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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읽으면 좋은 스토리 : EVENT_47. 맺어진 인연은 마법처럼 (後)

TL/checking-hz

제5장. 비밀과 신뢰 ▼PAGE END
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7화 8화 9화 10화

제1화 시찰의 끝에


[마법관 정원]

-한 차례, 시찰을 마친 빈센트 씨는 쉬지 않고, 성으로 돌아간다 하셨다.
드라몬드 씨와 콕 로빈 씨도 병사들과 함께 빈센트 씨를 모셔가는 것 같았다.
배웅나온 마법사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어쩐지, 그들의 기척이 느껴진다. 멀리서 흥미 있는 것을 바라보며 주의 깊게 관찰하는 기척...
한밤중 주차장의 고양이들처럼 찾아온 무언가가 떠나가는 걸 잠자코 기다리고 있다.


아키라 : 그럼, 조심히 가세요.


-빈센트 씨는 돌아서서 나를 바라봤다.


빈센트 : 한 가지, 떠올랐다. 질문해도 되나.

아키라 : 네, 어떤 거 말씀이신가요?


-빈센트 씨가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나는 미소로 답할 생각이었다.
그와 친해지고 싶으니까. 이날의 일이, 인간과 마법사가 교류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니까.
빈센트 씨의 시선에도, 짓궂음이나, 비아냥거림은 없었다. 신사적이고 사무적인 분위기 속에서 입을 연다.


빈센트 : 오즈에 대해서다.
이전, 내 눈 앞에서 오즈가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을 때 잠 든 적이 있었지.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그는 잠들었다. 그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이례적인 일인가? 항상 그러는 건가?
즉... 특정 조건 하, 오즈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건지 대답해 줬으면 하네.

(바람이 부는 소리) 

-바람이 불어, 나무들이 소란스러워진다.
나는 미소를 지은 채, 동요하며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건 오즈에게 있어서 최대의 약점이었다.
오즈는 <위대한 재앙>의 기묘한 상처로 밤 사이 마법을 사용하면 잠들었다.
세계 최강의 마법사가 밤 사이 사람 손에 죽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그것을 빈센트 씨께 전해도 되는 건지, 재빨리 판단이 서지 않았다.


아키라 : ...


-그 짧은 기묘한 틈을 빈센트 씨는 놓치지 않았다.
신사적이며 담백한 빈센트 씨의 눈에 불쾌한 듯 미심쩍다는 의심이 떠오른다.


빈센트 : ...왜 그러지. 대답할 수 없나?

아키라 : ...어...

빈센트 : 그럼, 하나 더 질문하지!


-빈센트 씨의 목소리가 단호해져 간다. 나는 뺨을 맞은 것처럼 흠칫하고 등을 떨었다.


빈센트 : 카인 나이트레이에 관해서다. 성의 병사가 카인 얘기를 하고 있었다. 최근 눈 상태가 나쁜 게 아닌가 하고.
시선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같다. 뭔가 이에 대해 알고 있는가, 현자 공.


-카인의 기묘한 상처 때문이다. 카인은 지금, 닿기 전까지 상대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그것도 카인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게다가 그는 아서의 호위를 담당하는 일도 있다.
아서에게 다가오려는 암살자가 들었다간, 망설이지 않고 카인을 공격해 아서에게 접근하겠지.
나는 두 번이나 침묵해버렸다. 드디어 빈센트 씨의 의심이 짙어져 간다.


빈센트 : 현자 공!

아키라 : ...읏.

빈센트 : ...그런가. 잘 알겠다. 마법관의 비밀은 우리에게 발설할 수 없는 건가.


-빈센트 씨는 마른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의 얼굴에는 확실하게 실의와 분노가 보였다.


빈센트 : 우리들에게 마법사를 믿으라고 요구하면서, 그게 너희들의 대답인 거군.

드라몬드 : 빈센트 전하...

빈센트 : 신기한 힘으로 봉인된 책의 내용을 읽고, 하늘을 날고, 창문에서 침입하고, 손가락 하나 쓰지 않고도 우리들을 죽일 수 있는 마법사.
마법사들 앞에서는 아무리 강한 병사마저 갓난아기나 마찬가지다. 우리들은 항상 공포에 사로잡혀 있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너희들은 자신들의 약점을 드러내려고도 하지 않아. 이게 공평한 일인가?
우리들을 신뢰하지 않는 건, 바로 너희들 아닌가! 그런 주제에, 이해하고 다가서고 싶다고?
이따위 일방적인 요구가 가당키나 한가!

아키라 : ...읏!


▲TOP


-2화 따뜻한 유대를


[정원]

-빈센트 씨의 커진 목소리에 순간 심장이 아파온다.
빈센트 씨가 말씀하시는 건 맞는 말이었다.
모처럼 친해지려고 해 주신 그를 화나게 만들었다. 슬픔과 한심함으로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아키라 : (아예 말해버릴까... 어쩌면 그 편이, 좋은 결과를 낳을지도 몰라...)


-몇 번이고 머릿속에 떠올랐다. 따뜻한 인연을, 그와 맺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나에게 마음을 터놓아준 마법사들의 목숨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그들의 허락 없이 전할 수는 없다.
어째서 전할 수 없는 걸까? 인간과 마법사가 사이좋게 사는 세계를 만들고 싶어, 그렇게 생각했는데.
당황해하면서도 나의 솔직한 마음의 소리를 들어본다.


아키라 : (나는... 나는 아직 빈센트 씨를 믿지 않는구나.)


