕위계승자이신 릴리아나 공주께서 여왕 폐하가...



[메시에 본궁 내부/ 왕좌 앞]

릴리아나 : ...
지금 당장 각국에 초대장을.
내 대관식을 이행하겠다.



[메시에 본궁 앞 정원]

시중 : 결국 국왕폐하까지...

시중 : 서쪽의 왕실 분들께,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시중 : 하지만, 코르테스 가문의 아가씨姫君께, 여왕이라는 큰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시중 : 쉿, 말조심해...! 새로운 여왕 폐하께, 무례하잖아!



[중앙의 나라/ 그랑벨 성 테라스/ 밤]

빈센트 : 서쪽의 나라 국왕 폐하께서, 승하하셨다고...

드라몬드 : 갑작스러운 일로... 작년에는 건강하셨는데...

빈센트 : 코르테스 가문의 릴리아나 아가씨가, 새로운 서쪽의 나라 여왕 폐하가 되신다는 듯하다.
대관식의 초대장을 받았다.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중앙의 나라에서 자리를 비울 수는 없지.

드라몬드 : 그, 그렇다는 말씀은...

빈센트 : 아서가 초대받았다.

드라몬드 : ...그러십니까...

빈센트 : 석연찮다는 얼굴이군. 말해보게.

드라몬드 : ...빈센트 전하는, 서쪽의 나라 왕실 분들과 친교가 깊어, 간간히, 초대를 받아오셨습니다.
이러한 영예로운 의식의 초대를, 아서 전하께 양보하신다는 관대함에는 탄복합니다만...

빈센트 : 사양 말고, 똑바로 말하게.

드라몬드 : 빈센트 전하를 따르는 자들에게, 아서 전하가 반감을 사버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빈센트 :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아서는, 중앙의 나라 왕자가 아닌, 현자의 마법사로서 초대받았다.

드라몬드 : ...서쪽의 나라 새로운 여왕님은 대관식에 현자의 마법사, 전원을 초대하실 심산으로...?

빈센트 : 아마도.

드라몬드 : ...
서쪽의 왕가 분들은, 북쪽의 나라 마법사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계시는 게 아닌지...?

빈센트 : ...

드라몬드 : 가르쳐 드리는 게 어떠십니까? 서임식 이후, 온갖 만찬이, 엉망진창으로.
도무지 도무지 대관식을 거행할 상황이. 천장의 샹들리에에 새뼈가  걸렸다는 이야기를 말씀드리면...

빈센트 : 서쪽의 나라가 노리는 건 따로 있다. 나도 과거에는, 그것에 찬동했었지. 번거로운 것들을 처리하기에는, 좋은 기회겠지.

드라몬드 : 서쪽의 나라가 노리는 것...?

빈센트 : 서쪽의 나라는, 현자의 마법사들을, 자국에서 관리... 아니, 환영하고 싶은 거다.
오즈나 북쪽 마법사들의 마력을 두려워하고 있어서인지, 진심으로 환대하고 싶은지는 알 수 없다.
마법 관리 대신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마법 과학을 진보시켜 온 서쪽의 나라가 어째서, 현자의 마법사를 수중에 놓고 싶어 하는가?

드라몬드 : ...알 수 없습니다.
하오나, 현자의 마법사들은 중앙의 나라를... 아니...
세상을 구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구세의 영웅들입니다.
지금은 이 세상이 위기입니다. 그들의 보고서를 몇 번 훑어보았지만, 세계 각지에서 무시무시한 이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중앙의 나라도, 서쪽의 나라도, 지금이야말로, 국경을 초월해 협력할 때.
그 협력을 구축할 수 있는 자야말로, 대륙의 패자라고도 불릴 만한, 분이겠지요.

빈센트 : ...

드라몬드 : 만일, 만에 하나, 서쪽의 나라 정부가, 세계의 구제를 위한 것이 아닌...
사리사욕을 위해, 그들을 이용하려고 한다는 조짐이 있다면.
저희는 솔선하여, 그들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빈센트 : ... 듣고보니 그렇군...
네 생각은 일리 있군. 다시 봤네, 드라몬드.

드라몬드 : 예! 황송합니다!

빈센트 : 드라몬드 마법 관리 대신. 마법관을 담당하는 중앙의 나라 마법청의 대표로서...
지금 당장, 서쪽의 나라로 가, 대관식에 참가하는 아서 및 현자 마법사들의 보좌를 하도록.

드라몬드 : 이 드라몬드, 명심하고 따르겠습니다!



[중앙의 나라/ 다리/ 저녁노을]

콕로빈 : 이렇게 서둘러서 대관식이라니. 아무리 엘리베이터가 있다고는 해도, 어렵지 않나요?

드라몬드 : 불평을 늘어놓지 말게, 콕로빈. 하나, 확실히 지나치게 서두르기는 하는군.

콕로빈 : 그렇죠?

드라몬드 : 음... 본래라면, 붕어하신 국왕 폐하의 국장은, 좀 더 시간을 들여 정중하게 하는 것이지.

콕로빈 : 어린 공주님이 여왕님이 된다고 해서, 이국이 공격해 오는 게 아닐지, 걱정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드라몬드 : 터무니없는 소리 하지 말게! 이국이라고 하면, 우리야. 되도록 발언에 조심하도록.

콕로빈 : 아, 알겠습니다...

음유시인 : 서쪽에서 부는, 새로운 바람~ 찬란한 새로운 시대는, 언제나 서쪽의 나라에서 생겨나~...

중앙의 나라 국민 : 잠깐, 중앙의 나라에 와서, 부를 만한 노래는 아니잖아? 최근 들어, 기세가 좋아졌다고는 해도.
서쪽의 나라 상인들한테 돈 받는 거 아냐?

음유시인 : 아, 아니, 이건, 옛날부터 대륙에 전해지는 인기 있는 노래로... 최근들어 만든게...

드라몬드 : ...놀랍군. 사교적인 중앙의 나라 국민들이, 서쪽의 나라에 적대심을 품기 시작했어.

콕로빈 : 서쪽의 나라 재력과 기술력은, 이제는 타국을 압도하고 있으니까요.
서쪽의 나라 새로운 여왕 폐하 아래, 잘해 나갈 수 있다면 좋겠는데요...



[서쪽의 나라 마법관 객실]

파우스트 : ...음...

레녹스 : ...


-눈을 뜨자, 레녹스가 있었다.
창가의 커튼을 틈으로 보인, 하늘 모양을 보고 시간을 어림잡는다.
하얗게 빛나는 태양이 높게 있다. 정오를 지난 정도겠지.

파우스트 : 시노...


-심하게 목이 갈라졌다. 침을 마시고, 말을 덧붙인다.


파우스트 : 시노는? 네로도 중상이었어. 히스...

레녹스 : 모두, 무사합니다. 네로는 안정을 취할 필요가 있지만, 시노도 히스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파우스트 : 그런가...

레녹스 : 파우스트 님이 눈을 뜨시면,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불러도 되겠습니까?


-레녹스는 내게, 물병에 든 물을 건넸다.
머리를 들려고 했지만, 몸이 무거워 움직이질 않았다.
레녹스는 알아챈 듯, 내 머리를 일으켜, 물병을 가까이했다.
옛날에 자주 있던 행동이다. 너무 익숙해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고 물을 마신 뒤에야 정신이 들었다.
이상한 것 같아 웃었다. 이제 상관없다든가, 필요 없다든가, 잘도 그렇게 말했다.
이렇게 당연하게, 옛날처럼 신세 지고 있으면서.


파우스트 : 네 덕분에 살았어.