-믿고 싶지만, 믿을 수 없어.
아무리 예쁜 말로 포장한다 해도, 그게 사실이었다.
괴로운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빈센트 씨도, 분명 같은 마음이겠지.
지금 오즈나 카인의 정보를 전해도 우리들을 진심으로 믿어줄 리 없어.
그 몇 초로 신뢰를 쌓을 계기는 잃어버렸다.
서로를 믿는다는 건, 어째서 어려운 걸까.
이렇게 어려운 걸, 마치 간단한 일처럼 취급하고,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다니...


아키라 : ...죄송해요, 빈센트 씨. 아무래도 말씀드릴 수 없어요. 정말 죄송해요...

빈센트 : 흥... 자신이 미덥지 못하다는 걸不実 인정했나. 마법사들을 앞에 세워, 우쭐해하고 있던 위선자 놈.

아키라 : ...

드라몬드 : 빈센트 전하... 아무리 그래도, 그, 말이...

빈센트 : 닥쳐라, 드라몬드. 현자여. 네 태도는 잘 알겠다. 이건 돌려주지.


-빈센트 씨는, 내 눈 앞에 무언가를 들이밀었다.
클로에의 넥타이クラバット/cravate다.
감격의 눈물을 흘리던 클로에가 떠올라, 나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키라 : 빈센트 씨... 그건 클로에의 선물이잖아요.
저를 믿지 못하신다 하더라도, 클로에는...

빈센트 : 나를 저주해 죽일 가능성이 있다. 네가 우리들을 믿지 못하는 이상, 나도 네 마법사를 믿을 수가 있나.
받아라, 현자. 받지 않는다면 땅에 버리겠다. 그런 취급을 받고 싶지 않다면, 당장 받아라!


-눈앞에서 넥타이가 흔들린다. 클로에를 향한 미안함과 무력감에 나는 약하게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아키라 : (죄송해요, 클로에...)


-떨리는 오른손을 뻗는다. 그 순간...
옆에서 뻗어 나온 누군가의 손이, 나보다 먼저 클로에의 넥타이를 손에 쥔다.
그러고는 빈센트 씨께 꽉 쥐어 돌려준다.
그 손의 주인은, 아서였다.


아서 : ...

아키라 : 아서...


-아서는 안심시키려는듯, 나를 향해 빙긋 웃었다.
하지만 약하게 일그러진 그의 얼굴을 보고 괴로움에 눈동자가 흔들린다.
슬픔과 망설임을 담은 푸른 눈동자가, 곧바로 빈센트 씨를 바라봤다. 


아서 : 숙부님. 클로에는 선물에 저주를 퍼붓는 자가 아닙니다.
목표가 뚜렷하고 실력이 뛰어난 재봉사입니다. 이 넥타이는 저주받지 않았습니다.


-아서의 말에 새의 지저귐 소리가 겹쳐진다. 어느샌가, 마법사들이 하나 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중정 앞에, 창가에, 옥상 위에, 기둥 뒤에, 살며시 서서, 동태를 살피고 있다.
미간에 주름을 지으며, 빈센트 씨가 넥타이 채로 손을 쳐내려 한다.


빈센트 : 마법사가 하는 말 따위, 믿을 수 없다!


-넥타이를 돌려주려는 순간, 누군가가 숨을 참는다.
클로에다.



▲TOP



-제3화 신뢰를 쌓기 위해


[정원]

-라스티카와 함께 창에서 걱정스럽다는 듯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 모습은 아서에게도 보였을 것이다. 아서는 어렴풋이 초조해 보였다.
그의 눈 앞에서, 넥타이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싶지 않다고.
신경은 쓰지도 않는 것처럼, 빈센트 씨는 바짝 다가왔다.


빈센트 : 신기한 힘을 조종하는 너희들의 행동에는, 애초에 보증이 없다. 네가 아서라는 증거도 없어.
오늘 내가 마법사에 의해 환영을 봤을 뿐일지도 모른다. 무얼 근거 삼아 마법사를 믿으라는 거지!?


-빈센트 씨가, 아서의 손가락을 내치려고 한다.
넥타이가 흔들리며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아서는 순간 눈을 커다랗게 떴다. 외치듯이 입을 열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한 건지, 나는 한 박자 늦게 이해했다.


아서 : 약속합니다.


-마법사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 약속을 어기면,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되니까.
순간, 숨쉬는 것을 잊어버렸다.
무거운 바람이 불고 하늘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한결같은 파란 눈동자로, 아서는 빈센트 씨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서 : 숙부님도 알고 계시겠죠. 마법사는 약속을 어기면, 마력을 잃게 됩니다.
제가 약속하죠. 클로에는 숙부님께 저주 따위 하지 않습니다. 이건 숙부님께 드리는 우정의 증표입니다.
믿어주세요.

빈센트 : ...


[중정]

카인 : ...! 아서가 약속을...

리케 : ...!

(뛰어가는 소리)

카인 : 어디 가는 거야, 리케!

리케 : 아서 님의 곁으로...

카인 : 관둬. 우리들이 섣불리 나갔다간, 아서의 행동이 수포로 돌아갈 거야!
아서는 우리들을 위해, 빈센트 님과 신뢰를 쌓으려고 하고 있어.


[담화실]

클로에 : ...아서...!
어떡하지!? 나 때문에, 그럴 수가... 어떡하지!?

라스티카 : 클로에... 자신을 탓하지 마렴. 너만을 위한 게 아니야. 우리들을 위해서야.