레녹스 :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레녹스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강인하고 무뚝뚝한 남자지만, 붉게 갠 눈동자는 언제나 순수했다.
레녹스는 눈을 감았다. 천천히, 커다란 한숨을 내뱉는다.
그를 또, 많이, 걱정하게 만들었겠지, 싶었다.
손가락을 뻗자, 그가 손바닥을 잡아주었다. 정말로 그는 눈치가 빠르다.
악수처럼 손을 맞잡자, 변함없는 온기에 옛날 기억이 무수히 떠올랐다.
옛날부터 전장에 레녹스가 있으면, 신기하게도 기력이 샘솟았다.
그에게 등을 맡기고 있으면, 안심할 수 있었다. 앞만 보고 있으면 됐다. 그 무렵.


파우스트 : ...여기는?

레녹스 : 서쪽의 나라 메시에 궁전 근처입니다. 궁전 부지 내에 있는 저택에, 모두 모여있습니다.

파우스트 : 모두? 현자의 마법사 전원?

레녹스 : 네. 서쪽의 나라 새로운 여왕이 대관식을 치른다고 합니다.
그때까지, 이 저택에 머물러달라고 해서.

파우스트 :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군.

레녹스 : 갑자기 많은 일이...

파우스트 : 피가로 님은? 나를 구해주신 건 그 분이잖아?


-레녹스는 눈썹을 올렸다. 한 차례 늦게, 말투가 옛날로 돌아갔다는 걸 깨닫는다.
얼버무리려고 하는 사이에, 레녹스가 소리 없이 웃었다. 눈썹을 떨고 있다.
그의 미소를 보고 있는 사이, 나도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파우스트 : 감사 인사를 드려야지. 평소 내 건방진 태도에, 정나미도 떨어지지 않고...

레녹스 : 피가로 님은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뻐하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파우스트 : 기뻐해?

레녹스 :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은 발길질 당하는 편이 기쁘신 것 같습니다.

파우스트 : ...

레녹스 : 오해를 살만한 말투였나요.

파우스트 : 친해졌구나.

레녹스 : 그렇네요... 어찌 된 일인지. 덕분이죠.


-두 사람이 나란히 담소하는 모습은, 마법관에서 몇 번인가 봤다.
무척이나 평온하고, 미소가 지어지는 광경이었지만, 어느 쪽도 내가 모르는 두 사람이었다.
나는 일상 속의 그들을 모른다. 일상 속의 세상을 살아가는 그들은, 서로에게 마음을 허락한 것 같았다.
그들에게 다가감으로써, 그 평온한 광경을 부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결론을 짓는 건, 너무 겉멋만 잡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외로움도, 당황스러움도 있었다.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지, 몰랐다. 남쪽의 마법사가 된 그들에게.


파우스트 : 레노... 피가로는 어째서, 우리들을 두고 간 거지?
너는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나?

레녹스 : 있습니다. 하지만, 파우스트 님께서, 물어보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그편이, 그 분께 있어서도, 좋은 인생 경험이 될 겁니다.


-불경할 정도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발언에, 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레녹스는 불편하다는 듯이 시선을 돌린다.


레녹스 : 죄송합니다... 파우스트 님의 스승이기도 하신 분께.

파우스트 : 아니, 그걸로 됐어. 네게 있어서는 친구잖아.


-세월이 흐른 복잡한 관계에, 서로 어쩔 줄을 몰랐다.
잠시 서로를 마주 보고, 어느샌가 같이 웃는다.
조용히, 내 손을 쥐는, 레녹스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레녹스 :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나는 조용히, 그의 손을 잡아당겼다. 내 이마에 살며시 가까이한다.


파우스트 : 걱정하게 했네... 너는 언제나, 내게 중요한 순간에 달려와 주지.
언제나, 고마워.


-레녹스는 행복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 조금이지만 짓궂은 미소를 보인다.


파우스트 : ...뭐야?

레녹스 : 아뇨. 신경 쓰실까봐요.

파우스트 : 상관없어. 말해줘.

레녹스 : 당신을 찾는 일에는 익숙해졌어요.


-나는 대답할 말을 찾느라 곤란했다. 40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농담처럼 가볍게 사용하기에.
레녹스는 표정을 바꾸고, 헛기침했다.


레녹스 : 죄송합니다. 시노와 히스클리프를 불러오겠습니다.

파우스트 : 그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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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위기적 상황은 계속 된다

[서쪽의 나라 마법관 객실/ 저녁]

네로 : ...

(문 열리는 소리)

시노 : 다녀왔어.

네로 : 오, 어때. 선생 상태는?

시노 : 평범...

네로 : 평범할 리 없잖아. ...아...

시노 : ...

네로 : 잘됐네. 선생, 아무 일 없어서.

시노 : 일부러 시선 돌리지 마…. 딱히 울거나 하지 않았어.

네로 : 알고 있어. 너, 눈이 빨간 건 원래부터 그랬으니까.

시노 : 네로를 걱정하고 있었어.

네로 : 얼굴 보여주고 싶지만. 절대 안정이라, 사흘은 움직이지 말래.

시노 : 죽을 뻔했으니까. 의사가 하는 말은 듣는 편이 좋아. 이 책은?

네로 : 아까, 히스가 읽어줬어.

시노 : 좋겠다. 치사해.

네로 : 헤헤, 부상자의 특권이지. 그 녀석, 낭독 잘한단 말이지. 이야기의 정경이 두둥실 떠올라서...

시노 : 뭔지 알아.

네로 : 하지만, 도덕적인 내용은 조금, 귀가 아팠어.

시노 : 그것도 알아. 나도 최악인 짓을 하면서 살아왔어.
하지만, 뭐랄까... 정말로, 멋대로인 이야기지만...
속죄한 것 같았어. 조금이지만.

네로 : 이번에?

시노 : 응...

네로 : 너, 움직임이 엄청났으니까. 훌륭했어, 정말로.

시노 : 하하, 보지도 않았으면서. ...아, 아니지. 칭찬해달라고 말한 게 아니라.

네로 : 오? 그래도 돼? 레몬파이 달라고 졸라야지.

시노 : 그건 그거지, 제대로 받을 거야.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즉...
네로도 그렇다는 거야.

네로 : ...

시노 : 당신이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건 왠지 모르게 알고 있었어. 나랑 같은 냄새가 났으니까.
하지만, 당신은 멀쩡해. 히스를 지켜줬어. 리케나 미틸에게도 다정해.
도덕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법률은 나를 빈민 수용 시설求貧院에 넣었어. 건더기도 없는 수프를 서로 빼앗는 장소지.
당신이 준 건, 가득하게 만든 따뜻한 수프였어. 아직 키는 자라지 않았지만.

네로 : 앞으로 효과가 나올 거야.

시노 : 그럼, 아직 그게 더 필요해. ...일찍 죽으려 하지마, 네로.
나한테는 아직 필요하니까.

(걸어가는 소리)
(문 열리는 소리)

네로 : ...
가버렸네...
저녀석, 설득 잘하네... 하마터면, 의형제가 될 뻔했어.

(문 열리는 소리)

네로 : 아하하, 들렸어?

브래들리 : 누가 뭘 잘한다고?

네로 : ...

브래들리 : 상태는?

네로 : ...많이 좋아졌어.

브래들리 : 그러냐.

네로 : 얘기하러 온 거냐?

브래들리 : 아?

네로 : ...할 얘기가 있다고 했잖아.

브래들리 : 아... 몸 돌아오고 난 다음에 해도 돼.

네로 : 지금 해. 마무리 짓고 싶잖아.
알고 있어. 너는 나를 돌로 만들 권리가 있어.

브래들리 : ...

네로 : 하지만... <위대한 재앙>이 올 때까지, 기다려 주면 안 될까.
요격전을 마치고 나면, 당신 손으로 돌로 만들어줘.

브래들리 : ... 흥...
멋대로 할 말 다 하잖냐. 근데 말이다, 네로.
한 번 도망친 네 말을, 내가 믿을 거라고 생각하냐?