샤일록 : 저희들, 마법사와 중앙의 나라 정부의 신뢰를 위해 용기를 보여주신 거겠죠.

무르 : 자 그럼, 어떻게 될까? 여러 속셈과, 긴박한 상황.
이 카드 게임은, 자칫하면 천국과 지옥이 뒤바뀔 거야.


[실내 수행장]

시노, 히스클리프 : 아...!
...

파우스트 : ...읏, 저 바보가...

네로 : 어떡할래? 갈 거야, 선생.

파우스트 : ...오즈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어린 아이나 현자만을 비난받게矢面に 둘 수는 없어.

네로 : 마음은 이해하는데, 지금 협박은 역효과잖아!? 선생은 술책 써서 중개할 수 있겠어...?

(천둥 치는 소리)

파우스트 : ...


[창가 옆 복도]

오즈 : ...!

스노우 : 오즈!

화이트 : 오즈여, 참게나! 지금 그대가 나서면 빈센트에게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네!

스노우 : 진정하게나! 결코 무의식적으로 번개로 태워 죽이지 않도록!

오즈 : ...읏...


[하늘]

미스라 : ...뭐하는 건가요, 저 사람...

브래들리 : 아하하! 무모하고 바보 같은 놈이네.
하지만 싫지 않다고.

오웬 : ...


[중정]

루틸 : ...읏, 아서 님...

미틸 : 방금 그거, 약속인가요? 벌써 약속이 성립됐다는 건가요?

레녹스 : ...응...

미틸 : 그럴 수가...

피가로 : 괜찮아, 미틸. 레노, 모두를 부탁할게.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 비가 내릴 거야. 젖지 않을 장소로 가.


(천둥 치는 소리)


▲TOP



-제4화 울려퍼지는 결의의 말


[정원]

아서 : ...


-흘러가는 구름이 햇빛을 가리고, 빈센트 씨와 아서의 얼굴에 그림자가 지나간다.


[비가 오는 정원]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해 빗소리가 들린다. 투둑 투둑, 강한 바람이 숙부와 조카의 똑같은 색깔인 머리칼을 흔든다.


아서 : 제가 약속을 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충동적인 행동이기는 했지만 무모하고 섣부른 행동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 숙부님은 귀중한 시간을 내어, 마법사를 생각 해 주셨습니다. 마음을 열고, 다가가려 해 주셨습니다.
그 시도가 소용없다 느껴지신다면, 숙부님은 두 번 다시 마법사에게 마음과 시간을 내어주지 않으실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용기를 냈습니다.

빈센트 : ...

아서 : 인간과 마법사의 미래를 위해서, 저는 마력을 잃을 위험과 맞바꾸어 약속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렇게까지 위험한 일은 아닙니다. 저는 클로에를 믿고 있으면 될 뿐이니까요.

빈센트 : 어째서, 믿을 수 있지? 같은 마법사 사이니까? 서쪽의 나라 출신인 바느질 쟁이일 뿐인데.


-아서는 가볍게 웃었다.


아서 : 함께 시간을 보내왔기 때문입니다. 여러 이야기를 듣고, 여러 표정을 보면서, 클로에가 재봉해준 옷을 자주 입었습니다.
그렇기에, 약속할 수 있습니다.

빈센트 : ...


-조용한 결의가 깃든 시선이, 빈센트를 올려다본다.
올려다본 창에서는, 라스티카에게 어깨를 안긴 채로 클로에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 광경에 나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빈센트 씨는 씁쓸함과 함께 어쩔 수 없다는 모습을 보이며 물러서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천천히 손을 떨어트리며 정갈하게 넥타이를 품에 넣는다.


빈센트 : ...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받아두지.

아서 : ...감사합니다, 숙부님.

(천둥 치는 소리)

-천둥소리가 들리며, 비는 거세져 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정원은 잿빛 하늘에 둘러싸였다. 우산을 펴고, 뛰어오는 병사를, 아서가 멈춰 세웠다.


아서 : 《パルノクタン・ニクスジオ


-다정한 목소리로 주문을 외우자, 둥실 옅은 빛이 나타나 빈센트 씨와 병사들을 둘러쌌다.
보이지 않는 외투로 보호받고 있는 것처럼, 내 옷에는 닿지 않고 빗물이 튕겨져 나간다.
마치, 빛나는 천에 지켜지고 있는 것 같았다.


아서 :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숙부님.


-빈센트 씨는,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몇 번이고 끄덕이다 고개를 들었다.


빈센트 : ...아서. 세계의 이변에 대응하기 위한 제안서를 읽었다.

아서 : 조사단 설립의... 읽어주셨군요. 어떠셨습니까?

빈센트 : 현자의 마법사들을, <위대한 재앙>과의 전투 대비에 전념시키고 싶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중앙의 나라 공무 조직에 마법사를 참가시킬 수는 없다. 조사단은 인간으로만 결성한다.

아서 : 하지만, 인간만으로는 위험한 상황에...

빈센트 : 마법사가 인간을 겁주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안전을 보증할 수 없는 자들을, 국가 일에 사용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것도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다. 노바라 불린 마법사처럼, 국가나 세상의 파멸을 바라는 마법사는 있다.

아서 : 노바는 북쪽의 마법사인 미스라와도, 호각으로 겨뤘다 들었습니다. 인간의 힘으로 당해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빈센트 : 마법 과학 병단을 강화시키겠다. 서쪽의 나라 마법 과학은 나날이 진보하고 있다. 언젠가, 한 나라의 왕이 기후를 조종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

아서 : 언젠가로는, 늦습니다. 지금 당장 신원이 확실한 마법사들을 모아, 유사시 조직으로 움직이게 하는 편이...

빈센트 : 한번 더 말하지. 마법사만의 조사단은 인정하지 않는다.
마법사에게 조직활동은 적합하지 않다. 마법사는 신기한 힘에 기대, 상부상조의 개념을 모르기 때문이다.

피가로 : 알고 있어요.


▲TOP



-제5화 미소를 품으며


[정원 / 비]

-온화하고 상냥한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빗 속에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피가로가 조용히 다가왔다.
피가로가 이쪽을 본 순간, 나와 아서는 동시에 안심했다.
긴장으로 경직되어 있던 몸이 조금 편해져서, 피가로의 옆모습을 눈으로 쫓는다.


피가로 : 오늘은 신세 많이 졌습니다. 다시 한 번 인사드리죠, 남쪽의 마법사 피가로입니다.


-피가로는 손을 뻗어, 빈센트 씨와 악수했다.


빈센트 : ...기억한다.

피가로 : 영광입니다.
아까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남쪽의 마법사와 마을의 유명한 마법사들이 함께 왕도의 부흥을 도왔어요.

빈센트 : ...사실인가?

드라몬드 : 네. 기왓장의 철거나, 외벽의 재건 등을...

피가로 : 무료로.

드라몬드 : 네, 무료로.

빈센트 : ...보수를...

피가로 : 아뇨아뇨, 신경 쓰지 마시죠. 곤란할 때에는 서로 돕는 법이니까요. 남쪽의 나라에서는 서로가 돕고 있어요.
왕도의 부흥작업을 행하는 동안, 왕도의 주민분들도 무척이나 친절하게 대해주셨죠.
상업 길드 분들이나, 경찰 분들, 부흥을 위해 기부해주신 귀족 분, 마법에 관심을 갖고 있는 신문기자 청년...
도와준 답례라면서 빈 집을 주신 분도 계셨어요. 왕도에 올 때 자유롭게 써도 된다면서.
중앙의 나라 분들은 밝고 정직하며 성실하신 분들이라, 무척이나 다정한 사람들 뿐이었죠.

빈센트 : 그랬나... 아니, 나야말로 협력해줘서 감사하지.


-국민을 칭찬하며 애교 있는 미소를 보이자 빈센트 씨는 기분이 좋아졌다.
피가로는 조금 황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눈썹을 내리며 웃었다.


피가로 : 마법사는 단독행동을 좋아합니다. 빈센트 전하께서 오해하시는 것도 어쩔 수 없죠...
하지만, 돕는 걸 좋아하는 마법사도 있습니다. 그 점에서 오해를 풀기 위해...
양도받은 빈 집을 유효하게 활용해, 마법사와 인간과의 교류의 장으로 만들고 싶습니다만.
어떠실까요?

빈센트 : ...마법사와 인간의 교류의 장...

피가로 : 네. 방금 전, 전하께서도 말씀하셨죠. 복지 활동이라면 활약할 장소를 마련할 수 있다.
부디, 저희들에게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주실 수 있으실까요?


-빈센트 씨는 피가로의 속셈을 파악하려는 듯 그를 바라봤다.
피가로의 미소는 완벽했다. 그 미소를 바라보며, 나는 두 가지를 떠올렸다.
나를 농락한다 말했던 그.
그리고, 미스라가 말한 목숨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는 말.


빈센트 : ...상관 없겠지. 자잘한 일은 드라몬드에게 물어보면 된다.

피가로 : 아아, 전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수줍게 웃는 찰나,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어렴풋이 피가로는 냉담하고도 지배적인 눈동자를 보였다.
피가로는 흐뭇한 듯 아서를 향해 목례 해 보였다.


피가로 : 아서 전하. 왕도의 마법사 집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면...
전하께서 제안하신 조사단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검토해주시겠지요.


-아서는 피가로를 바라봤다. 피가로의 의도를 알아챈듯 강하게 끄덕인다.
처음부터 전면적인 신뢰를 얻는 건 어렵다. 조그마한 성과를 쌓아갈 수밖에 없다.
피가로가 제안하는 왕도의 마법사 집이 성공한다면, 마법 조사단의 설립도 허가가 날지 모른다.


아서 : 그렇네요 피가로 님... 숙부님, 다시 한 번 제안드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빈센트 : ...알겠다.


-빈센트 씨는 제멋대로 굴지 마라,라고는 말하지 않고 마지못해 끄덕였다.
공평정대한 인물로 행동하는 사람으로서, 피가로의 말은 반론하기 어려웠겠지.
왕도의 사람들과 마법사가 단단한 신뢰를 맺을 무렵에는, 조사단의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다.
피가로의 시원스러운 얼굴을 보면서 나는 몰래 감동하고 있었다. 정략적인 화술이나 그 안배는, 역시 연륜이 느껴졌다.


빈센트 : 전의 그것을.


▲TOP



-제6화 결의가 가져온 것


[정원 / 비]


-빈센트 씨가 부르자, 곁에 있던 사람이 봉인된 자료를 들고 왔다.
그걸 받아, 아서에게 건넸다.


아서 : 이건...

빈센트 : 네게 부탁받은 거다. 오늘 시찰만으로는 넘겨주지 않고, 이쪽에서 대처할까 생각하고 있었다.
월식의 저택에 남겨져 있던 마법진과, 노바라는 마법사에 관한 조사 보고서다.