네로 : 약속할게.

브래들리 : ...

네로 : <위대한 재앙>과의 전투가 끝나면, 당신한테 처형...

브래들리 : 헛소리 하지 마, 바보자식아...!

네로 : ...

브래들리 : ...
...일단은 상처부터 나아. 얘기는 그다음이야.

네로 : ...
알겠어, 브래드.

브래들리 : 그래...

네로 : ...
근데, 뭐...
당신도 미스라나 오즈도, 웬일로 이런 곳에서 잠자코 조용히 있네.

브래들리 : ...

네로 : 아까는 오웬도 봤어. 오즈한테 끌려온 것 같던데.

브래들리 : 대관식이랬나 뭐라나를 위해서야.

네로 : 그거 말이야. 여기는 서쪽의 나라 왕궁이라는 곳이잖아?
사람 말 듣고, 잠자코 있을 깜냥이 아닌데.

브래들리 : ... 솔직히, 얕보고 있었어.

네로 : 어?

브래들리 : 솔직히, 얕보고 있었다고. 서쪽의 나라 풍요의 거리가, 욕망의 거리라고 불리는 의미를.

네로 : 무슨 말이야...?

브래들리 : ...나도 약해져서 예전 같지는 못하다는 거지.

네로 : 무슨 말인데!?

브래들리 : 그니까, 아픈 곳부터 나으라니까. 네놈 복귀가 필요하다고.

네로 : ... ...아, 알겠다... 그런 거냐...

브래들리 : 위기적 상황이지.

네로 : 진짜냐, 단순한 놈들아...



[메시에 본궁 앞 정원/ 저녁]

시중 : 현자의 마법사분들. 오늘의 식사를 대령했습니다.

스노우, 화이트 : 와아...!

미스라 : 헤에... 사슴 고기네요.

오웬 : 흐음... 크림 케이크네.

시중 : 평범한 크림 케이크가 아닙니다. 크림 아래에는, 색색깔의 과일이.

오웬 : 흐음.

시중 : 과일 아래에는, 고급 초콜릿 크림이.

오웬 : 흐음.

시중 : 크림 아래에는, 고소한 구운 견과류를 섞은 스펀지가.

오웬 : 흐음.

시중 : 가장 아래에는 비스킷이 들어있습니다. 부디, 즐겨주십시오.

오웬 : 그럼, 먹어줄까.

미스라 : 이 사슴고기 스테이크는, 자르면 뭐가 나오나요?

시중 : 사슴고기 스테이크는, 사슴고기 스테이크입니다.

미스라 : 하? 나는 오웬보다 강한데요?

시중 : 사슴 고기 스테이크 뒤에는, 꿩 다리 구이를 가져오겠습니다.

미스라 : 좋네요. 가장 아래층은 조개로 해주세요.

시중 :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기다리시는 동안, 이쪽의 공연을 감상해 주십시오.
오늘을 위해 왕궁 무도가가 준비한 최신 공연입니다.

무희 : 현자의 마법사님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저희가 북쪽의 마법사를 기리는 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미스라 : 헤에.

오웬 : 흐음.

스노우 : 근사하구먼!

화이트 : 우리네를 기리는 춤이라네!

무희 : 그럼... 첫번째 공연.
세계 최강의 마법사 오즈.

오웬, 미스라 : 하?

스노우 : 바꿔, 바꿔!

화이트 : 이 아이들로 해!

무희 : 대단히 송구했습니다.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세계 최강의 이 아이들!

스노우, 화이트 : 와아!!

미스라 : 헤에... 우물우물.

오웬 : 흐음... 우물우물.

브래들리 : 우와... 엄청나게 늘어져서, 노닥거리고 있네...

미스라 : 으애으이응 앙엉아오?

브래들리 : 뭐라는 거야.

미스라 : 훗...

브래들리 : 비웃는 것만 명확하게 전달하지 말라고.

스노우, 화이트 : 추로스 맛있어~!

스노우 : 이 추로스, 귀엽게 데코 되어 있어~!

화이트 : 아까워서 못 먹겠~어!

스노우, 화이트 : 하지만, 먹어버려~!

오웬 : 후후... 먹어도 먹어도, 끈적끈적하고 달콤한 게 계속 나와.
서쪽의 나라 궁전, 나쁘지 않아.

미스라 : 중앙의 나라보다, 멀쩡하네요.

브래들리 : 나 원 참, 네놈들 그렇게 얼빠져서, 그래도 북쪽의 마법사...

흰 머리칼에 안경 쓴 시중 : 현자의 마법사, 브래들리 베인 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제 말씀 주신 조언을 참고하여, 스파이스의 조합을 시행착오 하여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름하여, 황금의 프라이드치킨입니다!

브래들리 : ...

미스라 : 맛있어 보이네요.

오웬 : 맛있겠네. 안 먹어?

스노우 : 우리네가 보아도 맛있겠구먼!

화이트 : 그대가 먹지 않는다면, 우리네가 먼저...

브래들리 : 기다려. 재촉하지마, 늙은이.
어이, 거기 흰 머리.

흰 머리칼에 안경 쓴 시중 : 예!

브래들리 : 하나, 받아볼까.

흰 머리칼에 안경 쓴 시중 : 부디, 드셔주십시오!

브래들리 : 와작...!
...
훗... 맛있잖냐...

흰 머리칼에 안경 쓴 시중 : 영광입니다!!

브래들리 : 술도 한잔 받아볼까. 이런 건 같이 먹는데 좋지.

흰 머리칼에 안경 쓴 시중 :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서쪽의 나라에서 좋은 술을 모아오겠습니다!

스노우 : 보자보자... 프라이드치킨, 바삭바삭하구먼~!

화이트 : 바삭바삭 일세~! 여러 종류의 스파이스가 잘 배어 들어, 말 그대로, 황금의 맛일세~!

브래들리 : 서쪽의 나라... 뭘 좀 알잖냐...

미스라 : 서쪽의 나라, 뭘 좀 아네요.

오웬 : 뭘 좀 아네, 서쪽의 나라.



[서쪽의 나라 마법관 외관]

클로에 : 저기, 라스티카랑 만나게 해줘! 저 탑에 있는 거잖아? 무르한테 들었어!

시중 : 예, 물론입니다.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클로에 : 그렇게 말해놓고, 어제도 하루 종일 기다렸다고!
기다리다 지쳐서 빗자루 타고 밖에서 들여다봤더니 보이지 않고...

시중 : 불편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하오나, 콜린스 님.
콜린스 님의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재능에 기대어, 꼭 좀 무리해서라도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클로에 : 부탁?

시중 : 이 메시에 궁전 전속 디자이너가 되어 주시면 아니 되겠습니까?

클로에 : 디자이너...!?

시중 : 궁전 전속이라는 형태가 싫으시다면, 풍요의 거리 일등지에 아틀리에를 마련하여...

클로에 : 아틀리에!? 나... 나같은 게 아틀리에...?

시중 : 현자의 마법사님들께서 입으신 의상을, 콜린스 님께서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고풍스러운 중앙의 나라에서는 어떠한 평가가 있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콜린스 님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재능은, 말 그대로, 유행의 최선단! 전위적이면서도 예술적. 시대의 총아.

클로에 : 시대의 총아...
그... 그런 말, 칭찬이 과해. 확실히, 멋스러운 걸 만들고 싶어서, 노력했지만, 나 같은 게...

시중 : 서쪽의 나라의 세련된 자들은, 모두, 콜린스 님의 옷을 걸침으로써, 최상의 기쁨을 얻을 테지요.
그래서, 아틀리에의 인테리어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클로에 : ...그렇네... 일단, 어떤 사람이라도 들어오기 쉽게..
...! 잠깐만! 나, 한다고 말 안 했어!

시중 : 그러십니까. 하오나, 생각해 보시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 되실 것입니다.

클로에 : 듣고 보니 그럴지도...

시중 : 침착한 분위기? 자연스러운 느낌? 아니면, 단번에 시선을 빼앗도록?

클로에 : 화려한 것도 나쁘지 않네! 입구는 화려하지만, 안은 편안하고...
앗...! 그게 아니라, 라스티카랑 만나게 해달라니까!

시중 : 뭐라고 하셨습니까?

클로에 : 저, 음, 말은 고마운데, 라스티카랑 만나게 해주세요.

시중 : 물론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 사이, 괜찮으시다면, 궁전 아틀리에 견학이라도...

클로에 : 정말 만나게 해주는 거야? 정말이지... 궁전 아틀리에라니?

시중 : 이쪽입니다.

클로에 : 잠깐만... 라스티카를 불러올 동안만이니까.

시중 : 물론입니다, 콜린스 님.



[메시에 궁전 정원/ 저녁]

시중 : 현자의 마법사, 시노 샤우드 님.

시노 : 뭐야.

시중 : 시노 샤우드 님의 활약은, 현자의 마법사가 되시기 전부터, 익히 들었습니다.
희대의 마력 소유주로, 나아가 숙달된 역전의 전사라고.
귀공과 같으신 분을 소유한 동쪽의 나라 블랑셰 님도, 분명 콧대가 하늘을 찌르시겠지요.

시노 : 훗, 뭐 그렇지.

시중 : 여기서 한 가지, 샤우드 님... 아직 큰 소리로는 말씀드릴 수 없사오나.

시노 : ...? 뭐야.

시중 : 새로운 여왕 폐하는 샤우드 님을, 서쪽의 나라 명예 장군으로서 맞이하려는 생각을 갖고 계십니다.

시노 : 장군?

시중 : 예.

시노 : 서쪽의 나라 장군?

시중 : 예. 바라시는 지위라고 들었습니다.

시노 : 나를 갑자기, 서쪽의 나라 장군으로 삼겠다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어리석잖아.

시중 : 당치도 않습니다. 샤우드 님의 실력에 상응하는 지위입니다.
동쪽의 나라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자유롭고 혁신적인 서쪽의 나라에서는, 신분이 아닌 실력이 모든 것.
명예 장군 지위는, 귀공의 활약에 상응하는 것이 아닐까...

히스클리프 : 그대.

시중 : ...!

시노 : 히스... 클리프 님.

시중 : 높으신 분께서...

히스클리프 : 내 이름을 아는가.

시중 : 무... 물론입니다.

히스클리프 : 말해보라.

시중 : 히스클리프 블랑셰 님.

히스클리프 : 그렇다. 거기 있는 시노 샤우드는, 블랑셰 가문의 유능한 신하다.
알고 있었나?

시중 : ...익히 아는 사실입니다.

히스클리프 : 그럼, 서쪽의 나라 새로운 여왕 폐하는, 당가의 재산에 상응하는 신하를 빼앗으려고 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 건가.

시중 : 브... 블랑셰 님, 이건...

히스클리프 : 시노.

시노 : 예.

히스클리프 : 나 이외의 사람이 부여하는 보상을 바라는가?

시노 : 아닙니다.

히스클리프 : 나 이외의 사람을 주군이라 부를 것인가?

시노 : 아닙니다. 평생, 주군我が君을 모시겠습니다.

히스클리프 : 들었는가.

시중 : 예...

히스클리프 : 새로운 여왕 폐하의 명예를 위해, 즉위 전에 발생한 일에 대해 소란스럽게 만들지는 않겠다.
이러한 비겁한 행동, 다음은 용서하지 않겠다.

시중 : 명심하겠습니다... 금번은, 저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새로운 여왕 폐하께는 아무런 관련도...

히스클리프 : 그리 말하라 명 받았는가?

시중 : ...

히스클리프 : 됐다. 물러나라.

시중 : 너그러운 용서에 감사드립니다.

(떠나는 발소리)

히스클리프 : ...
하아... 깜짝 놀랐네...
시노, 그럼, 못 써. 저런 건, 확실하게 말하지 않으면 몇 번이고...

시노 : 주군.

히스클리프 : 뭐야, 그 표정.

시노 : 최고.

히스클리프 : 놀리지마, 정말이지! 저거, 진짜 안 되는 거니까!?

시노 : 알고 있어. 아니, 사실은 몰랐어. 안 되는구나.

히스클리프 : 안 돼!

시노 : 서쪽의 장군이 되어도, 너를 위해 행동할 생각이었어.
하지만 너 이외의 사람이 주는 보상은 필요 없어. 듣기 좋아. 흥분했어.

히스클리프 : 진짜로 알긴 하는 걸까...

시노 : 알고 있어. 주군, 최고. 히스클리프 님, 만세.

히스클리프 : 분명 놀리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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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대관식에 앞서

[메시에 본궁 외관/ 저녁]

아키라 : 대관식에서 새로운 여왕님께, 왕관과 왕홀을 건네주는 역할을 제가...?

질 : 예. 릴리아나 새 여왕 폐하, 께서 바라시는 사항입니다.

미틸 : 대단하다, 현자님...! 저, 책에서 읽은 적 있어요!
훌륭한 교회의 사제님이 하실만한 역할이네요! 레노 씨!

레녹스 : 응, 그렇네.

리케 : 사제님이...
사제님의 역할을, 현자님이 하시는 거네요...

아키라 : 잠깐만요... 그런 중요한 역할, 제게는...

질 : 현자님은 사람과 마법사가 손을 맞잡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지향하고 계신다 들었습니다.
릴리아나 새 여왕 폐하도, 같은 마음이십니다. 아직 어리시지만 훌륭하신 분입니다.
아니, 어리기에, 낡은 편견 없이,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계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서 전하처럼.

아키라 : ...
(릴리아나 공주... 그레고리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솔직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였어.)
(하지만 클로에에게 들은 서쪽의 왕궁에 잠입해 있는 마녀, 자라의 이야기도 같이 생각해 보면...)
(자라가 릴리아나 공주로 위장해 있을 가능성도 있어.)
(질 씨도 좋은 사람인 것 같지만, 빈사상태의 그레고리를, 흙에 묻었고...)

질 : 어떠실까요, 현자님. 현자의 마법사 모두가, 세상에 널리 인정받을 좋은 기회입니다.

아키라 : 세상에 널리 인정받아...?

질 : 예. 대관식은 왕가에게 있어, 가장 권위 있는 신성한 의식.
서쪽의 나라 왕가, 서쪽의 나라 정부가, 현자의 마법사분들의 정당성을 인정한 증표가 되겠죠.
릴리아나 새 여왕 폐하는, 현자의 마법사 여러분께도, 대관식에 참가해달라고 하셨죠.

미틸 : 저희가 참가해도 되는 건가요?

질 : 물론입니다.
현자의 마법사분들께, 좋은 여왕이 될 수 있도록 축복을 내려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리케 : 새로운 여왕님께 축복을... 현자님, 근사한 일이네요!
현자님...? 받아들이실 거죠?

레녹스 : 리케. 현자님은 아직 대답하지 않으셨어.

리케 : 아... 죄송해요.

아키라 : 아뇨... 알겠습니다. 받아들일게요.

미틸, 리케 : 현자님!

레녹스 : 현자님, 괜찮으십니까?

아키라 : 네...
대관식에서 이름을 알릴 수 있다면, 현자의 마법사분들이 지금보다 활동하기 쉬워질 거라 생각해요...
국민적인 아이돌이라고 할지...

레녹스 : 국민적 아이돌...?