-아서가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피가로도 가볍게 눈을 부릅뜬다.
빈센트 씨는 목소리를 죽이고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빈센트 : ...네가 예측한 대로, 비슷한 마법진이 몇 개 국내외에서 발견되었다. 하지만 명료하지 않은 보고서들 뿐이었다.

아서 : 명료하지 않은 보고... <위대한 재앙>의 영향으로 없어진 곳이 많다는 건가요?

피가로 : 니콜라스 공과 마찬가지인 거 아닐까요. 정치의 중추가 되는 인물이 여기저기 얽혀 있었어서, 은폐할 수밖에 없었다.


-빈센트 씨가, 화들짝 놀라 피가로를 바라봤다. 
검지를 치켜세우며 피가로는 진지하게 끄덕인다.


피가로 : 괜찮아요.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았어요.

빈센트 : ...절대 말하지 마라.

아서 : 마법사 노바에 관한 단서는...

빈센트 : 하나도 없었다.


-아서와 피가로는 뭔가를 말하고 싶은 듯 서로의 눈을 마주 봤다.


빈센트 : 아서, 네게 충고하지. 멋대로 행동하지 마라. 다른 나라에 간섭할 경우, 하나 하나 보고하도록.
특히 서쪽의 나라에게 적대행위로 보일 수 있는 짓은 절대로 삼가도록.


-아서는 가만히, 커다란 눈으로 빈센트 씨를 바라봤다.
겁먹은 듯 빈센트 씨가 눈을 돌린다.


아서 : 감사합니다, 숙부님. <위대한 재앙>과의 전투 대비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빈센트 : 성으로 돌아와라. 모쪼록, 행동에 신중을 가하도록.


-갑자기 아서는 웃었다. 장난스럽게 눈을 뜨고 빈센트 씨를 올려다본다.


아서 : 약속이나 하는 마법사에게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빈센트 : 아서.

아서 : 알겠습니다.


-이렇게, 드라몬드 씨들은 떠나갔다.

/

아서 : 현자님, 피가로 님. 걱정을 끼쳐드려 면목없습니다.


-『아냐 아냐, 신경 쓰지 마』 피가로는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는 아서의 어깨를 붙잡고 축 늘어지면서 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피가로 : ...깜짝 놀랐어 정말... 나참, 이 폭풍우를 봐. <위대한 재앙>이 오기 전에 세상이 멸망하겠어.


-피가로는 눈썹을 아래로 내리며, 정면에서 아서를 바라봤다.


피가로 : 약속은 하지 말라고 자주 들었잖아.


-아서는 혼나는 아이처럼 쑥 턱을 당겼다. 그러고는 곧장 다시 피가로를 바라본다.


아서 : 죄송합니다. 하지만, 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습니다.

피가로 : 그런 정치적인 일은 나이 많은 마법사들에게 맡겨두면 되는 거야. 너는 인생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아서 : 벌써 17살입니다.

피가로 : 무슨 말 하는 거야. 이제 17살인 거잖아.


-아서의 둥근 뒷통수를 쓰다듬으며, 피가로는 쓴웃음을 보였다. 그러고는 나를 돌아봤다.
시선의 높이를 맞춰 격려하듯 미소 지어줬다.


피가로 : 현자님도 미안해. 곤란한 상황에서 눈치 보이게 만들었네.

아키라 : 아뇨... 저야말로 죄송해요. 잘 대답하질 못해서, 빈센트 씨를 화나게 만들어버리고...

피가로 : 그건 어쩔 수 없었어. 마음을 터놓기에는, 아직 시간이 부족하지. 나는 오히려, 현자님을 믿게 됐어.

아키라 : ...정말요?

피가로 : 응. 간단히 우리들의 정보를 건네주는 아이랑은, 안심하고 어울릴 수 없으니까.
우리들을 위해 비밀을 지켜줘서 고마워. 소리쳐서 무서웠지.


-피가로가 미소지으며, 한 손으로 내 볼을 감싼다.
손끝의 온기가 느껴져 낯간지러움에 얼굴이 뜨거워진다. 동시에, 뜨겁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자신의 행동이 틀린 건지, 걱정돼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는데 긍정해줘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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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신뢰 쌓기積み木


[정원 / 비]

아키라 : ...조금 무서웠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피가로 : 다행이다.


-좋아하는 것을 애지중지 다루는 듯한 피가로의 다정한 시선에, 나는 가슴이 따뜻해진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깨달았다.
반대 행동을 취했다면 나는 그의 신뢰를 잃었을 것이다.
지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마법사들을 생각한다고 해도, 오즈나 카인의 비밀을 말했다면...
나는 피가로의 신뢰를 잃어 경멸당했겠지. 피가로 만이 아니라 다른 마법사들에게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틀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하지만 그럼 신뢰라는 건 결과가 전부인 걸까?
배신이나 결별, 거짓말이나 불의.
내가 아무리 사랑하고 지켜도, 판단을 틀리면 전부 잃어버리는 걸까?
신뢰를 높은 탑처럼 쌓아 올려도, 하나 틀리면 그저 부서진 벽돌들의 산이 될 뿐일까?


(뛰어오는 소리)


클로에 : 아서...!


-클로에의 목소리에 나는 순간 고개를 들었다.
라스티카와 나란히, 눈시울을 붉힌 클로에가 달려온다. 다른 마법사들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클로에 : 아서, 미안해... 나 때문에...

아키라 : 아니에요, 클로에. 제가...

아서 : 클로에나 현자님께서 사과하실 일이 아닙니다. 두 사람 덕분에 잘 풀렸습니다.