아키라 : 오즈나 미스라... 강한 마법사는 유명하지만, 무섭다는 인상을 주니까요.
미틸이나 리케 같은, 사람과 비슷한 마법사가 있는 걸, 알릴 수 있다면...
좀 더, 많은 사람이, 마법사를 친구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몰라요.

질 : 역시, 현자님. 깊은 생각에 감복했습니다.

아키라 : 하지만... 의식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요. 어쩌면, 실수할지도...

영혼 조각의 무르 : 괜찮습니다.

아키라 : 꺄아...! 깜짝 놀랐네!

질 : 당신은... 무르 하트 박사...?

무르 : 그렇지.

질 : 어째서, 이렇게 작게...?

무르 : 사랑스러운 현자님께서 휴대해 주셨으면 하니까. 소형으로 경량화된 나는 편리하잖아?

질 : 과연...?

무르 : 현자님, 걱정하지 마시죠. 의식의 세세한 작법은, 제가 몰래 속삭여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아키라 : 자, 잘 될까요?

무르 : 잘 됩니다. 상냥한 현자님. 저희를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과 당신의 마법사들에게, 영광의 장면을.


-영광의 장면... 그렇게 잘 될까.
중앙의 나라 파티도, 북쪽의 마법사들이 쳐들어와서 큰일이었는데.


아키라 : (서쪽의 나라 마법관은, 마음에 든 것 같지만...)


-대관식에 관해서, 나는 하나 더 조건을 걸었다.


아키라 : 라스티카랑 만날 수 있을까요?
클로에가, 몇 번이고 부탁했는데, 만나게 해주지 않았다고 해요.
창밖에서 들어가도, 찾을 수 없었다고 들었어요.
라스티카는 어디에 있는 건가요? 왜, 그를 만날 수 없는 건가요?
라스티카와 만나게 해주세요.

질 : ...알겠습니다. 저희도 만나게 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닙니다.
지금은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아키라 : 정말인가요...? 그렇다면, 더더욱...

미틸 : 피가로 선생님께, 봐달라고 하는 게 좋을 거예요. 왜 안 되는 건가요?

질 : ...
알겠습니다.
내일은 대관식 전날 밤입니다. 대관식에 초청된 분들께 한해, 새 여왕 폐하께서 초대회를 개최하시죠.
라스티카 공도 그때는... 부디, 여러분도 출석해 주십시오.

아키라 :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서쪽의 나라 왕궁 내 탑의 객실/ 밤]

클로에 : ...라스티카...
어째서, 방에 있지도 않은 거야? 라스티카의 기척이 느껴지는데...
깃털이 흩어져있어...
베개가 찢어져 뜯어질 정도로, 싸움이라도 한 걸까...
...라스티카...


-누군가의 슬픈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힘이 되어준다면 좋을 텐데, 내 목소리는 닿지 않는 것 같았다.
머나먼 옛날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죽을 뻔한 동물이,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와서.
자세히 보니, 그건 사람이었다.



[회상/ 밤하늘]

??? : 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으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돌려줘, 돌려줘!
돌려줘, 돌려줘, 돌려줘...!
시간을 돌려줘...!

무르 : 그것에 있어서는.
예로부터 검토되어 왔죠.
하지만 불가능합니다. 사파이어 성의 귀공자. 태양과 달에게 사랑받은 자.
불쌍하게도. 달에게 사랑받는다니, 기묘하고도 불길한 미호美号를...
기뻐할만한 건 저 같은 사람이겠죠.

라스티카 : ...으, 아아아악! 아아아아악!

/

라스티카 : 으아아아악!


[서쪽의 나라 왕궁 내 탑의 객실/ 밤]

-그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
행복하면 좋겠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


질 : 실례하겠습니다.


-누군가가 온 것 같다.
안녕하신지. 홍차 한 잔 어떠신가요?


질 : ...


-이런, 복잡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계시네. 홍차는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잠시 기다려 주세요. 지금, 다른 게 없는지 찾아볼게요.
오늘 밤은 무척이나 좋은 바람이 부네요. 어디까지든 멀리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죠.


질 : ...읏, 위험해...!


-어머, 다정하신 분이네.
어쩌면, 내가 찾고 있던 신부...


질 : ...이런 걸, 어떻게 내보이란 말이야...?



[메시에 궁전 앞 정원 / 밤]

그레고리 : 하아... 오늘도 단서는 찾을 수 없었어.
너무 신중하게 찾고 있는 건가? 좀 더, 대담하게...
아니, 지금의 릴리아나나, 버넷 장군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간, 또 죽이려 들지도 몰라...

(새가 지저귀는 소리)

그레고리 : ...응? 새가 지저귀고 있어... 이런 밤에 우는 새가 아닌데.

(날갯짓 하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그레고리 : 아... 이런 곳에 있네...
너, 일어나는 게 좋을 거야. 이런 곳에 있으면 묻혀버려.

(새가 지저귀는 소리)

그레고리 : 배가 고픈 건가. 이 열매를 먹어보면, 기운이 나지 않을까?
자, 먹어.

(새가 지저귀는 소리)

그레고리 : 잘했네! 제대로 먹었어. 그럼, 나는 이걸로...

(떨어지는 소리)

그레고리 : 아... 연못에 빠트린 건가? 너, 좀 덜렁거리는 새네...

(새가 지저귀는 소리)

그레고리 : 좋아. 한 번 더 건네줄게. 여기서 기다려.

(새가 지저귀는 소리)

그레고리 : ...어쩐지, 릴리아나를 닮은 아이네...



[밤하늘]

-그리고 대관식 전날 밤...
메시에 궁전에서, 새로운 여왕 폐하 주최의 초대회가 열렸다.



[메시에 궁전 연회장]

아서 : 현자님.

아키라 : 아서.

아서 : 현자님, 근사한 의상이네요.

아키라 : 아서야말로요. 오랜만에 그 옷을 입고 있는 거,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클로에 덕분이네요.

클로에 : 나야말로, 또 입어줘서 기뻐!
내일이 되면, 라스티카도 입어줄까... 파우스트랑 네로도...

아서 : 파우스트랑 네로는, 아직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까. 라스티카는...
정말 어떻게 된 걸까. 버넷 장군과 얘기해 보았지만, 못 만나게 하려는 것 같지는 않았어.

클로에 : 아픈 걸까... 그럼, 더더욱 간병하고 싶은데...

아키라 : 오즈에게 물어봤지만, 역시 라스티카의 기척은 탑에 있대요.

아서 : 오즈 님과 대화하셨나요?

아키라 : 네. 아서는요?

아서 : ...저는 피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지켜봐 주고 계시는 것 같은 기척은, 느껴지지만...

아키라 : ...그런가요. 루틸도 같은 말을 했어요. 미스라가 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아서 : 제게 원인이 있는 거라고, 짐작은 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직접 말씀해 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데.

아키라 : (아... 보기 드물게 화가 나 있네...)

아서 : 말해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계시는 거라면, 적어도, 오해를 풀 기회를 얻고 싶습니다.

아키라 : 그렇네요. 아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드라몬드 : 아서 님!

아서 : ...드라몬드... 콕로빈도...!

콕로빈 : 아서 님! 현자님도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아키라 : 드라몬드 씨! 콕로빈 씨!

드라몬드 : 풍문으로 들었습니다! 현자님이 대관식을 거행하시는 것 같다고!

아키라 : 거행한다니, 과장된 말씀이세요! 왕관과 왕홀을 건네는 역할을 하게 됐을 뿐이에요!

콕로빈 : 그게 대관식의 메인 이벤트예요! 현자님의 활약, 확실하게 적어두겠습니다!

아키라 : 하하... 노력할게요.
(이런 식으로 기뻐해 주신다니, 받아들이길 잘했네...)
(모두 어딘가, 편해진 표정으로 식사하고 있어...)
(이런 식으로 떠들썩하게 즐거운 분위기, 생각해 보면 오랜만일지도...)
(...어라?)
(주머니에 넣어둔 무르의 영혼 조각이...)

/

미틸 : 예쁘다!

리케 : 예쁘네요! 얼음일까요, 사탕일까요, 아니면, 젤리?

미틸 : 마나석이랑 닮았네요! 둘셋 하고 먹어볼까요?

리케 : 네!

미틸, 리케 : 둘 셋...!
냠!

리케 : 맛있다! 생각보다, 부드럽네요. 네로에게도 먹어보라고 하죠.

미틸 : 나중에 만들어 달라고 할 수 있도록요?

리케 : 후후, 맞아요!

미틸 : 정말 맛있네요. 마나석도 이런 맛이려나.
언젠가, 진짜를 먹어보고 싶네...

리케 : 네?

미틸 : 아... 에헤헤, 아무것도 아니에요.

/

클로에 : ...

샤일록 : 기운 내세요, 클로에. 분명 내일은 라스티카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클로에 : 샤일록... 무르...

무르 : 봐봐, 클로에! 보석을 잔뜩 받았어!

클로에 : 대단한 걸, 무르. 서쪽의 궁전에는 무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네.

샤일록 : 서쪽의 나라 전설의 위인이니까요. 왕실과도 인연이 있고요.

무르 : 모두, 내가 좋아! 나도 내가 좋아!

샤일록 : 그렇네요... 저도 제가 사랑할 수 있는 저로 있죠.
무르와 한 번 더 만나기 위해, 영혼의 조각을 모았어요. 당신을 열심히 키웠죠...

무르 : 같이 있었어!

샤일록 : 하지만, 제가 키움으로써, 무르는 무르가 아니게 될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이 사랑은 뭘까요? 그저 자기애일까요. 추악한 지배욕일까요.
그도 아니라면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기억을 더듬고 있을 뿐?

무르 : 몰라. 나도 샤일록이 좋아!

샤일록 : 고마워요, 무르...
언젠가 만난, 무르의 영혼 조각이 말했죠. 이건 내 영혼...
일그러진 나의 창조물. 제 행동이 초래한 결말.
우습고, 공허하고, 바보 같네요. 저는 두 번 다시 과거의 무르와는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저는 제가 한 행동에 후회는 없어요. 부서진 당신의 영혼을 모으지 않는 저는, 제가 아니니까요.
미완성인 만들다 만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저도, 제가 아니죠.
저는... 저로 있는 한, 당신의 영혼에 개입하겠죠.

무르 :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건, 안 되는 짓이야?

샤일록 : 모르겠어요... 대답은 아직.

무르 : 그럼, 웃어줘! 웃는 샤일록이 좋아!

샤일록 : ...
네, 무르.
미안해요. 혼잣말해서...

무르 : 괜찮아! 초췌한 너도 좋아!

샤일록 : ..

클로에 : 그렇네... 우리들은 서쪽의 마법사인걸.
불안이나 걱정의 포로라니 사양이야! 어차피, 사로잡힐 거라면, 사랑이나 행복이나 즐거운 게 좋아!
그런 것들이라면, 영혼을 지배당해도 상관없어. 그치만, 좋아하거든!
즐거운 게, 사랑하는 게,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거나 행복한 시간이!

무르 : 클로에, 명언!

샤일록 : 그 말대로네요.

클로에 : 그렇지! 왜냐면, 우리들, 아마, 행복해지기 위해 만난 거야.
실패해도, 실수해도, 어제보다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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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소녀에게 왕의 증표를

[메시에 궁전 연회장]

귀부인 : 어머, 귀여운 쌍둥이! 쿠키는 어떤가?

스노우 : 먹고 싶ㅡ어.

화이트 : 누나, 주라ㅡ.

스노우 : 우물우물... 서쪽의 나라 파티는 떠들썩하니 즐겁구먼! 즐거운 자들뿐일세!

화이트 : 그렇지! 회장에 우리네의 그림을 걸어둔 덕분에, 우리네도 만끽할 수 있네!

스노우 : 이마부터 나왔다고 해도, 의외로 들키는 법이지! ...아, 그레고리구먼!

그레고리 : ...읏.

화이트 : 정말이구먼! 그레고리일세!

그레고리 : ...

스노우 : 새인 척을 하고 있는가?

화이트 : 사크 쨩과 친하게 지내줘서 고맙네!

그레고리 : ...너무 큰 목소리로 말 걸지 말아주십쇼. 누군가가 보기라도 한다면...

귀부인 : 어머! 이 새, 말했나? 쌍둥이들, 들었니?

스노우, 화이트 : 들었을지도...

그레고리 : 짹...

귀부인 : ...

그레고리 : 째짹... 째짹...

귀부인 : 새인 것 같네!

스노우, 화이트 : 그런 것 같아!

그레고리 : 짹짹...

/

시노 : 그때 히스가 이렇게 말했어. 나 이외의 사람이 주는 보상을 원하는가?

루틸 : 끼야ㅡ! 히스 멋있어!

피가로 : 좀 하네.

히스클리프 : 그만해, 시노. 그 이야기 몇 명한테 할 생각이야...

카인 : 모두, 여러모로 큰일이었네.

레녹스 : 카인도 큰일이었잖아.

카인 : 나는 전혀... 이래저래 지나치게 생각에 잠겨, 계속 망설이고 있었을 뿐이야.

영혼 조각의 무르 : 근사한 일이잖아.

카인 : 무르? 어라?

피가로 : 아... 퍼플 사파이어 조각. 현자님이 떨어트린 거려나.

영혼 조각의 무르 : 글라스에 든 음료를 쏟아, 손수건을 꺼냈을 때지.

카인 : 근사한 일이라는 건?

영혼 조각의 무르 : 네가 망설인 거 말이야.
망설인다는 건, 네가 하나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식견을 넓혀 정보를 얻었다는 거야.

카인 : ...

영혼 조각의 무르 : 사물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는 성실한 시점과, 다른 의견을 마음속에 넣어 선택하는 관용을 가졌기 때문이지.
네가 성실하고 총명한데다, 타인에게 공평하게,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증거야. 이만큼 근사한 일은 없지.

카인 : 아...

영혼 조각의 무르 : 또 망설이는 사람?

루틸 : 저도예요...

시노 : ...나도려나.

히스클리프 : 나는 언제나...

영혼 조각의 무르 : 너희들은?

레녹스 : 나는 딱히...

피가로 : 너는 그렇겠지.

영혼 조각의 무르 : 너는?

피가로 : 너는?

영혼 조각의 무르 : 실례. 당신은?

피가로 : 그래, 뭐, 그렇네.

영혼 조각의 무르 : 훌륭해. 모두 자기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도록.

(박수치는 소리)

히스클리프 : 하하, 망설였을 뿐인데.

루틸  하지만, 기분이 좋네요.

카인 : 그렇네...

영혼 조각의 무르 : 사고를 멈추고 극단적인 논리로 치달아, 단정 짓기를 반복하면 마음은 편해져. 좌로 우로, 흔들릴 필요가 없으니까.
망설임,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결코, 약한 게 아니야.
결단이 필요한 순간도 있어. 하지만, 고뇌나 정하지 않은 길로 나아가는 것은 결코 소용없거나 필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야.
네가 세상을 넓히고 있는 거야. 계속해 팽창하는 우주처럼.

카인 : ...세상을 넓힌다...

영혼 조각의 무르 : 그래.
아는 것만으로는, 고통이 동반되지 않아. 너는 받아들이려고 한 거야. 네 관용과 도전적인 마음으로.
그 결과, 선택할 수 없는 것이라 해도, 딱히 상관없어.
자기 자신을 알게 된 거니까. 그리고, 미지의 세계나 인물을 알게 됐어.