-서로가 앞서 사과하는 우리들에게, 아서가 밝은 미소를 보인다.
그런 그가 움찔한다.


오즈 : 아서.


-오즈의 목소리다. 뒤를 돌아보고 나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오즈는 엄청나게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이런 표정을 하고 있었다면, 나는 허리에 힘이 빠져 뒤로 넘어졌겠지.
평소, 오즈를 상냥한 스승이라고 칭송하던 아서도 겁먹어 있다.


아서 : 오, 오즈 님...

스노우 : 오즈여, 침착하게나.

화이트 : 화내면 안 되네.

오즈 : 닥쳐라.


-땅바닥을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에, 쌍둥이는 끌어안으며 뛰어올랐다.


오즈 : 아서. 약속은 하지 말라고 말했을 텐데.

아서 : 알고 있습니다. 다만, 숙부님의 결의에 답하기 위해 이것 외에는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가서려는 순간, 의심을 사버려 거절당하면 누구든 상처받습니다.

오즈 : 약속을 어기면 마력을 잃는다. 그런 경솔한 행동을...

아서 : 오즈 님의 가르침을 어긴 건 반성하고 있습니다만, 경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법사와 인간의 밝은 미래를 생각해서입니다. 제 나름 최선을 다했습니다.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한 행동이 아닙니다.


-아서는 당당하게 고했다. 오즈는 굉장히 무서운 얼굴로 곤란해하고 있었다.
오즈의 마음은 이해한다. 아서의 건투를 칭찬하고 싶지만 위험한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즈는 긴 침묵을 한 뒤, 지팡이를 들었다.


오즈 : 《ヴォクスノク

아서 : ...아!


-그 뒤, 오즈도 아서도 사라져 있었다.

아서가 있던 곳에는, 빈센트 씨께 받은 보고서만이 떨어져 있다.


아키라 : 아서, 오즈...

피가로 : 방에서 설교할 뿐이야.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옮긴 거겠지.

스노우 : 오즈의 경우, 말을 찾는 시간이 길 것 같네만...

샤일록 : 부디, 지나치게 화내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요.


-후우, 파이프 연기를 뱉으며 샤일록도 무르와 함께 찾아왔다.
유연하고 요염한 눈빛에는 호의와 애정이 숨어있다.


샤일록 : 아서 님은 다리를 놓아주신 것뿐이니까요.
엇갈림으로 부서지고 있던, 클로에와 빈센트 님의 다리를 이어주셨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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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기록되어 있는 것은


[정원 / 비]

클로에 : 아서는 나를 감싸준 거야... 나를 믿는다고 말해줬어.
오즈 님께 혼나게 된다면, 면목 없어...

무르 : 오즈의 천둥, 엄청 큰 소리였지! 쿠구궁!

라스티카 : 오즈 님은 아서 전하를 소중히 여기고 계셔. 호되게 화내시지는 않으실 거야.

(천둥 치는 소리)

라스티카 : 아마도.


-커다란 천둥소리에, 주위를 둘러본다. 그때, 뒤돌아 떠나려고 하는 파우스트의 뒷모습이 보였다.


아키라 : 파우스트. 파우스트도 걱정돼서, 상황을 보러 와주신 건가요?


-파우스트는 발을 멈췄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고개를 젓는다.


파우스트 : 아냐.

아키라 : 하지만...

파우스트 : 지나가던 길이었을 뿐이야.

피가로 : 방금 전까지 중앙의 나라 병사들이 잔뜩 서있던 곳을?

파우스트 : 내 산책코스야.


-피가로는 울컥한 파우스트을 보고 웃고서는, 보고서를 주워 올렸다.
그러자 하늘에서 내려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브래들리다. 피가로의 곁에 서서, 그의 어깨에 친근하게 팔을 올린다.
피가로도 파우스트도 그 친근한 행동에 놀랐지만 브래들리는 신경 쓰지 않았다.


브래들리 : 읽어봐. 단서가 적혀있다며?

피가로 : 아서한테 온 건데.

브래들리 : 닳는 것도 아니잖냐.

피가로 : 뭐 그런가...

파우스트 : 어이, 기다려. 정말 멋대로 읽는 건가.


-가볍게 문답하면서, 그들은 피가로가 개봉한 보고서를 들여다봤다.
문자를 읽을 수는 없었지만 나도 함께 들여다봤다.
봉인된 서류에는 몇 십장의 편지와 지도가 동봉되어 있었다.


피가로 : 월식의 저택과 같은 마법진이 발견된 장소...

브래들리 : 대륙 이곳 저곳에서 발견됐네. 얼마 전에 간 지명도 있어.

파우스트 : ...어디지?

피가로 : 너도 보고 있네.

파우스트 : 시끄러워.


-말다툼하는 그들 곁에서, 툭 라스티카가 들여다봤다.


라스티카 : 볼더 섬이네.

파우스트 : 볼더 섬... 정말이군...

라스티카 : 볼더 섬에 있는 동굴에서, 월식의 저택과 같은 마법진, 그리고 다량의 제물이 발견됐다.
여기에 그렇게 적혀있어요.

아키라 : 볼더 섬... 그렇게 멋진 곳에서...

피가로 : <위대한 재앙>이 일으킨 이변으로 동굴이 붕괴돼서 발견이 늦어졌다는 것 같네.

라스티카 : 실례. 대화에 끼어들어버렸네. 낯익은 이름이 보여서 그만.

브래들리 : 상관없어. 노바에 관한 정보는?