카인 : ..그럴 지도 모르겠네.
나는 어쩐지, 이상한 짓을 해서, 꼴사납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말해주니까 기쁜걸.

영혼 조각의 무르 : 부끄러워할 일은 하나도 없어. 네 용기는 칭찬할 만해.
네 탐구심에 건배!

카인 : 건배!

루틸 : 이쪽 무르 씨, 철학자답네요!

히스클리프 : 어쩐지, 다정하고, 신사적이고, 멋있을지도...

시노 : 말하는 것도 이해하기 쉽고, 평소 무르에 비하면, 확실히 많이 달라.

피가로 : 흠... 부럽네. 갭모테가 성공하는 타입은.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

영혼 조각의 무르 : 네가 사랑받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어, 피가로.

피가로 : 입조심해, 애송이.

루틸 :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 앗, 취해서...

영혼 조각의 무르 : 미안한걸. 내 언어 선택이 좋지 않았어.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거야.
이 세상 인류사에 있어, 당신의 역할은 정치야. 정치가는 사랑받을 수 없어.

피가로 : ...

영혼 조각의 무르 : 정치는 개인이 아닌, 커뮤니티를 행복하게 하는 역할이야.
당신의 커뮤니티 안에서, 개인은 5할에서 좋게는 8할, 행복을 얻어.
하지만, 개인은 10할의 행복을 바라고, 9할 행복하게 해주는 상대를 좋아하지.
그러니까 당신은 사랑받을 수 없어. 열광적으로 숭배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피가로 : ...

영혼 조각의 무르 : 하지만, 인간이나, 마법사. 많은 종이 생존하는 이 세상에서...
어느 종족도, 파멸적인 멸망을 맞이하지 않고, 온화한 번영을 이뤘어.
그건 당신 덕분이야.

피가로 : ...

영혼 조각의 무르 : 이 아름다운 세계를 지켜줘서, 고마워.

피가로 : ... 흥...
좋아. 용서해 주지.

영혼 조각의 무르 : 피가로 님께서 기뻐 보이셔 다행입니다.

레녹스 : 선을 넘으면 정말로 화내시니까.

루틸 : 피가로 선생님이 정치가라니, 무슨 소리인가요...?
혹시, 어딘가의 마을에서 촌장이라도 하신 건가요?

피가로 : ...
다음에, 제대로 말해줄게.

영혼 조각의 무르 : 그런 점에서, 샤일록은 당신의 정반대야. 궁극의 개인주의.
그는 항상, 개인에게 10할의 행복을 부여하지. 그러니까 항상 인기 있는 거잖아?

피가로 : 그렇네.

영혼 조각의 무르 : 샤일록은, 태생도 기호도 다른 개인의 모든 것을 긍정하려고 해.
하지만, 이론상으로는 파탄이 생겨. 다른 가치관, 다른 욕망을 가지면, 사회에 있어 개인은 부딪히기 마련.
모든 개성을 긍정하고 커뮤니티가 안정되는 일은 없어.
하지만, 샤일록 앞에서는 잘 흘러가. 어째서라고 생각해?

시노 : ...? 술을 마시니까?

레녹스 : 샤일록의 가게는 편안해. 또 가고 싶으니까 아니야?

카인 : 그거다. 샤일록이 좋아서야.

영혼 조각의 무르 : 그 말이 맞아.
의견이 맞지 않는 녀석이 있어도, 그 앞에서는, 예의 바르게, 신사인 척 보이고 싶은 거야.
이건 호의로 커뮤니티를 안정시킨 예야.

시노 : 재밌네.

영혼 조각의 무르 : 그렇지. 흥미와 호의는 양질의 질서를 만들어 자연스러운 평화를 산출해.
정치가도, 술집의 점주도, 각자의 방법으로 망설여가며 사랑하는 세계를 지켜왔어.
잊지 마. 너희들이 망설이는 건, 너희들이 무언가에 흥미를 향했기 때문이야.
호의를 가지고, 다른 가치관을 수용하려고 하기 때문.
무척이나 근사한 일이야. 너희들은 알고 있어.
새로운 세계의 문이, 바로 옆에 열려있다는 것을. 너희들은 어디로든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부디, 자랑스럽게 여겨줘.

/

오웬 : ...
흥... 드디어 평소 얼굴이 됐네.

미스라 : 뭐라고요?

오웬 : 아무것도 아니야. 잠깐만, 잡지 마.とらないで

오즈 : ...

미스라 : 오즈. 왜 당신이 이런 곳에 있는 거죠.
저쪽에 있는 녀석들이랑 같이 있으면 되잖아요.

오즈 : 나는 여기 있는다.

미스라 : 저도 여기 있어요. 식사를 방해하지 말아 주시죠.

오즈 : ...마물처럼 먹지 마라. 딱딱한 것은 제거하고...

미스라 : 하? 시끄러운데요.

오웬 : 미스라. 입 안, 피투성이야.

브래들리 : 우물... 마물...
그러고 보니, 에바가 뭔가가 되살아났다고 말했지.
서쪽의 나라 가까운 곳에... 그거, 대체 뭐였냐?



[서쪽의 나라/ 랑그레누스 섬 도심]

무르 : 노바...
이봐, 노바. 너, 정도를 모르는 건가.

노바 : 너한테 들을 소리는 아닐 텐데.

무르 : 내 연구자료를 가져가서, 어디서 뭘 하고 싶은 거야?
그건 파기한 연구내용이야. 굉장히 신중히 취급하지 않는다면, 사소한 부주의로 최악인 사태가 벌어져.

노바 : 상관없어.
어차피 멸망할 세계다.

(사라지는 소리)

무르 : 아, 이봐...
...나참. 말을 듣지 않는 아이야.



[어두운 방]

노바 : ...
...부족해...
어딘가로 도망쳤나...



[하늘/ 아침]

그리고, 다음날...
서쪽의 나라 새로운 여왕 릴리아나 폐하의 대관식이 치러졌다.


[서쪽의 나라/ 메시에 궁전 복도]

아키라 : 으, 긴장된다...

영혼 조각의 무르 : 당신이라면 괜찮습니다. 긴장을 푸시죠.

클로에 : ...아...!
라스티카! 라스티카다!


-클로에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와, 나는 뒤를 돌았다.
오랜만에, 라스티카와 만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해, 자연스럽게 입가가 풀어졌다.
달려 나가는 클로에의 등...
그 너머에, 흰 정장을 입은 라스티카가 보인다.


클로에 : 라스티카! 무사해서 다행이야!


-라스티카는 미소 지었다. 클로에를 향해, 오른손을 뻗는다.


라스티카 : 여어...


-이상하다는 듯이, 눈을 깜빡이며, 라스티카에게서 미소가 사라졌다.
클로에가 눈을 크게 뜬다.
라스티카가 뻗은 오른손에는, 손이 없었다.


아키라 : ...!


-나는 말을 잃었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손을 잃은 게 아니었다.
부드러운 흰 깃털이 되어, 뿔뿔이 쏟아져 나와 떨어진다.
재빨리 클로에는 양손으로, 쏟아진 흰 깃털을 받았다.
깜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는지, 허둥대며, 그걸 팔 쪽으로 밀었다.
그러자 시간이 조금 지나, 깃털은 라스티카의 손바닥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품위 있고 상냥한 얼굴의 왼쪽이, 뿔뿔이 깃털이 되어 떨어진다.


클로에 : 앗... 앗... 라스티카...


-클로에는 필사적으로, 라스티카를 지탱했다. 뿔뿔이 무너져 내릴 때마다, 황급히 손으로 누른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붕괴가 멈췄다.


클로에 : 어떻게 된 거야? 라스티카... 나쁜 마법이라도 걸린 거야...?


-클로에는 새파래진 얼굴로, 소리칠 뻔한 걸,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다.
라스티카는 그런 클로에를, 다정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다.


라스티카 : ...나쁜 마법?

클로에 : 자...
....읏, 라스티카... 내가 누군지 알겠어? 나를 알아?


-라스티카는 클로에를 바라보았다. 미소 짓는 입가에, 손가락을 대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클로에는 기도하듯이, 젖은 눈동자로 라스티카를 바라보고 있다.


라스티카 : ...
...클로에?

클로에 : ...읏.


-제비꽃색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라스티카는 어깨를 흔들면서 웃었다.
그 와중에, 이번에는 발이 깃털이 된다.
흰 깃털이 흩날리는 동안, 몸이 기울어져 간다.


라스티카 : 하하... 나와 같이 가겠다고 한 아이다.

클로에 : 라스티카, 라스티카...!

라스티카 : 어라...? 잘, 서 있지 못하겠네...
...읏!


-기울어 쓰러질 뻔한 라스티카의 상체를, 브래들리가 안았다.
그도 말을 잃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나를 향해 돌아본다.
나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클로에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필사적으로 라스티카의 발을 긁어모은다.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인형처럼, 몇 번이고 라스티카는 되살아났다.


라스티카 : 미안해, 클로에. 또, 혼자서 일어나지 못했어.

클로에 : ...읏, 누가 이런 짓...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야...!?
내가 해치워줄게...! ...읏, 용서 못 해...! 용서 못 해, 절대로!

브래들리 : 진정해. 서쪽의 꼬맹이.

클로에 : 하지만...!

브래들리 : 그때는, 내가 같이 해줄게. 지금은 신랑 씨를 어떻게든 해야지.

라스티카 : 나라면 괜찮아, 브래들리.


-라스티카는 평소의 미소로 브래들리에게 말했다.
그리고, 내 얼굴을 바라본다.
둥실둥실, 흩날리던 깃털 속에서, 라스티카는 싱긋 웃었다.


라스티카 : 현자님, 대관식에서 중요한 역할, 기대하고 있어요.


-라스티카의 붕괴가, 조금이지만, 진정되어 있었다.
클로에가 라스티카를 있는 힘껏 끌어안는다.
그를 끌어안은 클로에가 눈물을 흘리면서 당황한 듯 말한다.


클로에 : ...가벼워.. 전혀, 무겁지 않아...


-어느샌가 그 자리에 많은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현자의 마법사들. 오랜만에 방에서 나온, 파우스트와 네로의 모습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스노우도 화이트도, 피가로도, 샤일록도.


라스티카 : 괜찮아요. 슬슬 시간이에요.
자, 가시죠. 현자님. 클로에.


-라스티카는 자기 발로 일어나, 클로에의 손을 이끌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의 일이 환상이었던 것처럼.



[메시에 궁전 회합실]

-장엄하고 휘황찬란한 궁전의 회합실은, 아무런 소음 없이 조용했다.
서쪽의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과, 여러 나라의 주요 인물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출석해 있었다.
권위 있는 긴장된 분위기.
그 중심에 있는 건, 아서와 비슷한 나이의 소녀.
새로운 여왕 릴리아나.
그리고, 이 세계에서 온, 현자라 불리는 나였다.


아키라 : 새로운 여왕 릴리아나.
서쪽의 나라 왕가의 지보至宝, 위대한 위엄이 느껴지는 왕관과 왕홀을 수여한다.
이 고귀한 레갈리아를 손에 쥐어, 군주로서의 엄숙함과 품격을 항시 잊지 않고, 왕좌에 군림하라.
하늘로부터 내려온 영광과 함께, 현명하고 자애로 가득한 지도자가 되어라.


-나는 긴장하면서, 릴리아나 여왕의 머리에, 인생에서 가장 신중한 손놀림으로, 왕관을 씌웠다.
그리고, 왕홀을 건넨다.


아키라 : (이게 저주의 왕홀...)


-나는 오즈를 봤다. 이 왕홀이 저주받았다면, 그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오즈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쌍둥이와 피가로, 샤일록도. 저주에 대해 잘 아는 파우스트도.
당황해하며, 무르의 영혼 조각이 속삭이는 대로, 나는 말을 이어갔다.


아키라 : 지금, 이 순간, 신성한 서쪽의 나라 군주는, 여왕 릴리아나가 되었다.
현자의 마법사들로부터, 축복을.

스노우, 화이트 : 서쪽의 나라와 새로운 여왕께, 영구한 축복이 있기를.
ノスコムニア

미스라 : 《アルシム

오웬 : 《クーレ・メミニ

브래들리 : 《アドノポテンスム

샤일록 : 《インヴィーベル

무르 : 《エアニュー・ランブル

클로에 : 《スイスピシーボ・ヴォイティンゴーク

라스티카 : 《アモレスト・ヴィエッセ

파우스트 : 《サティルクナート・ムルクリード

시노 : 《マッツァー・スディーパス

히스클리프 : 《レプセヴァイヴルプ・スノス

네로 : 《アドノディス・オムニス

피가로 : 《ポッシデオ

루틸 : 《オルトニク・セトマオージェ

레녹스 : 《フォーセタオ・メユーヴァ

미틸 : 《オルトニク・セアルシスピルチェ

오즈 : 《ヴォクスノク

아서 : 《パルノクタン・ニクスジオ

카인 : 《グラディアス・プロセーラ

리케 : 《サンレティア・エディフ


-조용히 눈꺼풀을 감고, 왕좌에 앉아, 축복받고 있던 릴리아나 여왕이 눈을 떴다.


아키라 : 선서를 부탁드립니다.

릴리아나 : 예, 현자님.


-릴리아나 여왕은 왕홀을 손에 쥐고, 날렵하게 일어났다.
회합실에 모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온화하고 힘차게 미소를 보인다.
그 미소가 흔들렸다. 비틀거리며 쓰러지는 라스티카를 보고.
흩날리는 깃털이 된 라스티카의 어깨를 클로에가 허둥대며 받쳐준다.
릴리아나 여왕은 그에게서 눈을 돌리고, 각오를 다졌다는 듯이, 커다랗게 숨을 들이마셨다.


릴리아나 : 나의 국민들이여, 오늘, 이 신성한 의식을 통하여, 나는 서쪽의 나라 여왕으로서 즉위합니다.
이로써, 나는 코르테스의 공주가 아닌, 모든 국민의 여왕이 되었음을 맹세합니다.
서쪽의 나라는 마법 과학의 발전에 의해, 거대한 부를 손에 넣었습니다.
하나, 그 부가 정의롭고 공정하게 뿌리내리지 않았다면, 진정한 풍요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나는 빈부의 차를 줄이고, 문화와 예술의 아름다움을 드넓혀, 국민의 환희를 키워나갈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국왕의 죽음이, 혼란과 불안을 초래하였지만, 내가 이 나라의 희망과 광명이 되겠습니다.
국민들이여. 나는 서쪽의 나라가 대륙의 중심이 되는 것을, 진심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릴리아나 여왕의 힘 있는 말에, 회합실에 동요가 일었다.
하지만, 그를 웃도는 소리 없는 갈채가 조용히 터져 나왔다.
서쪽의 나라 사람들이, 기대와 긍지에 눈을 반짝이고 있다.
태양을 올려다보듯, 새로운 여왕을 바라보고 있다.


릴리아나 : 서쪽의 나라의 자랑스러운 과학과 전통, 마법과학병단과...
구세의 영웅인 현자의 마법사들과 함께, 서쪽의 나라를 발전시키겠습니다.
어려운 세상이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결속하고 협력하여,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함께 축하합시다.


-거기까지 말하고, 릴리아나 여왕은 회합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표했다.
직후, 수많은 박수와 갈채가 터져 나왔다.


참가자 : 릴리아나 여왕 폐하, 만세!

참가자 : 여왕 폐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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