피가로 : 빈센트 씨는 없다고 했어. 하지만, 빠트린 게 아닐까.
마법사에 관한 정보는 따라가기 힘들어. 요령을 터득하면 알아내기 쉽지만.

파우스트 : 어떤 거지?


-피가로는 파우스트를 언뜻 보고는, 시선을 멀리 돌렸다.


피가로 : 불굴의 신념?

브래들리 :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마법의 경향이겠지. 마도구가 특징적이면 알기 쉬워.

라스티카 : 네 장총처럼?

브래들리 : 뭐 그렇지. 신랑 씨, 당신은 전 세계를 여행하며 돌아다녔잖아.

라스티카 : 그렇지.

브래들리 : 노바에 대해, 뭔가 들은 거 없어?

라스티카 : 글쎄. 너는 만났지? 어떤 사람이었어?

브래들리 : 심문은 질렸다고. 쌍둥이나 그 녀석한테 실컷 질문 받았어.

피가로 : 희고 긴 머리카락에, 붉은 눈동자를 하고 있어. 왼쪽 눈에 상처가 있고, 오른쪽 눈은 아마 의안.

라스티카 : 상처에 의안... 상처를 입은 거려나. 안타깝게도...

브래들리 : 그만한 마력의 주인이야. 상처를 치료하지 않는 건, 자기 취향이겠지.

피가로 : 너처럼?

브래들리 : 응. 거기 있는 저주상처럼 말이지.

파우스트 : 건너뛰도록 하지. 미스라로 변한 거라면, 미스라를 알고 있는 인물인 게 아닐까.

브래들리 : 미스라는 잘 까먹는 사람이지만, 자기보다 강한 마법사를 만났으면, 까먹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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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새로운 단서


[정원 / 비]

라스티카 : 노바라는 마법사에 대해서, 그것 말고는?

브래들리 : 심문은 질렸다고 했잖아.

라스티카 : 특징이 아니어도 좋아.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알고 싶은 거야.

브래들리 : ...


-브래들리는 턱을 당기고 침묵했다.
한동안 시간이 지나자 불쑥 말을 흘렸다.


브래들리 : ...기묘했어. 어느 나라의 정령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어느 나라의 정령 기운도 느껴졌어.

파우스트 : 정령의 기운에서, 땅을 한정 짓는 건 어렵나... 철저히, 기척을 숨기고 있는 건가.

브래들리 : 그런 것 같지. 아니면...


-갑자기, 브래들리는 나를 바라봤다.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마법관 쪽에서, 카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씩씩하게 다가온다.


카인 : 니콜라스에 관한 정보는? 니콜라스에게 접근해서 마법진 만드는 법을 가르친 인물이 노바야.
그래서 세계 각지의 마법진 흔적과 함께, 니콜라스의 신변을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어.
어디 자료가 정리되어 있지 않아?

(종이 넘기는 소리)

피가로 : 니콜라스... 니콜라스... 있네. 보충자료로 정리되어 있어.

브래들리 : 어전 시합에서 지방도시 출신의 소년 기사에게 패배. 책임을 지고 은퇴. 이거 너 말하는 거냐?

카인 : ...맞아. 기사단장이 평민에게 졌다고 알려지면, 다른 나라에 얕보일 테니까,라면서.

브래들리 : 헤에.

카인 : 뭐야.

브래들리 : 아무 것도 아니다. 그 뒤, 마법 과학을 배우기 위해, 수년에 걸쳐, 서쪽의 나라를 시찰....

파우스트 : 중앙의 나라에 돌아온 건 언제쯤이야?

피가로 : <위대한 재앙>과의 전투, 바로 직전쯤인 것 같네.

라스티카 : 아...

피가로 : 왜?

라스티카 : 니콜라스 공이 하얀 머리칼의 부인과 몇 번이고 밀회했다고 기술되어 있어요.
서쪽의 나라의... 마법 과학 병단 본부 근처에서.

피가로 : 아, 정말이네... 노바가 변신한 모습이려나? 아니면 단순히 아는 사이?
카인. 니콜라스한테 머리카락이 하얀 지인이 있었어? 여동생이라든가, 애인이라든가.

카인 : 글쎄... 니콜라스는 인기가 많았으니까 말이지. 무려, 기사단장이었던 남자고.

브래들리 : 네가 말하니까 설득력 있는데. 인기쟁이色男.

라스티카 : 저는 기사단장은 아니지만, 자주 인기쟁이라 불려요.

피가로 : 나는 이래 보여도, 옛날에는 꽤...

파우스트 : 여성에 관해, 다른 기술은 없어?

피가로 : 애덤스アダムズ/adams... 애덤스 섬에 대해, 조사하고 있던 것 같네.

아키라 : 애덤스 섬?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질문에 답해준 건, 하늘에서 내려온, 천진난만한 목소리였다.
무르가 물구나무를 서서, 빙글 하늘을 날고 있다.
어느샌가, 비도 약해져 있다. 먹색의 하늘이,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무르 : 볼더 섬 근처에 있는 섬!

아키라 : 그렇군요. 애덤스 섬에 갈 수 있나요?

무르 : 이제 없어! 가라앉았거든!

아키라 : 가라앉아? 왜....


-무르는 고양이같은 눈으로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소개하는 듯 한쪽 팔을 뻗는다.
무르의 손끝이 향한 곳에 있는 건, 샤일록이었다.


무르 : 나쁜 남자한테 푹 빠져있었으니까!


-샤일록은 작게 어깨를 흔들었다. 은근한 한숨으로, 피식 웃었다.


샤일록 : 어머, 남이 들으면 오해하겠어요.


-누구의 것도 아닌 붉은 눈동자는, 심해에 잠든 특별한 산호처럼 요염했다.


[중정]

히스클리프 : ...아서 님, 대단하셨지...
클로에의 명예를 위해서, 망설이지 않고 약속하시고... ...나는 그런 용기가 있을까.

시노 : 그런 용기, 필요 없어. 누군가와 약속할 생각하지 마.

히스클리프 : 하지만...

시노 : 아서는 바보야. 너는 그 이상으로 세상물정 몰라.

히스클리프 :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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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그날의 목격자


[중정]

시노 : 믿을 수 없는 녀석들은, 모래알 수 만큼 많아. 우리들에게 약속을 시킨 스승인 잭도 그랬잖아.
네 행복을 바라는 안주인님과 주인님의 진심을 이용해 대마법사인 척해서 호사를 누렸어.
덕분에, 너는 나랑 약속을 했어. 잔머리를 잘 굴렸지.

거짓말을 들킬 것 같을 때, 우리 둘 중 누구하나를 돌로 만들면 한쪽은 마력을 잃어.
잭은 무사히 도망칠 생각이었겠지. ㅡ결국, <위대한 재앙>과의 전투에서 돌이 되어 버렸지만.

히스클리프 : ...알고 있어. 시노에게 민폐가 될 만한 짓은 하지 않아.

시노 : 민폐?

히스클리프 : 내가 누군가와 약속을 하면... 내게 불리한 조건이 늘어나면, 네게는 민폐잖아.

시노 : 뭐, 그렇지. 알고 있으면 경솔한 행동은 삼가.

히스클리프 : ...

시노 : ...화났어?

히스클리프 : ...화 안 났어.

시노 : 히스의 자유를 빼앗고 싶은 게 아니야. 너는 좋아하는 걸 하면 돼. 하지만, 약속은 하지 마.
...아니면... 약속을 깨고, 고의로 마력을 잃고 싶은 거야?

히스클리프 : ...나를 모욕하지 마, 시노.

시노 : ...

히스클리프 : <위대한 재앙>과의 전투에는, 파우스트 선생님이나 네로의 목숨이 걸려있어.
친구가 된 클로에나 루틸도, 연하인 미틸이나 리케도, 누구 하나 도망치려고 하지 않아.
아서 님의 용맹과감한 모습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나 혼자 마력을 잃고 전선에서 도망치지 않아.

시노 : ...
실례했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히스클리프 : 왜 웃는 거야!

시노 : 후후. 그런 점이 좋다 싶어서...

(부스럭대는 소리)

히스클리프 : ...!

시노 : 히스, 물러나. 정원 수풀에 누가 있어.
너! 죽고싶지 않으면 당장 나와!

병사 : ...미, 미안해! 수상한 사람은 아니야!

시노 : 중앙의 병사...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지. 동료들은 이동했잖아.

병사 : 하늘을 나는 고양이 같은 마법사를 올려다봤더니, 높은 곳에 가고 싶어?,라고 나무 위로 끌려가서...

시노 : 그거 재난이었겠네. 나뭇잎을 털어주지, 숙여.

병사 : 고마워. ...아...

시노 : 뭐야?

병사 : 너는 토비카게리 재앙의 날, 카인 단장과 함께 성의 다리 위에 있던...

시노 : 잘 알고 있네.

병사 : 성 안에서 보였어. 도와주러 가고 싶었지만 시민을 유도했어야 해서...

시노 : 너는 자신의 역할을 완수한 거잖아. 내 활약은 위에 잘 전해 두라고.

병사 : 알겠어. 그 검은 표범은? 기르는 건가?

시노 : ...

히스클리프 : 검은 표범?

병사 : 응. 훌륭한 검은 표범이었어.

시노 : 무슨 얘기야. 기를 리가 없잖아.

병사 : 그래? 그때도 지금도, 같은 이름으로 부르고 있어서.
히스라고...

히스클리프 : ...

시노 : ...

히스클리프 : 그건 아마도... 제 이름이에요. 히스클리프 블랑셰.
시노는 항상 히스라고.

시노 : ...

병사 : 히스클리프... 히스클리프 블랑셰 님!
몰랐다고는 해도, 대단히 실례했습니다! 고귀하신 분의 성함을, 짐승 따위의 이름과 비교하다니...

히스클리프 : 아뇨,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병사 : ...읏,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무례를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럼, 언젠가...읏.

히스클리프 :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시노 : 이제 길 잃지 마.

(뛰어가는 소리)

히스클리프 : ...시노. 검은 표범이라니?

시노 : 글쎄.

히스클리프 : 글쎄일 리가 없잖아.

시노 : 저녀석이 나를 짐승인지 뭔지랑 착각한 거겠지. 나는 검은 머리카락이기도 하고.

히스클리프 : ...

시노 : 검은 짐승은 나를 말하는 거야. 가자고, 히스.

히스클리프 : 거짓말 하고 있어?

시노 : 거짓말 하지 않아. 한다면?

히스클리프 : 시노를 믿지 못하게 될 거야.

시노 : ...

히스클리프 : ...언제나, 중요한 일에 한해서 너는 나한테 말하지 않으니까. 그런 거 친구가 아니잖아.

시노 : 말하고 있어. 괜찮아.

히스클리프 : 정말?

시노 : 응. 나를 의심하지 마.

히스클리프 : ...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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